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를 요즘 하루 건너 하루 먹고 있다. 멍게를 먹을 때는 초장도 간장도 그 무엇도 곁들이지 않고 오로지 멍게의 맛으로만 먹는다.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멍게를 먹을 수 있을 때 실컷 먹어두자. 요즘 멍게가 뉴스에 자꾸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내가 어릴 때 내 아버지가 나에게 멍게를 까 주던 것처럼 요즘 아이들은 멍게를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어린이들은 멍게라는 걸 유튜브나 책에서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 생각하면 아이들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지금 서 있는 세계가 재미있고 호기심 가득한 곳이며, 지금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 먹거리 일 테니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것대로 괜찮지 않을까 싶다.


멍게의 뭉근함? 멍게의 간간함? 멍게의 물컹함은 어떤 음식도 가져보지 못한 맛을 입안으로 퍼지게 만든다. 멍게가 노란색인 것도 마음에 든다. 만약 멍게가 녹색이나 연두색 또는 자주색이라면 이렇게까지 먹게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카레가 노란색이 아니라 자주색이면 먹겠냐고?라고 대답하겠다.


멍게를 좋아하지만 한 번 먹을 때 너무 많은 양은 별로다. 사진에 보이는 정도의 양만 한 번 먹을 때 먹는다. 야금야금, 꼭꼭 씹어서 멍게의 맛을 최대한 느낀다. 그런 일종의 과정이 좋다.


횟집에 가면 멍게를 한 접시 꼭 시켜 먹는다. 멍게는 인기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은 멍게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메인 회에 젓가락을 질을 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멍게를 먹는다. 오물오물. 멍게가 가장 맛있을 때는 아무래도 바닷가에 앉아서 멍게를 먹는 맛이 좋다. 간이 횟집 같은 곳. 밑에 바다가 와서 철썩철썩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만취라도 하게 되면 곧 떨어져 버릴 것 같은 포구에 붙어 있는 간이횟집의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멍게를 먹는 맛이 있다.


그런 간이 횟집이 양옆으로 일렬로 죽 이어져서 한 번 지나가면 주인 할머니들의 고객유치의 찬란한 거짓말을 들을 수 있다. 만약 내가 못생겼다면 여기를 한 번 지나가기를 바란다. 모든 간이 횟집 할머니들이 예쁘다고 말해준다. 이렇게 예쁜데 여기 와서 회 한 사라 하고 가,라고 한다.


보통 몸에 좋은 음식들은 대부분 맛이 없다. 나열하자면 당신이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들입니다. 그러나 그런 음식 중에 멍게만큼은 몸에 나쁘지도 않은데 아주 맛있는 음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내가 멍게를 좋아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오로지 멍게의 맛으로만 먹는데 맛있는 건 멍게만 한 것도 없다.


맛있는 건 이상하지만 몸에 좋지 않다. 탕수육, 찌개, 오징어튀김 등등등. 예로 전 세계인의 음료, 지구인이 가장 좋아하는 콜라. 이 청량함, 컵에 따랐을 때 들리는 그 소리, 한 입 마셨을 때 그 맛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콜라가 몸에 매우 나쁜 음료라는 건 다 안다. 라벨을 보면 콜라에 들어가는 물 빼고는 전부 나쁜 식품첨가물뿐이다. 그 식품첨가물을 물에 녹여서 마른 용액이 콜라다. 그 안에서 제일 좋지 않은 첨가물이 캐러멜 색소라고 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 여기저기에 이 안 좋은 캐러멜 색소가 많이도 들어간다. 족발에도 흑설탕에도.


캐러멜 색소에는 이미다졸이 있다. 이미다졸은 발암물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다졸이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일을 열심히 한다. 암세포는 인슐린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조금씩 천천히 분비가 되어야 하는데 많이 분비가 되면 암세포가 야호 하면서 달려든다. 하지만 우리는 콜라를 포기할 수 없다. 아니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작고 쪼글쪼글한 이 뇌가 이 청량감을 강력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바닷가 근처라서 문 열고 나가면(라는 말은 좀 거짓말이지만) 바다가 있다. 여기에 멍게를 한 접시 사 와서 먹으면 맛이 좋다.


어제는 오전에 바닷가를 찾았다. 바다에 나오면 바닷바람 때문에 그렇게 따뜻하지만은 않다. 서퍼들이 시즌을 준비하느라 바다에 나왔다. 바다가 고요했다. 바다는 이맘때는 늘 고요하다. 하지만 그 속은 알 수가 없다. 마치 여자의 마음 같다.


서핑보드의 색깔도 알록달록하지만 멍게 색감이 눈에 띈다. 이렇게 죽 산책을 하며 30분 정도 걸어가면 포구가 나온다. 그동안은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바닷가에 인접한 도로에 야자수가 심어져 있었다. 손에 든 것이 많아서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는데 예전부터 있었는지 아니면 얼마 전에 심었는지 모를 야자수가 거리를 따라 행렬로 죽 있었다.


바닷가에 나오면 일단 바다를 보게 된다. 바다를 보면 멍하게 된다. 그런 시간을 바닷가에 나오면 갖게 된다. 나를 비롯해서 인간은 너무 많은 생각과 정보와 선택 속에서 힘들어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힘들지 않은 하루가 없을 정도다. 그 속에서 시를 읽는다. 시를 읽을 수밖에 없다. 시를 읽지 않으면 그저 하루를 버티다 다음 날을 맞이하게 된다. 뜬금없지만 이런 날은 멍게를 먹자.


멍게, 미나리, 달래의 조합은

초고로운 봄날의 연주다.


달래의 초봄 산 내음이 입 안에 번지고

미나리가 내천의 봄 맑음을 전해주고

멍게의 봄바다가

산과 내천을 두르고

내 입 안으로 들어온다.


지금의 세계가 소멸한다면

봄 내음을 두르고 사라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멍게는 관능이며 변하지 않는

자연의 추억을 꽉 쥐고 있어서

봄날의 멍게를 입에 넣으면

현실을 잊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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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트위스트 엔 샤우트’가 금지옥엽에서 레슬리가 부르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 정말 신난다. 레슬리의 트위스트 앤 샤우트를 듣고 있으면 몸을 안 움직일 수 없다. 비틀스보다 신나고 미스터 빅보다 강렬하게 부른다. 열과 성의를 다한다.


샘으로 나오는 장국영은 극 중에서 유명한 프로듀서지만 음악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직접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오래된 친구들과 트위스트 앤 샤우트를 부르는 장면은 참 좋아서 이 부분만 몇 십 번을 돌려서 봤는지 모른다.


다음 장면에서 부부가 막 싸운다. 그때 장국영이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노래가 ‘진생 뭐뭐’인데 금지옥엽의 주제가인 ‘추’보다 더 좋은 것 같다. 극 중에서 이 노래는 샘의 친구인 부부가 결혼을 할 때 만들어 준 노래인데 그 부부가 싸움을 해서 다시 부른다.


장국영의 목소리에는 늘 옅은 비애가 서려 있다. 그것이 노래가 되었을 때 가슴을 지긋하게 누른다. 그래서 장국영이 부르는 신나는 노래도 신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비를 맞는 기분이다.


금지옥엽은 커피프린스 1호점의 진신 격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류자링의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고 남장을 한 원영의가 이들과 함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학창 시절에 장국영의 영화보다 노래를 더 들었는데 추석이나 설이 되어가는 시기면 명절 전에 극장가에 장국영이 등장하고 그의 노래가 곳곳의 레코드 점에서 흘러나왔던 것이 생각난다.


매년 돌아오는 그날이 되었다. 20년이 되었다. 장국영의 영화도 좋지만 나는 장국영의 앨범을 3장이나 가지고 있다. 나는 그의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거짓말 같은 장국영은 이제 진짜 거짓말처럼 들린다.


장국영의 트위스트 앤 샤우트 https://youtu.be/BRXh-SVqMEg


사랑이 전부였던 그 시절이 그리워 라떼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현실과 동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싸이월드 감성을 찾아 떠돌다 장국영의 노래를 듣게 된다.


헤어지고 나면 세상이 끝날 것만 같아서 그 노래를 고정시키고, 가사를 검색해서 이 바보 같은 가사와 바보 같은 리듬에 눈물을 흘리며 이제 나는 어떡하냐며 밤새 열병으로 보냈던 그때.


바보 같았지만 확실한 해답보다 흔들리는 가능성이 충만했던 그때, 달려갈 곳이 있으면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곳까지 달려가는 것에만 매달렸던 바보 같았던 그때. 오직 사랑이 전부였던 그때. 우리 옆에는 장국영이 있었다.


웃고 있어도, 어딘가를 보며 가만히 있어도 장국영의 눈빛까지 비애를 머금고 있다. 앞날을 이미 정해놓기라도 하는 듯 영화 속 그의 눈빛은 깊이가 깊지만 ‘무’였다.


오랜만에 보는 장국영은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전생에서의 슬픔을 그대로 이어받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눈빛, 그런 눈의 깊이.


나는 장국영의 앨범이 3장이 있는데, 영화보다는 장국영의 노래를 더 많이 들은 것 같다. 이 노래는 장국영의 89년 마지막 공연에서 부른 ‘풍계속취’다. 이 노래는 장국영의 팬이라면 다 알겠지만 야마구치 모모에를 좋아한 장국영이 그녀의 ‘이별의 저편’을 번안해서 불렀다.


한 영화 속에서 장국영은 야마구치 모모에를 여러 번 언급을 하기도 한다. 정국영은 이 마지막 공연에서 팬들을 위해 겨우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몸을 이끌고 있는 힘을 다해 울면서 노래를 한다. 아마, 이미 장국영은 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결심을 하고 있었다. 온 언론이 장국영을 장난감 취급했고 죽음마저 그렇게 도배를 했다.  https://youtu.be/MoJJhYwq0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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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브로는 도대체 천재야 뭐야? 다 말리는 로다 주를 데리고 아이언맨 찍더니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만들더니 만달로리안 세계관을 창조하고 극본까지 지가 다 써버리고 뭐야 도대체. 그저 스파이더맨 뒤치닥거리나 해주고 메이 이모에게 반한 뚱뚱한 해피해피가 아니야.

시즌 2는 시작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우주선의 비행이며, 전투신이며, 물에 빠진 우주선을 건져내는 모습까지 정말 너무나 디테일하고 세세하고 실제 같다. 시즌 2에서는 그로구의 귀염뽀짝 터지는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서 재미를 더 한다.

그로구 녀석 개구리 종족의 마지막 후계자로 남은 알을 몰래 꺼내 먹는 모습이나, 녹색 마카롱 먹고 우주선이 뱅뱅 과속하니 오바이트하는 모습까지, 너무 귀여오. 시즌 2에서는 스타워즈의 오마주 같은 모습도 많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더욱 재미있는데 갑옷을 잃은 보바 펫도 나오는데, 보바 펫의 전투력이 만달로리안을 뛰어 넘는 것 같은 전투를 보여준다. 그래서 시즌 3으로 넘어가기 전에 ‘북 오브 보바 펫’을 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에는 다크 트루퍼(이것도 벌써 피규어로 나와서 팔리고 있는 것이 신기함)들을 전부 한칼에 날려 버리는 제다이가 등장하는데 얼굴이 두둥.

만달로리안과 그로구가 헤어질 때 모습을 보면 애절하다 못해 마치 연인이 헤어지는 것 같다.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도 볼 수 없어서 표정을 알 수도 없고, 그로구 역시 표정이라고는 입을 약간 벌리는 아가 일뿐인데 뭐가 이렇게 애절하게 보이지.

그렇게 해서 만달로리안이 그로구를 데리고 제다이에게 데려다주는 긴 여정이 끝나면서 시즌 2가 끝난다. 여러 영화에서 실패했다면 만달로리안에서는 실패하지 않음. 나처럼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도 상관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자들은 이상하게 만달로리안을 거의 보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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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이후 뭐 보는 영화들이 재미가 없다, 시시하다, 할 때에는 만달로리안을 보자.

영화가 생긴 이래 역사상 가장 못생긴 수백 살인 요다가 50살 아가였을 적에는 이렇게 귀욤귀욤 터지는 아이였다는 걸, 이 정도로 미친 귀여움을 장착하고 포스를 사용하는 걸 본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눈이 하트로 변한다.

만달로라안에서 요다는 우리가 아는 요다의 어린 시절은 아니고 그냥 같은 종족인 아기 요다인데 이름은 그로구. 만달로리안은 만달로어인 중에서 딘 자린과 베베 요다인 그로구의 티키타카 로드무비다. 기존의 스타워즈와 접점이 없기 때문에 스타워즈 생각지 않고 보면 됨.

시작부터 재미있다. 시즌 1만 해도 한 편당 보통 극장의 영화에서 볼 정도의 엄청난 볼거리가 터져 나온다.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존재들의 모습과 드로이드들의 총질, 그리고 은하철도 999에서 차장을 닮은 듯한 난쟁이들, 자와의 움직임과 그들의 언어는 마치 미니언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만달로리안의 갑옷 속에 숨겨진 여러 무기들의 사용과 아가아가 요다와의 캐미는 보는 재미를 더 한다. 또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여자 지나 카라노의 액션도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나 카라노의 정말 멋진 액션은 2012년 영화 ‘헤이와이어’에서다. 그게 아마 종합격투기에서 패배하고 은퇴 후 처음 찍은 액션 영화로 알고 있는데

그 영화에서 주인공 지나 카라노 빼고 이완 맥거리그, 마이클 패스벤더, 마이클 더글라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엄청난 배우들이 나오는데, 지나 카리노에게 다 터진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일대일 격투신은 와우 정말 끝장난다.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여지없이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지금 만달로리안 시즌 3이 하고 있다. 시즌 1부터 보면 재미있다. 스타워즈 팬이 아니더라도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스타워즈 영화 버전으로 나온 시리즈보다 훨씬 재미있다. 귀요미 요다를 뺏으려는 자들과 절대 빼앗기지 않으려는 만달로리안의 전투가 볼 만한 시즌 1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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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영우가 한창 유행일 때 유튜브로 우영우 한 번 클릭해서 보고 나면 썸네일이 온통 우영우로 꽉 찼던 적이 있었다. 우영우는 재미있게 봤고 좋은 드라마였다. 그때 캡처를 해 놓았는데 날짜를 보니 여름이다. 마찬가지로 근래에는 더 글로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서 유튜브는 문동은 복수극의 향연이다. 일단 글로리 영상이 올라오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조회수 올리기에 아주 좋은 먹거리다. 그래서 우영우처럼 글로리 영상이 쏟아졌다.


일단 클릭해서 보면 그 내용이 그 내용,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제목이 자극적이면 사람들은 클릭을 하게 된다. 오죽하면 ‘백 투 더 퓨처’의 제목을 ‘과거로 돌아가 고등학생이 되어 엄마를 건드리는 이야기’라고 적어 놓고 화면 썸네일도 그럴싸하게 올리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클릭을 하게 된다. 제목만 놓고 보자면 욕 들어먹어 충분하지만 참, 사람들 클릭유도하게 잘 도 짓는군, 하게 된다.


음악은 저작권이 걸려 마음대로 유튜브에 올리지 못하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왜 괜찮을까? 그건 홍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영화를 개인이 유튜브에 올려도 괜찮다. 설령 그 영화를 신랄하게 까내려도 그 나름대로 홍보가 되기 때문에 그냥 둔다. 요컨대 이번에 나온 영화 ‘웅남이’가 그런 뒤집어진 마케팅 홍보에 성공?을 한 셈이다.


지금 네이버 평점에 들어가 보면 한 영화 평론가가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한 줄 평을 했는데, 사람들이 그러는 너는, 평론가 너는 뭐가 그리 잘났는데?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얼마나 그런지 내가 한 번 볼게, 해서 사람들이 극장으로 가서 웅남이를 보고 있다. 어떤 식이든 홍보가 되기 시작하면,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오르기에 영화를 흉본다고 해도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가수들의 노래를 일반인이 부르는 영상은 왜 괜찮을까? 그건 플랫폼 회사, 즉 유튜브 측에서 노래가 등록되어 있는 각 나라의 수많은 기획사나 회사에 너네 가수들의 노래를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부르는 건 허용해 달라고 계약을 해서 일반인이 연주를 하고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건 괜찮다고 한다.


아프리카 티브이도 그렇다. 아프리카 티브이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게 예전에 축구 한국에이매치 경기가 있었을 때 티브이는 그 경기중계권을 따내지 못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그 중계를 했다. 그런데 티브이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계 영상을 틀고 축구관계자 내지는 선수출신, 심지어 농구선수 출신도 사람들과 같이 그 경기를 중계를 하면서 같이 즐기는 것이다. 그때 아프리카 티브이가 비제이들 데리고 그냥 춤이나 추고 하는 플랫폼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아무튼 뭔가 유행을 타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게 된다. 유행은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기 마련인데 먹방 유행은 거의 7, 8년 정도 탑을 유지하며 이어졌다. 지금도 먹방 유튜브들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유튜브에 들어가 있다. 한국 아프리카 티브이에서 퍼져나간 먹방은 각 나라에 퍼졌고, 덕분에 한국의 매운 음식 챌린지가 이어지면서 한국 음식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유튜브로 진출을 하고 방송으로도 먹방은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하지만 티브이 방송의 먹방은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먹방이 꼭 남는 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연예인 집이 나오면 거기서 먹방, 연예인들이 카페에서 만나면 거기서 먹방, 여행을 가면 거기서 먹방, 캠핑을 가서 먹방, 일어나면 먹방. 먹방에 진심이었던 ‘맛있는 녀석들’도 이제 내려가야 할 때를 알아서 핵심 멤버들이 빠졌다. 그러고 나니 어김없이 재미가 없어졌다. 피디 놈들이 예전의 영광을 잊지 못해 바통을 이어받아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생각은 없고 그저 관습을 이어가려고 하니 재미가 없는 것이다.


어제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으며 티브이를 트니 그 많던 트로트 방송은 어디 가고 전부 여행, 외국 여행 또는 외국인의 한국 여행 방송 투성이었다. 왜 하나가 나오면 너도나도 그걸 따라 하지 않으면 못 배기는 병에 걸렸나. 이 방송국 놈들은 어째서 우후죽순 엇비슷한 방송을 만들어서 여기저기에 내보내는 것일까.


지금 계획 단계에 들어가 있어서 아직 나오지 않은 여행 방송도 수두룩 하다고 한다. 이렇게 전부 엇비슷한 콘셉트의 여행 방송이니까 각 방송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가 있는 시선을 방송으로 돌려야 하니 자극적인 영상으로 방송을 만들 것이다. 분명 조만간에 한 여행 프로그램 중에 자극적인 영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들고일어나고 사과하고 사라지고 또 다른 여행 프로그램이 들어올 것이다. 사람들은 자극을 원한다. 거기에 부흥하기 위해서 방송국 놈들은 나오는 연예인들에게 자극적인 모습의 연출을 강요할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면 흘러가는 대로 두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이 늘 이렇게 비슷하고 똑같으면서 남는 거 하나 없는 방송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하다면 아주 신기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와서 한국여행을 하는 방송도 그렇다. 한국의 방송국에서 자본을 전부 대 주고 맛있는 음식점만 골라서 데리고 간다. 일반사람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쉽게 말해 공짜로 음식을 먹어 보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고 맛없다고 할 사람은 없다. 설령 맛없다고 해도 편집이 될 것이다. 예전처럼 사유리가 이거 음식 이거 별로야, 맛이가 없으.라고 한 계기로 어쩐지 사유리는 한동안 방송에서 잘 볼 수 없었다. 한국의 음식이라고 해서 어째서 다 맛있기만 할까. 그럴 수는 없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더럽고 추잡하고 지하철은 개판이라고 하지만 어느 나라든 관광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도 여름만 되면 밤을 지새운 한강변은 그야말로 쓰레기천국이다. 새벽마다 환경미화원들이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치우느라고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왔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엇비슷하다. 문화가 다르니 음식과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적어도 유튜브의 전문 여행 유튜브 방송에는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기에 좋은 것만 나오지 않는다. 새겨들을 것과 가슴에 간직할 무언가도 볼 수 있지만 티브이 외국인 한국 여행 방송은 뭐지? 하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흉도 보고, 욕도 하고, 감탄도 하고, 감동을 받았던 하루키의 '먼 북소리' 같은 여행기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우영우에서 박은빈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렇지 분명 마녀 2에서 욕을 찰지게 퍼붓는데 그냥 너무 귀엽다. 우영우가 가진 가치나 의미가 크긴 컸다.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드라마는 대부분 재미있다. 그 이유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전부 흠잡을 데가 없다. 만약 요즘 나오는 오티티 한국 드라마가 재미가 없는 것이라면 그건 순전히 감독 탓이다. 좋은 연기자들을 데리고 그것밖에 연출을 못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연기자를 탓했겠지만 이제 그럴 수도 없다. 드라마는 원작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니 다른 색깔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도 다 다르다. 한때 일일 연속극이 전부 엇비슷할 때가 있었지만 이제 그 틀을 벗어났다.


먹방이니 여행이니 하는 전부 그 나물에 그 밥인 예능프로그램도 틀에서 벗어나는 날이 올까. 시청료를 받는 한국방송이라면 다른 방송에서 제작하는 전부 그렇고 그런 방송보다는 좀 나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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