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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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경제 대전망>의 키워드는 외화내빈이었고, <2019년 한국경제 대전망>의 키워드는 내우외환이었다. 그러면 2020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오리무중 속의 고군분투'라고 잡았다. 주위의 원군없이 한국경제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2020년은 선거가 있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본격적 호전 기미가 약하고, 초반기 섣부른 정책 실수를 뒷수습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오히려 일본 덕에 혁신성장에 그나마 발동이 걸린 것이 전화위복인 셈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안개 속의 한국경제, 불확실성이 문제

 

책의 저자 이근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겸 비교경제연구센터장이다. 그밖에 경제추격연구소장, 국민경제자문회의의 혁신분과의장 및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공저자 류덕현은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자 같은 대학의 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거시경제정책 및 시계열 응용 계량경제학 방법론 연구를 주로 하고 잇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엇는데, 1~2장에서는 대외적 경제 환경을 다루고, 3~4장에선 정부의 정책과 자본 금융 시장의 이슈와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경제가 고군분투를 통해 얼마나 잃고 얼마를 건질 것인가를 가늠해본다. 5장에서는 차세대 산업과 한국 기업의 기회를 다루며,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한국 산업이 디지털 사회 2.0 시대에 맞는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함을 설파한다. 

 

 

 

 

먼저 2020년 세계경제를 먼저 전망하면서 시작한다. 책은 주요국 경기가 동반 둔화되는 '하방 동조화'의 한 해가 될 전망이라고 단언한다. 사실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만드는 의견임에 틀림없다. 2019년을 돌이켜보면, 미국경제가 전후 최장기간의 호황을 누리는 동안 중국, 한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경제는 오히려 경기 하강의 골이 깊어지는 한 해였다. 그런데, 2020년은 견고할 것 같던 미국경제의 확장세가 하강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주요국의 경기가 동반 하강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전망이다.     

 

 

베트남의 중국 대체 효과

 

글로벌 수출 확대로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기가 전체적으로 하강 내지는 침체 국면에 놓임에 따라 그간 중국 편중의 수출 확대책을 벗어나 새로운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안이 삼성, LG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베트남의 진출을 더욱 더 확대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의 견제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베트남은 오히려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관리 면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미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추세는 2020년 이후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되는 방향에서도 관성 효과로 쉽게 되돌려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든 세계경제

 

미중 무역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동안 유지되어왔던 자유무역 질서를 와해시키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만 향유하면서 책임 있는 경제 대국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그 체제의 설계자이자 최대주주였던 미국이 트럼프 정부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스스로 파괴자가 되고 있음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그간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역 확대를 통한 중국의 성장이 결국에는 중국의 정치적 자유를 가져올 것'이라는 미국의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허용했고, 중국을 최종 조립지로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형성되었다. 미국은 그 가치사슬에서 핵심 기술 공급과 최종 소비 시장의 역할을 담당했다. 신냉전의 시작은 그러한 신념 자체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와해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경제를 제패하겠다는 야욕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면서 미국의 강력한 태클에 걸린 셈이다.

 

 

미래 산업의 플랫폼 전쟁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ICT 신기술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양국 모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고성능 컴퓨팅(하드웨어) 분야와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기술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ICT 기업들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와 이로 인한 기술 분야의 냉전은 단순히 5G,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메모리 또는 인공지능으로 통용되는 특정 기술 요소의 따라잡기와 견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들은 플랫폼 위에서 한 몸처럼 움직인다. 통신기술과 사물인터넷 센서는 기존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수집된 데이터들은 빅데이터화를 통해 분석된 후 유용한 정보 서비스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기존 선진국의 우위가 뚜렷한 제조업 분야가 아니라 첨단 ICT 산업에서의 글로벌 패권을 잡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더 이상 방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흔들리는 한국경제의 펀드멘털

 

한국과 주요국의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되고 있다. 2019년 세계경제의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의 1분기 경제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2018년 4분기 GDP 성장률과 비교하면 미국 0.8%, 중국 1.4%, 일본 0.6%, 유럽연합 0.4%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한 반면 한국은 -0.4%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넓게 봐서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고 좁게는 문재인 정권의 반기업, 반시장 정책이 기업하기 나쁜 환경을 조성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문제점

 

1. 큰 그림, 장기 비전 없이 임기응변식,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많다

2. 정책 내용이 본질적, 근원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변칙적, 우회적 접근이 많다는 지적이다

3. 정책 타이밍이 더 중요한데, 정부는 타이밍이 늦다는 지적이다

4.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집행 또한 장담하지 못한다

 

 

군불 지피는 지방 시장

 

국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잇는 문제가 아니다. 새 아파트 미분양은 주택 시장의 후행 지표다. 주택 시장이 고꾸라지면 미분양이 크게 늘고 그 반대의 경우엔 청약 때 조기 완판되거나 미분양이 미미해진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2019년 들어 충남 천안, 아산 등지에서의 미분양 감소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완만한 회복' 신호음으로 해석할 만하다.

 

천안은 3,000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1,100가구로 감소 2019년 말을 지나면 시장이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강원도의 경우 원주 더샾(고분양가 논란)으로 인해 일시적 미분양이 급증했지만 이 또한 서서히 감소되는 추세다. 강원도(인구 150만 명)의 미분양 7,700가구 중 원주시에 3,400가구가 몰려 있었다.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은 가구수의 변화와 같은 궤를 그린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 총인구는 2020년에서 2040년 사이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를 대략 2028년 쯤으로 보면 이후 주택 수요의 기반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2인 가구의 점진적 증가가 미치는 효과가 2043년까지는 완만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 아무튼 2020년에는 주택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규제 완화


공유경제 서비스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다양한 거래 정보들이 모두 빅데이터 형태로 저장되는 것이다. 현재 빅데이터 분석 방법이 발전되고 있으므로 평판 분석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새로운 자율규제 제도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네거티브 규제나 규제샌드박스에도 적합하다. 이와 함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자율규제에 걸맞은 새로운 소비자 보호 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보안 시스템, 보험 시스템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공유경제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은 안정적인 서비스와 소비자 보호에 있는데, 이 방식을 공유에 기반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공유경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초연결사회로의 변화 속에 등장하고 확장되는 혁신성정의 하나다. 공유경제는 창조적인 파괴의 전형적인 사례로 사회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잇다.특히 공유경제가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와 같은 맥락에서 발전하고 있다. 선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런 길을 포기하거나 늦추어선 안 될 일이다.

 

 

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

 

인간 중심의 디지털 기업 경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전과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첫째, 과감한 창업이 필요하다. 이제 창업은 어느 혁신적 개인만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디지털 인프라와 연결해서 더 없이 좋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둘째, 복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새벽배송을 시행하는 마켓컬리는 자사 플랫폼에 동일한 상품의 소호를 입점시키지 않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최소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플랫폼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책임과 협업 사례다.

 

공정경쟁을 위해 기존에는 회계감사를 중시했다면,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검색, 계약, 가격 등 관련 알고리즘의 공정성도 이슈가 된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작동 메커니즘을 외부에서 접근하기에는 영업 기밀이나 지식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고, 알고리즘의 해석에 대해 상당 수준의 기술적 난이도가 있으며, 또한 알고리즘의 공정성 이슈가 국내 기업에만 요구되어 자칫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가능성도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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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왜란과 호란 사이 - 한국사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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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시인인 홍세태가 쓴 <김영철전>이라는 전기소설이 있다. 난과 난 사이에 태어나 거친 세월을 살아내야 했던 김영철의 고난과 회한은 연이어 난리를 맞아야 했던 17세기 조선 민중들의 고초와 겹친다. … 김영철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한 인간의 삶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의 파란만장한 역정을 겪은 탓은 결코 스스로에게 있지 않다. 그저 그가 살던 나라가 그릇된 선택을 내려 전란에 휩싸였고, 그럼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조선사의 반복된 비극

 

이 책의 저자 정명섭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을 거쳐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출판도시의 카페에서 일하던 중 우연찮게 글을 접하면서 작가가 되었다. 역사와 추리를 좋아하며, 좀비와 종말을 사랑한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역사 추리소설 <적패>를 써내면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두루 집필하고 있다. <직지를 찍는 아이 아로>,  <남산골 두 기자>, <미스 손탁>, <로봇 중독>(공저), <대한 독립 만세>(공저), <이웃집 구미호>(공저) 등 청소년 소설과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사라진 조우관>, <어린 만세꾼>,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등 동화를 쓰며 어릴 적 꿈을 이뤄가고 있다. 그 외 저서로 <폐쇄구역 서울>, <별세계 사건부>, <명탐정의 탄생>,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등이 있다.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단(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들은 과거지사를 역사관련 기록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사이의 38년 간의 과거 일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기간 중에 발생된 일을 참조하기 위해서 조선 후기 시인 홍세태가 쓴 <김영철전>을 참고로 하고 있다. 김영철전은 전란으로 인해 고난과 애환을 겪은 김영철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는데, <유하집柳下集>에 실려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 기록물의 진실성을 전제로 저자 정명섭도 이 책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침략을 하기 전에는 불길한 조짐을 무시했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했고, 결국 무기력하게 항복하거나 겨우 패배를 모면하는 데 급급했다"(7쪽)

 

 

아동대兒童隊를 모집하다

 

임진왜란은 조선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햇던 길고 참혹한 전쟁이었다. 한족에는 잔인한 왜군이 잇었다면, 다른 한쪽에는 굶주림과 질병이 있었다. 1594년 <선조실록>에 처음 등장한 아동대兒童隊는 훈련도감에서 모집했는데, 주로 조총을 다루는 포수로 편성되었다. 나이가 어려도 조총은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급료로 주는 쌀이 적어 유지가 쉽다는 점도 아동대를 모집하는 데 한몫했다.

 

"조선시대에서 징집 연령은 16세였고, 성인식 관례도 대략 15세에 치렀다. 다라서 '아동대'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그보다도 어린 아이들이 분명하가. 아마 10대 초반이었을 것이고, 더 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에게 조총을 가르친 교관은 조선에 귀순한 일본인, 즉 항왜降倭들인 여여문呂汝文산소우山所于였다. 약 200명으로 편성된 아동대는 편을 갈라 시험을 쳐서 고과를 매겼다. 그렇다면 아동대엔 어떤 아이들이 들어왔을까?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다고 해도 자식을 전쟁터로 내몰 부모는 없다. 그러므로 여기에 들어온 아이들은 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고아 또는 전쟁통에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다른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설 <왜란과 호란 사이 38년>의 주인공은 홍한수로 1595년 5월, 훈련도감에 그 얼굴을 드러낸다. 그는 오랫동안 굶어서 어깨뼈가 앙상하게 드러났고, 몸으로 제대로 씻지 못해서 몸엔 부스럼이 덕지덕지 나있다. 계미년생(1583년)인 그는 동갑인 전영갑을 이곳에서 만난다. 전란통에 부모와 헤어져 한양으로 흘러들어왔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하던 차에 훈련도감에서 아동들을 모아 군대를 편성한다는 얘기를 듣고 최소한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동대문에 위치한 훈련도감으로 몰려든 것이다.

 

선조 28년(1595년) 12월, 압록강. 주인공 홍한수는 훈련을 받은 조총을 바짝 끌어안은 채 남부주부이자 사절단을 이끄는 신충일을 따라나섰다. 훈련도감의 아동대는 대부분 해체되었지만 홍한수처럼 솜씨 좋은 포수는 훈련도감 소속으로 남았다. 눈바람이 부는 압록강을 건너자 바람은 다소 가라앉았다. 지금은 여진족 길잡이를 따라나선 길이었다. 엿새 동안의 여행 끝에 신충일과 홍한수는 누르하치의 본거지인 불아납성에 도착했다.

 

누르하치의 먼 친척이자 장수인 동양재의 안내로 별채에 자리잡고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동양재는 조총이 궁금해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작은 것도 맞출 수 있느나?", "투구도 꿰뚫을 수 있는가?" 등등. 한편, 조선군에 대한 논평을 구하자 동양재는 예전에 연회 자리에서 나열한 군사들을 목격햇는데, 화살 깃은 다 떨어지고, 촉도 없는 모습이 허약해 보였다고 평했다.     

동양재의 얘기를 듣던 홍한수는 문득 훈련도감의 늙은 포수에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어느 해인가 왜국 사절단이 길가에 도열한 병사들의 창을 보고 너무 짧아서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 비아냥거렸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긴 창과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이 쳐들어왔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누르하치의 여진족들은 조선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실체  

재조지은이란 원래 죄를 지어서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의 죄를 용서해주는 은혜를 가리킨다. 하지만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재조지은이란 명이 군대를 보내 조선을 구해준 일을 일컫는다.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선조는 대신들과 함께 의주까지 피난을 갈 정도로 전전긍긍했다. 반면에 선비들과 백성들이 똘똘 뭉친 의병은 왜군과 죽음을 불사하는 혈전을 벌이면서 이 땅을 지켰다.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동했던 정경운이 쓴 <고대일록>을 보면 명군明軍이 조선에서 얼마나 지독하게 약탈을 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하지만 선조는 자신의 훼손된 권력을 지키기 위해 명을 추켜세우고 의병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러면서 관념적이었던 사대관계는 현실적이고 동시에 맹목적으로 변해갔다.

 

명의 지원병 요청을 둘러싼 광해군과 대신들 간의 갈등은 정국을 주도하던 대북大北 내부의 분열을 불러왔다. 여기서 대북이란 세자책봉 문제로 소북小北과 대립하던 정치 집단으로 광해군을 지지했다. 하지만 당시 선조는 소북이 지지하는 영창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려 했다. 가뜩이나 소수이며 과격파였던 대북의 분열은 정권을 지탱할 마지막 기둥을 무너뜨렸다. 명 황제가 직접 지원병을 보내라는 칙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마침내 1618년, 강홍립을 도원수로 임명하면서 지원군이 조직되었다.

 

도원수 강홍립이 지휘하는 조선군은 2월 19일을 시작으로 2월 22일 전군이 압록강을 건너갔다. 하지만 억지 전쟁터로 가는 조선군의 진군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엇다. 더구나 군랼의 보급이 계속 지체되는 바람에 병사들은 압록강 도강 이후 지독하게 굶주렸다. 행군은 후금군이 쌓아놓은 나무에 막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앗다. 2월 25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 추위로 동사하는 병사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명나라의 지휘관 유정은 군량 보급시까지 대기하겠다는 강홍립의 제인을 거절했고, 자신의 군량을 나눠주지도 않았다.

 

 

비운의 개혁군주 광해군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시대마다 달랐다. 조선시대 내내 폐위된 자젹 없는 군주이며 무능하고 포악하다는 평이 따랐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평가가 바뀌었다. 즉 선견지명이 있고,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로 바뀐 것이다. 광해군은 대동법의 확대 시행을 반대하고 궁궐의 증축에 지나치게 힘을 기울였다. 재위기간 내내 옥사를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렸다. 그럼에도 광해군이 후금과 명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시도한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중립외교는 큰 난관에 봉착, 명은 조선에 지원군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의 사대부들은 명나라를 추종했기에 광해군의 선견지명은 여기까지였다.

 

광해군은 국익에 따라 냉철하게 선택해야 할 국정 방향을 설득하는 대신 조롱과 비아냥으로만 일관했다. 명분을 앞세우며 자신에게 반대하는 대신들을 백면서생이라고 조롱했고, 사르후 전투의 패전에 대해선 그럴 줄 알았다면서 비아냥거렸다. 대신들을 국정의 파트너로 보지 않고 무지몽매한 존재들로 매도하며 냉소로 일관한 것이다. 후금의 세력이 강성해지고 명의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게 되면 천하의 주인이 바뀔지 모른다고 내다본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그러한 선견지명에 동조하는 세력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광해군이 가진 이러한 한계는 집권세력인 대북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면서 인조반정으로 이어진다.

 

"반란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광해군이 실패한 것이다"

 

 

인조반정 이후

 

광해군이 축출되고 새로운 세상이 왔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공신들 간의 권력 다툼과 역모나 누명이 판을 쳤다. 이런 와중에 홍한수를 포함한 훈련도감 포수 일부는 북방으로 차출되었다. 후금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기에 그들의 동태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북방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켜 후금의 침입을 막자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인조의 명에 의거 북방 수비 병력들이 차출되었다. 

 

홍한수는 여여문을 도와 포수 훈련에 힘을 썼다. 부원수 이괄이 있는 영변엔 팔도에서 올라온 병사들이 지독하게 훈련을 받앗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자 훈련이 줄어들엇다. 시간이 남아돌자 병사들은 고향 생각에 젖어들엇다. 홍한수는 어렵게 구한 삼해주 한 병을 들고 여여문을 찾앗다. 술잔을 주고받건 홍한수가 조선이 압록강을 넘어 후금을 친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이를 여여문에게 되물었다. 이에 술잔을 내려놓은 여여문이 고개를 저었다.

 

"조선은 늘 자신들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임진년에 여기로 건너왔을 때 함경도 쪽에서 여진족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도 감당하기 힘든 자들이다. … 조선은 임진년 때만 생각해서 전쟁이 나면 높은 산속의 성에 틀어박혀서 싸울 생각만 하더구나. 왜군이었다면 그 방법이 먹히겠지만 후금군에게는 소용이 없다"

 

"왜 그렇습니까?"

 

"왜군의 목표는 땅을 빼앗고 군량을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충지를 점령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다. 하지만 후금은 그러지 않아. 아마 조선이 산성에 틀어박히면 그냥 가던 길을 갈 거다"

 

 

인조 5년(1627년) 1월 22일 평안도 안주성

 

후금군은 얼어붙은 청천강을 건너서 안주성을 포위했다. 성벽에 올라간 홍한수는 끝이 보이지 않는 후금군의 대열을 보고선 입이 쩍 벌어졌다. 안주성을 빈틈없이 포위한 후금군은 조선군의 항복을 종용했다. 안주목사 남이흥은 역관을 통해 결코 항복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외치게 했다. 이에 대한 후금군의 반응은 역관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내일 공격해서 우리를 모두 죽이겠답니다"

 

다음날 아침, 후금군은 새벽안개를 뚫고 공격해왔다. 안주성의 조선군은 후금군을 향해 조총을 쏘고 화살을 날렸다. 화포에서 날아간 포탄이 후금군 대열 한복판에 떨어지면서 수십 명을 한꺼번에 쓰러뜨렸다. 이길 수 있겠다는 희망은 잠시, 새벽안개가 걷히자 눈 앞에 전개된 수많은 후금군을 목격한 뒤 안주성민들은 절망에 빠졌다. 공격이 재개되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홍한수도 정신없이 조총을 쏘아댔다.

 

한낮이 지나자 후금군의 사다리가 성벽에 걸렸다. 후금군의 침입 기세에 조선군은 압도당하고 말앗다. 성 안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지만 쏟아져 들어오는 후금군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안주목사 남이흥은 문루에서 후금군에 대한 공격을 지휘하다가 안주관아로 퇴각했다. 홍한수도 그를 뒤따라 관아로 들어갔다. 

 

적진에는 조선사람들도 보였다. 나라가 백성을 버린다면 백성도 나라를 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안주성으로 왔던 홍한수는 그래도 안주목사가 남이흥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그는 제대로 습진習陳을 하지도 않고, 사소한 일에 부하들을 가혹하게 대했다. 홍한수는 남이흥이 길길이 날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남이흥이 탁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라고, 나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네"
"습진을 하려고 하면 조정과 권신들이 보낸 기찰꾼들이 달라붙었네. 그러면 얼마 후에 조정에서 함부로 군대를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왔고 말이야"

 

남이흥의 말에 어이가 없어진 홍한수는 그 이유를 물었다. 이괄의 난 때문에 조정에선 변방의 장수가 진법 훈련을 하기만 하면 이를 의심하고 훈련을 하지 말도록 했다는 것이다. 장수가 조금만 움직여도 의심을 하니 어떻게 군사훈련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에 홍한수는 분통이 치밀어올랐다. 남이흥 목사는 공신임에도 말이다.

 

 


 

일어나지 않는 의병, 등을 돌린 백성

 

후금군이 침략했다는 소식을 듣자 인조는 의병을 일으켜 이에 대비하라고 김장생을 양호호소사로 임명했다. 김장생은 예학의 대가이자 서인의 혈통을 잇는 율곡 이이의 제자이다. 김장생이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고자 호소하자 곳곳에서 의병들이 일어났다. 김장생은 의병을 이끌고 전주로 향햇다. 여기엔 소현세자가 이끄는 분조가 머물고 있었다. 이후엔 눈에 띄는 의병 활동이 전무했다. 특히, 북인의 근거지였던 경상도에서 심했다.

 

심지어 의병에 가담하지 말라는 익명서가 곳곳에 나붙었다. 임진왜란 때엔 의병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는데 30여 년이 지난 정묘호란 때에는 조정에서 관리를 파견해 모집해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물론 정묘호란이 벌어진 기간이 대단히 짧은 탓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의병장 조경남趙慶男은 이때의 분위기를 자신의 저서인 <속잡록고서續雜錄>에 이렇게 남겨놓았다.

 

"의병을 일으키려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비난을 하거나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의병에 가담하지 않으려고 온갖 핑계를 대고 한 사람도 나서지 않으니, 인심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나라의 국운이 다한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전술

 

임진왜란을 경험하며 조선은 활을 버리고 조총을 쓰기 시작했고, 30여 년이 지난 병자호란 무렵에는 조총의 품질이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조총은 기병이나 궁수에 비해서 양성하는 비용이 적게 들었기 때문에 임진왜란 이후 재정난에 시달리던 조선에 여러 모로 적합했다. 특히 별다른 훈련을 하지 못하는 속오군에게 적합한 무기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상대해야 할 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진족은 왜와 여러 모로 달랐다. 여진족이 운용하는 군의 상징은 기병이다. 이들은 돌파력이 뛰어났다. 여진족은 특정 지역을 점령하는 대신에 약탈을 한 후 바람처럼 돌파해나갔던 것이다. 조선군과 마주치면 곧장 말을 몰아서 돌격해오기에 그 기세에 엄청난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기마병인 팔기군은 활로 명중시키기도 어려웠다. 화포도 마찬가지였다. 부정확하고, 재장전 시간이 오래 걸려서 돌파당하기 일쑤였다.

 

 

삼전도에서 항복한 인조

 

삼전도에서 홍타이지에게 항복한 인조는 완벽한 친청파로 변신한다. 그리고 어리석은 선비들이 나라를 망쳤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나라를 고통으로 빠트린 이들은 다름 아닌 임금과 정책을 결정한 대신들이었다. 그럼에도 나라가 비극을 맞은 데 대해 책임지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상의 주인공 홍한수나 김영철 같은 민초들이 겪은 고통과 고난은 형용하기 힘들 정도였다. 병자호란이 터지자 포로로 잡혀서 심양에서 노예가 되었다가 주인집을 탈출, 북경과 만주를 거쳐 조선으로 귀국한 안추원을 조정에서 고향인 개경으로 보내지만 이미 오래 전에 부모가 죽고 일가친척들이 뿔뿔이 흩어져 먹고살기가 힘들자 다시 그는 북경으로 돌아가려고 압록강을 건너다가 적발되는 일도 발생햇다.     

 

 의주부윤은 37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안단을 묶어서 청으로 돌려보낸다. 외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박된 채 청으로 끌려가던 안단은 조국이 자신을 죽을 곳으로 몰아넣는다고 울부짖었다. 환향녀라고 불리면서 평생을 손가락질 받은 여인들의 사연은 아예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 다만 절개를 잃었으면서도 죽지 않고 부끄럽게도 살아 돌아왔다는 사관의 거친 붓놀림 속에 가느다랗게 흔적만 남길 뿐이다.

 

 

 

후손인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

 

 

김영철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김영철의 사연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여상如常했다. 수많은 김영철들과 홍한수들은 잠시간의 안식도 없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평생을 휘둘렸다. 그렇게 행복해지는 것이 법도에 어긋나는 시절을 견디면서 아픔을 습관처럼 겪었다. 그리고 김영철의 비극적인 삶은 병자호란 때 민초들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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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실전 재무제표 - 재무제표 서적으로 아마존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된 책, 개정판
토마스 R. 아이텔슨 지음, 박수현 옮김 / 이레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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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사람들이 회계 및 재무관련 보고와 관련된 기본 내용들을 완전히 익히도록 돕는 데 있다. 특히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그리고 현금흐름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영자들, 과학자들, 세일즈맨 등을 대상으로 했다. - '이 책의 특징' 중에서

 

 

투자를 위해선 재무제표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R. 아이텔슨과학자, 사업가, 작가, 교사로 기술 기업의 사업 개발 및 마케팅 부문에서 30년 간 경험을 쌓았다. 아이텔슨은 창업기업의 컨설턴트로서 5억 달러의 창업 자본을 유치하도록 도와준 비즈니스 플랜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눈에 재무제표 읽는 법은 그가 창업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재무제표를 활용하는 방식을 알려주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 한눈에 재무제표 읽는 법은 그 구조나 중점 영역에서 상당히 독창적인데, 이는 아이텔슨이 회계사나 재무관련 전문가가 아닌 생화학자로서의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국적 대기업의 전략 기획 담당으로, 그리고 첨단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벤처 캐피탈 기업의 CEO로 일하면서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회계 및 재무보고를 처음 배우게 됐다. 아이텔슨은 현재 매사추세츠 주, 캠브리지에 소재한 머큐리 그룹(MERCURY GROUP)이라는 기업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창업기업 및 기존의 첨단 기술 기반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및 파이낸셜 모델링, 사업전략 개발, 투자유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영 컨설팅 회사다.

 

책은 총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반드시 알아야 할 재무제표의 기본)에서는 기업의 세 가지 주요 재무제표를 소개하고, 회계장부를 이해하고 회계 담당자들이 이에 친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전문용어를 정의한다. 2부(거래를 통한 재무제표의 응용)에서는 애플시드주식회사의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반영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3부(성과 창출을 위한 재무제표의 기법)에선 통상의 비율분석 기법을 이용해 애플시드주식회사의 재무 상태를 철저하게 분석해본다. 그리고 왜 재무제표를 조작하고 기만하는지에 관해서도 살펴본다. 4부(사업 확장을 위한 경영 전략)에서는 성장세에 있는 기업이 시업 확장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5부(성공적인 자본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에서는 사업 확장 전략의 대안을 분석하고, NPV 기법을 활용해 최선의 선택을 도출해본다.

 

 

 

 

열두 가지 기본원칙

 

회계실체~ 재무제표를 준비하는 기업단위

계속기업~ 기업실체의 수명은 영원하다고 가정한다

측정~ 회계는 수량화할 수 잇는 것들을 다룬다

측정단위~ 미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단위는 미국 달러다

역사적 원가~ 기업의 자산과 부채는 취득원가로 기록한다

중요성~ 상호 다른 재무관련 정보들의 상대적 중요성을 일컫는다

추정과 판단~ 추정에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선택가능한 최선의 추정이어야 한다. 

일관성~ 기업은 하나의 회계보고 방법을 선택한 후, 이를 일관되게 사용한다

보수주의~ 회계 담당자들은 현상을 측정할 때, 축소하는 경향을 유지

기간성~ 통상의 경우 월, 분기, 또는 년으로 한다

실질의 우선~ 거래의 형태가 아닌 경제적 '실체'를 보고한다

발생기준~ 특정 회계기간 동안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을 통화로 환산한다

 

 

발생주의 vs 현금주의

 

회계장부를 기록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현금주의와 발생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비용과 이익을 기록하는 시점에 차이가 잇다. 현금주의란 현금을 수령할 때 이익을 측정하고 현금을 사용할 때 비용을 측정한다. 반면에 발생주의란 실제 현금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거래의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이익과 비용을 측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계부를 작성할 때 현금주의를 기반으로 일상을 다룬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발생주의 회계를 채택한다. 또 미국은 irs의 지침에 다라 제품 재고를 유지하고, 이를 판매하는 모든 기업은 반드시 발생주의 회계를 이용해 이익을 보고해야만 한다. 즉 손익계산서에는 현금흐름을 반영하지 않고 이보다는 향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음을 기록한다. 

 

 

애플시드 주식회사 창업과 운영

 

예로 든 애플시드 회사의 창업과 운영을 6단계로 살펴보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거래들을 회계 처리하는 것을 예시한다. 1단계(창업 자금의 유치, 직원채용)에선 건물 구매를 위한 은행차입, 종업원 급여지급 등의 거래 발생을 보여준다. 2단계(생산시설 확보 및 인력 충원)에선 제저 설비 부문과 선금 지급, 설치와 잔금 지급, 생상직 고용과 임급 지급, 공장(기계) 감가상각 일정 수립, 표준원가 산출, 원재료 주문과 포장라벨 수령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3단계(제조공정의 개시)에선 2개월분 원재료 공급, 생산 개시와 급여 지급, 감가상각과 기타간접비 계상, 라벨 대금의 지급, 애플소스 생산과 창고 입고, 일부 재공품 재고 폐기, 2개월분 원재료 대금 지급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4단계(상품 홍보와 판매)에선 제품홍보물과 티셔츠 제작, 주문 받은 애플소스 출하, 외상주문 발생, 제품 대금 수령, 파산고객의 대손처리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5단계(관리 업무의 실행) 에선 책임보험료의 지급, 부동산 관련 부채의 원리금 지급, 직원보험료와 급연관련 세금 지급, 공급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6단계(기업의 성장 평가)에선 미지급 소득세의 회계처리, 배당금 공표와 지급, 현금흐름표/재무상태의 변화, 기업회계 연차보고서, 애플시드의 가치측정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애플시드의 사업성과 평가

 

회사의 유동성, 자산관리, 수익성, 레버리지 등에 관한 비율분석을 통해 애플시드의 성장을 평가해본다. 유동성은 유동비율, 당좌비율을, 자산관리는 재고자산 회전, 자산회전율, 매출채권 회전일수 등을, 수익성은 총자산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매출액이익률, 매출총이익 등을, 레버리지는 부채 대 자본 비율, 부채비율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전체 산업과 경쟁업체의 비율과 비교해본다.

 

 

 

 

사업의 확장

 

애플시스는 신생 벤처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주주들은 이런 경영성과에 만족해하고, 회사의 제품에 대한 수요 또한 탄탄한 편이다. 이젠 "사업확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예스'라면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애플시드의 성장전략을 살펴보자. 회사의 성장에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확충이 요구된다. 이는 더 많은 부채를 충당하거나 자기자본을 늘리는(증자)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회사는 자본충당비용을 고려해야 하는데, 은행차입 금리와 배당수익률을 비교, 선택하면 된다. 이에 책은 후반부에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의 관계를 고려한 할인율(최저목표수익률)에 의거한 NPV(순현재가치) 산출을 다루고 있다. 이는 경영학의 의사결정이론에서 크게 다루는 분야이기도 한데, 투자 행위에 고려되어야 할 의미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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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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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9가지 거짓말이 나온다. 피카소에 따르면 "모든 창조행위의 출발은 파괴"이므로 어떤 강하고 정교한 것을 만들기보다 먼저 각각의 거짓말을 해체하고(일련의 사소한 사례에만 적용하는 진실로 출발해 모든 사례에 적용하는 거짓말로 퍼져 나간 방식을 파악하고) 그 뒤에 숨은 더 광범위한 진실을 밝히는 방향을 택하고자 한다. - '시작하며' 중에서



9가지 거짓말을 살펴보다


책의 저자 마커스 버킹엄은 유능한 관리자와 효율적인 일터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20년에 걸쳐 시행된 갤럽의 조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아울러 갤럽 리더십연구소의 선임 강사이기도 하다. 그는 리서치 경험을 기본으로 하여 베스트셀러,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와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저술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제3장에선 우리들에게 문화, 기획, 목표를 그토록 단호하게 부과하는 이유에 의문을 던지고 우리 모두의 힘을 모을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 제4~제7장에선 인간 본성의 특정한 측면을 다루면서 개개인이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성장시킬 수 있을지를 밝힌다. 제8장에선 왜 '균형'이 우리들의 이상이 되었는지를 의심하면서 전혀 다른 목표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제9장에선 리더십과 관련된 것에 우리가 느끼는 경외심을 생각해보고 타인의 비전에 매달리거나 열정을 쏟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제시한다.


아홉 가지 거짓말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신경 쓴다

최고의 계획은 곧 성공이다

최고의 기업은 위에서 아래로 목표를 전달한다

최고의 인재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에게는 타인을 정확히 평가하는 능력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잠재력이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더십은 중요한 것이다 



애플의 이미지와 애플에서 일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들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들은 애플이라는 회사의 이미지보다는 진짜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긍금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들은 진지한 자세로 일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관리자가 편파적인지, 분쟁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정규회의를 끝낸 후 진짜 회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승진하는지, 팀들 사이에 텃세가 있는지, 고위 간부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 중 어떤 것이 더 빨리 퍼지는지,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지, 성과와 사내정치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하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즉,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한다. 



경험의 균형


우리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가장 신경을 쓴다면 어떤 팀에서 일하는 경험과 어떤 회사에 일하기로 한 선택 사이에 상관이 없어야 한다. 팀보다 회사가 우선이 아닌가? 그런데 분석할 때마다 팀 관련 항목에서 점수가 낮을 경우 팀원들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일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 그 '어떤 곳'은 회사가 아니라 팀이다. 사람들은 회사가 아니라 팀을 떠난다. 나쁜 회사의 좋은 팀에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 버티지만 좋은 회사의 나쁜 팀에 있으면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팀은 당신의 업무 경험에서 태양이자 달이고 별이다. 



최고의 계획이 성공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직원들은 실제 세상과 관계를 쌓아가야 하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상호작용해야 하며 또 그러기를 원한다. 그들을 미리 만든 계획에 묶어놓는 우리들은 그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동시에 우리들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노출하고 만다. 그렇다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전혀 쓸모없는 일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정보를 철저히 고려할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명령이나 이해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것은 가치 없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일은 당신 팀이 직면한 문제의 범위와 성격을 이해하는 데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상황이 더 나아지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거의 배우지 못한다. 해답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현실 세계 속에 있지만 당신의 계획은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과거를 추상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친다. 이런 계획은 해답이 아닌 문제를 살피는 일이다. 


다들 입으로는 최고의 계획은 곧 성공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은 딴판이다. 많은 계획, 특히 큰 조직에서 만든 계획은 지나치게 일반적이라 금세 시대에 뒤처지며 그 실행을 요구받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따라서, 각 팀원이 보유한 정통하고 상세한 정보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팀 활동을 조정하는 편이 훨씬 낫다. 


1940년말 유럽을 휩쓴 히틀러 군대는 영국을 겨냥해 프랑스 해안에 이르럿다. 이제이들은 영국의 공군만 넘어서면 잉글랜드 섬을 통째로 점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영국은 자신들의 영공방어를 위해 전투기 숫자를 늘렸지만 충분하진 않았다. 그래서 어디에서 공격해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코자 교대로 정찰비행을 해야만 했다. 영국을 구하려면 영군 공군력은 제한된 조종사와 전투기로 요격률을 100% 끌어올리는 게 최상이었다.


당시 영국공군의 지휘관은 휴 다우딩으로, 그는 일선의 팀원인 관제사가 판단을 내려 적이 있는 곳에 병력을 보내는 일종의 전시 상황실인 '영국 항공전 벙커'를 운영했다. 이를 다우딩 시스템이라 부른다. 이는 종전의 평균 요격률 30~50%를 90~100%까지 끌어올렸다. 말하자면 영국의 방어력을 2배로 상승시킨 것이다. 이처럼 가능하게 한 요인은 계획 시스템이 아니라 가공하지 않은 현재의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였다는 데 있다.


현재 위기나 전쟁 등의 위험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상황실'의 모태로, 빌 클린턴의 초선 선거운동에도 활용되었고, 휴스턴 미 항공우주국의 임무통제센터, TV 생방송 제작조정실, 시스코의 보안운영센터 등에도 도입되었다. 이를 운영함으로써 조직 전체에 정보를 가능한 한 빨리 전달해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것이다. 최고의 계획이 곧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말은 거짓이다. 사실은 최고의 정보가 성공으로 이어진다. 



의식적인 절차를 행한다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들에겐 이미 의식적인 절차가 있다. 우리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그것은 의미를 전달하는 일이다. 가령 우리들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해보자. 우리들은 몇 시에 나타나는가? 5분 먼저 도착하는가, 5분 늦게 도착하는가?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는가? 약간의 시간을 내 팀원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보이는가, 아니면 곧바로 비즈니스 논의를 시작하는가? 누가 가장 먼저 이야기를 하는가? 팀원들이 충분히 발언하게 해주는가, 아니면 그들의 말을 자르는가? 회의가 오래 이어지는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람들을 제지하는가? 등을 통해 무엇이 의미 있는 일인지를 전달한다. 


이 모든 것은 의식적인 절차의 한 측면이고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들의 팀은 그것을 보고 이해하고 결론을 도출한다. 이런 의식적인 절차의 힘을 살펴보자. 한 주일을 마무리할 때면 마크 저커버그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가장 큰 카페테리아로 가서 전체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두 리더는 이에 답했다. 사실 실제 답변 내용보다는 매주 최고경영자가 귀중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반면에 스티브 잡스개방성보다는 심미적 아름다움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그는 3개월에 한 번 정도 전체회의를 주재했는데, 마치 제품 발표회로 착각할 정도였다. 잡스는 각 제품의 아름다운 디자인, 하드웽와 소프트웨어으 복잡한 생태계, 콘텐츠와 코드의 정교한 통합 등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외부에서 참가한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감탄했고, 애플 직원들은 듣고 본 것을 메모했다. 잡스는 자신의 팀에게 이렇게 의미를 전달했다. 


모든 경영자는 직원들이 판단, 선택, 통찰, 창조 역량을 발휘하도록 노력한다. 그래서 목표를 아래로 내려준다. 예컨대 분기별 매출목표, 월별 매출목표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적절치 못하다. 오히려 계획 시스템에 정보를 가두어놓고 목표 설정 시스템 내에서 지시를 전달하는 것일 뿐이다. 이보다는 정보 시스템으로 정보를 드러내고 가치의식적인 절차, 스토리로 표현해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즉 남이 세운 목표는 구속이지만 스스로 세운 목표는 자유를 준다.


가치~ 말(문자, 표현)이 아닌 행동으로 구현돼야 한다

의식적인 절차~ 페이스북, 애플 등

스토리~ 리더는 스토리텔러, 인간이 만든 의미로 세상을 이야기한다.



최고의 인재


"자신의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면 일에 결코 자부심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스티비 원더가 작곡하고 노래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그는 즐거움을 느낀다.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불가능한 각도에서 골문을 공략할 방법을 찾아냈을 때 리오넬 메시도 마찬가지 감정을 느낀다. 그가 느끼는 감정은 기쁨이다. 자기 일에 정말로 뛰어난 사람을 볼 때,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우리도 이러한 감정을 느낀다. 리더가 우리들에게 창의력, 혁신, 협력, 회복력, 직관, 생산성을 기대한다고 말할 때 그는 사실 "우리는 당신이 일하는 시간을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활동, 당신을 기쁘게 하는 과제로 채우길 바란다"고 말하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관찰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임에 분명한데도 말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실적이 가장 높은 팀의 특징 중 팀 생산성에서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로 두드러지는 것이 하나 있다. 이는 바로 '직장 내에서 매일 내 장점을 활용할 기회를 얻는다'는 느낌이다.


최고의 팀 리더들이 사용하는 3가지 전략이 있다. 첫 번째 전략은 '결과 비즈니스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 팀 리더는 경험 많은 엔지니어가 신입사원에게서 끔찍한 냄새가 풍긴다고 해고를 요청하자 신입사원의 특별한 것을 발견한 팀 리더는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달리 근무토록 한 것이다. 즉 신입은 야간 근무를 맡았다. 이 신입이 바로 아타리 초기스티브 잡스였다. 

가장 뛰어난 실적에 서 눈에 번쩍 뜨이는 점은 장시간 걸쳐서 다듬어져 훌륭하게 사용하는 '강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이 대단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실패가 중요하다'는 아이디어는 실패가 결점을 이해하는 데, 그러니까 더 많은 결점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까닭에 매력적이다. 더구나 큰 성공은 작은 성공들의 집합이며 발전은 각 시도에서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내고 포착하고 파악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실패 자체는 성공과 관련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결점과 강점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더 나아지기 시작하는 순간은 어떤 것이 효과를 내지 않는 때가 아니라 효과를 내는 때다.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사용해 선거에 영향을 준 혐의로 정부 조사를 받을 때,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자전거 운전자를 치어 사망하게 했을 때 누구도 이 실패와 그들이 달성한 '빠른 실패 속도'를 찬양하지 않았다. 즉, 빨리 실패하면 빨리 능숙해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두 번째 전략~ '조정 가능한 좌석을 만들라', 조종사를 기계에 맞추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해야 한다

세 번째 전략~ '팀 기술을 사용하라', 다양성이 없으면 훌륭한 팀은 존재할 수 없다



부정적인 피드백

팀 실적과 업무 몰입도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는 '직장에서 매일 내 장점을 활용할 기회를 얻는다'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는 개발과 성장이 일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처럼, 실적과 개발이 별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개발은 우리가 날마다 일을 좀 더 잘한다는 의미이므로 실적 향상과 성장은 동일하다. 강점에 집중하면 실적이 높아지고 이는 성장을 낳는다.


최고의 팀 리더들은 이것을 잘 안다. 그들은 실제 세계에서 개개인의 강점이 학습과 성장 면에서 커다란 가능성을 안고 있고 시간과 주의를 기울여 이 강점을 지능적으로 사용하면 현재와 미래에 기하급수적 수익을 내리라고 본다. 이에 따라 시간을 집중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들의 결점이라는 생각을 거부한다. 그 리더들 중에는 이 점을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팀원과의 진짜 경험에서 이것을 알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직원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란다면 

지금 그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토대로 삼아라"



리더에게 꼭 필요한 질문


팀원이 처리하는 업무의 질에선 "뛰어난 결과를 원할 때 항상 이 직원에 의지합니까?"라고 묻는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팀 지향적인지 알고 싶을 때는 팀 리더에게 협력이나 협동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할 게 아니라 협동심 강한 사람이 있을 경우 그가 무엇을 할지, 어떤 느낌일지 물어야 한다. 가령 "이 팀원과 함께 일할 기회가 가능한 한 많았으면 좋겠습니까?"라고 묻는다. 팀원의 향후 가능성을 물을 때도 팀 리더에게 그 사람의 잠재력이나 다른 추상 특성을 평가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오늘 이 사람을 승진시키겠습니까?" 같이 의도를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의 작업과 관련해 팀 리더에게 우려하는 바가 있는지 물을 수도 있다. 이때는 "이 사람에게 당신이 당장 처리해야 하는 실적 관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질문해야 한다. 이것이 팀 리더에게 자신의 느낌과 의도한 행동을 말하게 하는 4가지 질문이다. 이들 질문에 따른 대답은 각 팀원이 마무리한 실적을 완벽하게 측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각가의 팀 리더가 개별 팀원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각 팀원과 어떤 일을 함께하고 싶은지에 대한 믿을 만한 시각을 제공한다.



리더십


리더가 이론을 세우기 시작하는 순간 리더의 사람들은 떠나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진실도 사라진다.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하는 리더는 절대 없다.
어떤 리더도 완벽하지 않으며 최고 리더는 자신의 결점을 피해 일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이다.
리더도 좌절을 안겨줄 수 있으며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추종은 용서라는 활동의 일부며 용서는 눈에 보이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눈길과 노력을 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도 리더가 되길 원하는 것도 아니며 세상은 추종자, 그것도 위대한 추종자를 필요로 한다.
내게 위대한 리더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어떤 팀이나 회사에서는 훌륭한 리더가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리더가 반드시 선의의 힘은 아니며 그들은 그저 추종자가 있는 사람이다.
리드는 일련의 특질이 아니고 추종자의 눈으로 보는 일련의 경험이다.


리더들은 성자가 아니며 추종자가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자만심, 오만 등으로 이어질 수 잇다. 리더는 선도 악도 아니며 그들은 그저 세상에서 자신의 명확한 모습을 찾아내 추종자가 확신하게 하는 방식으로 자기 모습을 유지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진실. 그들의 모습은 선도 악도 아니며 그저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리더의 특출함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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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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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 의학이 채택한 유일한 모델은 몸무게 70의 백인 남성에 맞춰져 있다. 가임기 여성은 임상 연구, 특히 신약 연구에서 아예 배제된다. 여성의 증상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며 자주 무시된다. 때로는 월경통, 폐경, 심지어 임신 등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적 상태와 주기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질병과 관계없는 환자의 상태가 더 주목받기도 한다. 살찐 여성의 질환은 비만 탓으로 돌린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겪는 증상은 모두 호르몬 치료 탓이다. 흑인 여성은 처방전이 필요한 약에 중독됐다고 생각하고 이들이 호소하는 통증 자체를 의심한다. - '글을 시작하며' 중에서

 

 

의료계의 여성 편견을 고발하다

 

책의 저자 마야 뒤센베리저널리스트이자 선구적인 웹사이트인 페미니스팅닷컴 편집장으로 2009년부터 낙태에 따라붙는 사회적 낙인, 강간 문화, 남성성, 경제 정의, 대중문화 등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왔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미국 국립재생산건강연구소에서 일했다. 마더 존스의 기자, 퍼시픽 스탠더드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코스모폴리탄〉, 〈허핑턴포스트〉, 〈더 애틀랜틱〉, 〈틴 보그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실었고, 프레시 에어〉, 〈굿모닝 아메리카등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여 의학계의 젠더 편견에 대해 인터뷰했다. 또한 학생, 보건의료계 종사자, 환자 지지단체, 생의학 분야 종사자 등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젠더 편견에 대해 강연을 해오고 있다.

 

 

의료서비스에 있어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경험한다. 응급실에서 복통 치료를 받기까지 남성은 49분이 걸리지만, 여성은 65분을 기다려야 하고, 심장마비가 온 젊은 여성은 집으로 돌려보내질 확률이 7배나 더 높으며, 여성은 여성에게 흔한 질병이더라도 병을 진단받기까지 더 오래 기다리고, 때로는 이 기간이 수년을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저널리스트인데 자신이 아프고 나서야 의료계의 성(젠더) 편견이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왜곡하고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뿌리 깊은 성 편견과 무지로 여성을 무시하거나 오진하고 병들게 한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한다. 과학적/사회학적 연구, 의사와 연구자의 인터뷰, 미국 여성들의 개인사를 통합해서 의학계의 성차별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낱낱이 보여준다.

 

 

 

 

책은 의학계에 있는 몇몇 성차별주의자를 골라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대신 의학계에 편견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즉 여성에 대해 특정 편견을 가진 문화권에서 살아온 우리 모두와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이 어떻게 무의식적인 편견을 체화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최고의 의사들조차도 여성에 대해선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잘 모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의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들 역시도 여성 건강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 

 

 

의료체계는 역사적으로 남성이 지배, 수 세기 동안 서구의학은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여성의 병적 증상을 히스테리라는 포괄적인 진단명에 쓸어 넣었다. 아리송한 여성의 질병을 설명하는 일을 수 세기 동안 계속 미루다가, 19세기 말에는 히스테리를 심리적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수많은 질병의 기저 원인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서, 그리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혈액검사와 신기술로 측정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는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은 모두 '마음' 으로 돌렸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사망률이 낮지만 질병 발생률은 높다. 이 간극을 '젠더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몇몇 연구자들은 여성이 실제론 남성보다 더 건강하다고 주장하면서 여성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아픈지 의심했다. 그러고는 여성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되어서야 건강이 나빠졌다고 생각했다. 여성의 질병은 쇠약해질 가능성이 더 크지만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는 만성질환이다.


우울증 병력을 가진 이탈리아 이민자인 한 중년 여성3년 동안 복통을 월경통으로 무시당했다고 한다. 이 여성의 가족력에 대장암이 있다는 사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장 출혈이 일어났어도 의사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그제야 3기 대장암으로 밝혀졌다. 몇 달만 더 넘겼으면 4기에 들어서서 치료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여성은 십 대 이후로 항우울제를 불규칙하게 복용했다. 몇 년 동안 어지럼증, 피로감, 시력 문제, 원인 모를 체중 증가 등의 문제를 여러 의사에게 상담했다. 하지만 항우울제 복용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스트레스' 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철저한 정밀검사를 실시한 의사가 갑상샘암을 발견했다. 이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암 진단이 마치 좋은 소식처럼 들려서 혼란스러웠어요. 알 수 없는 증상을 정확하게 알게 돼서 내가 '미쳤나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만성통증을 앓는 여성은 급성통증을 앓는 여성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히스테릭하게 보이지 않고, 별로 아프지 않은 척하면서 통증이 어느 정도로 심한지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그러나 '설명할 수 없는' 만성통증 환자들에게 이러한 바늘구멍을 지나는 일이 끝도 없이 이어지며, 때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눈에 보이는 통증의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는 환자의 통증 호소만이 유일한 증거다. 그러나 통증을 설명하는 여성의 표현은 언어적인 표현이든 찡그린 표정이든 눈물이든 감정적으로 보이기 쉬우므로, 만성통증을 앓는 많은 여성은 의료진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극도로 자제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2년 <뉴욕타임스>에는 노스웨스턴대학교 통증전문의가 어떻게 동료 의사들이 '여성 환자의 눈물을 신체적 통증의 신호가 아니라 감정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지'를 적절하게 인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녀는 다른 의사에게 자신의 여성 환자를 보내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울지 말라"고 '지도'했다고 한다.

 

자궁내막증만큼 억압받은 질환도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만 최소 630만 명이 앓고 있는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몸의 다른 부분(대개는 복강, 난소 주변, 나팔관, 방광, 창자)에 생기는 질병이다. 자궁내막은 수정란의 착상에 대비해 자궁 내벽을 덮고 있는 점막 조직으로, 착상되지 않으면 월경 때 출혈과 함께 내막이 쓸려 나온다. 자궁내막 유사조직은 매달 월경을 일으키는 호르몬에 똑같이 반응하여 출혈을 일으키고, 탈락되어 나간다. 그 결과 통증과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결절, 낭포, 흉터 조직이 만들어진다. 심각한 경우, 유착이 생겨 골반 내 장기들을 들러붙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 만성 골반통증을 앓는 여성90%는 자궁내막증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아무 증상이 없는 여성도 있는데, 이런 환자는 임신을 시도하면서 질병을 발견한다. 공식적으로 진단받으려면 자궁내막증 병변을 확인하는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한다. , 자신의 증상이 단순히 '끔찍한 월경통'이 아니라고 의사를 설득해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이 일은 많은 여성에게 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통증이 시작되고 진단받기까지 평균 10~12년이 걸린다. 그리고 환자의 60%가량은 20세 이전에 자궁내막증 때문에 통증이 시작된다

 

과체중인 여성 환자는 많은 의사가 환자의 모든 증상을 체중 탓으로 돌리는 경험을 한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는 병원에 가자마자 체중 때문에 병의 증상이 무시된 몇몇 환자의 이야기를 실었다. 한 여성은 고관절 통증이 있어서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갔는데, 의사는 진찰해보지도 않고 즉시 '비만 통증'이라고 진단해버렸다.

 

그런데, 이 여성은 사실 점진적 척추측만증 환자환자의 통증은 체중과는 관계가 없었다. 또 다른 여성은 갑자기 몇 발짝만 걸어도 숨이 차기 시작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응급실 의사는 그저 너무 뚱뚱해서 폐가 눌려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이어트 할 생각은 해보셨나요?"라고 의사는 환자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 여성은 폐에 목숨을 위협할 만한 심각한 혈전이 생긴 상태였다.

 

이런 편견은 비만 남성에게도 적용되지만 특히 여성에게 심각하며, 병의 증상을 호소해도 의사들은 무시하기 일쑤다. "남성에 비해 너무, 너무, 너무 많은 여성이 의사에게 이런 일을 겪었다고 얘기해요. '무릎이 뒤틀려서 의사한테 갔더니 체중을 줄이라는 말을 들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환자는 십중팔구 여성이죠"라고 <몸에 대한 진실>의 저자이자 기자인 해리엇 브라운이 말했다.

 

 

여성이 아프다고 말하면 믿어주자

 

난소암은 폐암, 유방암, 대장암, 췌장암에 이어 여성 사망 원인인 암중에 다섯 번째를 차지하는 드문 질병이비만 아주 치명적이다. 매년 미국인 2만 2,000명 이상이 난소암을 진단받고, 이 중 약 1만 4,000명이 사망한다. 전체적으로 볼때 진단받은 환자의 1/3 정도만이 십 년 이상 생존한다. 난소암 생존율이 낮은 주요 원인은 환자 대부분이 진단받을 때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여성이 아프다고 말할 때, 여성을 믿어라. 그렇게 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생존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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