이야기란, 말하는 행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이다. 이야기는 나침반이고 건축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길을 찾고, 성전과 감옥을 지어 올린다.
고통은 끝나고서야 말할 수 있다. 고통은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서야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기에게 함몰되어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고통은 끝나지 않으며, 고통이 끝나지 않는 한 새로운 것을 도모할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도모하다가 그것이 시작되었을 때 고통은 끝날 수 있다.
고통 자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지만, 고통을 겪으며 홀로 고군분투한 이야기, 그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와 상대의 이야기를 환대했다. 비로소 언어가 세계를 짓는 언어로 귀환한 것이다.
고통의 곁을 지키는 이에게 곁이 있을 때, 그 곁을 지키는 이는 이 기약 없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관건은 고통의 곁, 그 곁에 곁을 구축하는 것이다.
고통의 곁에는 말하고 듣는 힘이 남아 있다. 그렇기에 고통의 곁과 그 곁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만들어진다. 곁에 서 있는 사람의 말에 다른 사람의 말이 보태지고, 그 말에 또 곁에 선 이의 응답이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