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ios 정식버전 업그레이드가 있었다. 나는 대부분의 글을 컴퓨터가 아닌 아이패드로 작성을 하기 때문에(한 대는 워드한글문서로, 한 대는 메모장으로) 이번 업데이트로 맞춤법 자동맞춤 기능이 기대가 되었다. 나는 늘 오타 투성이고, 오타를 실시간으로 바로 잡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밑의 밑의 사진 처럼, 한글워드로 글을 작성할 때에는 무용지물이고 메모장으로 글을 작성할 때에도 별로였다. 그래서 그 기능을 다 꺼버렸다. 그 외에 무슨 기능이 업데이트되었는지는 크게 궁금하지도 않다.

늘 메모를 해야 하는 강박 때문인지 아이폰4s도 아직까지 늘 들고 다니며 메모를 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키보드로 컴퓨터에 글을 치는 것보다, 아이패드보다, 그리고 다른 아이폰보다 아이폰4가 가장 메모하기가 좋다. 지금 아이폰4로 할 수 있는 건 인스타그램(이 돌아간다는 게 신기하다)과 메모장이 전부인데 메모하기가 나에게는 정말 딱이다. 아이폰4에도 이렇게 오타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준다. 뭐 물론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마음에 들지 않게 오타를 지적해 주는 이유는 ios 9.3.6에서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빠릿빠릿하게 글자가 입력되고 나에게는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아이폰 속의 내용은 하루키의 에세이 중에 한 부분이다.

내가 늘 아이패드 두 대를 들고 뭔가를 하고 있으니 아이패드를 구매할 결심한 어떤 이가 아이패드프로를 산다며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실 조언을 구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기기는 사고 싶으면, 설령 며칠 만에 후회할지라도 사면된다. 나는 아이패드 두 대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 한 대는 아이패드 6인가? 2017년에 구입을 한 것이고, 한 대는 비교적 최근의 기기로 아이패드 미니 6이다. 아이패드 6으로는 이렇게 한글문서로 글을 작성하고 있고, 아이패드 미니 6은 메모장으로 글을 작성하며, 사진을 찍고, 간단한 편집을 한다. 유튜브에 올리는 간단한 동영상 편집도 미니 6으로 하고 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아이패드 화면에 보호필름은 없다.


두 대를 번갈아가면서 사용을 하면서 좀 이상한 건, 이상하다기 보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내가 앉은자리에서는 최근에 나온 아이패드 미니 6보다 오래전에 구입한 아이패드 6이 와이파이를 더 빠르게 잡고 있다. 또 소리도 훨씬 크다. 물론 아이패드 미니 6이 모든 면에서 그냥 아이패드 6보다 기능이 좋지만 키보드 없이 화면에 바로 타이핑을 할 때에도 이상하지만 아이패드 미니 6보다 9.7인치 아이패드가 훨씬 타이핑이 잘 된다.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그렇다.


그동안 업데이트가 되면서 모든 기능이 좋아진 건 아니다. 메모장을 매일 사용하는 나로서는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할 수 있는데 손가락으로 여러 개의 글을 선택하는 기능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화면에 대고 터치를 해서 글을 입력할 때 오타가 예전에 비해서 훨씬 심해졌다. 이렇게 말을 하면 그건 너의 착각이야,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업데이트 이후 자판 입력으로 오타가 더 잘나고 있다. 이유를 악착같이 찾으면 자판으로 누르는 터치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 실험?을 해봐서 그렇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메모장으로 하루에 워드 몇 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적는 사람이 드물어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 아이폰4이전에 아이폰3지에스를 사용할 때부터 메모장에 매일 어떤 글이든 입력을 해놨는데 검색을 하면 코로나 이전에 입력한 글을 검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폰이나 아이패드가 오래되어서 그런 줄 알고 아이패드미니 6을 산 것이었는데 마찬가지였다. 업데이트의 문제인 것만 같이 느껴진다.


어떻든 아이패드미니 6만 가지고 있어도 어지간한 건 다 할 수가 있다. 물론 아마추어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글을 작성하고, 사진을 찍고,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볼 수 있고, 간단하게 사진을 편집하고, 동영상도 그렇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로드도 빠르게 할 수 있다. 화상채팅을 할 때에는 내가 이리저리 움직여도 아이패드미니 6의 카메라가 나를 따라다니며 채팅에 몰입하게 해 준다.


아이패드미니 6 하고 아이패드 6, 두 대의 아이패드를 합친 거보다 훨씬 비싼 기기가 아이패드프로다. 엄청난 기기다. 소리며, 기능이며, 정말 프로들마저도 기능을 전부 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현존최고의 기기가 아이패드프로다. 최상급 기기인 것이다.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 무거운 아이패드프로를 들고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도 한두 번은 와아 하며 달려들지만 그다음부터는 사용하는 사람이 아마추어처럼 사용을 해서인지 썩 흥미를 갖지 않는다. 그저 큰 화면으로 넷플릭스를 보니 좋구나, 정도밖에 안 된다.


아이패드프로는 그림 그리는 전문 예술가들에게 최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좋은 기기이며 프로 예술가들이 사용하기에 너무나 좋은 기기다. 무겁지만 노트북처럼 들고 다니면서 프로적인 그림이나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가 다니면서 카페에서 아이패드프로를 들고 멋지게 창작 예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쩌다 목격했다고 해도 말 그대로 어쩌다, 이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볼뿐이다.


캔버스를 사용하던, 아이패드프로를 사용하든 예술가들은 창작을 하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대부분 작업을 한다. 그리고 아이패드프로가 생각만큼 배터리가 오래가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고성능일수록 배터리는 빨리 닳는다. 그래서 카페나 야외에서 프로급 작업을 하려면 충전기와 펜슬, 키보드가 필요하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구색을 갖추면 맥북보다 더 비싸다. 와우.


심지어 프로들에게도 아이패드프로는 크게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패드프로는 너무나 많고 다양하고 거대한 작업을 할 수 있는데 프로들이라고 해도 다양한 기능을 전부 사용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폰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존하는 휴대전화는 컴퓨터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보통 카톡을 하고 사진을 찍고 공유하고 유튜브를 볼 뿐이다. 프로들도 자신의 영역 속 작업이나 게임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인 우리에게 너무나 비싼 아이패드프로, 특히 12인치는 딱히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 와서 아이패드프로를 구입하려는데 어때? 같은 말을 한 어떤 이는 왜 프로를 구매하려고 했을까. 유튜브에 들어가면 테크튜브나 유튜버들이 이런 제목으로 영상을 만든 것들을 볼 수 있다.


아이패드미니 5를 지금 사면 과연 사용이 가능할까?

아이패드 10을 지금 구매하면 괜찮을까?

아이패드미니 6이 나온 지 몇 달이 되었는데 정말 지금 사도 될까?

아이패드 9는 라미네이팅이 안 되어있고 너무 오래전인데 구매해서 사용해도 될까?


같은 제목으로 만든 영상들이 많다. 전부 개소리다. 지금이 옴니아 시절도 아니고 어떤 기기를 구입해도 사용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라미네이팅이 안 되어서 거슬려서 사용이 어렵다는 말은 너무나 잡소리다. 도대체 그게 왜 거슬리는지, 거슬려서 뭐가 안 된다는 건지 영상을 봐도 잡소리만 할 뿐이다.


스피커가 두 군데여서, 스피커가 네 군데지만 들고 있으면 손으로 스피커를 막아서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래서 나오던 소리가 안 나온단 말인가. 엄청난 귀를 가져서 굉장한 음역대의 소리를 듣고 싶으면 컴퓨터로 좋은 출력기의 스피커를 통해 들으면 된다. 주위의 온갖 소음이 가득한 곳에서 아이패드에서 나오는 소리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이어폰을 꽂고 들으라고.


지금은 유튜브에 아이패드프로가 필요 없는 영상이 또 많다. 아마 대부분 위의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가지고 다니면서 뭐 이것저것 할 거라고 고가의 아이패드프로를 구입했지만 딱히 할 것이 없다. 주로 폰으로 다 해버린다. 누워서 들고 영상을 시청하지도 못한다. 화면크기, 주사율, 스피커, 지문 인식 따위 같은 것들은 이런 걸로 조회수를 올리는 인간들이나 따지는 것뿐이다.


그래서 당신은 아이패드프로가 전혀 필요가 없다. 나에게 온 어떤 이는 게임도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나처럼 메모장이나 한글 워드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진 어떤 사람들과 화상 회의를 하는 것도 아니며, 돌리기 어려운 건축 3D 캐드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호기롭게 나에게 와서 아이패드프로에 대해서 구매의사를 밝혔던 어떤 이는 결국 아이패드프로를 구입했다.


그리고 2달 정도가 지났다. 결국 비싼 넷플릭스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집에서 아이패드프로를 사용하는 일도 드물다. 그래서 당신은 아이패드프로가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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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조식을 먹을 때 스탠더드는 베이컨에 계란 프라이 서니 사이드 업으로 먹는 것이다. 맛도 좋고, 맛이 좋고, 음 그냥 맛있다. 호텔에서 잠을 자면 조식 먹는 맛이 있다. 특별히 그 전날 대단한 일을 치르고 너무 피곤하여 폭력적인 잠에 휘둘리지 않는 이상, 아니 그렇다고 해도 호텔에서 다음 날을 맞이하면 조식을 먹어야 한다. 요즘은 호텔식 모텔에서도 맛있는 조식을 제공한다.


이미 십 년 훨씬 전에도 대구의 한 모텔은 조식이 맛있기로 유명해서 아침에 커플들이 식당에서 부스스하게 앉아서 조식을 맛있게 야금야금 먹는다고 했다. 조식을 먹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면 머쓱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집에서도 가끔 프라이에 베이컨을 구워 먹는데, 베이컨이 있으면 좋겠지만 베이컨은 잘 구비해두지 않는다. 베이컨대신 두부를 대신해도 좋다. 두부도 종류가 많다. 뜨거울 때는 맛있는데 식으면 맛이 떨어지는 두부가 있다. 그런 두부는 피하게 된다. 그런 두부를 어떻게 아느냐 하면 자주 먹다 보면 알게 된다. 맛있게 구운 두부와 계란 프라이가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의 조합보다 맛도 좋고 훨씬 나을 때가 있다.


어린 시절에 전통시장에서 들기름에 지글지글 구운 두부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그때 어렸지만 그걸 알 수 있었다. 맛있는 두부를 먹을 수 있는 삶, 그건 정말 축복받은 인생이다. 지금은 대부분 공장두부를 먹고 있지만.  공장두부도 나는 좋다. 공장두부도 공장에서 나오는 즉시 받아서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고 한다. 언젠가 그렇게 먹어 볼 수 있을까.


엄마는 종종 계란프라이에 두부를 한 접시에 같이 주었다. 그러면 별반 다를 게 없는 식탁도 특별해 보였다. 어린 시절에는 그 한 접시가 티브이에서 보던 미드 속 식탁 같았다. 어떤 날은 콩자반도 같이 곁들였다. 특히 밥 대신 햄버거 빵이 대신하는 날이면 더더욱 식탁이 있어 보였다. 어릴 때 가끔 동생이랑 사이다를 와인 잔 같은 잔에 받아서 마셨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 그 시간이 특별해졌다. 금방 마셔버릴 사이다도 꽤나 공을 들여서 마셨다.


특별함은 언제나 평범함에서 나온다. 실력은 실수에서 나오고, 나는 울 엄마에게서 ㅋㅋㅋ 나왔고.


귀한 음식도 흘러넘치면 맛도 그렇고, 오히려 많아서 덜 찾아 먹게 된다. 바나나가 그렇다. 바나나, 얼마나 맛있는 과일인가. 내 어릴 때 바나나가 귀해서 자주 먹을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주사 맞고 엉엉 울고 있으면 바나나 하나 얻어먹을 수 있었다. 열대과일이라 비싸고 맛도 귤이나 자두와 달라서 한 번 먹을 때에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바나나 하나에 행복했던 어린 날이었다. 어른이 되면 돈 많이 벌어 이 맛있는 바나나 실컷 사 먹어야지. 어른이 된 지금 바나나는 이제 원숭이도 잘 먹지 않는다. 너무 많고 아주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대과일 대부분이 당도가 너무 높아서 과일이 건강에 최고야,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다.


특별했던 바나나는 시간이 흘러 너무 평범하게 변했다. 그런 존재가 있다. 스파게티가 그렇다. 스파게티가 예전에는 고급음식에 속해서 가격이 아주 비쌌다. 구라파에서는 서민음식인 스파게티나 파스타가 한국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스파게티를 파는 식당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카페 같은 곳에서 음악이 나오고 테이블과 조명이 예쁜 곳에서 포크로 돌돌 말아먹으니 커플이나 여자들이 친구끼리 가게 되면서 가격이 비싸도 카페의 분위기가 좋으면 지갑 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스파게티보다 짜장면이 훨씬 맛있었는데 가격이 저렴했고 곱빼기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다운타운에 나가야만 있는 스파게티 전문점에 반해 중국집은 동네마다 다 있었다. 음악대신 티브이 소리가 들리고 예쁜 조명과 예쁜 테이블 대신 짜장의 냄새가 홀 안에 가득한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다. 운동회를 하거나 소풍 다녀온 날에 짜장면을 먹기도 했다. 가끔 먹는 짜장면은 마음을 다 빼앗길 정도로 맛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 스파게티와 짜장면은 가격도 비슷해졌다. 평준화가 된 것이다. 오히려 짜장면이 더 비싼 곳이 많다. 파스타의 일반화와 짜장면의 고급화가 공존하는 시대다.


스파게티도 짜장면도 옛날에 비해 지금은 많이 변했다. 형태도 가격도 그 외의 것들도.


예전에 거들떠도 보지 않던 것들이 지금은 왕대접을 받는 것도 있다. 그 대표적으로 하나를 꼽자면 피규어다. 한낱 어린이 장난감으로 치부되던 것들이 지금은 돈 없는 어른들은 접근도 할 수 없는 고가의 취미가 되었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 모두가 수입이 막혔을 때 피규어 유튜브는 승승장구했다. 마블의 피규어만 모으는 사람, 드레곤볼만 모으는 사람, 오래된 프리미어가 붙은 국산 조립식 피규어만 모으는 사람, 여성 캐릭터만, 동물캐릭터만, 스타워즈만, 잡다한 모든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까지. 피규어의 세계는 지금 넓고 깊어졌다. 한 마디로 엄청나졌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모든 것이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바나나 하나에 행복하고 기뻐할 수는 없게 되었다. 행복의 총량을 채우는 것이 예전의 작은 것에서 오는 행복이 아니라 덜 불행한 것들이 이어지는 것에서 행복을 대신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기에 계란프라이에 두부정도면 괜찮은 것이다. 이 정도를 먹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은 아니라 할지라도 덜 불행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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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는 벚꽃을 구경했습니까. 그곳의 벚꽃은 며칠이나 만개해 있습니까. 이번 벚꽃은 다른 해에 비해 일찍 꽃을 피웠습니다. 일찍 개화하고 만개해 버린 탓에 벚꽃이 이제는 여기 바닷가에는 거의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주 잠깐 피었다가 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비가 내리는 속도에 비례합니다. 그래서 벚꽃이 떨어지면 꽃비가 됩니다. 비는 사람을 적시지만 꽃비는 마음을 적십니다. 비는 인간을 축축하게 적시지만 꽃비는 마음을 촉촉하게 합니다.


벚꽃이 피었다가 무화되는 속도만큼 기묘한 감정에 휩싸였다가 벗어나곤 합니다. 잔인한 계절 4월이 되었습니다. 그곳은 내내 따뜻하지요? 4월은 거짓말로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던 1일은 그렇게나 좋아했던 장국영이 죽은 날입니다. 높은 곳에서 벚꽃처럼 떨어졌습니다. 바람에 날리듯 하늘로 가버렸습니다.


역시 사월은 잔인합니다. 우울하군요. 다른 얘길 하겠습니다. 애들은 다 착합니다. 그러나 애들이 왜 다 착해야만 하는 걸까요. 좀 못됐다고 해도 어른들만큼 못됐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을 하겠습니다. 애들이라고 해서 못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아이들은 전부 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착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어떤 어른이라도 다 그렇게 말을 합니다. 어른들은 화가 나는 일이 있다면 그걸 입 밖으로 꺼내거나 행동을 해서 풀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착한 콤플렉스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합니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왜 스트레스가 없을까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전부 못하게 하니 스트레스가 어른들보다 더 심하면 심하지 않을까요.


늘 착하기를 강요받는 아이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일지도 모릅니다. 칭찬을 받기 위해 행동을 하는 아이를 봤습니다. 잘 보이기 위해 엄마의 칭찬을 듣기 위해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아이를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신의 생각이 너무 듣고 싶군요. 이 세상의 교도소에 갇힌 범죄자들도 어린이였을 적에는 너무나 귀엽고 작은 아이였겠죠.


벚꽃은 아이를 닮았습니다. 금방 사라지니까요. 아이도 아이로 남아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너무나 금방 커버립니다. 벚꽃은 생명의 미학보다 죽음의 미학에 가깝습니다. 벚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벚꽃이 죽어가는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으니까요. 죽음의 순간을 볼 수 있다는 건 축복과도 같은 일입니다.


빨리 떨어져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더불어 잔인한 계절입니다. 또 편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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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코스가 몇 개가 있다. 그중에 한 코스로 오다 보면 셀프세차장을 지나쳐 온다. 그곳은 강변 둑으로 달려오기 때문에 세차장이 둑보다 밑에 있어서 그 안에 잘 보인다. 날이 조금만 추우면 세차하는 차는 한 대도 없다. 휑한 세차장에 노래만 크게 들린다. 겨울에는 손이 시려 셀프세차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날이 조금만 풀리거나 따뜻해지면 거짓말처럼 우르르 세차를 한다.


어제 지나오면서 아주 기묘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봄이니까 이제 세차인들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열심히 비누거품질을 하고 씻어내고 갈고닦는다. 들어오는 입구에 물세차하는 곳이 있고 거기서 비누거품으로 닦고 물세차를 하고 나면 이동을 해서 손세차를 하는 게 보통이다.


사진으로 보면 저기 저 글자 밑의 검은 차가 들어오는 곳이 입구다.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물세차를 하는 곳이고, 안쪽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손세차를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너무 기묘한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저기 검은 승용차가 세차를 하러 들어와서 대기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 물세차를 하고 그다음 손세차를 하니까 물세차하는 곳에 차들이 가득 있으니까 대기를 하는데, 물세차하는 곳을 잘 보면 거품세차나 물세차가 끝났는데도 나오지 않고 그냥 거기서 손세차를 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차들이 다 그렇게 세차를 하고 있다. 여기에 이렇게 손세차하는 공간이 많은데도 그냥 물세차하는 곳에서 걸레로 손세차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 대기하는 검은 차가 나오라고 해도 될 법한데 그냥 계속 기다리고 있다. 그런 차들이 밖으로 죽 줄이 서있다. 이거 너무 기묘하잖아. 이렇게 세차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나오라면 하면 나올 텐데도 나오라고 하지 않는 사람이나, 물세차를 하고 나서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나, 그냥 내버려 두는 주인도 내 눈에는 너무나 기묘하게만 보였다. 보통 물세차를 하고 손세차하는(저기 하연 쏘렌토처럼) 곳으로 와서 세차를 하는 게 정상적인데 어째서 이런 기묘한 광경이 펼쳐질까.


나오라고 하면 기분을 건드리는 행위라서 발끈해서 싸움이 일어나서일까? 아니면 여기 세차장만 그런 거겠지? 다른 곳에서는 이러지는 않을 거야. 아마도 시비가 붙어서 세차장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사장도 전부 이 동네 사람들이니까 그냥저냥 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어제 소아과 의사들이 더 이상 소아과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이제 그만하렵니다,라고 기자회견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치료하기 싫어 우는 아이를 치료하려고 팔을 잡았는데 엄마가 호통을 치고 악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인터넷에 소아과의 악플을 달아놓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무엇보다 30년 동안 진료비가 동결이라 모두가 이제 우리 그만 포기하렵니다,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지금 아이들은 너무나 안타까운 국면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고, 벚꽃이 지금 다 떨어졌다. 이상기후의 현상을 몸소 체험하는 시기가 지금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아파서 소아과를 가려고 해도 앞으로 거의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무엇보다 전부 자기중심적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시비를 걸고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많아졌다. 세차장의 저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나 같으면 물세차하는 곳에서 걸레를 들고 오랜 시간 동안 손세차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전부 나 같지는 않다고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도 기묘한 건 기묘하다. 너무 이상하다.


어제는 성월동화를 오랜만에 또 봤다. 이토록 말도 안 되는, 만화 같고 동화처럼 산만하지만 아름다운 영화였다. 물론 장국영이 있어서이다. 장국영은 1인 2역을 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서 열병을 앓는 토키와 타카코도 너무나 예쁘다. 근래에 미용실 남자 헤어디자이너에게 집착을 보이는 무시한 중년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파릇파릇 예쁜 얼굴 토키와 타카코가 장국영을 향해 무한 애정을 발사한다. 그저 뮤직비디오처럼 보였던 성월동화나 보자. 많은 생각이 교차할 땐 그게 최고야.


https://youtu.be/nqvczAynF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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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있을 일이가, 이게 이렇게나 재미있어도 된단 말이가. 근래의 마블 영화들, 디씨 영화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고 재미있다.

초반에는 만달로리안만큼은 아니지만 뭐 어때, 하는 마음이었는데 5화부터 흑화 하더니 점점 달아오르는 불덩이처럼 마지막 회차까지 재미가 떨어질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보바 펫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한 솔로에게 한 방 먹고 사막 밑으로 떨어져 주둥이 이빨이빨 괴물에게 먹혔다. 자바 더 헛이라고, 배가 축 늘어진 찰흙 물에 불려 창문에 집어던져 흘러내리는 듯한 얼굴을 한 쌍둥이를 지키다가 사막 밑으로 떨어져 생사를 알 수 없다가, 현생으로 40년이 흐른 지금 디즈니의 자본과 존 파브로의 극본과 로드리게즈의 연출력이 만나 다시 태어났다.

보바 펫이 초반에는 샌드족에 잡혀서 노예로 있다가 그들을 도와주며 그들에게 인정받기까지의 과거 여정이 나오는데 이 이야기가 무척 좋다. 마치 회사에 취업하여 보잘것없던 내가 하나하나 일을 배워 경쟁업체를 물리치는 뭐 그런 짜릿함이 있다. 보바 펫은 그래서 어쩌고저쩌고 수장이 되었는데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하고 싶은데 시민은 시민대로 대들고, 반대 세력은 반대 세력대로 대든다. 만만치가 않어.

5화에서는 만달로리안이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진짜 재미다. 보바 펫과 만달로리안이 합세하여 거대세력과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만달로리안이 등장해서 헤어진 그로구를 찾아간다. 그로구는 열심히 마스터 루크에게 포스를 배우고 있다.

귀염 터지는 아가아가 지천명 그로구의 행동 하나하나가 보는 이들을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만달로리안은 그 멀리까지 가서 그로구를 만나지 못하고 보바 펫에게 온다.

이제 본격적인 전투를 하는데 지를 키워준 양 아빠 만달로리안을 만나러 비행선을 끌고 그로구가 온다. 그때 그 둘이 만나는 장면 뭐지? 왜 눈물 나려 하지? 가면 때문에 얼굴 표정이고 뭐고 안 보인다고. 그로구의 표정 역시 눈만 뜨고 있을 뿐인데 이 감격은 도대체 뭐지?

포스를 배운 지천명 귀염 뽀짝 요다인 그로구의 포스 활약 덕분에 만달로리안은 생명을 잃지 않는다. 만달라로리안도 그렇고 보바 펫도 그렇고 스타워즈 영화 속에서 하찮게 지나쳤던 캐릭터들이 여기서는 전부 입체적이 되어 진짜 살아서 자신의 몫을 하는 게 너무 좋다.

그로구는 그래픽이 아니라 인형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제 만달로라인 시즌 3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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