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붙이는 역할은 독자의 몫이다. 글을 읽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경험에 어떻게든 이름을 붙여야 한다. 말하자면 책을 읽은 것처럼 상상하며 언어적 표현을 만들어내야 한다.
텍스트를 수집하는 것만으로 독서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독서는 독자에게 단어의 미로로 들어가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서 페이지의 여백 너머에 자기만의 지도를 그리라고 요구한다.
종이에 기록된 행이 개인의 기억에 심긴 행을 대신할 수 없듯이, 전자 텍스트와 인쇄된 책은 교환이 불가능하다.
동일한 텍스트를 담고 있더라도 전자 텍스트와 인쇄된 책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든 텍스트 형태들 중 하나를 없애려 한다면 잘못된 정도를 넘어 정말 나쁜 것이며, 쓸데없는 짓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