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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없는 환상곡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가 다소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가운데 음악과 미스터리가 얽인 이야기라는 소리에 큰 망설임없이 사게 되었다. 예전에 '안녕,드뷔시'라는 소설이 언뜻 생각났기도 했고.
주인공인 '나'는 고등학교때 친구가 보내준 편지로 인해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한때 음악에 열정을 가지고 음대까지 들어갔으나 돌연 의대로 길을 바꿨고,그래서 잊었다고 생각했던 고교 시절과 음악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시 미소년 천재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치던 2년 후배 나가미네 마사토가 있었으니.
마사토-특히 슈만에 경도되었던 천재 소년. 그로 인해 나 역시 슈만에 빠지고,아울러 마사토가 하는 강의에 빠지고,비굴해 보이든말든 그에게 빠져들어갔다. 그들의 나날은 그야말로 음악과 슈만이 지배한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서 살인사건이 갑자기 일어나며-그 사건 뒤에 다시 마사토가 손가락을 절단당하는 사고를 겪고 만다.
사실 초반에 '내'가 받은 편지는...손가락이 잘린 마사토의 연주를 들었다는 동창생의 믿기 힘든 편지였던 것! 그래서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어느새 과거까지 회상하게 되고 만 것인데...
이 소설은 초반엔 도저히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편지만 보면 잠깐 '미스터리가 펼쳐지겠네' 싶은 생각이 들지만-곧바로 학창시절 과거로 돌아가며 거의 반 이상을 슈만과 그의 음악에 대한 지식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상당히 놀라운 반전이 펼쳐지는데,그것은 과연 놀랍기는 하지만 몇달전 렌조 미키히코의 첫 단편집(아마 연인이었던가? 회귀천 정사 바로 전에 나왔던) 중 한 작품에서 본 수법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새롭진 않았다. 물론 그 트릭과 많이 다르기는 해도.
작가분의 음악에 대한 깊은 지식과 비교적 어렵지 않은 풀이는 잘 알겠다. 그렇긴 해도 이 책을 집어들었을때 나의 기대는 적어도 음악과 미스터리가 잘 어울려진 추리소설을 읽겠지......하는 거였건만. 막판의 반전이 놀랍긴 해도 물과 기름처럼 솔직히 뭔가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아마도 이 책은 차라리 음악 청춘소설로 갔다면 더 낫지 않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