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로메테우스 - 미래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는?
장우경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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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근본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문제 말이죠. 생각해보세요. AI가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며,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질문 앞에 멈춰 서게 됩니다. “그렇다면 인간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 장우경은 핀테크 1세대로 하나은행에서 국내 최초 페이팔 기반 해외송금을, 현대카드에서 AO블록체인 혁신 서비스를, 한화생명에서 AI 콜센터 플랫폼을 포함한 여러 핀테크 기술을 선보였다. 또 교보생명 디지털혁신담당 전무로서 통합형 마이데이터, 디지털자산, AX 혁신을 이끌었다.

책은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되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힘(파트1), 사회와 윤리를 재구성하는 힘(파트2), 상상하는 인간이 미래다(파트3)에 걸처 증강과 정체성, 경계 없음과 생성, 연결과 공진화, 데이터와 디지털 실재, 윤리와 감정, 노동의 미래, 감시와 거버넌스, 해체와 전환, 상상과 혁신 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들 이야기 중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을 요약해 보려 한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힘

이제 실험실과 영화 속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 기술이 바로 증강기술이다.점점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서 기술이 우리를 끌고 가는 상황이 우려될 정도이다. 이에 우리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즉 개개인들은 증강기술과 AI 도구를 단순한 효율 향상의 수단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업무, 창작 방식까지 바꾸는 동력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2024년 챗GPT 활용 능력이 취업 조건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처럼, 앞으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나 웨어러블 증강 장비를 다루는 능력도 기본 소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맹목적인 기술의 수용이 아니라 비판적인 활용 능력이다. 〈업그레이드〉의 그레이처럼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언제 기술을 사용하고 언제 거부할지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미 답은 정해진 느낌이다. 자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강기술의 수용은 필연적인 선택이다.

다음으로 '경계 없음과 생성'에선 기계 속에서 피어나는 의식을 본다. 특히 AI가 물리적 형태를 갖춘 휴머노이드로 구현될 때, 그 파급력은 소프트웨어만의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0년간 인간이 되고 싶었던 로봇의 감정은 진짜일까? 한 가지는 분명한 것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서 '연걸과 공진화'에선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을 본다. 뇌가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될 때 개인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영화 〈공각기동대〉 속에서 ‘전뇌화(電腦化)’는 정보 접근 속도의 향상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뒤흔든다.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자신의 의식이 네트워크와 직결되어 즉각적으로 방대한 정보를 불러오고, 다른 사람 혹은 기계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와 디지털 실재'에선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본다. SF 영화 속의 기술들이 하나둘씩 현실이 되면서, <매트릭스>의 세계와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계가 우리를 속이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더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5년 메타가 공개한 AR 안경은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손가락 제스처를 인식하는 생체신호 밴드, AI 비서가 내장되어 음성 명령으로 대화하고 상황에 맞는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기능까지 구현했다. 디지털 트윈이 현실보다 생생할 때 무엇이 진짜일까?

사회와 윤리를 재구성하는 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계에 가져온 불이 문명을 꽃피우는 동안, 인간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불을 어떻게 사용할까의 문제였다. 같은 불로 따뜻한 집을 만들 수도 있고, 모든 걸 불 태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처럼 기술은 언제나 선택을 강요해왔다.

AI라는 새로운 불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파트1에선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마주했다. 이번 파트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새로운 질문을 앞에 두고 있다. 이 질문은 소크라테스 이후 모든 철학자들이 고민해온 윤리학의 핵심이다.

그런데, AI 시대에 이같은 고전적인 질문이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우리'라는 개념엔 인간만이 아니라 기계도 포함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AI가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하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사람의 설명을 더 원한다. 공장에선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해 대부분의 일을 대신할 때, 인간은 자신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까?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해 세 가지 영역으로 탐구한다. '윤리와 감정'에선 감정 없는 AI의 도덕적 판단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노동의 미래'에선 노동 없이도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시대로 전환할 수 있을까를, '감시와 거버넌스'에서는 AI가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감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가치관을 다룬다.

상상하는 인간이 미래다

AI가 계산과 기억, 인식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지금, 남는 질문은 단 하나이다. "그렇다면 인간만의 고유한 힘은 무엇인가?" 그 답은 상상력에 달려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말한다.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글을 쓰지만, 쥘 베른처럼 100년 후의 세계를 상상하지는 못한다. AI는 과거의 패턴을 분석하지만, 인간은 괴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꿈꾼다.

저자는 이 시대의 인간을 '호모 프로스펙터스'라고 부른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서 불을 훔쳤지만, 인간인 우리는 AI를 스스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우리가 상상하고 선택해야 한다. 이를 탐구하기 위해 이 파트에선 '해체와 전환'에서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비인간과의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고, '상상과 혁신'에선 상상력이 어떻게 혁신을 낳고 인간만의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AI가 효율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의미를 상상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AI #AI프로메테우스 #장우경 #미래 #매경출판 #매일경제신문 #트렌드 #미래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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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4-0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사진이 계속 이렇게 큰 사이즈로 확대되어 불편하네요. 서재 지기님, 도와주세여~~~
 
시인의 청춘 청춘의 시 - 젊은 날의 언어를 담은 시 필사집
기형도 외 지음 / 지식여행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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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청춘, 청춘의 시>는 늘 청춘이었던 시인들을 기념하기 위한 책입니다. 시인의 청춘이 남긴 시와 질문은 지금 우리에게도 남아 있습니다. 이 시들이 우리의 손을 거쳐 다시 현재형의 청춘이 되기를 바랍니다. - '시작하며'중에서



이 필사집은 도서출판 지식여행이 기획한 펀딩 도서로 총 4부로 구성되어 나를 찾아-어떻게 살아야 하는가(1부), 나를 그리며-흔들리는 마음으로(2부), 세상과 부딪히며-무엇을 소명할 것인가(3부), 나의 길을 걷다-그럼에도, 나는(4부)를 통해 기형도, 윤동주, 허수경, 백석, 이상, 이성복 등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 시인의 작품 예순네 편 중에서 나에게 특별히 감동을 주었거나 내가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을 엄선해서 소개함으로써 리뷰에 갈음하려 한다. 어디까지나 이는 나의 짧은 안목을 대변할 뿐임을 밝힌다.

나를 찾아

미당 서정주(1915~2000년)는 전북 고창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부통령이자 동아일보 창간자인 김성수 집안의 마름이었다. 마름이란 소작농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물론 자율성이 보장된 관리인이라기보다 윗 사람의 지시를 순수히 따르고 그 명을 이행하는 수동적인 관리자였다.

그는 자신의 시 '자화상'에 대뜸 "애비는 종이었다"라고 격하게 표현한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친일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세상을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도대체 그 무엇이 이 시인의 자율성을 억누르고 있었을까? 심지어 시인은 자신의 제자인 고은 시인과 조정래 소설가로부터의 비난마저 감수하며 살았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株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 서정주, '자화상'

너를 그리며

김소월 시인(1902~1934년)은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했으며 본명은 김정식으로 알려진다. 남강 이승훈이 설립한 오산학교에 다닐 때 시인 김억으로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32살의 나이에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시인의 고독과 쓸쓸함이 서정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 '가는 길'이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중략)

- 김소월, '가는 길' 중에서

세상과 부딪히며

이육사 시인(1904~1944년)는 경북 안동에서 출생한 퇴계 이황의 후손으로 알려진다. 1925년 대구로 이사한 뒤 형제들과 함께 의열단에 가입한 후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저항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이육사, '절정'

나의 길을 걷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훈, '그날이 오면'

심훈 시인(1901~1936년)은 일제강점기의 저항 시인이자 계몽운동가로 활동했다. 소설 '상록수'의 작가이며 영화 '먼 동이 틀때'(1926년)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영화인이었다. '그날이 오면'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대표적인 저항시이다.


#한국시 #현대시 #시인의청춘청춘의시 #윤동주외 #필사 #지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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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늘 시험에 들 테지만
한시원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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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한시원 시인의 시집으로 우리 인간들의 영원한 화두話頭인 '사랑'을 주제로 다루는 듯하다. 처음 서평단에 응모할 때는 도서 제목만 보고 에세이인 줄 알았다.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다. 평소에도 시詩를 읽고 감상하길 좋아하는 스타일이니까. 최근 펀딩에 참여했던 도서 '시인의 청춘 청춘의 시' 또한 기형도, 이상, 백석 등 7인의 시인의 작품들을 묶은 시집이다.



시를 읽을 때면 늘 하는 생각이 있다. 시인의 감성과 시선은 범인凡人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그 섬세함과 관찰력은 도저히 흉내를 내기 힘든 경지임에 틀림 없다. 시인 윤동주는 부끄러움과 다짐 사이에서 별星을 세었고, 김소월은 차마 놓지 못한 마음을 노래로 남겼다. 또 미당 서정주는 바람이 키운 스물세 해를 고백했으며, 기형도는 사랑을 잃고서야 비로소 쓰기 시작했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 김남조, '편지' 중에서


이 시는 김남조 시인(1927~2023년)의 시집 '사랑초서'(1974년)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대구 출신 문인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규슈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후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인 1950년 연합신문을 통해 등단했다. 인생 절정기를 숙명여자대학교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노력했던 대표적인 여성 시인이다. 몰래 하는 사랑이 느껴져서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시詩이기에 소개해 본다. 



인천 출생의 한시원 시인도 예사롭지 않은 관찰력과 감수성이 그의 작품 속에 흐른다. 즉 평범한 일상의 시선이라면 그냥 놓치고 지나가 버릴 그런 소재를 시로 노래했다. 봄비, 가을, 복사꽃, 해바라기꽃, 숲, 간이역, 달팽이, 벙어리장갑 등이 그러하다.


이 책은 총 7부에 걸쳐 예순아홉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시집의 타이틀이기도 한 '우리의 사랑은 늘 시험에 들 테지만'이란 제목의 시詩는 다섯 작품이나 된다. 누구에게나 청춘 시절은 있다. 이때는 불안하고 미숙하다. 그래서 사랑은 시험에 든다는 표현이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아픈 사랑을 우리는 왜 하나요

아무리 애타게 그리워해도

엇갈리기만 하는 사랑을

왜 해야만 하나요


밤하늘에 별빛들이 아른거리며 빛나는 건

혼자 애태운 사랑 때문입니다


(중략)


봄비가 스치는 강 물결을 따라

사뿐히 거니시는 그대가

꽃이 지듯 저만치 어여뻐서

문득

눈물이 흐릅니다


- '봄비를 맞으며 그대를 그릴 때' 중에서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 이는 그의 작품 '황무지'(1922년 발표)의 첫 귀절에 쓰인 표현이다. 왜 잔인하다고 했을까? 겨울은 망각의 계절이다. 대지의 생명들도 모두 망각에 빠져 잠이 든다. 그런데, 봄이 찾아온 4월은 겨울잠에 들어있던 대지를 깨운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만든다. 그래서 시인은 '잔인하다'고 말한 거다. 때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라서 전쟁의 폐허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은 한없이 황폐한 반면, 봄의 대지는 새 생명의 꽃 라일락을 피우며 화사한 모습으로 변하니까 영국인들에겐 잔인하다는 것이리라.


며칠 전이 식목일이었다. 칠십 중반인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 날 전후로 꼭 봄비가 내린다. 내 눈에 봄비는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감로수甘露水 같은 존재로 보인다. 반면 한시원 시인은 봄비를 바라보며 홀로 속앓이 사랑을 하는 자신의 눈물이 느껴진 듯하다. 그 아픈 사랑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고 반짝이는 별처럼 그 불빛이 아른거리며 곧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다.


팔 하나가 없다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리 하나가 없다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중략)


제가사랑하는 것은

당신의 겉모습이 아니라

모든 절망을 딛고 우뚝 설

당신의 굳건한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의 사랑은 늘 시험에 들 테지만 5' 중에서



이 시집의 시그니처 작품 같은 '우리의 사랑은 늘 시험에 들 테지만' 다섯 째 시를 감상해 보자. 시인은 사랑을 절규한다. 두 팔이 없어도 두 다리가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고. 그리고 겉모습이 아닌 절망을 딛고 우뚝 설 굳건한 영혼을 사랑한다고 말이다. 앞서 소개한 김남조 시인의 완곡한 사랑과는 비교되지 않는가.


내 마음을 순화시키는 시詩를 사랑할 수밖에


이 리뷰 초안을 작성하는 새벽 시간에 봄비가 내렸다. 봄이 이미 성큼 다가온 듯한데 봄비는 아직도 성에 차지 않은지 빗물을 뿌려대며 시위를 한다. 새벽, 비, 시. 이 조합 참으로 어울린다. 베란다 창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이 시각적으로 나를 정화시킨다면 새벽에 읽는 시집의 글귀는 나의 내면을 더욱 더 순화시킨다. 만물이 푸르게 변하는 이 시절, 시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책추천 #시 #우리의사랑은늘시험에들테지만 #시집 #한시원 #좋은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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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위기를 지배하라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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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리더와 성공한 조직은 위기를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잡고 더욱 발전했다. 고대 로마는 국가의 존망을 건 카르타고와의 포에니전쟁을 치러 내면서 지중해 세계를 재패했고, 근대 서양의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도 위기를 극복하면서 변방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변모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폭풍우는 위대한 뱃사공을 만든다"


책의 저자 김경준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으로 21세기 디지털 AI 격변과 글로벌 기업의 동향을 이해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융합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총 3부 14장으로 구성한 책에서 위기를 통제하는 시야를 3단계로 제시하는데 리더가 먼저 장악해야 할 요소, 판을 뒤집는 전략의 기술, 제도 개혁과 구조 혁신으로의 전환 등이 바로 그것이다.


리더가 먼저 장악해야 할 것들 


조직은 리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우주다. 크든 작든 조직은 리더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리더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은 조직 문화의 바탕을 이룬다. 리더가 용기와 투지를 불태우면 조직도 따라간다. 리더의 수준이 곧 조직의 수준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탁월한 리더를 만난 조직이 이룬 커다란 성취는 무수하게 많다.


조선 후기의 개혁 군주로 평가받는 정조의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위태로운 정치적 입지에도 불구하고 정국을 주무르고 있는 노론 집권층을 향해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천명함으로써 이들과의 대결을 예고했다. 신뢰할 만한 인물이 홍국영 뿐인 상태라 그는 친위 세력 구축에 착수해 규장각을 설치했다. 세종 시절의 싱크탱크인 집현전을 벤치마킹한 조직이었다.

어떤 조직이든 원칙은 항상 지켜져야 하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위기 상황을 일시 모면코자 원칙을 버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공동체를 파멸시킨다. 위기 극복을 통해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해 더 큰 발전적 계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진정한 목표일 것이다.
 
판을 뒤집는 전략의 기술

병법의 대가 손자는 자신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 "승리는 똑같은 방법으로 반복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장수는 실전實戰에서도 물 흐르듯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적절한 방법론을 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기존의 만들어진 틀을 깨뜨려야 출구가 보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330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지시로 만들어진 콘스탄티노플은 로마 제국의 멸망이란 격변을 겪었음에도 23차례의 외침에도 난공불락의 요새였디. 약관 20세의 술탄은 대포 기술자 우르반을 만나면서 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즉 메흐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플 성벽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제안에 흥미를 느끼고 대포 제작을 명했다. 시험 발사에서 8m가 넘는 길이의 ‘우르반 거포’가 500kg의 돌포탄을 1.5km 이상 날리는 괴력을 선보이자 메흐메트 2세는 1453년 4월 신무기인 대포를 앞세워 10만 명 의 병력으로 콘스탄티노플 공략에 나섰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수비 병력은 8천 명에 불과했으나 철옹성 테오도시우스 성벽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후 전개된 47일간의 전투에서 69문의 우르반 대포는 5천 발의 돌포탄을 날려 보내 성벽을 무너뜨렸고 비잔틴 제국은 로마 건국 이후 2,200년의 역사를 남기고 패망했다. 정복자로 입성한 메흐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플을 이스탄불로 개명하고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선포했다.

또 마음을 모아 꼴찌에서 챔피언으로 변모한 사례도 있다. 미국 해군 구축함 벤폴드의 함장으로 부임한 마이클 에브라소프 중령이 그 주인공이다. 아날로그 시대 구식 군함의 함장은 배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의 이지스함은 병사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하고 잠재력을 이끌어야 했다. 최첨단 장비의 하이테크 기술을 다루는 병사들의 전문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신세대 병사들은 장교의 어줍잖은 명령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를 계급으로 억누를수록 반발은 커졌다. 

에브라소프 함장은 계급이 높으면 우월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기존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병사 개개인과의 면담을 통해 심리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역량과 특성을 파악하고 가능한 권한을 위임했다. 함정 전체의 성과는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위기 극본엔 설계가 필요하다

지멘스 창업자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의 꿈은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는 것이었다. 직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는 것은 불가능했다. 직원들이 회사를 자기 것으로 여겨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멘스는 당시에 파격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회사에 도입, 직원들의 신뢰를 확보했다. 1854년 고위 관리직들에게 성과에 따른 이익배당금을 주기로 계약한 데 이어, 하위직 직원들은 문서로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보조금을 받았다. 

1872년에는 사재를 털어 퇴직금 예탁제도를 시행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실적이 자신의 수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업무 태도는 적극적으로 변해 갔다. 독일 전역에서 최고의 기술자들이 지멘스에서 일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밖에도 책은 윈스턴 처칠, 이순신, 오다 노부나가, 박정희, 손정의,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진문공, 어니스트 섀클턴 등 동서양의 위기를 극복한 주요 인물들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폭풍우가 위대한 뱃사공을 만드는 것처럼 역사에서 찾은 위기 극복 리더십은 격변의 시대를 맞은 경영자와 경영학도들에게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므로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경제경영 #리더십 #경제사 #격변의시대위기를지배하라 #김경준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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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
박정훈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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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이라는 말을 자주 썼지만, 그것은 인생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다. 인생을 겸손하게 바라보기 위해 빌려 쓴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자신이 결코 의도하지 않았던 삶이 전개된다 할지라도 실패했다고 여기거나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 이후에 다시 수많은 가능성의 길, 또 다른 확률의 세계가 동시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 '글을 마치며' 중에서



저자 박정훈은 MBC PD로 시작(1986년) 만 39년 넘게 다큐멘터리, 시사, 교양, 라디오, 편성, 예능, 드라마 등의 책임자를 거친 방송계의 기록 제조기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한국방송대상의 대상 수상, 삼성언론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대상, 방송프로듀서상 등 30여 차례의 수상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책은 열일곱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이를 통해 그간의 삶에서 우연과 선택, 터닝포인트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빚어내는지를 탐구하며, 현실은 예측 가능한 공식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이 중첩된 '확률의 이야기'임을 발견해간다.

"관찰의 영역에서, 우연은 오직 준비된 정신만을 선택한다"
- 루이 파스퇴르/세균학의 아버지

문과 출신인 내가 수학 공부는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첫 경험이 바로 '확률'이었다. 우리들 앞에 펼쳐지는 모든 일들이 확률로만 따질 수 있겠는가? 이는 과학자나 공학자 또는 건축가들이 미래에 발생할 어떤 위험을 따져볼 때 활용하는 수학적 사고법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이 미리 짜인 각본처럼 흘러가지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한 무질서 속의 우연만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수많은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에서 어떤 선택과 어떤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며 현실로 펼쳐지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고 밝힌다.

성공할 확률이 높아 보이지 않았던 선택들이 결과적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음을 경험함으로써 인생은 예측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1986년 9월, 대학 도서관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저자에게 친구가 MBC 입사시험 공고가 났다며 함께 시험보자고 제안, 요즘 TV 프로듀서가 인기 직종이라고 부추겼다. TV도 거의 안 보던 저자는 한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으로 응시했는데, 덜컥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언론고시반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친구는 낙방하고 말았다. 이후 2차 논술도, 3차 집단 토론도, 4차 최종 면접에도 합격하는 우연이 연속되었던 거다.

낙방한 친구에겐 사랑하는 여친이 있었는데, 가끔 직접 만든 김밥을 준비해 도서관에 찾아오곤 했다. 차가운 잔디밭에서 컵라면에 김밥을 함께 먹으며 웃고 지냈던 사이였다. 이런 즐거운 시간들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그것도 결혼을 몇 달 앞두고 말이다. 대입 재수를 안 했으면 이 친구를 만나지 못했을 거고 직업도 다른 걸로 바뀌었을 것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내 의지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장의 연사로 초정되어 "인생은 점에서 점으로 이어진다"는 역사적인 명연설 장면이 있었다. 순간순간의 결정과 경험들이 미래로 연결된다는 의미이다. 저자도 첫 직장인 MBC를 떠나 SBS로 옮긴 후 첫 작품으로 '사랑의 징검다리'를 기획했다. 프라임타임인 저녁 7시에 정규 편성된 장애인 프로그램이었다.

점을 연결하면 직선이 되지만, 인생은 직선아 아닌 비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열심히 도 소용없다는 말이 나오게 되고, 엉뚱한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게 된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니 방향이 옳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패턴이 그리는 굵은 곡선 중 하나가 나에게는 ‘자업자득’이라는 사자성어로 다가왔다.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확률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오히려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에,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195쪽)

'세상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고, 그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문장은 저자가 환갑날에 깨달은 '에피파니'라고 한다. 그렇다. 우리 모두의 인생사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의 연속이다. 다시 떠올려 보면, 결국 그 일이 있고 난 뒤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따라 좋은 일이 다시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었던 것이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어 결국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은 확률 게임이 아니다

책의 저자가 확률이란 말을 도서 제목에 달았지만 인생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던 삶이 전개될지라도 이를 실패로 결론내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이 잘 안풀려 운명 탓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에세이 #태평양을건너는거북이등에낙엽이떨어질확률 #박정훈 #생각의힘 #@tp.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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