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보았다.
"지금 내가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사는 것뿐일 거야. 아마 남은 여생 동안 그래야겠지. 아니면 적어도 사람들이 다시 나를 잊어 버리고, 그래서 내가 다시 이름 없는 가난한 놈이 될 때까지는 그래야 할 거야. 하지만 꿈도 없이 가난하다는 것... 아니, 모모, 그건 지옥이야."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리라. 모모는 여태껏 제 목숨을 구하려고 도망쳤다. 그 동안 내내 자기만, 자기의 쓸쓸함과 자기의 두려움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곤경에 빠져 있는 건 친구들이었다. 아직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모모 자신이었다. 회색 신사들을 움직여 친구들을 풀어 주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그러나 적어도 시도는 해보아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모모는 문득 마음 속에서 묘한 변화가 일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려움과 무력감이 점점 자라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확 뒤집혀 정반대의 감정으로 돌변했던 것이다.

이제 어려움을 이겨 낸 것이다. 모모는 용기와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이 세상 어떤 세력도 자기를 털끝만큼도 다치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털끝만큼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얼싸안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서서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들 그럴 시간이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마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다시 풍부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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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많은 판다 - 교회 때문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단상
최대위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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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신학'이라는 음식을 '만화'라는 그릇에 담아

영양도 풍부하면서도 맛있게 만들어 내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출판사가 "새물결플러스"인데,

"에끌툰"의 작가들과 협업하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냈다. 


"에끌툰"은 김민석, 김영화, 안정혜 등 

만화를 그리는 실력과 스토리 전개뿐만 아니라,

신학적 깊이와 현실을 읽어내는 섬세함 등이

탁월한 작가들이 포진해있다. 


그 중에 최대위 작가는 "생각 많은 판다"를 

2016년부터 연재하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현재도 "에끌툰"에서 계속 연재중이다.


이 책은 우리가 스쳐지나가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교회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상황과 사건들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하여 새로운 성찰과 적용에 이르도록 우리를 돕는다.


교회로 인해 아팠거나, 힘겨웠다면,

혹은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면,

또는 교회의 문제들 앞에 '우리는 괜찮아'라고 선을 그어보았다면,

꼭 한번은 읽어보아야 할 책인 것 같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단순히 일주일 중 하루의 시간을 잠깐 투자해서 끝나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우리 현실의 삶에 소망과 의미를 주고 그것으로 우리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게 된다면 예배는 의무가 아닌 우리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 P51

사이비가 왜 이렇게 많냐고? 깨어 있는 게 뭔데? 우리가 교회 안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라도 가져줬어? 아니, 누가 어떤 마음으로 힘들어하는지는 알아? 지금까지 우린 대체 뭘 했어? 우리가 조금이라도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그들을 사랑해줬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다른 게 아니고 그런 게 깨어 있는 거잖아. 우리는 정말 깨어 있는 게 맞아? - P66

아마도 그가 신앙을 저버린 이유는 단순히 삶이 힘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빛과 소금의 역할에 너무 충실했던 나머지 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 P265

신성모독이라는 말은 고통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아닌 그 목소리를 내게 만든 사람들에게 해야 할 말이지. - P267

내가 믿는 하나님은 고통당하고 버림받은 자들과 함께 있으시고 위로하시며 그들의 마음을 공의로 회복시키시고 극복할 힘을 주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야. 그의 전능은 사랑으로 완성되고 난 그 사랑을 믿어. - P300

애초에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질 순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다양한 생각과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복음으로 인해 함께 모여서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교회여야 하지 않을까? - P304

공동체 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우린 다 완벽하지 못하니까요. 문제가 있는 공동체가 나쁜 공동체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고 문제라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단순히 안 좋은 소리라고 치부하고 귀를 닫아버린다면, 그건 나쁜 공동체예요.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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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20-02-05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지금 사놓고 조만간 읽으려고 하는 책입니다. 교회 청년들과 함께 읽기로 한 책인데 평이 좋네요.

모찌모찌 2020-02-0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청년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내가 믿는 하나님은 고통당하고 버림받은 자들과 함께 있으시고 위로하시며 그들의 마음을 공의로 회복시키시고 극복할 힘을 주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야. 그의 전능은 사랑으로 완성되고 난 그 사랑을 믿어.

애초에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질 순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다양한 생각과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복음으로 인해 함께 모여서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교회여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 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우린 다 완벽하지 못하니까요.

문제가 있는 공동체가 나쁜 공동체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고 문제라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단순히 안 좋은 소리라고 치부하고 귀를 닫아버린다면, 그건 나쁜 공동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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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오래 알던 목사님의 설교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지하철 기관사님의 한마디가 더 위로가 되는 건 왜일까?
뭐... 설교가 위로만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인 것 같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단순히 일주일 중 하루의 시간을 잠깐 투자해서 끝나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우리 현실의 삶에 소망과 의미를 주고 그것으로 우리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게 된다면 예배는 의무가 아닌 우리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사이비가 왜 이렇게 많냐고? 깨어 있는 게 뭔데? 우리가 교회 안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라도 가져줬어? 아니, 누가 어떤 마음으로 힘들어하는지는 알아? 지금까지 우린 대체 뭘 했어? 우리가 조금이라도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그들을 사랑해줬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다른 게 아니고 그런 게 깨어 있는 거잖아. 우리는 정말 깨어 있는 게 맞아?

아마도 그가 신앙을 저버린 이유는 단순히 삶이 힘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빛과 소금의 역할에 너무 충실했던 나머지 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신성모독이라는 말은 고통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아닌 그 목소리를 내게 만든 사람들에게 해야 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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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세상의 운행에는 이따금 특별한 순간이 있단다. 그 순간이 오면, 저 하늘 가장 먼 곳에 있는 별까지 이 세상 모든 사물과 존재들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미쳐서, 이제껏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애석하게도 인간들은 대개 그 순간을 이용할 줄 몰라. 그래서 운명의 시간은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지나가 버릴 때가 많단다. 허나 그 시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위대한 일이 이 세상에 벌어지지."

시간이 있다는 건 어쨌든 분명한 사실이예요. 하지만 만져 볼 수는 없어요. 붙잡아 둘 수도 없구요. 혹시 향기 같은 건 아닐까요? 하지만 시간은 계속 지나가는 어떤 것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분명 시간이 나오는 곳이 있을 계용. 혹시 바람 같은 건 아닐까요? 아니, 아니예요. 이제 알겠어요! 시간은 언제나 거기 있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음악 같은 걸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음악을 이따금 들었던 것 같아요. 아주 나지막한 음악이었어요."

"죽음이 뭐라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게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람들의 인생을 훔칠 수 없지."

모모는 이 웅장한 울림이 끊임없이 다르게 배열되고 변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음이 어울려 지어내는 소리라는 것을 점점 더 또렷하게 느꼈다. 그것은 음악이었지만, 동시에 음악이 아닌 전혀 다른 것이기도 했다.

모모는 불현듯 그 음악을 다시 기억해 냈다. 초롱초롱 별이 빛나는 밤하는 아래 앉아 정적에 귀기울일 때에, 이따금씩 아득히 먼 곳에서 나직이 들려 왔던 바로 그 음악이었다.

"아가, 기다린다는 것은 태양이 한 바퀴 돌 동안 땅 속에서 내내 잠을 자다가 드디어 싹을 틔우는 씨앗과 같은 거란다. 네 안에서 말이 자라나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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