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 앞바다는 마치 지루한 소설 같다. 가짜로 그려놓은 그림 같은 풍경이다. 수면에 돌이라도 던져 파문을 만들고 싶을 지경이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없다. 오롯이 혼자서 무서울 만큼 고요한 바다의 풍경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때 해안 가까이 바다가 조금 울렁거리며 높이가 달라졌다. 무슨 신기루 같은 것일 거야. 어째서일까, 갈매기들이 바다의 한 곳으로 몰려들어 낯선 비행을 한다. 그리고는 지루한 바닷속으로 갈매기들이 머리를 마구 박았다. 갈매기들은 입에 물고기를 전부 한 마리씩 물고 다시 하늘로 오른다


 바로 그때였다. 해안가의 약간 높은 바다가 불쑥 솟아오르더니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가 등을 보인다. 바닷가에 살면서도 나는 그 광경을 처음 보았다. 나는 처음 고래를 보는 금복이 되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앉아있다가 등에 난 숨구멍에서 힘차게 뿜어대는 물에 흠뻑 젖는다


 나는 금복이 되어 손으로 고래를 잡으려 했다. 붉은 눈을 한 달빛 아래에서도 하얀 포말이 선명하게 보였다. 포말을 헤치고 대왕고래가 수면을 가르며 나에게로 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와 고래는 동시에 분기를 했다. 고래는 꼬리를 치켜들고 우아함을 한껏 뽐냈다


고래는 꼬리를 수면에 찰싹 내린다. 그 순간 나도 알 수 없는 뜨겁고 차가운 것이 뱃속에서 치밀어 오른다. 금복이 된 나는 일어나서 바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고래를 향해 헤엄을 쳤다


 고래는 나에게 등과 꼬리를 보여줄 뿐이었다. 고래가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나는 고래의 눈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금복처럼 나는 고래에 닿을 수 없었다. 고래는 바다 깊이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는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고래를 따라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겨우 손을 뻗어 고래의 등을 만졌다. 매끈한 고래의 감촉은 아이로 남아있으려는 내 마음을 하염없이 건드렸다


 고래에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칼잡이였다. 사랑을 위해 손가락을 다 자르고 사랑의 실체를 알고 더 이상 사랑을 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던 칼잡이. 하지만 금복에게 그만 사랑을 느끼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음을 당하는 칼잡이. 하얀 양복의 칼잡이. 마지막까지 사랑을 위해, 사랑 속에서 죽어간 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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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봄의 느른한 봉제선이 만져진다

어느 마당에서는 곡 풀려나갈 것 같은 실밥처럼 목련이 진다


심재휘 – 높은 봄 버스 중에서


라는 시가 어울리는 오늘이다. 목요일 아침, 일어나서 이 시를 읽었다. 긴 버전이 있는데 읽고 나면 겨울을 지난, 아직 뜨거운 봄 햇살이 오기 전의 기분 좋은 홑이불을 얼굴에 비비는 기분이 드는 시였다. 목련이 지고 있다. 목련이 지고 나면 세상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뜨거운 계절 속으로 들어간다.


복도를 나서는데 복도에 꽃향기가 확 났다. 프리지어 향이라고 하기에는 진하고 장미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수줍은, 꽃향기가 이렇게 복도에 확 나니 나는 그대로 잠시 서서 향기를 맡았다. 그것이 나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좋은 냄새가 나면 그대로 멈춰 서서 잠시 맡고 있다. 장점은 혼자라서 그 좋은 향을 방해받지 않고 맡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누구와 함께 라면 꼭 왜 멈추냐는 소리를 듣는다.


4월은 분명 잔인한 달이다. 흐리고, 뿌옇고, 비 오고, 돌풍에 황사에, 초미세먼지가 최악 수준에 하늘하늘 예쁜 꽃잎은 한 번의 비로 죄다 떨어져 버리고,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는 온통 거짓말을 늘어놓는 기사들뿐이다.


언젠가부터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아무 말이나 하는 일들이 늘어났다. 책임 없는 표현은 자유롭게 해서는 안 된다. 4월 16일에 실시간으로 고층에서 뛰어내려 극단적 선택을 한 여고생의 사건이 있었다. 거기에 대고 416인데 물에 빠져 죽어야지 왜 뛰어내려서 죽나.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이런 댓글이 익명을 내걸고 엄청나다. 이런 것도 표현이랍시고 자유를 말한다. 이것이 자유일까.


태영호는 재산이 20억이나 된다. 그게 북한의 정보 제공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에 황장엽이 40억 정도를 정보 제공료로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재산도 많은 사람이 김구 선생과 김일성을 동일한 시기에 활동한 것처럼 말을 했다. 김구 선생이 김일성에게 영향을 받다니, 김구 선생과 김일성은 나이 차이가 거의 40살이나 난다. 김구 선생이 한창 일 때에 김일성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국회의원이나 되어서 표현의 자유랍시고 하는 걸까.


가만 생각해 보면 그 짝의 머리가 좋은 누군가가 태영호에게 이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해서 재선, 3선을 유지하려면 어떻든 사람들에게 이름 석자를 각인시켜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사고를 한 번 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아무리 좋은 법안을 내고 통과시키고 좋은 일을 해봐야 국민들은 관심이 없고 이름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를, 큰 사고를 한 번 치면 사람들은 그 국회의원을 욕할지라도 기억을 한다. 이게 한국사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때의 발언은 잘못했다고 넘어가면 사람들은 그냥 받아들이고 넘어간다. 사람들은 단순하다. 복잡하게 생각하기를 싫어한다. 대중은 개돼지다. 그걸 알아야 한다고 누군가 말을 해줬고 태영호는 한 수 더 떠서 한 번의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 거의 매일매일 발언을 할 때마다 사고를 친다. 어떻든 이렇게 되면 신문 1면에 실리게 되고 네이버 정치 부분을 모조리 차지하게 된다. 사람들은 당연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 그 당의 대표는 누군지 몰라도 태영호는 알게 된다. 태영호가 국회의원이 된 강남에서 한 아주머니를 붙잡고 여기 국회의원 탈북한 사람이에요,라고 했더니 정말요?라고 한 이야기가 있다.


존재감이 없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토록 답답한 경우가 있을까. 야당에게는 자유를 좀 표현하라고 하고 싶다. 어제는 올 들어 가장 최악의 대기질이었다. 정말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잔인한 4월이지만 오늘은 아파트 복도에 꽃향기가 났다. 인공적으로 좋은 냄새를 제외하면 자연적으로 좋은 냄새는 꽃향기밖에 없다. 그 외의 좋은 냄새는 대부분 인공적인 향이다. 꽃향기도 가까이 가야만 맡을 수 있는 꽃이 있고, 멀리 있으면 은은하게 향을 풍기는 꽃이 있다. 봄이 되면 매년 프리지어를 한 다발 구입해서 집에 두고 향을 맡았는데 작년에는 건너뛰었다. 이럴 때는 단순한 게 좋다. 좋은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나아지고, 좋은 시를 읽으면 행복하다고 느끼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최고야,라고 생각한다.

비가 온 날이다.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비가 그쳤다. 아무리 비가 와도 나처럼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미친 사람들은 꼭 있다. 올해는 2월에 하루 빼고는 매일 달렸다. 그래봐야 하루에 한 시간 정도다.

비가 오니 꽃잎이 전부 비바람에 떨어졌다. 흐드러지게 피더니 흐드러지게 떨어졌다. 그 위에 이렇게 서 있으면 꼭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면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장르는 로맨스일 것 같지만 스릴러. 꽃잎이 떨어지는 봄에만 살인을 저지르는 한 사이코패스의 이야기.

노을이 예쁜 날이었다. 자연은 늘 경이로운 색감을 보여준다. 하늘의 색과 노을의 색과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경계의 색이 예술품처럼 펼쳐진다. 매일 볼 수 없어서 이 아름다운 마법의 풍경이 펼쳐질 때면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깅을 한다.

흐린 날이다. 해도 뜨지 않고, 비가 그친 뒤 반나절이 지난 저녁이다. 아직 유채가 곳곳에 있고 가만히 있으면 쌀쌀한 날이다. 그러나 조깅을 하고 10분이 지나면 땀이 난다. 그런 날이다. 봄날, 4월의 흐린 날은 그런 날이다.

위의 날과 같은 날일까. 강물의 파동이 없고 아주 고요한 날이다. 보통은 낚시꾼들이 나오는데 쌀쌀해서일까, 비가 온 탓일까. 낚시꾼들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보는 딱 이 뷰가 좋다. 양 옆으로는 아파트단지가 죽 이어지지만 정면으로는 아파트가 없는. 그래서 양 옆의 아파트 단지를 잘라낸 사진도 괜찮을 것이다.

비록 향기는 없지만 봄이면 거리 곳곳에 이렇게 형형색색의 꽃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예전에는 도로에 이렇게 꽃을 심어 놓으면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은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볼 수는 없다. 거리의 꽃들도 곧 시들 테니 예쁘게 피었을 때 많이 봐두자.

달렸다. 신나게 달리고 싶은데 이제 마음대로 신나게 달려지지가 않는다. 힘들다. 그래도 힘들기 직전까지는 신나게 달렸다.

올해 들어 가장 최악의 미세먼지 때문에 엄청나게 뿌연 하늘이 펼쳐진 날이다. 이 날은 조깅을 하며 숨을 쉬면 미세먼지의 맛도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맛이 꼭 귀지의 맛이다. 오래된 비누맛, 길가의 섞은 그루터기의 맛. 영화 인 더 더스트 같은 날. 잔인한 사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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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공황장애 이야기에서 마지막은 약물, 마약으로 끝이 났다. 약물, 마약류의 약물을 생각하면 하얀 가루의 그 마약만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마약의 종류는 너무나 많고 이미 우리의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온 약도 많다. 나는 오래전에 구치소에서 교도대로 근무를 했을 때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다가 들어온 재소자들을 많이 봤다.


좀비 랜드라고 불리는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에 100명이 넘는 약물 중독자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상한 모양새로 거리를 점령하는 기사를 유튜브를 통해서, 뉴스를 통해서 접했다. 뉴스에서 다루기 훨씬 이전에 유튜브에서 거리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채널들이 있었다. 그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에 도래하고 백신이 풀릴 때쯤이었다. https://youtu.be/SRjny44ZTUY


거리에서 좀비가 된 사람들은 투여한 약 때문에 뇌에 산소가 공급이 되지 못해서 좀비 같은 걸음걸이로 인간의 생활이 망가진 채 지내고 있다. 이 사람들이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 약이 펜타닐이며 말기 암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인데 이게 필라델피아 사람들에게 유입이 되었고 돈이 없어서 싼 가격에 약을 구하고 싶은 미국 약쟁이들이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로 몰려들면서 좀비랜드가 생겼다.


펜타닐은 인간의 몸에 엄청난 속도로 영향을 미치는데 KBS ‘세계는 지금’에서 켄싱턴 거리를 취재하는 영상 중에는 한 경찰이 약상자를 여는 순간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만큼 약은 소량으로도 인체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이 펜타닐은 인간에게만 투여를 하는데 이 마저도 살 돈이 없는 약쟁이들은 자일라진이라는 또 다른 약이 펜타닐에 혼합된 형식의 약을 구입한다. 자일라진은 중독성이 가장 강력한 약으로 이는 동물용 진정제와 마취제로 알려져 있다. 영상을 보면 좀비처럼 변해버린 사람들 중에 피부가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보면 얼굴을 으 하게 만드는 피부다. 피부의 여러 부분이 괴사 한 사람들이다. 바로 자일라진 때문인데 심한 경우는 괴사로 인해 팔, 다리를 잘라야 한다.


필라델피아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데 그중에서 켄싱턴 거리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인데 절망적이다. 미국의 정부에서 조차 포기를 할 정도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길거리에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소변을 갈겨서 웅덩이까지 생겼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과 돈을 가진 나라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으로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그림자다. 미국의 초라한 곳은 너무나 이상하고 비참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약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냐 하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근육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디빌더들. 또는 빠르게 근육을 만들고 싶고, 큰 근육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약물을 사용한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미국의 헬스로이더가 김종국을 저격한 영상이 있었다. 이 영상이 얼마나 유명했던지 미우새에서도 김종국을 중간에 두고 자기네들끼리 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귐줭국은 로이더야, 하고 미국헬창로이더가 만 달러를 건돠,라고 한 것에 빡친 김종국이 약물 검사를 하고(약물 검사나 소변 검사 같은 경우는 돈이 있다고 해서 막 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 스포츠 선수가 경기 참여를 두고 가능한 것인데 일반인이 검사를 받으려면 복잡하다) 몸에 아무런 약물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변호사와 함께 그 헬스 로이더에게 억측 추측을 한 것에 대해서 반박하는 영상도 있었다. 보면 재미있다.


여하튼 로이더들이 하는 약이 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게 중에는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불법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만 말하자. 먹는 약과 주사기로 투여하는 약으로 나누는데 아무튼 불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구입은 우회하여 구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어떤 의사도 이 스테로이드를 처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도 이미 한 3, 4년 전에 이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에 대한 영상이 엄청 많았다. 스테로이드 중류의 약물을 하게 되면 살이 빨리 빠지며 근육이 빨리 커진다. 로이더라는 말은 스테로이드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스테로이드로 빠르고 강력하게 근육을 생성하는 사람들을 줄여서 로이더다. https://youtu.be/cvLPWS5Sk3U


우리나라에서 느닷없이 스테로이드 약물과 부작용이 몇 년 전부터 크게 이슈가 된 이유는 바디 프로필 열풍이 가장 큰 이유다. 거기에 코로나 시기에 갇혀서 찐 살을 빼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부쩍 스테로이드 약물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유튜브에 스테로이드라고 검색을 하면 그에 관한 영상이 많이 나온다, 유명한 영상도 많다. 우리가 티브이나 어떤 영상 속에서 보는 굉장히 몸이 좋은 – 굉장히 몸이 좋다는 말은 과하게 근육이 좋은 사람들이며 이들은 로이더라고 보면 된다. 징맨으로 알려진 황철순도 한 3년 전에 자신의 채널에서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에 대해서 말하는 영상이 있다. 영상을 틀면 첫 시작을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 생각조차 하지 마라”라며 시작을 한다.


미국에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이름을 건 보디빌딩 경기가 있다. 근래의 그 경기에 나온 상위권 선수들의 몸은 그야말로 헐크 수준이다. 그런데 복근이 선명한 배가 불룩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선수시절의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아놀드는 몸은 크고 근육이 아주 좋은데 배가 날씬하다. 배에 힘을 주면 허리가 아주 가늘다. 이걸 베큠인가? 그렇게 부른다. 경기에 그런 포즈가 있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헐크들은 그게 안 된다. 복근은 선명한데 배가 엄청 나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놀드가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베큠을 한 번 해보라고 하는 영상도 있다. 아놀드가 스테로이드를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고.


그게 바로 스테로이드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약은 근육도 크게 하지만 장기도 비대하고 만들고, 성기비대증도 유발한다. 거대하게 만들지 말아야 할 심장이나 장기를 거대하게 만들어 혈관을 압박하는 것이다. 거기에 체중과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서도 단백질 등 고열량 식품을 계속 먹게 되니 배가 엄청나게 나온다.


이 스테로이드 약을 하는 보디빌더들이 돌연사를 많이 하며 그들은 대부분 그 위험을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직 20대, 30대 밖에 되지 않은 유명한 보디빌더들이 느닷없이 돌연사를 하거나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어 몸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스테로이드의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가장 심한 부작용은 심장과 신장을 망가트린다는 것이다. 거기에 단백질을 과하게 섭취를 하니 신장이 대부분 망가져 투석을 하는 로이더들이 많다. https://youtu.be/3_MteURVfRE


겉모습은 헐크인데 실상은 중증환자가 되는 모순을 가진다. 헐크를 바라는 이들은 자신의 몸을 망가트려서 경기에 임하는 이상하고 또 이상한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스테로이드, 약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자신의 의지로 약을 하는 경우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약을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성들 같은 경우 빨리 살을 빼고 싶고, 탄탄한 몸을 빨리 만들고 싶어서 헬스장을 찾는다. 트레이너에게 문의를 한다. 11자 복근을 빨리 만들고 싶다. 그래서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한다. 트레이너가 어느 날부터 텀블러에 단백질이라며 운동 중간중간에 마시게 한다. 그랬더니 살이 빨리 빠지고 복근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성은 몇 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수염이 나기 시작하고 성기가 커지고 무엇보다 우울증이 심해졌다. 진단을 받아보니 그건 약물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바로 트레이너가 건네주는 단백질에 스테로이드 약물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살도 빨리 빠지고 근육도 예쁘게 빨리 자리를 잡아서 운동하는 방법이 자신과 맞을 줄 알았지만 약 때문이었다. 트레이너 중에는 그렇게 몰래 약을 먹이고 나중에 약을 찾게 만들려는, 그래서 돈을 쥐는 그런 몹쓸 사람도 있었다. (이 부분도 저 위의 실화 on 영상에 피해자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지금 시대에는 누군가, 설사 그 누군가가 나와 친한 사람들이라도 뚜껑을 따서 주는 음료는 받아서 홀짝 마시면 안 된다. 마약은 종류가 많고 형태도 다양하고 변형이 각양각색이다. 일상 속으로 틈입해서 들어오는 게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친구가 하면 호기심에 약을 하기도 한다. 이걸 부모나 선생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사람들은 건강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하듯이 망가지는 것에도 관심이 많고 이상하지만 지대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쉬운 쾌락과 달콤한 유혹은 인간을 망가트리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꼭 하얀 가루의 마약만이 마약일까. 요즘 말 많은 레드불도 그렇다. 카페인을 과다하게 섭취를 하면 몸에 이상반응이 온다. 매일매일 몇 캔씩 마시면 중독이 된다. 판피린 물약 종류도 그렇다.


감기기운이 있을 때 한 병 마시는 거지만 달달하니 맛있어서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이건 중독이다. 말 그대로 약물중독이다. 예전에 디제이 이종환이 그랬다. 매니저가 매 시간마다 한 병씩 따서 주었다고 할 정도로 자주 마셨다고 한다. 술을 좋아해서 취한 다음에도 판피린 물약을 마셨다고 한다.


일찍부터, 이른 나이에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약을 접하는 게 쉬워진 요즘 앞으로가 더 문제가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미용과 외모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몸이 좋은, 예쁜, 멋진 인플루언서가 광고하는 식품이나 화장품에 그대로 노출이 되고 따라 하기만 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에 쉽게 넘어간다. 위의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영상을 보면 이미 미국의 10대 들의 문제점이 잘 나온다. 10대들은 절대 부모에게 허락을 받거나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알라지 않는 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김도기가 때려잡은 블랙선의 사건처럼 이미 실제로도 마약이 너무나 많이 풀렸기 때문에 성교육처럼 학교에서 마약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진 요즘, 마약을 찾는 사람들은 아마 더 늘어갈 것이다.


https://youtu.be/y7a4iHjyTH8 미국 사망원인 1위 한국에도 퍼지고 있는 죽음의 마약 펜타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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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시 한번 읽으려고 펼쳤더니 그 안에 돈이 들어있어서 놀랐고, 삼만 원이나 꼬불쳐 넣어놔서 놀랐고, 책 깨끗하게 보기로 유명한 나인데 여기저기에 줄이 그어져서 놀랐다. 뭐 그건 그렇고, 소설가라는 직업은 이 세상의 수많은 직업 중에서 가장 희한하고 기묘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출퇴근 시간도 없고, 정해진 업무량도 없고, 과정이 힘들고, 결과가 눈에 보이듯 확실하지도 않고, 파자마만 입고 일을 할 수 있고, 늘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가 예민함이 극에 오를 때가 있는 직업이다. 너무 행복하면 일을 못 할 수도 있고 늘 불행할 수도 없다. 언제나 일정한 패턴과 기복 심하지 않은 적정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하루키에게 소설가가 되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합니까,라고 한다. 하루키는 늘, 언제나 그렇듯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라는 확고하고 섬뜩한 이야기만 할 뿐이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는데 책을 많이 읽을 필요는 없다.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소설가 대부분이 많은 책을 읽는다.


독서라는 행위가 그대로 하나의 큰 학교였다고 하루키는 말한다. 다 알다시피 그는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챈들러, 레이먼드 카버, 포크너, 커트 보네거트, 잭 케루악 등 하루키의 팬들은 하루키가 말하는 여러 소설가들의 소설도 찾아서 읽어 봤을 것이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뛰어난 소설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소설도, 혹은 별 볼 일 없는 소설도 (전혀) 괜찮아요, 아무튼 닥치는 대로 읽을 것,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 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소설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체력입니다. 아직 눈이 건강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동안에 이 작업을 똑똑히 해둡니다. 실제로 문장을 써보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순위로 보자면 그건 좀 나중에라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소설을 쓰면 좋은 점이, 소설을 누군가를 위해서 쓰지 않는다. 나를 위해서 소설을 쓴다. 그러다 보면 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즐거운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루키는 그걸 이미 알아 버려서 신나게 소설을 쓸 때에는 집중해서 소설을 쓴다. 그렇게 보인다.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내가 똑같다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좀 달라졌다면 책은 그야말로 오로지 나의 편인 친구다. 거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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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길거리에서 혼자 중얼중얼거리면 백 퍼센트 미친놈이었다. 저런 놈을 봤나! 그런 사람이 중얼중얼 거리며 다가오면 슬금슬금 피해야 할 정도로 기피 대상이었다. 무서웠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사람은.


그러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요즘 길거리에서 홀로 중얼중얼 거리는 사람은 거의 백 퍼센트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걸어가면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 통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날 때부터 스마트 폰을 달고 태어난 세대는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걸어 다니면서 티브이를 보고, 전화통화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일을 할 수 있고, 메신저도 가능하게 되었다. 두세 살 때부터 엄마아빠가 식당에서 밥을 편하게 먹기 위해 아이에게 스마트 폰을 쥐어 주면 조용하게 영상을 본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마트 폰과 SNS가 몸의 일부처럼 되어 버린 지금의 세대는 그 이전의 세대보다 공황장애를 많이 겪으며 쉽게 겪는다고 한다.


정준희 교수가 말하는 공황장애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 악몽을 꾼 적이 있는데 좋아하는 정준희 교수가 갑자기 정부의 편에서 국민을 몰아세우는 발언을 하는 것이다. 또박또박 알아듣기 쉽게, 설득되게 국민들을 몰아가는 말을 단상에서 막 하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전부 받아들이고 그쪽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을 아무리 말려도 정준희 교수가 하는 말을 듣고서는 다 넘어갔다. 놀라서 꿈에서 깼는데 악몽이었다. 길게 쓰고 싶지만 이쯤에서 그만하고.  


공황장애가 오는 이유는 내가 처리해 낼 수 있는 정보의 양보다 훨씬 많은, 처리할 수 없는 정보가 한꺼번에 밀려왔을 때 뇌가 기능을 포기해 버려 공황장애가 온다고 한다. 지금 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 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그 사진을 매일 올린다. 사진을 올렸을 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판단과 간섭을 받는다. 내가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얼굴 평가를 받는 것이다.


얼굴은 예쁜데 코가 좀 이상해, 아직 화장이 서투르네, 눈이 어떻네, 옷이 어떻네, 스타일이 어떻네, 친구가 없을 것 같네, 같은 댓글을 보게 된다.


보통 오프라인에서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스타일이나 얼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뿐이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범위를 훨씬 넘은, 많은 사람들에게 판단을 듣게 된다. 그중에 악플이 생각보다 많이 달리면 나의 뇌가 처리할 정도의 범위를 넘어서서 처리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계속 그 댓글들에 시달리게 된다. 백 명, 천명 이상의 사람들의 평가를 들으니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처리를 하지 못하니 겁이 나고 숨이 막히다가 우울증에 걸리고 사람이 무서워진다.


그래서 공황장애가 많이 걸리는 부류가 연예인이다. 연예인들은 공황장애를 많이 겪는다. 엄청난 사람들의 공격을 한 개인이 처리하지 못한다. 연예인은 권력이 없다. 힘이 없는 사람들이 연예인이다. 악플을 다는 인간은 그저 저 연예인이 싫어서 계속 악플을 단다. 그런데 그 악플이 교묘하게 그 연예인이 공정하지 못한다는 글로 도배가 도면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게 된다.


요컨대 연예인들은 노출이 되어 있으니 일상생활에서 일반인을 만나면 대하는 태도가 늘 밝고 명랑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평소 행실이 엉망이라고 댓글을 달고 그쪽으로 여론을 몰아간다. 그리하여 연예인을 끌어내리고 일거리를 줄이는 것으로 쾌감을 얻는 인간들이 있다.


이런 공격에 연예인들은 속수무책이다. 악플에 승소를 했다고 해도 그 기간 동안 추락한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져 버린 이미지는 그대로 묻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승소를 하고 소송을 할 수 있는 연예인은 소속사가 대형회사 거나 자본이 많거나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회사일 때나 가능하다. 한 개인으로서는 권력도 힘도 없는 것이 연예인이다. 그래서 다른 직업에 비해 연예인들은 공황장애를 많이 겪는다.


인간은 너무나 모순적이라 내가 다는 공익적 악플이 정당하다고 생각이 든다. 계속 악플을 달다 보면 자신을 합리화를 시킨다. 무엇보다 나의 악플에 동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마치 내가 정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치인? 정치인은 쉽지 않다. 가장 공격하기 쉽고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게 연예인이다. 그렇게 해서 한 연예인을 끌어내리면 끝나는가? 아니다. 재미있기 때문에 또 다른 타깃을 찾아다닌다.


공황장애는 정신적인 장애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공황장애 그전 단계가 공황상태인데, 나는 공황장애라고 말하는 주위 사람들은 어쩌면 공황상태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황장애는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의사가 진단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공황장애 전 단계인 공황상태인 경우가 많다. 고로 공황장애는 심각하다는 말이다. 고로 공황장애는 스마트한 기기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빠져들기 쉬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제 길거리에서 유선 이어폰을 긴 사람도 거의 볼 수 없다. 그만큼 스마트한 기기들이 몸에 밀착되어 있다. 주위에서 왜 애플워치 사용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아이패드프로처럼 나는 스마트워치가 그다지 필요가 없다. 그놈의 심박수 매 시간 알아서 뭐 하나. 내 심박수가 80인지 100인지 매시간 체크해서 뭐 하려고. 그건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착용을 해서 체크를 하면 된다. 애플워치를 작년에 구입을 했으나 조카에게 줘버렸다. 조카도 또래에 비해서 좀 이상한 아이인지 하루이틀 착용하더니 벗어 놓고 다닌다. 친구들은 죄다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지만 조카는 불편해서 싫다고 한다.


나에게는 지샥 DW5600 바리에이션이 두 개나 있어서 애플워치는 필요가 없다. 게다가 나는 지샥의 디자인을 좋아해서 다른 디자인 시계를 별로다.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스마트 한 기기들과 한 몸이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생활이 편리해서 좋다고 많이들 말을 하는데 좀 불편하면 어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내가 몇 킬로미터 달렸는지 바로 알 수는 없지만 매일 달리는 코스의 거리 정도는 알고 있다. 나는 신용카드가 없어서 폰으로 결재하는 것도 안 된다. 현금을 넣어 다니다가 현금이 없으면 안 사면 된다.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왔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SNS에 올리고 듣는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중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인가? 날 때부터 스마트기기를 달고 태어나는 세대에게 SNS를 멀리하라고만 하면 들어 먹을까. 공황장애는 무서운 장애다. 진단이 필요하고 처방이 필요하고 치료가 필요하다.


 요즘은 문화심리학 박사 김정운 교수를 잘 볼 수 없지만 한때 김정운 박사를 티브이만 틀면 나오던 때가 있었다. 김정운 박사가 강조하는 것이 몸이 휴식이 필요하듯 정신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늘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매일 파도처럼 밀려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뇌가 기능하기를 포기해 버릴지도 모른다.


앞으로 가장 큰 문제는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제대로 된 처방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SNS로 손쉽게 약을 구입해서 투약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약은 종류가 너무나 많고, 가격이 저렴할수록 혼합된 약물이 많고 중독도 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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