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셀린저와 그의 수작인 ‘호밀밭의 파수꾼’의 이야기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모비딕’이나 ‘위대한 개츠비’보다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음반과 필적하는 숫자라 한다. 하루키는 샐린저도 좋아하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피츠 제럴드를 좋아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직유 가득한 문장이 정말 사람을 홀딱 빠지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번역본으로 여러 공룡 출판사에서 잘 나가는 작가들이 번역을 했는데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많은 번역본은 문동의 김영하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가 아닐까 싶다. 민음사의 김동욱, 열림원의 김석희도 개츠비를 번역했다.


김영하와 김석희는 의역을 했고, 김동욱은 직역을 했다. 김동욱의 버전은 원문에 충실하다. 문장을 비교해 보면.


"다들 썩었어." 내 외침이 잔디밭을 건너갔다.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 - 김영하


"그 인간들은 썩어 빠진 무리예요.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 김동욱


어떻든 하루키가 좋아해 마지않는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보다 많이 팔려나간 소설이 샐린저 일명 제리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홀든 콜필드 녀석은 셀린저의 모습을 많이 빼닮았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샐린저의 이야기다.


니콜라스 홀트가 제리로 분한 샐린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면 샐린저를 잘 알 수 있다. 샐린저는 전쟁에 차출되어 나가지만 거기서도 홀든 콜필드를 생각했다. 손에 펜이 들렸던 총이 들렸던 창작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며 샐린저는 장편을 쓰기 위해 막사에서 훈련을 받으면서도 홀든을 썼다.


샐린저는 전투에 참전하게 되고 거기서 포탄으로 전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제리 제발 날 죽여줘, 샐린저는 그 악몽 같은 시간을 홀든을 생각하며 보냈다. 추위에 양말을 챙겨주던 전우는 동사하고 샐린저는 점점 홀든과 자신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홀든 콜필드는 반 정도 쓰고 못 쓰게 된다. 제대 후 홀든 콜필드를 끝까지 적어가는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기를 영화는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제리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비화와 홀든 콜필드 출간 이후 샐린저가 겪은 변화를 보여준다.


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제목으로 출간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이탈리아는 한 남자의 인생, 일본은 인생의 위험한 순간들, 노르웨이는 모두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악마는 최후 순간을 취한다, 덴마크는 추방당한 젊은이, 독일이 호밀밭의 남자 등이다. 니콜라스 홀트는 전기영화에도 잘 어울리는지 톨킨에서 톨킨을 맡기도 했다.


하루키 에세이에도 나오지만 호밀밭 속에는 237개의 갓댐과 58개의 바스타드 내지는 퍽큐 혹은 싯! 이 나온다. 욕이 많이 나온다는 말이지. 미국은 과감하게 이 소설을 공립학교의 교재로 사용했다. 10 여전에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뉴욕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존 가드너의 그렌델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놀랐다. 나는 그 소설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소설 속에는 처참한 모습도 많이 나온다.


읽을수록 재미있는 하루키 에세이.



오늘의 선곡은 하루키가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선곡한 클로다인 런짓의 I Love How You Love Me https://youtu.be/B9QOq5p_KI8?si=PIAMryLVm4x4sJJ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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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카를 보니 만달로리안의 재미가 슬슬 기어 올라오려고 한다. 만달로리안 시리즈와 보바 펫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재미있게 봤다. 나는 스타워즈 광팬이 아니라서 그 세계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깊게 빠지지도 않았지만 스타워즈 영화- 한 솔로 번외 버전의 영화, 스타워즈 드라마 시리즈는 다 봤다.


스타워즈는 일종의 추억의 음식 같은 것이다. 어린 시절에 늘 구정이나 신정에 티브이에서 방영을 해줬다. 한 번 서울의 친척집에 가게 되었는데 모여든 친척들이 서먹서먹할 땐데 한 이불이 발을 넣고 전부 스타워즈를 보며 귤을 까먹었다. 그러다가 스타워즈에 점점 빠져들어 모두가 와와 하며 보면서 친해졌다. 뭐 그런 기억 때문인지 겨울이 되면 스타워즈를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달로리안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만들기도 엄청나게 잘 만들었고 보는 내내 사랑스러운 그로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만달로리안 시즌 1

영화가 생긴 이래 역사상 가장 못생긴 수백 살인 요다가 50살 아가였을 적에는 이렇게 귀욤귀욤 터지는 아이였다는 걸, 이 정도로 미친 귀여움을 장착하고 포스를 사용하는 걸 본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눈이 하트로 변한다.


만달로리안에서 요다는 우리가 아는 요다의 어린 시절은 아니고 그냥 같은 종족인 아기 요다인데 이름은 그로구. 만달로리안은 만달로어인 중에서 딘 자린과 베베(베이비) 요다인 그로구의 티키타카 로드무비다. 기존의 스타워즈와 접점이 없기 때문에 스타워즈 생각지 않고 보면 됨.


시작부터 재미있다. 시즌 1만 해도 한 편당 보통 극장의 영화에서 볼 정도의 엄청난 볼거리가 터져 나온다.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존재들의 모습과 드로이드들의 총질, 그리고 은하철도 999에서 차장을 닮은 듯한 난쟁이들, 자와의 움직임과 그들의 언어는 마치 미니언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만달로리안의 갑옷 속에 숨겨진 여러 무기들의 사용과 아가아가 요다와의 캐미는 보는 재미를 더 한다. 또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여자 지나 카라노의 액션도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나 카라노의 정말 멋진 액션은 2012년 영화 ‘헤이와이어’에서다. 그게 아마 종합격투기에서 패배하고 은퇴 후 처음 찍은 액션 영화로 알고 있는데


그 영화에서 주인공 지나 카라노 빼고 이완 맥거리그, 마이클 패스벤더, 마이클 더글라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엄청난 배우들이 나오는데, 지나 카리노에게 다 터진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일대일 격투신은 와우 정말 끝장난다.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여지없이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만달로리안 시즌 3까지 있는데 시즌 1부터 보면 재미있다. 스타워즈 팬이 아니더라도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스타워즈 영화 버전으로 나온 시리즈보다 훨씬 재미있다. 귀요미 요다를 뺏으려는 자들과 절대 빼앗기지 않으려는 만달로리안의 전투가 볼 만한 시즌 1이었다. https://youtu.be/N0hXFxtBYz8


만달로리안 시즌 2


존 파브로는 도대체 천재야 뭐야? 다 말리는 로다 주를 데리고 아이언맨 찍더니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만들고, 만달로리안 세계관을 창조하고 극본까지 지가 다 써버리고 뭐야 도대체. 그저 스파이더맨 뒤치다꺼리나 해주고 메이 이모에게 반한 뚱뚱한 해피해피가 아니었다고.


시즌 2는 시작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우주선의 비행이며, 전투신이며, 물에 빠진 우주선을 건져내는 모습까지 정말 너무나 디테일하고 세세하고 실제 같다. 시즌 2에서는 그로구의 귀염뽀짝 터지는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서 재미를 더 한다.


그로구 녀석 개구리 종족의 마지막 후계자로 남은 알을 몰래 꺼내 먹는 모습이나, 녹색 마카롱 먹고 우주선이 뱅뱅 과속하니 오바이트하는 모습까지, 너무 귀엽다. 시즌 2에서는 스타워즈의 오마주 같은 모습도 많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더욱 재미있는데 갑옷을 잃은 보바 펫도 나오는데, 보바 펫의 전투력이 만달로리안을 뛰어넘는 것 같은 전투를 보여준다. 그래서 시즌 3으로 넘어가기 전에 ‘북 오브 보바 펫’을 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에는 다크 트루퍼(이것도 벌써 피규어로 나와서 팔리고 있는 것이 신기함)들을 전부 한칼에 날려 버리는 제다이가 등장하는데 얼굴이 두둥.


만달로리안과 그로구가 헤어질 때 모습을 보면 애절하다 못해 마치 연인이 헤어지는 것 같다.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도 볼 수 없어서 표정을 알 수도 없고, 그로구 역시 표정이라고는 입을 약간 벌리는 아가 일뿐인데 뭐가 이렇게 애절하게 보이지.  이때 아소카가 잠깐 등장한다.


그렇게 해서 만달로리안이 그로구를 데리고 제다이에게 데려다주는 긴 여정이 끝나면서 시즌 2가 끝난다. 여러 영화에서 실패했다면 만달로리안에서는 실패하지 않음. 나처럼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도 상관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자들은 이상하게 만달로리안을 거의 보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이 길이다!

https://youtu.be/4OyR4AD_lCY


북 오브 보바 펫

이렇게 재미있을 일이가, 이게 이렇게나 재미있어도 된단 말이가. 근래의 마블 영화들, 디씨 영화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고 재미있다. 초반에는 만달로리안만큼은 아니지만 뭐 어때, 하는 마음이었는데 5화부터 흑화 하더니 점점 달아오르는 불덩이처럼 마지막 회차까지 재미가 떨어질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보바 펫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한 솔로에게 한 방 먹고 사막 밑으로 떨어져 주둥이 이빨이빨 괴물에게 먹혔다. 자바 더 헛이라고, 배가 축 늘어진 찰흙을 물에 불려 창문에 집어던져 흘러내리는 듯한 얼굴을 한 쌍둥이를 지키다가 사막 밑으로 떨어져 생사를 알 수 없다가, 현생으로 40년이 흐른 지금 디즈니의 자본과 존 파브로의 극본과 로드리게즈의 연출력이 만나 다시 태어났다.


보바 펫이 초반에는 샌드족에 잡혀서 노예로 있다가 그들을 도와주며 그들에게 인정받기까지의 과거 여정이 나오는데 이 이야기가 무척 좋다. 마치 회사에 취업하여 보잘것없던 내가 하나하나 일을 배워 경쟁업체를 물리치는 뭐 그런 짜릿함이 있다. 보바 펫은 그래서 어쩌고 저쩌고 수장이 되었는데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하고 싶은데 시민은 시민대로 대들고, 반대 세력은 반대 세력대로 대든다. 만만치가 않어.


5화에서는 만달로리안이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진짜 재미다. 보바 펫과 만달로리안이 합세하여 거대세력과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만달로리안이 등장해서 헤어진 그로구를 찾아간다. 그로구는 열심히 마스터 루크에게 포스를 배우고 있다.


귀염 터지는 아가아가 지천명 그로구의 행동 하나하나가 보는 이들을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만달로리안은 그 멀리까지 가서 그로구를 만나지 못하고 보바 펫에게 온다.


그로구는 그 사실을 알고 제다이가 되기를 포기하고 지를 키워준 양 아빠 만달로리안을 만나러 비행선을 끌고 온다. 그때 그 둘이 만나는 장면 뭐지? 왜 눈물 나려 하지? 가면 때문에 얼굴 표정이고 뭐고 안 보인다고. 그로구의 표정 역시 눈만 뜨고 있을 뿐인데 이 감격은 도대체 뭐지? 하게 된다.


포스를 배운 지천명 귀염 뽀짝 요다인 그로구의 포스 활약 덕분에 만달로리안은 생명을 잃지 않는다. 만달라로리안도 그렇고 보바 펫도 그렇고 스타워즈 영화 속에서 하찮게 지나쳤던 캐릭터들이 여기서는 전부 입체적이 되어 진짜 살아서 자신의 몫을 하는 게 너무 좋다.


그로구는 그래픽이 아니라 인형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제 만달로리안 시즌 3으로 넘어가자. https://youtu.be/alfhlyY-oH0


만달로리안 그로구

시즌 3에서 세계관이 넓어지려 한다. 제국이 소멸하고 신공화국이 건설되고 모두가 풍요롭게 생활할 것 같은데 어쩌고 하면서 뭔가가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앞에 펼쳐질지 기대가 팝콘벚꽃처럼 부풀어 오른다.


지천명 귀염뽀짝 그로구가 양 아빠 만달로리안에게 온 것은, 마스터 루크(스타워즈 시리즈의 그 루크. 어찌나 얼굴이 똑 닮은 배우를 섭외했던지)에게 포스를 열심히 배우고 있을 때 양 아빠 만달로리안이 보바 펫과 합세하여 전투 전에 그로구를 만나러 행성으로 간다.


양아빠는 어찌나 아가아가 그로구를 생각하는지 베스카(블랙팬서의 비브라늄,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같은 무적의 물질)로 만든 그물 조끼를 들고 왔지만 제다이가 못 만나게 한다. 자꾸 정을 붙이면 포스를 배우는데 실패하니 어쩌니 하면서 만달로리안을 잘 타일러 쫓아낸다.


어찌나 이 부분에서 말 잘 듣는 만달로리안. 가면 쓰고 있어서 표정을 알 수 없지만 고분고분 듣는 착한 초등학생 같은 딘 자린. 그래가 딘 자린은 선물을 그로구에게 전달해 달라며 결국 만나지 못하고 행성을 나오게 된다.


포스를 열심히 귀염귀염 훈련하던 그로구에게 마스타 루크가 너에게 선물이 왔다며 베스카로 만든 그물조끼를 꺼낸다. 그로구가 와아 기뻐하며(라고 보는 이들이 상상할 뿐이다) 울 아빠의 선물이구나, 조끼를 만지려고 하는데 루크가 잠깐! 하며 그로구에게 제다이의 라이트 세이버를 꺼낸다. 이건 말이야, 나의 스승 요다의 것이었지, 이제 그로구 너에게 줄게.


다만, 선물을 잡는다면 포스 배우는 걸 멈추고 제다이가 되길 포기하고 딘 자린에게 돌아가서 그곳에서 영원히 살면 된다, 하지만 라이트 세이버를 잡는다면 나를 뛰어넘는 제다이가 되어서 제국이 부활해도 맞설 수 있게 된다,라고 한다. 두둥.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로구는 그물 조끼를 입고 양 아빠 딘 자린을 찾아서 비행선을 몰고 만달로리안이 전투하는 곳까지 와버린다. 그렇게 둘이 해후(는 뜻밖에 다시 만나는 거지?) 하여 좋아 죽으며 시즌 3까지 달려온다.


시즌 3, 1화에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한 편이 끝나면 마지막에 이렇게 이름들이 올라가면서 그 화의 포인트를 캡처해서 보여주는데, 물에서 기어 나온 악어 닮은 괴물은 왜 다르죠? 얘네들이 허술하게 다르게 표현했을 리가 없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 궁금함을 해결해 주는 곳이 없더라. 만달로리안 팬들이 있다면 알려주십쇼. 라고 SNS네 올린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스타워즈 팬 분이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리스펙.


이렇게 죽 쓰고 보니 만달로리안을 보지 않고서는 이게 무슨 똥 같은 말이지? 할 것 같다.


그로구 모음 무한 귀여움에 좋아 죽음 ㅠ https://youtu.be/qYJWHkZfQ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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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란 자고 나면 하루만큼 더 아름다워져,라고 성시경은 노래를 불렀다. 추억이란 그렇다. 추억을 떠올리는 일은 참 따뜻하기도 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하다. 추억과 시간은 일맥상통하고 시간은 자꾸 나를 타이른다.


더 아름다워져 https://youtu.be/RAUTM4dIGmY?si=OCIau7qIjRmFkDnC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인데 등장부터 천재가수가 나타났다, 천재 아티스트의 등장 같은 소리를 들으며 시작을 알렸던 가수들은 그 생명의 끈을 죽 끌고 가지 못했다. 또는 수면 위에서 노는 건 나의 스타일이 아니야 하며 수면 밑으로 들어가서 음악 작업을 하는 천재들도 있다. 어떻든 대중들에게서 조금은 멀어지는 것이다.


김사랑의 등장이 그랬다. 천재가 나타났다고 했다. 말 그대로 천재였다. 작사작곡은 물론이고 기타, 드럼까지 혼자서 다 해치웠다. 가요계에 떠들썩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그 타이틀이 김사랑을 날아오를 수 있는 발목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18살이다의 첫 앨범은 대중과 평단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김사랑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3집까지 했다. 실험적인 음악이라는 건 예술가로서는 칭찬받아야 할 부분이지만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음악은 예술이지만 음반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2805


임정희와 휘성의 등장도 그랬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는지 모르겠지만 떠들썩했다. 대중가요에 이런 가수가 라며 술렁술렁했다. 하지만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건  그리 천재 가수에 속하지는 않는다. 노래 잘하는 일반인들도 고음을 내며 노래를 부른다.


요즘을 봐도 그렇다. 아일리시나 올리비아 로드리고, 위캔드나 찰리 푸스는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과 좋은 음악으로 빌보드를 꿰차고 있다.


음반을 듣자마자 이건 천재구나라고 생각했던 가수는 휴일이, 조휴일이었다. 블랙스커트, 검정치마의 조휴일. 뭔가 대중가요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검정치마는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라고 불렸다. 빅뱅의 지드래곤도 조휴일의 팬일 정도로 노래를 잘 만들고 잘 불렀다. 그러나 조휴일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인디신에서 활동을 죽 했다. 그의 현재 음악을 들어봐도 다르다. 잘 모르겠지만 뭔가 달라. 그리움을 만져주는 기분도 들고 약간 공중에 살짝 떠서 앞으로 공종부유해서 가는 기분도 들고.


검정치마(The Black Skirts) - 'EVERYTHING' https://youtu.be/Aq_gsctWHtQ?si=qkFI962rBEj2WN6G


지금은 천재라는 수식어는 건 좀 무색하다. 좋은 노래 한 곡을 내려면 많은 전문가들이 붙어서 곡을 만들고 그에 맞는 안무를 짜고 스토리를 형성하고 무대 의상을 만들어서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가수를 오디션을 통해 발굴해서 열심히 훈련해서 하나의 노래에 전문가 여러 명이 붙는 구조다. 천재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


아이돌의 노래들 중에도 한 번 들으면 귀에 딱 박히는 노래가 있고 몇 번을 들어도 잘 모르겠네 하는 노래가 있다. 로켓펀치, 잇지의 노래는 자주 듣지만 이상하게 입에 붙지 않는다. 하지만 뉴진스나 르세라핌의 노래는 한 번만 들으면 귀에 박한다.


요즘 가장 핫한 뉴진스의 ETA 같은 경우 작곡은 뉴진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250이 만들었다. 뽕의 대가라고 해야 할까. 250의 앨범을 들으면 ‘한’이라고 불리는 기운까지 든다. 외에 해외 작곡가 한 명이 더 있다. 작사는 무려 세 명의 작사가가 붙어서 만들었다. 임성빈은 우리가 잘 아는 빈지노의 본명이다. 가사 중에는 혜진이가 엄청 혼이 났던 그날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혜진이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헤어지니로도 해석해 되어서 양가적 의미가 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3651


성시경이 초반 윤종신 그 짝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에는 스타리다담 같은 허밍도 많았는데 회사를 옮기고 자신의 자작곡이 들어간 노래를 부르는 이후로는 허밍이 좀 없어진 것 같다. 성시경은 초기 때 불렀을 때처럼 고음과 저음의 높낮이 변동이 유연하게 흐르는데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다는데도 요즘도 노래를 부를 때 변함없이 그렇게 부른다.


그럼 서태지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데 추락이 없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지금도 유튜브에 들어가면 그 영상이 많다. 하광훈, 전영록 등 나온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들었다. 이런 이상한 음악은 일단 대중들이 받아들이느냐 같은 의미의 소리를 들으며 출발했다. 거기 평점도 7점인가 그랬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중이 받아들여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https://youtu.be/Zr-9NlWLr5g?si=BD8Y3B_YyvdFqVrf


개인적으로도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을 들었던 그때가 행복했다. 카세트테이프를 사들고 하루종일 듣고 있으면 날아다녔던 엄마에게 공부 안 한다고 한 소리 듣고, 아버지는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실 때 통닭 사들고 오시고.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때가 떠오른다. 건강했던 어머니의 모습도, 살아계셨던 아버지의 모습도,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노래나 듣고 있던 나도.


음악적으로 천재라는 소리 속에는 노력이 아마도 9할을 차지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조용필이 그렇다. 예전 조영남이(방송에서 종횡무진할 때) 나와서 가끔 세시봉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전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뿐인데 조용필만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고. 이번 조용필의 공연에서도 알 수 있지만 조용필은 노래를 부르다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기는 법이 없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법도 없다. 무대 위에서의 소명은 노래를 하는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듯 스무 곡을 지치지 않고 끊어지지 않고 마이크 관객에게 넘기는 법 없이 꿋꿋하게 노래를 부른다.


요즘은 노래를 듣지 않거나 영화를 보지 않으면 너무 생각할 것들이 많다. 쟤는 미국사람이다. 쟤는 어딜 봐도 한국 사람인데 미국사람이라고 해버렸다. 그러면 잘못 알았다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데 그러기가 싫어서 계속 쟤가 미국사람이라고 하는 먼지 같은 이유를 찾아서 변명에 변명을 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한국사람이지만 미국사람이라고 한 이유는 이념 때문이다 라며 억지춘향을 하고 있다. 국민들의 경제를 살리는데 역량 좋은 공무원들이 매달려도 모자랄 판국에 한국 사람인 쟤를 미국사람이라고 해버려서 미국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참 기가 막힌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의식적으로 얼마나 불안하고 초초하면 요즘 연일 그런 소리를 할까 싶다. 권력이 떠나는 순간 자신이 바로 버려질 거라는 두려움이 정신 나간 소리를 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다르지만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 요즘은 힘겹다.


생각을 하기 싫을 때는 불 앞에서 노래나 들으며 음식을 조리하면 된다.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조깅을 할 때에도 거의 멍 하게 달리지만 저만치 가고 나면 쓸데없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 앞에서 조리하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다. 열심히 조리만 할 뿐이다. 맛은 없을지 몰라도.


중국집 가지튀김이나 엄마표 거지무침은 참 맛있는데 가지전은 맛이 그냥저냥이다. 개인적으로 가지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신선한 가지를 생걸로 우걱우걱 씹어 먹는 맛이다. 가지를 생으로 처음 먹었을 때 놀랐다. 이렇게 맛있다니 하며. 그래도 가지전에 맥주 한 잔 홀짝이며 성시경, 김사랑, 검정치마, 뉴진스, 250, 서태지, 조용필의 노래나 들으며 추억이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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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조금 이상하지만)는 하루키의 ‘더 스크랩’에 수록된 에피다. 이 에세이는 80년대의 하루키 추억이 가득한 책이다. 한 마디로 보물이다. 80년대의 온갖 재미난 것들이 하루키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중 린다 론스테드가 나오는 챕터다. 이 챕터 속에도 하루키가 좋아하는 투성이다. 잡지 GQ, 음악 칼럼니스트, 브루스 스프링스틴, 엘비스 프레슬리, 스테픈 울프 밴드, 존 케이 그리고 린다 론스테드.


린다 론스테드는 당시 음반이 대 히트를 하고 아주 잘 나갈 때라고 나와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롱롱 타임’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린다 론스테드는 자존심도 강하고 얼굴도 예쁜 데다가 노래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런 그녀에게 듀엣곡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는 흥, 하며 퇴짜를 놨다.


그런데 그녀가 듀엣을 같이 부를 아론 네빌의 노래를 들었을 때 너무 놀라고 말았다. 아론 네빌의 목소리를 처음 듣고서는 세상에 이런 목소리가 있다니 하며 콧대 높은 린다 론스테드가 듀엣 곡을 같이 부르기로 한다. 자신이 그동안 들어본 남자 가수 목소리 중에 단연코 최고였던 것이다.


그렇게 아론 네빌과 린다 론스테드가 같이 부른 노래가 ‘돈 노 머치’였다. 두 사람은 무대를 계속 같이 하는 동안 정말 연인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론 네빌은 어디 목장에서 갓 일하다가 온 것 같은 모습이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린다 론스테드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무튼 하루키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큭큭 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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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3-09-04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 노 머취 참 좋아하는 곡입니다 ㅎㅎ 한장짜리 베스트앨범에도 수록되어 있어요.

교관 2023-09-05 11:31   좋아요 0 | URL
요즘에 들으면 더 좋은 거 같아요 ㅎㅎ
 


하루키 음악 – 스탠 게츠 – jumping with symphony sid


오늘 소개할 하루키 음악도 하루키의 소설에 나온 음악이다.


하루키: 역시 가게를 운영하면서 두 번째 작품을 썼습니다. 1973년의 핀볼. 이 제목은 오에 겐자부로 씨의 [만년 원년이 풋볼]에서 빌렸습니다. 이 소설 속에는 스탠 게츠 콰르텟이 연주하는 점핑 위드 심포니 시드라는 곡이 나옵니다. 이 곡을 의외로 많이 신청해 주셨네요. 오리지널 LP로 걸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루키 사마, 신이 났습니다. 이 신청곡은 오키나와현에 사는 30대 남성 간호사 티모시의 사연이 소개가 되면서 선정되었다.


티모시: 신청곡은 스탠 게츠의 ‘점핑 위드 심포니 시드’입니다. 1973년의 핀볼에서 주인공은 여자아이와 골프장을 걸으며 휘파람을 상쾌하고 완벽하게 붑니다. 결혼을 위해 오키나와에서 오사카로 나왔지만 곧 애인에게 버림받고 쓸쓸한 도시생활이 시작될 무렵에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린 디스크 유니온에서 보고 ‘휘파람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무라카미 씨에게 전하고 싶은 추억의 곡입니다.


하루키: 그렇습니까 여러 가지 추억이 있군요, 그러나 골프장을 걸으면서 휘파람으로 부는 곡은 사실 ‘점핑 위드 심포니 시드’가 아닙니다. 다른 곡입니다. 아마 이건 당신의 착각일 겁니다.


1973년의 핀볼을 나는 여러 번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이 정도로 머리가 나쁠 줄은 나도 잘 몰랐다. 기억이 나는 건 새벽의 수영장의 수면 밑에 있는 기분이 시작되더니 이런 기분을 마지막까지 죽 끌고 갔다는 것이다. 핀볼이 내는 소음이 위로의 언어가 되고 하나뿐인 그 핀볼이 나오코였던가. 고가의 핀볼이라도 그건 공장에서 찍어 내는 거지만 나오코는 돈이 많다고 해서 뚝딱 찍어낼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정도를 느꼈던 것 같다. 음료를 마시고 나면 바닥에 깔린 부유물처럼 마음속의 알 수 없는 그 부유물이 미미하게 움직인다는 걸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Jumping With Symphony Sid - Stan Getz https://youtu.be/8wBwodpWo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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