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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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금은 돌아가셨을  할아버지는 개성 사람이다 .  정확하게는 ‘개풍군’ 사람인데 아버지는 자신이 고려의 도읍이었던  개성사람이라는 걸  꽤 자랑스러워했다 . 그리고 할아버지가  인삼 농사와 각종 채소 농사를 짓던 채농이었음을  돌아가실 때까지 자랑스러워 하셨다 . 그 지난한 일제 시대에도 할아버지는 쉬지 않고 농사를 지어 열둘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웠음을  아주 오랜 세월 잊지 않았다 . 그리고 늘 자랑스러워 하셨다 .
- 우리 아버지는  농림부 장관상 감이셨지.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셨던지.....

아버지는 삼 년 전   결국  고향땅을 밟지 못한 채  안타깝게 생을 마치셨다 . 이제는 고향에  맘대로 가셔서 그 그립던 산하를 혼으로나마 보셨을 것이다 .

지금 우리 사회는  일하지 않고도 돈 많이 벌고 호화롭게 사는 사람을 숭앙하는 기형적인 풍조가 가득하다 . 모든 능력은 자본으로 환치되고 ‘부자 아빠’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아비들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괴상한 종족으로 취급받는다 .

미국 버몬트에 살던 소년  로버트와 그의 가족은 셰이커 교도로 살아 간다 .  지금 미국 사회가 보여주는 물량과  황량함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인다 . 셰이커교도는  절제된 삶을 몸소 실천하며 산다. 유행을 따르거나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  1930 년대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개성에서 그렇게 살았듯이 .

로버트네는 5년 후 은행 빚을 다 갚으면 농장과 가축이 자기네 것이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산다 . 이들은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정성을 들여 천지 사물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다 .

어느 날 로버트는 우연히 옆집 태너 아저씨네 소 '행주치마'가 새끼를 낳으려는 걸 본다.그래서   행주치마가 새끼 낳는 걸 돕고 목에 걸린 혹까지 떼어내 주어 상처를 입는다 . 하지만 . 그 대가로 태너 아저씨한테서 새끼 돼지를  상으로 받는다 . 돼지를  받은  로버트는 핑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모든 정성을 다해 키운다 .

그러나 로버트네는 가난하다 . 가난하지만 비참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 가난 때문에  핑키를 도살해야했지만  로버트는 일하는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
아빠 손에서 냄새가 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퀴퀴한 냄새였지만 그게 아빠가 정직한 노동을 한  결과라는 걸 잘 안다 .
그래서 “...아빠의 온 몸에서는 열심히 일한 냄새만 가득할 뿐이.” 라고 생각한다 .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도 아이들이 이런 인식을 갖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

 아이들이 몇 평 아파트와 권상우폰과 몇 시시 자동차, 어학 연수 , PDA, 놀이공원에서 놀아주는 아빠 같은 걸로 자신의 부모가 지닌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  물론  아이들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마도 어른들 일 것이다 . 아니,  더 정확하게는  상업 자본이 지배 하는 미디어이겠지만 그 모든 것이 다 생각 없는 어른들 책임이다 .

이  문제는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 머잖아 아이들이 자라면 여전히  ‘부자 아빠, 예쁜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쓸 것이고 그것은 영원히 자본만이 발언권을  갖는 참담한 사회가 도래한다는  어두운 예단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

그래서 이 책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 나는  부자  엄마도 예쁜 엄마도 아니기에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일하는 삶이 아름답다 ’ 는 걸  깨닫길 바랐다 .   아비와 어미가 힘들게 일하고 어렵게 벌어온 돈을  아껴 쓰고 가치 있게 쓰기를 기대 한다 . 이 시대 모든 아이들이  핸드폰과 PDA와 디카, 전자수첩을 갖고 있더라도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욕망을 자제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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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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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른들은 자식을 많이 낳으면서 각자 저 먹을 걸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

아마도 그건 농경시대 혹은 수렵시대에 제 몸으로 먹을 걸 만들어야 하니까

오랜 경험을 통한 당연한 진리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어떨까 ? 지금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할 것같다 .

부모를 잘 만나면 좀 더 먹고 살기가 좋고

아주 잘 만나면  이제는 父情이 넘치는 아비가 된 누구처럼

29 세에 대기업 회장도 될 수  있으며

잘 못만나면 이 책 '소금꽃나무 ' 저자 김진숙처럼 처녀 용접공이 되어야 한다 .

 

나도 지금까지 예닐곱가지 직업을 거쳤지만

김진숙이 어린나이부터 겪어야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

아, 공통되는 부분도 없잖아 있긴하다 . 그러나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한 것,

절박하게 살지 못한 것, 기막히게 살지 못한 걸 반성하며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저자 전화번호를 얻고 싶었다 .

저기요 , 제가  언제 한 번 만나서 맛있는 밥도 사드리고 싶고요 ,

원피스 입고 삼랑진 딸기밭도 함께 가보고 싶고요 ,

혹시 우리 동네 오시면 집회 끝나고  아무 때나 저희 집에서 자고 가세요.

그런 말을  하고 싶어서 .......

 

<하나/이 땅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을 읽으며 나는 가슴을 자꾸 쓸었다 .

이  부분은 이 강철소녀(내게는 소녀로 보인다 ^^)가 우뚝 선 노동자로 진화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그 숱한 세월들, 아픔과 슬픔, 그리고 각성이 고귀한 보석으로 정련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

-어차피 니가 여기 온 건 아무도 몰라 . 니 하나 죽으면  돌멩이 매달아 바다에 던지면 그뿐야 .

순순히 불어  . 여기서 살아나간 사람 벨로 없어 .(28쪽)

민주노조를 만들려고 했다가 잡혀가서 소녀는  이런 공포를 맛본다 .

그리고 지금도 16 년이 지나서도 꿈을 꾼다 .

-시퍼렇게 멍든 채 퉁퉁불은 내 시체가  바다에 둥둥 떠있고 , 고기들이 뜯어먹고 ,

내가 네모난  쇠 상자 안에 갖혀있고 , 밖에서는 두런두런 말소리, 같이 용접했던 허 씨

아저씨 목소리, 내가 갖힌 상자를 용접하는 불꽃....... 아저씨, 나에요, 나 진숙이에요,

하지 마세요 ,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입은 막혀있고 불꽃은 번쩍인다. 두 팔다리가

한꺼번에 뒤로 묶여 버둥거릴 수도 없는데 일류 용접사 허씨 아저씨의 용접 불꽃은 번쩍이고 ......(31쪽 )

 

이렇게 가위눌린 청춘을 보내면서 김진숙은 말한다 .

--국민의 대표로 국회에도 들어가고 정부요직에도 들어가고 언론에도 들어갈 만치 

 그들은 개과천선한  걸까 ?그들이 반성하는 말이나 사죄하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누가 그들을 용서한 걸까 ?(32쪽 )

 

내가 김진숙을  처음 본 것은 김주익열사가 사망한 추모식을 하는 민주노동당대회였다 .

그때는 김진숙이 누구인지 몰랐는데 웬 마르고 짱짱한 여성이 한 명 나와

검은 옷을 입(었다고 기억한다 )고 추모사를 했다 .

<셋/더이상 죽이지 마라 >에 나오는 김주익 열사 추모사를 현장에서 들었다 .

그때 김진숙은 사자가 울부짖는 것 같았다 . 우리는 김진숙의 포효를 들으며

소리내어 울었다 . 같이 못 죽은 게 죄악같았다 . 김주익이 129 일간 크레인에 매달려있을 때

거기 한 번 못가본 것이 마음 아파 뜨거운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절망스러웠으면 그 어린 것들을 두고

몸을 버렸을까 싶어서 눈물콧물을 흘리던 게 떠오른다 .

아니, 지금도 김주익열사를 생각하면 춥고 외롭고 절망스럽던 그의 마음을 느낀다 .

그를 그렇게 만든 , 수많은 김주익을  만드는 이 자본주의라는 괴물에

공포를 느낀다 .

 

-노예가 품었던 인간의 꿈. 그 꿈을 포기해서 박창수가, 김주익이가, 그 천금같은 사람들이,

그 억만금같은 사람들이 되돌아올 수 있다면 , 그 단단한 어깨를, 그 순박한 웃음을,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볼 수 있다면, 용찬이 예란이에게, 준엽이, 혜민이,

준하에게 아빠를 다시 되돌려 줄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

 자본이 주인인 나라에서 , 자본이 천국인 나라에서, 어쩌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감히 품었단 말입니까 ?어쩌자고 그렇게 착하고,

어쩌자고 그렇게  우직했단 말입니까 ?(121 쪽 )

 

 

그리고 김진숙은 묻는다 .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강고합니까 ? 비정규직을, 장애인을,농민을, 여성을, 그들을 외면한 채

우린 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 아무리 소름 끼치고 , 아무리 치가 떨려도 우린

단 하루도 저들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으므로

깨지는 겁니다 . (123 쪽 )

 

김진숙뿐만이 아니다 . 이 땅의 숱한 노동자들은 그들의 땀으로 소금꽃을 피우는

나무가 되어 밥을 벌었던 것이다 .

-중학교 2 학년 때 학교를 포기하고 '뭔가 있을 것 같은 ' 서울로 무작정 가서 종이 공장부터

시작했다는  노동자 생활이 30 년 (76 쪽 )

강석용씨...

-소련이 망하고 동구 서회주의가 무너졌던 그 날도 변함없이 용접가스를 마시고 ,

쇳가루에 밥을 섞어 먹으며 신나냄새를 공기보다 더 많이 마시면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 절막한 생존권의 벼랑 끝에서 나무뿌리를 부여잡듯

그렇게 노동조합이라는 희망을  붙잡고 버텨 온 사람들...한 번도 앞서거나 빛나지 않은 채

30여년을 그렇게 살아왔고 수 십 년을 그렇게 살아 갈 사람들(77 쪽 )

 

그런 보석같은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전망을 찾아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아직도 그런 사람들은 칼바람을 맞으며 싸워야

하는 걸까 ?우리가 연대하지 않으면 곧 불어닥칠 한미 FTA광풍 속에서

나와 우리 자식들은 가차없이 비정규직이 되어 다시 칼바람 속에 서야 할 거라는

무섭고도 현실적인 데자뷰를 본다 . 무/섭/다......

 

그런가하면 <일편단심 상집>에 나오는 '대우조선 노동조합 권동기' 노동자는

각성한 노동자가 보여주는 전형을 매우 즐겁고도 풍자 , 해학 가득한

언어로 보여준다 .

 

- 나가 사십 펭상을 살아 봉께일펜단심으로 질게 나가먼 이게 빙신 취급하는 시상이라 ......

87 년엔 말허잘 것도 없고 그 후로도 ‘V 년 동안  대우 조선에도 앞장š섦?잘난 사람

겁나게 많어라. 그 사람덜 지끔은 설탕물 뽈아묵겄다고,회사쪽으로 줄을 바까 서 붕께

내 겉은 기 다 빛을 보지라. 회사에서 설탕물을 자꾸 중께 언놈이 산삼꽃 따 묵겄다고

첩첩산붕 헤매고 댕길 것이요, 안 그려라 ? (80 쪽 )

 

그래서 김진숙은 이렇게 일편단심 상집 활동을 하는 그를 보고

굴종의 강을 건너 본 사람만이, 그 강물이 다디단 꿀물이 아니라

빠져들수록 깊디깊은 오욕의 수렁임을 알 것 (92쪽 ) 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게 노동자들은 더 큰 단결로 투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 게다 .

 

그런데 내가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여섯/ 상처 >다 .

이 책 전체가 김진숙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진정성을 보여준다 . 하지만

부모와 형제, 친지들에 관한 이야기는 그가 딛고 선 현실을

얼마나 칼날같은가를 증명하며 그래서 강철소녀 김진숙이 더욱 아름다워보인다 .

그는 분명 럭셔리한 의상과 소품을 일상으로 가질 수 없었을텐데도 아름답다 .

그것은 내면에서 우러나는  진실의 정수다 .

그는 삶 전체를 불꽃으로 태워 주위를 밝히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아, 아무리 단단해도 그는 머리 올리지 않은 소녀이겠지만

그 숱한 상처를 딛고 살아온 걸 보고 나는 진실로 숙연해졌다 .

내가 살아온 게  가식과 위선과 동의어처럼 느껴졌다 .

부끄러웠다 .

나도 평생 일하면서 살았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했지만

나는 비겁했기 때문이다 . 나는 도망자였기에......

 

아름다운 강철소녀 김진숙, 그가 피운 소금꽃나무,

수많은 노동자들이 피운 소금꽃나무,

그 소금꽃나무들이 부르짖는 노동해방을 이루기 위해서 이 책이 어느 정도라도,

 퍼지는 그만큼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가질 거라고 확신한다 .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것처럼 사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이라는 건

만고의 진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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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Emma 6
카오루 모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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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이후로 재미있는 순정만화를 별로 읽지 못했다 .

엠마는 조용히 그리고 깊게 생각하는 지성이 느껴지는  메이드다 .

사실 메이드라고 하면 시녀나 하녀 정도로 번역하지만

2006 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시점으로 보면 그냥 고용인이다 .

물론 그 흔한 사무직으로 PC앞에 앉은 건 아니지만 .

말하자면 메이드는   요즘  새롭게 인식하는 파티쉐나

푸드스차일리스트나  플라워디자이너 혹은  청소대행업, 세탁물 관리자,

의상코디네이타 , 전문 비서같은 직업군일 것이다 .

19 세기 영국 사회를 보여주는 게 일본 여성 작가라는 게 좀  이율배반적이지만

캔디캔디나 베르사이유의 궁전도 영국이나 프랑스를 무대로 했으니 뭐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

여기 나오는 엠마의 주변 풍경은 마치 영화 '오만과 편견' 에 나오는 것과 흡사하다 .

엠마는 그 누구보다도  매력적이지만 조용한 아름다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며 터무니없는 신데렐라 판타지를 가지지 않은 소녀다 .

엠마에 비해 윌리엄은 무슨 매력이 잇는 건지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이런 신분 차별에 대해 메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7 권에선 ...미국으로 간 엠마가 자신이 가진 영민함   덕분으로

새로운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여성이 되길 바란다 .

사실 보수적인 사회에서 엠마는 윌리엄과 결혼을 한다해도

사교계나 뭐 그런 주변 환경 때문에 제대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

그러나 저러나 의문은 ..그렇게 오랜 세월  메이드 생활을 했는데

자식도 없는 케리 선생이 유산을 한 푼도 주지 않았는지  이상하다 .

또한 하킴의 역할은 무엇인지 ?

엘레노아는 나쁜 여성은 아닌데 귀족가 따님은 그렇게  하는 일도 없이

맹하게 사는 건지 좀 이해가 안 간다 .

맨날 놀고 먹고 예쁜 옷 입고 지내는 귀족 딸 생활이 부럽기도 하고

지루할 것 같기도 한  무수리 출신 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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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13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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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를 보기 위해  차를 세우고 일단 읽은 다음에 떠나기도 했다 .

나는 처음부터 형제의 아버지는 어디있을까 궁금했다 .

어린 에드워드와 알을 남겨두고 떠난 아버지는 독립군이거나

비밀에 싸인  인물이어야만 가능하다 .

13 편 에서 보여주는 에이하임의 모습은 세계를 완전한 혼란으로  몰아넣을 요소가 충분하다 .

그러면 도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글고 가려고 호문쿨루스가 판치는 세상이  되었단 말인가 ?

 

사실은, 사실은  지금 세상을 사는 자본가 자체가 호문클루스라고 생각한다 .

그들은 자본의  힘으로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호문쿨루스다 .

그들의 뱃속엔 아득한 탐욕과  돌이킬 수 없는 사악함만이 가득하다 .

그리고 그것을 조종하는 '아버지' 라는 존재 .

 

에드워드와 알이 그토록 찾아다니는 '어머니' 연성은 , 말하자면

잃어버린 인간성 혹은 진정성을 가진 참된 인간의 생명 살아있는 건  반드시

소멸한다는 한시적 조건을 통한 유한성, 그리고 여유다 .

 

 다시  생각해보라 .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살아서 먹고마시고생식하고싸고자고일어나는 영원한 지옥을

겪어야 한다면  그것은 도저히 벗어날 길 없는 악몽이다 .

그런데도 이 만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은 영원한 삶을  가지기 위해

죽은 것을 살리기 위해

 잃은 것을 찾기 위해 고난의  길을 간다 .

 

죽은 것은 그냥 허공에

늙는 것도  진화니까 내버려두고

잃은 것은 잊어버리고

헤어진 이는 그리워하며 그냥 살 일이다 .

그게 섭리고 순리며 우주의 질서다.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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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2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하임이 아니라 호엔하임 입니다..

소금연못 2006-06-2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 호엔하임이군요^^ 감사합니다.
 
과격하고 서툰 사랑 고백 우리시대의 논리 1
손석춘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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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랑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친구가 있다 .

그 친구와 내가 처녀적부터 하는 농담이 있는데

" 아무개 마누라는 언제 죽냐 ? 재취로 가게......" 하는 것이다 .

 

그 " 아무개" 는  정영일이었던 적도 있고 (정영일이 먼저 죽었다 )

윤이상이었던 적도 있는데다 (윤이상도 먼저 죽었다 )

신영복이었던 적도 있고 제임스 스페이더였던 적도  있으며

장국영이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장국영은  알고보니 사랑하는 여자조차 없었다 -.-;;

 

마누라가 먼저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 명단에  지금도 끼어있는 사람은

서준식,서경식, 서승, 삼 형제에 ^^ 하종강 ,홍세화, 최장집,그리고 손석춘이다 .

이들은 어쩌면 우리 두 사람이 접하고 있는 세계의 대표적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들이 사실은 알고보니 바람둥이었을 수도 있고

돈벌레였거나 여성비하를 일삼는 존재들일 수도 있다 .

그런 건 사생활이기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

어쨌든 간에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우리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고있는

사람들을 꾸준히 흠모해왔다.

끝없이 낮은 데로 흘러가는 깊은 사람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흠모의 실천은 오직 그들의 책을 사서

읽고 독후감 쓰고 퍼트리는 길 뿐이다 .

아참! 또 한 가지! 모든 생일, 이사, 승진, 결혼, 득남, 득녀  선물은

그들의 책으로 단일화해버리니 심플하고 그레이스하고 쿨해서 좋다 ^^

 

손석춘의 책은  아마도 거의 다 사서 읽고  퍼트렸을 것이다 .

그러므로 이번에 읽게 된 <과격하고 서툰 사랑 고백>도 이미

어디선가 읽어서 낯익은 글들이다 . 한겨레이거나 오마이뉴스거나

아니면 이미 기호가 되어 내 머릿 속에  각인된 친밀하고도 익숙한 고백들이다 .

 

나는  독자로서 혹은 청자로서 손석춘을 대면한 일이  두 번 있다 .

그리고  언젠가 <진품명품> 에 내보내기 위해 저자 사인도 충실히 받아 두고 있다 .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예단하고 있다 .

나에게  있어 <손석춘>이란 고유명사는 이미 보통명사가 되었다 .

이번 책도 읽어보면 그가  왜 이렇게 진지하고 절실하게 돈도 안되는 일에

매진하는 건지 또 궁금해진다 . 손석춘 정도면 매명을 일삼아 더욱 럭셔리하고

스페셜하게 ^^ 살 수 있을 텐데 끝없이 말과 문화와 의식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게 보인다 .

 그의 진정성,그의 사랑, 그의 애끓는 한 점 붉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약하고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다 .

그는 '유영철 ' 을 볼 때도 사이코 살인마로 보기보다는 '사랑에 목말랐던 ' 가여운 자로(213면)

정운영의  그릇된 명망성도 '잘못을 지적해주는' 진실함으로 대하며(216면)

노무현, 이건희, 이남원을 대할 때도

'왜 스웨덴에서 삼성과 현대가 팔리면서도 아기를 수출하는 자본' 이

되는 건지를 정직하게 묻고 있다 (224 면 )

 

사람들이 다같이 조선일보라는 창을 통해서 세상을 읽을 때

그는 홀로 광야에 서서 "아니다' 라고 외치는 사람처럼 보인다 .

실제로 너무나 많은 학자, 언론인, 지식인들이

대중과 정권과 자본에 빌붙어 방울을 딸랑거릴 때도

그는 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지치지도 않고 내뱉고 있다 .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민망해서 악수도 나눌 수 없는 사이가 될

그런 쓴소리 , 올곧은 소리를 굽히지 않고 하는 것이다 .

도저히 사람좋단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어느 시점에선 굽히지 못했으므로 꺾어질 그런 사람처럼 보인다 .

그런 글들이 가득찬 보석 자루같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

도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여일하게 "그건 올바르지 않다!"고

보살의 얼굴을 한  투사가 되어 외칠 수 있단 말인가 ?

 

내가 아는 한 그의 시선은 이성적이며 그의 글은 진실하고 그의 인식은 바람직하다.

이렇게 온통 자본과 세계화, 신자유주의 해일에 휩쓸릴 때

그는 끝까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우리에게 알려주며 실천할 것을 믿는다 .

그는 그럴 것 같다 . 반/드/시.

그렇지 못한다면 일개 독자인 내가 " 당신은 타락했으니 절필하는게 좋겠소!" 라고

잘못을 지적해줄 것이다 . 후배는 아니지만 (218면)

 

덧붙여,

377면 까지 밑줄 그으며  읽고나서 , 이제 익숙해졌으면서도  낯선 단어 몇 개를

찾아보려고 하는 순간,378 면에 '책의 이해를 돕는 작은 사전'이 준비되어 있다!

ㅠㅠ 내가 찾아보려고 적어둔 단어는 이것이었다 .

1. 지며리/차분하고 꾸준한 모양(92 면)

2 . 말살에 쇠살 /전혀 조리가 맞지 않음 (177면 )

3. 보비리 /아주 아니꼽게 느껴질 정도로 인색한 사람 (212 면)

 

그리고 그리운 낱말 "듣그럽다/소리가 귀에 거슬리다 "-->>

이 낱말은 고향이 개성인 우리 아버지가 쓰던 말이다 . 우리들이 시끄럽게 웩웩대면

"아! 듣그러워!" 하시던 게 떠오른다 . 아버지는 4 년전 고향에 못 가보고 돌아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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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7-06-2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입니다.
도서에 관한 리뷰를 출판사 홈페이지로 담아갑니다.
미리 허락을 얻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글이 다른곳에 옮겨지는걸 원하지 않으신다면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주세요.
확인즉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humanitasbook.co.kr
입니다.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