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비용


전청조와 남현희의 콜라보가 난리난리다. 이런 개 난리도 아닌 난리를 보면서, 처음에는 둘이 결혼한다 했을 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전남편에 대한 미움 때문에 보여주기식으로 밴틀리 받으며 자랑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동안 이런저런 우당탕탕해서 지금은 전청조는 체포되었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남현희는 바보라는 수식어로는 모자라고 등신등신 이런 상등신이 있나 할 정도로 온 국민을 상대로 고소 망발을 날리다가 나중에는 이런 웃음을 주다니. 정말 드라마 작가들, 영화 각본가들은 긴장 타야 한다. 영화, 드라마보다 청조와 현희 콜라보가 더, 훨씬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그 어떤 영화를 봐도 이거보다 재미가 없다.


이 둘의 콜라보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건사고를 전부 빨아먹는 블랙홀이다. 이선균과 지드래곤의 마약 관련 사건부터 초등학생이 초등학생을 리코더로 때려서 각막이 손상된 김승희 의전비서관 딸내미 사건까지 전부 빨아먹어 버렸다. 유튜브, 공중파 뉴스에서 전부, 온통 전청조와 남현희 콜라보의 기사가 도배를 하고 있다.


남현희는 조카 문제에, 제자 문제에, 그 짝은 또 경호원과 남현희 사촌의 딸이 눈이 맞아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돈 문제 때문에 남현희를 찾아오고, 남현희 동생의 딸이 전청조에게 맞았는데 뭐라더라?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아빠에게 혼나면서 한 대 맞고, 그 딸이 경찰에 아빠를 고소해서 경찰에서 아빠와 떨어트려놓고, 그 와중에 아빠는 딸을 만나지 못하니까 전청조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욕설이 오고 가고, 남현희 여동생은 남편 옆에서 그냥 전화를 끊으라고 울부짖으며 소리를 지르고. 오늘은 또 전청조와 결혼하기로 한 30대 남자가 사기를 당했다고 나타나고. 스고이하다 정말.


전청조가 인터뷰를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방법을 찾는다고 했는데 디스패치는 그 와중에 전청조가 뒤로는 중국으로 밀항하려는 배를 알아보고, 밀항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전청조는 수중에 돈이 없어서 전청조 엄마통장에 돈이 있어서 빼오라고 경호원을 시켜서 보냈는데 전청조 엄마는 경호원을 쫓아서 보내버리고. 이건 뭐 어벤저스보다 더 재미있다. 어벤저스가 처음 나왔을 때 경이로움으로 봤었는데 실로 이 둘의 콜라보가 경이롭기 그지없다.


현재 이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뉴욕 돈가스다. 그 집은 지금 줄을 서서 먹어야 할 판이고 먹고 인정하는 사진에는 아이엠 하며 요즘 밈이 따라붙어서 안 그래도 힘든 시기에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체포했으니 48시간 안에 뭔가 혐의를 잡아야 한다. 전청조의 고환을 빨리 찾아서 수거하는 게 수사에 도움이,,,,


표창원은 전청조가 치밀하게 준비를 해서 계획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 머리가 좋아서 치밀하게 계획했다기보다 전청조는 그동안의 생활자체가 이런 식이라 머리를 굴리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기보다 늘 그렇게 살아와서 살아온 대로, 프로그래밍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지 싶다. 물론 나는 전문가는 아니고 그저 나의 생각일 뿐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전청조는 중간중간 빙구 같은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뉴욕출신이라고 해놓고 요즘 밈으로 떠 돌고 있는 그런 영문한글 합성한 문자나(자신은 자기가 정말 이렇게 문자를 보내면 상대방이 자신을 뉴욕출신으로 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 알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남현희와 결혼한다며 얼굴을 전부 드러내고 인터뷰를 한 것(이전에 이미 사기로 수감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을 보면 뭐 이런 빙구 같은 놈이 있나 싶다.


이번에 체포되어서 또 뭔가 전문가들이 붙어서 이야기를 하고, 또 그래서 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니 뭐니 해서 관심이 필요하네 마네 하면 정말 미워할 거야. 전청조는 사기꾼 기질이 강하게 있는 모양이다. 마지막에 인터뷰한 영상만 봐도 알겠지만 입벌구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그냥 막 흘러나온다.그냥 1부터 10까지 다 거짓말이다.


전정초는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쏟아내고 외모도 신뢰가지 않게 생겼는데 왜 사기를 많이 당할까. 사기를 당하는 것에는 얼굴이 잘생기고, 말을 잘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가 사기를 당하기 쉽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고 어눌하며 얼굴이 못 생기면 사기를 당할 가망성이 높다. 왜냐하면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에이 거짓말이죠?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청조의 저렇게 어눌한 거짓말에 사람들이 사기를 당한다는 건 후광효과와 보호본능 때문이다.


일본에 사상 최악의 꽃뱀 우에다 미유키 사건이 있다. 대단한 꽃뱀으로 올해 초 교도소에서 밥을 먹다가 질식해서 숨진 여성인데 남자들을 꼬셔 사기를 치고 그것도 모자라 두 남자를 살해했다. 남자들이 우에다에게 넘어왔는데 얼굴이 못생겼다. 이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놓은 안협소 채널을 보자.


https://youtu.be/sZIY8MmVsrY?si=AFxv2CVuMYxi4Vqq <= 안협소


그렇다면 전청조 같은 사기꾼이 우리나라에 왜 이렇게 많을까.


김태웅 의장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나라는 신뢰비용이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은 나라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끈 덕분에 거기에 충당하는 비용이 들지 않아서 그 비용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간혹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카페에서 자신도 모르게 노트북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화장실에 갔다가 와서는 아! 내가 한국사람이 다 되었구나. 싶을 때가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려놓거나, 노트북 심지어는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화장실에 가도 그 누구도 노트북을 가져가거나 휴대전화를 훔쳐 가지 않는다. 신뢰 덕분이다.


특히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 것이 택배라고 한다. 아파트 복도에 택배가 문 앞에 널브러져 있어도 그 누구도 그 택배를 들고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시티브이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는데 런던의 6. 6%, 베이징의 몇 퍼센트더라? 아무튼 세계 1, 2, 3위의 도시에 비해 터무니없이 카메라가 적다. 즉 신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적게 든다. 만약 신뢰가 바탕이 없다면 경찰을 부르고 카페는 한 동안 장사에 지장이 있고 매니저가 나오고 사람들이 커피를 대기하는 등,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 신뢰비용이 하루, 한 달, 일 년 정도 쌓이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특히 기차를 탈 때 예전처럼 일일이 수검하여 펀치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으로 치면 하루에 몇 만 명, 돈으로는 얼마, 시간으로는 엄청난 시간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전청조 같은 사기의 나라, 사기꾼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다. 사람들이 서로 신뢰로 이어져 있는데 어째서 사기가 판을 치는 나라가 되었을까. 사기를 치는 건 신뢰로 묶여 있는 일반 사람이 아니라 권력을 지닌 사람, 부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끼리의 리그 속에서 똘똘 뭉쳐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해 먹을 대로 해 먹어도 수감되지 않거나 들어가도 곧바로 나온다. 그래서 사기가 판을 치는 것이다. 미국의 사기를 다루는 학자(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한국을 엘리트 사기 카르텔의 나라라고 했다. 아주 예전부터 늘 이런 카르텔이 있어 왔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가 투명해진 요즘 그들의 행각이 드러나니까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뭘 어쩌지 못한다.


그래서 권력을 가지려고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다. 전청조의 꼴을 보면 알 수 있다.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면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되고 요만큼의 투자로 이만큼의 돈을 벌 수 있다는 허황된 욕망이 꿈틀거리게 된다. 이것이 후광효과다. 사기는 사람들의 불온한 마음에 붙어서 점점 커진다. 그래서 사기가 사라질 수 없다는 현실이 허망하기만 하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독재자들의 권력에 혀를 내두르다가 그들을 처단하는 혁명을 이루었다. 프랑스나 영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그렇게 했다. 피노체트의 이야기를 비틀어서 만든 영화 ‘공작’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독재자들은 권력을 휘둘렀다. 거기서 죽어나는 것은 일반 서민들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라는 망발을 한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간다. 그렇게 사람들은 독재자들을 혁명으로 끌어내렸는데, 그런데 혁망가들에서, 일반 사람들에서 수장이 된 사람이 독재자들보다 더 악랄하게 사람들을 괴롭히고 사기를 치는 것이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인간이란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게 되어가고 있고 되어 버렸다. 그래서 사기꾼이 점점 많아지고 판을 치는 나라가 되었다. 수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전세사기(뭐 다르게 불리는 말이 있던데)가 나오고 있는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수원에는 평균 4천 건의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은 만 팔천 건의 사건이 밀려있다. 그러니까 사건을 돌봐야 할,,, 아무튼 그렇다. 자세하게 쓰려고 해도 나도 무섭다.


이렇게 되면 신뢰비용이 들어가게 되는데 삶의 터전이나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종교에 귀의하여 그 이후의 문제가 또 터지는 연쇄가 일어난다. 무한굴레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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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바카락을 좋아하세요?

하루키 에세이 – 오블라디 오블라다


하루키의 이 수필집에는 펜소사이어티 챕터가 있다. 하루키는 80년대 칼럼을 일본의 한 잡지사에 주기적으로 투고를 하고 그 부분에 관한 독자들 편지를 받고 답장을 써 주기도 했다.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 전에도 펜소사이어티 잡지사에서 독자들에게 편지 답장을 써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내용을 단편으로 써서 ‘고독한 자유’에 실려 있다. 제목은 ‘버트 바카락을 좋아하세요?’이다. 후에 이 소설은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에도 실렸다. 애초 92년에 나온 '무라카미 단편 걸작선'에 실린 수많은 단편들이 쪼개져서 이 책, 저 책으로 나왔지만. 내 기억으로 '뉴욕 탄광의 비극'만 이 책 저 책에 실리지 않고 있는데 내 기억일 뿐이니 너무 믿지 말자. 버트 바카락의 한 부분이다.


[나는 펜소사이어티 회사에서, 오는 편지에 감상적인 답장을 해주는 알바를 한다. 편지를 쓰는 일에 질려 그만두게 된 뒤 호기심을 억누를 길 없어 첫 편지의 상대 여성을 만난다. 그리고 같은 열차를 놓친 승객과 같은 느낌 속에서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신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강을 좋아해 작가가 되고 싶었던 여인은 이젠 아무것도 쓸 수 없다고 말하고, 그 이유는 당신의 편지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얼굴이 빨개졌던 나는 십 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아파트를 지날 때면 그때의 담백한 함박 스테이크가 생각난다. 어느 창이었는지는 잊었지만 어쩌면 창문 안쪽에서 한쪽에서 혼자서 버트 바카락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녀와 잤어야만 했을까? 나로서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도 알 수 없는 일들은 너무 많다.] 라며 주인공과 여성은 그 집에서 버트 바카락의 엘피를 들으며 이야기를 한다.


'노르웨이 숲'에서 레이코와 함께 나오코를 추모하는 장면에서 레이코가 카펜터즈의 ‘클로스 투 유’를 부르는데 이 노래 역시 버트 바카락의 곡이다. 버트 바카락의 원곡 버전은 재즈 풍이다. 버트 바카락은 28년 생으로 올해 초, 2월에 세상을 떠났다.


2016년도인가 그때 하루키는 독자들에게 받은 이메일로 답장을 해줘서 그걸 엮어서 책으로 나온다는 소리가 있었다. 그 책은 언제쯤 나올까. 하루키가 편지 답장을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 시기가 소설가가 되기 전이니까 꽤 오래전 일이다. 그런데 이 편지로 답장을 해주는 일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 현재 편지로 받은 고민을 답장을 해주는 곳이 있다. 여름 내내 라디오 캠페인에도 나왔다. 답장을 해 줄 때에는 그 사람에게 충고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답장을 해주는 사람도 고민을 보낸 사람의 고민을 느끼고 같은 감정을 나누는 답장을 보낸다.


생각해 보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들이 시간이 꽤 오래 지난 다음에도 유지되고 있다. 지금도 연필이 공장에서 계속 만들어져 나오고 연필깎이 또한 계속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꾸준하고 끊임없이 연필을 연필깎이로 깎아서 사용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서 편지를 쓴다는 것, 그건 너무나 귀찮은 일이다. 연필이 닳을 때마다 깎고 또 깎아야 한다. 하지만 뾰족한 연필심이 편지지에 닿을 때마다 조금씩 마모되는 그 희열에 빠지게 되면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편지 한 장이 완성이 되면 곱게 접어서 편지 봉투에 넣어서 우표를 붙여 우체통을 찾아서 집어넣는다. 이 모든 것이 귀찮은 일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써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게 사실 귀찮은 일들의 연속이며 귀찮은 일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관념이다.


아침에 일어나야 하고, 회사도 가야 하고, 씻어야 하고, 귀도 파야 하고, 신발도 빨아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인류가 생긴 이래 편리한 것들이 인간사회를 점령해도 이런 반복의 일들을 지치지 않고 하고 있다. 그래야 인간이라는 형태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 소설도 그럴 것이다. 하루키 영감님이 앞장서서 그 길을 잘 닦아 주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버트 바카락은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중에 한 사람으로 수많은 곡을 만들었다. 그의 곡은 60년대 태양을 향해 쏴라부터, 데쓰 프루프, 최근에는 작년 조던 필 감독의 놉에도 버트 바카락의 곡이 사용되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카펜터즈의 고풍스러운 ‘클로스 투 유’가 버트 바카락의 곡인데 버트 바카락과 바바라 스트라이센드의 듀엣 곡으로 들어보면 카펜터즈보다 더 좋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얼굴이 거의 닿을 듯 붙어서 이 노래를 부르는데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정말 사랑스러운 눈빛, 오직 사랑밖에 없다는 그 눈빛으로 버트 바카락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좋다는 말로도 모자라는 곡이다.


Barbra Streisand / Burt Bacharach - Close to you https://youtu.be/7rfFoG4rxxY?si=sd4-hQBGTzMvKpZG


버트 바카락의 곡들을 들어보면 아, 이 노래야? 하며 놀라는 곡들이 천지다. 하루키의 소설 ‘버트 바카락을 좋아세요?’에서 주인공과 여성은 버트 바카락의 곡들을 엘피판으로 들으며 서로 이야기를 한다. 함박 스테이크와 조금은 독한 와인을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버트 바카락의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불렀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창가에 앉아서 버트 바카락을 지치지 않고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버트 바카락의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Burt Bacharach's best songs https://youtu.be/70HkySF_4sA?si=MVrNiDlvBtYSIK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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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11-01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버트 바카락이 만든 노래들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박자가 딱딱 떨어지는 노래 들으니 새롭고 참신하기까지 하네요,

교관 2023-11-02 11:01   좋아요 0 | URL
정말 예전 노래인데 듣고 있으면 세련세련 합니다 ㅋㅋ
 


패밀리 어페어


샤워장으로 들어가 수염을 깎았다. 저것도 차츰 어머니를 닮아 가는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여자란 마치 연어와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다들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것이다. - 패밀리 어페어 중


하루키의 단편 ‘패밀리 어페어’는 어쩌면 하루키의 유일하게 기분 좋은 가족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하루키의 소설에는 가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해도 그리 해피홈 분위기는 없다. 가족의 종적인 유대관계나 횡적인 인간관계를 나타낼 뿐이다. 그러나 이 소설 ‘패밀리 어페어’에서는 오빠와 여동생의 애증 관계를 다룬다. 이 소설은 읽고 있으면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위로 슬쩍 올라간다.


하루키의 소설인데 하루키의 소설 같지 않으면서 하루키의 소설이다. 그러니까 처음 보는 과자를 한 봉지 샀는데 먹어보니 맛있지는 않지만 맛이 없지도 않아서 이게 뭐지? 하다 보니 다 먹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오묘하지만 맛있다는 말이다.

 

이 소설은 오빠와 여동생의 이야기다. 성인이 되어버린 여동생과 오빠 사이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 오빠와 여동생 사이라면 읽으면서 맞아, 그래, 하게 된다. 하루키는 이 소설의 여동생을 계기로 후의 '노르웨이 숲'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미도리를 그릴 수 있었다고 했다.


오빠 혼자 살고 있는 집에 여동생이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을 하면서 같이 살게 되는 이야기다. 그저 어리게만 보였던 동생이 어느새 연애를 해서 약혼할 남자를 데리고 오고, 주인공은 썩 내키지 않는다.


동생과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사사건건 부딪혀서 안 보였으면 하지만 또 막상 결혼을 생각해서 남자를 데리고 온다고 하니 상대 저 녀석이 내심 밉다. 게다가 재미라고는 눈을 씻고 뜨고 찾아봐도 하나도 없는 녀석이다.


동생은 나의 편협한 사고방식을 걸고넘어지고 나는 그것이 자유 함이라 말하고 싶다. 똑 부러지고 살림 잘하고 상냥하고 나긋한 여동생은 나와는 맞지 않지만 내심 그 녀석과는 잘 맞는다는 게 못마땅하다. 하지만 그 녀석은 여동생을 아끼며 사랑해 줄 거라는 걸 안다.


나는 딱 한 번 여동생이 눈물을 흘릴 때 손을 두 시간 정도 잡아준 일을 기억한다. 어린이로만 알았던 여동생의 손은 생각보다 조금 컸고 부드럽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속으로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준다. 이런 이야기다.


그러면서 하루키씩 유머가 가득하다. 휴지는 좀 제대로 처리하라느니, 위 사진 속  책에 있는 농담이 가득하다. 늘 내 곁에 작은 아이로 존재했던 동생이 어느새 결혼 나이가 되어 버려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잘 썼다는 게 흥미롭고 신기하다.


서울로 대학교를 간 나의 동생도 졸업 후 어느 날 남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할 거라고 했다. 이미 그때 임신 5개월이었다. 동생은 기자였는데 카메라맨과 연인사이가 되었다. 조카가 태어나고 밤낮 가리지 않고 취재하러 다니던 모든 생활을 청산하더니 조카를 키우는데 신경을 쏟았다. 엄마가 된 것이다.


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여동생 애인 이름이 와타나베 노보루다. 하루키의 세계 속 고양이 이름이 와타나베 노보루인 경우도 있다. 태엽 감는 새에 나오는 아내의 오빠 이름도 비슷한 와타야 노보루다. 단편 코끼리의 소멸에 나오는 사육사 이름도 와나타베 노보루다. 정작 와나타베 노보루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본명이니 하루키의 유쾌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좋은 면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도록 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쁜 일이 생기면 그때 다시 생각하면 되는 거야. - 패밀리 어페어 중



The Pozo Seco Singers https://youtu.be/0QvyoULGAnY?si=_EZ8gqUTTsDoXGLk


이 곡은 하루키가 무라카미라디오 19회에서 첫 곡으로 들려주는 곡이다. 

라이처스 부라더스의 노래인데 포조 세코 싱걸즈가 부르는 버전이다. 

이 그룹은 60년대 말 경에 그럭저럭 활동한 포크 그룹으로 이 노래는 무척 좋다며 

오리지널 레코드로 들려준다. 

이 노래는 탑건에서 톰 크루저가 부르니 한 번 보라고 하루키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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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여러 에세이 중 80년대 미국을 이야기는 에세이 ‘더 스크랩’은 소확행 에세이와는 다른 재미가 가득하다.


    책의 내용 중에 ‘존과 메리’라는 챕터에는 하루키가 여행지에서 'JON&MEARY'라는 글씨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을 보고 생각을 한다.  하루키는 저 문구는  'JOHN&MARY'를 쓴 것일 텐데, 하며 이름이 JON이나 MEARY인 사람이 없을 텐데 음, 하며 저런 이름으로 인쇄를 하다니 어지간하군. 하며 여행지에서 돌아와서 집 근처를 걷다가 'JIMY&EMIRY'라는 티셔츠를 입은 아주머니와 스쳐 지나가면서 '지미 앤 에마이어리' 라니, 'JIMMY&EMILY' 일 거야. 참 어지간하군. 이런 식으로 셔츠를 찍어 내다니. 하루키 본인도 당황스럽지만 일본을 여행하는 현지인이 본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다.


    하루키의 이런 활자에 대한 집요함을 읽으며 큭큭 하다가 우리나라는?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식당이나 기차역, 터미널에 알 수 없는 영어문구가 많았다. 예전에 정부에서 한창 한식세계화를 알릴 때 추신수가 접시를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는 젓가락으로 불고기 한 접을 집어서 들어 보이는 사진이 있고 그 옆에 영어로


    Hi. l'm choo shin-soo.

    l'm an outfielder for the texas rangers.

    spring's here and i'm ready to play!

    and do you know what got me through training? bulgogi.

    try some at your favorite korean restaurant.

    it's delicious!

    뭐 불고기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내가 왜 이 고된 훈련을 받느냐 바로 불고기다. 한국 식당으로 와서 불고기를 먹어라. 맛있다.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본 미국 국립공영라디오의 시니어 에디터 루이스 클레멘스가 여러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특정한 식품회사가 아닌 한국 음식인 불고기 자체를 홍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비슷한 예를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예를 들자면 미국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영국 신문에 햄버거의 기막힌 맛을 선전하는 것과 같을 것, 이라며, 버거킹이나 맥도널드, 웬디스도 아닌 그냥 햄버거 말이다, 라며 광고의 의도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를 광고하는 이탈리아 축구 선수나 이탈리아 가수는 없다. 하물며 농심제품 불고기를 광고하는 것도 아니며 한국의 음식을 저렇게 광고를 한다는 것이 나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음식은 문화다. 문화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긴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언론은 광고카피에 쓰인 부자연스러운 영어표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추신수 선수가 불고기를 권하는 사진 좌측에 위치한 짧은 네 문장의 광고 카피 중, 봄이 왔고 난 경기할 준비가 됐다!, spring's here and i'm ready to play!라는 표현은 원어민이 쓰지 않는 표현일뿐더러 느낌표 사용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홍보가 아니라 단단히 망신을 당한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영웅 추신수를 왜 그런 곳에 남발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자신의 광고와 미국 내 언론의 반응을 보고 추신수는 아 하며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동료들은 너 왜 저러고 있어?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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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잘가



    이 영상은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한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쉬를 유튜브 어퍼컷튜브에서 편집해서 올려놓은 것이다. 1부로써 평화로운 서울 중심가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하는 모습과 국가가 기능을 상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상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며 유튜브 어퍼컷튜브는 볼 수 있을 때 보기를 바랐다. 이문재 시인의 추모시와 함께 올려본다.


    https://youtu.be/jHhbC4T2cd4?si=yldAdZTZY28CCXvw




    이름이 없어서

    이름을 알 수 없어서 꽃을 들지 못했다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향을 피우지 않았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가렸는지

    무엇이 왜 당신의 얼굴을 숨겼는지

    누가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았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면

    당신의 당신들을 만나 온통 미래였던

    당신의 삶과 꿈을 나눌 수 있었다면

    우리 애도의 시간은 깊고 넓고 높았으리라

     

    이제야 꽃 놓을 자리를 찾았으니

    우리의 분노는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야 향 하나 피워 올릴 시간을 마련했으니

    우리의 각오는 쉽게 불타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초혼招魂이 천지사방으로 울려 퍼져야 한다

     

    삶이 달라져야 죽음도 달라지거늘

    우리가 더불어 함께 지금 여기와 다른 우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 애도다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적 실천으로

    들어 올리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애도다

     

    부디 잘 가시라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꽃을 든다

    부디 잘 사시라

    당신의 당신들을 위해 꽃을 든다

    부디 잘 살아내야 한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줄

    권리와 의무가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꽃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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