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팬 중에는 방송인? 칼럼니스트? 작가? 아무튼 아주 재미있는, 깊이가 없는 것 같은데 깊이가 무릎까지 차오르는 이야기를 하며 목소리와 톤이 아주 좋은 김태훈이 있다.


몇 해 전에 ‘김태훈의 게으른 책 읽기’에서 이 책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무척 재미있다. 김태훈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예전 방송에 자주 나왔을 때에도 그랬지만 엄청난 술꾼이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면서 술과는 안녕! 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태훈의 게으른 책 읽기에서 유일하게 하루키의 책을 두 번 소개한다. 김태훈은 소싯적 소설을 쓰고 싶어서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배웠는데 포기했다고 했다.


아무튼 이 에세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김태훈의 얼굴을 보면 뭐랄까 행복해 보인다. 왜냐하면 위스키의 그 맛을 알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인 순간에 들이키는 그 독한 술의 위대함을 알고 있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러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 하루키


아일레이 섬에서 그들이 독한 위스키를 마시는 그 이유와 정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김태훈의 미간에서 하루키에게 반해버린 소년의 모습이 엿보인다.


위스키를 잘 마시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제임슨을 좋아한다. 제임슨에 대한 이야기도 몇 번 썼다. 물론 읽는 이 가 적었지만. 제임슨의 끝 맛은 캐러멜 맛이 감돌아서 커피에 넣어 마시고, 겨울이 다가올 즈음 바닷가에 앉아서 홀짝홀짝 거리며 일행과 이야기를 하기에도 좋은 술이었다.


책을 읽어도 김태훈의 이야기를 들어도 독한 위스키의 강렬함에 취기가 오를 듯한 얼큰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4Ym-c-ucaGY?si=XHhWsX6tGeHAFR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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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하루키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에세이를 읽다 보면 팝도 좋아한다. 또 얼터너티브, 그런지 록, 하드 록도 꽤 좋아한다. 에세이 ‘비밀의 숲’에 ‘오블라디~’ 챕터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하루키는 , REM과 펄 잼, 셰릴 크로우, 수잔 베가의 신보가 나와서 신나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펄 잼의 앨범은 나도 몇 장 가지고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이런 얼터너티브 록은 둔중하게 시작하는 기타 소리가 너무나 좋다. 거기에 그로울링의 에디의 목소리가 사람을 화악 잡아 끈다.


하루키는 셰릴 크로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녀는 뭐든 놓치지 않으려고 악바리 같은 근성이 있어서 응원한다고 무라카미 라디오 방송에서 언급을 했을 정도로 셰릴 크로우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루키는 아직 고등학생 시절 비틀스를 시작으로 리버풀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당시 미국침공, 아메리칸 인베이전을 성공시킨 밴드가 비틀스였다. 비틀스가 미국을 점령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 이후 아메리칸 인베이전에 영국 밴드들이 달려들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롤링 스톤즈, 오아시스 밴드가 성공을 이루었다.


요즘은 그 콧대 높은 영국 뮤직 어워즈를 방탄과 블핑이 휩쓸고 있으니 감개가 무량하네. 입술이 살짝 뒤집어진 예쁜 엘리 굴딩도 레드 벨벳과 함께 작업을 했다.


그러고 보니

블랙핑크는 셀레나 고메즈와 아이스크림을, 무엇보다 레이디 가가와 함께 작업을! 오 지쟈스. 닐 나스 엑스의 피처링을 남준이가 해줬고, 화사는 두아립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요즘 말 많은 리조와 에이비식스도 함께 했고, 위글위글위글(니글니글니글)로 우리에게 친숙한? 제이슨 데룰로는 엔시티 127과 작업을 했다.


세계에서 내놓아라 하는 아티스트들이 한국 가수들과 콜라보하기를 바라고 있어서 이제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으나 요런 쪽에 관심이 많으면 열광하게 된다.


하루키는 이 챕터에서 비틀스의 화이트 앨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앨범에 ‘오브 라 디, 오브 라 다’가 수록되어 있다. 문장상으로 보면 이 블라는 브래지어의 브라가 아니라, 역시 소리를 지를 때 쓰는 블라 일 것이라고 하루키는 말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이미지대로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가 좋아서 이 제목으로 된 에세이집도 있다.


비틀스의 화이트 앨범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앨범인데 레벌루션 넘버 9 같은 곡은 음악적 콜라주 같다. 그래서 몹시 초현실 적이고 귀로 그 콜라주 이미지가 그려지는 듯하다. 아무튼 이 앨범은 좋다. 신나고 이상하고 뭐 그렇다.


하루키는 이 챕터 후반에는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도 언급을 한다. 가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한다. 그러고 보면 하루키는 팝도 무지하게 듣고 다녔던 모양이다. 노래를 듣고 가사를 해석하면서 뭐지? 이런 가사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여자들이 빠져든단 말이야! 같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에세이는 재미있습니다. 하루키 슨생님.


오늘은 펄잼의 곡 중에서 한 곡을.

Pearl Jam - Black https://youtu.be/qgaRVvAKoqQ?si=AuCnM9rDvumxV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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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Eliolo on twitter



하루키 소설 - 일큐팔사 속 코뮌


일큐팔사에는 코뮌이라는 조직이 나온다. 겉으로는 자연주의적 노동을 하는 종교적인 모습이지만 실체는 집단주의적 모습을 띄는 단체의 모습이다.


코뮌은 12세기에 성립된 프랑스 중세의 주민자치다. 본래 서로 평화를 위해 서약을 한 주민의 공동체인데 서약을 깨트린 사람들은 집을 파괴당하거나 추방되었다.


이 코뮌은 ‘자치제’인데, 자치제라는 걸 주목하고 후에 공산화의 모습을 띄기도 하는데, 공산화는 인터내셔널 운동으로 총 세 번에 걸쳐 일어난다. 그중 제3 인터내셔널 운동을 코민테른이라고 부르는데 국제공산주의 운동이라 한다. 여기 코민테른에서 만든 공산주의 자치구를 소비에트라고 한다.


소비에트에는 소련 소비에트가 있었고 중국 소비에트가 있는데 중국 소비에트는 중국 인민공화국이 되기도 했다. 그럼 이 코민테른을 숙청하고 파괴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바로 스탈린이다.


사진 역사로 보면 여류 보도사진기자였던 마가렛 버크화이트가 히틀러를 피해 크렘린 궁으로 숨어 들어간 스탈린의 초상화를 담는 쾌거를 올린 일이 있었는데 이 스탈린이 국제 사회주의 운동을 철폐시키고 만다.


코민테른파, 국제사회주의파가 누구냐면 IS가 있고, 이 코민테른파의 거두가 트로츠키다. 레온 트로츠키의 피살은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긴데(너무 길어 생략하고), 그 코민테른은 젊은이들로부터 각광을 받는다. 혁명은 늘 기존의 틀을 깨버리기를 바라는 젊은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국제사회운동에서 파생되었지만 소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생적인 노동자계급이 생겨났다. 한국으로 보면 한국의 사회주의가 노회찬이었다. 자생적으로 탄생된 계급이었다.


그런데 자생적이지 않고 국제 공산사회주의, 코민테른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피가 있었는데 이 흐름이 종교단체까지 흘러 들어가게 된다. 이런 배경으로 일큐팔사 속 코뮌처럼 자신을 신격화하고 겉으로는 종교의 조직이지만 집단주의적인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공기번데기들이 기어 나오게 된다.

#

“제법 나쁘지 않네”라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클래식 음악보다는 오래된 재즈 레코드를 좋아했다. 그것도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은 모양이었다. 그 나잇대의 여자로서는 약간 특이한 취미다. 특히 좋아하는 건 젊은 시절의 루이 암스트롱이 W. C. 핸디의 블루스를 모아 노래한 레코드였다. 바니 비가드가 클라리넷을 불고, 트러미 영이 트럼본을 분다. 걸프렌드는 그 레코드를 덴고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덴고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듣기 위해서였다. - 2권 38페이지


Louis Armstrong - Louis Armstrong Plays W.C. Handy

https://youtu.be/81GKTMB7ao4?si=Ap2SFNmJ4TRYZ7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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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는 일본의 문예춘추 문예지에 실린 후 한국에는 조금 늦게 나왔다. 한국출판이 되기 전 심야북카페에서 번역해서 낭독을 했다.


이 낭독 버전이 한국 출판물보다 더 좋다. 처음부터 좀 다르게 진행되지만(한국 출판물에는 여러 부분을 드러냈다)  내용은 같다. 좀 덜 다듬어진 것 같은데 에세이라 그게 더 좋다.


무엇보다 배경음이 있고, 낭독하는 이의 음색이 호소력이 짙다. 하루키의 아버지 이야기가 마냥 유쾌하지 만은 않아서 낮게 깔리는 낭독자의 목소리가 무척 어울린다.


특히 난징학살 중 중국인 군인을 참수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부분은 처절하기만 하다. 사람의 목이라는 게 단단하게 몸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근육과 피와 살로 붙어 있기에 물리적인 힘으로 간단하게 떨어져 나가는데 그걸 담담하게 그리고 몹시 사실적으로 떠올리는 하루키 아버지의 모습을 낭독한다.


하루키는 아버지의 그 끔찍한 경험, 아버지의 회상 즉 머리가 잘려 나가는 그 끔찍한 광경이 피를 나눈 아들의 의사체험으로 부분적으로 물려받았다. 유전자는 그런 것이다. 유전자는 피를 통해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의식을 통해서도 이어져 있다.


유전자라는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의 형태가 달라져도 유전자 즉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 끔찍한 전경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침묵을 선택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전쟁의 공포를 잊지 못하지만 잊어야 하는 아버지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루키 역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전쟁의 끔찍한 전경을 이어받았지만 당시 하루키 역시 지켜야 할 아내, 가족이 있었다.


그런 아버지와 하루키를 이어준 건 나무 위에서 울먹이던 어린 고양이었다.




https://youtu.be/HRNqhItHGLI?si=0T-Nv5wZkUCC14om 북카페2NE4 [심야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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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넘버 3에서 재떨이와 야쿠자 이인자와 룸의 살벌한 대기에서 야쿠자가 홍콩도 중국에 반환되었는데 독도도 일본 땅이라고 우긴다. 그래서 재떨이가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한 번 읊으면서 독도가 누구 땅이냐고 재차 묻는 장면이 있다.


영화가 나온 게 97년돈데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하면 조폭건달도 열받아서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예전에 안정환이 일본 리그에서 뛰고 있을 때 경기에 출전하러 경기장에 들어가는데 기자가 독도는 어느 나라 땅입니까!라고 물으니 1초도 망설임 없이 독도는 한국땅!라고 했다.


최근에는 일본 구독자가 취소하든 말든 쯔양이 자신의 영상 자막에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근래에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는데 받아들이는 이 분위기 정말 이상하다. 이러다가 영화 속 조폭들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했다가는 이상하게 몰고 가지는 않을까.


영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예전 영화 중에 ‘주홍글씨’라고 있다. 이 영화를 찍고 이은주가 목숨을 끊었다. 영화를 보면 엄지원이나 이은주는 그 역할 때문에 첼로나 피아노나 노래나 엄청나게 연습을 했을 것이다. 이 영화 때문에 이은주 배우를 잃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뭘 말하는지 모호하고 그저 야하고 변태적인 모습에만 초점을 둔 장면만 가득하게 보인다.


이 영화는 김영하 소설가의 ‘사진관 살인사건’이 원작이다. 정확하게는 99년에 티브이 단막극으로 먼저 ‘사진관 살인사건’이라는 동명제목으로 원작을 극화했다. 단막극은 김영하의 소설대로 흘러간다. 사진관에서 남편이 죽고 그의 아내가 의심을 받는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내, 지경희 역으로 김서라가 나오고, 그녀를 조사하는 형사로 김갑수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겉으로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갑수 즉 김형사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고 김 형사는 아내와 바람을 피운 남자의 머리에 총구멍을 대고, 남자는 오줌을 줄줄 싸고, 아내는 불륜 남자가 싼 오줌이 묻은 이불을 맨발로 빤다. 그 후로 아내는 영혼이 나간 것처럼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이 된다.


지경희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그녀와 그녀의 사진을 담으면서 사진관에 자주 오는 아마추어 사진가도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 겉으로는 내뱉을 수 없는 또 다른 욕망이 있다. 그건 김 형사 역시 마찬가지다.


참고로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낸 세븐의 내용은 말랑말랑한 내용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지쳐 쓰러질 때까지 사랑을 나누겠다는 이야기다. 마지막까지 다 짜내서 밤마다 사랑을(아주 순화해서 하는 말이지만) 한다는 아주 야하고 무척 야한 이야기다.  


마돈나가 세상에 야한 노래를 들고 나왔을 때 인간의 욕망을 이렇게 노래로 표현하는 걸 막지 마라, 니들이 나를 막아도 나는 하겠다. 라며 마돈나는 자신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자신만의 세계를 과감하게 가감 없이 담았다.


무척이나 야해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데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노래를 들어보면 세븐이나 마돈나의 노래나 자연스럽게 흡수가 된다. 그건 아마도 아티스트의 재능이 그 역할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하의 소설 ‘사진관 살인사건’을 읽어도 그렇다. 전혀 야할 것 없는 이야긴데 읽으면 이야기 그 너머의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손으로 만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러냐 한다면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다. 내 것이 있지만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성적 호기심도 있고, 말로 꺼낼 수 없는 나만의 성적 판타지도 있다. 이 욕망은 본능에 가까운 것으로 사회생활이 부족할 정도로 인지가 안 되는 사람도 성적욕망을 푼다. 풀어야 하고.


예술이란 이런 욕망을 드러내기를 주저 없이 하지만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해야 한다. 안 그럼 외설이 되니까.


단막극과 소설의 마지막은 좀 다르게 끝이 난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김 형사가 아내의 맨발을 만지면서 끝난다. 그 더러운 이불을 빤 아내의 발을 만지면서. 이 이야기는 지경희와 사진작가, 그리고 김 형사. 이 세 사람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녀가 인간을 대변하듯이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https://youtu.be/vBDwGgQqs2Y?si=qc98NaSgu7NW1w0y


소설도 무척 재미있고 단막극도 아주 재미있다. 잘 만들었다. 그러나 몇 년 후에 영화 주홍글씨로 다시 나오면서 비극이 된다. 주홍글씨는 원작이나 단막극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한다.


변혁 감독이 김영하 소설가의 ‘사진관 살인사건’과 ‘거울에 대한 명상’ 단편 소설을 섞어서 만드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렸다.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이 위에서 세븐이나 마돈나, 김영하 원작 소설이나 단막극과는 다르다. 표층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이 너무 과하다. 그저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만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거울에 대한 명상은 동성연인인 두 여자와 그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 두 여자는 학창 시절에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아픔을 나누면서 두 여자는 사랑을 한다. 그런데 한 여자가 그를 만나면서 두 여자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거울이라 여겼던 한 여자의 배신으로 한 여자는 보란 듯이 그와 결혼을 한다. 그는 버려진 차 트렁크에서 한 여자와 갇혀 죽으면서 세상에 거울은 없다고 소리를 지른다.


주홍글씨는 이런 바탕으로 시작하여 그 속에 사진관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그 설명할 수 없는 건조하면서도 축축한 인간의 속내를 말하는 이야기다. 김영하 소살가의 이 소설은 단편 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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