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거스턴, 인 더 스튜디오 1975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건강이니 뭐니 하지만 나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인간이다. 하지만 담배가 몸에 맞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면 먹은 음식을 다 토하고 만다. 어릴 때에는 그걸 극복하리라 했지만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군대에서 담배가 보급품으로 나오는데 한 대만 피우면 그전에 먹은 음식물을 다 토해버리는 것이다. 식후한대는 어쩌고 같은 이야기가 있지만 나와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또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피우는 담배야 말로 정말 맛있다는데 나의 경우는 술자리에서 술김에 담배를 피우는 순간 그걸로 그 술자리는 끝이다. 술은 물론이고 안주로 먹은 것까지 전부 게워내야 했다.


오바이트의 고통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속에 있는 내장들이 전부 목구멍 바로 밑까지 올라오는 더러운 기분이 들며 눈동자가 막 튀어나올 것처럼 고통스럽다. 근래에는 그런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해서 이제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사실 인간이 고통 자체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면 그 고통 때문에 인간은 삶을 이어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고통으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을 기억할 뿐이다. 그때 그 아픔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아픔 자체는 기억나지 않고 기억해서도 안 된다. 아무튼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단지 그렇다. 담배만 피우면 먹은 음식물을 다 토하기 때문이다.


담배냄새는 맡기 싫은 냄새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대부분 싫은 냄새는 인간에게서 나는 냄새다. 머리냄새, 발 냄새, 입 냄새 등 씻지 않고 있으면 풍기는 아주 묘한 냄새가 있다. 노숙자들 옆에 가면 나는 인간의 냄새. 인간 자체는 아마 지구에서 가장 더러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씻지 않으면 혀로 핥아서 위생을 유지하는 야생동물보다 더 심하고 더러운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지독한 냄새도 중독이 되면 또 좋아서 계속 찾아서 맡는 사람도 있다. 정수리 냄새가 좋아, 나는 너의 은밀한 곳의 냄새가 좋거든, 발 냄새가 이상하지만 계속 맡게 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담배도 인간만이 피워서(간혹 침팬지가 피우는 영상도 있지만) 냄새가 아주 싫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담배냄새가 무척 싫지만 괜찮을 때가 있다. 왜 있잖아, 갓 목욕을 하고 나와서 바로 피우는 담배 냄새, 정확하게는 담배 연기의 냄새. 그건 또 이상하지만 냄새가 나쁘지 않다. 목욕 후 냄새와 섞여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그렇게 싫어하던 담배 연기 냄새가 괜찮은 냄새라고 느꼈다. 담배 연기 냄새가 싫지 않다니.


너무너무 싫어서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가끔 생겨난다. 인간관계도 그럴 때가 있다. 저 새끼 너무너무 싫어서 내내 어떻게 피해 다닐까, 어떻게 골려 줄까, 소설에 등장시켜 파리로 변하게 만들어 파리채로 탁 찍어 죽여야지 같은 생각을 내내 하다 보니 기묘하게도 밀어내는 관계가 당기는 관계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남녀도 그럴 때가 있다. 죽도록 좋아해서 결혼까지 했는데 좋아한 그 이유가 이혼하는 계기가 되는 것보다, 너무 싫어서 티격태격하다가 좋아하게 되어서 끝까지 같이 나란히 가는 경우도 있다는 거다.


그러나 담배 냄새가 너무너무 싫을 때가 있다. 안 그래도 싫은 냄새인데 김 부장님 말이야, 점심으로 비빔냉면 먹고 커피믹스 한 잔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데 그때 말 할 때 냄새가 아후, 게다가 말이지 담뱃내가 손가락 사이에 뿌리까지 박혀 있어서 담배냄새가 김 부장에게서 늘 나는데 너무 싫어. 재떨이에 박힌 담배의 찌든 내가 손가락 사이에 들어붙어 손을 움직일 때마다 나는 냄새는 너무나 싫다. 생각해 보면 담배냄새는 평균적으로 싫은 냄새에 속하지만 피우는 사람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는 거 같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이가 피우는 담배냄새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피우는 담배냄새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목욕 후 바로 나온 그녀가 샴푸향을 휘달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냄새가 그렇게 싫지 않다. 이상하지만 그렇다. 담배냄새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말인데 담배 연기 냄새를 비누냄새나, 상큼한 페브리즈나 오렌지 향, 짜장면 냄새가 나는 걸로 개발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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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고 통쾌한 문동은의 복수가 끝났다. 더 글로리 시즌 2가 저세상의 인기를 끌면서 예전에 올렸던 문동은에 관한 나의 글도 검색이 많이 되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이런저런 추측을 하기도 했는데 다 틀려 버렸다. 어떤 사람은 주여정이 박연진의 얼굴 피부를 벗겨내서 문동은의 얼굴로 만들어서 내내 살게 한다는 복수극을 말하기도 했다. 정말 사람들의 상상력은 너무 멋진 것 같다.

현실 학폭은 영화나 드라마의 수위를 넘는다는 건 누구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되었다. 중학생들은, 이제 어린이를 벗어난 애들이 학폭을 저지를 때 카카오 비번을 빼앗는다. 그래서 가해자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피해자는 피가 마르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얻는다. 물론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학폭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잘 몰랐다. 하지만 나는 1학년 때 한 번 일진무리에게 학폭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날은 집으로 가는데 우리 학교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일진 아이들이 나를 운동장 뒤편으로 불러냈다. 5명에게 빙 둘러싸여 제일 잘 치는 일진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그 녀석은 악대부였다. 우리 학교에서는 가장 무시무시한 일진애들이 있는 곳이 악대부였다.

일진무리는 원래 같은 학교 애들은 잘 건드리지 않았다. 우리 옆 학교에 축구부가 있었는데 학교 일진무리는 그 학교 축구부애들과 배틀을 붙었다. 그럴 때는 정말 무서웠다. 각목 같은 것도 사용하고 얼굴이 터지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는 양궁부가 있었는데 학교 대 학교로 주로 결투를 했다. 패싸움인거지. 그래서 학교 샘들과 경찰들이 골치를 앓은 적이 있었다.

같은 학교 애들을 건드리는 애들은 일진이 아니라 그 밑의 애들. 한 단계 밑의 애들이 같은 학교 애들을 건드리거나 브랜드 신발이나 점퍼 같은 것을 빼앗았다. 그런데 내가 일진무리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일진애들이 일 학년 애들이 들어오면 그중에서 일진에게 위협적으로 보이는 애들을 초반에 잡는데 기묘하게도 내가 거기에 들어간 것이다.

내가?

나는 중학교에서 정말 먼지처럼 지냈고 지금까지 사람을 한 번 때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일진 애들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일학년으로 찍혔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붙은 것은 나의 머리가 길어서였다. 대부분 그때 머리가 짧았다. 우리 학교는 재단 이사장의 파워가 막강했는데 이사장이 남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머리가 길면 안 된다는 거였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머리가 길었는데 동네 친구의 큰 누나가 미용실에 일을 하게 되어서 나의 머리를 만져 주었는데 그게 뭔가 아이들과 너무 달랐던 것이다. 나 혼자 튀었다. 그 때문에 내가 일진무리를 위협하는 그런 인간으로 찍혀서 한 번 폭행을 당했다.

게다가 나는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사진부에 들어갔는데, 학교 내에서는 악대부, 양궁부, 사진부의 클럽 활동을 하는 애들은 좀 그랬던 것이다. 나는 이제 1학년이라 그런 세세한 것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선배들이 무시무시했던 것이다. 내가 사진부에 들어간 것은 사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클럽활동 홍보를 하러 선배들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내 옆 짝꿍이 손을 번쩍 들어서 나를 가리키며 얘가 사진부에 들어가고 싶다는데요?라고 해버려서 들어가게 되었다. 거참.

나는 그 뒤로 다른 아이들처럼 머리를 짧게 깎았다. 그랬더니 기가 막히게도 너무나 평면적인 인간이 되었다. 도저히 내가 뭔가를 할만한 아이가 아닌 것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었다. 정보력이 똥망이었던 일진무리는 그 뒤로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 후로 졸업할 때까지 일진애들이 우리를 건드리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내 짝꿍은 울릉도에서 와서 우리 집에서도 잠을 자고 울 엄마가 해주는 밥 달라고 하는 등 우리와 친하게 지냈는데 이 녀석이 일진이라서 이 녀석의 하숙방에 가면 매일 밤 일진애들이 와서 담배를 피우며 모종의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학폭과는 거리가 먼 고딩생활을 하며 보냈다.

현실에서 학폭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전 세계의 모든 나라의 학교 내 따돌림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이런 복수가 좋다. 근절될 수 없으니 서늘하게 복수를 하는 것, 법으로는 처벌이 거의 가능하지 않기에 이런 복수극이 나온다. 우리는 우리와 다르면 무서울 정도로 그 사람을 비난하고 배척하고 따돌린다. 학교 내에서나 이렇지 실은 회사에서는 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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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덮밥이라고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는 고등어구이 덮밥이 맞겠다. 고등어덮밥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고등어를 구워 밥 위에 올려서 먹으면 그것이 고등어덮밥인 것이다. 나는 어릴 때에도 고등어를 밥 위에 올려서 먹곤 했다. 덮밥의 장점이라면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김밥을 아주 좋아한다. 김밥을 들고 다니며, 뭔가를 하면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참 게으른 놈이라 귀찮은 음식을 싫어한다. 그러니까 탁자 위에서 다시 해 먹어야 하는 음식들, 찌개나 전골, 삼겹살이나 목살처럼 구워서 먹어야 하는 고기나, 대게처럼 발라먹어야 하는 것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맛있고 맛없고를 떠나 귀찮은 음식은 별로다.

그저 탁자 앞에 탁 나왔을 때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다. 국밥, 치킨, 족발, 햄버거 등 많잖아. 하지만 귀찮은 음식이라도 막상 먹으러 가면 투덜거리지 않고 그저 잘 먹는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귀찮은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지는 않는다.

고등어구이는 어릴 때에는 가시까지 있어서 발라먹는 재미와 귀찮음이 공존했는데 언젠가부터 고등어구이용 고등어는 가시가 제거되어 있다. 그대로 먹으면 된다. 그래서 고등어구이를 밥 위에 이렇게 올려서 먹으면 덮밥이 된다. 고등어구이는 와사비가 어울린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고등어구이 겉에 와사비를 젓가락으로 발라서 먹으면 쿵 함이 들어옴과 동시에 고등어구이의 그 맛있음이 입안에 내내 맴돈다. 밥그릇을 들고 이동을 해서 고등어에 와사비를 발라서 조금씩 먹으며 건방진 자세로 앉아서 오래된 영화를 한 편 봤다.

제목은 크로노스. 93년에 나온 기예르모 델토로의 첫 작품이다. 기괴하고 괴랄하고 징그러운 기예르모 세계관의 첫 시작인 것이다. 기예르모 델토로와 나이트 샤말란이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던 없건 간에 다 보게 된다. 크로노스는 기예르모 델토로가 29살에 만든 영화다. 그 영화에 아주 젊디 젊은 론 펄먼이 나온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후에 기예르모는 론 펄먼을 데리고 헬보이를 만들었다. 기예르모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까. 천재들은 일반 사람들과 달라도 뭔가 다르다. 콧구멍이 달라도 다를 것이다.

내가 어릴 때 버스정류장 근처의 사진관에는 인어사진이 디피되어있었다. 그런데 인어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인어가 아니라 고등어머리에 여자의 다리가 붙어 있는 인어의 사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합성사진임에 틀림없지만 어린 시절에 본 그 사진은 정말 인어라고 생각을 했다. 내내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가 진짜 인어가 아닐 거라는 나의 생각에 확신을 주는 사진이었다. 파도에 밀려와서 바닷가에 누워있는 사진이었는데 몸통은 고등어이고 다리가 아주 예쁜 여자의 다리였다.

마그리트의 그림 속 인어를 닮았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그 인어가 정말 인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인어공주의 에리얼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 이게 진짜 인어지. 나는 그 사진관 유리벽에 붙어서 한참을 고등어인어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어릴 때에는 나도 기예르모 같은 미친 상상력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고등어인어가 인간의 바닷가로 쫓겨나게 된 이유가 다른 인어와 다르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 고등어인어가 다른 세계와 연결된 존재이고 고등어인어를 발견한 늙은 어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점점 젊어진다. 어느 날 고등어인어를 넣어둔 욕조에 같이 들어간 어부는 두둥.

웹툰 중에 ‘닭강정’이 있는데 자신의 딸이 닭강정이 되어 버려서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코믹 미스터리추적 이야기가 드라마로 나올 예정이다.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이 감독이다. 허, 닭강정이 된 딸이라니. 하지만 이거 드라마로 나오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딸이 어떤 기계를 통해서 닭강정이 되어버리다니. 이 발상부터 너무 기상천외하다. 나도 고추장만 먹으면 몸이 변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데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이야기에는 두 손 다 들었다. 그래도 나는 고추장소녀를 사랑한다. 고추장만 먹으면 이상하게 변해, 막 변해. 이상하게 변하는 건 계절이다. 지금 계절은 막 변하고 있다.

요즘은 조깅을 하고 억지로 돌아서 오는 골목이 있다. 그 골목에 가면 목련이 피는 집이 있다. 담벼락 밖으로 목련이 이렇게 나와서 이 시기만 되면 꽃을 피운다. 딱 이맘때만 맡을 수 있는 냄새다.

마치 방향제 냄새 같기도 한 목련의 냄새는 봄의 기운을 한껏 가져다준다. 매년 이 잠깐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조깅을 하면 힘들어도 애써 먼 길을 돌아서 온다. 10년 전만 해도 골목이 많고, 작은 동네가 많아서 목련이 여기저기에서 피어나서 봄의 문턱만 되면 봄냄새가 화악 온 세상에 퍼졌다.

지금은 도시개발 때문에 대부분의 오래된 동네와 골목이 사라졌다. 이제 내가 걷거나 달려서 갈 수 있는 골목길은 한 군데 정도 남았고 이 정도 거리까지 와야 봄냄새를 맡을 수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맡을 수 있는 냄새라서 여운이 길다.

이 짧은 봄날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옛 생각이 물씬 나는 방향제 냄새를 뿌리고 사라진다. 이제 곧 모든 세상에 봄이 도래하면 풍경이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그 속에는 나는 여름과 겨울만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짧은 봄날에 이렇게 목련에서 나는 이 미칠 것만 같은 싸구려 방향제 냄새가 좋다. 뇌를 마구 헤집어 놓는다.

땀을 듬뿍 흘리고 집으로 들어가서 고등어덮밥을 먹자. 쩝쩝거리며 소리 내서 맛있게 먹자. 오래된 일들을 생각나게 하는 방향제 냄새 같은 목련 냄새는 아이묭의 노래와 비슷하다. 아이묭의 노래는 봄날의 수많은 추억을 한꺼번에 가져다준다.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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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15회까지 봤다. 1회 남았다. 2004년부터 뚜벅뚜벅 15회까지 왔다. 연진아 존나, 재밌어. 사라 욕하는 거 들었지. 자는 사람도 벌떡벌떡 일으키게 할 만큼 찰지고 쫙쫙 달라붙는 게.

내내 아름답던 벽도 없이 드디어 폐허에 섰네 박연진,

황량할끄야, 캄캄할끄야, 웰컴해 연진아.

나 아직 1화 남았다. 스포로 나를 채찍질하지 마라. 주위에서 나에게 마지막 회 말하고 싶어서 죽으려고 하는 몇몇 벌레들아 입 다물어.

근데 글로리에 나오는 주인공들 몸들은 왜 그렇게 다 좋은 거야. 이 녀석들 운동하는 모습이 1도 안 나오는데 하루 종일 운동하는 짐종국이나 윤성빈만큼은 아니지만 너무 몸이 좋다.

전재준도 몸 멋지고, 그저 깡 말랐을것만 같은 손명호는 뭔데, 풍만하게만 보였던 최혜정은 또 뭐고. 하도영은 건설회사 대푠데 권투 하는 거 봤지. 물병 내미는 문동은 안아주는 주여정은 달콤 달콤하고.

학폭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는 상처받고 폭력이라 하는데 가해자는 즐거움이라 한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인간에게는 원래 좋다 와 싫다의 개념만 있었다. 애초에 옳고 그름이 없었다. 내가 좋으면 좋은 것, 싫으면 싫은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타인에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하는 의식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노예제도가 생기면서 노예의 입장에서는 좋다 싫다가 아니라 주인이 하는 행동이나 말, 의식이 옳고 그름으로 보였다. 니체는 이런 관념이 왜 생겨났을까 의문을 가졌다. 그랬더니 이 모든 것들이 기독교가 생겨나서 옳고 그름이 인간이 판단하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옳고 그름을 나눠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옳은 것이 너에게는 그른 것이 될 수 있으니까.

이 옳고 그름이 기독교 때문에, 하느님이라는 매개를 통해 옳고 그름을 임의로 나누는 것이다. 당하는 쪽은 그른 것이라 여기지만 행하는 쪽은 옳은 것이라 여긴다. 주인은 노예들이 더럽다고 하지만 노예는 소박하다 여겼다. 그래서 니체는 신이 죽으면 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여겼다.

인간이 인간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아무튼 나 아직 1회 남았다. 그나저나 학폭 복수극 감독도 학폭에 연루되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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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라이언 아담스의 목소리를 너무나 좋아한다. 이런 허스키한 목소리는 다른 허스키한 목소리에 비해 빨아들이는 능력이 엄청나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브라이언 아담스는 학창 시절 내내 꼭 가방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기묘하지만 요즘도 일주일에 몇 번은 듣고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앨범은 6집이다.


중학생 때 음악 감상실에 쪼르르 달려가서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를 신청해서 뮤직비디오로 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디제이도 신이 나서 브라이언 아담스에 대해서 TMI를 늘어놓았다. 그때 들었던 얘기들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있다.


일단 유명한 곡 중에 써머 오브 69를 들어보자 https://youtu.be/NgpcwYooLO0


브라이언 아담스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에 주절주절 적고 싶지만 늘 그렇듯이 브라이언 아담스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역시 유튜브 복고맨을 보는 게 제일 낫다, 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장난 같은 이야기밖에 없어서 복고맨을 보는 게 훨씬 낫다. 인간적으로도 앨범이나 노래도로 성장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놨다.


복고맨의 브라이언 아담스 이야기 https://youtu.be/bOdihKHM0xM


브라이언 아담스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예전의 추억이 많이 생각난다. 학창 시절에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 있는 동물원에 간 적이 있었다. 동물원이 목적이 아니라 아마 친구의 국가자격증 시험 때문에 갔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때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었다. 김치볶음밥으로 김밥을 만들어서 가득 넣어줬다.


친구 두 명과 나와 이렇게 갔는데 친구 둘은 붙어 앉아서 가는 동안 내내 이야기를 했고 나는 버스에서, 전철에서 브라이언 아담스를 들으며 갔다. 우리는 부산에서 친구의 볼일을 끝내고 헤헤 호호 재미있게 보냈다. 그러다가 동물원에는 오후 5시가 넘어서 들어갔다. 그때가 아마 5월인가 그랬는데 좀 돌아다니다 보니 저녁이 되었고 동물들이 슬슬 우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코끼리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는데 코끼리 우리를 찾아갔더니 코끼리가 우리 안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코끼리의 엉덩이만 봤다. 그게 우리가 본 동물원의 동물의 모습 전부였다. 동물들이 집으로 다 들어가고 나서 우리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엄마가 싸준 김치볶음밥으로 만든 김밥을 먹었다. 더운 날이라 그런지 김밥이 약간 시었다. 그래도 우리는 맛있게 도시락을 먹었다.


그때 들고 간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이어폰을 빼고 스피커로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를 틀었다. 저 6집을. 그래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6집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동물원과 5월의 햇살, 저녁의 노을이나 냄새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이상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6집의 모든 곡이 좋지만 오늘의 선곡은 그중에 Do I Have To Say The Words? https://youtu.be/otgnuwR6w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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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3-03-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verything I do 는 요즘도 로빈훗과 함께 종종 나오더군요.

교관 2023-03-13 12:31   좋아요 0 | URL
좋은 노래란 그런 것 ㅎㅎ

stella.K 2023-03-1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언 아담스 저도 왕년에 꽤 좋아했죠.
뭔가 거친듯 하면서도 반항하는 소년같은 느낌이 있어서. ㅋ
근데 배경에 보이는 카셋트라디오 추억 돋네요.
저도 오래 전 저 비슷한 게 있었거든요.
요즘엔 살 수 없겠죠? 무슨 경매로면 모를까…

교관 2023-03-13 12:31   좋아요 0 | URL
며칠전에 한국공연 했는데요 ㅎㅎ 예전같았으면 물불 안가리고 갔을텐데 ㅋㅋ 너무 귀찮아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