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세계사의 미스터리
기묘한 밤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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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현실과 맞닿을 때, 그것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각 시대의 두려움과 꿈을 담아 몸집을 불려 갑니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을 견디며 결국 지금의 우리 앞에까지 도달해, 여전히 생생한 숨을 전하고 있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기묘한 밤은 대중에 알려진 것부터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었던 것들까지 '미스터리'로 분류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 수 110만 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1등 미스터리 채널이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조선의 역사, 그 뒤에 숨은 의문들(1장), 전쟁은 끝났지만 미스터리는 남았다(2장), 역사를 뒤흔든 기묘한 인물들(3장), 기독교 전설의 숨겨진 수수께끼(4장), 신화가 된 역사 속 미스터리(5장), 세상을 놀라게 한 기묘한 선비(6장)에 이르기까지 기묘한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도선의 왕건 탄생 예언


"내가 왕이 될 상相인가?"라는 유명한 대사를 용하다는 관상쟁이에게 날린 주인공은 바로 '수양대군(훗날 세조)'이다. 그는 당시 어린 왕인 조카 단종을 허수아비 격인 상왕으로 승격시키고 조선 7대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조카 단종을 등에 업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좌의정 김종서와 영의정 황보인을 추종하던 세력들을 일거에 도륙한 무자비한 폭력성을 내보였던 '계유정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유형의 이야기들은 제법 있다.


통일신라를 물려받고 소위 후삼국을 평정해 새롭게 고려 시대를 연 태조 왕건의 탄생에 관한 설화 또한 미스터리다. 시대가 혼탁한 상황엔 여지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소위 '예언'이다. 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침소봉대針小棒大'되는 형태를 띤다. 미스터리란 그 실체가 겉으로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야 점점 기승을 부리며 효과가 극대화되는 법이다.    


별안간 ‘왕이 될 인물이 날 것’이라는 예언을 명승名僧 도선으로부터 들은 왕융(왕건의 아버지)이 이를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자, 도선은 송악松嶽(지금의 개성)의 지맥이 백두산에서 시작해 물의 운명[水母]을 띠고 있음을 설명하고 물의 대수大數에 맞춰 집을 짓고 기운을 받아야 대영웅을 얻을 수 있다고 상세한 설명을 했다고 전한다.


이에 왕융은 '같은 값이면 붉은 치마'란 심정으로 도선이 지정한 곳에 새로운 집을 지었고, 이후 예언대로 아들을 얻어 이름을 ‘건建’이라 지었다. 이 인물이 바로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다. 그런데, 왕건은 도선의 능력을 완전 믿었다. 자신의 묫자리는 물론이고, 후대 왕들에게 남긴 '훈요 10조訓要十條'에 도선과 관련된 내용을 국가 지침 중 하나로 기록했다.


바다민족, 청동기 시대를 파괴하다

이집트 가자지구에서 트로이에 이르기까지 그간 번성했던 수많은 대도시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거나 살아남은 문명조차 회복 불능 상태의 상처를 입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불과 50년 남짓 사이에 동부 지중해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충격적인 사건을 역사는 '후기 청동기 시대의 붕괴'라고 부른다.

수많은 문자와 기록이 사라졌고, 발달했던 기술의 맥이 끊겼으며, 세상은 '암흑 시대'로 퇴보하고 말았다. 당시 지중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했던 문명과 많은 왕국들이 줄줄이 망했으니, 지중해 연안 전체의 경제력 또한 침체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중심엔 소위 '바다민족'이라 불린 정체 불명의 집단이 있었다. 고대사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

이들은 마치 재앙처럼 갑자기 출현하여 인류 최초의 주요 제국 중 하나인 히타이트 제국과 고대 그리스의 청동기 시대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미케네 문명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고대 이집트조차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쇠퇴하기 시작하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 민족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는 당시의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집트 메디네트 하부 대신전에 새겨진 비문에는 당시 이집트 제20왕조 제2대 파라오 람세스 3세가 델타 전투에서 바다민족을 격퇴한 기록이 남아 있다.(사진)



람세스 3세의 델타 전투 승전을 기록한 신전 벽의 부조엔 깃털 모자를 쓰고 둥근 방패와 긴 창을 든 침략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이집트 기록과 다른 고대 문헌을 종합해 볼 때, 바다민족은 제커, 데니엔, 웨세쉬 등 다수의 해양 민족으로 구성된 연합체였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의 기원과 목적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기독교 전설의 수수께끼

성경 속 이야기는 팩트(진실)일까, 꾸며낸 허구일까? 고고학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찾아나섰다. 성경에 따르면 골리앗은 블레셋의 '가드' 출신이다. 이스라엘 바일란대학교의 고고학자 아렌 메이어 박사는 1997년 동료들과 함께 발굴 후보지 중 한 곳인 팔레스타인의 '텔 에스 사피'란 마을에서 첫 삽을 뜬 것이다.(사진)


메이어 박사팀은 발굴 현장에서 '오스트라콘'이란 작은 도기 조각을 발견함으로써 성경 속 골리앗의 고향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도기 조각에 새겨진 비문에 등장하는 글자가 성경 속 골리앗을 뜻하는 글자와 매우 유사한 철자와 문양을 갖고 있었던 거다.   

경에 묘사된 골리앗은 키가 무려 3미터에 달하고, 입고 다니는 갑옷의 무게만 50킬로그램, 창날의 무게만 7킬로그램에 달했다고 하는 괴력을 소유한 거인이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 수치 때문에 골리앗은 오랫동안 허구의 인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현대 의학과 유전학 전문가들은 골리앗의 거대한 체구가 특정 질병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2014년, 퀸즈대학교의 디어드리 도넬리와 유전학 전문가 패트릭 모리슨은 골리앗이 ‘유전성 뇌하수체 장애’, 즉 말단 비대증을 앓았을 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성경은 골리앗의 거대함이 유전적 요인임을 시사한다. '사무엘기(하권)'엔 골리앗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한 거인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여섯 개씩 모두 스물넷으로 거인족의 자손 중 한 명인데, 이는 다지증多指症으로 유전 증후군의 증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골리앗은 실존 인물이었을까?

명나라의 수도 북경 대폭발과 하늘의 버섯구름 

1626년 명나라 천계天啓 6년 5월 초엿새 사시巳時, 명나라의 수도 북경은 일순간 아비규환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도시 전체가 흔들렸고, 놀란 시민들이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즉 하늘에는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역사 기록은 흔히 정통성을 부여하거나 사건을 과장하고자 신화적 은유를 사용하곤 하지만 ‘북경 대폭발’ 혹은 ‘천계 대폭발’ 사건은 명나라 조정의 공식 기록인 <희종실록熹宗實錄>, 명나라 조정이 발행하는 신문인 '저보邸報', 청나라 학자 주이준이 저술한 <일하구문日下舊聞> 등 비교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여러 사료에 공통적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가 미궁에 빠져 있는 기괴한 사건이다.



버섯구름이란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참상이 아닌가 말이다. 혹시 외계인의 소행일까? 1986년, 중국에서 북경 대폭발 360주년을 맞아 대규모 학술 토론회를 가졌다. 새로운 가설들이 등장했지만, 그 어느 것도 명쾌한 결론을 못내고 막을 내렸다고 한다.

기묘한 미스터리 이야기는 더욱 흥미를 끈다

총 서른 가지의 미스터리한 세계사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내 취향에는 잘 맞다. 사실 학창시절 이런 류의 미스터리에 빠져 관련 책을 읽는다고 밤을 꼬박 지새우다가 제대로 된 공부는 안 하고 엉뚱한 책을 읽는다고 아버님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그럼에도 그 호기심을 결코 멈출 수가 없었다.

#역사 #세계사 #미스터리 #기묘한세계사의미스터리 #기묘한밤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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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 숏폼, 데이팅 앱, 초가공식품은 나의 뇌를 어떻게 점령했는가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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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독이 왜 의지의 문제가 아닌지, 세계적 기업들이 만들어낸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 갇힌 우리가 얼마나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불합리한 싸움에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통하지 않는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중에서



책의 저자 니클라스 브렌보르는 덴마크의 과학자 겸 작가로 그의 국제적 베스트셀러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영국왕립협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었다. 코펜하겐대학교에서 분자생체의학 및 생명공학을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분자생물학 박사과정 중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식품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1부), 포르노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2부), 스크린 중독을 통제할 수 잇다는 착각(3부) 등을 통해 '비만의 시대에서 놓치고 있는 것'에서 부터 '내추럴과 스테로이드'에 이르기까지 17장에 걸쳐서 중독은 사실상 통제 불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새 장 안에서 커다란 알을 쳐다보고 있다.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엇을 할지 고민하더니, 일 위로 뛰어오르려 한다. 우스꽝스러운 광경이다. 새의 몸집만큼 알이 커서, 새가 그 위에 편안하게 자세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미끄러진다. 하지만 새는 곧바로 다시 알 위에 자리를 잡으려 시도한다.

위 장면을 지켜보던 과학자 두 명이 서로를 보며 웃는다. '이 녀석도 속아 넘어갔군.' 이 새는 검은머리물떼새로 50그램도 안 되는 작은 갈색 알을 낳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새들이 실제론 훨씬 큰 알을 선호한다는 걸 발견했다. 즉 이 새는 석고로 만든 커다란 가짜 알에 넋이 빠져 이를 선택한다.    


‘초자극’이란 동물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대상을 과장한 것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선택지보다 더 크거나, 더 밝거나, 더 강력한 버전의 자극이다. 이는 비단 검은머리물떼새만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새를 속이는 데도 사용되어 왔다.

초자극은 설계된다

어느 날 밤 갑자기 식료품 수납장에 있는 과자 한 봉지가 생각났다. 먹을지 말지 갈등에 놓인다. 한쪽에는 이성과 의지력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600칼로리의 공허한 칼로리를 뚝딱 먹어치우고 싶은 욕망이 맞붙어 싸운다. 

하지만 사실 이 갈등은 결코 혼자서 벌이는 싸움이 아니다. 수천 명의 다른 사람이 이 싸움에 참여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그들은 모두 적으로 싸움에 참가한다. 과자와 사탕을 제조하는 회사의 목표는 식료품 수납장에 있는 과자 봉지를 뜯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많은 돈을 벌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초가공식품의 민낯이다. 문제는 가공 그 자체가 아니다. 식품을 초자극물로 만드는 것, 즉 뇌에 최대의 보상을 주어 가능한 한 많이 먹게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목적을 바탕으로 음식을 가공하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바로 비만의 시대에서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사진, 쥐도 홀딱 반하는 쿠키)


음식이 가장 맛있어지는 조합을 찾아라

지방은 대부분의 식품 초자극에 사용된다.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를 떠올려보라. 기름진 고기, 기름친 치즈, 기름진 베이컨, 기름진 소스 등이 조합되어 있다. 우리는 지방이 많은 음식에 끌린다. 게다가 상호보완적인 설탕까지 첨가된다.

우리가 지방과 설탕의 조합에 왜 이렇게 정신줄을 놓는지에 대해 아직 그 이유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 지방과 설탕은 자연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조합이다. 자연에서 꿀처럼 당분 함량이 높은 식품도 찾을 수 있고, 견과류처럼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도 찾을 수 있지만, 둘 다 높은 경우는 보이지 않는다.

완벽한 식품 초자극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 이 입맛 최적화 부분을 과학자들은 ‘지복점 찾기’라고 부른다. 지복점至福点이란 실험동물과 인간 참가자 모두에게 최대의 쾌감(행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합을 말한다. 만약 지복점에서 벗어나면(많은 지방/적은 탄수화물 혹은 적은 지방/많은 탄수화물 등) 음식의 매력이 떨어진다.

둔감화鈍感化의 법칙

경제학 용어 중에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특정 재화가 증가할수록 그 효용(쓸모와 가치)은 점점 감소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사람의 몸은 적응 기계다. 뇌는 특히 더 그렇다. 뇌는 어떤 자극에 노출되더라도 거기에 적응한다. 심지어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리는 극한의 자극일지라도.

처음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는 몸이 감지하자마자 아드레날린이 폭주할 것이다. 그리고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폭주하면서 황홀감을 더한다. 하지만 스카이다이빙 강사처럼 이런 낙하를 밥 먹듯 하면 몸은 서서히 반응이 감소한다. 이런 현상을 둔감화鈍感化라고 말한다. 첫경험은 설렘이지만 갈수록 그 경험의 맛은 둔해지는 법이다.(사진, 전 세계의 초자극화)


도파민의 진실

헤로인을 먹으면 헤로인이 혈류에 주입된 후에 뇌까지 이동한다. 이어서 뇌의 보상 체걔에 있는 뇌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면 전기신호가 시작된다. 반면 전극을 뇌에 직접 삽입하면 보상 체계의 뇌세포를 거의 즉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캐나다의 연구자들은 한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쥐들의 여러 뇌 부위에 다양한 깊이의 전극을 이식했다. 이후 쥐들을 우리에 집어넣었다. 쥐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라서 코를 킁킁거리고 더듬으면서 주위 환경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연구자들이 설계한 실험에서 결국 쥐들은 페달을 눌러 전극을 활성화시켰다. 대부분의 경우 별 일이 발생하지 않지만 몇몇 쥐들은 페달을 피하기 시작했다. 불쾌한 기분(경험)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 마리 쥐들은 전기자극을 경험한 후 다른 모든 활동을 전폐하고 미친 듯이 페달을 누르고 또 누르면서 기분이 업되는 걸 느꼈던 거다. 드디어 과학자들이 보상 체계를 찾아낸 것이다. 1950년대 이후로 무수히 많은 실험이 반복되었다. 일부 쥐들은 배고픈 상황에서도 코앞에 놓인 음식을 무시하고 계속 전기자극을 선택했다. 과학자들이 개입하지 않으면 아마도 굶어 죽을 것이 분명했다.

캐나다 실험 이후 미국에선 사람을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다. 한 남성 환자는 24살의 백인으로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굴곡 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까운 친구도 없었고, 아홉 번이나 전학을 했으며,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약물에 중독되었다. 환자의 동성애를 치료할 목적으로 그의 뇌 여러 부위에 전극을 이식했다. 전극 중 하나는 뇌의 보상 체계 안에 있었는데, 3시간의 실험 동안 이 버튼을 1000번 넘게 눌렀다.

뉴욕의 몇몇 의사들이 만성 요통을 앓고 있는 48세의 여성에게 전기자극을 시도했다. 허리가 아플 때마다 전극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치를 주었는데, 이 여성은 전극 중 하나를 누를 때마다 성적으로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치명적인 전기자극 중독에 빠져 다른 모든 걸 포기하고 하루 종일 버튼만 눌렀다. 이후 가족들이 이 장치를 숨기면 그녀는 장치를 다시 찾으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 반응을 이해하려면 미국 심리학자 켄트 베리지의 연구가 도움이 된다. 베리지는 욕망과 쾌락의 느낌이 사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서로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즉 베리지는 ‘원함’과 ‘좋아함’은 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아이스크림을 원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사실은 이 둘이 서로 완전히 별개일 수도 있음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헤로인 남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처음 몇 번 약물을 투여할 때는 큰 쾌락을 경험한다. 하지만 뇌는 적응하기 마련이고, 사람이 약물을 계속 사용하면 거기서 오는 보상은 줄어든다. 결국에는 헤로인이 좋은 느낌을 전혀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욕망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반대로 중독이 심해지면서 욕망은 더 커진다. 따라서 남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약물에 대해 절박한 욕망을 경험하면서도 쾌락이나 ‘좋아함’은 전혀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스크린에 사로잡히다

포유류는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다람쥐와 비슷한 생명체였다. 그래서 초기의 포유류는 색色을 볼 필요가 없었기에 기본적으로 색맹이었다. 대신에 후각과 청각을 이용해 방향을 파악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한 포식자를 피했다. 수백만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많은 포유류들이 이런 특성을 지닌 흔적을 내보인다. 대부분 이색성 색각을 갖고 있다.

인간은 삼색성 색각을 갖고 있다. 삼색이란 표현은 눈의 망막에 들어있는 원뿔세포의 유형이 3개임을 의미한다. 원뿔세포는 색을 포착하는 기관인데 인간은 3가지 버전을, 즉 첫째 버전은 푸른색을, 둘째 버전은 초록색을, 셋째 버전은 붉은색을 포착한다. 반면 대부분의 포유류는 붉은색을 포착하는 원뿔세포가 없어서 초록과 주황을 구분하지 못한다.

영장류는 열대 우림에서 과일을 먹는 동물이었는데 열대 우림에서 밝은 색깔은 과일일 잘 익었으니 이제 먹어도 된다는 신호였다. 이처럼 영장류는 밝은 색깔에 끌린다. 이런 본능은 소셜미디어 초자극 기계의 먹잇감이 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엄청나게 자극적인 틱톡 피드, 컴퓨터 게임, 넷플릭스 시리즈에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뇌는 이런 활동들을 기준 삼아 다른 활동에 따라올 보상을 평가한다. 그렇게 되면 인공적으로 설계된 초자극만큼 즉각적인 보상을 주지 못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더 큰 의지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누구나 집착에 빠질 수 있다

현대인들이 그림 그리기, 악기 배우기, 책 더 많이 읽기 등 자기개발의 목표를 세웠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은 모두 예전에는 사람들이 그냥 재미 삼아즐기던 활동들이다. 만약 200년 전에 살고 있어서 여가 시간을 보낼 방법이 필요했다면, 이런 활동들은 보상이 가장 큰 선택지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활동들이 의지를 필요로 하는 활동의 범주에 속하게 됐다. 현대의 초자극과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 #교양과학 #중독 #중독을통제할수있다는착각 #니클라스브렌보르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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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사유 - 고통의 긍정을 통한 진정한 삶의 치유
공병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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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살아있는 한 인간은 욕망의 덩어리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삶에 대한 집착이다. 오늘날 우리는 미래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려운 첨단 과학기술과 유전공학, AI 등이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줄기세포 연구 같은 유전공학 덕분에 수명연장이나 죽음의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공병혜는 고려대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독일 만하임대학에서 철학과 독문학 석사를 거쳐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이며, <간호윤리>, <삶과 죽음>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삶과 철학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총 아홉 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쇼펜하우어는 어던 삶을 살았는가(01), 내가 사는 이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02), 왜 삶은 고통인가(03),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04), 덕과 정의한 무엇인가(05), 죽음이란 무엇인가(06),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07), 인간 심리와 교육이란 무엇인가(08), 젊음과 늙어감이란 무엇인가(09) 등을 통해 쇼펜하우어의 철학 주제인 욕망과 고통의 근원을 깨닫도록 돕는다.


진실한 글쓰기 


쇼펜하우어가 무엇보다도 강조한 것은 진실한 글쓰기였다. 이는 그의 저서 <부록과 첨가>에서 자신의 진실한 사고는 오로지 글쓰기를 통해 중요한 가치를 부여받는다고 밝혔다. 우리의 사고가 중요하고 진실하다고 확신한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가장 명확하고 아름다운, 강력한 표현을 생각해 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그 사유는 감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유가 단지 타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통상적 언어로 표현되어 버리면 그 사유는 우리 속에서 빠져나가며 멈춰버리고 만다. 그래서 개성이 거부되는 사교적인 대화에선 자신의 사고를 명료하게 표현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쇼펜하우어가 사교적인 대화를 거부한 이유인 셈이다.


비극적 삶과 동정심


우리는 특히 비극을 감상하면서 인간 삶의 공통 원인이 욕망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인간 삶에 대한 통찰은 결국 욕망에 대한 체념으로 향하게 할 뿐이다. 동시에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일깨워 덕행德行으로 나아가게 한다. 비극 예술은 인간 삶의 본질인 고통에 대한 경험을 통해 감상자를 의욕의 체념 상태로 이끌면서 금욕을 향한 삶의 태도를 준비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예술은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지도 않고, 금욕을 통해 완전히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예술은 자아의 집착에서 벗어나 나와 같은 생명력의 원천인 근원적 의지를 향해 전체 세계로 마음을 넓혀준다. 동시에 비극과 같은 예술은 타자의 고통에 동참하는 동정심이라는 선한 마음의 심정을 갖게 할 수 있다.(101~102쪽)

정신적인 향유

탁월하고 풍부한 개성과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자는 행복이라는 혜택을 가장 분명히 누릴 수 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3~322년)는 고대 그리스 사람으로 자신의 내부에서 발견되는 행복과 향유의 주된 원천을 아래의 세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생리적 기본 능력(먹고 마시기,소화,휴식,수면)
육체적 자극(산책,달리기,무용,사냥,전투)
정신적 감수성(탐구,사유,감상,詩作,조각,음악,독서,명상,철학사고)

위 3가지 행복과 향유의 원천은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각자 내면에 주어진 기질이 무엇인지, 그 기질에 맞는 향유의 원천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선택할 때 더욱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지적이며 정신적인 생활은 마치 예술품의 창작 때처럼 삶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킨다. 지적인 생활을 위해 여가의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이성과 지성을 부여받는 사람이다. 

고독과 자유로운 여가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삶의 무게 중심을 자신의 내부에 둔다. 그들은 자연의 은총을 매우 풍부하게 받은 자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외부로부터 자유로운 여가만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평생 항상 자기 자신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할 게 없다. 그래서 행복한 삶이란 아무런 방해 없이 자기가 타고난 기질에 따른 재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삶일 것이다.(158쪽)

명성과 인격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서의 인격적 가치이다. 위대한 가슴과 두뇌를 지닌 인격은 분명히 명성을 얻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명성은 단지 그 사람에게 우연히 얻은 외적 징후로 작용한다. 인격을 지닌 자는 명성을 통해 자신이 높이 평가받는 것을 외적으로 확인할 뿐이다.

행복의 본질은 명성을 얻게 해 준 위대한 인격 내의 자질 그 자체에 있다. 인간은 자질을 개발할 기회를 얻어서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 행복은 이러한 위대한 가슴이나 정신의 풍부함에서 나온다. 이러한 방식으로 정신의 풍부함이 각인된 작품은 사후에도 세대에 걸쳐 경탄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명성도 얻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태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인생행로 전반에 대해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개인적인 인생행로의 축소판인 평면 설계도를 가끔 눈앞에 그려보는 것은 삶의 의미를 숙고하는 데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 직업, 역할,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현재와 미래에 주의를 기울이는 비율을 바르게 조정하는 것은 삶의 지혜에 속한다. 경솔한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현재 속에 살고 있고,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너무 미래 속에 살고 있다. 아마도 그 비율을 정확히 조절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예를 들어 멀리 있는 대상은 육안으로는 축소되어 보이지만, 마음의 눈으로 보면 확대되어 나타난다. 현재만이 진실하고 현실적으로 충만한 시간이다. 우리의 삶은 오로지 현실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를 항상 명랑한 기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사를 대하는 태도

세상의 사소한 것에서 중대한 것에 이르는 모든 일을 필연적인 것으로 여기면 자신에게 닥친 재난을 의연하게 견딜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불가피하게 필연적으로 발생한 일에 곧장 순응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간은 전혀 생가치도 못한 우연히 발생한 일조차 마치 아주 잘 알려진 원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사를 대하는 데 중요한 덕목은 현명함이다. 그 다음으로 용기이다. 현명함과 용기는 스스로 획득했다기보다는 선천적인 성격에 가깝다. 그러나 용기가 무모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현명한 절제가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두려움 역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늙어감과 노년

막상 내가 칠십대 중반을 넘기는 노년에 이르러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정말 짧은 과거로 느껴진다. 살아온 인생이 길어질수록 과거의 추억은 점점 짧아진다. 이처럼 지나간 세월이 길어질수록 그간의 체험과 행위도 희미해진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노년이 되면 대체로 지루함이 없어진다. 또한 삶에 대한 열정과 이에 따른 고통도 침묵하기 때문에 건강이 유지되는 한 인생의 짐도 젊을 때보다 실제로 가벼워진다. 그리고 세상이 자신에게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한다. 노년에는 사고가 지배한다. 노년기엔 판단력과 철저함이 녹아 있다.

흔히 질병과 무료함이 노년의 숙명이라고 한다. 노년기엔 고독해지긴 하지만 그 고독에 반드시 무료함이 따라다니진 않는다.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증가하고, 판단력은 날카로워지며, 사물의 연관성이 명백히 파악된다. 전체를 간추려 개괄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는 욕구 대신 자신이 축적해 온 것을 가르치고 말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소위 '라떼는' 말이다 처럼.


편안한 죽음을 기다라며

쇼펜하우어는 90세를 넘은 사람만이 편안한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편안하게 죽어가는 과정엔 질병도 없고, 사투도 없으며, 숨이 가쁘지도 않고, 얼굴이 창백햊지는 일도 없다. 편안한 죽음은 대체로 앉은 채, 그것도 식사를 마친 다음 맞이하는 죽음 또는 더이상 살기를 멈추는 죽음이다. 훌륭한 고승들은 죽음이 다가옴을 미리 알고 곡기穀氣까지 끊고 이를 맞이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죽음을 원한다.

#인문교양 #철학 #쇼펜하우어의사유 #공병혜 #사유와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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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예방세대 - 아프기 전에 챙겨야 할 몸이 좋아하는 숫자들
오수연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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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장수가 쉽지 않다. 갑자기 찾아오는 병은 거의 없다. 가장 필요한 핵심은 ‘예방‘임을 보여주는 유익한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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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은 가봤지만 야구는 모르는 당신에게 - 야구를 10배 더 재미있게 보는 법
박정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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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야구장에 가면 달라집니다. 전광판이 말을 걸어오고, 투수 교체의 타이밍이 보이고, 수비 시프트가 왜 저렇게 깔렸는지 짐작이 가고, 9회말 2아웃의 긴장감이 온몸으로 느껴져요, 같은 야구장인데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거든요.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박정호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며 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취미 실용서를 만들어왔다. 야구장 직관을 가장 좋아하는 야구 팬으로, 사회인 야구 2부 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직접 그라운드를 경험해왔다. 지금도 야구경기 TV 중계를 챙겨보고 틈나는 대로 야구장을 찾는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야구장은 가봤지만 야구는 모르는 당신에게(1장), 야구 규칙, 외우지 말고 이해하자(2장), 9명의 역할을 알면 경기가 보인다(3장), 투수와 타자, 0.4초의 심리 게임(4장), 즐기는 야구 팬이 된다는 것(5장) 등을 통해 진정 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야구를 모르는 당신에게


전광판 한가운데를 보면 B, S, O라는 세 글자가 있고, 그 옆에 숫자가 붙어 있다. B는 볼(Ball), S는 스트라이크(Strike), O는 아웃(Out)이다. 일단 이것만 알아도 전광판을 보면서 게임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를 느낄 수 있다.

 

볼은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경우이고, 스트라이크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거나 타자가 헛스윙한 경우이다. 아웃은 그 이닝에서 지금까지 공격 팀의 몇 명이 아웃됐는지를 나타낸다. 투수가 볼을 4개 던지면 타자는 볼넷으로 1루에 출루하고, 반면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3개 던지면 타자는 삼진 아웃이다.
 
야구는 9이닝으로 구성되는데, 이닝은 양 팀이 한 번씩 공격하는 단위이다. 통상 원정팀이 먼저 공격하고 홈팀이 나중에 공격한다. 이를 이닝 초와 말이라고 한다. 아웃이 3개 쌓이면 공격이 끝나고 공수가 바뀐다. 야구는 농구나 축구와 달리 시간 제한이 없다. 마지막 아웃이 되기 전까지 어떤 역전도 가능하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이 야구에서 나왔다. 비록 경기가 9이닝을 넘어 연장전에 돌입하더라도 선수들의 건강과 체력을 감안해 회수(이닝)을 제한하는 게 일반적이다.

야구 규칙의 이해

타자가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하면 주자가 된다. 주자는 1루, 2루, 3루를 거쳐 홈플레이트로 들어와야 점수가 난다. 주자가 베이스를 밟고 있으면 아웃되지 않는다. 그런데 주자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을 때 수비수가 공이 든 글러브를 먼저 터치하면 아웃이 될 수 있다.
 
주자가 반드시 다음 베이스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이걸 포스 아웃 상황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주자를 1루에 두고 다음 공격 타자가 땅볼을 쳤을 경우 1루 주자는 반드시 2루로 뛰어야 한다. 만약에 1루에 두 명의 주자가 함께 있을 경우 수비수가 2루에 공을 먼저 던지면 1루 주자는 아웃된다. 주자를 직접 태그하지 않아도 아웃이다. 

도루는 말 그대로 루(베이스)를 훔치는 행위로 내 어린 시절엔 이를 '스틸'이라고 불렀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을 틈타 재빨리 주자가 다음 베이스로 뛰는 것이다. 타자가 공을 치지 않았는데 주자 혼자 움직일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아무튼 주력이 빠른 선수는 팀에 보탬이 된다.

실패하면 아웃이 되므로 무모하게 시도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감독의 작전 하에서 뛰게 된다. 도루 성공시 기대득점이 약 0.2점 올라가지만, 실패하면 약 0.8점이 깎이기 때문이다. 기대득점이란 특정한 플레이 단계에서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을 말한다. “도루 성공률이 75%는 돼야 팀에 보탬이 된다"고 염경엽 감독은 말한바 있다.

선수들의 역할 분담

선발투수는 경기 시작부터 마운드에 올라 투구를 한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를 ‘이닝을 먹어치운다’는 의미에서 이닝이터(Inning Eater)라고 한다. 보통 5이닝에서 7이닝을 던지며 투구수 기준으로 100개 안팎의 공을 던져 상대 타선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보통 5일 간격으로 마운드에 등판한다. 정규 시즌에서 선발 로테이션은 팀의 가장 중요한 뼈대이며, 믿을 수 있는 선발이 있으면 팀 전체가 안정된다. 

사실 가장 바쁜 선수는 포수이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사인을 낸다. 구종을 직구로 할지, 슬라이더로 할지, 어느 코스로 던질지 등 투수의 공 하나하나를 포수가 설계한다. 9이닝 내내 100개가 넘는 공을 쪼그려 앉아서 받으면서, 동시에 주자를 견제하고, 내야 수비를 조율하고, 상대 타자를 분석하는 등의 역할을 맡기에 ‘그라운드 위의 감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체력 부담도 크기에 선수들이 포수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야 수비에서 가장 눈이 가는 장면은 바로 병살 플레이이다. 
유격수와 2루수는 내야 중심축을 함께 지키는 콤비로, 두 선수의 호흡이 맞을수록 내야 수비 전체가 단단해진다. 유격수는 2루와 3루 사이의 공간, 2루 베이스 근처까지 내야에서 가장 많은 타구가 향하는 구역을 맡는다. 그래서 유격수는 빠른 발, 넓은 수비 범위, 강하고 정확한 어깨 등을 갖춘 선수에게 역할을 맡긴다.

투수와 타자 간의 심리 게임

타율은 타자가 안타를 생산하는 비율로, 계산 방법은 안타 수를 타수로 나누면 된다. 100타수에서 30개의 안타를 쳤으면 타율이 0.300입니다. 흔히 3할이라고 하는데, 이는 훌륭한 타자의 기준점이 된다. 시즌 타율 3할이면 KBO에서 최정상급 타자인데, 2025시즌에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13명 뿐이다.

가장 오래된 타자 평가 지표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타자를 완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안타를 치지 않아도 볼넷으로 출루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어쩌면 출루율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사실상 투수가 가장 까다로워 하는 타자는 안타만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 끈질기게 공을 골라내고 출루에 성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번트는 타자가 방망이를 짧게 잡고 공을 살짝 대는 타격 방식으로, 공이 내야 앞쪽에 살짝 굴러가도록 하는 거다. 타자는 아웃이 되더라도 앞선 주자를 성공적으로 한 베이스 앞으로 보낼 수 있으므로 득점 생산력을 높힐 수 있다. 이는 
1득점이 간절한 경기 후반에 자주 볼 수 있는 작전이다. 번트야말로 야구가 철저한 '팀 스포츠'라는 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 번트를 잘 대는 타자는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즐기는 야구 팬 되기

야구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응원 도구가 유니폼인데, 이는 레플리카와 어센틱, 두 종류가 있다. 레플리카는 선수가 실제로 입는 유니폼과 비슷하게 만든 팬용 제품이고 어센틱은 실제 경기용 유니폼과 동일한 소재와 사양으로 만든 것이다. 가격 차이가 있으니, 처음이라면 레플리카로 시작하는 게 부담이 덜하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모자부터 시작해도 된다. 팀 로고가 새겨진 볼캡 하나만 착용해도 그 팀 팬으로 보인다. 유니폼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야구장 밖에서도 쓸 수 있어서 실용적이다. 응원석에서 팀 컬러 모자를 쓴 사람들이 모이면 그것만으로도 통일감이 생긴다. 

정규시즌은 144경기로, 길고 긴 마라톤이다. 한 경기를 지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만회할 수 있다. 현재 상태론 부진한 선수가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있고, 전략이 맞지 않으면 조정할 여유가 있다. 결국엔 잘하는 팀이 살아남는 구조이다. 

하지만 가을 시즌에 펼쳐지는 단기전은 완전히 다르다. 정규시즌 4~5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는 최대 2경기(4위 팀은 1승 어드밴티지, 5위 팀은 2연승 필요), 준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이다. 실수 한 번이 시리즈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정규시즌에 잘하던 에이스 투수가 단기전에서 흔들리기도 하고, 반대로 정규시즌에 평범했던 선수가 단기전에서 갑자기 터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을야구에는 영웅이 탄생한다.


아는 만큼 더 재미있어 진다

모든 스포츠가 다 그러하듯이, 야구 경기 또한 경기 규칙과 경기 관련 지식이 쌓이면 더 재미있어 진다. 마치 본인이 감독이 된 것처럼 장면 장면마다 스스로 작전을 내보이면서 그 경기에 빠져들 수 있으므로 보는 재미가 훨씬 배가 된다. 야구 초보자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스포츠 #야구 #프로야구 #야구장은가봤지만야구는모르는당신에게 #박정호 #메이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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