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온’은
남녀가 뒤 바뀌는 흔한, 판타지 물이다. 오래전 정준과 김소연의 체인지(도 일본의 리메이크다)부터 근래의 정소민과 윤제문의 ‘아빠는 딸’이
있고,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남녀가 바뀌는 판타지 물은 넘쳐난다. 판타지이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조금 떨어져도 괜찮게 감상을 할 수 있다. 흔한
클리셰의 향연이라도 산으로 가지 않고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 한다면 꽤 했다고 본다
.
이 영화는 일본의 영화로 주인공은 강 짱(이라고 불러도
될까), 강지영의 원탑(이라고 해도 될까)에 가까운 영화다. 강지영은 그동안 드라마, 영화에서 본격적인 입지를 가졌고 또 그걸 굳혀가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카라의 강지영의 팬이라면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연기는 3년 전 암살 교실에서의 이리나 센세이의 수평선에 있다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강지영은 ‘다른 하늘 아래 당신의 하늘, 나의 하늘’ 같은 영화에서는 멜로 연기를 꽤 하고 있다
.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나오기가 참 어렵다.
사실 한국 영화에서도 외국인이 주연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다니엘 헤니가 김영철과 함께 한 마이 파더가 있었지만 살인마의 실화 이야기라고
혹평에 욕을 먹고 기억에서 소멸했다. 그런 영화가 있었다. 한국 영화에 외국인이 조연으로는 등장을 많이 하지만 주연이나 원탑으로 영화를 끌어갈
수는 없다
.
그런 점에서 강지영은 열심히 하고 있고 그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레온에서 강지영은 몸속에 다케나 나오토가 들어와 그 사쵸의 흉내를 내는 연기가 웃음을 유발하다. 그리고 강지영의 오버에 지칠 때면
나오토의 몸 속에 들어가 버린 강지영을 흉내 내는 나오토의 연기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캡처에서처럼 실제로 이런 느낌,이라며 화면 전환을
하는데 강지영과는 다른 웃음 유발의 코드다
.
강지영은 영화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하아?’를 자주 하는데,
정말 현지인처럼 ‘하아?’를 한다. ‘하아?’ 이 말을 잘 해야, 찰지게 해야 일본인 같다. 영화 속에서 일본인에 섞여 어색하지 않게 말하는
건 ‘하아?’에 달려있다. 물론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이 ‘하아?’를 어색하게 하면 영화 속에서 일본인 같지 않아 보이며 영화의 흐름도
끊어진다. 이 ‘하아?’를 일본인처럼 하려면 연습만으로는 부족하다
.
.
‘하아?’에 대해서 잘 이해하려면 교열 걸에 나오는 이시하라
사토미의 ‘하아?’를 떠올리면 된다. 사토미의 ‘하아?’는 정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하아?’가 아닌가. 한쪽 입꼬리가 좀 더 위로
올라가며 미간을 찡그리고 ‘하아?’, 이렇게. 일본 남자배우로는 기무라 다쿠야의 ‘하아?’도 좋지만 근래에는 형사 유가미에서 키미키 류노스케의
‘하아?’ 정도를 떠올리면 되겠다. 류노스케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차곡차곡 한 단계 한 단계 밟아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
그러니까 ‘하아?’에는 짧은 시간
안에 배워서, 또는 연습해서만은 되는 게 아니다. 이 ‘하아?’를 영화 속에서, 영화 속 캐릭터에 맞게 해야 현지인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레온의 강 짱, 강지영은 정말 영화 속에서 타카나시 레온 같다. 영화 레온은 팝콘무비로 보면 괜찮은 영화다. 일본식 오버가 영화 가득하지만 그
때문에 이런 일본식 판타지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