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가들 - 김지수 인터뷰집 : 불안의 시대, 자존의 마음을 지켜 낸 인생 철학자 17인의 말 김지수 인터뷰집
김지수 지음 / 어떤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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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불안이 벗이 된 시대입니다. 기쁨보다는 슬픔과 아픔이 더 친숙합니다. '너'의 힘겨움보다 '나'의 불편함을 더 크게 느끼는 듯합니다. '너'를 향해 마음을 연다는 것은 함께 고통을 경험하고, 너의 아픔에 동참한다는 의미입니다. 무관심으로 인한 자유가 달콤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람에 대한 무감각이 어느 정도 평안을 보장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도전 없는 인생과 같죠. 사랑과 사람이 없는 무채색의 삶인 것이죠. 이러한 삶은 고통이 적을 수 있습니다. 관계의 어려움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뜨거움과 살아있음을 느낄 수가 없어요.


통통 튀어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를 숨 쉬게 합니다. 내 안의 틀을 무수히 깨게 합니다. 그것은 아프고 쓰라립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나를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깊고도 넓게 나를 형성해갑니다. 함께 우는 만큼 더욱 크게 웃을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우리는 변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올곧게 지켜내는 지혜의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우리네 인생에서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그렇지 못할지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겠네요.

이 책 『자존가들』을 통해 불안을 넘어 자신을 지켜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어 김지수는 상대방을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정성을 다해 묻는 질문에는 공감과 배려의 언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터뷰이들은 자신을 존중하는 한 사람에게 자신을 열어 보입니다. 자신의 인생과 가치관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언어로 흘러나옵니다.


이 책은 자기다움을 지킨 17명의 사람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위치나 직업, 생각과 성향은 천차만별입니다. 김혜자와 리아킴, 이승엽과 요시타케 신스케, 이적과 정혜신, 최대환과 이어령 등은 살아온 환경이나 삶의 궤적이 매우 다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삶과 직업을 사랑했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세부적인 이야기와 삶의 목표, 추구하는 가치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서 보이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함과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들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감사합니다. 자신의 치열한 노력도 있었지만, 선물로 주어진 삶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은 공존하기에, 행복 자체를 추구하기보다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 자체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입니다. 주위에 귀를 기울이되, 시류에 휩쓸리지는 않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반복되지만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수한 선택에 진심을 다했노라 말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나만을 위한 끄적임이었다 하더라도,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캐릭터가 됩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사람들이 됩니다.


힘겨워서 홀로 숨고 싶은 날이 많습니다. 때로는 시대와 힘이 원하는 그럭저럭 눈치 보는 적당한 사람으로 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삶은 가슴 뛰지 않습니다. 신선함이 없습니다. '나'로 살아가는 삶이 아닙니다.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그러면서도 품 넓고 사랑 그득한, 따스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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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올라가면 어느 순간 내려갈 일만 남더라고요. 성공은 높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많은 걸 넓이로 느껴요. 많은 사람과 연결되면서 제 경험도 그만큼 넓어지고 다양해졌거든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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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00쇄 기념 에디션)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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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순간이 되어서야 일상을 애타게 찾습니다. 평범한 하루에 휘몰아친 사고라는 불청객은 매 순간의 삶이 얼마나 소중했음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혹시나, 설마 사람인 이상 그렇게까지 하겠어'라는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마주합니다.


그럼에도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이유는 스치듯 지나간 기쁨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슬픔과 아픔도 그 골이 참 깊지만, 위로와 넉넉함은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갈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을 위한 사람들만 세상 가득 있는 줄 알았지만, 자신까지 내어주는 사람들도 존재함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오히려 우리를 낮아지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신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한 약함과 악함이 나에게도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순간이지요. 참으로 행복하고 가슴 벅차지만 눈물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나에게 전혀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내어놓아 희망을 써 내려간 사람이 있습니다. 암 투병 가운데서도 끝까지 고통을 견디며 마음으로 쓴 글들은 누군가에게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어주었습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장영희는 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정작 자신은 이 책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자는 장애와 암 투병 가운데서도 여전히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갑니다. 특유의 밝음과 진실함이 글 곳곳에 묻어납니다. 그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맞추어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없음'에 초점 맞추지만. 저자는 이미 있는 것을 '누림'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는 일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존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가슴이 있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수 없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참 많아요. 남을 아프게 하고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럴듯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정작 자신 주위에 신뢰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 분들 옆에는,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험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자는 특별하고도 거창한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늘이라는 시간, 이 작은 순간을 기뻐합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쏟습니다. 일상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주변의 사람을 지나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혹여나 마음 쏟지 못해 놓쳐버린 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합니다.


그녀는 자신을 수식하는 여러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저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그녀는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100쇄를 넘은 이 책으로 저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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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400년 - 쉽고 재미있는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강학종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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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에 말이 없으면 답답합니다. 그런 때는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기가 참 힘듭니다. 불편한 상황인지, 그냥 잠시 쉬어가는 시간인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되물어보기도 하고, 여러 맥락이나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상대방의 심정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성경에서도 이런 지점이 있습니다. 구약과 신약 사이의 400년의 시간입니다. 물론 제2성전기 시기에 기록된 문헌이나 이를 배경으로 하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외경과 유대 문헌의 도움을 받는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400년의 시기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가진 정경에서는 세부적으로 알 수 없지만, 다양한 문맥을 통해 우리는 그때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시는지, 무엇을 원하시는지에 대해서 유추할 수가 있죠.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이 시기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여백 또한 예술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처럼요.


강학종 목사는 『잃어버린 400년』을 통하여 신구약 중간사를 이야기로 쉽게 풀어냅니다. 학문적이거나 신학적인 접근보다는 목회적인 시각을 더 담았습니다. 즉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쉽게 중간사를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이 책에 녹여냈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유대 문헌을 참고하지만 무엇보다 성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미처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본문이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구절들입니다. 여러 선지자들을 통해 선포되는 메시지에서 모든 나라의 흥망성쇠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선택한 이스라엘 백성이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사랑의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질책과 징계의 방법을 사용하시더라도 이스라엘 백성이 다시금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바라셨습니다.


이스라엘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끊임없이 하나님만을 신뢰해야 하는 나라로 선택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계략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는 어리석은 백성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 나라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십니다. '너희는 나의 백성, 나의 나라'라고 말입니다.


선지자의 메시지가 사라지고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지 않는 캄캄한 순간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이스라엘을 사랑하시며, 그들을 위해 일하고 계셨습니다. 오히려 더욱 극적인 장면을 위해 잠시의 여백을 마련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중간사는 바로 이스라엘의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기 위한 무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러 정치적 · 사회적 혼란은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기 위한 모판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현실 가운데 온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중간사의 배경을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사실 자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 장마다 '역사가 주는 묵상'을 통해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이 우리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여전히 일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깨닫게 하는 유익한 문장과 질문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비록 어렵게 보이는 복잡다단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말씀하시지 않는 답답한 상황 가운데서도 여전히 일하시고 계셨던 그 주님께서 지금 역시도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신실하신 주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셔서 끊임없이 사랑의 역사를 아직도 써 내려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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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 - 오늘의 그리스도인을 위한 사회사적 성경 읽기
박영호 지음 / IVP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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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텍스트라도 수신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메시지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예수와 사도들이 권면하는 윤리적 메시지들은 자신이 처한 구체적 삶의 정황에서 그 의미가 매우 달라집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라'는 명령은 마땅히 이해하지만, 당장 하루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에게 그 메시지는 무거웠을 것입니다.


이렇듯 텍스트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함께 읽혀야 합니다. 사회 경제적 상황과 동떨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죠. 당대의 사회 문화적인 배경을 깊이 알수록 텍스트는 더욱 다채롭게 다가옵니다. 무감각하게 읽어왔던 한 문장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자인 박영호 목사는 초기 교회사 연구인 자신의 논문 『에클레시아』를 통해 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 책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는 그동안의 연구를 대중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하고 설명한 책입니다. 특별히 바울의 편지를 받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삶의 자리'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저자는 오랫동안의 역사연구가 '정치사'에 치중되었음을 아쉬워합니다. 이는 '위로부터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권력, 외교 등도 우리네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실제적인 삶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백성들의 상황은 소수의 권력자들이 경험하는 환경과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치사와 대비되는 개념은 바로 '사회사'입니다. 사회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입니다. 평민들의 삶이 주축을 이루는 것이죠. 실제 대다수의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치적인 사건과 분리되지는 않지만 훨씬 더 큰 흐름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자는 사회사의 연구 방법론을 토대로 바울의 편지를 받는 공동체가 처한 환경에 집중합니다. 이들이 어떤 계층의 사람이었으며, 이들의 교육 정도는 어떠했는지, 그들의 예배는 어떤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며,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었는지와 같은 질문들이죠.


더하여 당대의 사회 문화적 배경에서 공동체의 상황을 폭넓게 조망합니다. 조합과 교회, 철학과 신앙, 회당과 교회 등은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둘을 비교하여 보면 교회의 특이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차별성을 알게 되면, 교회의 존재 자체만으로 당대 사회에 어떤 파급력을 지녔을지에 대해 유추할 수가 있습니다.


당시 교회의 정황에 대한 깊은 연구는 교회에 전해졌던 메시지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무감각하게 읽었던 성경의 한 문장이 색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건네집니다. 단순한 윤리적 지침으로 여겼던 메시지들은 보다 전복적이고 변혁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저자는 단순히 교회 공동체의 정황에 대한 분석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당시 교회가 경험했던 여러 문제들은 지금도 비슷하게 존재합니다. 더욱 깊어지고 입체적인 메시지는 또 다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지금을 살아내는 교회들에게도 묻습니다. 정말 교회가 교회다운지 말이죠.


우리는 당대의 교회가 처한 상황 가운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추상적인 초대교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구체적인 삶으로 성경의 메시지를 끌어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메시지를 끌어안고 '지금 이곳'에서 우리의 삶으로 복음을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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