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을 다 지워도 그 밑에 글자의 흔적이 남듯이, 우리의 기억이 사라져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어요. 시는 남아 있는 그 흔적을 옮겨 놓는 거예요.
시는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해요. 시를 쓸 때는 일단 모르는 데서 시작하세요. 모르는 쪽으로 손을 벌리고, 모르는 쪽에 기대야 해요. 진정한 시는 한 번도 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에요.
아무리 멋진 생각이라도 시에서는 드러내지 마세요. 그 대신 자기가 쓴 시를 통해 독자들이 멋진 생각을 하도록 하세요.
읽고 나서 ‘그래서?‘라는 말이 나오면 한참 덜 씌어진 시예요.
거짓과 문화는 안락하지만, 진실은 불편해요. 시 쓰기는 자기와 남을 불편하게 해서 진실을 밝히는 거예요. 혹은 진실을 밝힘으로써 자기와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