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는 ‘거짓말‘이 아니라, 특별한 시의 일종이다. 설화는 민간 구술을 통해 옛적부터 전해내려오던 시적인 이야기로서,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을 다루는 것이다. - P29

이스라엘의 시와, 시적 이야기는 그 종교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왜냐하면 시적 이야기가 산문보다 일반 사유 및 종교적 사유에 대한 더 나은 운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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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을 유럽연합과 NATO에 편입시키려는 작업은 지정학적, 정치적, 관료적 과정이 모두 포함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첫 시작에 나선 이들은 역시 관료가 아닌 서유럽 기업가들이었다. - P189

동유럽 전역에 걸쳐 이런 금융 통합의 과정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또한 엄청난 액수의 외화 차입금이 모기지와 신용카드, 그리고 자동차 대출사업에 사용되었다. - P191

동시에 이루어진 금융, 정치, 그리고 외교적 합병의 영향은 세상을 변화시켰다. - P192

동유럽 주요 도시들의 물질적인 생활 기준은 서유럽의 기준과 빠르게 동화되어갔다. - P192

그리고 이런 현상이 좀 더 동쪽에 있는 혜택을 덜 받은 구소비에트 연방 소속 국가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P192

어찌 보면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와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갖추고 강력한 국력을 회복한 러시아가 국가주도형 경제 강국의 모델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 P199

그렇지만 그런 러시아에도 역설적인 부분이 있으니 바로 새롭게 쌓아 올린 국부가 세계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이다. - P199

그리고 이런 복잡한 관계에는 원유나 천연가스 수출 이상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 P199

이제 러시아의 화폐 유동성은 제고되었으며 역외 은행시스템과 러시아 국내는 이미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 P199

사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교체 작업이라는 말은 조금 과장된 표현이었다. - P298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이미 오래전에 적어도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칼자루가 넘어간 상태였다. - P298

미국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경제위기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정당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었다. - P298

공화당은 애초에 그 시작부터 위기를 관리하는 데 크게 협조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 P298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공화당은 정부 여당이라기보다는 보수적인 백인들의 정치적 대변인에 불과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뒤흔들 수도 있는 여러 사항과 조치에 대한 두려움만 나타냈던 것이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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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
김현 외 28인 지음 / 알마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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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불안, 혼란, 무력감을 호소한다.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는 고통과 고립 가운데 있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스물아홉 명의 작가들은 시와 에세이,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앞표지와 뒷표지는 각각 다른 장르로 시작한다. 앞표지는 에세이로, 뒷표지를 시로 시작하며, 앞표지와 뒷표지는 거꾸로 되어 있다. 쪽수도 에세이(E)와 드로잉(D), 시(P)로 표기되어있다. 독자는 원하는 장르를 선택하여 볼 수 있다. 표지는 마분지로 마감하여 색다른 질감을 선사한다. 표지 또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인다. 몽환적이며 뭔가 모를 생동감이 느껴진다.


에세이를 읽었다 머리가 아파오면, 시를 읽고. 마음이 뜨뜻해지면 그림을 감상한다. 다양한 맛과 향이 우리를 유혹하니, 이 책 한 권 들고 여행이나 떠나면 좋겠다. 커피 한잔 내려놓고 비 오는 창가에서 빗소리 들으며 이 책을 읽는 것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이 책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 많지만 학문적인 에세이도 포함되어있다. 특히 미생물학 박사로 미국에서 백신 연구를 하고 있는 문성실의 글은 팬데믹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학 큐레이터 이지유 작가의 글은 우리의 안목을 훨씬 더 폭넓게 만들어준다.   


아. 이 책을 급히 볼 생각은 하지 마시길. 부디 천천히. 아쉽다면 아쉬움이지만 엔솔로지 작품을 마주하며 장편소설의 플롯을 기대해서는 안되니. 동일한 상황도 각자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다른 경험이 되니.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 읽으면 큰 힘이 될 듯.


그럼에도 각 작품은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정황이 주는 답답함과 혼란스러움. 그 가운데서도 여러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끊어져있고 떨어져 있고 멀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장석주의 마지막 속삭임은 우리를 희망으로 이끈다.


삶이 사막, 밤, 광활함에 잠식되더라도

고개를 떨구거나 의기소침에 빠지지는 말아요.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내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꺼이 

일상의 안녕과 평온한 기쁨을 건네는 집이 될 테니까요(66).


"의지와 노력만으로 언제든지 누릴 수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불안과 우울, 무력감이 현실의 시간을 허공에 조각내버리는 듯했다. 그렇게 조각난 허무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어느새 2020년의 절반이 지났다."

안지미
- P12

"부모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자신(나)의 삶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마흔이 되고 보니 그때 마흔의 부모란 애송이. 칠순이 되어 (이제 여기 없는) 그때 칠순의 부모를 되돌아보면서 저는 저의 어떤 면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 될까요."

김현

- P24

"우리는 슬픔을 참을 수 없어 한다. 작은 기쁨을 던져 그것을 깨뜨리려 하거나 위협을 한다. 슬플 겨를도 없이 시간에 매몰되어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까지로 건너가기도 한다. 그곳에서 슬픔을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는 슬픔을 기다리지 않는다. 비극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서윤후
- P56

"공상은 유용한 것들에 대한 무기력한 투항이 아니에요. 공상은 근육의 이완과 백일몽의 모호함 속에서 기쁨은 촘촘해지지요. 이것이 모험가의 일은 아닐지라도 아주 무익하진 않아요. 시간을 헛되이 쓰는 잉여 활동에 가까운 이것의 쓸모는 엉뚱한 지점에서 나타나지요. 머릿속에 꿈의 공장을 짓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상의 쓸모란 ‘쓸모없는 쓸모‘에 가깝지요."

장석주
- P63

"삶이 사막, 밤, 광활함에 잠식되더라도 고개를 떨구거나 의기소침에 빠지지는 말아요.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내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꺼이 일상의 안녕과 평온한 기쁨을 건네는 집이 될 테니까요."

장석주
- P66

"지난 백 년과 다르게 우리는 기술이 있고, 경험이 쌓였으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달았다. 앞으로 백 년을 내다보고, 전 세계가 공조할 수 있는 전염병 대응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일들을 통해 전염병과의 두더지 게임이 시작되었다."

문성실
- P73

"정작 심각한 것은 친인들을 잃어버린 물리적 거리보다 접속사를 상실한 언어의 거리가 아닐까. 살아온 삶을 설명할 언어를 잃고 점차 허무로 치닫는 영혼의 감염이야말로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장은수
- P81

"언어가 닿아 있는 한,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가 소멸하지 않는 한, 영혼 또한 존재한다. 영혼이 아직 있는 한, 입술은 언어를 내보낸다. 이로부터 위대한 순환, 즉 절망적 세계를 구원하는 시의 운동이 나타난다."

장은수 - P82

"20세기의 역사는 ‘접속사‘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문명이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공포와 고독, 절망과 광기, 냉소와 허무에 시달리던 이들은 끝내 언어를 되찾지 못하고 또다시 전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전쟁에서 ‘유대인 대학살‘과 ‘원자탄 투하‘라는 인류사적 비극을 겪었다."

장은수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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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노력만으로 언제든지 누릴 수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불안과 우울, 무력감이 현실의 시간을 허공에 조각내버리는 듯했다. 그렇게 조각난 허무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어느새 2020년의 절반이 지났다. - P12

부모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자신(나)의 삶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것. - P24

마흔이 되고 보니 그때 마흔의 부모란 애송이. 칠순이 되어 (이제 여기 없는) 그때 칠순의 부모를 되돌아보면서 저는 저의 어떤 면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 될까요. - P24

우리는 슬픔을 참을 수 없어 한다. 작은 기쁨을 던져 그것을 깨뜨리려 하거나 위협을 한다. - P56

슬플 겨를도 없이 시간에 매몰되어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까지로 건너가기도 한다. 그곳에서 슬픔을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는 슬픔을 기다리지 않는다. 비극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 P56

공상은 유용한 것들에 대한 무기력한 투항이 아니에요. - P63

공상은 근육의 이완과 백일몽의 모호함 속에서 기쁨은 촘촘해지지요. - P63

이것이 모험가의 일은 아닐지라도 아주 무익하진 않아요. 시간을 헛되이 쓰는 잉여 활동에 가까운 이것의 쓸모는 엉뚱한 지점에서 나타나지요. - P63

머릿속에 꿈의 공장을 짓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상의 쓸모란 ‘쓸모없는 쓸모‘에 가깝지요. - P63

삶이 사막, 밤, 광활함에 잠식되더라도 고개를 떨구거나 의기소침에 빠지지는 말아요. - P66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내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꺼이 일상의 안녕과 평온한 기쁨을 건네는 집이 될 테니까요. - P66

지난 백 년과 다르게 우리는 기술이 있고, 경험이 쌓였으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달았다. 앞으로 백 년을 내다보고, 전 세계가 공조할 수 있는 전염병 대응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일들을 통해 전염병과의 두더지 게임이 시작되었다. - P73

정작 심각한 것은 친인들을 잃어버린 물리적 거리보다 접속사를 상실한 언어의 거리가 아닐까. - P81

살아온 삶을 설명할 언어를 잃고 점차 허무로 치닫는 영혼의 감염이야말로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 P81

언어가 닿아 있는 한,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가 소멸하지 않는 한, 영혼 또한 존재한다. - P82

영혼이 아직 있는 한, 입술은 언어를 내보낸다. 이로부터 위대한 순환, 즉 절망적 세계를 구원하는 시의 운동이 나타난다. - P82

20세기의 역사는 ‘접속사‘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문명이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 P86

공포와 고독, 절망과 광기, 냉소와 허무에 시달리던 이들은 끝내 언어를 되찾지 못하고 또다시 전쟁에 돌입했다. - P86

그리고 우리는 그 전쟁에서 ‘유대인 대학살‘과 ‘원자탄 투하‘라는 인류사적 비극을 겪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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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그[오스틴]는 말과 행동을 칼로 무 자르듯 분리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화행話行(speech ace)‘, 즉 ‘발화 행동‘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 P10

이에 따르면, 말과 행동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놓이게 된다. - P10

말은 행위의 한 가지 양태인 것이다. 실로 우리의 말은 묘사하고 설명하는 일을 넘어 구체적 행위로서 세계에 흔적을 남긴다. - P10

말은 결혼을 성립시키고, 관계를 단절하며, 법안을 통과시키고, 사랑을 공표하며, 전쟁을 시작한다. - P10

혐오 발언은 비합리적 증오의 행위이며 고맙다는 말은 감사의 실천이다. 그저 말일 뿐인 말 따위는 없는 것이다. - P10

리터리시가 지식과 잠재력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리터리시는 한 시점까지 쌓아온 능력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여 삶을 위한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의지와 노력이기도 합니다. - P19

과거에는 기본적으로는 텍스트 중심의 문해력이 기초가 되고 그 위에 영상, 소셜미디어, 검색이 올라갔다면, 이제는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진 거죠. - P24

리터리시의 토대가 텍스트라는 것을 당연시하기는 힘든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것을 감지는 하고 있는데 어떻게 개념화하고 가르칠지 대책은 없다는 것이죠. - P24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말하고 듣는 것이 읽고 쓰는 것으로 전환되었다면, 지금은 정보나 이야기를 ‘읽고 쓰는‘게 아니라 ‘보고 찍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 P30

정보를 습득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읽고 쓰는 것을 통해 의미를 파악하고 구성하는 사람들과 보고 찍는 것으로 그걸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P30

지금 한국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세대 갈등에도 이런 측면이 깔려 있다고 보고요. - P30

한국 상황에서는 동영상이나 멀티미디어 보조교제를 활용하고 일부 수행평가에 활용한다고 해도, 여전히 시험은 기본적으로 텍스트잖아요. 평가체제의 근간이 텍스트라는 거죠. - P32

수능도 마찬가지고요. 10대, 20대는 어찌 보면 불행한 세대예요. 삶에서 늘 접하는 미디어가 동영상과 이미지, 소셜미디어인데, 이것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어른들에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 P32

더 비판적으로는, 젊은 세대가 삶 속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평가할 만한 잣대가 어른들한테 없다는 것을 지적해야겠죠. - P32

여전히 성인들은 자기들이 할 줄 아는 것을 기준으로 새로운 세대를 평가하고 있는 거예요. - P33

배운 대로 가르치고, 평가받았던 대로 평가하고 있는 형국이죠. - P33

하지만 젊은 세대의 삶은 많은 부분 교과서적인 텍스트와 별 관련 없이 돌아가고 있죠.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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