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상상의 존재라는 자신의 속성을 숨기려 최선을 다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신이 자연적이며 영원한 실체라고, 어떤 시원적 시기에 모국의 흙과 사람들의 피가 섞여서 창조된 존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보통 과장된 것이다.
소비지상주의와 민족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수백만 명의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으며 모두가 공통의 과거, 공통의 관심사, 공통의 미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상상일 뿐이다.
개인의 해방에는 대가가 따른다. 현대의 많은 사람이 강력한 가족과 공동체를 상실한 데 대해 슬퍼하며, 인간미가 없는 국가와 시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소외되고 위협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을의 삶에는 많은 거래가 있었지만 지불이 뒤따르는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시장도 일부 존재했지만 그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산업혁명 이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위했던 일상은 핵가족, 확장된 가족, 지역의 친밀한 공동체라는 세 가지 오래된 틀 속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