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엔 텅 빈 공동(空洞)이 아주 크게 나 있다. 네 살 된 딸이 죽으면서 생겨버린 공동은 아내로 인해 채워질 줄 알았지만 아내와 사랑을 나눌 때마다 조금씩 깊어지고 더 커져서 이제는 그 무엇으로도 공동을 채울 수가 없어졌다. 아내는 나를 사랑하지만 나는 아내의 사랑에 대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아내에게 필요한 건 나의 가슴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이었고, 나의 품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품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다른 남자들과 잠을 잔다는 걸 알지만 그걸 아내에게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아내가 나를 떠나가게 될까 봐, 그러면 내 속의 텅 빈 공동이 모든 공간을 차지하고 잡아먹어 어둠만이 내 속을 채우게 될까 봐 두렵다. 그러나 아내는 내가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잠을 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걸 애써 꺼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둘 다 상처를 받았지만 제대로 상처를 받는 법을 알지 못했다. 제대로 상처를 받았다면 아물어 흉터가 생기더라도 상처는 치료가 되지만 제대로 받지 않은 상처는 점점 곪고 곯아서 깊어지기만 한다. 어쩔 수 없다. 살아가는 수밖에. 가끔 우리끼리 안아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내는 길밖에 없다.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야금야금 먹어가며, 없는 맛도 참고 견디며, 평화 따위 없더라도 살아가는 것이다. 제대로 상처를 받는 방법은 아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아내를,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아내를, 거짓 없는 아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내가 상처를 받는 일이다. 그걸 아내가 죽고 난 후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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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가 유치하고 다른 오티티 드라마 시리즈보다 리얼리티가 떨어지지만 뼛속까지 곪고 곯아서 터지지도 않는 사회범죄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재미있다. 현실의 범죄자들 하나같이 교정 시설에 들어가면 잘 먹고 잘 지낸다. 내가 구치소에서 근무를 해봐서 아주 잘 알지. 떠들썩하던 사건도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은 전부 잊는다.

그래서 모범택시 같은 드라마가 필요하다. 모범 택시는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시리즈 내내 끌지 않는다. 우영우처럼 1, 2회 안에 하나의 사회범죄가 해결된다. 그 점이 좋다.

미드 홈랜드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즌 3까지 가도 끝이 나지 않아서 아후 보는데 지친다 지쳐. 홈랜드는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재미있지만 너무 오래 끌고 머무 길고 너무 답답한 캐릭터가 진을 치고 있고 너무, 너무하다.

그에 비해 모범택시는, 그래 이 죽일 만큼 거슬리는 피피엘만 참아낸다면, 뉴스를 장식하는 각종 개싸이코범죄자들을 통쾌하게 잡는 게 좋다. 이렇게 끊임없이 영화든, 드라마든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뤄야 망각에 중독된 사람들이 빨리 잊지 않고 사회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학폭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니까 임명 하루 만에 아들내미 학폭 때문에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하지 않나. 이 사람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아들 학폭 터졌을 때 항소한 것도 사람들은 몰랐을 것이다.

이런 복수극에서 궁금한 게 꼭 있는데 시즌 1에서 엔번방처럼 여자 친구 몰카 찍었던 그놈, 김도기가 곧츄에 드릴 발사했잖아. 몇 방이나 쐈다. 이 자식 어떻게 사는지 존나 궁금하네. 신데렐라가 아름답게 끝났지만 그 후가 너무 긍금하니까 이적이 노래로도 만들었잖아. 림여사의 김도기를 향한, 아니 왕따오지를 향한 복수는 어떻게 될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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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복수단체 모범택시. 그래서 이들은 누구보다 피해자들을 돕는 것에 적극적이다. 유튜브에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 변호가 한 명과 일반인으로 구성된 탐정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돕는다. 이들의 활약으로 경찰에게 배재되고 법으로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서 실제 광역수사대에서 내사를 받기도 했다.

아무튼 모범택시는 온통 상처뿐인 피해자들이 모여서 복수대행을 시원시원하게 하는 내용이다. 공중파라 너무 거슬리는 피피엘을 참는다면, 또 욕을 시원하게 해야 할 장면인데 욕이 나오지 않는 것을 잘 넘긴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시리즈 2가 나왔기 때문에 시리즈 1을 이야기하면 근래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인간 이하의 것들이 저지른 범죄를 소탕하는 모범택시의 모습이 통쾌하게 나온다. 법은 누구의 편? 그건 기득권자들의 편이다.

범죄자 교화에는 100만원 쓰면서 피해자에게는 5만원 정도 쓰는 게 법 테두리 안의 예산편성 뭐 그렇다. 왜냐하면 그래야 정부의 실적이 표가 나기 때문이다. 법과 정의는 권력자와 재벌, 부자의 편이다. 돈 없고 억울한 피해자의 편이 아니다.

이제훈의 귀여우면서 망가지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고, 007의 자동차 공장 같은 분위기와 주인공 주위의 캐릭터들, 어딘지 모르게 분노의 질주 같은 장면도 떠오르는 모습도 재미있다.

시리즈 1에서 학교폭력 탭터에서 옥상에서 여러 명과 결투를 할 때 이제훈 대역의 표가 너무 났다. 또 이어팟으로 대화를 하던 이제훈이 대표에게 말을 듣고 알았다고 하면서 마치 앞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는데 이건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했음. 또 펜치로 얼굴을 가격 당했는데 얼굴이 너무나 멀쩡한 것도 오류다.

요즘 뉴스에서 검사들의 기사가 많이 나와서인지 강하나 검사가 가장 답답한 캐릭터로 보인다. 12화가 넘어가면서 같이 사건을 파헤치던 검사가 죽고 나서 강하나 검사도 바뀌는 모습이 나오지만, 강압적인 모습이나 아무튼 제일 갑갑하게 나온다. 그래도 각종 영화의 패러디와 순종적이기를 바라는 림여사의 이제훈을 향한 애틋한 코믹 러브러브 장면도 재미있다.

이야기를 질질 끌지 않고 통쾌하게 복수하는 게 좋아. 시리즈 2 예고편에서 이제훈의 엄청난 몸으로 시작을 하는데 일단 교정 시설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는 머리를 길게 기르지 못. 아무튼 복수 대행은 모범택시로. 비발디의 겨울이 계속 나오는데 이 버전을 주미강 버전으로 들려 줬으면 더 좋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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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를 터는 이야기 1편으로 80년대 나온 하루키의 초기 단편 소설인데요, 유튜브를 뒤지다 보니 82년 단편영화로 만들어진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1편의 내용은 대충 알지요? 두 명의 주인공이 엄청난 공복으로 빵가게를 털러 가는데 그 안에 여자 손님이 아주 오랫동안 빵을 고르고 있고, 계획대로 빵을 털자는 주인공과 안 된다는 또 다른 주인공.


너무나 천천히 빵을 고르던 여자 손님이 나가고 난 후 주인을 위협하지만 주인은 그냥 빵을 먹으라고 합니다. 대신 주인은 주인공들에게 저주를 내리면 안 되냐고 하고 주인공 중 한 명은 반대합니다. 두 주인공은 좋아하지 않는 바그너의 음악을 들으며 빵을 먹는 걸로 합의를 보는 내용인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 중에 빵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조방호로 한국배우인지는 모르겠어요. 56년 생으로 여러 일본 영화에 나오다가 97년에 사망한 것으로 나옵니다. 두 주인공으로 스와 타로(54년), 오쿠무라 키미노부(30년~09년), 여자 손님으로 무로이 시게루(60년)가 나옵니다.


빵가게 습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단편도 볼 만합니다. 영화는 유튜브에서 Attack on a Baken (1982)라고 치면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J-BuRgQPug <= 하루키의 빵가게를 습격하다 단편영화 8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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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판다. 그냥 구워 먹기만 하면 된다. 소고기에 밴 양념도 맛있어서 뭘 더 넣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입에는 양념이 좀 짜기에 한 번은 버섯을 잔뜩 넣어서 구워 먹었다. 그래도 좀 짜다 싶으면 밥을 잔뜩 먹으면 된다. 이걸 꽉 눌러서 불판에서 직화로 구워서 먹는다면 언양불고기식이 될까.


소고기는 꼭 소고기가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나에게는 미역국이 그렇다. 미역국에는 담치가 들어가는 미역국도 있고, 가자미가 들어가는 미역국, 성게알이 들어가는 미역국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미역국이 최고다.


또, 소고기 뭇국이 그렇다. 잔치나 장례식장에서 먹는 소고기 뭇국도 아주 맛있다. 촌이나 시골의 5일장에 가면 소고기 뭇국을 파는데 정말이지 너무 맛있다. 이상하지만 장터에서 먹는 소고기뭇국은 왜 그렇게 맛있나 몰라. 밥을 말아서 후루룩 먹으면 추운 날에도 몸이 뜨겁게 데워진다. 장날에 먹는 소고기 뭇국은 먹고 있어도 옆에서 어르신들이 막걸리와 함께 맛있게 드시고 있으면 남의 것이 더 맛있어 보이기도 한다.


소고기는 버섯과도 잘 어울려 만약 송이를 굽는다면 소고기와 찰떡 궁합니다. 나는 송이는 구워 먹기보다 생으로 그냥 아작아작 먹는 게 좋지만.


요즘 한우가격의 폭락으로 소를 키우는 농민들이 울상이다. 시름이 하루하루 깊어진다고 한다. 소비자는 예전처럼 비싸게 한우를 먹는데 도매가격이 엄청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농식품장관은 내년까지 암소 14만 마리를 죽여서 한우가격을 안정화하겠다고 했다. 소고기를 먹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뭔가 문제가 터지면 그 원인이 있을 텐데 그걸 찾아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을 치워버린다.


우주경제 개척자 간담회 자리에 윤하를 불렀다. 이유는 노래 제목에 우주에 관한 제목이 많아서였다고 한다. 사건의 지평선이 블랙홀의 한 부분이지만 노래 내용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정부에서 일하시는 고위 공직자분들이 노래는 전혀 듣지도 않고 노래가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고 윤하를 일단 부른 것 같다.


오늘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데 마카롱 가게 앞에서 한 무리의 여자들이 오다가 그중 한 명이 “여기 잠깐만 사고”라며 마카롱 가게로 들어갔다.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마카롱을 사러 들어간 친구를 기다렸다. 여기 잠깐만 사고,라는 말은 어떻게 봐도 이상한 말이다. 그 말은 ‘여기 마카롱 가게 앞에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나 마카롱 좀 사 올게’라는 말이다. 일반인이기에, 그리고 친구들은 그녀의 말을 다 알아듣기에 이상하지만 사용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통수권자가 이렇게 문맥이 이상한 말을 한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는지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이제 없애 버렸다. 윤하가 참석한 자리에서 통수권자는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시작하는데 끝맺음은 이상하게 끝났다. 문장이 길면 이해하겠지만 한두 줄짜리 문장인데도 오류다.


정치인 이야기하는 김에 요즘은 정치인들이 티브이 어떤 예능인들보다 웃겨서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 안철수 눈썹은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갈 셈일까. 앵그리버드의 인간화를 보는 것만 같다. 눈썹은 무서운 것이 없을 정도로 올라가는데 몇 주 동안 찍 소리 한 번 못하고 지질한 모습만 보여서 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저러다가 대선은커녕 당대표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안철수는 예전부터 카페오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카페오레는 고급지고 맛있는 음료지만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이번 당대표 토론을 보니 창과 방패가 붙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한 명은 공안 검사출신으로 창이 되어 찌르고, 한 명은 판사 출신으로 방패가 되어 막는다. 둘 다 법이라는 테두리를 잘 알아서 창은 ‘만약 거짓이 있다면’으로 공격을 하니, 방패는 ‘만약 나에게 불법이 있다면’으로 막아냈다. 거짓과 불법은 차이가 크다. 그 차이를 두 사람은 잘 알고 있기에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증거가 될 만한 말을 가려서 공격과 방어를 한다. 껌뻑껌뻑이는 가가멜을 닮은 주자의 땅 사건은 내가 사는 도시의 일이라 그때에도 지역에서는 떠들썩했지만 뭐 하나 밝히지 못하고 그냥저냥 넘어갔다.


스머프의 가가멜은 실은 너무나 똑똑한 과학자였다. 스머프를 잡기 위해 스머패트를 만든 사람이 바로 가가멜이다. 스머패트는 복제스머프다. 가가멜은 물리보다 화학에 천재성을 보였던 과학자였다. 남자들만 있는 스머프들을 몽땅 잡기 위해 스머패트를 이용해서 유혹하려고 했다. 하지만 파파스머트 덕분에 스머패트는 스머프의 편이 된다. 전부 남자인 스머프 마을에 스머패트 혼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세트라는 꼬마숙녀 스머프도 있었다. 오랜만에 짭조름한 소고기를 구워 먹다 보니 별 생각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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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2-25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소 14만 마리를 죽인답니까?
중요한 건 그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든 도매가와 소매가의 균형을 맞출 생각은 안하고
애꿎은 소만 죽인다는 말입니까? 허허. 믿을 수가 없네요. ㅠ

미역국은 끓이는 방법이 여러 가지긴한데
소고기 미역국이 최고긴 하죠.
만일 소고기가 없다면 북어채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긴 해요.
들기름에 살살 볶다가 물을 붓고 푹 끓여서 마지막에 들깨를
넉넉히 풀면 나름 나쁘지 않아요. ㅎㅎ

교관 2023-02-26 12:33   좋아요 0 | URL
그렇다네요 ㅋㅋㅋ 자살율 줄인다고 번개탄 생산을 줄이고,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지방대학들이 줄 도산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학교내 술집을 만든다고 하고요 ㅋㅋㅋㅋ 너무 창의적인 정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