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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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세입자 출신으로, 철거민들이 만든 논골신협을 운영 중인 유영우 이사장이 학생들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무임승차" 문제를 언급하며 출자금을 내지 않고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여쭤봤는데, 정작 본인은 "무임승차"가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것이다. "이타심이 작동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운영이 안 된다"는 그의 대답은 "타인의 '무임승차'를 노여워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는" 자신을,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기회를 터주었다. - '서문' 중에서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하여

 

책의 저자 조문영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인류학과에서 서울시 신림동 난곡 지역의 가난과 복지의 관계를 다룬 연구로 석사학위를, 스탠포드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중국 동북 사회주의 노동계급의 빈곤화 과정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과 한국의 빈곤, 노동, 청년,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THE SPECTER OF "THE PEOPLE">, <정치의 임계, 공공성의 모험>(공저), <헬조선 인 앤 아웃>(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분배정치의 시대>가 있다.

 

빈곤이라는 주제가 점점 한국 사회 공론장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게 아닌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던 저자는 총 10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세 가지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한국 사회 빈곤 문제의 쟁점은 무엇인지, 빈곤 활동이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청년들에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빈곤은 어떤 모습인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을 띄고 있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해당 문제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책은 용산참사로 포문을 연다. 현재 용산4구역은 주상복합단지로 변신 중이다. 당초에 세웠던 용산국제업무지구 - 역세권 개발사업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초유의 대규모 PF사업이라고 떠들썩했던 이 프로젝트는 투기거품만 만들어내면서 경제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몬 이후 결국 무산되고 만 결과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인근의 땅을 매입, 시세차익을 본 용산구 국회의원 진영은 4선 의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행정안전부 장관이며, 과잉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현재 경주시의 국회의원이다.

 

 

 

 

먼저 떠오르는 책 한 권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던 장 지글러는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려야 겠다는 심정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저술, 출간했다. 몇 년 지난 도서이다. 고통의 외면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장 지글러의 도서가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가? 

 

이는 개개인의 도덕성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미래 사회의 모습을 먼저 소개한 대목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으로 변모해있다. 그렇지만 결코 로봇이 인간화될 수 없음을 학자들은 지적한다. 왜 그럴까? 이 또한 로봇에게는 인간 본연의 감정인 도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하지만 이토록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간의 행위는 로봇 같은 기계에 못지 않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역사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일어난 나치의 행위, 어리디 어린 꽃봉오리를 무참히 짓밟은 일본 군국주의가 자행한 위안부 사건, 또 열 살 미만의 지구촌 어린이가 5초마다 1명씩 아사餓死하는 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식량농업 독점세력은 수확한 옥수수와 밀을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의 생산을 위해 소각하는 행위를 한다.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경험과 감정에서 비롯된다"

- 데이비드 흄, 철학자

 

자, 다시 용산참사로 돌아가보자. 왜 용산참사가 발생했을까? 이는 바로 돈과 직결되어 있다. 돈을 벌겠다는 개발 프로젝트와 이에 동참하는 부동산 투기세력은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경제적 약자들을 주거공간 내지는 삶의 터전에서 밖으로 내몰아낸다. 갈 곳없는 이들은 결국 공권력에 대항하며 죽음도 불사하는 항거에 나선다. 물론 이에 동참하지 않는 철거민도 분명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시사상식사전은 용산참사를 '2009년 1월 20일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30여 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시민 5명,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대참사다.

 

그런데, 이 사건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당시에 진행되었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농성자들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였기에 억울한 당사자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빈곤한 약자들의 사회에 대한 부당한 항거와 농성에 대해서만 벌을 내리고 무리한 진압작전을 펼쳤던 공권력은 무혐의처분을 내림으로써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 과거사위원회"검찰은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과 목소리를 외면하고 개발지상주의로 국가의 사회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앞으로도 얼마나 수많은 희생을 보아야만 이를 멈출 수 있겠는가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생떼를 부리면서 개발행위를 막는 것도 분명한 위법이자 월권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그럴지라도 이런 일은 해결은 우선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화두에서 출발돼야 한다고 본다. 즉,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수적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이라는 그림 속엔 이미 그곳에 터전을 잡고 삶을 살아가던 힘없고 가난한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을 담지 않는다. 이들이 이곳에서 쫓겨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은 부족한 것이다. 이 땅의 실질적 소유자는 이어지는 매수희망자들의 투자로 인해 땅 값이 올라 배를 불리지만, 정작 여기에 세 들어 살던 가난한 이들은 아무런 혜택이나 대책도 없이 떠나야만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일방적 요구에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빈곤은 일부 소수가 스스로 만든 문제(?)

 

빈곤은 앞서 살펴본 굶주림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경계선 밖에 고립되어 있다. 우리 사회 또한 빈곤은 소수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빈곤은 '극빈'과 '불쌍한 사람'으로, 동시에 본인 스스로 '자활'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의존적 인간'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빈곤사회연대는 이러한 빈곤의 재현에 맞서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조직하거나 사회구조나 제도상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갈수록 고립의 담과 울타리는 점점 높아지고 테두리가 넓어진다. '나도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빈곤을 탈피하고자 미국으로 월경越境하는 멕시코인들이 증가하자 희대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막고자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선에 높은 담을 둘러세우려 한다. 말하자면 '빈곤은 너희 사정이고 우리만 잘 먹고살면 된다'는 식의 비도덕적인 깡패 수준의 행위나 다름 없다.   

 

학교는 우리들에게 "가난한 건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침으로써 어릴 적부터 우린 경쟁에 매우 익숙해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사회 모습이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는 '가난'은 누구의 탓이 아닌 본인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알고보면 사회구조적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저항과 항거라는 반사적 행동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맞아, 이건 권리야'라고 말이다.

 

 

 

 

빈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서울역 지하통로의 홈리스들, 쪽방촌 주민들, 철거민들,  리어카 노점상 등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빈곤의 모습은 근본적인 이유가 문제인지, 나아가 왜 이는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함도 동시에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공생共生과 연대 방식'으로 그 대안을 풀어가는 활동가들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자립'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문제점들을 마주함으로써 진정한 '자립'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최근에 발생한 '일본의 경제보복'도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 기업이 죽어야 한국 경제가 죽을 판이 되어야 일본 경제가 이니셔티브를 잡고 동북아 경제를 주무를 수 있다고 아베는 판단한 것이다. 아마도 여기엔 아베와 트럼프 간의 사전 밀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미국도 자국의 반도체 사업 등에서 큰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빈곤은 경제학과 깊은 관련이 있음에도 이는 사회와 연결되는 사회학 분야이자. 사회구성원들을 컨트롤하는 정치학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빈곤은 여러 얼굴을 가진 모습이다. 따라서 책에서 소개되는 대학생 38인의 다양한 인터뷰 내용들은 모든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동의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나 분명한 사실은 빈곤이란 숨기려해도 결코 감춰지지 않는 치부이며, 이를 무시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공감을 통해 상호 이해하면서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는 '측은지심'이라는 도덕성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라

 

장 지글러는 자신의 책에서 "매일 27만 명이 새로 태어나지만 10만 명이 매일 기아로 죽는 것이 지금 인간이 사는 지구의 현실이다"라고 강하게 지적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빈곤을 남의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열린 귀를 갖고서 세상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이에 대해 우리들은 답해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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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그레이 - 5060이 신나게 노는 36가지 방법
홍동수 지음 / 라온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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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늘어난 덕에 지금의 은퇴 세대는 예전의 청년 못지않은 건강과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또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부를 누리고, 자녀 부양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이 책은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삶의 재미를 찾는 활기찬 시니어들에게 하고 싶은 놀이를 마음껏 해보라는 용기를 주기 위해 썼다. 잘 노는 노후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더 청춘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가족과 사회생활에 충실하느라 자신을 위한 시간을 못 냈지만 이제부터는 놀이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보자. - '프롤로그' 중에서

 

 

노년들이 신나게 노는 방법

 

책의 저자 홍동수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후 30년간 국내와 해외 현장에서 토목공사와 고속도로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호기심으로 남들이 하기 어려운 레포츠와 취미생활을 즐기며 액티브 시니어로서 삶의 깊이와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인생은 놀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놀이를 통해 삶을 재창조하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이 시대의 액티브 시니어들을 재미난 레포츠 세계에 초청하여 재미있는 인생을 함께 즐기려 한다.

 

그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국내 최초로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산했으며, 전국의 산야를 산악자전거로 누비고 다녔고, 암벽등반 전문가로 에베레스트 원정도 다녀왔다. 그 밖에 국내에서는 최초로 샌드 요트를 제작해 타고 다니고, '콜사인 HL1OIR'이라는 아마추어 무선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초경량 항공기(ULM) 조종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승마와 사진에도 조예가 깊다.

육체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단전호흡과 명상 등 정신적인 수련에도 상당한 내공을 쌓고 있다. 정년퇴직 후 국제최면 치유사 자격증을 따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치유해주며 보람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는 그는 대학 시절의 취미활동을 지금도 이어가면서 그룹사운드 INDKY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각종 공연을 하며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는 멋진 인생을 즐기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은 왜 시니어들이 은퇴 후에 더 잘 놀아야 하는지, 사회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노후의 모습이 실제로는 시니어들이 삶을 즐기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어서 제2장에서는 놀기 전 준비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고, 제3장은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기 위한 취미생활을, 마지막으로 제4장은 정신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를 소개한다.

 

 

 

 

'논다'는 것의 의미

 

은퇴 세대와 곧 은퇴를 앞둔 세대들은 한국 경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을 겪은 나라는 크게 황폐화되었고, 일제 36년의 수탈로 인해 토착자본이 거의 없었기에 '잘 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소비는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그런 삶을 영위해 나갔다. 해외에서 극찬하는 '한강의 기적'은 이런 고통의 감수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직장이 곧 자신의 집이자 인생이었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 회사가 성장하면 자신도 함께 성장한다는 얕은 논리로 무장한 채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뻐젓이 가정이 있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음에도 잠 자는 시간을 뺀 하루 일과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에다 바쳤던 것이다.

 

이젠 그런 경제적 빈곤을 벗어났는지 새로운 풍토가 발생했다. '워라밸' 현상이다. 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신조어인데, 인간의 행복 추구권을 앞세워 스스로의 삶을 즐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등장한 셈이다. 사실 이런 신조어가 발생하기 전, 이미 '노는 만큼 성공한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등과 같은 비슷한 부류의 책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사실 사람은 '노는 것'을 좋아한다. 본능적으로 말이다. 인간을 대변하는 말로 지금껏 우리들은 '호모 사피엔스(이성적인 사고를 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를 떠올렸지만, 20세기에 들면서 '호모 루덴스'라는 합성어(루덴스는 '놀이'를 뜻하는 말)가 등장함으로써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네델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문화학자인 요한 하위징아가 자신의 책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은 놀이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켜왔다'는 주장과 함께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즉 하위징아는 역사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도구를 사용했던 인류가 놀이를 즐기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창의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그래서 '놀이 본능'이 더욱 주목받는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인간은 본성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루덴스'라는 말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과거엔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를 '노는 것'으로 간주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나무라고 야단치기 일쑤였다. 학교 교실마다 급훈으로 내걸린 액자 속엔 거의 '근면', '성실'. '정직', '효도' 등이란 글로 가득 채워졌다. 심지어 유아동기 때는 <개미와 배짱이>라는 동화를 통해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칭찬의 대상이었고, 노래하는 게으름뱅이 '베짱이'는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이처럼 '논다'는 의미는 우리들에게 부정적인 언어로 늘 다가왔던 셈이다. 한마디로 범생이에겐 '논다'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변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 <논어>, '옹아편'

 

스스로를 '여가 전문가'라고 말하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라면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때의 '노는 것'은 당연히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봐도 이는 입증된다.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나도 '노는 것'을 매우 즐겼다. 당시 생소했던 '보디빌더'가 되겠다고 용돈을 모아서 부모님 몰래 체육관을 다니거나, 이도 부족해 태권도, 합기도 도장 등에서 운동을 즐겼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학생 입장 불가'인 영화를 관람하다가 여러 차례 단속에 걸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단체 모임에서 여흥을 즐길 때 흘러나오는 노랫말이다. 그렇다. 젊을 때 놀자는 말이다. 하나 정작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이 든 분들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고 보니 젊을 때 놀지 못한 게 너무나도 분하고 원통해서 목이 터져라 이 노래를 부르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요양원에 들어가신 나의 어머니께서도 아버지의 사업이 잇단 부도를 맞자, 가계의 재건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영남권에선 매우 유명한 시장에서 포목상을 하셨다. 4남매가 모두 대학을 마칠 때까지 일을 손에서 놓질 않았던 분이다. 일전에 요양원 생일파티에 참석해서 부른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나이가 들면, 놀고 싶어도 힘이 딸린다. 이는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심지어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여행도 늙어선 못한다는 말까지 있다. 나이 들어 놀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키워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뻔하다. 평소에 꾸준히 운동해서 기초체력을 배양하는 게 최상이다. 그렇게 해야만 공전에 치트를 친 <꽃보다 할배>처럼, 해외 배낭여행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평소의 꾸준한 운동이 수명 연장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오스카 프랑코 교수팀이 40년 동안 지역 주민 5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과의 수명 차이는 불과 3~4년밖에 안 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운동한다고 보낸 시간을 빼면 사실상 수명의 차이는 미미하다. 하지만 우리들이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즉 수명 연장보다는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함이다. 몸이 건강해야 노후에 삶의 질이 높아진다. 허약한 상태로 병을 달고 사는 장수보다는 건강체를 유지하면서 활기찬 노후를 즐기는 장수를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노후를 즐기려면 운동이 필수적이다.

 

 

레포츠는 동호인 카페를 이용하라

 

요즈음은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아지는 추세이다. 오래전에 TV를 시청할 때 한 동안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볼 수 없던 코메디언 백남봉이 서울 미사리 인근에서 동호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등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암치료로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완치 판정을 받자 이렇게 동오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이라는 재산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아프고 난 후에 깨닫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온라인도 아니고 오프라인에서 젊은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겠냐고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이에 관해 저자는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은 직업, 나이, 재산 등 모든 걸 떠나서 오로지 자전거를 취미로 하는 대화만 하며 발생하는 비용은 무조건 n분의 1이다. 멋진 어른이 되고자 지갑을 열어 커피 한잔 사려고 해도 각자 부담하겠다고 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한다. 덤으로 아들 뻘인 젊은이들과 어울리기에 항상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잘 노는 사람들의 특징

 

호기심이 많다

자발적이다

창의적이다

대인관계가 좋다

 

 

패러글라이딩은 시니어를 위한 레포츠

 

설악산 대청봉에서 패러글라이더로 하산했다는 저자는 놀랍게도 패러글라이딩이 오히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적합한 레포츠라고 권한다. 실제 동호회 회원도 50대가 가장 많은데, 이는 자연을 즐기려는 마음이  앞서는 레포츠이기 때문이란다. 생각만해도 멋지다. 새처럼 하늘을 난다는 게 말이다. 하늘을 날다 보면 어느새 자연에 순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이 또한 지상에서 교육을 받은 후 자신과 잘 맞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단체로 움직이면 크게 도움이 된다. 최근엔 장비들이 너무나도 훌륭해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이지만 하늘을 난다는 게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단체로 움직이는 게 좋다. 이륙장 인근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한 활공장이 의외로 많다. 양평의 유명산, 보령의 성주산, 단양의 두산, 단양의 양방산, 문경의 문경활공장 등이 있다. 느낌상 어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해보지 않는 사람들의 지나친 상상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망설임은 약자들은 전유물이다. 당장 시작해보자.

 

 

겨울 스포츠, 스키

 

지금은 과학의 발전으로 여름에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두바이 얘기가 아니라 한국에도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하나 아무래도 스키는 겨울 레포츠의 꽃이다. 백설이 하얗게 덮인 슬로프를 멋진 고글을 쓰고 누비는 이 스포츠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신세대 시니어라면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고가인 장비를 굳이 구입할 필요도 없다. 스키장 주변에는 장비를 대여해주는 렌트숍이 많다. 심지어 스키복까지 빌려 입을 수 있다. 복장은 눈에 젖어도 보온이 되는 방수 기능의 스키복과 장갑,  고글, 헬멧 등을 갖추면 된다. 비록 운동신경이 부족한 사람일지라도 3일 정도 반나절씩 강습을 받는다면 초보자용 슬로프는 무사히 내려올 수 있다. 이 역시 체력을 미리 단련해 두어야 한다. 겨울 시즌에 이를 즐기고자 한다면 가을부터 체력을 단련하는 게 좋다.

 

 

악기 연주를 배우자

 

한 가지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면 이것으로도 삶의 질이 향상된다. 어릴 적에 공부만 한답시고 이를 배우지 못했다면 은퇴자의 취미 정도로 생각하고 배워보는 게 어떨까 싶다. 책의 저자는 대학생 시절 밴드 활동을 한 경력자로 베이스기타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지금도 연주 활동을 즐기고 있다. 단순히 남에게 폼을 잡기 위한 게 아니라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자 자신의 정서를 함양시키는 정신 수양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선 영국의 유명한 그룹사운드 <퀸>의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재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크게 관중몰이를 했다. 특히, 젊은 시절의 향수가 떠올랐는지 중장년층들은 서울 낙원상가로 달려가 악기를 구매함으로써 뜻밖의 매출로 상가에서 가게를 꾸려가던 사장님들은 파안대소케 했다고 한다. 굳이 독특한 악기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에게 선택하라면 역시 클래식 기타이다.  

 

음악과 관련된 활동은 일종의 '인지 운동' 역할을 함으로써 두뇌를 더욱 건강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노화를 막아준다. 캔자스 대학의 연구팀이 60~83세의 건강한 노인들을 상대로 악기를 배우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실험한 결과, 나이가 들어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면 두뇌에서 노화로 인한 인지 능력의 자연 퇴화를 상쇄해주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 당장 시작해보라

 

이밖에도 책은 암벽등반, 승미, 스쿠버다이빙, 외국어 스터디, 사진, 서예, 요가, 글쓰기, 낚시 등 다큰 어른들이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는 건전한 놀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한 것에 탐닉하게 되는 습성을 가진다. 내 주변엔 아직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지인이 더러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통화를 주고 받을 수 있고, 메세지 주고 받으면 된다'고 하면서 오히려 왜 비싼 전화요금을 부담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노후 빈곤으로 고통받지 않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바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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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199 2019-07-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서평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 아카넷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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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08년의 금융위기는 단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가 함께 겪은 위기였으며 다만 그 근원지가 북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었을 뿐이다. (중략)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규모와 달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분명히 밝혀내는 작업은 (중략) 위험천만한 현재의 상황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금융위기 이후 10년,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책의 저자 애덤 투즈는 현대 경제사 연구 분야의 손꼽히는 학자로 평가받으며, 최고 권위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발표한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선정되었다. 그는 1967년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과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성장했다.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대학원 연구를 시작하면서 베를린장벽이 철거되고 냉전이 종식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후 런던정경대에서 경제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예일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컬럼비아대학교의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편, 역작으로 평가받는 <대재앙: 1차 세계대전과 국제질서의 재편 1916-1931>(2014)에서는 1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10년 동안 미국의 권력을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어떻게 재편되었는지를 서술했다. 그는 울프슨상과 롱맨히스토리투데이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위대한 역사가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파이낸셜타임스>, <LA타임스>, <포린어페어스>,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 유수의 언론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차지했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역사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정치적 "이단아" 트럼프의 당선으로 끝맺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결국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세계 경제가 크게 안정된 시기(대안정기)는 결국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정치적 위기로 변모했다.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분위기를 공통분모로 하는 극우 정파가 세를 불렸고 프랑스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온건한 좌파가 몰락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고개를 쳐들었다. 이런 정치적 변화의 배경에는 은행과 채권자에 유리한 구제금융 방식이 추진되고 위기 대응의 실패가 누적되면서 재정긴축에 따른 복지 프로그램 축소 등으로 삶의 고통이 가중된 대중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통화스와프 협정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로 인해 촉발된 리먼쇼크는 미국의 일로만 그치지 않았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사실상 지구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계1위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금융과 투자 관련 비즈니스를 하던 나는 20주년 결혼기념여행으로 스페인에 가있다가 연락을 받고 급히 귀국했었다.   

 

아이로니하게도 2008년에 가장 위기에 몰린 나라는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었다.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고도 충분했고 무역실적도 호조를 보이던 때라 한국과는 상관 없을 줄 알았던 미국의 금융위기가 유탄이 되어 한국 금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한국 경제를 떠받들던 수출전문 재벌인 현대, 삼성, 대우 등이 갑작스레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상관없는 금융위기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만 유별나게 동유럽이나 러시아처럼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전 세계와 하나로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한국이기에 이후 외환보유와 축적에 공을 들여 당시 외환보유고가 2,400억 달러나 되었음에도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가진 약점은 극복될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동북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기치를 내걸었던 한국은 통화와 자본의 흐름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이에 한국 금융업의 상당 지분을 해외투자자들이 보유할 수 있었고, 한국의 은행들은 글로벌 달러시장에서 단기로 저리자금을 빌려와 한국 국내에서 장기로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었다.

 

반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율에 맞서 지키려는 재벌들의 고민이 생겼던 것이다. 이에 달러를 빌려 한국 자산에 투자하고 나중에 환율이 유리할 때 이를 상환한다면 충분한 이익이 생길 수 있었다. 이런 계산하에 한국 기업들이 단기로 차입한 돈이 2008년 6월 기준 무려 1,760억 달러에 달했다. 여기에다 금융업계가 상환해야 할 채무는 800억 달러로 2009년 여름까지는 상환을 연장해야 할 형편이었다.

 

리먼쇼크로 인해 단기성 달러화 대출시장이 그 기능을 멈추자 달러화의 가치는 급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원화와 달러화의 환율 차이를 이용한 캐리트레이드는 갑자기 역방향으로 움지기이기 시작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은 손해를 막기 위해 발버등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원화 가치는 폭락해 외환보유고조차 심리저지선인 2,000억 달러 선에 간당간당하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당시 금융으로 돈을 벌던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2008년 여름에서 2009년 5월 사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00원에서 1600원이 되었다"

 

2008년 가을, 한국 기업들은 위기 탈출에 나섰다. 포스코, 현대차,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수천만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부었다. 원화에 대한 압력을 늦추기 위해서였다. 한국 국민들은 애국심의 발로로 달러 저축을 원화 방어에 활용하려고 환전소에 줄을 서는 풍경을 연출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원화 붕괴를 막는 노력을 벌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도움은 나라 밖에서 도출되었다. 10월 30일 한국은행은 미연준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한다. 비로소 외환시장은 공포로부터 벗어났고, 타격을 입은 금융 부문도 복구를 위해 2009년 초 한국 정부는 550억 달러를 은행간 대출용으로 추가 지원하고, 별도로 부실채권 대비용으로 230억 달러를 책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민주주의가 붕괴되다

 

2011년 10월 말,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은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즉, 그리스의 정치제도는 와해되고 있었다. 실업률이 2008년 8퍼센트에서 무려 19.7퍼센트까지 치솟아 그리스 국내의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었다. 이런 위기가 시작되자 정치적 계산에 빠른 야당은 해외 채권단의 요구에 맞서려는 정부에 전혀 협력하지 않았다. 2009년 10월,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이 정권을 잡은 후 긴축조치가 실시되자, 그리스 전역은 대규모 시위와 함께 총파업이 발생했다. 

 

한편, 재정위기는 이탈리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IMF 긴급자금의 수혈이 필요했다. 실제로 IMF는 8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책을 제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당시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자리에서 끌어낼 계획이었으며, 때맞춰 그가 이끄는 내각도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연정 상대인 북부동맹당은 유럽과 IMF가 요구하는 연금제도의 개혁에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엔 유럽공산당원이란 평가를 받는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도 베를루스코니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2011년 11월 중순, 정치 경력이 전무한 두 남자 루카스 파파데모스(그리스)와 마리오 몬티(이탈리아)가 각각 두 나라의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들은 바로 시장 친화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민주주의를 무너트린 건 정부간 협력주의에 대한 독일 측의 끈질긴 고집과 거대한 재정적 통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결합된 결과였다. 베를린의 메르켈 총리 주변에서는 어느 누구도 시장의 강압적인 위력에 대해 비통해하지 않았다.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미국보다 정권교체를 더 잘해낸다"는 자랑 섞인 이야기가 나돌았다.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영국의 파운드화응 일일 기준으로 역사상 최대의 폭락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선 2조 달러 규모의 주가가 증발하고 말았다. 혼란이 있었지만 일시적이었다.  그랬다. 영국의 국내 경제는 어떤 파국도 경험하지 않았다. 브렉시트의 찬성파는 자유와 주권, 그리고 지배구조의 변화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후 영국은 누가 지배할까?

 

영국 국민 대부분은 유럽연합 잔류를 찬성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잔류파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찬성파조차도 자신들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몇 주의 혼란을 거쳐 테리사 메이가 새로운 수상으로 등장했다. 영국 대기업들과 시티는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각종 유로화 파생상품을 포함, 유로화 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시티는 브랙렉시트 이후에서도 글로벌 금융과 유로존 사이를 이어주는 중심축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시티는 런던에서의 금융 시업은 유로존에서의 사업과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기존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으로 다해 정부에 로비활동을 펼쳤다.

 

시티에서 의뢰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만일 기존 합의를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면 유로존과의 각종 사업이 무너지면서 영국은 320억~380억 파운드가량의 세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일자리도 6만 5000~7만 5000개가 사라져 역시 연간 1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소득세 수입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잔류파들이 국민투표 실시 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제시했을 때는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투표가 끝난 지금은 어떨까? 

 

 

위기에 빠진 경제대국 미국

금융위기로부터 6년, 활동적이고 헌신적인, 그리고 "강력한" 대통령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열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후한 평가와 감탄은 냉혹한 적대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로 이런 태도의 변화가 보수우파와의 접점을 만들어주었다. 선정적인 3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터무니없는 소문과 음모론을 통해 트럼프는 보수우파와 같은 길을 걷는다.

 

2014년,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장벽"을 세우자는 계획을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자신의 전매특허로 만들었다.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 등 미국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절망적인 진단은 마침내 우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의 구호는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의 미국이 위기에 빠졌다!" 현재까지에도 트럼프의 선동적인 포퓰리즘 정치는 계속 진행형이다. 최근엔 미중 무역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북한과의 관계개선도 은밀하게 밀약 중이다. 단지 염려스러운 것은 지나치게 자국 이익주의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역할은 뒷전이다.

 

 

 

 

스스로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고 국내의 질서는 물론이고, 국제질서가 어느날 갑자기 흔들릴 수 있는 작금의 상황을 염려하면서 "스스로 갈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얻었으면 한다"라고 자신의 작은 바람을 내비친다. 외환보유고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무역수지도 흑자 중임에도 미국발 리먼쇼크에 의한 금융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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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의 지각변동 - 미래가 보내온 7가지 시그널! 무너질 것인가, 기회를 만들 것인가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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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현자나 전문가라도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경제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끝없이 발산해 나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 위기도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처럼 진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만으로 대응했다가는 커다란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지금 주어진 경제 조건과 상황이 불변이라고 가정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정확한 시그널을 안내하고자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2020년, 정말 경제위기가 도래할까?

 

책의 저자 박종훈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냈다. 한국은행에 입행했다가 1998년 KBS 경제부에 입사하여 대표적인 경제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2018~2019년 KBS1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를 통해 보다 쉽고 재미있는 경제 지식을 전달했으며, 지금은 KBS 보도본부에서 경제부장을 맡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 <빚 권하는 사회에서 부자되는 법> 등이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설립과 함께 긴박하게 진행됐던 외환위기 극복 과정과 9.11테러를 뉴욕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경제 이슈들을 담당해왔다.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제/금융 관련 탐사보도와 기획보도를 통해 2007년 제34회 한국방송대상 '올해의 보도기자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기자협회 등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2020년에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인지 분석하면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가짜 시그널과 진짜 시그널을 가려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즉 '금리, 부채, 버블, 환율, 중국, 인구, 쏠림' 등 7가지 경제 시그널을 소개하면서 이들 신호에서 어떤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각각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곧 닥쳐올지도 모를 대규모 경제 위기 속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알려준다. 

 

 

 

 

왜 경제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위기 시그널을 보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후 10년 이상 경과했다. 그 사이에 지구촌 여러 나라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초저금리를 유지했기에 글로벌 경기는 되살아났다. 보통 사람들은 편하게 되면 배고팠던 시절의 아프고 슬픈 기억을 쉽게 잊어버린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런데, 단순히 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곧 닥쳐올 경기 둔화나 위기에 둔감해진다는 게 문제다.  

 

지난 10년간 편하게 호황을 누렸다고는 하나 역대의 그것에 비하면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글로벌 부동산 가격과 미국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자산 가격만은 그 어떤 호황 때에 못지않게 팽창했다. 이처럼 성장은 주춤하면서 자산 가격만 치솟아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자산의 버블현상임에 틀림없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들, 세계적인 투자자들, 그리고 투자은행들이 이제 곧 미국 경제의 호황이 끝날 것이라는 경고에 점점 동참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까지 겪을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내놓으면서 2020년을 '위기의 해'로 지목하고 있다.(21쪽)

 

 

 

 

가짜 시그널을 판별하는 원칙

 

탐욕에서 벗어나라~ 방향이 잘못된 탐욕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

최악의 순간에도 공포에 사로잡히지 마라~ 공포에 굴복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

항상 플랜B를 준비하라~ 이 세상에 완벽한 예측이란 없다

 

 

금리 시그널: 멈추는 순간을 주목하라

 

미국 연준은 1994년, 1999년, 2004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햇다. 이때마다 경제가 불안해졌다. 1994년, 물가를 잡겠다고 미국은 연 3%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개도국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진 미국으로 다시 회귀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멕시코의 외환위기를 촉발시켰다. 이후 2년만에 태국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외환위기로 번졌으며, 한국도 IMF 외환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1999년에도 마찬가지로 미국은 물가를 이유로 연리 4.75%의 기준금리를 6.5%로 인상했다. 이는 글로벌 IT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밀레니엄 버블 붕괴'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년만에 35% 폭락했고, 나스닥지수는 4,300대에서 1,100대로 무려 4분의 1토막으로 급락했다.

 

이어서 2004년 집값이 유례없이 폭등하는 과열 현상에 대응하고자 미국은 17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2004년 초 연리 1.0%였던 기준금리가 2006년 7월엔 연리 5.25%까지 폭등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멈추었음에도 2007년부터 미국 부동산의 가격은 하락세로 돌변, 가계 부채가 급증하는 현상에 이어 대규모 금융 부실 사태로 번졌다. 소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되었다.

 

이와같은 과거의 흐름을 교훈삼아 이에 적합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다. 향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시그널은 바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시점이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언론과 증권가는 이제 금리 인상 걱정을 덜었다며 주가 상승을 점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95년과 2006년에는 금리 인상 중단 이후 주가가 1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오히려 불이 꺼지기 직전 타오르는 마지막 불꽃과 같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은 결코 긍정적인 시그널로만 볼 수는 없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었다는 것은 미국 경기의 활황이 끝나고 경기 둔화의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68-69쪽)

 

미국은 자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면서 2018년 네 차례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니 자국 및 글로벌 경기의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2019년에 들어 금리를 동결했다. 최근에는 금리를 재차 인하할 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들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것은 자국의 경기 호황은 이미 끝났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젠 안을 들여다 보자. 한국 경제의 현주소는 한 마디로 최악이다. 글로벌 경기의 위축은 한국 경제를 독감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환율 시그널: 돈의 흐름을 한 발 먼저 읽는다

 

이미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실제로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다. 일단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 워낙 속도가 빨라 제대로 대응할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환율 급변이 시작되기 전에 한발 먼저 환율의 시그널을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경제의 기초체력에 걸맞지 않게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가가 환율을 통제하려고 무리한 시도를 하다가 통화 가치가 급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중국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대체로 환율은 그 나라의 외환 정책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원화의 미래를 살펴봐야 할 점

 

반도체 호황으로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 원화가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위안화 영향을 크게 받아 원화 가치도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대체투자처인 한국증시는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해외투자자 자금의 이탈로 영향을 받는다

 

 

쏠림 시그널: 한국 사회, 쏠림이 지나치면 반드시 터진다

 

이미 성장률이 정체되고 더 이상 돈을 벌 곳이 사라진 경제 환경에서 부동산 가격만 오르는 것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시적인 '쏠림' 현상에 불과하다. 경제 성장을 동반하지 않은 부동산 가격 폭등은 마치 촛불이 꺼지기 직전에 잠깐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소득 증가와 경제 성장을 동반하지 않은 과도한 부동산 가격 급등은 '쏠림' 현상의 시그널로 보고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위험을 알리는 '쏠림'

 

수출 경쟁력의 약화로 수출이 계속 감소함으로써 수출에만 매달렸던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

반도체 쏠림, 반도체의 호황이 계속 지속되지 않을 경우

건설 경기 부양

자영업 비중이 매우 높다

기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

 

 

주식투자,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고령화의 충격이 찾아온 국가라도 경제구조가 고령화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다시 반등을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줄어든 시기를 전후해 주가가 폭락했지만 다시 반등해 최저점 대비 주가는 10년 만에 3배 정도 상승했고, 이탈리아는 폭락 이후 5년여 만에 최저점 대비 2배 상승했다. 따라서 고령화의 충격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투자를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다른 전략은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이웃인 일본도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아졌었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 엔화의 가치는 늘 올랐다. 그 이유는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 엔화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이미 저출산, 고령화가 시작되어 성장동력이 약화되었지만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매력적이다.

 

미국이 매력적인 이유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이민자로 인해 그 속도가 매우 완만하다

기술을 선도하면서 세계 표준을 장악하고 있다

기축통화 지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화만 보유하면 이는 분산투자가 아니다 

자산을 주식과 부동산, 현금으로 분산한다고 해도 따지고 보면 다 원화로 표시된 자산이기 때문에 원화 가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분산 투자의 효과는 떨어진다. 따라서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현금 비중을 늘릴 때는 다른 나라 통화도 분산 대상으로 고려한다.

 

현금을 분산할 때 고려해볼 수 있는 통화는 달러화와 엔화다. 물론 유로화도 분산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유로화는 엔화와 상관관계가 높은 편인데다 유로화의 특성상 유로존의 복잡한 정치 상황에 좌우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자도 없기 때문에 굳이 유로화까지 분산 투자 대상에 넣을 필요는 없다. 현금은 아니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는 잠시 금을 편입해두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악의 공포는 또 다른 투자의 기회

 

저자는 2020년엔 다음 3가지를 명심할 것을 주문한다.  첫째, 내일은 결코 오늘과 같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고 새로운 경제 시그널을 면밀히 살피면서 미래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다. 둘째, 세계를 깊고 넓게 바라보며 투자 및 사업 전략을 짤 것을 주문한다. 셋째, 최악의 공포 순간을 최고의 투자 기회로 삼아 역전의 발판을 잡으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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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고서야 -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란, 골똘히 생각해보면 특정한 어느 한 명에게 강력히 가닿는 콘텐츠다. '30대 영업사원을 위한 비즈니스 서적'처럼 대충 뭉뚱그려 잔재주를 부리는 마케팅으로는 책을 팔 수 없다. 어느 한 명의 영업사원이 점심으로 무엇을 먹는지, 닭튀김 정식인지, 편의점 도시락인지 철저하게 상상하지 않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책을 만들 수 없다. 극단적일 정도로 어느 한 개인을 위해 만든 것이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매일 무엇을 느끼는지 냄새 맡는 후각은 앞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힘과 더불어 온갖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미쳐야만 성공한다

 

책의 저자 미노와 고스케는 198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졸업 후, 2010년 후타바샤 출판사에 입사해 패션 잡지의 광고영업부에서 제휴와 상품 개발 등을 담당했다. 광고영업부에 적을 둔 채로 잡지 <네오힐즈 재팬>을 창간해 아마존 재팬 종합 순위 1위를 달성했다. 2014년 편집부로 이동해 <전설이 파는 법>(겐조 도루), <역전의 업무론>(호리에 다카후미)을 편집했다.

 

이후 겐토샤로 이직해 2017년 'NEWSPICKS BOOK'을 설립하여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동력>(호리에 다카후미), <MONEY 2.0>(사토 가쓰아키), <일본 재흥 전략>(오치아이 요이치),  <인생의 승산>(마에다 유지) 등을 편집했으며 창간 1년 만에 100만 부를 팔아치워 '일본을 대표하는 천재 편집자'로 불리게 됐다. 현재 1,3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일본 최대급의 온라인 살롱 '미노와 편집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존 편집자의 틀을 뛰어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편집하고 있다.

 

지금 세상은 하루가 다를 정도로 급변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생겨나고 이에 발맞춰 사람들의 행동도 바뀜으로써 사회 또한 함께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바는 바로 이와같은 이노베이션 현상이 점점 더 많이 그리고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변화가 심해진다면 미래 자체를 예측하기가 힘들어 진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시대엔 정답이 없으므로 뭐든 부딪혀 보라고 주문한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혼돈 속에 뛰어들어라)은 '생각하는 법'을, 제2장(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어라)에선 '장사하는 법'을, 제3장(이름을 팔아라)에선 '개인을 세우는 법'을, 제4장(손을 움직여라)에선 '일하는 법'을, 제5장(유착하라)에선 '인간관계를 만드는 법'을, 마지막으로 제6장(편애와 열광으로 승부하라)에선 '살아가는 법'을 우리들에게 각각 제안한다.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미쳐야 산다'라는 주제어는 과거 선현들의 가르침 속에도 있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쳐야만 비로소 미친다'고 했다.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미친듯이 깊이 빠져들어 최고의 장인이 되어야 비로소 그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그런 의미이다. 아마도 선현들이 살았던 그 시대에도 변화의 속도는 나름 빠르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잡지를 론칭하다

 

인터넷 비즈니스로 큰 돈을 벌어 고급 타워 맨션에 살며 고급 차와 명품 브랜드로 치장하는 신흥 부유층을 일본에선 '네오힐즈족'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판정받고 검찰에 구속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을 떠올린다. 책에서 거론하는 요자와 츠바사와 청담동 슈퍼리치 이희진은 마치 평행이론처럼 닮아있기 때문이다.

 

"3천만 엔을 주시면 재미있는 잡지를 창간해 책임편집장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요자와의 존재를 알게 된 일본의 천재 편집자인 저자는 마치 먹잇감을 만난 맹수로 돌변, 만남의 자리를 갖고서 상대에게 이런 제의를 하고 즉석에서 승낙을 받는다. 롯폰기 힐즈에 살면서 롤스로이스 팬텀과 페라리를 번갈아 타고 다닐 정도로 TV에 방영되었으니 이 정도의 투자는 가능하다고 저자는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요자와는 이미 '사기꾼, 범죄자'라는 정보가 돌고 있었으니 저자의 상사는 그런 위험한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나무란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상사를 설득하여 기어코 잡지의 론칭을 성사시킨다. 그리고 이런 기획에 동참할 전문가와의 협업도 어렵사리 동의를 이끌어낸다. 사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을 것 같다. 뭔가가 틀어지기라고 하면 그는 허풍쟁이로 변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테니 말이다. 도박이란 이런 식으로 진행되기에 당사자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 도덕성은 뒷 전이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허락을 구해가며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은 없다. 안전, 안심을 파괴하라"

- 톰 피터스/경영 컨설턴트

 

아무튼 <네오힐즈 재팬>은 완성되어 발매를 앞두게 된다. '호사다마'라고 발매 당일 요자와의 검찰 송치 소식이 속보로 흘러나왔다. 전속 운전사를 폭행한 혐의였다. 책임편집장을 맡은 잡지가 창간일에 폐간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연속해서 인터넷에 등장하고, 텔레비전에서도 보도 기사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때 저자는 이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승화시켜 끝까지 추진한다. 결과는 대만족, 3만부가 완판되었다. 이후 그는 편집부로 이동, 출판계의 풍운아인 겐토샤의 사장 겐조 도루를 다루는 단행본 <전설이 파는 법>을 추진하게 된다.

    

주변에서는 "단행본을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겐조 씨의 책을 만드는 건 너무 위험하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출판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라고들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처음부터 실패할 거라 생각하고 싸우는 바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결과적으로 겐조 도루와 함께한 나의 첫 단행본은 누계 12만 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 '안심을 파괴하라' 중에서

 



'왕은 벌거벗은 원숭이'라고 떠들어라

 

규칙이나 관습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 시절의 실정을 고려하기에. 하지만 소위 '꼰대'들은 마냥 옛 관습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보수保守'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 말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흑백논리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상사들은 자신들이 걸어왔던 길을 걸으면 편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 반면, 젊은 사람들의 눈에는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이에 저자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원으로서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이 모시는 상사나 거래 기여도가 큰 거래처로부터 무의미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말하자면 '갑질'이다. 그런데, 이를 계속 수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게 규칙이자 관습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해법을 들어보자.

 

"하지만 자신에게 세 번 거짓말하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다"



회사원은 노예가 아니다

 

사기업이 취업 규칙으로 부업을 금지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다. 당연히 법률은 부업 금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생각을 해보자. 회사는 사원의 인생을 통째로 책임져주지 않을 뿐더러, 갑자기 연봉이 크게 깎이거나 권고사직 또는 명예퇴직을 당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생계를 맡긴 회사가 내일 망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원을 노예처럼 여기는 회사라면 버려야 한다. 근무시간 외에 개인적인 시간까지 속박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남용인 셈이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규직 사원으로 뽑힌다는 생각은 연공서열과 종신 고용이 가능하던 시절의 케케묵은 발상이다. 아예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양길인 출판 업계에서 아저씨들의 등만 바라보며 순서를 기다리다간 회사와 함께 침몰해버릴 뿐이다. 시대감각이 무딘 사람은 애초에 편집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완전히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살아갈 인간에게 요구되는 일이다. 

회사의 눈치만 살피는 적당주의자가 되어선 곤란하다. 그렇다고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바도 없으면서 무조건적으로 '반골' 기질을 발휘해 회사일에 태클을 걸어서도 안된다. 자기 자신이 새로운 현상을 일으키는 인간이 되려면 그에 합당한 결과를 남기는 동시에 스스로 전설을 만들어야 한다. 노력의 결과로 구축한 '브랜드'에 비로소 사람도, 돈도 따라온다. '미노와가 편집한 책이라면 믿고 살 수 있어'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인간이 돼라.

자신의 이름을 팔아라"

 

 

팔리지 않는 책을 만들어도 좋다(?) 

이렇게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편집자들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 엄청난 민폐를 끼치면서, 즉 적자를 발생시키면서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면 된다'라는 것은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 유치한 발상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그럴 거면 본인 돈으로 하라. 그런 사람이 만드는 책은 대개 재미도 없다"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이런 부류의 편집자는 남다른 각오가 없기 때문이다. 각오가 야물지 못한 사람의 콘텐츠는 대체로 느슨한 편이다. 이는 비즈니스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다. 즉 비즈니스로 하는 일이 돈을 벌지 못하면 이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한다. 이는 진리이다. 그렇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숫자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이에 대해 편집자로서의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을 통해 의식이 달라진다. 시각이 달라진다. 행동이 달라진다. 이런 체험까지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 따위 없다. 모든 성공도, 실패도 인생을 장식하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미래는 밝다.

바보가 되어 날아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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