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다가 운이 좋으면 얄읏한 공을 발견한다. 얄읏한 공은 노순택 사진작가의 연작 사진 다큐 시리즈다. 나는 오래전에 얄읏한 공 사진전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했었다. 내가 평소에 가끔 만나는 얄읏한 공은 사진다큐에 나오는 공은 아니지만 자연이 만들어 놓은 얄읏한 공이다. 노순택 작가의 얄읏한 공은 미군이 만들어 놓은 공으로, 미국의 눈으로 마치 대추리에 살아가는 사람들, 즉 한국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진 하나하나가 전부 감시자의 눈처럼 보인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585#comment

하지만 내가 조깅을 하면서 만나는 얄읏한 공은 사람들을 감시한다는 느낌보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려는 듯한 모습처럼 보인다. 나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 이제 곧 사라져, 나에게 인사를 해줘. 곧 사라진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신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주는구나.라고 누가 말했다. 신? 신이 정말 있나? 하느님?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얼마 전에 러셀 크로우가 나오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을 봤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악마는 진짜로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악마는 존재한다-이다.


악마는 정말로, 실제로 있다. 신천지 정명석이 악마가 아닌가.


크리스천에게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물으면 존재한다고 한다. 악마 역시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 내가 묻는다. 신은 어째서 악마를 가만 내버려 두는가. 하느님 왜 정명석을 가만 내버려 두지? 전광훈 같은 사람은 하느님을 욕보이고 마치 자신의 아래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도 신은? 하느님은? 그 잘난 가드는 어디에 있나?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왜 이런 악마를 가만 내버려 두는가.


주위의 크리스천에게 이런 질문을 해서 얻은 해답이라고는 그들도 사실 모른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어쩌면 진실하게, 진정 미칠 정도로 하느님은 믿지 않는지도 모른다. 대부분 하느님의 소리를 들었다고 하지만 그 하느님이 실존하는 악마들을 그냥 왜 내버려 두는지,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 악마짓을 하는 목사들은 왜 그냥 두는지 물으면 대답들이 뻔했다.


만약 정말 뼛속까지 신을 믿고 있다면 광적인 크리스천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유사종교의 교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적당히 또는 적당히보다 조금 더 하느님을 믿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하느님이 기분 나빠서 악마들에게 응징을 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로 신은 세상에 없지만 악마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목사들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보다 자신의 말을 많이 하고 믿음보다는 교회의 이익을 위해 십일조 하기를 바라는 목사들이 많다.


매달 월급에서 70만 원씩 십일조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교회에서 막아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오히려 얼씨구 한다. 목사가 악마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넌지시 돌려 그걸 말하고 있다.


만약 믿음으로 인해 신과 악마가 나타나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나타난 그것들이 믿는 이들의 믿음으로 힘이 강해지는 것이라면, 그래서 이 세상에는 악마는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신 보다 악마를 더 믿는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불행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명인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이상한 말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자,라고 하는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절대 모두가 행복할 수 없고 모두가 행복하다면 모두가 불행하기도 한 것이다. 소수의 행복한 자들이 다수의 불행한 자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광신교도들을 보며 저들은 미쳤다고 말하지만 저들의 입장에서는 신을 덜 믿는 신도들과 그 외의 사람들이 미친 것이다. 만약 광신교도들이 잘못된 교리를 받아들여서 생활하고 있다면 신에게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신은 그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니


만약 진짜 신이 있다면 그래서 신이 나타난다면 - 신을 믿는다는 목사들, 또 신을 열렬히 믿는 크리스천 앞에 진짜 신이 나타난다면 그들은 신 앞에서 불안해하고 큰 두려움에 떨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믿는다는 신에게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신이 어느 날 나타나서 악마들을 없애기 시작했다면 신을 믿었던 목사들, 크리스천들 역시 매일 밤 내일 내 차례가 아닌가 하며 벌벌 떨며 지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악마는 앞으로 더 늘어나지만 신은 세상에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신이라는 건 없기 때문이다.

얄읏한 공처럼 아름다운 광경은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지구와 구름, 대기와 태양의 거리와 우주 속 먼지 같은 것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신은 무슨 얼어 죽을. 전쟁하나 막지 못하는 신을 무슨 개똥 같은 신이라고 할 수 있나.


붉게 이글이글거리며 주위를 온통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는 얄읏한 공은 어떻든 아름답다. 조깅을 하러 나오지 않으면 볼 수 없기에 얄읏한 공을 보기 위해서라도 조깅을 하러 나와야 한다,라는 말은 조금 거짓말이지만 어떻든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오뉴월은 금계국의 계절이다. 작년 이맘때에도 강변을 수놓은 금계국의 예쁜 모습에 사진을 팡팡 찍었던 기억이 있다. 금계국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바람에게 전하는 말을 하는 것처럼 금계국들이 춤을 춘다. 이렇게 예쁜 색을 가진 금계국을 보니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며 칠 동안 몸에 근육통이 온 것처럼 몸이 뻣뻣하고 경직되어 있고 너무 피곤했다. 일을 하다가 시시때때로 졸다가 상사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상사는 이해해 주었다.


이봐, 신혼이라 이거지. 좋을 때지.


결혼한 지 4주 정도가 지났다. 결혼하기 2주 전부터 같이 생활을 했으니 6주 정도를 같이 잔 샘이다. 혼자 잠을 잘 때에는 몰랐지만 둘이 같이 잠을 자고 나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몸을 부스럭거리며 움직이기도 힘들고 섹스 후 품에 파고든 아내를 살짝 밀어내고 편안한 자세로 잠이 드는 것 또한 힘들었다. 어떻게든 잠이 들면 해결되겠지 생각했지만 잠은 새벽이나 되어서 피곤에 의해 잠시 잠들었다가 출근 시간에 일어났다. 일어나면 목이 뻣뻣하고 팔을 드는 게 버거웠다.


아주 큰 침대를 넣을 수는 없고 작은 침대 두 개를 넣어서 잠이 들 때에만 따로 자면 좋은데 아내에게 꺼내기 힘든 말이었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아내가 마음이 다칠까 겁이 난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의 몸은 점점 힘들어져 갔다. 아내도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언젠가부터 노란 차를 끓여서 잠들기 전에 나에게 주었다. 차는 따뜻했고 몸은 편안해졌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낸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일어나는데 몸이 너무 무거워 겨우 일어나 앉았는데 침대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이상했다. 거울을 보니 몸이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점점, 나는.

이 사진에는 얄읏한 공이 보이지 않지만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은 역시 신비롭다. 비만 오지 않으면 어머님들이 저 자리에 늘 모여서 하나 둘 큰 소리를 내면서 으쌰으쌰 하며 운동을 한다. 리더가 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해서 어머님들이 정말 큰 소리를 낸다. 꼭 군대에서 조교가 소리 안 내냐! 하면 구보를 하면서 하기 싫어 죽겠는데 모르겠지 하고 나 혼자 소리를 안 냈는데 귀신 같이 알고 소리 질러! 하는 것과 비슷하다. 리더 어머님은 마치 조교처럼 단상 위에서 어머님들을 향해 소리를 내면서 몸을 흔들어야 한다고 외친다.

하늘은 매일 다르다. 매일 다르다는 걸 보려면 매일 나와서 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걸 알 수 없다. 지금 이 맘 때에만 딱 볼 수 있는 노을의 색감과 구름의 흐름이다. 곧 6월이 흘러가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지구를 덮치면 아주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노을이 저녁 시간의 하늘을 장식할 것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달려서 봄이 되었건만 봄에는 짙은 황사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헉헉 거리며 달리다가 황사가 물러가니 질 나쁜 초미세먼지와 최악의 미세먼지가 괴롭혔다. 먼지의 습격을 피해 5월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강변에 나타나는 엄청난 하루살이 때문에 마스크를 또 벗지 못한다. 날파리는 여지만 보이면 입으로 들어온다. 몸을 풀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날파리떼가 부우우우 우웅 하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비행을 하고 있다. 이제 하루살이 떼가 사라지면 본격적인 무더위를 견디며 달려야 한다. 인생 쉬운 게 없구만.

주머니에 폰이 있어 좋은 세상이다. 쓱 꺼내서 쓱 찍으면 된다. 그러면 이렇게 예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좀 더 괜찮은 폰이었으면, 신형 폰이었으면 더 멋지게 담을 수 있는데 하는 욕심은 사라지지 않지만 곧바로 뭐 어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의 날씨는 아주 변덕이 심한 시어머니 같다. 낮에는 맑은 거 같은데 저녁에는 너무 할 만큼 싸늘하다. 이젠 감기가 걸리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주위의 반응도 그리고 감기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도. 어제는 감기가 걸린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침이 너무 심하게 나고 가래가 끊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가래가 낀 기침이 심하게 나면 폐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무튼 요즘은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마스크도 하지 않고 아가리를 온통 개방해서 실내의 공공장소에서 기침을 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 입에 말벌을 집어던지고 싶다. 나 왜 이렇게 못돼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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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신작 장편 소설 인터뷰 -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하루키 신작 장편 소설 인터뷰 – 4월


신작 장편 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에 대해서 버즈피드 일본판에서 인터뷰를 한 것이고 원문을 보고 싶다면,라고 해도 원문은 아무도 안 볼 테니 그냥 인터뷰를 옮겨 본다. 하루키 찐 팬인 파인딩 하루키의 사이트에 들어가도 인터뷰 전문을 다 볼 수 있다. 잘 알겠지만 이 신작은 오래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속 하나의 이야기로 발전된 것으로 미완성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재 집필하여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하 질문 표기 없이 하루키의 답변으로만.


코로나가 일본을 덮친 2020년 3월 초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3년 정도 걸려 완성했습니다. 외출하는 일도 거의 없고, 장기 여행을 하는 일도 없는 그런 상당히 이상한, 긴장을 강요받는 환경 속에서 매일  이 소설을 끈질기게 쓰고 있었습니다. 마치 꿈 읽기가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 것처럼 말이죠.


미완성인 이 소설을 재 집필한 것은, 1973년의 핀볼까지 쓰게 되었고, 그 이후에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썼으니 실질적인 세 번째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제가 정말 쓰고 싶었던 세계를 그리려고 시도했지만 아직 작가로서의 기술력이랄지 부족했습니다. 쓰고 싶은 것은 있었지만 전혀 쓸 수가 없었어요. 이런저런 사정까지 겹치면서 어중간한 형태로는 발표할 수 없었고, 그 당시에도 문예지에 발표하고 굉장히 후회했었습니다. 언젠가 제대로 된 형태로 완전히 끝맺음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것처럼 말이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다 쓰고 나서도 ‘앞으로 2년만 더 기다려보자’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좀 더 깊이가 있는 것을 쓸 수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다시 한번, 매듭을 짓지 못한 그 이야기와 마주 서자라는 결심이 섰던 거죠. 문장을 쓰는 기술도 그동안 많이 발전했을 거고요.


[하루키는 그 시점이 해변의 카프카를 쓰고 난 후라는 이야기를 인터뷰로 길게 한다]


80년대 문예지에 발표했던 제목과 이번 시작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간 이유는 이 제목을 좋아했어요. 처음 쓸 당시의 작품 자체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이 제목만은 마음에 들어왔어요.


2015년 또 다른 인터뷰에서 다시 쓰고 싶은 작품은 없냐는 독자의 질문에 하루키는, 한 번 그런 적이 있는데 하지만 저는 앞으로는 더 이상 어떤 작품을 다시 쓰는 일은 없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받자 “제가 그런 말을 했던가요? 무책임한 말을 해버렸군요. 하하”


80년대 최초 버전인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하루키는,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다시 새롭게 쓰면서 저 스스로도 제대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이것만으로 다시 쓰는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죠. 이런 의문이 남았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1부만 다시 쓰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원래 다시 쓴다고 해도 발표를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저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서 쓴 것이니까요. 그렇게 반년 정도가 지나가면서 왠지 계속 이야기를 쓰고 싶어 지면서, 그 이야기에 다시 푹 빠져 버렸어요. 중년이 된 주인공이 이끄는 노인이 등장하고, 10대 소년이 나오죠. 결과적으로는 3세대가 입체적으로 얽히게 되는 전개가 됩니다.


2부는 내일, 아니 다음에.

https://www.buzzfeed.com/jp/harunayamazaki/haruki-murakami-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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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고로의 대담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나가키 고로의 방송에 나와서 음악과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나가키 고로는 스맙의 멤버다. 영화배우로 가수로 종횡무진한데 스맙의 최고는 뭐니 뭐니 해도 기무타쿠. 이나가키 고로는 북 버라이어티 방송을 하고 있는데 게스트로 문인을 초대해서 방송을 한다. 거기에 하루키가 나와서 대담을 거쳤다.


이 방송에서 하루키와 고로는 ‘드라이브 마이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영화 속 음악을 한 곡 튼다.


또, 내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스키터 데이비스의 1962년의 곡 ‘디 앤드 오브 더 월드’를 튼다. 이 노래는 들어보면 누구나 다 아는 노래다. 이 노래 한 곡으로 스키터는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다. 이 노래도 비틀스의 노래처럼 전 세계 어느 라디오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을 곡이다.


‘노르웨이 숲’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빌 에반스의 ‘왈츠 포 데비’를 튼다. 빌 에반스는 재즈 밴드와 함께 자신이 피아노로 ‘왈츠 포 데비’를 연주하는데 지금, 늦가을의 햇살이 힘을 잃어 벤치와 나뭇가지에 늘어질 때 들으면 정말 좋은 곡이다.


글렌 굴드 버전으로 베토벤 3번 협주곡 Op. 37도 나온다. https://youtu.be/G7EEACEefH0

이 방송을 듣고 있으면 서글서글 하루키와 고로는 나이를 초월하고 꽤 아이 같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는 다중적이고 그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건 소설이라는 걸 두 사람은 여실히 알고 있는 것 같다. 방송은 2021년 10월에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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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에피소드


하루키가 라디오 방송을 직접 하면서 두 달에 한 번씩 하던 라디오 방송을 한 달에 한 번씩, 애정을 가지고 하면서 소소한 자신의 이야기, 주변의 이야기를 했다. 출처는 파인딩 하루키 사이트입니다.

하루키가 소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부분도 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노르웨이의 숲,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대해서 언급을 했는데 소설에 관해서는 이전에도 많이 이야기를 했기에 여기서는 다루지는 않겠다. 원본 사이트를 보면 재미있는 에피가 많다. ‘고양이를 씻기는 방식‘ 라든가, ‘스시, 소바 가게 이야기’등은 재미있다.


소바 가게 이야기 - 하루키


이번에도 역시 때때로 소바 가게 카운터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가볍게 손잡이를 잡고 메밀국수에 보리소주를(하루키도 이제 보리소주를 마시기도 하나 보다) 곁들이고 있었죠. 꽤 좋지 않나요? 제 옆으로 남은 3개 정도의 카운터 자리에 남녀 손님이 앉아 있었습니다. 남자는 40대, 여자는 20대 후반 정도로,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큭큭 만약 남녀의 은밀한 이야기였다면 듣고 싶어서 보리소주를 더 주문했을까) 그들의 목소리가 제멋대로 들어와 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듣게 되었죠. 그런데 책에 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제 이야기로 옮겨갔고 이후 제 작품에 대한 싫은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곤란해졌는걸’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거기서 일어나 버리게 되면 뭔가 눈에 띌 거고 주문한 요리도 아직 나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한쪽 팔꿈치에 얼굴을 숨기며 가만히 있었답니다. (그런다고 하루키를 몰라볼 수 있을까) 그 남자 손님은 제 소설의 어떤 부분들이 얼마나 지루한가에 대해서 동석한 여성에게 얘기해 주고 있었죠. 그런데 전 괜찮았습니다. 작품이 비판받는 거야 당연한 일이니까요. 칭찬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죠. 그렇게 한창 얘기를 계속하다가 문득 그 남자 손님이 제 소설 모두를 독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게다가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두 사람의 대화에 불쑥 껴들면서 ‘그렇게 싫으면 확실하게 아예 읽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요?’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도대체 뭘까요?


라면서 하루키는 소바를 먹었다란 느낌이 없을 정도로 말이죠.라고 했다. 하루키의 이런 주변의 작은 일들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면 늘 드는 생각이지만 저 두 사람은 어떻든 간에 이렇게 알려졌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봐 지난번 무라카미 라디오에 사연 나온 남자 너 아니야? 너 매일 몰래 구석에서 하루키 소설을 읽고 있더니 비난만 가득하려고 읽었던 모양이군. 같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어머 그 에피소드에 나온 여자가 저 라구요. 하지만 애인에게 들키면 큰일인데 어떡하지. 같은 일들이 휙휙 지나간다.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하루키가 소개하는 음악을 같이 듣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하루키가 소개하니까 들으면 좋은 것이다.



하루키가 소개하는 음악

https://youtu.be/AIyiQISJy_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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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우리 아파트에는 복도에 늘 맛있는 냄새가 머물러 있다. 도대체 어떤 집에서 하루는 짜파게티, 하루는 김치찌개, 하루는 고기를 굽는 걸까. 오늘은 달걀프라이 냄새가 엘리베이터를 못 타게 했다. 아는 맛이라 그런지 계란프라이의 냄새는 위장을 쥐어짠다. 평일의 아침은 느긋하지 않다. 하지만 이 냄새는, 프라이팬 위에서 기름에 노릇하게 익어가는 그 냄새는 나를 안달 나게 만든다.


나에게는 나의 친구와 결혼을 한 영국 친구가 있다. 이름은 죠. 죠가 하루는 달걀이 맞는지 계란이 맞는지 물었다. 둘 다 맞다. 왜 이렇게 완전히 다른 단어를 두 개나 사용하나?라고 물어서 내 멋대로 대답을 했다. 계란은 가정집에서 가족들끼리 계란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계란이라 부르고, 달걀은 식당에서 달걀로 만든 음식을 주문할 때 달걀이라고 부른다고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의심 적게 봤지만 뭐 어때. 달걀이나 계란이나.


그래서 한 번 찾아보니 둘 다 ‘닭이 낳은 알’이지만 계란은 한자가 있다. 그러나 달걀은 한자가 없고 온전하게 우리말로 되어 있다. 이를 두고 한때 방송에서 계란을 달걀로 순화해서 바꾸려고 한 바가 있지만 현재는 둘 다 똑같이 사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바뀐 음식이름이 몇 개 있다. 기묘하고 괴랄한 이름으로 바뀐 자장면이 있고, 도무지 머릿속에 형태가 떠오르지 않는 닭볶음탕. 닭도리탕은 뾰롱하며 음식이 화악 떠오르는데 닭볶음탕은 뭐야.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달걀 사진을 보여주며 뭐냐고 물으면 달걀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까 계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까. 이거 한 번 실험해 보면 재미있다.


박찬일의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를 보면 달걀을 몹시 좋아하는데 주치의에게 달걀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달걀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다. 달걀은 삶은 계란으로 먹으면 맛있다. 나는 삶은 달걀을 매일 2개씩 먹는다. 그게 한 끼다. 삶은 달걀은 포만감을 준다. 보통 달걀 요리라고 하면 어딘가에 곁들여 먹는 음식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삶은 달걀은 오롯이 그 자체의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예전의 영화를 보면 기차에서 삶은 달걀을 입에 가득 넣고 사이다를 먹는 장면이 많았다. 아주 슬픈 삶은 달걀이 나오는 영화가 ‘삼포 가는 길’이다. 그 속에서 젊은 문숙이 연기하는 백화가 먹는 삶은 달걀이다.


황석영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삼포 가는 길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설원과 문숙의 활달한 모습이 잔상을 따라 계속 맴돈다. 웃으며 소리를 지르고 거칠게만 살아와서 거침없이 욕을 하고 미친 것처럼 만개한 꽃과 같은 백화를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슬픔이 올라온다. 백화에게는 어떠한 특질이 있다.


신들린 것처럼 문숙은 연기를 한다. 그 당시를 보면 세련된 대사에 세련된 영상이다. 삼포 가는 길의 이야기를 빛나게 하는 건 문숙이다.


뭐? 화냥년? 그래 난 화냥년이다. 화냥년이야. 더러운 년이라구. 더럽고 썩고 썩은 년이라고. 난 너희들 사내놈들한테 살이 빠지도록 팔고 사는 년이라고. 그게 왜 내 잘못이냐고, 왜!라고 울부짖은 백화의 모습에 보는 이들은 빠져들고 같이 무너진다. 익살스러운 대사도 많다. 백일섭과의 대화는 웃음의 포인트가 많다.


야, 너 몇 살 쳐 자셨냐?

흥, 화류계에서 누가 나이 따져서 언니 동생하는 줄 아나? 마신 술잔하고 사내 숫자로 셈하는 거야, 요 병신아.

농땀, 미얀마얀 재송해용. (치마를 들춰 올리며) 어때 마음에 들어?

헤헤 지랄로(백일섭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대사다).


같은 대사들이 재미있다. 마지막 달걀을 주는 장면은 참 촌스럽지만 슬픈 장면이다. 백화가 받은 삶은 달걀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삶은 달걀이다. 백화는 삶은 달걀을 먹으며 꿋꿋하고 거칠게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욕쟁이 백화와 풋풋한 점순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채.

삼포 가는 길은 춥고 고되기만 하다. 발가락은 눈밭에 빠지는 바람에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 함께 삼포로 가는 일행이 있어 참고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삼포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있는 안온한 곳이 아니었고 낯설기만 한 곳이 되었다. 또다시 뜨내기의 길만이 앞에 놓일 뿐이다. 마치 하루키의 주인공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지금 이렇게 하는 모든 일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 밀려나버린 주인공은 나의 모습인 동시에 내 주변의 모습이었다. https://youtu.be/F2k8ZFPRXa4 

〈삼포 가는 길〉 블루레이 출시 기념 주연배우 문숙 특별 인터뷰 "마지막 장면은 검열 때문에 들어간 거예요"


그리고 근래에는 마녀의 김다미가 삶은 달걀을 기차에서 입 안 가득 넣고 우물우물 먹었다. 그렇게 먹다가 목으로 넘기면 버석하고 갑갑한 목을 메이게 하며 조이는 자극을 준다. 이 기분이 미묘하게 삶은 달걀의 맛을 더 살린다. 그때 필요한 건 탄산! 사이다가 필요한 것이다. 쏴아아아아. 캬아.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 견문록’을 읽어 보면 서문에서도 [아버지가 삶은 달걀 껍질을 까주신다. 내가 하나를 먹으면 또 하나를 까주신다. 아, 얼마나 행복한지. 그 달걀도 홀랑 입속으로 넣는다] 달랑 두 줄이지만 요네하라의 글 속에는 미소를 짓게 만드는 위트와 추억이 있다.


신기하게도 인간이 언제부터 달걀을 먹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달걀이 인간계에 들어옴으로 해서 요리의 신기원이 열렸다고 박찬일은 말했다. 과자, 아이스크림에는 반드시 들어간다. 노른자와 흰자로 분리되는 두 가지 다른 성질 덕분에 인간의 화려한 미식의 세계가 바다처럼 펼쳐진 것이다. 크렘 브륄레, 슈크림, 커스터드를 넣은 샌드가 노른자의 마력이라면, 한없이 부풀어 올라 미식의 허영을 충족시켜 주는 수플레, 중독성 강한 마카롱 같은 과자는 흰자의 무한 변신으로 가능해졌다고 한다.


달걀 프라이의 진수는 예전의 중국집에서 웍으로 튀겨낸 프라이다. 달걀이 기름에 들어가자마자 놀라서 튀겨진 듯, 흰자의 겉은 바삭하게 그러나 질기지 않고, 노른자는 밑면으로부터 윗면까지 익힌 정도가 그러데이션으로 퍼진, 그래서 웰던에서 레어까지 노른자의 층위가 만들어진 프라이가 정녕 달걀 프라이인 것이다. 오로지 볶음밥에 같이 놓을 수 있는 진정한 중국집의 숨은 맛이었다.


언젠가부터 중국집 볶음밥이 대부분 프랜차이즈화 되어서 머리 밥은 볶아 놓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데워서 스크램블과 짜장으로 볶음밥의 이상한 맛을 가려 버렸다. 짜장 따위는 감히 중국집 볶음밥에 낄 수 없는 존재였다. 오직 달걀 프라이와 후추가 들어간 달걀국이었다. 그런 동네 중국집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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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만 부를 돌파한 엄청난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당신이 해주지 않더라도’는 부부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고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남편과 아내가 아닌 사람과 친밀해지는 그런 이야기다. 아이가 없는 5년 결혼 생활에서 점점 섹스가 사라진다. 결혼 생활에서 섹스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 일부가 결여되고 나서 점점 망가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고민의 회사 상사를 만나면서 집 안의 생활에서 못 채운 결핍을 회사에서 조금씩 채워간다. 현실적인 이야기다. 만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다. 네 주인공이 나오는데 한 명이 나오다.


배우 '나오'는 설국의 드라마 버전의 주연도 꿰차면서 승승장구해서 쉬지 않고 열심히 드라마를 찍고 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3544

우리에게는, 한국인들에게는 기억에 남는 나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녀는 2017년도 무명 시절 ‘링 사이드 스토리’라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을 했다. 영화에서 비중이 너무 없어서 영화 소개란에 얼굴로 올리지 못하고 이름만 올라가 있다.


그 영화가 부국제에 초청이 되었다. 그녀는 부국제에 초대를 받지 못했지만 자신이 나온 영화제가 너무 보고 싶어서, 레드 카펫을 너무 밟고 싶어서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 아무 준비도 없이 와버렸기에 백화점에 들어가서 원피스를 한 벌 구입하고, 화장품 코너에서 화장을 좀 해 주시면 화장을 한 화장품을 다 산다고 하고 메이크업을 받은 다음 호텔에 와서 자신이 나온 영화의 전단지를 50장 정도 직접 만들어서 영화제 입구에서 일본에서 온 배우인데 들어가게 해 주실래요?라고 했다.


하지만 초대도 받지 않은 자신이 무모했고 영화에 단역 정도로 나온 자신이 레드 카펫을 걸으며 영화제에 들어간다는 것이 자칫 영화에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려는데, 나오의 손을 잡아준 사람이 나타났다.


한 스태프가 당신은 일부러 일본에서 오셨죠? 작품에 나온 배우분이죠? 그러면서 그 스태프의 안내를 따라가니 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의 옆에서 같이 나란히 레드 카펫을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었다.


정지영 감독도 홀로 레드 카펫을 걷게 되었는데 나오에게 같이 걸어가자고 했고 대략 사정을 들은 정지영 감독은 나오에게 미소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하며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그때 웃으며 걷는데 한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그 아이가 너무나 밝게 웃어 주어서 앞으로 지지 말자,라며 열심히 파이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가 이 사연을 이야기를 했고, 거기서 부국제 스태프와 정지영 감독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연은 한국의 블로그를 장식했었다. 그때부터 정말 지명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악바리처럼 열심히 해서 지금은 주연을 꿰차고 있다.


무엇보다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무모하게 해 버리는 실천력이 그 바닥에서 저 위로 올라가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레드 카펫 영상을 보면 나오와 정지영 감독이 나란히 레드 카펫을 걸어가는데 왜 정지영 감독의 얼굴을 모자이크 했을까.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일본은 잘 모르겠지만 나오의 사연은 한국의 인터넷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무명인 나오에게 모두가 으쌰으쌰 해주고 있었다. 아무튼 실천력, 실행력으로 오늘 하루도 잘 보내기로 하면 잘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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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개 있다. 대전, 통기타, 청바지, 조지 마이클 그리고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돈 맥클린의 스타리 스타리 나잇의 빈센트, 또 양수경이다.


신승훈은 무명 시절 양수경의 코러스로 참여를 했다. 양수경의 노래 중에는 전영록에게 받은 곡들이 있다.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가 대표적으로 전영록이 작사 작곡한 곡이다. 전영록에게 받은 곡을 부를 때는 묘하지만 전영록의 목소리가 양수경의 목소리에서 들리는 착각이 든다. 특히 ‘그렇지만 문득 그대 떠오를 때면~’할 때 들어보면 그렇다.


신승훈은 충남대 통기타 동아리 ‘팝스우리’에서 활동을 하면서 부상했다고 한다. 내 기억으로 신승훈은 이미 대전에서 알아주는 지역가수로 대전의 조지 마이클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학창 시절에 음악 감상실에 가면 디제이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내 기억은 그렇다.


조지 마이클이 웸(인지 왬인지)에서 떨어져 나와 솔로가 된 후 이반인 것도 세상에 알려지면서 멍키가 있는 앨범(키싱 어 풀부터 좋은 곡들이 들어 있는 앨범) 속 faith를 정말, 너무나 멋지게 부른다. 찢어진 리바이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청바지를 멋지게 입고, 가죽재킷에 라이반 선글라스 그리고 수염과 구레나룻에 웨스턴 부츠를 신고 페이스를 부르는데 웸에서 앤드류(는 일전에 조지 마이클과 함께 활동했던 웸에 대한 다큐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다)에 가려져 있던 조지 마이클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노래를 신승훈이 멋지게 커버했다.  https://youtu.be/6Cs3Pvmmv0E


신승훈이 기타 하나를 들고 대전의 음악 카페에서 많이 불렀다고 한다. 천만다행인지 유튜브에 하나의 영상이 있다. 신승훈의 페이스를 한 번 들어보자. https://youtu.be/M8t3OPlr0tE


그리고 신승훈은 돈 맥클린보다 어쩌면 빈센트를 더 잘 부르는 가수가 아닐까 할 정도다. 영상을 보면 20년 넘게 빈센트를 불러와서 너무 좋아하는 노래이며 빈센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신승훈이 빈센트를 부를 때 여성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연령에 무관하게 빠져들어가고 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https://youtu.be/lFr1YWsSEyQ


신승훈 2집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1집보다 훨씬 풍부하고 좋은 곡들로 다 채워졌다. 왜 그러냐 하면 신승훈은 아티스트다. 싱어송 라이트였던 신승훈은 작곡을 하고 작사를 할 줄 아는 가수였다. 범대중적 아티스트였다. 이는 아티스트와 대중가수의 중간쯤 되는 가수로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데 대중이 따라오는 가수를 말한다.


하지만 아티스트와 범대중적 아티스트는 대중가수에 비해 엄청난 인기를 누리지는 못한다. 대중가수는 철저하게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하면 아이돌 같은 가수가 대중가수, 인디음악을 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가수를 아티스트라고 부를 것이고, 우효나 제이레빗, 스탠딩 에그 같은 가수가 범대중적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신승훈은 2집에서 자작곡은 두 곡만 넣고 나머지 곡들은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서 불렀다. 그래서 풍부한 사운드, 다양한 색이 있는, 대중이 원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리하여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 증거로 골든디스크 대상과 KBS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게 된다. 아티스트의 기질 중 하나인 고집을 버리고 포용과 수용을 겸허히 받아들인 결과 92년은 바로 신승훈의 해가 되었다.


학창 시절에 박살 나는 헤비헤비한 메탈을 듣던 우리는 신승훈은 끼워줬다. 메탈리카, 메가데쓰 쪽도 신승훈은 인정해 줬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라고, 지들이 뭐라고 웃기지도 않지만 당시에는 헤비헤비한 메탈을 듣던 애들은 팝메탈인 본 조비나 넬슨, 포이즌을 듣고 있으면 뭐야? 그런 말랑말랑한 팝 따위 흥,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신승훈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것대로 인정을 해주었다. 웃긴 일이지만 뭐 다 그런 시절을 지내는 것 같다.


신승훈의 노래는 흥얼거리면 참 잘 불러지는데 마이크를 잡고 크게 부르면 잘 불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김성면이나 김종서 노래는 잘 불러지는데 신승훈 노래는 어려웠다.


신승훈이 가요계에 등장하고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썰렁한 농담 같은 것을 티브이에 나와서 많이 한 것 같은데 이를 뒤받침 해준 것이 여성팬들이었지 싶다. 서태지도 참 재미없잖아, 그럼에도 계속 썰렁한 농담을 하는 이유는 팬들은 다 좋아 죽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승훈은 쌍절곤을 아주 잘 돌린 것 같은데, 그래서 검색을 해봐도 전혀 그런 모습이 없다. 기억은 분명 신승훈이 쌍절곤을 휙휙 멋지게 돌리는 모습을 본 것 같은데 아닌 모양이다. 도대체 누구야, 쌍절곤 돌린 사람은.


신승훈 하면 광고 안 찍기로 유명한 가수였다. 광고의 유혹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나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 몇 해 전에 티브이에 나와서 괜히 그 말해서 아직까지 광고는 찍지 않고 있다며 웃으며 말하는 걸 들었다. 신승훈은 김민종과 강타와 잘 어울려 술을 한 잔씩 하는 걸로 또 유명하다. 김민종은 어떤 꼬투리를 잡혔기에 얼마 전에는 가세연에도 나왔더라. 강타는 여성 편력 때문에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신승훈은 사건사고 같은 것이 없는 도화지 같은 아티스트라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다 잊을 텐데 사고도 좀 치고 여자 때문에 뉴스도 장식해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라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프랑스와즈 사강이 법정에서 말했다. 이 말을 김영하는 소설집 제목으로 쓰기도 했다. 예술인들이 반듯하면 좋겠지만 공무원처럼 지내는 것도 어딘가 이상하다면 이상하다.


신승훈 2집에서 한곡을 고르라면 신승훈이 작곡한 두 곡 중 ‘쉬운 이별’을 선택하겠다. https://youtu.be/1nmf7A0Vh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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