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달아실 한국소설 22
주수자 지음 / 달아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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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입술에 붙어 서로의 고개를 끄독이게 하거나 서로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하게끔 하고는 있지만, 대체 나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는 바람? 아니 혀의 움직임이고 목구멍에서 나오는 공기다. 손이 없어도 사물의 형상을 만들 수 있고, 다리가 없어도 먼 곳까지 갈 수 있고, 뼈가 없어도 거대하게 성장하며, 무기가 없어도 인간을 살인 할 수 있다. - '말' 중에서



작가 주수자는 서울대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1976년 한국을 떠나 프랑스와 스위스 등지에서 5년간 지내다가 미국에서 20여 년 살았다. 2001년 작가로 등단, 여러 편의 소설집과 시집 등을 펴냈다.


천태산인天台山人 김태준은 국문학자이고, 학문은 그의 목숨이었다. 그는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소진하며 오백 년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내 호적을 찾아 주었다. 그가 그렇게 목숨을 걸지 않았던들, 먼지투성이 고서들 틈에서 꺼내 준 해례본이 아니었던들 나는 천박한 태생으로 전락했으리라.


“저희 본가에 고서들이 있는데요, 거기에.....”


명륜학원에서 강의하는 날, 김태준은 고전 강의도 일본어로 하려니 참담한 심정이었다. 학교에서도 조선어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이를 위반하면 즉각 견책이나 처벌이 내려졌다. 교사도 학생도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강의를 끝낸 김태준에게 한 제자가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용준이었다. 그는 늘 한복을 입고 다녓고 서예를 잘한다고 알려진 청년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단순한 고서가 아니라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이며 또한 정인지의 글이 끝부분에 있다고 했다. 이에 김태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빠른 시일 안에 한번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해례본일 가능성을 이용준이 느꼈던 것이다. 김태준의 강의 때 앞부분엔 어제御製 서문이, 말미엔 정인지 발문이 있다는 말에 용준은 중간 부분에 예의와 해례가 있으니 집안의 가보인 안동 고서는 분명히 해례본일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한글 모음과 자음에 대한 용례用例가 한문으로 적혀 있다고 첨언까지 했다.


떠돌이 광대 이팔삼은 봉두난발인 채로 달구지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그는 돌집이나 잔칫집이나 상갓집이나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러 주며 먹고살았다. 목구멍 하나는 일품이고 키도 장대처럼 크고 사람 좋기로 이름난 자였다. 얼마 후 도착한 곳은 기왓집인데 궁궐 같기도 대감댁 같기도 했다.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 명령에 따라 이미 죽은 팔삼의 목을 잘라 목 안쪽을 꼼꼼히 살피며 때대로 종이에 적힌 그림과 비교하곤 했다.


“천지자연에 소리가 있으니, 거기에 상응하는 문자가 있다고 하오. 그러므로 오음伍音은 이러하다오.”


“어금닛소리는 어금니를 꾹 깨물 때의 느낌처럼 착잡하고 길어서 소리가 야무지고 실하오. 물 위에서 자라는 나무요, 겨울 다음에 오는 봄이요, 봄을 부르는 동백이요, 음악으로는 각음角音이라오.”


“혓소리의 혀는 예민하게 움직이는 기관으로 구르고 날림이 특징이니 불과 같고, 계절로는 여름이고, 방위로는 남쪽이며, 음악으로는 치음徵音이오.”


“잇소리가 나오는 이는 단단하면서 부러지기 쉬운 기관이라 부스러지고 걸림의 소리 성질을 가졌으니, 마치 쇠와 같소이다. 풍성한 결실이되 떨어지기 쉬운 가을과 같으므로, 방위는 서쪽이고, 음악으로는 상음商音이오.”


“입술은 모난 것이 나란히 합해지니, 넓고 큼을 머금을 수 있는 소리의 성질이 마치 흙과 같소. 한결 결실로 나아가는 늦여름이요, 모든 방향을 함축하는 중앙이요, 음악으로는 궁음宮音이오.”


밤을 지세우고 닌 학사들은 저마다 귀한 자료가 담긴 두루마리를 품에 안고 집현전을 나섰다. 이른 새벽, 바깥으로 첫발을 내미는 사내들의 머리 위로 찬란한 금빛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나(훈민정음)에겐 어떤 힘이 깃들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고 다시 허공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마법이 숨겨져 있었다. 세상을 빚어낼 수도, 살아 있는 존재를 창조해 낼 수도 있었다. 또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을 담기게 하여 인간을 붙잡아 맬 수도 있었고, 덧없이 흘러가는 것들을 이곳으로 데려올 수도 있었다. 아, 나는 공기와 같고 대지와 같아, 누구나 나에게서 빛과 같은 생명을 얻을 수 있으리라.


1940년 여름 김태준은 안동에 도착했다. 밤은 깊고 무더웠다. 밤이 깊어져서야 그는 용준이 가져온 고서를 살펴볼 수 잇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격이 솟구쳤다. 제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용준의 손도 함께 불처럼 뜨거웠다.


고서는 누렇게 바래져 있고 가장자리엔 손상이 있었지만 중간 부분은 온전했다. 앞엔 어제 서문이, 정인지 서문은 마지막 부분에, 그리고 중간 부분엔 예의와 해례가 있고, 한문으로 쓰여 있었다.


표지와 앞의 두 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전권 33장으로 목판본이었고, 예의 부분은 쪽마다 7행에 매 행 11자, 해례 부분은 8행에 매 행 13자, 정인지 서문은 매 행 12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끄트머리엔 정통 11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실록에 언급된 해례본임이 틀림없었다!


한글 말살을 획책하는 일제가 그토록 찾는 해례본, 오백 년 세월의 무게로 종이는 낡고 낡아 곧 떨어져 나갈 듯이 하늘거렸다. 김태준이 조심스레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북벌에 성공한 용준의 선대에게 세종께서 직접 하사했다는 안동 고서는 후손들에게 의해 고이 간직되어 온 것이다. 연산군 때 선조들이 겉장을 없애 버린 듯하다는 맑과 함께 용준은 뛰어난 필체로 결장된 첫 두장에 대한 보사 작업에 들어갔다. 하루 내내 구슬 땀을 흘리며 한지를 쇠죽솥에 삶아서 목판본과 외관이 같아 보이도록 했다. 본시 해례본은 안평대군의 필체이지만 용준도 서예로 선전에서 입선했을 정도의 수준급 서예가로 안평대군체 고수였다. 김태준은 경성으로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소문난 광대 시신屍身의 목을 잘라 그 구조를 들여다보고 자음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자들, ‘암클’이라 천대받던 언문과 언문 투서 사건, 조선 최초의 성경을 언문으로 번역한 벽안의 선교사와 그를 따라 언문 번역에 힘썼던 한 여인의 이야기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주수자 #달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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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택배
김현지 지음 / 고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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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타인이지만 반드시 나와는 무언가로 연결되기 마련인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이웃들과 오해와 이해, 불신과 믿음, 멸시와 연민, 희생과 인내, 거부와 수용, 상처와 화해 등을 주고받으며 세월을 걷는 일 말이다. 그러니 인간은, 그런 일들에 휩쓸려 요동쳤다 잔잔해졌다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김현지 작가는 작년(2023년) 겨울 어느 날 달리던 차 안에서 처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은 엄마와 딸, 연인, 상사와 직원 등 다양한 관계의 꼴을 통해 삶의 장면 속 미묘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조명한다.


도서의 제목이기도 한 단편 ‘엄마의 택배’에 대한 감상평으로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모든 자식들은 엄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특히, 딸은 아들에 비해 훨씬 더 섬세한 감정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싶다.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딸은 사남매 형제중 서열 3위에 해당하는데, 그녀 또한 그러하다고 보여진다.


소설의 이야기는 강원도 모처에 살고 있는 엄마가 딸에게 보낸 택배 소식으로 시작된다. 과거엔 손수 손에 든 보따리나 등짐에 전달할 물건을 지고 자식들에게 향하는 부모의 모습들이 많이 목격되었다. 산업화의 시작과 함께 시골의 자식들은 서울로 상경해 일터에서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대화된 지금의 삶은 이를 업으로 삼는 업자들이 있어서 집에서 편하게 전달된 물건을 받기만 하면 된다.


택배 박스는 혼자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닐 정도로 여러 물건들이 담겨 있었다. 박스를 열자 비린내가 코를 엄습한다. 아마도 오징어란 생각을 갖고서 해체 일을 이어간다. 제일 위엔 뭉그러진 바나나 송이였다. 3시간 이상 걸려 도착할 택배 상자에 바나나라니.


이는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사랑의 한 줌이 분명하다. 뭐든 하나라도 더 주려는 게 엄마의 심정일테니 말이다. 바나나를 걷어내자 예상과 달리 가래떡이 나왔다.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 지퍼팩 3개엔 어묵이 구깃구깃 담겨 있다. 마침내 오징어가 보인다. 위생백에 담겨 지금은 녹는 중인지 봉지 표면이 축축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제각각 형태의 내용물 틈 사이사이로 사과와 오렌지 몇 알이 채워져 있었다. 소위 완충재로 사용된 듯하다. 택배를 보냈는데 잘 도착했느냐고 물어온 전화엔 오징어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어제 오후 전화엔 가래떡과 어묵을 보낸다는 연락이었는데 보내는 김에 이것저것 다 담은게 분명해 보였다.


비린 걸 유독 싫어하는 딸에게 오징어가 반가울 리 없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청소기를 돌릴 때 현관 앞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오징어가 상할까 봐 걱정 하는 엄마에게 택배를 잘 받았다고 메시지부터 보냈다. 아무튼 엄마의 택배를 받는 자식은 오직 이 딸뿐이다.


첫째 딸은 호주로 발령난 남편따라 외국에서 살고 있고, 둘째 아들은 의대를 나와 현재 지방 소도시에 개업한 내과의이며, 막내딸은 부잣집 외동아들과 결혼해 비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엄마가 보기엔 소설의 주인공인 셋째 딸에겐 뭐라도 보태줘야 한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택배 박스에서 꺼낸 모든 내용물을 주방 조리대 위에서 검수했다. 싱크대에 놓인 사과와 오렌지는 비린내가 여전한 듯했다. 아무튼 엄마가 보낸 정성을 감안해 표면을 박박 문질러 씻었다. 사과가 여섯 알, 오렌지가 다섯 알이었다.


다음엔 가래떡을 도마 위에 올렸다. 살얼음이 끼어 있는 떡에선 쾨쾨한 냉동실 냄새가 났다. 엄마집 냉장고에 있던 가래떡을 보낸 게 분명해 보인다. 배송 도중 반쯤 녹은 상태라 칼로 쉽게 자를 수 있었다. 냉동 보관통에 옮겨 담던 중 흰 가래떡에 붙어 있는 곰팡이를 발견했다. 아마도 엄마는 이를 모른 채 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났다. 살고 있는 형편을 떠올리며 자격지심이 발동한 것이다. 생각 같아선 택배 째로 내다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비굴한 마음이 올라왔다. 어묵 상태는 그래도 괜찮지 않은가? 과일은 깎아 먹으면 되지? 이걸 돈으로 사라면 알마인데? 등등.


갑자기 어릴 적 엄마가 먹던 개미밥이 생각났다. 냉장고가 없던 그 시절, 남은 밥을 부엌 한켠에 둔 허술한 보관 탓에 밥알 사이에 개미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엄마는 이 밥이 아까워 절대 버리지 못하고 저녁상에서 삼키고 있었다.


곰팡이가 난 부분을 도려내곤 아무 일도 없는 듯 가래떡을 냉동 보관통에 옮겨 담았다. 꽉 채운 통을 냉동실에 넣었다. 그리고 아이들 먹일 간식용 가래떡을 새로 주문하기로 맘 먹었다. 어릴 적 보았던 엄마의 개미밥처럼 딸은 곰팡이가 생긴 가래떡을 도저히 버릴 수기 없었다.


주인공인 딸은 첫 신혼살림을 30년 된 15평짜리 낡은 아파트에 차렸었다. 집주인은 월세 벌이를 목적으로 세입자들만 살았는데 30년째 리모델링 한번 없었다. 화장실과 주방 타일 사이사이 곰팡이가 끼어 있었고 베란다 새시도 부실해서 바람이 심한 날은 덜컹거렸다. 이 집을 방문했던 엄마는 기가 막혔을 것이다. 이후 딸은 내 집 갖는 게 삶의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이후 지방 작은 도시 변두리에 25평짜리 자가를 구입하곤 제일 먼저 엄마에게 이를 알렸던 것이다.


칭찬 받으려고 연락했는데, 엄마의 반응은 의외였다. 집 사는 게 그렇게 우습니? 네 식구가 어떻게 살아? 얼마 짜리 집이냐? 대출은 얼마를 받았냐? 등의 질문이 이어지며 끝내 좋아하는 말 한 번을 해주지 않았다.


“가난이란, 형편이 좋아진다고 해서 옷을 갈아입듯 쉬이 그 태를 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엄마가 매번 보내오는 택배만 봐도 알고 남음이라고 생각할 때, 그녀의 입술은 냉소로 뒤틀렸다.”


어느 날, 딸은 엄마가 대신 납부해주던 자신의 보험료를 이젠 정리하기로 맘 먹고 엄마에게 이젠 내지 말라고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내주고 있는 내 보험 있잖아. 그 보험료 앞으론 내 통장에서 나가게 자동 이체 바꾸려고”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듣고 있냐고 다그치자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울먹이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것마저 가져가려고 그러니? 다 떠나고 그거 남았는데. 그것마저 가져가려고?”


이 딸을 제외한 세 자녀는 줄 수 없는 것을 그녀만은 엄마에게 줄 수 있다. 그녀를 통해 엄마는 자신의 쓸모를 재차 확인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또 남을 동정해 보는 사치도 누려볼 것이다. 엄마도 일생에 단 한 번은 그런 여유와 사치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오징어를 손질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양파를 채 썰고, 당근과 콩나물까지 넣어서 매콤한 양념으로 볶아 한쪽에 담고 접시 다른 면엔 잘 삶아진 소면을 똬리 틀어 올렸다. 참기름과 통깨로 화룡점정한 후 요리를 저녁상 한가운데 놓고선 사진을 찍었다. 입을 쫘악 벌이는 남편에게 지나가는 말로 엄마가 보낸 준 거라고 말했다.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고 메시지를 적었다.


“보내준 오징어가 싱싱해 보여서 바로 요리해 먹었어요. 정말 맛있더라고. 엄마 덕분에 정말 잘 먹었어. 고마워.”


하얀 거짓말.

부모와 자식 간엔 흔한 말이다.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헤아리기에 아파도 안 아픈 척, 고파도 배부른 척, 슬퍼도 웃는 척, 없어도 있는 척, 행복한 척... 딸의 저녁은 이렇게 익어 간다.


삶은 관계의 연속


이밖에도 작가의 단편소설은 인연, 이차장, 운동화, 계란말이, 나의 글·나의 소명이란 제목으로 이어진다. 앞서 살펴본 엄마와 딸의 관계 뿐만 아니라 연인관계, 상사와 직원 관계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삶을 조명하게 된다.


#소설 #단편소설 #김현지 #엄마의택배 #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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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노동 - 산업혁명부터 데이팅 앱까지, 데이트의 사회문화사 Philos Feminism 11
모이라 와이글 지음, 김현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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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남성들을 만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산업혁명으로 인해 직장이 생겨 자유연애를 즐길 수 있었다는 문화사가 너무도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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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아파트 투자지도 - 서울보다 수익성 좋은 지방 아파트 투자 시크릿
주슨생(주용한)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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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대도시의 경우 신축 입주물량이 감소하면 전세가가 상승하고 매매가가 자극을 받아 뒤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다. 지역별로 입주물량이 집중되는 시기는 매우 제한적이며, 단기간에 미분양이 대거 늘어나도 입주물량은 결국 언젠가는 소진되기 때문에 발 빠른 투자자는 이미 2023년 초부터 매수에 들어갔을 것이다. 시장의 분위기가 어두울 때 진입하면 높은 기대수익률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주슨생은 국내 10대 기업에서 만 11년 재직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본부 최연소 팀장을 역임했다. 경영 악화로 급여 삭감과 선배(베이비부머 세대)의 조기퇴직을 경험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를 제2의 삶으로 선택했다. 2018년 연말부터 현재까지 투자 경험과 노하우를 유튜브 채널(재테크 읽는 주슨생)에 올리고 있다.


책은 서울만 정답인 것은 아니다(1부), 지역별 입지분석 및 투자 포인트(2부), 지방 아파트 투자 길라잡이(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정책과 시장의 동상이몽同床異夢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습니다.”


이는 임기가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경제부처 각료들에게 한 말이다. 취임 후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619대책을 서둘러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정부의 정책을 비웃듯 폭등을 거듭했다. 당시 강남4구, 마포 등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값은 3개월 만에 2~3억 원은 우습게 올랐고, 매물이 나오는 족족 소진되고 있다는 뉴스가 언론을 도배했다. 이후 수차례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백해무익이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측이 어긋나는 데가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그래도 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은 매매가가 크기 때문에 부채의 총량이 크다. 부채의 총량이 크다는 것은 곧 거시경제 변수에 취약하고 정부 정책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비싸고 진입이 어렵다면 절대적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입주물량에 따른 수급 개선 민감도가 큰 지방 부동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지방 부동산 시장에 초점을 두고 부동산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과 지방은 사이클이 다르다


“서울이 오르고 나면 지방도 따라 오른다.”

“아니다. 지방 부동산이 서울 부동산 턱밑까지 추격하면 서울이 비로소 상승한다.”


사실 이런 논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두 주장 모두 서울과 지방은 사이클이 다르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 그 영향으로 서울 부동산은 하락했고 심지어 강남불패 신화도 깨진 적이 있다. 서울 집값이 하락했지만 지방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서울이 하락하면 지방도 하락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가장 많이 하락한 대구광역시


대구광역시는 미분양 누적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아파트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으로 만들고 말았다. 대구는 2009~2015년 6년간 상승하고 2017~2021년 4년간 상승했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던 곳이다.


(사진, 대구 입주물량)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입주물량(23,278)과 2025년 입주물량(13,120)인 바 합쳐서 3만 6천 호 이상의 물량이므로 연간 적정공급물량(15,000)을 훨씬 웃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택 과공급으로 인해 주택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에도 대표적인 2개의 뉴타운이 있다. 신암뉴타운과 평리뉴타운인데, 대구에서 장기간 거주한 사람은 다 알 만한 비선호 주거지역이었다. 그러다가 서울의 왕십리 뉴타운처럼 교통과 접목된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신암뉴타운은 KTX 정거장인 동대구역과 지하철 1호선, 파티마병원, 경북대학교, 신세계백화점 등 인프라를 고루 갖춘 곳이다. 비록 1군 건설사 브랜드는 아직은 들어서고 있지 않지만 대구에서 선호도가 높은 화성파크드림 브랜드가 주요 입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향후 신암뉴타운은 부산 해운대구센텀시티처럼 위상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전의 인구와 주택 노후도


대전의 인구는 144만 명으로 5대 광역시 중 부산(328만)과 대구(237만)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인근 신도시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로 2013년(153만)이후 10여 년간 인구가 6% 정도 감소했다.


(사진, 지역별 소득과 경제활동 현황)


대전의 주요 특징으론 개인소득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고, 특히 맞벌이 비율 4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를 통해 대전에 안정된 일자리와 근로활동가능인구가 많음을 추론할 수 있다.


대전의 주택보급률을 보면 97.2%로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상황이다. 대구, 부산, 울산은 신도시, 정비사업 등을 통해 신축이 꾸준히 공급되었던 반면 대전은 입주물량이 적정선에서 유지되면서 도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향후 노후도시특별법에 따른 대전의 변화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광주광역시 2호선 개통 수혜지


광주 지하철 2호선은 순환노선이다. 1단계, 2단계, 3단계로 진행되며 1단계는 2026년 말, 2단계는 2029년 말 완공 예정이다. 다만 3단계는 여러 이유로 인해 추진 여부는 미정이다.


1단계~광주시청 -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 등

2단계~광주역-전남대-수완지구-광주시청 등

3단계~백운광장-효천역 등


광주 2호선 개통 시 지역 전반의 거주 가치는 당연히 상향될 것이다. 전보다 살기 좋아진다는 뜻이다. 다만 지하철 호재만 전적으로 믿고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부동산 투자는 사이클이 중요하기 때문에 때로는 상품보다 진입 시기가 더 중요하다. 광주 지하철의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투자의 3요소


실행력~평상시 철저한 준비로 기회 포착시 즉시 매수

유연한 사고~상품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유연하게 선택

투자~부동산 매매는 투자


#재테크 #부동산투자 #지방아파트투자지도 #주슨생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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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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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이 업무인 제 직업상, 영화를 볼 때 직업병이 발동합니다. 영화 속에 특정환 질환을 앓는 환자나 질병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그 부분에 집중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이나 상황을 보고 의학 지식과 엮어서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합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유수연은 현재 대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동산병원 신경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영화 덕후’이다. 의학 지식이 없으면 그냥 지나쳤을 영화 속 장면들을 의사의 눈으로 이를 분석하면서 감상했다.


직업병이 발동한 저자의 영화 감상은 우리들에게 더욱 풍부한 재미를 선물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21편의 영화 속 의학 이야기를 펼쳐 낸다.


1장~곤지암,헤어질 결심,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듄,기생충

2장~올드보이,그대들은어떻게살것인가,300,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새벽의저주,진격의거인

3장~스틸앨리스,킹덤오브헤븐,사랑의기적,빨강머리앤,매드맥스

4장~탑건매버릭,토르,엘리시움,아이언맨,벤자민버튼의시간


영화 ‘곤지암’ 속의 병원


공포영화의 주요한 요소는 ‘공포 분위기’ 조성일 것이다. TV에서 여름이면 방영되었던 납량물엔 어김없이 공동묘지가 등장했던 것처럼, 영화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낮이면 멀쩡한 그런 곳이 캄캄한 밤이면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바로 병원이다.


국내 흥행작 <곤지암>(2018년)의 배경은 영업을 그만 둔 ‘정신병원’이다. 실제로 곤지암에 위치했던 남양정신병원을 모티프로 했다고 한다. 물론 이 병원은 정상적으로 폐업했으며 건물도 철거되었다고 한다.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섬뜩한 괴담으로 둘러싸인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 체험을 떠난 7명의 멤버들. 원장실, 집단치료실, 실험실, 열리지 않는 402호. 괴담의 실체를 담아내기 위해 병원 내부를 촬영하기 시작하던 멤버들에게 상상도 못한 기이하고 공포 가득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 영화 ‘시놉시스’


(사진, 곤지암 포스터)


나도 이 영화를 무서움을 많이 타는 딸과 함께 감상하면서 입 안에 침이 바싹 마를 정도로 잔뜩 긴장된 상태였다. “나보다 더 무서워하면 돼”라고 딸이 지적했었다. 일반인과 달리 일터 자체가 익숙한 병원임에도 의사나 간호사들에게도 으스스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 바로 한밤중의 병원 아닐까 싶다.


사실 병원 자체의 이미지가 우리들에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다양한 ‘질병’의 치료 때문에 방문하는 곳이며, 게다가 수많은 환자들이 여기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인 셈이다. 나의 슬픈 추억의 한 장면도 이곳에 머물러 있다. 허리가 불편해 병원에 입원, 함몰된 척추뼈의 시술 후 회복 과정에 있던 아버지가 정밀검사 끝에 말기암으로 판정받아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었던 곳이다. 하지만 병원이 사라질 수 있겠는가. 과학과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밝은 이미지로 점점 바뀌게 되리라.


영화 ‘기생충’과 복숭아 알레르기


워낙 유명세를 탔기에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던 영화 ‘기생충’을 지인들과 함께 감상했다. 상·하류층의 삶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빈부貧富의 격차를 고발하는 영화이다. 운전기사인 기택의 가족은 하류층의 삶을, 기택 가족들을 고용하는 박사장 가족은 상류층의 삶을 보여준다.


단순히 이 영화가 삶의 격차를 보여주기 보다는 영화 제목에도 표현되었듯 기택 가족의 삶은 상류층에 기생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기존의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내몰아내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악행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기택 가족이 기존 가정부 국문광을 내쫓을 때는 ‘복숭아 알레르기’를 악용, 문광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도록 행동힌다. 이러한 행각은 사기꾼임을 넘어 타인의 목숨에 위협을 가하는 일에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정신 상태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희생자가 된 국문광은 이들 가족이 뿌린 복숭아 껍질 가루로 인해 심각한 기침을 하고, 기택의 가족은 핫소스를 이용해 국문광이 마치 ‘활동성 결핵’ 때문에 각혈을 하는 환자로 누명을 뒤집어 씌운다. 그렇다. ‘의학 지식을 나쁜 쪽으로 활용하면 어떠한 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상상임신이 초래한 비극


박찬욱 감독의 작품인 <올드보이>(2003년)는 해외팬들에게 지금까지도 찬사를 받는 영화이다.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의 모티프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이며, 주인공 오대수도 이를 음차했다고 알려진다.


오대수는 이우진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15년 동안 감금된 삶을 살다가 풀려난다. 감금 당시 식사는 오직 군만두였다. 과연 사람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이것만 먹고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질릴테니까 말이다.


그리스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악타이온은 테베의 건국 왕 카드모스의 손자이자 뛰어난 사냥꾼이었다. 어느 날 그는 숲 속을 헤매다가 아르테미스 여신이 님프들과 목욕하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이 일로 인해 그는 아르테미스의 저주를 받게 되어 사슴으로 변하게 되는데. 아이로니하게도 그가 기르던 사냥개들에게 참혹한 죽음을 맞게 된다.


(사진, 악타이온을 죽여버린 아르테미스)


영화 속 주인공 오대수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우진과 그의 누나 간의 비밀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고 이를 떠벌이게 된다. 학생이었던 오대수가 친구에게 별 생각없이 이를 떠벌려 삽시간에 소문으로 퍼지게 된다. 이로 인해 상상임신에 빠진 누나 이수아는 자살하고 만다. 그런데, 오대수가 목격한 것은 이수아의 얼굴뿐이었다.


상상임신이란 임신하지 않은 여성이 스스로 임신했다고 강하게 믿는 일종의 정신병적 증후군이다. 이 증상은 주로 결혼한 가임기 여성(임신을 간절히 바라는)에게 발생하지만, 미혼 여성이나 폐경 후의 여성 등에게도 발생될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영화는 비극으로 종결된다. 고등학교에서 떠돈 소문 때문에 상상임신에 빠진 여학생 이수아는 자살하고, 이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른 동생 이우진은 원인 제공을 한 오대수에게 15년간의 감금이란 형벌을 내리고 오대수는 스스로 혀를 잘라버린다. 이우진 역시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살을 한다.


영화 ‘매드 맥스’ 속의 디멘투스


영화 <매드맥스>는 세상이 핵전쟁으로 추측되는 모종의 사건으로 멸망해버려, 황폐해진 대지 위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군분투 모습을 보여준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는 광활한 사막 풍경, 그 위를 질주하는 바이크와 대형 트럭들을 위시한 다양한 개조 차량, 데스메탈 밴드 멤버들을 연상시킬 만큼 강렬한 스타일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들이 관람객들을 정신 빠지게 만든다.


이 영화의 감독 조지 밀러가 ‘정형외과 의사’ 출신이란 점에 놀랐다. 의사가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2024년에 배급되었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막바지에 퓨리오사에게 심하게 머리를 맞은 뒤 디멘투스에게 전신근간대경련이 일어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의사 출신 감독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영화 퓨리오사 포스터)


영화 속 빌런 디멘투스는 이름에서부터 그 특성이 드러난다. 즉 ‘Dementus’는 없어지거나 저하되는 것을 나타내는 접두사인 ‘De’와 정신을 의미하는 ‘Ment’라는 어근을 더해서 만든 단어인 ‘Demens’ 혹은 ‘Dementis’에서 파생된 단어로 생각되며, 이 단어들은 ‘광기’ ‘정신이상’ 등을 의미한다.


치매를 뜻하는 영단어인 Dementia도 ‘De+Ment+sia(상태를 의미하는 어미)’의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디멘투스의 이름 선정은 이와 같은 라틴어 기반의 의학 용어를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벤저민의 질환은(?)


2009년에 개봉된 영화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선 신비한 육체적 역노화逆老化를 보여준다. 한 노부인의 회상이 시작되면서 이야기의 시계가 거꾸로 달려 도착한 시작점은 부유한 공장주 부인의 출산 순간이다. 기묘한 아기의 출산이다.


손꼽아 기다리던 아기의 상태가 다 죽어가는 노인의 몰골, 퇴행성 질환인 관절염과 백내장까지 있음을 발견한 친모는 충격에 빠져 사망하고 만다. 부인의 사망과 아기의 기괴한 모습에 좌절과 분노에 빠진 친부는 이 아기를 한 양로원 앞에 유기하고 만다. 다행스럽게 양모를 만나 무사하게 성장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몸이 점점 젊어진다.


(사진, 조로증에 걸린 19세 남성과 정상 남성)


이와 같은 벤자민의 인생을 의사의 눈으로 보자면, 살면서 최소한 두 가지 질환으로 오진을 받았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벤자민이 21세기에 태어나 의료진과 만날 기회가 더 자주 있었다면, 어린 시절에는 조로증早老症으로 의심받았을 것이고 나이가 들었을 때는 희귀한 소아 치매 환자로 오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 의학 이야기


책 속엔 총 21편의 영화 속 의학 이야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 감상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영화 선정에서부터 감상하는 포인트까지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의학이란 학문은 전문적인 분야이기에 영화 속에 등장하더라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반면에 이 책은 우리들에게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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