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라디오 47회로 올해 2월 26일 19시부터 19시 55분까지 방송된 라디오에서 하루키 씨는 비치 보이스의 팻 사운드 앨범을 소개한다. 여기서도 하루키 씨는 일전에 비틀스의 ‘러버 소울’ 앨범의 전곡을 커버했는데 이번에는 동시대 또 하나의 명반 ‘팻 사운드’ 앨범 수록곡을 소개한다.


앞 서 소개한 브라이언 윌슨의 역량이 돋보이는 곡 ‘Wouldn’t It Be Nice’를 선곡한다. 이때 이 곡을 부르는 가수는 윌슨 필립스다. 브라이언 윌슨의 두 딸과 마마스 앤 파파스의 딸이 결성해서 만든 그룹 윌슨 필립스. 그녀들은 '홀드 온'이라는 대 히트곡이 있다.


사람들은 윌슨 필립스가 홀드 온 한곡만 히트 쳤다고 생각하지만 빌보드 1위 곡이 세 곡이나 된다. 브라이언 윌슨의 영향을 받아서 두 딸 역시 음악적 소질이 남달랐다. 물론 마마스 앤 파파스의 딸 존 필립스 역시 그랬다. 윌슨 필립스 두 딸 중 카니 윌슨은 요즘 총기사고로 탈도 많은 알렉 볼드윈의 아내였기도 했다.


하루키 씨는 브라이언 윌슨의 팻 사운드 곡들을 소개하면서 브라이언 윌슨에 대해서, 잘도 여기까지 잘 와주었구나 생각했다. 모두가 브라이언은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용케도 구렁텅이에서 기어 나와 회복이 되었다. 목소리는 옛날의 윤기는 사라졌다. 그 때문에 노래를 들으면서 슬프다는 생각이 났지만 그래도 역시 기뻤다고 했다.


오늘도 참지 못하고 47회 무라카미 라디오 삽화를 넣어서 열쇠고리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만들어서 하루키 마니아들에게 나눠준 고리만 해도 한 50개 정도 될 것 같다. 재미있으면 하는 거지. 하루키 씨와 브라이언 윌슨 아저씨 모두 응원합니다. 으쌰으쌰.


윌슨 필립스의 Wouldn’t It Be Nice

https://youtu.be/a_UUcsYLs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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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윌슨은 비치 보이스의 중심축을 이루었던 멤버다. 하루키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비치 보이스, 브라이언 윌슨에 대해서도 여럿 이야기를 했다. 하루키는 브라이언 윌슨에 대해서 무한 애정을 드러내는 글을 많이 썼다. 그리고 한 에세이에서는 브라이언 윌슨이 무료로 공연을 열어서 관람한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브라이언 윌슨도 여러 슈퍼스타 반열에 올라선 가수들처럼 부모, 아버지와 심하게 대립을 했다. 결국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치료를 받고 펫 사운드라는, 존 레넌이 듣고 깜짝 놀라서 음악에 몰두하게 만든 세기의 명반을 탄생시켰다. 브라이언 윌슨의 팻 사운드가 탄생되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러브 앤 머시’는 정말 좋은 영화였다.


하루키 씨는 여러 소설과 에세이에 비치 보이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장 최근으로는 작년 6월에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비치 보이스를 언급했다. 비치 보이스와 항상 비교되는 밴드가 비틀스였다. 두 밴드가 초기에는 여자, 푸른 하늘, 바다, 파라솔 같은 것들에 대해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그랬다가 서로를 알게 보기 된 것이다.


브라이언 윌슨은 존 레넌을 보았고, 존 러넨은 브라이언 윌슨을 보게 되었다. 둘 다 영국과 미국에 이렇게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라며 놀랐다. 서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두 그룹은 전적으로 달랐다. 비틀스에는 존 레넌과 폴 메카트니가 트윈 터보 같은 느낌이지만 비치 보이스는 브라이언 윌슨이 혼자서 외로운 작업을 하고 멤버 모두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루키: 서핀 뮤직을 하고 있었던 초기에는 비치 보이스 멤버 모두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가 브라이언의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나머지 멤버가 따라가지 못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2015년에 폴 다노와 존 쿠삭이 어린 브라이언, 중년의 브라이언을 연기한 ‘러브 앤 머시’가 나오게 된다. 브라이언의 천재성은 같은 음악을 하는 멤버들에게도 외면을 받는다. 점점 환청은 브라이언을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하루키: 비치 보이스의 전기와 후기는 정확하게 ‘팻 사운드’ 앨범으로 나뉘게 돼요. 전기 음악은 구조가 단순하고 제대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로 음악을 만들면 히트곡은 나오는 셈이었던 거죠. 하지만 펫 사운드는 무척 어려운 곡이에요. 멜로디도 이상하고 코드 진행도 이상합니다. 이런 음악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들은 것은 16살 정도였는데, 처음 듣고는 도대체 어떤 부분이 좋은 걸까,라고 의아해했습니다.


하루키: 재미있는 얘기지만 비틀스의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를 들었을 때는 듣자마자 아 이건 굉장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펫 사운드 앨범은 그렇지 못했어요. 그러나 그런 음악도 인생에 있어서는 꽤나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비치 보이스의 코코모는 브라이언 윌슨이 없었다. 무라카미 라디오에도 소개가 된 곡 비치 보이스의 팻 사운드 앨범 중 Wouldn’t It Be Nice를 들어보자. https://youtu.be/3y44BJgkdZ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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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첫 소설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출판사에서 당신의 글에는 문제가 많지만 일단 해보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하루키는 일본에서, 일본 문단에서, 일본 문단과 비평가들에게서 문제가 많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자신에게도, 자신이 쓴 소설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인간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선가 뒤에서 손가락질을 받아도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쯤 마음이 편해진다.


하루키도 많은 공격과 비난 속에서 탄탄하게 단련되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해변의 카프카의 다무라가 자라서 일큐팔사의 탄탄한 덴고가 된 것처럼 말이다. 에세이에서 독일에서 하루키 씨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문예 비평 프로그램에서 다뤄졌는데 독일의 한 비평가가 ‘이런 것은 문학이 아니다, 문학적 패스트푸드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에 사회자가 하루키를 뜨겁게 변호하니 킹 받고 그 자리를 나가버렸다. 이 문제에 대해서 무라카미 씨는 어떻게? 같은 편지를 받았다.


하루키도 참 인생 쉽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루키는 술렁술렁 청탁원고 따위 전혀 받지 않고 쓰고 싶은 소설이나 쓰며 달리기나 하고 두부나 먹으면서 보내는 줄 알았는데 힘들다 힘들어. 하루키 씨는 '그러니까 원래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요, 정말로' 하고 나는 모든 사람에게 충고해 주고 싶다.라고 했다.


이 말을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은 보통 지내면서 허무하거나 허망해하는 경험을 한다. 그때 미쳐버릴 것 같다. 왜 내게 이런 일이? 같은 심정이 된다. 그런데 왜 그러냐 한다면 자꾸 답을 찾으려고 해서 그렇다. 답이라는 게 애초에 없는데 답을 찾으려고 하니, 없는 답에 접근을 하지 못해 허망한 것이다. 옳은 것에 대한 답이라는 게 있을까.


어릴 때부터 주야장천 답을 찾는 것에만 훈련을 하고 교육을 받고 자라다 보니 답이 없는 것, 옳은 것이 무엇인가, 접근하면 그게 답이 아니니 좌절하고 쓰러지는 것이다. 대체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 소설을 쓰지 않을까. 문제가 없는 사람은 자기 개발서를 쓰겠지. 그러나 그것 역시 옳은가 한다면 글쎄다.


소설은 문제를 제기할 뿐이지 그 안에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하루키 음악은 무라카미 라디오 45화 방송 중 페티 페이지 노래다. 이날은 크리스마스인데 하루키 씨는 쏴리, 하면서 오늘은 크리스마스 송은 틀지 않겠습니다.라고 시작을 한다. 그날은 하루키 씨가 보유한 오래된 LP를 들고 와서 선곡을 해서 들려준다.


그중에 영화의 주제곡이었던 '허쉬, 허쉬, 스윗 샬롯'을 페티 페이지 버전이다. 고전 영화로 고전 영화의 팬이라면 잘 아는 배우 베티 데이비스와 존 크로포드의 '제인의 말로'의 속편 같은 영화인데 스릴러이며 무시무시한 내용이지만 음악은 아주 편안하고 상냥하기까지 하다.


무라카미 라디오 45회에는 하루키가 애정하는 레코드앨범을 설명하고 영화도 이야기를 하니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Hush, Hush, Sweet Charlotte

https://youtu.be/wYPIf7d6v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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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3-08-1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제가 하루키 소설중에서도 참 좋아하는 소설인데 문학적 패스트푸드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군요 ㅎㅎ

교관 2023-08-16 11:44   좋아요 0 | URL
독일의 한 비평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대부분의 전세계 독자들은 소설을 좋아하니까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ㅎㅎ

호시우행 2023-08-15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남의 작품을 일방적으로 자기만의 시야에서 재단하는 행위는 옳다고 볼 수 없지요.ㅠㅠ

교관 2023-08-16 11:45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을 바라보니까 이런 일은 자주 있는 것 같아요 ㅎ
 


주말인데도 주말 같지 않은 건 나이 탓일까. 아니면 평일 주말 경계 없이 하는 일의 스타일 때문일까. 이미 오래전에 주말에도 주말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어릴 때 주말은 그야말로 주말이었다. 아버지가 일찍 퇴근하고 오시는 걸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고, 주말에는 평일보다 좀 더 맛있는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요컨대 새로 구입한 전기프라이팬으로 고기를 구워서 마당의 평상에서 밥을 먹었다. 그러면 옆 집에서도 고기냄새에 이끌려 나와서 다 같이 앉아서 먹기도 했다. 주말이라 다 같이 평상에 앉아서 고기를 구워 밥을 먹으며 어른들은 술잔도 기울였다.


마당에서 밥을 먹으면 마당의 주인이었던 깜순이도 신이 나서 마당을 여기저기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밤이 깊어지면 옆 집 아주머니가 해주는 귀신 이야기에 몸 둘 바를 모르기도 했다. 웍! 하는 소리에 우리는 꺄악 하는 소리를 내고 벌벌 떨었다. 주말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평상의 양 끝으로 모기향을 피웠다. 모기향이 타들어가는 냄새는 이상하지만 좋았다. 모기향 하나가 다 꺼져갈 때면 관아, 모기향, 하면 내가 알아서 하나를 더 불 붙였다.


분명 방학이라 평일 주말 개념이 없을 텐데도 주말에는 주말 만의 분위기가 집 안에 가득 있었다. 밤공기도 주말이라 달라 보였다. 주말에는 주말에만 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여름이니까 주말 저녁에는 특집 공포물이 나왔다. 더울 텐데도 이불을 코밑까지 끌어당겨 티브이 화면 가득 펼쳐지는 귀신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일요일 오후 2시가 지나면서 슬슬 주말이 지나간다는 생각에 남은 일요일 오후를 더 열심히 놀았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주말이 주말 같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어렸을 때처럼 주말 만의 기분을 만끽할까. 주말이 주말 같지 않은 요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요즘에도 일요일 오후 2시가 지나면 이상하지만 허 한 기분이 든다. 주말에도 주말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던 때는 여행이나 서울에 놀러 갔을 때였다. 예전에는 일 년에 두 번씩 서울에 갔다. 백남준 아트 센터에 가기 위해 나는 상경을 하여 며칠씩 머물다 오곤 했다. 그럴 때 주말이 껴도 주말 같지는 않았다. 집에서 보내는 주말과 다르게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대학교 때는 신림동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서 낮동안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친구 알바하는 곳에서 일을 도와줬다. 일 마치고 사장님에게 얻은 순대와 고기로 친구와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친구는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친구는 낮에는 신림동 분식집에서 알바를 하고 저녁에는 순대타운에서 알바를 했다. 새벽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몰라도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잠이 와서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학병원 로비에서 잠을 잤다. 잠에서 일어나 보니 친구는 없고 나는 환자 가족인 양 어물쩍 병원에서 세수를 하고 부천에 있는 작은 이모댁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부족한 잠을 잤다. 이모는 나에게 작은 딸냄 방에서 자라고 했다. 당시 이모의 아파트는 60평인가 어리어리해서 방도 더 있는데 작은 딸냄 방에서 자라는 것이다. 이모에게는 딸만 둘인데 침대가 너무 깨끗해서 마구 어지럽히며 잠들기 미안하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대로 뻗어서 잠들었다.


또 하루는 친구와 밤새 술을 마시고 첫 지하철을 타고 1호선을 타고 끝까지 가면서 잠을 잤다. 어느 날은 지옥철을 보여준다며 이른 오전에, 가장 바글바글한 시기에 친구는 나를 지하철에 태웠다. 사람을 구경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하하 죽는 줄 알았다. 사람에게 끼여서 밀려 지하철에 올라탔다. 친구는 적응이 되었는지 그 속에서 잘도 버티고 서서 한 손으로 문고본 책을 읽었다. 서 서울에는 역시 능력자들이 많구나.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그저 나온 영화가 아닌게벼.


주말이어도 주말인지도 모르게 돌아다녔다. 어떤 해에는 과천에 갔다. 주말이었다. 주말에만 경마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경마장은 대단했다. 입구부터 출제 예상 문제집을 팔고 그날 달리는 말도 미리 구경할 수 있었다. 본다고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모여들어 말들의 상태를 살폈다. 돈을 거는 방식이 세 가진가, 그렇게 있었다. 단승식, 복승식 또 뭐 있는데, 아무튼 가장 기본 액수로 걸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우와 콘서트장은 저리 가라였다. 어마어마한 인구가 빼곡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경마가 시작되고 말들이 골인 지점으로 들어올 때는 사람들의 어우우 하는 소리가 우뢰처럼 들렸다. 사람구경은 역시 재미있다.


그날 경마장을 나와서 미술관과 동물원을 구경했다. 춘희의 그 오오오오오 맛있어 하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을 재미있게 봐서 동물원과 미술관을 다 갔다. 그때가 오월의 나른한 오후였는데 동물원의 동물들이 죄다 낮잠을 자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역동적인 모습을 딱 본 게 하마였다. 하마는 낮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우리 쪽으로 엉덩이를 돌리더니 똥을 엄청나게 싸질렀다. 하마는 똥을 싸지르면서 꼬리를 모터 달아 놓은 것처럼 흔들어 재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똥색이 녹색이었다. 초 역동적이었다.


신기했던 건 낮잠 자는 표범 우리 밖에 고양이가 배를 보이며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개미핥기 가까이서 본 게 동물원을 돌아다녀서 본 게 다였다. 나와서 점심을 사 먹고 미술관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미술품이든, 사진이든, 조각품이든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지 모른다. 백남준 아트도 그렇다. 뭐 알지도 못하는데 나는 백남준의 세계에 깊게 빠졌었다. 주말에 서울에 올라갈 수 없으니 방학에 몰아서 가곤 했고, 대학교 졸업 후 몇 년 동안 그런 일들이 계속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칼로 두부를 싹둑 자르듯 뚝 끊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이라는 기분도, 주말이 되었지만 칼로 잘려 나가 버린 것 같다. 라디오를 들으니 어떤 집에서는 주말마다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 캠핑을 간다고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주말을 몹시도 기다리지 않을까. 아이 때에는 집 거실에 텐트를 쳐놔도 마치 우리만의 아지트에 온 것 같아서 재미있는데 캠핑을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주말이 주말 같지 않게 느껴지는 건 날씨 탓이다. 날씨 때문이야. 날씨가 그래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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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단편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을 보면 주인공은 아내와 결혼을 하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단독주택에 입주하게 되어서 기뻤다. 단독주택에 방도 몇 개나 있고 비록 작지만 마당도 있어서 고양이도 키울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집세가 이렇게 저렴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치즈케이크처럼 생긴 주택 양옆으로 철길이 나 있고 하루에도 수시로 지하철이 지나갔으며 시끄러워서 기차가 지날 때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양옆으로 동시에 기차가 지나갈 때면 식탁이며 집이 온통 덜덜거렸다. 그런데 기네스북에 나올 만큼 가난했던 치즈케이크를 닮은 그 집에 살 때가 행복했다고 한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하루키 본인의 이야기로 사소설에 가깝다. 치즈 케이크를 닮은 철길 사이의 주택은 구글로 검색을 하면 하루키가 신혼을 보냈던 그 집이 나온다. 츄오센과 고쿠분지 사이의 삼각형 토지에 있는 집이다. 아니 집이었다. 소설 속에서 고풍스러운 집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보였다. 현재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소설 속에서 하루키는 이부자리와 옷가지, 식기, 전기스탠드, 몇 권의 책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재산의 전부였다. 그만큼 가난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은 지극히 간단해진다. 겨울에 해가 지면 하루키는 아내와 고양이를 안고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갔고 아침에 나오면 부엌의 싱크대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렇지만 가난이라는 불행 속에서도 봄이 오면 근사해져서 세 명(고양이 포함)이 나른한 봄볕에 작정하며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하루키는 그 당시를, 우리는 젊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고 햇볕은 공짜였다.라고 했다.


이런 모습을 상상하면 무라카미 라디오에도 나왔던 ‘look for the silver lining’이 생각난다. 쳇 베이커 버전도 있는데 물에 불린 찰흙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쳇 베이커 버전이 아닌 모던 포크 콰르텟 버전을 듣자. 신나고 흥겹다. 음악의 다양함과 질에 대해서 새삼 놀라게 된다.


노래는 접시를 닦는 인생이라도 행복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당신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접시와 쟁반에서 빛이 날 때까지 당신을 하루하루를 갈고닦을 것이라고 한다. 정말 멋진 '시'다. 비록 치즈 케이크 모양처럼 가난할지라도 오전에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서니사이드업을 만들면서 들으면 좋을 노래다.



MFQ - Look For The Silver Lining https://youtu.be/wNfRa6wKa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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