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상황이지만 내용을 미리 잘 알아서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면 내 일상을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도 대처가 가능하다. 오히려 그게 더 안전할 수 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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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은 화성 이주를 꿈꿀 정도로 환상적인 과학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간단하고 일상적인 기술의 결핍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주목에서 비롯한 개념이다. - P12

전 지구적으로는 식량이 넘쳐나는데 굻어 죽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 이유를 따져묻는 것과 비슷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 P12

사람의 삶에 마지막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부적 환경이나 상황 등 그들의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 존재 자체다. - P23

막대한 명예나 부를 일군 사람이든 비극적인 트라우마 피해자든 그들의 외적 조건 이전에 그들이 한 명의 개별적 존재라는 사실에 오롯이 집중하다 보면, 그들의 존재 내면에서 그들이 살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나는 돌에 새기듯 깨달았다. - P23

일상에서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으면 짜증이 많아지거나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무기력해진다. - P26

마찬가지로 삶의 바탕인 인간관계의 갈등들이 해결되지 않고 쌓이면 마음도 엇나가고 삶도 뒤틀린다. - P26

안정적인 일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집밥 같은 치유다. 집밥 같은 치유의 다른 이름이 적정심리학이다. - P26

소동에 관한 얘기 그 자체만으로는 소동에 관한 진짜 얘기를 할 수 없다. 싸우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 P45

방금 전 자신이 벌였던 소란과 소동을 성찰하기 위해서 노인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른 이야기란 바로 ‘나‘ 이야기, 자기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 P45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한다. 그 안정감 속에서야 비로소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 P45

네가 그럴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 P49

사람은 괜히 집을 나가지 않으며 괜히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물며 괜히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없다. - P53

그런 얘기를 꺼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백가지 이상은 찾아본 이후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우선적으로 그 마음을 인정한다. - P53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당신 마음은 옳다고. - P53

다른 말은 모두 그 말 이후에 해야 마땅하다. 그게 제대로 된 순서다. 사람 마음을 대하는 예의이기도하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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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능력을 지닐 때 존재 이유가 있다. - P6

만약 사회학이 어떤 한 개인의 삶도 설명할 수 없다면, 혹은 그 연구대상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완벽하게 유리되어 있다면, 사회학은 학자라는 전문가 집단의 호사스러운 말잔치가 만들어 낸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 P6

대학과 학자를 둘러싸고 있던 ‘특별보호명령‘이 해체되었을 때, 호사가들의 허망한 지식 견주기나 사회조사기법의 현란한 테크닉에 의해 살해당할 지경에 처한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그 마지막 비상구를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구체적인 사람들의 삶을 설명할 수있는 능력의 회복에서 찾을 수 있다. - P6

좋은 삶은 선물 받을 수도 없다. 좋은 삶은 삶의 주인의 오랜 습관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다. - P17

좋은 삶은 착한 삶과 동일하지않다. 착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착한 바보‘는 타인을 공격하지 않고 모독하지 않는 소박한 방어의 삶을 사는 것이지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 P17

좋은 삶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선한 의지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 P17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 P17

현실은 선한 의지만을 가진 사람을 겉으로는 칭찬하지만, 그 사람에게 좋은 삶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의 현실적 삶은 좋은 삶이라기보다, 빈한한 삶에 가깝다. - P17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교활해서는 안 되지만 영리할 필요는 있다. - P17

영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 P17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만 우리는 좋은 삶을 지키기 위한 방어술을, 그리고 좋은 삶을 훼방 놓는 악한 의지의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공격술을 모두 터득할 수 있다. - P17

좋은 삶은 그래서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요구한다. - P18

좋은 삶은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능숙히 사용해서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다. - P18

각자의 절실함이 공통감각共通感覺 sensus communis 속에서 서로 만나기 위해 우리는 자칫 왜곡되기 쉬운 기억이 아니라 세속의 리얼리티와 마주하는 다소 고통스러운 순간이 필요하다. - P20

좋은 삶을 기대하는 유토피아적 희망은 삶의 무시무시한 리얼리티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먹고 자란다. - P20

듣기 좋은 말은 때로는 거짓이다. 몸에 좋은 약은 불가피하게 쓴 맛을 지닐 수도 있다. - P20

아름답게만 보이는 세상도 사실은 환영일 수 있다. 세상은 분명 아름답지만 언제나 세상이 아름답지는 않다. - P20

세상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추하고, 사람들은 선한 만큼이나 악하다. - P20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도 있지만, 짐승만도 못한 인간도 있는 법이다. - P20

이러한 세속의 양면성을 드러내는삶의 리얼리티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 라는 환등상幻燈像의 등불을 끄게 만드는 힘의 근원 거창하게 말하면 유토피아적 희망, 소박하게 말하자면 좋은 삶에 대한 기대는 약간은 가슴 쓰라린 세상의 리얼리티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 P20

공통감각을 상실한 애절한 신세타령이 아니라 삶의 보편성에 의한 공명을 지향하는 사회학은 이럴 때 쓸모 있는 학문이다. - P20

비판이란 본래 투덜대지 않으면서도 세상에게 불만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비판 고유의 능력은 세속이라는 리얼리티와의 용감한 대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 P21

상식에는 없는 올바름을 갖추고도, 양식은 상식과의 경쟁에서 대체 왜 늘 지고 마는 것일까? 이유는 상식과 양식의 말투 차이에 있다. 상식은 상냥하고 어루만져 주는 어투를 사용하지만, 양식은 공식적이고 엄격하고 훈계하는 말투를 사용한다. - P31

상식이 나를 무조건 이해해 주는 연인 행세를 한다면, 양식은 냉정한 심사위원과도 같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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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두통이 너무 심해서 책을 거의 못 읽음.
준비해야하는 강의가 다른 주제라 이것도 저것도 못한.
Cover to cover로 읽어야 직성에 풀려서 강의준비는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헛헛한.
믿고 보는 사회학자 엄기호. 믿고 읽는 소설가 김영하.
#이달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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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고 학생들이고 실제로는 최상인데 그것을 마치 중간값이고 평균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어요. - P114

한윤형 씨가썼던 표현대로 하면 ‘평균압’ 입니다. 평균에 대한 압력이죠. - P114

한국은 적어도 평균이 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매우 높은 사회라는 뜻입니다. - P114

평균이 되지 못하면 탈락이고 낙오이며 패배한 인생이라는 말이 돼요. - P114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이라는 건 절대 평균이 아니라는 거예요. 너무 높다는 거죠. - P114

지금 선생님 말씀하신 게 우리가 나눈 이야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전에는 공부가 생애사적 기획을 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였죠.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단 말이죠. - P120

그렇다면 이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나와야 하는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출현해야 할 그 시점에 다양한 교육이 출현해버린 거죠. - P120

그런데 다양한 교육이란게 말 그대로 다양한 교육이 아니라 교육이 다양한 영역을 식민화해버린 형태예요. 이게 정말 스쿨링하는 사회인 거죠. - P120

어떤 의미에서는 ‘스쿨’ 이 문제의 근원이었는데 그걸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거예요. 그걸 굳이 학원에가서 배워야 하는가? 굳이 학교화해야 하는가? 커리큘럼화해야 하는가? - P120

인성 교육도 그렇죠. 인성을 가르칠 수 있다고생각하세요? 정말 웃기는 말입니다. - P120

교육은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가르칠 수 없고 배워야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르쳐야지만 배울 수 있는 것이죠. - P120

미분과 적분은 가르치지 않으면 배울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학교가 필요한 것이고 교과과정이 필요하죠. - P120

반면 인성은 가르칠 수는 없고 삶의 과정에서 배워야만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걸 지금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것이죠. 가르칠 수 없는 걸 가르치겠다고 하는 것, 저는 이게 정확하게 삶을 식민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P120

공부 중독의 비극적 역설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데 공부와 삶을 분리시키고 공부에 올인하다 보니 삶이 더욱더 빈약하고 허약해지고 있다는 것. - P132

그 빈약함과 허약함을 채우기 위해서 가르칠수 없는 것을 또 가르칠 수 있는 것처럼 만들면서 삶은 공부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고요.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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