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리듬 속에 몸담고 시간, 공간, 타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써 주체는 세계 속에 자신의 자리를 회복하고 그 가치를 상대적 시각에서 저울질하게 되고 스스로의 저력에 대한 믿음을 되찾는다.
정신적 시련의 통과는 걷기라는 육체적 시련 속에서 효과적인 해독제를 발견한다. 인간의 중력중심을 바꾸어 놓는 해독제를.
길을 걷는 것은 때로 잊었던 기억을 다시 찾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리저리 걷다보면 자신에 대하여 깊이 생각할 여유가 생기게 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걷는 것에 의해서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트이고 추억들이 해방되기 때문이다.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걸어갈 때 그 쇠약함 속에는 가끔 출발할 때 느꼈던 고통을 스르르 녹일 정도의 힘과 아름다움이 감추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걷는다는 것은 지극히 본질적인 것에만 이 세계를 사용한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