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토정비결의 작가분 신작 장편

환생탐험대 1
이재운 지음 / 현문미디어 / 2011년 11월

참 오래되긴 했지만 당시 토정비결은 히트작이었다. 재밌게 봤고 그냥 단순히 점치는 걸로만 알던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의 일생을 알게 되어 좋았다고나 할까? 이번 소설은 일단 그 작가분 것이기도 하고 설정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 사보게 되었는데-

대체로는 이렇다. 사고로 죽은 주인공과 어린 아들...둘은 영체 상태에서 떠돌다 먼저 죽은 부친의 알수없는 말에 의해 아들쪽이 먼저 사명을 각성하고 떠나간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이해를 할수 없어하면서도 서서히 신비로운 세계에 대해 깨닫게 되고 말이다.

이런 분야에 대해 쓴 소설을 보게 되면 역시 불후의 명작이자 대작인 퇴마록과 비교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다. 문제는 퇴마록이 워낙 뛰어난 명작이라 그런지 이걸 뛰어넘는 작품이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 게다가 환생탐험대는 토정비결 작가의 소설이라고 보기엔 다소 의아할만큼 문체가 유치하다고 느꼈다. 작가분이 역량이 없지 않을텐데.

그래서일까. 결국 대강대강 보고 말았다. 진부하긴 해도 이런 소재라면 조금만 잘 써도 분명 재밌을텐데 아쉽다.

망상 해수욕장 추리물 보관소??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
한유주 외 지음 / 뿔(웅진) / 2011년 10월

일단 저 독특하고 개성 강렬한 표지가 눈길을 잡아끈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바로 저 표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무튼 표지도 표지지만 특히 여러 순문학 작가들이 미스터리 물에 가까운 단편들을 썼다길래 호기심을 가지다가 결국 한번 사보게 되었다.

결과론적으로 말한다면 미스터리나 추리를 기대하고 봤다면 확실하게 실망할 것이다. 굳이 허접한 비유를 하자면 블랙 커피에 우유 1방울을 떨어뜨린 정도? 즉 내가 기대한 요소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특히 첫번째 단편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문장을 너무나도 길게 쓴건 그렇다 치더라도...쉼표를 뭐 그리 많이도 써댄단 말인가. 속된 말로 폼 나 보이려고 잔뜩 치장한게 아닌가 싶을 만큼 실망이 적지 않았다.

나는 추리를 좋아하고 역사를 좋아하며 SF와 만화를 정말 좋아한다. 그러니까 절대 추리나 스릴러쪽이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순수문학과 새드 엔딩이 품격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따라서,이번 단편집에 대한 것은 저 작가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실망이라고 할수 있겠다. 물론 개인 취향 차이가 있으니 다른 분들이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족이지만 순문학쪽 작가분쪽에서라면 역시 최근의 최제훈 작가님은 정말 주목할만하다고 할까? 오직 그 작가님 작품만 다음 소설을 기대하고 있다. 나오면 꼭 사보리라 생각할만큼.

나는 마구를 봤다

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올해도 어김없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나왔다. 그리고 최소한 올해 본 작품들 중에서는 이 마구가 최고였다. 방과후가 데뷔작이라지만 실질적으로 맨처음 쓴 작품이라고 하니 아주 많은 기대를 하고 본건 아니었는데,뜻밖의 보물을 본 기분이라고나 할까?

천재 강속구 투수인 고등학생 스다는 약체인 모교를 갑자원으로 이끈다. 명포수 기타오카와 콤비를 이룬 그는,그러나 수비수들의 실책 및 의문의 딱 1번의 폭투로 인해 1회전에서 아깝게 그 꿈을 접고 만다. 그리고...기타오카가 살해되고 그의 일기에 '나는 마구를 봤다' 라는 문구가 발견되며 사건은 긴박하게 흘러가는데...

한편으로 엉뚱하게 견실한 중소기업에 터지지 않는 폭탄이 설치되고 경찰은 그 범인을 쫓는다. 서로 관련이 전혀 없어보이는 이 두 사건은 어느 순간 어딘가에서 접점이 생기고-(의도와 실행방면에서 별개의 사건이긴 했다. 결과적으로는) 중간에 충격적이게도 스다까지 살해당하며 급진전을 보인다. 과연 범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전개라든가 각 주인공들의 모습,그리고 반전과 결말까지 신인작가의 첫작이라고는 정말 믿기 힘들만큼 수려하게 잘 쓰인 작품이다. 훗날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정말 이 작품부터 봤다면 다들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스다의 슬픈 운명에 마음이 아팠고 그의 마음에 공감했으니만큼 더더욱.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좋은 소설이었다. 오히려 얼마전에 나온 스키장을 무대로 한 작품(읽었는데도 제목이 갑자기......)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새로운 뱀파이어물,'피의 맹세'

블러드 오스 - 피의 맹세 ㅣ 스토리콜렉터 5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북로드 / 2011년 7월

블러드 오스. 즉 피의 맹세. 이 소설은 뱀파이어물인데 여지껏 나온 것과는 좀 다른 유형의 첩보 스릴러? 아무튼 새로운 시도라 할수 있겠다.

애송이 요원 잭(이었던가). 그는 백악관에서 잘나가다가 대통령의 딸을 건드린 사건 이래(좀 억울하긴 할수도 있겠다. 19세짜리 여자애였으나 그가 첫상대도 아니었으니) 표면상 좌천을 당하는데...새로 간 부서는 글쎄 수백살된 뱀파이어와 조를 짜서 사건을 해결하는 곳이 아닌가? 무슨 엑스 파일도 아니고.

이 뱀파이어(이름이 역시 기억나지 않는,그러나 사실상의 주인공)는 피의 맹세로 절대 자신의 파트너를 건드릴수 없게 되있다. 사실 그 자신 또한 인간의 피를 먹지 않는다 맹세했고 동물피로 연명하는 처지인데-조금 우습게도 신앙이 참 독실하기도 하다. 아무튼 이 둘이 파트너를 이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초반 부분은 다소 특이하기도 했고 둘의 티격태격(이라기보다는 거의 잭쪽의 일방적인 것이긴 함)과 파트너로 서로 맞춰가는 모습도 꽤 좋았다. 그러나 중반쯤 되어가자 지루한 면이 보이기 시작했달까? 결국 후반에 가서는 대강대강 읽고 말았다. 차라리 분량을 좀 더 줄이고 스피드감을 높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카오리와 맹인견 해피 이야기 완결

해피 33 - 완결
하마 노부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2월

생각해보면 이 정도로 순수한 만화가 오래 나오기가 참 힘들었을텐데...특히 국내 풍토에서 비록 앞부분이 절판되었다지만 완결까지 무사히 출간된 것이 신기하긴 하다. 처음과는 그림체가 살짝 변했지만 여전히 변함없었던 카오리와 해피였기에 더더욱.

아무래도 개의 수명이 있고 또 해피가 힘든 일을 해왔으니만큼 은퇴는 당연한 수순. 하지만 가족같이 지내온 해피였기에 떠내보내는 카오리는 힘들다. 그래서 차차 이별을 준비하고 또 은퇴 후 맡길 가정으로는 가장 친한 친구(아...이름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를 고른다. 그와중에도 속된 말로 오지랖 넓은 카오리는 같은 시각 장애인인 소녀와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 소녀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돕는다.

결말은 어찌 보면 예상되었던 것인데,결국 은퇴를 카오리네 집에서 시키기로 한 것이다. 해피랑 헤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야 좋은 일이지만-원래대로 친구네 집에서 은퇴를 시키고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는 결말도 좋지 않았을까 한다. 또한 만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왠지 나오는 사람마다 이혼한 가정만 출현하니 그것도 좀 그랬다. 일본에 이혼율이 그렇게 높은가 싶기도 했고.

아무튼 소위 말하는 '치유계' 만화. 따스한 작품. 해피를 볼수 있어 좋던 책이었다. 해피,이제는 편히 쉬며 카오리와 즐겁게 남은 생을 보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