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찰리 푸스를 선곡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은 좀 거짓말이지만 이야 하루키 영감님 찰리 푸스도 좋아하고 멋진 영감님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는 9월 24일에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 54회에서 첫 곡으로 찰리 푸스의 ‘루저’를 들려주었다.


가장 최근에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로 하루키는 이번 방송에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덕분에 우리 생활은 꽤 편리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충전해야 하고, 비밀 번호를 외우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빼앗기는 거 같아요. 여러 기기를 부지런히 충전하고, 패스워드를 기억하고, 그러다가 인생이 마냥 스르륵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패스워드를 잊어버립니다” 같은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그러면서 집에서 들고 온 찰리 푸스 노래를 첫 곡으로 선곡한다.


하루키는 이 방송에서 노르웨이 숲은 400자 원고지에 만년필로 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댄스 댄스 댄스에서부터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지금까지 연필이나 만년필이 아닌 첨단기술로 된 기기들로 집필하고 있다. 그는 타니자키 준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야기를 하며 그때에는 저장하는 기기도 없고 충전하는 기기도 없었기에 그저 만년필을 들고 꾸준하고 차분하게 원고를 쓴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으로도 들고 다니는 기기가 몇 대 있다 보니 충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애플워치를 하지 않고 카시오 전자시계를 차고 있는데, 가끔 왜 스마트워치를 하지 않냐는 말을 듣는다. 스마트워치를 한다고 해서, 아이패드나 아이폰만큼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으며 이 죽일 놈의 충전의 굴레 속으로 더 빠져들 뿐이다. 어쩌다 무슨 일인지 충전이 아침에 되지 않았다? 불안할 뿐이다.


나 같은 인간은 매일 달리고 나서 매일 샤워를 하는 것도 귀찮은데 – 씻는 건 너무나 귀찮지만 그래도 샤워는 좀 낫기에 땀을 흘리고 샤워는 그냥저냥 매일 하게 되지만 그때에도 카시오 손목시계는 벗지 않는다. 그냥 일 년 열두 달 계속 차고 있다. 그래서 가끔 빼서 좀 닦아 주는 것 빼고는 귀찮을 일이 없다.


충전이라는 건 이제 일상 깊이 침투해서 폰이나 아이패드에 충전이 50% 밑으로 되어 있으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다니는 활동 반경 내에 충전기를 배치해 놓고 어디를 가던 그곳에서 충전을 할 수 있게 해 놨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충전이 가득 되면 알 수 없는 희열도 느낀다.  이 무슨 이상한 일인가. 이 죽일 놈의 아이패드와 충전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매일 열심히 뭔가를 적는 건 기기가 나오기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는 주머니에 작은 수첩과 불펜을 넣어 다녔다. 그러다가 뭔가가 생각이 나면 길거리라도 벽면에 붙어서 생각난 것들에 대해서 메모를 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아이팟 터치 3세대를 먼저 구입했다. 메모가 무한정이었다. 정말 그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세상이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는 그게 뭐냐며 신기해했고 소설을 읽다가 필사하고픈 문장은 메모장에 타이핑을 했다. 타닥타닥 하는 소리도 듣기 좋았다. 하지만 배터리가 금방 동이 났다. 그때부터 충전기를 들고 다녔다. 그때 구입한 충전기를 아직도 들고 다닌다. 그러다가 아이패드, 키보드 등 충전이 필요하다. 건전지를 넣어줘야 하거나. 편리해진 만큼 불안요소도 늘어난 것 같다. 충전의 굴레 속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다시 무라카미 라디오 이야기로 돌아가서,

현재 찰리 푸스는 한국공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찰리 푸스 선곡이 더없이 반갑다. 찰리 푸스 같은 말랑말랑한 팝은 안 들을 것 같지만 하루키는 재즈와 클래식만 고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고전문학만 최고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현대문학, 지금 나오는 소설은 문학이라 할 수 없어! 같은 자세를 하루키는 취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김영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독립책방에 들어가는 자신의 소설 겉표지는 다르게 다지인이 되게 해 놨다. 거대 출판사가 아닌 소규모 출판사에서 출간한 소설이나 에세이들이 꽂혀 있는 독립책방을 돌며 토크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사인도 해주며 현재 나오는 소설도 살뜰히 살핀다. 김영하는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야! 같은 자세에서 벗어난 태도를 지니고 있다. 하루키도 그렇다.


새미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찰리 푸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찰리 푸스는 그 엄청난 부와 인기에 비해 늘 꾀죄죄한 얼굴과 평범한 의상을 입고 고교 때 만난 첫사랑과 사랑을 죽 이어가고, 방탄이들과도 작업을 하며 한국 팬들도 엄청나게 많다.


하루키가 소개하는 곡 외에 찰리 푸스의 좋은 곡들이 많지만 세계적인 인기를 확 끌었을 때가 위즈 칼리파와 ‘씨 유 어게인’을 불렀을 때였다. 그즈음에 메간 트레이너와 ‘마빈 게이’를 불러서 인기를 확고히 했다.


마빈 게이처럼 사랑을 하자 뭐 그런 내용의 노래인데 메간 트레이네와 정말 환상의 듀엣이었다. 뮤비는 살짝 야하다. 두 사람은 공연에서 진한 키스를 당겨 버리기도 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튜브에 있으니 궁금하면 보기 바람. 아주 진한 키스다.


마빈 게이는 실력이 좋아 당시 퀸시 존스가 수장으로 있던 모타운 소속 가수가 된다. 모타운은 마이클잭슨이 속해 있는 회사로 흑인 아티스트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빈 게이는 모타운의 음악이 흑인들을 위한 흑인음악이 아니라 백인들을 위한 흑인음악이라 모타운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 마빈 게이는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흑인 운동을 하기도 했다. 마빈 게이의 노래는 너무나 좋다. 찰리 푸스가 노래를 얼마나 잘 만드냐 하면 ‘마빈 게이’를 부를 때 마빈 게이의 명곡 ‘렛스 겟 잇 온’을 가사에 집어넣어서 만들었다. 마빈 게이의 이 명곡은 1973년 곡인데 왜 2023년에 만든 곡처럼 들릴까.


마빈 게이의 음악은 영혼을 달래주는 음악이다. 70년 만에 깨어난 캡틴아메리카도 팔콘에게 마빈 게이를 권한다. 마빈 게이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흘러나오면 너무 좋다. 마빈 게이의 죽음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었는데 미스터리다.


찰리 푸스가 메간 트레이너와 마빈 게이를 부를 때는 둘 다 학생 같은 얼굴이었다. 메간 트레이너는 요즘 너무 날씬해졌지만 이 노래를 같이 부를 때에는 통통했으나 예뻤다. 화사가 메간 트레이너의 노래를 거의 비슷하게 따라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 두 사람의 노래를 믹스한 뮤비가 유튜브에 있는데 들어보면 하나의 노래처럼 들린다.


하루키가 소개한다. "첫 곡은 찰리 푸스의 노래 ‘루저’입니다. 그녀가 떠나고 이것저것 후회하는 남자의 노래입니다."


무라카미 라디오 54화 https://www.bilibili.com/video/BV1R8411v7a4/?spm_id_from=333.788.recommend_more_video.0


찰리 푸스와 메간 트레이너의 마빈 게이 https://youtu.be/igNVdlXhKcI?si=nJWJMuMWeG_KdiFk


마빈 게이의 렛스 겟 잇 온 https://youtu.be/x6QZn9xiuOE?si=6GCGPnAoaMm3R7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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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내 듣고 있는 바운디의 곡이다. 올해 초에는 아이묭의 노래에 빠져 있었고, 여름께 에는 새로운 학교의 리더즈의 노래에, 하반기에는 바운디의 노래에 빠져들어간다.


바운디는 일본의 에드시런이라고 불리며 3년 만에 정상을 찍어버린 괴물 같은 놈이다. 바운디의 이 노래 ‘마바타키’는 처음 듣자마자 좋다.


근데 이 노래 뮤직비디오와 가사를 보면 단지, 단순하게 그냥 노래가 좋다, 라기보다 일본 사회를 관통한다. 뮤비의 주인공으로는 스다 마사키가 나온다.


손으로 만든 것 같은 총에 총알을 한 발 장전하고 불안한 듯 걸어가다 뒤를 돌아 누군가에게 총을 겨눈다. 총을 겨눈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어딘가를 향해 걸어간다.


가사를 들어보면 – 가사는 은유적이지만 그들은 마치 신흥종교에 빠져서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주인공 스다 마사키는 신흥 종교에게 자신의 가족을 빼앗기고 말았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적을 지금, 그곳에 대주는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있었어,라는 가사에 따라 종교에 빠져든 사람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곳으로 가고 있다.


스다 마사키는 가족도 잃고 돈도 모든 것을 잃고 총구를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에게 겨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학생에게 손을 내밀면서 끝난다. 뮤비는 단편영화 같다.


노래를 듣고 조금 파보니 조쉬라는 제이 팝을 다루는 블로그에서 좋은 정보를 올려놨다.


얼마 전 아베를 암살한 사건의 피의자는 어머니가 사이비 종교인 통일교에 모든 재산을 헌납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로 고통을 받으며 지냈다. 어머니가 그의 재산까지 몽땅 전부 사이비 종교에게 헌납하면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지냈지만 가족이 통일교에 귀의한 이상 헛수고였다.  


그는 사이비 종교의 폐단을 일본 사회에 알리기 위해 수제총으로 아베를 겨냥해서 총구를 당겼다. 실제 사건 후 일본 자민당에는 통일교 관련 인사들의 이름이 뉴스에 나왔고, 아베 암살범이 아베를 노린 이유는 현 교주를 만나기도, 접근하는 것도 힘들어서 아베를 죽이는 편이 사회적 반향이 크게 때문이라고 했다.


혹시 우리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하면 서로 미워하는 것은 그만둘까 서로 사랑하게 될까. 마지막 가사는 이렇게 끝난다. 바운디는 이  뮤직비디오까지 연출했다. 이 노래를 팬들에게 전하는 선물 같은 싱글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해석하는 것과 바운디가 하고자 하는 말이 다를 지도 모른다.  


바운디의 다른 노래들도 무척 좋다. 스다 마사키의 아내인 고마츠 나나도 다른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나온다.


mabataki / Vaundy https://youtu.be/6h6AQbdTkaE?si=acSs4T82FAY6mkC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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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인 플레그를 보는데 요시네 쿄코 뒤 책장에 일큐팔사가 꽂혀 있다. 일큐팔사는 이 드라마와 무관하다. 이 일드는 어느 날 느닷없이 아내와 아이들이 사라져 버린 한 가정의 가장이 아내와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주인공으로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야자와 리에 그리고 화면의 요시네 쿄코가 나온다. 니시지마는 우리가 좋아하는 하루키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의 주인공 가후쿠로 나온다. 상처를 받았지만 제대로 상처를 받는 법을 알지 못한 가후쿠. 아내에게 필요한 건 나의 가슴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가후쿠.


미야자와 리에는 하루키 영상물에 두 번이나 등장한다. ‘토니 타키타니’에서 에이코와 하사코 1인 2역을 한다.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 연극에서 사에키로 등장해서 열연을 펼친다. 그 모호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성을 미야자와 리에가 해낸다. 그때의 모습은 인간실격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아내 미치코 역을 할 때에도 나타난다.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토니 타키타니에도 나오는데 내레이션이 바로 니시지마다. 토니 타키타니의 감독 이치카와 준은 하루키의 문체를 영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한 장소에서 인테리어만 바꿔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덕분에 소설적 문체를 영화적 문채로 옮기는데 성공한다. 거기에 사카모토의 음악이 깔린다.


하사코는 에이코가 남겨 놓은 방대한 옷들을 입어보다가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한다. 세상에는 그런 울음이 존재한다. 하사코는 질은 다르지만 비슷한 깊이의 고독을 에이코의 옷을 입어 보면서 느꼈을지도 모른다. 무채색과도 같은 투명하고 아름다운 적멸을 에이코의 옷을 입어보고 하사코는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독해서 고독에서 벗어나고파서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고독한 이야기가 토니 타키타니였다.


두 주인공 미야자와 리에와 오가타 이세이는 후에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아주 코믹한 캐릭터로 다시 조우한다. 허당 같은 두 사람의 뻥 진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니시지마는 아주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나왔는데 2010년 ‘사요나라 이츠카’에서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유타카 역으로 나온다.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는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이 문장이 영화를 관통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인천 상륙작전의 이재한 감독이며 원작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츠지 히토나리다. 사요나라 이츠카 – 안녕 언젠가로 우리나라에 출간되었는데 역시 재미있다. 여주인공으로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가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호흡을 맞추는데 당시에는 원작자 츠지 히토나리와 부부였다.


이 영화는 화양연화의 미장센을 옮겨왔고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가 영화를 끌어올려준다.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륵 녹아 버리는 얼음조각 같은 것, 안녕, 언젠가. 역시 소설과 영화 다 재미있다.


미야자와 리에는 ‘종이 달’에서 점점 범죄가 심해지는 주인공 리카 역인데 역시 소설만큼 좋았다. 미야자와 리에는 스모선수와 결혼을 하고 사진집을 발간해서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을 때 얼굴은 정말 그림 같은 얼굴이었다. 지금 권은비 얼굴에 점 하나 찍어 놓으면 딱 그 당시의 미야자와 리에다. 그러나 이혼과 힘겹게 재개한 배우활동 등으로 예전 같지 않았다.


몇 해 전 심은경이 일본에서 배우로 최우수주연여우상을 타고 소감을 이야기할 때(심은경의 이 소감은 일본의 대부분을 울렸다. 영상을 찾아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된다) 경쟁자였던 미야자와 리에의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 리즈 시절의 얼굴은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기뻐하고 축하해 주는 모습이 더 예쁘게 보였다.


요시네 쿄코는 나가노 메이, 히로세 스즈 등과 함께 뜨는 배우다. 끝.


드라이브 마이 카 https://youtu.be/govpaPZgt40?si=mTUYLtisCENs2mlg


토니 타키타니 https://youtu.be/xh8lbo_Yx_I?si=hTUBIWQBrmyoEyyM


사요나라 이츠카 - 나카시마 미카의 올웨이즈 https://youtu.be/bpFz8ksR2vU?si=LzJKBrOq5yNC5W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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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의 소설 여자의 남자를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가. 이토록 처절하고 아름다우면서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나 빠져들게 적다니. 이 소설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그 여파로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


주인공 방송국 작가인 강찬우는 이대 불문과를 나온 대통령의 외동딸 김은영을 스키장에서 만나 밤을 불태운다. 그때 김은영은 첫 경험이었다. 이후 김은영은 아버지의 대권 때문에 한강 그룹의 아들과 정략결혼을 하지만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 은영은 찬우를 찾아서 위험한 사랑을 하지만 두 사람은 청와대 경호실과 한강 그룹 비서진의 방해가 엄청나다. 김은영으로 김혜수가, 강찬우로 정보석이 열연했다. 대통령, 김은영의 아버지로 신성일이 특별출연했다. 김한길의 소설은 대단했다.


김한길이 최명길과 결혼하기 전에는 이민아의 남편이었다. 이민아는 아버지의 말을 잘 듣는 딸이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대드는 그런 스타일의 딸이 아니었다. 그런데 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할 줄 알았던 딸이 결혼을 한다며 남자를 데리고 왔는데 김한길이었다.


이민아의 아버지는 딸을 말렸다. 공부를 하고 결혼을 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이민아는 이 남자가 아니면 안 된다며 두 사람은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아의 아버지가 누구냐 하면 이어령이었다. 이었다,로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이민아는 김한길과 이혼 후 목사가 되었고 2012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어령을 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문공부 장관까지 역임한 그였지만 이어령을 제일 잘 표현하는 수식어는 국문학자가 아닌가 싶다. 이어령은 국어를 정말 사랑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눈을 감는 그날까지(아마도) 국어를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서재에는 젊은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과 태블릿들이 이어령의 국어에 대한 열정을 충족시켰다.


이어령은 ‘무진기행’의 김승옥을 너무나 좋아했다. 광주 민주화 항쟁 후 김승옥이 절필을 선언했을 때 이어령은 김승옥을 잡아서 호텔에 던져놓고 신문에 연재하는 장편소설을 집필하기를 바랐다. 그때 김승옥이 집필하던 소설이 ‘서울의 달빛’이었다. 그러나 김승옥은 도저히 광주항쟁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었다. 호텔을 도망쳐 나간 뒤로 더 이상 소설을 집필하지 않았다.


연작으로 이어져야 했던 서울의 달빛은 단편소설로 끝이 나서 ‘서울의 달빛 0장’이 되었다. 김승옥이 무진기행으로 모국어의 폭발을 알렸을 때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들썩들썩 했다. 잘하면 노벨 문학상 작가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제 한국문학의 지평이 열린다, 굉장했다. 유명한 일화로 소설가 김훈, 김훈의 아버지 김광주 역시 1세대 소설가였는데 꼬꼬마 김훈에게 막걸리를 받아오게 해서 김광주는 후배 문인들과 모여 밤새 술을 마시며 김승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때 꼬꼬마 김훈이 문밖에서 들어보니 김광주가 문인들에게 괴물 신인이 탄생했는데 읽어봤냐? 이제 우리는 뭐 먹고 사냐, 우리의 시대는 이제 갔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김승옥은 무진기행이 영화가 된 ‘안개’의 각본도 직접 썼다. 그때 한국 문예영화의 거장 김수용 감독이 옆에 붙어서 제발 각본을 쉽게 써달라고 했다. 영화를 보면 올해 1월에 세상을 떠난 윤정희의 10대 시절을 볼 수 있다. 윤정희는 인숙을 인숙답게 연기를 한다. 무진, 안개를 뜻하는 말로 여귀가 뿜어내는 입김 같은 것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아직 안개를 이만큼 표현한 한국문학이 없다.


김한길이 또 정치판에 나오니 이 모든 게 주마등처럼 생각이 나네. 김한길도 2017년에 폐암 말기로 지금까지 최명길의 간호를 받으며 건강을 챙기고 있는데, 정치를 멀리하고 소설이나 적었으면 했는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 더불어 딸을 먼저 보내고 내내 마음 한편이 안 좋았던 이어령 학자님 편히 쉬세요.


여자의 남자 https://youtu.be/E7Ga3JKhpSc?si=nc1f7lTXWxKt6V33


안개 https://youtu.be/nfYGPEjQ8-8?si=vMfAEiLU3a9JIz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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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루키 아저씨가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송 한 곡을 선곡했습니다. 찰스 브라운 곡입니다. 노래를 들려준 다음 마지막 하루키 아저씨는 찰스브라운의 이 곡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거 꽤나 좋은 곡이죠? 이건 흑인 소울 싱어 찰스 브라운이 1960년에 녹음한 크리스마스 송입니다. 찰스 브라운은 레이 찰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전설적인 싱어입니다. 찰스 브라운 자신이 작곡하고 노래까지 해서 히트를 친 곡입니다. 이 곡은 이글스와 본 조비도 커버해서 부릅니다. 그다지 일반적으로 잘 듣지 않는 곡인 것 같은데 저는 이 곡을 개인적으로 꽤 좋아합니다.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돌아와’라는 곡입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족끼리 축하하는 축제입니다. 평소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이 오랜만에 모이는 날입니다. 제목에 걸맞게 절절한 분위기가 있지요.]


라고 멘트를 합니다. 제가 알기론 원래 흑인 재즈는 브라스 밴드 형식이었습니다. 악기가 많이 등장해서 풍부한 음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그러나 전쟁과 흑인 탄압과 노예제도 같은 것들로 흑인 재즈 연주가들이 흩어져 지하로 숨어들게 됩니다.


그러면서 피아노, 색소폰, 가수 등 나눠지게 됩니다. 찰스 브라운은 40년대 후반에 베이스의 에디 윌리암스, 기타의 찰스 노리스와 함께 자신의 트리오를 결성해서 공연을 하고 트러블 블루로 빌보드 알엔비 차트에서 무려 15주 동안 1위를 유지합니다.


그 뒤로 60년대, 7, 80년대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가 1999년 심부전으로 사망하고 잉글우드 공원묘지에 안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키 아저씨는 좋아하는 재즈 아티스트들도 피츠제럴드처럼 말년의 죽음이 덮치는 그날까지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즐겁게 활동한 예술가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지구에서 가장 찬양받는 헤밍웨이는 자신이 패배했다고 느꼈을 때 총구를 자신의 입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 죽음으로 가버린 예술가들보다 말이죠. 아무튼 찰스 브라운의 재즈 곡들도 들어보면 좋죠. 저는 재즈는 잘 모르지만 멍하게 여러 곡들을 듣는 것 같아요.


찰스 브라운의 1991년 콘서트를 보면 노래하는 말년의 그의 모습에서 세상의 여러 일들을 초탈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Charles Brown -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 https://youtu.be/FWoKgG8u1k0?si=DazncqvXG7MyNr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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