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이것은 늦깎이 노작가의 대단한 데뷔작

658, 우연히 ㅣ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고 숫자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게다가 사놓고 보니 작가 소개에 무려 42년생이라고 나와있던가? 더 놀라운 것은 이게 아마도 데뷔작이라는 거. 정말이지 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이뤘다는 그 점만으로도 충분히 존경스러운데(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쓴 작가분처럼)-하물며 재미까지 있다면! 

주인공은 은퇴한 형사 데이브 거니. 두번째 아내와 함께 한적한 생활을 하던 그였으나 형사시절 습관을 버릴수 없었던듯 살인범들의 사진을 찍어 전시하는 작품전을 하고 있다. 당연히 아내와는 서서히 틈이 벌어지는 중이랄까? 

헌데 그에게 오래전 소식이 끊긴 대학시절 동창이 전화를 해온다. 섬뜩한 편지를 받았다는 것인데,놀랍게도 그 범인은 두통의 편지를 보냈고,첫번째 편지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숫자를 내가 맞추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썼던 거다. 그리고 658이란 숫자를 생각한 그 친구의 생각을 정확히 맞췄고! 저명한 정신수련원을 운영하는 친구지만 이런 공포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거니는 아내의 보이지 않는 반대를 애써 무시한채 친구를 돕기 시작하지만 의문의 괴 편지는 계속 날아들고,마침내 친구는 살해당하고 만다. 게다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것은 친구가 끝이 아니었으니...제2,제3의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인데. 대체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범인의 목적은? 

여러가지 감정선이 얽히고 초반에 다소 늘어지는 경향은 있지만 그것이 지루하지만은 않으니 대단할 뿐이다. 크게 스릴 넘치거나 하진 않지만 600쪽에 가까운 이 분량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없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을 정도... 

작가분을 존경하고 싶다. 그리고 차기작도 출간된다는데 역시 기대해보겠다.

역시 이것이 SKT '공식' 만화인 것이다

SKT Official Comics 1
권정아 글 그림 / 드림북스 / 2011년 8월

SKT 하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국내 판타지의 인기작. 최근 애장판 1권이 나왔고 나 역시 사인본을 사서 짧게 리뷰를 쓴 적이 있다. 

이 작품은 이미 만화판이 나오긴 나왔는데...그러나 나오지 않은 것이나 또한 다름이 없다. 작가분 블로그에도 써있지만 이건 서로 합의하에 이루어졌다거나 제대로 그려낸 것이 아닌,한마디로 불법적인 것이었던 것. 더군다나 그 그림체를 한번 보라. 한숨이 저절로 나올만큼 어이가 없다. 

대체 그것의 어디가 여자같이 생긴 경국지색의 미인 엔디미온 키리안이란 말인가? 어디가 카론 경이고 도대체 무엇이 키스 경이란 것인가? 

이에 비해 이 공식판은 과연 미온경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화려하고 섬세하며 아름다운 그림체를 자랑한다. 또한 소설 스토리와는 살짝 다른 내용까지 담고 있으니 보는 재미도 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카론경의 외모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 또한 7천원이라는 가격은 아무래도 세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내가 옳았다. 이전 것은 절대 제대로 된 만화가 아니었던 것이니까. 그러니만큼 이 공식판의 2권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려본다.

데스노트 풍의 '최면으로 세상을 지배하리라'

로스트 브레인 1
아키라 오타니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9월

그림체는 아직 발전해가는 중인듯 싶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아마 저 제목에 어느 정도는 동조해주시지 않을까 한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 세상이 지겹고 쓰레기들만 가득찼다고 생각하는 전교 1등의 고등학교 남학생. 어느날 최면의 힘을 접하고부터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을 바꿀 힘이라는 것을 깨닫고,스스로 최면술을 익혀 우선 학교부터 지배하려고 나선다. 그는 자신에게 꼼짝 못하는 동급생들을 최면을 걸어 어떤 것이든 자신의 명에 따르는 수족 겸 실험체로 써먹고-전교 2등인 소년에겐 세상을 지배하는데 협력하자며 손을 내밀기도 한다. 

여기에 단초를 제공한(절대 본의도 아니고 이런 악한 생각을 가진 애가 있으리라 짐작도 못했겠지만) 저명한 최면술사 청년은 점점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자 이 사건들의 배후에는 사악하고 강력한 최면술사가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머리 좋은 주인공 소년은 상황을 역이용하여 도리어 범인을 최면술사쪽으로 몰아가는데...... 

어떤가? 역시 데스노트와 조금은 비슷하지 않은가? 다만 아무래도 역시 데스노트만한 역량은 없다고 본다. 우선 데스노트를 봤을땐 악하면서도 공감하게 만드는 야가미 라이토만의 마력이 있었는데,이 주인공에겐 그럴만한 매력은 없으니까. 오히려 최면술사 청년쪽이 좀 더 매력이 있다. 물론 그림체 역시 이쪽은 아직 어설픈 느낌이 들고 말이다. 

아무튼 제법 볼만하기는 하다. 그러니 2권도 기대해보겠다.

무난한 사자使者 이야기-츠나구

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츠나구. 이것은 죽은 자와 산 자를 잇는 사자를 가리키는 호칭. 사자는 산 사람이 만나고 싶은 상대를 지명하면 죽은 자와 교섭해서,만일 죽은 자가 그것을 허락한다면 둘을 일정한 장소에서 만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죽은 사람에게 만날 것인지 만나지 않을 것인지를 정할 권리가 있는 것인데...문제는 이 기회란 일생에 단 1번. 만남이 성립된다면 죽은 자도 다시는 산 자를 (설령 그 뒤로 다른 산 자가 만남을 요청해와도) 볼수 없기에 선택은 신중히 해야 한다. 물론 산 사람들 역시 한번 죽은 이를 만나면 절대 다른 기회를 가질수 없으니 신중해야겠고. 

이 책은 그러한 5편의 연작 단편을 다루고 있다. 첫번째부터 네번째까지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지고 마지막은 사자인 소년 아유미가 대대로 이어온 이 일을 받아들이게 되는 사연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아이돌과 그녀를 삶의 희망으로 따랐던 한 소심한 직장여성의 이야기. 장남으로써 감정을 감추고 집안을 위해 희생해온 한 중년남자와 그의 돌아가신 모친 이야기. 7년전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 헤매던 한 남자의 이야기. 단짝 친구가 사고로 죽자 고뇌하던 한 여고생의 이야기. 아유미가 좋아하던 할머니(이 할머니가 전대 사자였음)와 아유미의 이야기. 

이 이야기들 중 단짝 친구에 얽힌 이야기만 뒤끝이 다소 찜찜한 이야기였을뿐 나머지들은 몹시도 무난한 전개와 주인공들을 묘사해내고 있다. 크게 감동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은 잔잔한 이야기들을. 실종 약혼녀와 남자의 이야기가 그래도 가장 애달프긴 했지만. 

이걸로 무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확실히 설정이 환상문학쪽이긴 하지만 내용은 순문학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제법 볼만했으니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천년을 훔치다?

천년을 훔치다
조완선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8월

소재는 분명히 매력적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모태가 되었다는 초조대장경-인쇄본으로만 남은 이 전설의 판본에 사실 원판이 어딘가에 존재했다? 그리하여 그것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도굴범들과 문화재 관리당국의 불꽃 튀기는 혈전이 벌어진다는 것은. 

주인공은 도굴범들이다. 도굴하는 것은 분명히 범죄고 게다가 이것을 국내도 아닌 해외(특히 일본)에 팔아넘긴다는 것은 용서하지 못할 일인 거다. 소설상에서야 뭐 매력적으로 묘사될수 있고 하기에 따라서는 반대로 외국에 유출된 우리 유품을 가져오는 좋은 역으로도 언급될수 있겠지만. 

그런데 이 소설의 도굴범들은 매력적이지가 못하다. 악당이면 악당답게 악당임을 인정한다면 오히려 좋게도 보일수 있는데 자신들이 다치고 죽은 것만 왠지 내세우는 느낌이다. 그래도 스토리가 재밌다면 읽는 입장에서 용납이 될수도 있겠으나...긴박감이 꽤 떨어지고 늘어지며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이거 110쪽까지 인가? 읽다가 덮어버렸다. 훨씬 더 두꺼운 스완송은 700쪽이 넘는 분량을 끝까지 다 읽고도 전혀 지루함이 없었는데.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의 생생함이나 모두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지만 소재는 (좀 흔해도) 정말 좋았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