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하루키가 강연을 마친 뒤 청중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어 교수이자 수지 뉴하우스 소장인 이브 짐머만과 스페인어 부교수 하기모토 코이지가 하루키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질문은 생략하고 하루키의 답변만 내 마음대로 의역으로 옮겨본다.

하루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이달 초 일본에서 출판되었고 내년 중에 미국에서도 출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인공은 두 세계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하나의 세계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출구는 없습니다.

벽 안에서 사람들은 평화로운 삶을 보냅니다. 아무도 욕망 같은 건 품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고통도 겪지 않습니다. 누구를 향해 비난도 하지 않죠.

또 다른 세상은 당신과 내가 사는 세상으로 고통과 욕망과 모순을 겪는 곳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을 위해 하나의 세계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의 주인공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세계를 매력적으로 느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휘발성으로 소비되는 미디어 시대에 소설이 얼마나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분명 소설과 같은 예술의 형태는 순간적으로 생성되거나 소비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야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미덕은 쓰고 읽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라 믿습니다. 이 세상에는 시간이 필요할 때만 창조될 수 있고 시간이 필요할 때만 감사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시간을 들여 쓰고 읽는 소설은 절대적으로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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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여름방학을 생각해 보면 아침에 눈을 뜨면 시원했고 상쾌하게 일어났다. 당연하지만 에어컨은 없었다. 그리고 선풍기를 켜 놓고 잠이 들면 입이 돌아간다는 소문이 있어서 시간을 한 시간 정도로 맞춰 놓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더위 때문에 잠에서 깨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불쾌하게 일어난 기억이 없다.


홑이불까지 덮고 잠들었다가 아침이 되면 마당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났다. 무엇보다 습도가 지금과 같지 않아서 더위도 맑은 더움이 가득했다고 생각이 든다. 그늘에서는 시원했고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는 더웠다. 밖에서 신나게 놀면 코끝이 타서 벗겨지기도 했다.


요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아파트 단지 내 매미소리와 새소리가 들리는데 상쾌하지는 않다. 왜 그럴까. 기후변화 때문일까. 어른이 되면서 몸이 점점 노화가 되어서 그럴까. 잠이 들어도 깊게 잠들지 못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잠은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다. 고로 짧은 시간을 잠들어도 깊게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상쾌한데 전혀 잠에서 깨어나도 상쾌하지가 않다.


이건 아무래도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현재 극장에 쏟아지는 재미있는 영화도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건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화가 전혀 못 따라오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왜 이렇게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분명 예전에도 이 정도로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었겠지만 휴대전화가 없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살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물에 잠겨 죽거나,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엄청난 고뇌까지 알게 된다. 길거리를 걷다가 칼부림에 목숨을 잃는 일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비가 좀 세게 내리면 불안하고 누군가 휘청거리며 다가와도 불안하다. 어제는 뉴스에 초등학교 교사에게 한 학부모가 교실에서 담임이 너무 밝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수해 때문에 공장에 물이 가득 차서 기계를 전부 못 쓰게 된 사람이 물을 빼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관청에 연락을 하니 바다에 띄우는 기름 제거 막을 보내줬는데 이 비용을 정부에서 보상해 주는 게 아니라 나중에는 이 비용을 개인이 내라고 관청의 관계자가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를 하고 인력이 투입이 되어도 다리나 도로를 복구할 뿐이지 개인터전이 망가진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한 개인이 여름에 에너지를 다 쏟아내며 실컷 놀던 아이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면 매일 관리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베란다 찬장에 빗물이 새니 내일 실리콘을 쳐야 하고, 또 올 태풍에 대비해서 이번에는 새시도 갈아야 한다. 여름이 시작할 때 에어컨 점검을 하지 않으면 그걸 해야 하고, 빌려줬던 돈을 받을 시기가 다가오면 빌려간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병원에서 검진 날이 문자로 날아오면 그날은 시간을 비워둬야 하고, 아이가 있다면 여름에 먹는 걸 더욱더 신경 써야 한다. 어쩌다가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데 소아과가 많이 없는 요즘은 아이가 아프면 더럭 겁부터 난다. 하나를 넘기면 두 개가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른이 되어서 아이처럼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푹 잠들 수 없는 여름밤을 보낼 수밖에 없다.


나는 거의 매일 조깅을 해서 인지 일단 누우면 그대로 잠이 든다. 특히 요즘에 조깅을 하면 땀이 땀이 아니라 수돗물처럼 흘러내린다. 조깅을 하고 목이 마를 때 보통 사람들은 시원한 물을 마시지만 나는 대체로 미지근한 물을 마신다. 그렇게 마시는 것에 습관이 들리면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보다 훨씬 갈증들 걷어준다. 그리고 저녁을 먹을 때 시원한 맥주에 얼음을 동동 띄워서 한 잔 마시면 좋다.


오늘도 저녁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풍경은 고즈넉했다. 아주 평온하고 편안하게 보였다. 나는 조깅을 해서 땀이 뻘뻘 났지만 가만히 서서 고즈넉한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낚시꾼의 모습은 고기보다 세월을 낚는 모습처럼 보였다. 일희일비하지 말자,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평일에 하루종일 낚시를 하려면 아무래도 쉬는 날이거나 일을 하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름대로 개개인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2, 3년 전의 이맘때 저녁 시간에는 아주 붉은 노을이 하늘을 덮었는데 올해 여름은 습도가 높고 습기가 가득한 우기 속의 나날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깅을 하면 땀이 어마무시하게 흐른다.


그렇지만 고즈넉하다. 이렇게 서서 천천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불안에서 조금 멀어질 수 있다. 길냥이 녀석도 강을 바라보다가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고개를 돌려 뭐야? 니?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저 길고양이도 힘들어서 강에 뛰어들려고 그러나? 같은 생각이 잠시 들었다. 자살에 관한 책자를 많이 출간한 인문학자 마르탱 모네스티에의 ‘자살백과’의 402페이지에는 고양이의 자살에 과한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바닷가의 어부 집에서 공생을 하던 암고양이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다. 다리를 저는 암고양이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주인을 따라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같이 배에 올랐는데 고양이가 물에 뛰어들었다. 물에 빠져 죽는 걸 주인이 건져서 수건으로 물을 닦아내고 볕이 드는 옆에서 털을 말리게 두었더니 다시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다.


칼부림으로 20대 청년을 죽은 그 사람은 모두가 행복한데 자신만 불행한 것 같아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행복하게 매일을 보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대체로 행복하지 않게 보내다가 한 번씩 행복을 맛본다, 맛보는 그 행복은 아주 짧고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 행복했던 기억으로 언제인지 모를 다가올 행복을 위해 연소시키며 살아간다.


매일 행복하다가 한 번 불행한 게 나은 삶일까, 늘 불행하다가 한 번 행복한 게 괜찮은 삶일까. 매일매일 돈이 넘쳐난다고 해도 매일매일 행복할 수 없다. 우리보다 행복을 많이 느끼는 아이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그 순간은 짜증을 낸다.


일행이 옆에서 인스타그램 속 타인의 멋진 사진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인스타그램의 멋진 사진만 보지 말고 이 고즈넉한 풍경을 한 번씩 보며 행복보다는 덜 불행한 것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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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26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기는 인생, 보기에도 흐뭇하네요.

교관 2023-07-27 11: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
 

미드 '팸 앤 토미'의 예고편에 미트로프의 '아 두 잇 애니씽 포 러브'가 나온다. 미트로프는 거구의 록스타로 미식축구 출신이다. 오늘은 미트로프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미트로프의 노래는 정말 너무나 좋다. 90년대를 장식했던 수많은 록밴드 중 한 명이다. 영화에는 직접 나오지 않았지만 인기 있었던 두 영화에서 미트로프가 언급된다. 두 영화 전부 영국 영화다.


예고편 https://youtu.be/sJgH4y3raWc


하나는 '노팅힐'이고, 하나는 '러브 액츄얼리'다. 노팅힐에서는 애나 스콧과 함께 침대에서 같이 보낸 윌리엄 태커의 대화에서 미트로프가 등장한다. 미국에서 가장 이상한 밴드라면서 미트로프를 언급한다. 그리고 러브 액추얼리에서는 리암 니슨의 다니엘이 아들인 토마스 생스터가 분한 샘에게 미국의 미트로프도 이상하지만 음악을 하잖아 같은 대사를 한다.


그런 것을 보면 미트로프는 음악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무척이나 갈망하는 밴드가 아닐까 싶다. 미트로프의 노래가 팸 앤 토미의 예고편에 주욱 흐른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도 한 편의 영화 같다. 미트로프가 직접 등장하며 스토리 형식이다. 미녀와 야수를 오마주해서 사랑에 관한 노래를 록스타일로 부른다.


90년대는 그야말로 엠티비 또는 뮤직비디오의 세상이었다. 독보적이라면 에어로 스미스의 '겟 어 그립'의 노래들이 전부 뮤직비디오로 이야기가 이어지게 만들어서 정말 앨범의 수록곡을 뮤직 비디로 다 보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당시 가장 핫 걸이었던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아르웬 역으로 나온 리브 타일러가 주연이었다.


 https://youtu.be/NMNgbISmF4I 에어로 스미스 뮤비 속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리브 타일러


리브 타일러는 이때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에어로 스미스의 보컬 스티브 타일러의 딸로, 록스타가 아빠인 줄도 모르고 따로 떨어져서 살다가 티브이에 나오는 저 입 큰 록스타가 나와 많이 닮은 거 같은데? 그래서 찾아가서 뭐 이런저런 일을 거쳐 그래 내 딸아! 그렇게 해서 에어로 스미스의 뮤직비디오에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함께 출연하면서 지금의 배우가 되었다.


80년대 말 지구에서 제일 인기가 많고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 할 정도의 밴드가 머틀리 크루였다.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 토미 리와 파멜라 앤더슨의 섹스 스캔들이 나서 세계를 들썩이게 한 일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시리즈로 만든 이야기가 '팸 앤 토미'다.

파멜라와 토미


엄청난 수위의 이야기가 꿈과 희망의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토미가 헤더와 헤어지고 파멜라를 만난 지 100시간 만에 반해서 결혼을 하고 요트 위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면서 두 사람만의 엄청난 섹스 비디오를 찍어서 금고에 넣어두는데 그게 도둑을 맞는데 온라인으로 배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난다.

영화와 실제


토미가 파멜라를 만나기 전 7년 간 결혼을 했던 헤더 로클리어는 톰 크루저와도 염문이 있었고 토미 리와 헤어지고 본조비의 기타리스트 리치 샘보라의 연인이 되기도 했다. 헤더 로클리어에게 반한 토미가 헤더와 만나게 되면서 개판으로 생활하던 악동에서 좀 벗어나게 된다. 헤더와 결혼을 하면서 토미는 셀럽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한 지 7년 만에 이혼을 한다.

후에 파멜라를 만나면서 불꽃이 타오른다. 이 시리즈는 여기서부터 시작을 한다. 토미가 파멜라와 만나는 장면부터 보여준다. 주인공으로 릴리 제임스와 세바스탄 스탠이 파멜라와 토미를 연기하는데 처음에 릴리 제임스? 파멜라 같은 독보적인 섹시스타를 어떻게?라고 생각했는데 와아 릴리 제임스의 얼굴이 전혀 없다. 손짓, 말투, 몸짓, 몸매, 가슴 모든 게 그냥 파멜라 앤더슨이다.

이 시리즈는 절대 성인이 된 아들딸이라도 같이 봐서는 안 되며, 애인끼리도 같이 보면 안 될 것이고, 부부끼리도 같이 안 보는 게 좋을 거고 혼자 보거나 친구와 보는 게 낫다. 엄청난 수위다. 수위 조절의 실패가 이 시리즈다. 이런 고강도 수위의 시리즈가 아무튼 꿈과 희망의 디즈니에서 룰루랄라 송출했다.


토미 리는 지구에서 가장 악동인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이고, 파멜라 앤더슨은 베이워치로 섹시 심벌이었다. 머틀리 크루의 이야기는 영화 ‘더 더트’를 보면 된다. 얼마나 악동이며 정신줄을 놓고 록스타가 되었는지. 나는 학창 시절에 머틀리 크루를 퀸이나 엘튼 존보다 많이 들었기 때문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나 앨튼 존의 영화 로캣 맨보다 더 더트가 제일 재미있었다.

팸 앤 토미 2화에서 토미가 여자들에게 개미가 일렬로 가는데 약을 뿌려 코로 빨아들이는 걸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머틀리 크루보다 더 사고뭉치 오지 오스본을 말한다. 이 일화 역시 너무 유명해서 영화 더 더트에 그대로 나온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는 록스타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태어난 김에 록이나 하지 뭐, 이런 분위기다.


세계의 정상을 달리면서 앨범을 다 합쳐 5천만 장이나 팔이치운 머틀리 크루는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하강하는 분위기를 느낀다. 90년대를 휘어잡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등장하고, 알라니스 모리셋 같은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해서 록 사장의 판도를 다 바꿔 버린다. 커트 코베인의 너바나는 등장하자마자 계속 1등을 먹었던 마이클 잭슨을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든다. 토미는 조금씩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제목이 '팸 앤 토미'로 파멜라가 먼저 나오는 건 파멜라에게 좀 더 집중되어 있는 이야기다. 파멜라는 섹시 심벌이지만 뮤지컬을 좋아하고 순수한 면모가 많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기에 사람들에게, 남자들에게 잘 넘어가는 경향이 짙었다. 릴리 제임스가 홀딱 벗고 나오는 장면이 많지만 그 굉장한 신체는 그래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실제 파멜라는 그 당시 그런 몸이어야만 했다.


섹스 영상이 온라인으로 배급된 것 때문에 법정에서 당시 파멜라의 몸은 노출된 채로 수많은 잡지와 영상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공공의 재산이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받는다. 법의 나라 미국이라지만 90년대 미국 법정도 엉망진창이었다.


당시 야후 같은 첫 검색엔진이 시동 걸 때였는데 팸과 토미의 영상이 인터넷에 무료로 뜬다. 토미보다 파멜라가 더 타격을 받는다. 당연하지만 여자라는 이유였다. 법정에서는 이 같은 무료 유출도 공공성이라는 부분으로 인정을 한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파멜라에게 섹스 비디오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쳐다본다. 토미 역시 스트레스를 받지만 술집에서 술에 취해 자랑처럼 늘어놓는 모습이 파멜라와는 달랐다.


파멜라는 여자나 여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 사람들에게 비치기를 바랐지만 모두가 그녀를 하나의 상품 내지는 포르노 배우 정도로 취급했다. 임신까지 하고 영화 배역은 엘리자베스 헐리, 킴 베이싱어에게 전부 내주고 3류 영화에나 나가야 했고 토미와 변호사는 자신의 마음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파멜라와 토미의 섹스 영상이 남자들에게는 욕구를 푸는 비디오 정도였다. 그런데 성인배우들, 여자 성인배우들에게 그 영상은 정말 신혼 첫날의 사랑하는 신혼부부의 달콤하고 사랑하는 눈빛의 파멜라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흔한 섹스비디오와는 다르게 두 사람의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행복해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비디오가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수위가 높은 장면은 시리즈 중에 딱 한 번 나온다. 이 이야기는 파멜라에 맞춰져 있다. 안타까운 모습의 파멜라, 행복해하는 파멜라, 아이 같은 파멜라, 잠 못 드는 밤의 시애틀에 빠져 있는 파멜라 등 파멜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연기를 릴리 제임스가 기가 막히게 해내고 있다.


이 시리즈는 미국 샐럽들의 가십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록스타 내지는 머틀리 크루를 좋아하는 사람, 파멜라의 이면을 보고 싶은 사람(이 이야기는 다큐로 제작된 올해 나온 ‘파멜라, 러브 스토리’를 보면 인간 파멜라를 알 수 있다), 90년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시리즈 내내 많은 음악이 나온다)에게는 강추. 우리가 수업시간에 몰래 이어폰으로 들었던 수많은 음악이 죄다 나온다. 좋아 죽는다.

이 사진 너무 좋다, 영화 속에는 이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이 전혀 없다, 연기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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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단편소설집으로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은 고베 지진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단편인데 장편 같은 소설들이다.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된 이 책의 추천의 말을 장석주 시인이 썼다. 장석주 시인도 이 책에 수록된 소설은 장편소설을 읽는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읽어보면 장편 소설처럼 느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고베 지진으로 인해 단절과 고립으로 기어 들어간다. 또는 들어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게 된다. 절망의 저 끝으로 가면, 절망의 끝으로 가야만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수록된 소설 중에 ‘벌꿀 파이’는 ‘패밀리 어페어’나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개똥벌레(반딧불이)’와 궤를 같이 하는 소설이다. 리얼리티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하루키 식으로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패밀리 어페어는 너무 좋아서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하루키가 이렇게나 유머러스하다니! 하는 부분으로 채워진 소설이었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벌꿀 파이’의 주인공 준페이는 하루키 자신을 투영했다. 아마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을 쓰고 난 후 문단에서 받은 모질함?에 대해서 준페이라는 주인공을 빌려 내뱉고 있다. 준페이는 소설 속에서 나약한 인간이지만 강함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소설을 쓰자고 준페이는 생각한다. 날이 새어 주위가 밝아지고, 그 빛 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꼬옥 껴안고, 누군가가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소설을,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두 여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가 누구든, 정체 모를 상자 속에 처넣어지게 해선 안 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고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해도.’ -벌꿀파이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은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이다. 보잘것없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회사원 가타키리에게 어느 날 개구리가 나타나 도쿄를 구하자고 한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가타키리는 거절을 하지만 결국에는 개구리 군을 도와 악의 화신은 지하에 사는 지렁이를 물리치고 도쿄를 구해낸다.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이 너무 좋아서 이보다 좀 더 길게 이 소설의 오마주를 써서 계간지에 보냈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마음에 든다며 그 소설이 실리게 되었다. 오마주한 소설은 여기 브런치에도 있으니 혹시 보고 싶으시면 ‘그리즐리 씨, 고마워요’를 읽으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3088


사람들은, 아니 이전의 전문가들(문학평론가들을 비롯해서 말하기 좋아하는 샌님 같은 문학가들)은 하루키의 소설은 영상으로 옮기기에 애매하고 이상하다는 평을 많이 내놓았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 수가 거의 없다는 식으로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현시점에서 보면 하루키의 소설만큼 영화가 많이 된 소설가도 잘 없다.


또띠븐 킹이라 불리는 스티븐 킹이나 러브 크래프트는 미지의 세계, 초현실, 기괴한 괴물이나 유령 등이 나오는 이야기니까 주로 영화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제외하고 하루키의 소설만큼 영화로 많이 된 소설도 없다. 무엇보다 하루키의 소설은 여러 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다.


‘신의 아이들은 춤춘다’는 2007년 로버트 로지볼이라는 감독이 조안 첸 주연의 영화로 만들었다. 2008년에 폼 플린트 감독의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 여자아이를 만나는 것에 대해’가 만들어졌다는데 포스터도 찾을 수 없고 영상도 찾을 수 없어서 아쉽다. 2010년에는 카를로스 쿠아론 감독, 스파이더맨의 그녀 키얼스 던스턴 주연의 ‘빵 가게 재습격’도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 하루키는 원안으로 참여를 하기도 했다.


이미 1980년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오오모리 가즈키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부분을 하루키는 에세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언급을 했다. [오오모리는 효고 현에 있는 아시야 시립 세이도 중학교의 나의 3년 후배이며, 내가 쓴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영화화되었을 때 감독을 맡은 사람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뿐이 아니다. 드라이브 마이카, 버닝, 하나 레이 만, 토니 타키타니, 상실의 시대. 이렇게나 많은 영화가 그의 소설이 원작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영화가 되어 나온다면 정말 좋아 죽을 것 같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빵 가게 재습격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이 소설집의 수록은 아니지만 소설만큼 좋았던 영화 하나 레이 베이의 예고편을 올려본다 https://youtu.be/W9O5RXGzrao


하나레이 베이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레이 만'으로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도쿄 기담집'에 실린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하나레이 베이를 한 번 더 봤다. 마지막 사치가 타카시의 헤드셋을 쓰고 음악을 들었을 때 감정이 순식간에 바뀐다. 그 감정을, 사치의 마음이 화면을 뚫고 나왔다.


내 마음에 뚫린 공백은 나도 알 수 없다.

길을 잃어버려 뱅뱅 맴도는 느낌일 뿐이다.

이 공허하고 손에 닿을 것 같은데 끝에 도달할 수 없는 이 기분을 어떻게 할까.

나는 10년 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온 것일까.

나는 지금 누구이며, 지금 이전에는 누군가의 엄마였고 어떤 남자의 아내였다.

등신 같은 남편이 듣던 헤드 셋이 아들을 건너 내가 결국 듣고 있다.

앞이 보였던 내 인생을 깡그리 망가트리고 깨버린 내 삶에 들어온 남자들을 증오한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

그 남자들은 나에게 먼지만큼도 행복을 주지 않았다.

타카시를 가진 것을 알고도 마약에 빠져 있던 남편도,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물려받은 타카시도 어쩌면 내가 원하는 바대로 신이 있다면 신이 데리고 가버렸다.

낡은 티브이처럼 죽은 후에도 하얀빛이 화면 위로 깜빡깜빡 헤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뚝 끊어지는 경우처럼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성실하게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불성실한 먼지가 안개처럼 가득 껴서 주변을 떠돈다.

남편과 타카시를 떠올리면 그렇다.

불성실한 공기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이미 들어와 버린 내 인생의 낙인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린 그 남자들이 듣던 헤드 셋을 끼고 음악을 듣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는 새 그들이 내게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나도 모르는 새.

그리고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소리 내어 울고 싶지만 나는, 나는 바보라서... 다리 한쪽이 잘린 일본인 서퍼를 본 순간 나는 내 마음속의 공백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내 자신이 먼 옛날에 죽어 풍화되어 바짝 말라버린 거대한 생물의 미궁과도 같은 체내를 방황하고 있는 듯한 느낌에서 나는 시간의 구멍을 빠져나와 그 한가운데에 쑥 빠져버렸지만 타카시가 듣던 음악을 듣는 동안 나는 다리 한쪽이 없는 서퍼가 타카시라는 확신이 들었다.

타카시는, 내 아들은 10년 동안 나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당신의 소중한 아들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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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반건조 가자미를 잘 말리면? 아니 조금 삭히면 홍어처럼 킁 하고 비릿한 맛이 나면서 아주 풍미가 오른 맛있는 가자미가 된다.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에서 잘 구워주면 기존의 부드럽기만 한 가자미에서 맛볼 수 없는 풍부한 아미노산의 맛이 확 난다.


사실 아미노산의 맛이 뭔지는 모르지만 보통 우리가 먹는 부들부들한 가자미 구이 맛보다는 훨씬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그 속에 느껴지는 또 다른 맛이 아미노산의 맛이라고 하자.


구을 때 방울토마토도 같이 구우면 좋다. 토마토는 한 15개 정도를 같이 굽는다. 토마토에 가자미의 쿰쿰한 비릿함이 기름과 잘 버무려져서 토마토 역시 풍미가 확 난다.


이 정도의 비릿한 맛이 나는 생선구이가 나는 좋다. 예전에 비해서는 비린맛을 덜 찾아 먹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친구들이 으 할 정도로 비린맛을 좋아했었다. 대학교 자취를 할 때 왕왕 사 먹었던 음식이 꽁치통조림이었다. 자취생이 간단하게 먹기에 제일 좋은 식품이었다. 너무 좋아. 나는 꽁치통조림으로 요리를 해 먹지 않았다.


그냥 뚜껑을 따서 그대로 밥에 비벼 먹었다. 꽁치통조림은 그대로가 제일 맛있다. 찌개에 넣고, 국에 넣고 하면 꽁치의 그 맛있는 비린맛이 사라져서 별로였다. 그래서 자취방에서 술을 먹다가 만취에 가까워져 아이들이 안주를 찾을 때면 꽁치통조림을 통조림 그대로 버너에 살살 보글보글 데워서 그걸 안주삼아 먹었다.


그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녀석들이 우웩 우웩 하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방 안에 온통 꽁치 비린내 때문에 미치겠다는 것이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녀석들은 자취방에 놀러 오지 않았다.


홍어를 삭히면 어째서 그런 킁 한 맛이 다른 생선에 비해 많이 나느냐 한다면 홍어는 온몸으로 소변을 배출하기 때문에 항아리 같은데 넣고 하루만 지나도 톡 쏘는, 킁 한 맛이 난다는 말이 있었다. 홍어를 라면에 넣어서 먹어보면 라면에 홍어의 맛이 배이는데 라면을 먹을 때마다 입안이 팡팡 터져서 또 홍어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족을 못쓴다.


하지만 정확하게 홍어의 맛, 이건 비린내가 아니다. 꽁치 비린내, 고등어 비린내가 비린맛이라고 생각한다. 고래고기에서 비린내가 많이 난다.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고래는 차가운 바다에서 살아가려니 기름이 온몸을 덮고 있어서 전문가가 잘 삶아내지 않으면 비린내가 한 달 넘게 갈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곳이 고래의 도시라서 예전에는 전통시장에서 고래고기를 삶아서 수육으로 팔았다.


전문점에서 먹으면 고래고기는 엄청 비싸다. 마음대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트에서도 가끔 돌고래 수육을 팔기도 했는데 돌고래 수육을 권장하지 않는다. 돌고래는 하루에 몇 천 킬로미터를 이동을 해야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인데 그러다 보니 오염된 바다에도 들어가고, 그래서 돌고래의 몸속에는 수은 성분이 아주 많다. 결론적으로 요즘에는 고래고기 자체를 웬만하면 먹지 말기를 바란다. 고래고기 아니라도 먹을 거 많잖아.


어떻든 홍어의 톡 쏘는 맛과 생선의 비린맛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요즘은 손질된 고등어구이가 잘 나오는데 구워서 이틀 정도 지나서 먹으면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이 난다. 비린맛이 많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회도 활어회보다 숙성회가 훨씬 맛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비린맛을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입맛이 어린이 입맛으로 바뀌었다. 너무 비린맛이 나면 어? 하게 되었다. 그래도 사진에서처럼 반건조 꾸덕한 가자미 구이의 살짝 킁 한 맛이 나는 비린맛은 좋다.


오늘 라디오에 아이들의 방학으로 자유는 물러갔다는 사연이 엄청 많이 올라오는데, 여름 방학에 밖에서 새까맣게 될 때까지 놓다가 집에 들어오면 씻고 저녁을 먹을 때 물에 밥을 말아서 숟가락으로 밥을 뜨면 엄마가 반건조 가자미 구이를 젓가락으로 뜯어서 올려주었다. 그때는 그게 비린맛인지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맛있게만 먹었다.


잘 말리면, 그냥 베란다에 걸어두면-해가 들지 않는 부분에- 꾸덕해지는데 가자미를 구우면 냄새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고 맛에서만 그걸 맛볼 수 있는 스킬이 생긴다. 그래서 결론은 조금 짭조름하니 물에 밥을 말아서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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