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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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은 <심연>, <수련>, <승화>아 함께 네 권으로 이루어지는 '위대한 개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자신의 '심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고,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수련'을 거친사람은 '정적'을 통해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고요한 울림을 들을 수 잇을 것이다. 이 책이 여러분의 삶의 여정 가운데 스스로 개성을 발견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고요한 울림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인류 최초 문자들의 언어인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 대왕이 남긴 삼중쐐기문자 비문에 관한 연구로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류가 남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 할 가치들을 네 권의 시리즈로 기획했다. <심연>과 <수련>을 잇는 이 책 <정적>은 세 번째 책이다. 성서에 나오는 질문들을 다룬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 호모 사피엔스 등장의 원인을 '이타심'에서 찾은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출간했다.

 

'위대한 인간' 시리즈의 세 번째 단계인 이 책은 '경청'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여기서의 말하는 '경청'의 핵심은 남의 소리가 아닌 나 자신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즉 외부의 소리가 아닌, 자기 내면의 소리에 '경청'하는 삶을 강조한다. 책은 평정, 부동, 포부, 개벽이라는 4부에 걸쳐서 완벽, 인과, 무위, 대오, 절제 등 총 28개의 소주제어와 함께 짧은 문장을 통해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적은 고요한 마음의 상태로, 이를 유지하려면 '정중동靜中動'이 요구된다. 즉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고요할지라도 내면에서는 쉼 없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적을 품은 사람은 외부음의 유혹을 거부하고, 내면의 미세한 소리를 듣기 위해 의도적으로 침묵을 유지한다. 이런 과정이 거듭됨으로써 자기 자신을 나답게 만드는 개성이 만들어진다.

평정平靜~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시간
부동不動~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포부抱負~ 내가 나에게 바라는 간절한 부탁
개벽開闢~ 나를 깨우는 고요한 울림

요즘 '조국 이슈'를 보노라면 내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음을 느낀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정답이 없기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에 저자는 총 28개의 소주제어를 제시하여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방법들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평정 平靜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표출되는 내 마음은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큰 물결을 이룬다. 이런 소용돌이를 잠재우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책은 완벽, 간격, 명심, 의도, 사소, 스타일, 인과 등 7가지 소주제어를 통해 우리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도와준다. 즉 가능의 한계를 시험하는 '완벽', 심장에 생각을 새기는 '명심' 등의 참뜻을 살피면서 이를 통해 우리들은 배우게 된다.

 

머리로만 배운 것이 가슴에 새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대부분 착각에 빠진다. 학습을 통해서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머리에 새겨지는 것이지 실제로 체험이나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깨달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이 바로 가슴에 새겨지는 '명심銘心'이다. 

 

인간은 배움을 통해 과거라는 현상 유지의 단계에서 자신이 열망하는 미래의 단계로 진입한다. 배움은 과거의 자신에게 안주하려는 이기심에 대한 체계적인 공격이며,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한 자기혁신의 분투다.(38쪽)

 

학습은 '배움의 습관'이다. 정신적으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육체적인 노동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서 완성된다. 이는 한자어 '습習'이란 말에 그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파자破字를 해보면 '일백 번의 날개짓'이 된다. 즉 어린 새는 어미 새의 비행 모습은 오래토록 목격한 후 비로소 자신의 날개를 퍼덕이며 직접 비행에 들어간다. 비록 처음엔 서툴지라도 계속 시도하고 연습함으로써 자신만의 비행술을 습득한다. 그리고 비로소 새롭게 태어난다. 이처럼 실제의 행동을 거치지 않은 배움은 거짓이다.   

 

 

 

부동不動

 

우리들이 천하장사 결정전이 진행되고 있는 씨름판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들 눈엔 거구의 두 장사가 서로 샅바를 맞잡은 채 튼실한 두 다리로 서서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서다. 하지만 정말로 지금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걸까? 결코 아니다. 현재 두 장사는 자신의 몸으로 전해오는 상대 선수의 기氣의 흐름을 느끼면서 이에 상응하는 맞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책은 준비, 디자인, 고유, 중심, 내성, 무위, 안정장치 등 7개 소주제어를 통해 우리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자신만의 고유색깔을 수놓는 '디자인',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근인 '중심', 그리고 나 자신을 보호해주는 요새 같은 '내성' 등을 통해 우리들은 부동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내게 한 그루를 베는 데 여섯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먼저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날카롭게 갈겠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는 바로 준비자세를 강조하는 것으로 수많은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이런 준비를 해오고 있다. 즉 동료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훈련을 기꺼이 수행해냄으로써 미래의 더 나은 자신을 만들고자 준비한다.

 

유대인들은 오래전부터 하루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주일 중 하루는 의도적으로 구분했다. 겉으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이런 행위를 '거룩'이라 부르는데, 음악 경연 대회에 출전한 피아니스트가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첫 음을 치기 전에 의자에 앉아 조용히 정성을 모으는 순간과 같다.

 

 

'디자인(de-sign)'은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하나는 전치사 '데(de)'이고, 다른 하나는 라틴어 동사 '시그나레(signare)'에서 파생한 '사인(sign)'이다. 디자인은 내가 이미 지니고 있는 어떤 것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다. 나만이 갖고 있는 어떤 것을 표현할 때, 그 디자인은 독창적이고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108쪽)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눈으로 볼수 없는 미묘한 것을 포착하려는 통찰이며,

그 통찰을 표현하려는 이다. 

 

삶은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내 중심의 소명에 부응하는 의무다. 그리고 자신에게 감동적인 것을 선별해 헌신하는 의연함이다. 나는 내 심장의 두근거림을 경청한 적이 있는가? 그것을 내 것이라는 이유로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나의 심장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132쪽)

 

 

 

포부抱負

 

자기 자신에게 간절하게 건네는 부탁이 바로 '포부'이다. 책은 나의 세계가 불완전함을 깨닫는 '대오', 즉흥적이고 자발적인 '자발', 영혼을 다스리는 능력인 '재능', 해야 할 일을 아는 '의무', 자신을 겸손하게 하는 무언의 신호인 '위험', 과거의 세계로부터 탈출하는 '교육',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복할 줄 아는 용기인 '경쟁' 등 7개의 소주제어로 포부를 살펴본다.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훈련이다. 배울수록 생겨나는 확신이 생긴다. 바로 '무지無知에 대한 고백'이다. 일찌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가르침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렇다. '앎知'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개벽開闢

 

자기 자신을 깨우는 고요한 정신적 울림이 개벽이다. 책은 눈물, 정복, 부사, 절제, 중간, 우직, 회복 등 7개의 소주제어를 통해 우리들이 울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도록 도와준다. 먼저 눈물의 의미를 살펴보자. 부모로서 어린 자식의 잘못된 행동을 나무라면 여지없이 순진한 아이들은 이내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울음을 터뜨린 후 비로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수 있는 법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는 '조국 가족 사태'이다. 현행 법을 어기고, 사실을 은폐 내지 조작을 하고, 거짓말을 쉽게 하면서도 이들은 절대로 울지 않는다. 이는 위선의 탈을 쓰고 끝까지 버팀으로써 자신들의 결백을 우기겠다는 행동이므로 소위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하지 않겠다는 잘못된 결의인 것이다. 남이 이런 일을 벌였을 때는 온갖 방법으로 그 당사자를 비난하던 사람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치사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런 현상을 이 사회는 '내로남불'이라고 말한다.     

 

"매일 밤 저는 죽습니다. 매일 아침 저는 다시 태어납니다"

- 마하트마 간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책에 소개되는 28개의 화두는 '다이몬'이다. 다이몬이란 고대 그리스어로 '악마이면서 동시에 천사'로 번역된다. 다이몬은 스스로 완벽한 자가 되도록 수련시키는 도우미인 셈이다. 즉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밀어붙이는 악마이자 이전과는 다른 인간이 되기를 요구하는 천사인 것이다.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레벨업된 자신을 만들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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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인문학 - 천천히 걸으며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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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는 버릇이 하나 있다. 여행하는 곳과 관련 있는 예술가와 작품을 찾아보는 것이다. 시, 소설, 그림, 조각, 음악 등 우리가 걸작이나 명작이라 부르는 작품을 한껏 감상하고 여행지로 떠나면, 단지 눈에 보이는 그 공간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까지 여행할 수 있다. 마치 카페 센트럴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프로이트, 폴가, 츠바이크, 로스가 한자리에 모여 열을 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 '시작하며' 중에서

 

 

인문학 여행을 떠나다

 

책의 저자 문갑식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며,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세계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산책자로 사진작가인 아내와 함께 예술이 깃든 명소를 여행하고 거기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울프손칼리지 방문교수와 일본 게이오대학교 초빙연구원을 지냈다. 1998년 조선일보에 입사, <월간조선> 편집장 등을 지냈다.

 

 

 

피렌체와 베키오 다리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피렌체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그 의미가 '오래된vecchio 다리'인 이 다리는 1345년에 지어져 7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 모습 그대로 도시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 이 다리에는 몇 가지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 다리가 연인의 명소가 될 수 있었던 일, 바로 피렌체와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가 평생 연모했던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장소가 이 다리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단테는 자신의 연인을 <신곡>이라는 불멸의 작품 속에 담아 영원한 사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 다리를 찾는 연인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자물쇠를 걸어 다리에 매달거나 아르노강에 던진다고 한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연인들이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버림으로써 헤어짐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행동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이별을 막는 영원한 안전장치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베키오 다리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구스타프 클림트

 

화려한 왕족과 귀족을 대신해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주인공이 된 것은 수많은 천재와 예술가였다.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와 표현주의의 시조 오스카어 코코슈카, 그리고 끔찍한 대학살을 저지른 전범이자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 등이 세기말의 빈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세기말 불꽃처럼 등장한 이들의 주요 무대는 어디였을까? 바로 살롱과 카페다. 빈이라는 도시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커피라는 단어와 무척 밀접하게 느껴진다. 빈의 카페를 누비고 다녔던 수필가 알프레트 폴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카페란 혼자이고 싶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 동시에 옆자리에 벗이 있어야 하는 곳이다" 이처럼 예술가와 지식인에게 살롱과 카페는 자유롭게 작품을 구상하고, 자신의 이념과 가치를 설파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p.53-54,

빈을 대표하는 최고의 예술가는 누구일까? 이 도시를 빛낸 이는 화려한 색채감을 자랑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다. 1862년 빈 인근의 움가르텐에서 귀금속 세공사인 아버지와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 사이에 7남매의 둘째로 태어났다. 유럽과 미국을 덮친 장기 '대불황'으로 가세가 기운 탓에 일자리를 찾던 중 그의 데생 솜씨를 눈여겨본 친척의 도움으로 빈 응용미술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여기서 거의 모든 미술 분야 공부를 했다.

 

그런데, 그는 '빈의 카사노바'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여성 편력이 대단했다. 그의 작품엔 대부분 여성이 등장한다. 유대인 금융업자의 딸인 아들러, '빈의 꽃'으로 불린 알마 말러, 작품 '다나에'의 모델이 된 미치 짐머만, 정신적 사랑을 나눈 에밀리 플뢰게 등이 대표적이다. 클림트의 대표작은 벨베데레 궁전에 가면 감상할 수 있다.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 '키스'도 이곳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잇다.

 

  

 

 

잘츠부르크와 모차르트

 

오스트리아의 역사는 기원전 2세기 경 시작된다. 기원전 179년 켈트족이 현재의 오버외스터라이히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곳엔 암염, 즉 소금 광산이 지천에 널렸기 때문이다. 켈트족이 처음 왕국을 세운 곳이 바로 잘츠부르크다. 독일어로 '잘츠'는 바로 '소금'이다. 고대의 소금은 '돈'으로 직결되는 인간의 필수 식재료였기에 켈트족이 세운 고대 왕국(노리쿰)은 넓은 영토를 지닌 강력한 왕국이었다. 14세기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의 중심지가 되었고, 16세기엔 전성기를 맞았다.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잘츠부르크 궁정 관현악단의 음악감독이었다. 모차르트는 고작 3살 때부터 건반을 다루고 연주할 줄 아는 음악 천재엿다. 그랬기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기록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5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으며, 뮌헨, 런던 등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고, 걸출한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매우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1787년 어느 날, 그의 집에 한 소년이 찾아왔다. 바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었다. 서른한 살의 모차르트는 갓 열일곱 살이 된 소년에게 반해 이렇게 말했다. "이 젊은이를 주목하십시오. 곧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둘의 관계는 베토벤의 어머니가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고작 한 달 만에 끝나고 만다. 베토벤이 다시 빈을 찾은 것은 모차르트가 죽은 지 1년 뒤인 1793년의 일이다.

 
하지만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관한 극적인 일화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모차르트의 전기 작가 오토 얀의 일방적 주장 외에 둘의 만남을 증명할 증거나 증언이 없기도 하거니와, 당시 모차르트는 오페라 '돈 조반니' 작곡에 열중하느라 무명 소년을 만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거짓이라 할지라도 무척 매력적인 이야기여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보카치오와 데카메론

 

그리스어로 '데카'는 열(10), '메론'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데카메론>은 열흘 동안의 이야기인데, 7명의 숙녀와 3명의 신사가 하루에 10개씩 총 100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마제국이 붕괴되고 유럽은 천 년 가까이 암흑기인 중세 시대를 겪게 된다.당시 세상의 모든 중심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었기 때문에 '암흑기'라 불린다. 이후 르네상스 국면으로 인간이 점차로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다.

 

<데카메론>의 탄생 배경은 흑사병(페스트)이다. 쥐벼룩이 옮기는 전염병인 페스트는 14세기 유럽을 강타했다. 당시 유럽인구의 33%~25% 정도가 이 유행병으로 죽었던 것이다. 치료법이 없었기에 막연히 사람들은 신의 징벌로 여겼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처럼, 유럽에 밀어닥친 페스트는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듯했다. 이 종말의 순간은 보카치오는 <데카메론> 서두에 기술하고 있다.

 

마흔의 나이에 <데카메론>(1353년)을 완성한 보카치오는 집필 활동을 이어간다. 1359년에는 밀라노에서 아홉 살 연상인 페트라르카와 만나 친교를 맺게 되는데, 이들의 인연으로 인류는 큰 선물을 얻게 된다. 말년에 신앙에 몰두한 나머지 비종교적인 작품을 모두 불태우려고 했던 보카치오에게 페트라르카는 세속 학문과 기독교 신앙은 별개이기에 굳이 작품을 태울 필요가 없다고 만류한 것이다. 이들의 친교는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데, 1374년 페트라르카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 보카치오가 그 뒤를 따른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하마트면 불에 모두 타버릴 뻔했다. 정말 아찔한 장면이었다.

베네치아와 카사노바

 

이탈리아 북동부에 위한 베네치아'물의 도시'라는 별칭이 있다. 수많은 섬이 수백 개의 다리로 이어진 항구 도시다. 한때 조만간 수면 아래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떠돌았지만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베네치아에는 이탈리아 최초의 카페 '플로리안'이 있다. 카사노바가 자주 찾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햇던 그는 '바람둥이'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들이 많다. 모차르트가 오페라 '돈 조반니'를 작곡하고 있을 무렵, 예순 중반이 된 노년의 카사노바가 그를 찾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카사노바는 모차르트에게 자신의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하며, 문란한 주인공 돈 조반니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카사노바보다는 돈 조반니가 훨씬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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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라이프스타일, 아이의 미래가 되다 - 아이의 세계를 넓혀주는 미래형 교육법
김은형 지음 / 라온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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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입시 제도가 당장 변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부모들이 일상 속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며 다양한 삶의 기술을 자녀들에게 교육해나간다면 상상하지도 못할 교육 혁명이 이루어질 것이다. 딱 3년만 사랑과 믿음을 기반으로 아이와 함께 삶의 품격이 담긴 라이프스타일 교육을 진행해보자. 격조 있는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고 혁명적인 교육의 미래를 만든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엄마의 라이프스타일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

 

책의 저자 김은형라이프스타일 교육 전문가고, 30년간 교육현장에서 온몸으로 변화를 이끌어온 '스쿨 혁명의 아이콘'이다. 라이프스타일을 교육에 접목하는 '삶으로서의 교육, 교육으로서의 삶, 일상이 교육이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미래형 라이프스타일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현재는 전국의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과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 대전 문화예술교육 연구회를 발족시킨 이후 〈카메라로 읽고 생각하기〉, 〈음악으로 다시 생각하기〉, 〈행복한 책과 사유, 독서교육 다시 쓰기〉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지속해왔으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자문위원, 평가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2018년에는 FCD 아시아 국제 댄스 페스티벌 레지던시 서브디렉터를 맡았으며, 2019년 ETRI 인문학 연구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 이사로 활동 중이다.

'라이프스타일 교육'이란 일상생활에서 통합적인 배움을 얻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스스로 자기 삶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리더로 성장하는 교육을 말한다. 전통적인 가정교육이 통제와 처벌에 기반한 훈육 중심의 정적인 교육이었다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교육은 자유와 사랑을 기반으로 삶의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동적인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실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를 기본으로 하여 패션, 푸드, 리빙, 예술, 독서, 미디어, 놀이, 파티 등 융합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일상들을 교육 코드로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전수한 라이프스타일에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을 덧붙여 또 다른 스타일의 삶을 디자인해나가게 된다. 아이들의 일상 자체가 교육이 되는 마술인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교육

 

밀레니얼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키워진 포노 사피엔스들이다. 옷을 구매하더라도 디자인, 색상, 가격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한 후 주문한다. 수령하고 보니 맘에 들지 않으면 이를 즉시 반품하거나 중고 장터에서 되팔기도 할 정도로 자발성과 능동성이 돋보인다. 어쩌면 학습, 즉 공부보다는 상품 구매에 더 많은 동기부여를 받는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기업 중심이 아니라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 권력 시대로 말이다. 이렇게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었기에 교육 또한 고객인 학생들의 입장에서 혁신적인 전략이 수립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즉 소비자 중심의 소비사회 특성을 감안, 학습자 욕구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혁신적인 발걸음을 내딛을 때라는 얘기다.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도 설립자 제프 베조스의 경영 원칙이 반영되어 '고객 중심'으로 경영되고 있다.

 

일상에서 배움을 얻는 라이프스타일 교육은 교육 혁명의 시작이다. 아이들의 나이 수준에 꼭 배워야 할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을 분류해서 필수과목은 학교에서, 선택과목은 에듀테크 플랫폼에서 교육한다.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학생들이 함께하는 각각의 네트워크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체험수업으로 서로 배움을 주고받는 교육, 이런 혁명은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게 한다.

 

에듀테크'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신조어'이다. 이는 오프라인 교실을 온라인으로 이동시키는 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을 통해 교육을 혁신시킨다. 예를 들면 '미네르바 스쿨', '칸 아카데미', '에콜 42' 등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에듀테크는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직접 눈앞에 두고서 실행하는 것처럼, 가상의 교실을 만들어낸다. 

 

지구촌의 최강국인 미국은 물론 국가 디지털화 사업에 앞장섰던 인도, 중국과 유럽연합 등은 디지털 중심의 미래 사회를 미리 예견하고 미래 사회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인공지능 및 에듀테크 중심 교육과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의 중독성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만 사로잡혀 학습 도구로의 사용을 가정과 학교 모두에서 막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각성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미래 교육의 핵심이다

 

글자, 영상, 디지털 등 기호를 매체로 한 의사소통은 모두 문해력과 독해력인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한다. 1930년대만 해도 경상남도에 사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문맹률은 86.73퍼센트로 매우 높았지만 당시엔 1차 산업인 농업이 제일 비중이 컸던 시대인지라 문맹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 시대에도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꽤나 존재한다고 한다. 

 

난독難讀증의 경우 지능과 관계없이 문맹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도 1930년대 농업이 주업이던 경상남도의 문맹자들처럼 읽고 쓰지 못하는 것이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디지털 시대 원주민들인지라 생활의 기본이 되는 스마트폰 기능은 모두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생필품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해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엔 디지털 시대의 각종 미디어 활용 능력이 곧 사회 참여와 기회로 연결된다. 이제 모든 학습은 종이책, 종이 노트가 아니라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중심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아이들은 각종 영상 미디어를 다루면서 스스로의 인성과 창의성을 성장시켜나갈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들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 안에는 생노병사, 희로애락喜怒哀樂, 의식주까지 몽땅 들어 있다.  

2030년에는 80억 지구촌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한다. 왜냐하면 그런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인공지능은 기계와 인간다움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기존 인간들이 수행했던 일들을 대신한다. 따라서, 미래 세대를 위한 창의 인성 교육은 단순히 인성과 창의성의 함양이라는 명제를 뛰어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과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공격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들은 무엇 때문에 공부하는가? 지구촌의 어떤 민족보다도 지혜롭다고 평가받는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교육 방법을 우리 교육에 접목시켜 교육 방법을 다양화시키는 것까지는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질문하는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의 필수 요소

 

패션~ 패션 융합 라이프스타일 교육

요리~ 푸드 라이프스타일 교육

공간~ 리빙 라이프스타일 교육

 

부모의 리빙 스타일은 마치 DNA 인자처럼 자녀들의 라이프스타일로 카피되며 삶의 지향점을 만든다. 집을 통해 최초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자세와 태도를 배워나가기 때문이다. 로봇이 인간의 육체노동을 더 많이 대신하게 될 4차 산업혁명 이후는 우리 인간들은 더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집에서 보내야만 한다. 비록 1인가구로 혼자 살아갈지라도 자기 삶의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활용할 것인가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집안은 아이의 운명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아이 방 벽지 디자인하기~ 방 한족 벽면에 한지를 붙이고 아이가 스스로 그림이나 글로 디자인

픽토그램 만들기~ 가족들의 방문 앞에 각 방의 쓰임새와 방 주인의 특징에 맞는 픽토그램

목공 가구 만들기~ 테이블과 의자를 목공 DIY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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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먹는 식당의 비밀 - 불황을 이기는 김현수의 인사이트 분석
김현수 지음 / 이상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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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김현수는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한 후 신문사와 광고 관련 직장에서 월급쟁이로 일했다. 1995년 옥외광고·SP광고 전문지인 월간 〈사인문화〉를 창간, 사장이 되면서 자투리 시간이 생기자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이때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미각의 영토를 넓혔는데 이 과정에서 식당 옥외광고와 외식업 마케팅에 주목했다. 2005년 외식 전문지 〈월간외식경영〉을 창간, 외식 전문 컨설턴트 겸 외식 콘셉트 기획자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월간외식경영〉 발행인으로 일하면서 서울 대치동 <호천당〉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도처에 늘린 게 식당이며, 하루에도 수많은 식당이 명멸明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식당은 레드오션이다. 과거엔 식당의 특징과 장점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실력이 부족한 식당은 아무리 홍보해도 부족한 실력이 가려지지 않는다. 그만큼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예리해졌다. 실력이 없으면 홍보발도 받기 어렵다. 즉 실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식당을 고객들이 외면하는 세상이므로 이젠 당연히 실력을 갖춘 자가 강자인 셈이다. 실력의 원천은 바로 '분석력'이다.

사람들은 벤치마킹의 목적을 단순한 보방이나 짝퉁 메뉴의 게발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이는 다름아닌 남의 것을 내 몸에 알맞게 변형시키는 것이다. 남의 장사가 대박을 친다고 그 메뉴를 고스란히 받아들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내 몸에 남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 몸이 허용하는 범위에 있어야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여도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다.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벤치마킹을 하려면 각각의 요소를 유기적으로 잘 조합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벤치마킹과 가짜 벤치마킹을 가르는 기준이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아이템을 잘 선택해서 큰 성공을 거둔 식당이 많았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잘 나갔던 시절이었다. 시장 분석이나 소비자 니즈 분석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숙성 삼겹살 붐에 힘입어 서울과 수도권에 연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식당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다면 연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석력과 안목이 요구된다. 그러자면 평소 글쓰기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도구를 갖춘 후에 다음 단계로는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넘어가야 한다. 즉 벤치마킹을 다녀와서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다음, 이를 토대로 자신의 식당에 필요한 여러 가지 카피를 구상해 기획서 내지는 제안서를 따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내 사업이라는 주인 의식이 분명한 사람만이 100억 원대 매출을 올맇 수 있는 것이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 탓에 블루오션의 메뉴는 줄어든다. 세계적인 주식투자가 워렌 버핏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회사에 즐겨 투자한다고 자신만의 투자 비결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독점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경쟁을 피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도 분당에는 약 19평 규모의 매장에서 일일 200인분의 수제비만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 <행하령수제비>, 과거 2천만 원으로 영업을 시작했던 <연남수제비>의 현재 가게 이름이다. 분당엔 수제비로 딱 떠오르는 식당이 없었다. 지금은 '행하령'으로 통한다. 

 

중식은 여전히 틈새 아이템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중식당 <송쉐프>는 입지가 거의 B, C급임에도 테이블은 만석 퍼레이드를 연출한다. 더구나 오픈도 최근이고 특별한 홍보 활동도 없는데도 말이다. 이 식당엔 나름 비결이 있다. 이곳을 즐겨 찾는 단골은 가정주부나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다. 그 이유는 음식의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아주 싼게 아니라 강남의 중산층이 지갑을 쉽게 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예전에는 화상華商이 운영하던 꽤 괜찮은 중식당들이 많았는데 하나둘 사라졌다. 새로 생겨난 중식당들의 음식 수준은 사라진 중식당들의 음식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양이 줄었고 가격도 비싸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때 갈 만한 중식당은 적어진 셈이다. 소비자들이 점점 중식을 외면하게 만든 요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식은 틈새 아이템이다. 합리적 가격의 괜찮은 중식당이 생긴다면 소비자들은 찾아갈 것이다.

 

 

또한, 백반은 영원한 틈새 아이템이다. 특히, 직장인과 가정주부들이 즐겨찾는 메뉴인 탓이다. 제 집에서 먹는 음식과 같은 분위기라면 금상첨화인 메뉴가 백반이다. 역시 손님은 식지 않은 따뜻한 음식, 푸짐하고 손맛이 있는 음식을 원한다. 따뜻한 응대, 푸짐한 양, 손맛 등 모든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집밥'이라면 성공을 보장받는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손맛이 담긴 백반을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떤 상권 어떤 입지에서도 선방할 수 있다. 오피스 상권이나 주거 상권에서도 백반집은 성공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식당 창업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즉 '식당 이름이 식당의 기를 살린다', '80% 이상 망해 나간 입지에서 살아남은 식당', '생선구이 전문점의 고객의 절번은 여성', '준비 덜 된 개점은 비극의 시작' 등이 그것이다. 좋은 식당명은 식당의 특징과 개성을 담아야 한다. 발음하기 쉽고 간단하면서 나름의 의미를 함축해야 한다. '대박', '부자', '복', '돈' 등 지나치게 물욕을 드러내는 것은 피할 것을 주문한다. 천박할 뿐 아니라 차별성도 부각되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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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경제학 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시리즈
댄 스미스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은 최근 몇 년 동안 나쁜 평가를 받아왔다. 유명한 역사학자이자 에세이 작가인 토머스 칼라일이 경제학을 '우울한 학문'이라고 비난한 이후로 '우울한 학문'은 경제학의 꼬리표가 되었다. 경제학의 여러 면 중에서 특히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은 " '수요와 공급'으로 우주의 비밀"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경제학은 매우 복잡하고 감정적인 인간의 행동을 차갑고 냉정한 이론들로 분석하는 무미건조한 환원주의적 학문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놀랍도록 생기가 넘치는 학문이다. - '서문' 중에서

 

 

경제학은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책의 저자 댄 스미스작가 겸 편집자로서 30권이 넘는 책을 썼으며 20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처럼 생각하기HOW TO THINK LIKE~> 시리즈 가운데 10권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50가지 중요한 순간의 철학PHILOSOPHY IN 50 MILESTONE MOMENTS>, <돈의 거의 모든 것THE BOOK OF MONEY>, <초짜들을 위한 짧고 쉬운 지식의 역사THE LITTLE BOOK OF BIG IDEAS>도 썼다.

 

저자는 고대 철학자들, 근현대 경제학자들을 포함한 정치인, 작가, 역사학자, 문화비평가, 종교인 등의 말과 생각을 인용해 노자에서부터 노암 촘스키까지 100개의 인용문들로 경제학의 전반적 개요를 제공한다. 물론 이 인용문들로 경제학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경제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를 포함해, 19세기의 칼 마르크스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리고 밀턴 프리드먼 등의 말까지 우리들은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다. 즉 100개의 인용문들이 얼마나 진실하고 정확한지를 보여주기보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논쟁들이 많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제학은 인간의 일상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 앨프리드 마셜(1890)

과도한 욕망보다 큰 참사는 없다

 

노자는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개인과 사회는 기필코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욕심도 있고 때때로 욕망은 긍정적인 힘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노자는 무엇이든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맹목적인 굶주림을 경고하면서 "넉넉함을 아는 사람은 항상 넉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욕망을 걷어낼 수만 있다면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검소하면 능히 넓어질 수 있고,

감히 천하에 앞서지 않으면 능히 우두머리로서의 그릇이 될 수 있다"

 

절제의 숭고함, 즉 욕망을 억누르면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 노자의 철학은 부처의 가르침(지나친 욕심은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부터 힌두교의 가르침까지 동양철학에 큰 울림을 주었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공동의 노력으로 모두에게 넉넉함을 안겨줄 수 있다는 그의 가르침은 당연히 현대 중국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20세기 중반 이후 중국 공산당 이념을 뒷받침해왔다.



재산은 개인의 소유가 확실히 더 낫다

 

플라톤은 재산의 공유제를 주장했지만, 이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의 소유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즉 사유재산 축적이 가능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더 열심히 하려는 의욕을 보이며, 그 때문에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견해는 18세기 애덤 스미스를 포함한 현대 경제이론 선구자들의 이론적 밑거름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본성엔 이기심이 있으므로 공유제는 이런 이기심을 없앨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인간의 이기심을 제거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너그러워지고 친절해지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이 필수적이며, 고결한 삶을 영위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임을 강조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사유재산 그 자체로도 행복감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도 배양시켜준다고 본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 세계인권선언(1948년)

 

 

모두가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고, 모두가 욕심을 낼 때 두려워하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이자 세계적인 주식투자가인 워런 버핏, 그는 2018년 기준 약 900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유명 자선사업가인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과 함께 절반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권유하는 '기부선언'이라는 캠페인(2009년)을 시작하기도 했다.


위의 인용문은 버핏이 '월스트리트에서 부자가 되는 비밀'이라고 했다. 저평가주식을 찾는 것이 올바른 주식투자법임을 강조하는 그는 군중심리를 항상 경계했다. 어떤 상황에도 침착한 그는 회사의 가치를 풍문이 아니라 숫자로 분석하는 능력으로 상상하기도 힘든 부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멋진 말을 남겼다.

 

"단기적으로 볼 때 시장은 인기대회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위선적인 행위도 주저하지 않는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머스 피케티<21세기 자본>이란 책을 저술 발표함으로써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물려받은 돈old money'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민주주의 그리고 정의와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세기 후반 이후 불평등이 증가하는 현상을 근거로 삼은 그의 주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업화 국가들이 불평등 수준을 감소시킨다고 말한 쿠즈네츠 곡선 같은 정통적인 경제학 이론과는 반대된다.

 

그는 상속받은 재산에 가혹할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독창적인 결과물로써 재산을 축적하는 사람보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부를 세습받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도덕성의 훼손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누진세를 통해 이런 상황을 바꿀수 있음을 말한다.  



부의 집중은 권력의 집중을 낳는다

 

미국의 유명 철학자 노암 촘스키에 의하면 '아메리칸 드림'의 이상향, 즉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부지런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근본적으로 훼손되었다. 1940년대와 1950년대 평균적인 미국 노동자는 집과 차를 사고 상대적으로 안락한 삶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은 개인적인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경제적 지위의 상승을 꿈꿀 수 없게 되었다. 촘스키는 이것이 "사람들의 의지에 전적으로 반대되는 사회경제적 정책이 30년 넘게 지속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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