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적 현실에 큰 변화가 없다면 위협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령적 환상으로 체험되며 그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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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받아들여야 하고 감수해야 하는 것은 생명의 하부층위sub-layer, 즉 죽지 않고, 어리석으리만치 반복하며, 유성생식을 하지 못하는 바이러스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P70

이 하부층위는 항상 거기에 있어왔고, 어두운 그림자처럼 늘 우리와 함께 존재하면서 우리의 생존 자체에 위협을 가하고, 가장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터져버릴 것이다. - P70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시장 중심 지구화의 한계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고, 완전한 국가 주권을 주창하는 국수주의적 포퓰리즘의 훨씬 더 심각한 한계 또한 알려준다. - P89

국가의 지배력을 개선하기 위해 전 지구적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일이 정말로 자본과 국가권력의 이익에 부합할까? - P97

평범한 국민들뿐 아니라 국가권력 자체도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증거들이 분명히 있지 않은가? 이 증거들이 정말로 한갓 책략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 P97

그러나 바이러스 감염의 위협은 새로운 형태의 지역적이고 전 지구적인 연대를 엄청나게 촉진시켰으며, 권력 자체를 통제할 필요도 한층 더 분명히 보여주었다. - P98

모든 것이 이 "좀 더 미묘한 용어"에 달려 있다. 감염병으로 인해 불가피해진 조치들을 푸코 같은 사상가들이 설파했던 감시와 통제라는 통상적 패러다임으로 즉시 환원하지 말아야 한다. - P99

문제는 비록 삶이 결국 어떤 식으로든 일상과 흡사한 것으로 돌아가겠지만 집단감염 이전의 경험과 동일한 일상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 P100

우리는 우리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익숙하게 대하던 일들을 더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며, 늘 위협에 시달리는 훨씬 더 취약한 삶을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 P100

우리는 삶을 대하는 태도, 다른 생명체들 가운데서 살아가는 존재로서 우리 실존을 대하는 태도 전부를 바꿔야 할 것이다. - P100

우리의 최우선 원칙은 경제 원리를 따지지 말고 조건 없이, 비용에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어야 한다. - P109

개인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시스템 전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더 커다란 문제들을 흐릿하게 만드는 순간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 P111

지금이야말로 진짜 정치가 필요하다. 연대를 위한 결단은 대단히 정치적인 것이다. - P117

이것은 장밋빛 미래를 밝혀줄 비전이 아니라 재난 자본주의의 해독제로 쓰일 ‘재난 공산주의‘ 전망에 더 가깝다. - P128

국가가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아 마스크, 진단키트, 산소호흡기 같이 긴급하게 필요한 물품들의 생산을 조정하고, 호텔들과 다른 휴양지들을 고립시키며, 이번에 실직한 모든 사람의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를 수행해야 함은 물론, 이 모든 일을 시장 메커니즘을 버려가며해야 한다. - P128

우리는 인류를 자기파괴에서 구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이 치명적 위협을 통해서만 통합된 인류를 그려볼 수 있다. - P130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잠재적으로) 병원체가 될 수 있는 바이러스 메커니즘, 산업화된 농업, 전 지구적 경제의 급속한 발전, 문화적 관습들, 국제적 소통의 폭발적 증가 등의 집합체로 볼 수 있다. - P142

감염병은 자연적, 경제적, 문화적 과정들이 복잡다단하게 서로 묶여 있는 하나의 혼합체다. - P142

거의 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만 초점을 맞추는 언론의 보도는 중립적 사실들에만 기반을 두지 않으며, 이데올로기적 선택에렷하게 의존한다. - P152

진짜 싸움은 어떤 사회 형태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는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를 대체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질 터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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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기에 인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질문이다. 자기 삶의 근원에 대한 질문, 단 하나의 위대한 질문, 하나님을 향한 질문과 다름없다. - P67

그들의 무한한 격정은 오히려 생명이 무한함을 암시하고, 그들이 겪는 거대한 곤경은 그들을 괴롭히는 존재의 거대함에 대한 지식을 전한다. - P69

도스토옙스키의 글에서 모든 인간적인 것을 훌훌 뛰어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그런 경향을 드러내는 인간의 모습은 오히려 철저하게 사실주의적으로 묘사된다. 이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P72

그러므로 우리가 인생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수수께끼처럼 비사실적인 것을 발견하게 되고, 세속적인것을 깊이 바라보면 볼수록 모든 것의 밑바닥에서 무시무시할정도로 탈속적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 P73

결국 우리 눈앞에 있는 삶 전체는 도스토옙스키의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유일하고 거대한 질문, 곧 미지의 신에 대한 질문 속에서 불타오르기시작한다. - P73

도스토옙스키는 수많은 예술가 중에서 최고의 심리학자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불러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 P75

하지만 그의 심리학은 하나의 심리학이 될 수가 없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해체하기 때문이다. - P75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 그가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분석해낸 최종적인 결과, 모든 인간적인 것이 결국 모든 심리학적 실재 너머에 있는 소실점과 종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 P75

그가 말하는 초월 세계는 저 위 어딘가에 있는 세계가 아니다. - P76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저 아래 영혼의 세계도 아니다. - P76

모든 것의 기초, 토대, 운명은 어떤 식으로든 규정된 것이 아니며 또 규정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P76

이것은 한 그림의 원근遠近을 만들어내는 시점視點이 그림 안에 있을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 점은 상상의 점이다. - P76

현실 너머에 있다. 가장 바깥에 있으며, 가장 나중에 있으며, 아예 저편에 있는 그 점은 역사적·심리학적 실재의 세계를 벗어나 있다. - P76

그 실재의 세계가 아무리 이상적으로 높고 심리적으로 깊다 하더라도, 또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고 비밀스럽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있을 수 없다. - P76

도스토옙스키는 그 실재 바깥에 있는 시점에 의해 인간의 삶 전체가 규정되어 있음을 보고 있다. - P76

모든 점들과 이어지는 그 점은 바로 하나님이다. - P76

하나님은 하나님이다. 이것이 도스토옙스키의 핵심적인 단 하나의 통찰이다. - P76

이 하나님을 하늘 높은 곳의 왕좌에 앉은 인간-신으로 만들지 않는 것, 이상화된 인간 영혼의 일부나 이 세상 현실의 일부로 만들지 않는 것, 이것이 그의 유일한 노력이다. - P77

이로써 우리는 마지막으로 도스토옙스키가 고민한 문제의 꼭대기에 오르게 된다. 그의 모든 작품은 하나님에 대한 질문을 붙잡고 씨름한다. - P77

하나님은 모든 생명의 뿌리이며 이 세상 모든 것의 근거가 되는 밑바탕이다. - P77

그러나 동시에 그 모든 것의 해체이며 고통이며 불안이다. - P77

모든 실제적인 것에 깃들어있는 수수께끼 같은 비실제성이다. - P77

모든 세속적인 것을 향해 다가서는 탈속적인 것이다. - P77

이 역설적인 진리의 변증법이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인물에게서 나타난다. - P77

잠깐! 그래도 뭔가가 일어났다. 뭔가가 시작됐다. 인간적인 모든 것의 불확실성은 더더욱 강력해졌다. - P79

모든 인간 실존에 드리워진 문제는 더더욱 간절하게 궁극적인 대답, 즉 하나님의대답을 듣기 위해 부르짖는다. 이것이 결론이다! - P79

여기서 계시가 선포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는 종말론적 긴장이 종말론 그 자체로 발전한다. - P80

그의 소설이 제시하는 마지막 너머의 마지막 한마디는 부활이다. - P80

온 인류가 어두운 낭떠러지 아래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그 위로 위대한 용서의 빛이 비쳐온다. 저편에서 다가오는 빛이다. - P80

이것이야말로 마지막 너머의 마지막 한마디, 최종적인 깨달음이다. 희망의 빛이 허물어지고 부서진 인간들, 살인자와 창녀와 죄수들에게 비쳐오는 순간, 상상도 못했던 그 순간이 찾아오면 인생의 모든 문제와 긴장은 하나님에 의해 해소된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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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영혼을 갉아먹는 병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 자체는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자 중요한 임무일지도모른다. - P27

지금의 나란 어차피 과거의 나, 과거에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 시절을 돌아보지 않으면 지금의 나를 설명할 길이 없다. - P27

과거의 나 역시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선택하기 전에 엄청나게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 P29

그리고 이 길로 가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려움에 떨면서도 때론 발을 내디뎠고, 이대로 포기하긴 부끄럽다 생각하면서도 때론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그러했던 나의 선택을 믿는수밖에.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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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파악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은 ‘좋은‘ 표현의 자유와 ‘나쁜‘ 소문을 구분할 쉬운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 P27

희한하게도 실체적 진실의 유보는 그 상징적 효과를 없애지 못한다. - P28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기에, 우리는 시장 메커니즘이 혼란과 기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P28

우리 대다수에게 ‘공산주의적‘으로 보이는 조치들이 전 지구적으로 고려될 것이다. 생산과 분배의 조정이 시장의 조절력 바깥에서 진행될 것이다. - P28

전 지구화, 자본주의 시장, 부유한 자들의 잦은 이동.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유행하는 감염병이 무언가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 P30

우리가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지금 유행하는 감염병이 자연의 우연성이 가장 순수하게 발현한 결과요, 그냥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아무 숨겨진 의미도 없다는 사실이다. - P31

더 거대한 사물의 질서 한가운데 인간은 특별히 아무런 중요성도 없는 한갓 종에 불과하다. - P31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이 가하는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당국에 긴급 원조를하며 협조를 구했다. 선의와 인간적 도리 때문이 아니라 거기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단순한 사실때문이었다. - P31

한 집단이 감염된다면 다른 집단도 불가피하게 고통받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치학으로 번역해야 할 현실이 여기있다. - P31

지금이야말로 "미국 (또는 다른 누구든) 먼저!" 라는 모토를 버려야 할 때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반세기도 전에 설파했듯 "모두 다른 배를 타고 왔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같은 배에 타고 있다." - P31

감염병의 결과들을 처리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는 힘들고 소모적인 노동이 엄연히 존재한다. - P43

그렇지만 이 일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의미 있는 노동이고,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어리석은 노력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만족을 가져오는 노동이다. - P43

한 의료노동자가 초과근무 때문에 완전히 기진맥진할 때, 한 요양보호사가 벅찬 임무에 지쳐버릴 때, 그들은 강박적으로 경력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피로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치는 것이다. 그들의 피로는 보람 있고 값지다. - P44

우리는 그저 바이러스의 위협에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 P59

다른 파국들이 우리 눈앞에서 어른거리거나 이미 벌어지고 있다. - P59

가뭄, 폭염, 태풍 등 그 목록은 길게 이어진다. 이 모든 경우에 해답은 공포가 아니라 효율적인 전 지구적 협력을 어떤 형태로든 구축하는 굳세고 간절한 노력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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