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6000만원 2 - 저평가 우량주를 알아보는 안목 허영만의 6000만원 2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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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저 허영만은 나이 일흔 넘어 겁 없이 주식투자에 도전했습니다. 첫 투자금 3000만 원은 다섯 분 고수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다행히 얼마간 수익을 남겼습니다. 무모한 자신감으로 이번에는 종잣돈을 600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 치열하게(?) 돈을 까먹으며 실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왕초보 주식투자자 허영만, 여의도 타자를 만나다

 

책의 저자 허영만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인데, 1974년 공식 데뷔한 이후 <각시탈>, <오! 한강>,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미스터Q>,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화제작을 그리며 만화계의 중심에서 인기를 누렸다. 그의 만화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40여 년이 넘는 동안 한순간도 만화계의 중심에서 멀어지지 않았던 그는 현재에도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주식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 많이 벌어서 인생을 여유 있게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자신의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행위는 아니다.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좋은 기업을 키우는 경제 주체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돈에 대한 공부'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주식 초보 허영만이 돈 잃고, 돈 버는 걸 보면서 이 마약 같은 주식을 같이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책은 두 사람의 고수를 만나 이들의 투자법을 우리들에게 알기쉽게 만화로 그려냈다. 한 사람은 밸런스투자아카데미의 대표인 이정윤 고수, 다른 한 사람은 대구시에 거주하면서 재야 고수로 알려진 손명완 세광무역 대표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세무회계다. 이정윤은 이 세무사로 통하는 세무회계법인의 대표이며, 손명완은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회사에 취직해서 경리회계 실무를 담당했던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이정윤의 삼박자 투자법

 

주식 고수로 평가받으려면 떠도는 소문만으로는 안 된다. 이제 수많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가짜 고수들의 민낯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공신력이 없는 사람을 고수로 평하지 않는다. 대체로 한 종목을 5% 이상 소유해 지분 공시까지 한 주식농부 박영옥 같은 '슈퍼 개미'라든가 또는 증권 유관기관에서 시행한 투자 대회에서 상위 입상한 경력이 있어야 비로소 공신력이 있다고 여긴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이 특정 종목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사람은 장기 투자자이며, 소위 투자 대회에서 입상한 사람들은 단기 투자자이다. 한국에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기록한 투자자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정윤 고수는 이 둘을 모두 기록했기에 자타가 공인하는 공신력 있는 고수로 통한다. 즉 키움증권 실전투자대회에서 4년 연속 수상(2013~2016년)했고, 샘표식품을 5% 이상 보유한 주식투자자이다.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26살에 공군에 입대해서 28살에 병장 신분으로 결혼한 그는 양가 모두 독실한 불교 집안인 탓에 아홉수를 피하다 보니 군 제대를 곧 앞두고 상견례를 거쳐서 해를 넘기지 않고 결혼식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홉수는 핑계이고 아마도 아내와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상견례에서 어느 회사에 다니냐고 묻는 처가의 친척분 질문에 '군인'이라고 답변하자 장교인 줄로 착각했다는 일화가 너무도 웃긴다. 월급이 고작 12,000원인 그에게 곧 제대하면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큰소리로 "부자가 되고 싶다"고 외쳤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미래의 꿈이 그 흔한 대통령이나 선생님이 아니라 그저 부자였다. 집안이 부자도 아니었기에 부자가 되려는 시도를 했다. 그 첫 번째가 겜블러 시도였다. <타짜>를 수없이 반복해서 봤다고 한다. 또 경마도 해봤지만, 모두 도박은 부자가 되는 방법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후 주식 공부에 집중, 군 복무 기간에 100만 원을 모아 주식 계좌를 개설, 주식 거래를 해보았다. 99년 2월 제대 후,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 김대중 정부 시잘, 코스닥 시장이 열리면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2002년 캐나다로 유학, 2004년 귀국한 후 "니 아부지 뭐 하시노?"에 대한 답변을 위해 세무사 공부에 매진, 자격증을 취득해서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그는 제도권에서 활동하려면 남 보기에 그럴싸한 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른 세무사 사무실은 세무사 업무가 주업이고, 주식투자는 부업일텐데 그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주식투자가 주업이었고, 세무사 일은 부업이었다.

 

사실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기'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는 감각이 남달랐고, 학습을 통해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주식시장은 상승장과 하락장을 순환하는 특징을 지녔다. 그래서 운이 좋은 사람은 상승장에 뛰어들어 잠간 만에 두세 배 돈을 벌기도 한다. 이때 착각하는 게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서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하락장을 만나 번 돈은 물론이고 가진 집까지 날리는 주식투자자가 많다. 그래서 이정윤은 공부를 통해 자산의 재산을 지키기로 작심하고, 차트 공부도 하고 많은책을 읽었다.

 

 

 

 

주식투자의 핵심은 '종목 고르기'다. 그는 투자 분석을 세 가지, 즉 가치, 차트, 재료를 동시에 해서 투자할 종목을 찾는다. 왜냐하면, 재무제표만 분석해서 저평가우량주를 골라도 수년 동안 그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우량주라고 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은행주를 발굴해서 장기보유했지만 3년 동안 시세의 변화가 없음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미인을 고르듯이 삼박자를 다 갖춘 종목을 고른다. 이를 '삼박자 투자법'이라고 명명한다.

   

"주가는 가치가 저평가되었기 때문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매수 주문을 넣을 때 오른다"

 

주식투자 성공 법칙(이정윤의 8T)

 

1. 당신의 유형을 알아라

2. 당신의 투자기간을 결정하라

3. 매매 개념을 이해하라

4, 통찰력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

5. 시장의 흐름을 읽어라

6. 나만의 기법을 개발하라

7. 반복해서 훈련하라

8. 시도하라 그리고 또 시도하라

 

 

 

대구의 현인 손명완

 

세계적인 주식투자자 워렌 버핏'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부른다. 대구에서 무역업을 하면서 재야 고수로 이름을 알린 손명완 고수에게 붙여진 이름도 '대구의 현인'이다. 허영만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주식은 흐름에 맞춰서 매매를 하는 기라요'라고 사투리 섞인 말을 하면서 예전과 달리 요즘은 자신이 직접 수시로 매매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이므로 빠르게 종목을 갈아탈 수 있음을 강조한다. 과거엔 투자종목의 가치를 분석한 후 저평가된 종목을 투자하는 방식이 통했지만, 이젠 가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강변한다.

 

증권회사를 통하지 않고도 모바일로 주문을 내는 매매방식을 택하면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조금만 올라도 이익이 나는 구조이다. 따라서, 단타족이 판을 치는 형세라는 것이다. 즉 데이 트레이딩을 잘하면 월 1000만 원, 2000만 원을 벌 수 잇는 그런 시장구조다. 반면에 가치를 보고 장기투자를 하면 이런 수익을 결코 올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좋고 저평가된 종목이라도 시세 상승이 어려운 '은행주는 절대로 사지 마세요'라면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주가는 콘크리트에 발 박아 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기껏 배당금이 3~4%인 게 은행주의 특징이다. 여기에 투자할 바엔 그냥 은행에 예금으로 넣어두면 되지 뭣 때문에 은행주를 사놓고 노심초사하느냐는 것이다.

 

 

 

 

그의 주식투자 행로는 부침이 심하다. IMF 때 섬유회사 경리로 근무하던 시절(31실)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주식에 나섰다가 2000만 원이 1주일 만에 깡통이 되고 말아서 집을 나와 '원룸' 생활을 하다가 돈을 다시 모아 8000만 원으로 다시 주식투자를 햇는데, 미국 무역센터 테러 사고 발생으로 다시 폭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후 원사의 마진이 50%임에 착안, 40살에 모은 돈 3000만 원으로 회사를 차렸다. 그는 원사를 먼저 구매한 뒤에 판매에 나서는 전략을 취햇다. 적은 자본을 운용, 원사를 조금씩 사고팔다가 전국의 원사 공장을 뒤져서 많은 양을 싼 가격으로 구매, 이를 집중적으로 섬유산업의 메카인 대구에 공급했다. 첫해에 12억 매출에 10% 마진을 벌었으며, 4년째는 6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때 번 돈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 큰 돈을 벌엇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박살나고 말았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코스피 지수가 970포인트까지 하락했을 때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주식을 계속 매수했다. 2009년에 100억을 챙길 수 잇었다.    

 

"잡주는 잡초처럼 생명력이 강하다"

 

그는 매도보다는 매수에 더욱 신경을 쓴다. 사업을 하며 실물경제 감각을 익힌 터라 뉴스에서 힌트를 얻고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소형주를 중심으로 매수했다. 뉴스에 나온 소식이 앞으로 다른 업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미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소기업이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고, 그 주식이 더 잘 오르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실물경제를 꿰고 있는 그의 인터뷰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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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공식 포뮬러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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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다룬 책들을 보면 대부분 용기를 북돋우는 내용이며 일회성 사례를 증거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책들이 시중에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이 성공에 기여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한 발견, 창작한 예술 작품, 설계한 새로운 장치가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바란다. 인간은 미래를 모색하거나 자녀를 양육하면서 무엇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지 날마다 고민한다. 여러 분야에서 성공의 유형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흔히 운으로 돌리곤 했던 성공 비결을 더 정확히 파악할지도 모른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책의 저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헝가리 출신의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창시자이자 세계적 과학자로, 노스이스턴대학교 네트워크 과학학과의 특훈 교수이자 이 대학교의 복잡계연구소 원장이다. 그는 물리학과, 컴퓨터와 정보과학과, 하버드 의과대학원 의학과, 그리고 부다페스트의 중부유럽대학교에도 임용되어 있다.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과 <버스트: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을 포함해 세 권의 책을 냈으며, <구조와 네트워크의 역동성>과 <네트워크 의학의 공동편집자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 결과는 늘 획기적인 발견으로 이어졌는데, 그 가운데 '무척도(SCALE-FREE) 네트워크' 연구는 오늘날 가장 인용 횟수가 높은 연구로 손꼽힌다.

 

휴대 전화부터 월드와이드웹,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자연적·기술적·사회적 시스템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바라바시-앨버트 모형을 제안했다. 이 이론으로 죽은 개념에 새로운 날개를 단 혁명적 과학자라는 평을 받았으며, 네트워크 이론이 경제학, 사회학, 인문학, 의학, 생물학, 공학 등 모든 학문에서 폭넓게 인정받는 데에 기여했다. 또한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관심과 해박한 지식, 독창적 논리와 대중적 흡인력으로 세계 유수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다.

 

책은 크게 5가지 공식을 다루는 10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강조 포인트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업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개 중요한 사회적 성취는 협동의 산물이기 때문에 혼자서 뭔가를 이루긴 어렵다. 성취가 만들어지고 나면 맨 앞에 서 있던 오직 한 사람이 그 공을 모두 가져가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그래서 책은 사회적 성취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다음 성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객관적으로 기술한다.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 측정이 불가할 땐 연결망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성공은 무한하다.

과거의 성공 X 적합성 = 미래의 성공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공을 차지한다

부단히 노력하면 성공은 언제든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성공의 정의는 '사랑'이라는 개념만큼이나 모호하다. 그래서일까? 성공은 과학자들의 관심 밖이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성공을 연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성공은 집단적인 현상이라는 점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면서, 과학적 탐구 도구들을 이용해 성공을 측정하고 계량화했고, 성공을 관장하는 법칙을 공식으로 밝혀냈다.

 

이런 성공의 법칙들은 우리의 삶을 관장한다. 직장의 경력도 마찬가지다. 마치 오래 전부터 중력이 변함없이 작용해왔지만 최근에 와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듯이 말이다. 성공 요소들을 규명하고 신비의 장막을 벗겨내면 삶에서 무엇이 통제 가능하고 무엇이 통제 불가능한지 파악하게 된다. 밝혀낸 성공의 공식들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힘들이 인간이 하는 활동의 성패에 어떤 향을 미치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세이모의 탄생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낙서화가 장-미셀 바스키아(1960~1988년)알 디아즈는 시작은 같았지만 어떻게 전혀 딴판인 결과를 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두 사람은 똑같은 시기와 장소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들의 작품은 처음에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했다. 그러나 디아즈가 한 예술 활동은 세이모 이후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바스키아는 생존 당시에도 예술가로서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심지어 사망한 후에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전혀 다른 경로를 걷게 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두 사람은 한 가지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있었다. 디아즈외톨이였던 반면, 바스키아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쌓았다. 실제로 바스키아는 예술계에서 인맥을 쌓았다. 또한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근처에도 얼쩡거렷다. 이 학교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유선방송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와도 친분을 맺어 그 쇼에 출연까지 했다.

 

바스키아 작품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

 

<해리 포터>수십 차례 거절당한 끝에 겨우 출간되고서도 곧바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1997년 6월 영국에서 출간되었을 때 첫 권의 초판은 겨우 500부를 찍었고 그중 300부는 무료로 도서관에 증정되었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적합성은 뛰어나지만 지명도가 낮은 상품에 대해 제3 공식이 예측하는 대로다. 첫 서평들이 나오면서 <해리 포터>는 "대단히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묘사되었다. 다음과 같은 서평도 있었다. "이 책에서 눈을 뗄 줄 아는 아이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그리고 호평이 하나둘 이어지면서 우선적 애착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1998년 9월에 미국판이 출간되자 다시 제3 공식이 작용했다. <해리 포터>는 다수의 독자층을 확보하고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999년 8월부터 거의 1년 반 동안 정상을 고수했다. <뉴욕 타임스>가 베스트셀러 목록을 아동 도서와 성인 도서로 나눈면서 비로소 <해리 포터>는 왕관을 빼았겼다. 이는 출판사들의 알력을 이기지 못한 <뉴욕 타임즈>의 조치였다.

 

 

재능과 노력이 만나면

 

예일대학교 교수진에 합류할 당시 쉰 살이었던 존 펜(1917~2010년)은 이미 학계의 기준으로 볼 때는 한물간 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고질적인 대기만성형이었다. 첫 논문을 대학원을 마치고 10년 후인 서른두 살에 발표했다. 그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처음으로 교편을 잡은 때거 서른다섯 살이었고, 거기서 그는 원자와 분자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펜은 노력형에 매우 성실했지만 학교에 몸담은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과학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과학자로 남았다. 그가 학교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은퇴해야 하는 일흔 살이 되었을 때 예일대학교 학과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른다.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한 채 20년 동안이나 빈둥거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펜은 연구를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인생에 땅거미가 질 무렵 그가 올린 업적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는 초창기의 기법을 개선해서 전례 없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리보솜과 바이러스를 측정할 방법을 과학자들에게 제시했고, 인생의 막판에 보인 추진력에는 엄청난 보상이 따랐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2002년, 80대 중반의 나이에 그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운보다는 성공의 공식을 이용하라

 

운이 좋아 횡재하기를 바라지 말고, 이제 성공에 작동하는 기본적인 법칙을 개인과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에 공히 이용하라. 과학은 새로울지 모르지만 성공의 법칙들은 새롭지 않다. 다만 모든 과학 법칙과 마찬가지로 성공의 법칙들은 보편적이고 영원하다. 그러므로 성공의 법칙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의 토대가 되며, 각각의 사례들은 이런 새로운 시각을 통해서 이해 가능하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비틀즈, 아인슈타인 같은 이들은 천재이면서도 아무나 얻지 못하는 영예를 자신에게 안겨준 추진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우리가 처한 이런 유리한 입지를 십분 활용해 그들이 오른 고지에 합류하는 목표를 달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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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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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울 만한 취재 성과는 적고 로스트 타임을 대면한 기록이 훨씬 많다.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한다. 그렇더라도 무력감만을 느끼지는 않는다. 비록 늦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로스트 타임을 줄 수 있었다. 보스턴의 성추행 피해 아동에게 스포트라이트의 탐사 보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면에서 로스트 타임은 상실의 시간이자 회복의 시간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탐사 저널리스트가 밝히는 스포트라이트들

 

이 책의 저자 이규연은 탐사 저널리스트. 중앙일보 탐사기획 에디터, JTBC 초대 보도국장을 거쳐 현재 탐사기획국장으로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기획 및 진행을 맡고 있다. 2005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탐사보도협회 특별상을, 두 번의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졸업 후 중앙일보에 입사해 탐사보도 한길을 걸었다. 고려대학교에서 과학학과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미래학을 공부한 것은 저널리스트로서 사회문제와 시대 흐름을 앞서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했다. 지난 30년은 위법과 합법 사이, 두려움과 정의감 사이에 솟은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홀로 걷는 시간이자 탐사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묻혀 있는 진실을 발굴하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짜 맞추며, 공익 탐정으로 탐사보도의 길을 개척해온 한 탐사 저널리스트의 분투기이며 성장기다. 세상은 무관심으로 파괴된다. 직접 마주한 현장은 생각보다 참혹했고 그곳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밝혀진 진실이 우리를 할퀴더라도 그 진실은 확인하지 않은 의혹보다는 값지다.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한 사람은 깨울 수 없다

 

탐사 취재를 하면서 진짜 잠든 사람과 잠자는 척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책임 소재를 묻는 차원이 아니다. 잠든 척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나 비리는 더 교묘하게 은폐되기 때문이다. 힘 있고 교활한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잠자는 척을 잘할 가능성이 크다. 

 

3개월 후, 임은정 검사는 또 '사고'를 쳤다. 신문 기고에서 성 비위에 연루된 일부 검사의 이름을 실명으로 적시했다. 포털 검색어에 '임은정' 이름이 하루 종일 올라와 있었다. 임 검사는 자신이 몸담은 검찰 조직과 언제까지 대결을 할까. 그녀는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검찰을 나올 때까지 계속되겠죠"

 

 

워터게이트

권력의 비참한 말로는 부정 그 자체에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워터게이트가 그랬다. 도청 장치의 설치라는 부정으로 닉슨이 하야下野하지는 않았다. 닉슨이 도청 장치 설치에 직접 관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치적인 타격을 우려해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그 폭발력은 배가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몰락의 길로 들어선 초입에 최순실의 역할을 숨기려 했던 거짓말이 잇었다. 최순실의 역할을 '사적 영역의 주변 인물'로 축소하려 했다. 이는 국민의 분노를 축적시켰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최순실 수사를 검찰에 전적으로 맡겼더라면 탄핵 발의까지 갔을까?

 

"권력을 탐사할 때 부정 그 자체만이 아니라 부정의 은폐에도 주목해야 한다"

 

 

세월호 진실 조사

 

2018년 8월 3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전원 회의가 열렸다. 침몰 원인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내부 결함과 외력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설전이 펼쳐진 것이다. 3일 뒤, 선체조사위의 마지막 기자회견이 열렸다. "죄송하다", "합의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등 침몰 원인을 두고 보고서의 결론이 둘로 쪼개진 것이다. 즉 선체 내부에 침몰 원인이 있다는 내인설內因說, 외력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외인설外因說이었다. 

 

그런데, 자로의 <세월X> 다큐는 유튜브를 통해 방영되었다. 2016년 12월이었다. 내용은 상당 부분 박근혜 정부 때 발표된 사고 원인, 즉 과적, 고박 불량, 조타 실수, 복원력 부실 등을 반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분량의 4분의 1정도를 '외력 충돌설'에 할애하고 있었다. 이 다큐의 구성은 기존 검찰 발표에 합리적, 과학적 의문을 제시하는 내용이었고, 검찰 발표가 맞지 않다면 그것을 '외력설'로 설명할 수 있다는 논리 구조를 갖고 있었다.

 

자로는 세월호가 기울기 전에 충격음을 들었거나 혹은 동시에 들었다는 사람들은 쿵! 쾅! 꿍! 식으로 단음을 많이 들었다며 이는 외력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이 지역엔 암초도 없었기에 배의 밑바닥과 가까운 쪽, 좌현 선수 쪽에 무언가 충격이 있었다는 강한 확신을 근거로 내세운다. 이 유튜브는 조회수 400만이 넘는 기록을 세웠다. 가히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일부 신문을 이를 음모론으로 매도했다. 

 

때에 따라 대중의 상식에 반하는 내용도 보도해야 한다. 그것도 탐사보도의 운명이다. 공정성과 균형성을 잃지 않고 사실 확인을 꼼꼼히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누군가 세상의 진실을 자세히 밝히려고 할 때 이것을 방해하려는 자들이 들이대는 논리가 음모론이다. 그래서 세월호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어금니 아빠의 가면

 

'어금니 아빠'에서 흉악한 살인자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영학의 '인간 가면'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되돌려보면 그를 먼저 검증하고 피해자 김양을 살릴 기회는 많았다. 천사로 포장된 사이코패스! 우리가 방심한다면, 제2, 제3의 이영학은 반드시 나타난다. <탈무드>의 명언이 떠올랐다.

 

죄는 처음에는 거미집의 줄처럼 가늘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배를 잇는 밧줄처럼 강해진다.

 

이영학은 2005년 방송에서 자신의 희귀병을 물려받은 딸을 살리려는 부성애를 보여주며 유명해졌다. '어금니 아빠'라는 애칭도 얻었다. 그는 딸의 병원비가 수억 원이라며 시청자에게 온정을 구했다. 반지하방에 살던 그는 후원금 입금으로 고급차를 샀다. 후원금 13억 중 정작 딸 치료비는 1억 대였다. 10억이 넘는 나머지 돈은 어디에 썼을까? 아무리 보도라도, 인물이 사건의 중심이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인물의 과거를 추적해야 한다. 이를 서양 언론은 '백그라운드 체크'라고 한다. 이영학의 취재는 백그라운드 체크의 결과물이었다.

 

 

비리는 학력, 재산, 명예, 그 어떤 것과도 관련성이 없다

 

탐사보도를 하다 보면 선인과 악인을 모두 만나게 된다. 문제는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상당수는 선과 악, 두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 물론 그 비율이나 선행과 악행의 정도에는 차이가 난다. 적어도 사회적으로 중대한 해악을 끼치지만 않는다면 악인이라고 규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악이 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가려내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황우석 박사는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망을 크고 밝아서 송아지를 연상시켰다. 송아지와 함께 있는 그는 분명, 전형적인 농업과학자 분위기였다. 언변 역시 신뢰가 갔다. 그는 젊은 기자인 저자에게도 친절했다. 수의과학자 황우석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 정치권은 황우석 브랜드를 통해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노무현 정부는 생명공학을 정보통신에 버금가는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싶어 했다. 그러다 보니 대중 스타인 황 박사를 영웅으로 띄우려 햇다. 청와대, 장관, 국회가 황 박사를 치켜세웠다. 야당의 유력 인사들도 황 박사의 실험장과 목장을 찾아가 인증 사진을 찍었다. 스스로 만든 영웅을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때로는 불온한 생각이 세상을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

 

X-이벤트는 공포로 다가올 때가 많다. 공포는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X-이벤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공포영화를 자주 보면 면역이 생기듯, X-이벤트를 상상함으로써 대재난에 대한 적응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X-이벤트는 확률적으로 계산돼 나오지 않거나 극히 낮은 발생 확률을 가진 극단적인 사건이다.

 

현실적인 상황과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에 대비해 100퍼센트의 예방책과 대응책을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짜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재난에 잘 적응할 수 있다. 때로는 불온한 생각이 세상을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 X- 이벤트를 촉진하는 요인은 "기후 변화, 글로벌화, 네트워크화" 등 3가지 요인이다.

 

 

 

 

어떤 진실도 확인하지 않은 의혹보다 값지다

 

우리 정치와 언론은 지난 국정 농단 사태에서 값진 교훈을 얻었다. 주요 인사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고,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격돌하며,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우리는 측근의 그림자에 눈을 감았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쓰러져 가는데도 단순히 괴질을 앓을 뿐이라며 한동안 발을 뺐다. 버젓이 '만들어지는' 간첩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태해서, 네거티브 공세가 두려워,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검증 대열에 서지 않았다. 공동체는 탐사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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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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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역 사람들에게 D구역 사람들의 피부는 깨끗하다 해도 깨끗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라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숙주와 다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레 초래하는 귀결은 D구역은 다른 구역과 격리돼야 한다는 거였다. 그것은 다분히 정서적인 것이었지만 확실하게 작용하는 금기의 전제가 됐다. 간혹 원거리 여행을 떠나는 철새들처럼 훌쩍 떠나갔던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름에 흠뻑 젖은 깃털을 질질 끌며 구사일생 자신의 둥지로 되돌아왔다. - '허물' 중에서

 

 

피부병 때문에 격리된 사람들

 

이 소설의 작가 이경2007년 김유정소설문학상에 단편소설 <토큰>이 당선되고, 2008년 <세계의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파이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과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기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되었고<소원을 말해줘>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펴낸 책으로 <표범기사>, <먼지별> 등이 있다.

 

전설의 뱀 롱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진 도시는 허물을 영원히 벗으려는 열망에 휩싸인다. 시민들은 판타지 속에 투영된 자신들의 욕망은 거짓이 아니었단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의 생생한 분노가 그 증거다. 판타지의 붕괴가 가져온 비참한 현실을 직시한다. 판타지를 부풀린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며, 지금 당장 판타지와 현실을 잇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침내 시민들은 거대한 뱀처럼 꿈틀거린다. 허물에 덮인 자들이 꿈틀거리며 D구역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도시정부와 거대 기업이 모의한 충격적인 음모가 드러난다.

 

 

소설의 시작은 한 노숙자의 세신洗身 장면으로 시작한다. 당사자는 여성이다. 장소는 화장실인데, 아마도 공중화장실로 보인다. 티셔츠와 브래지어, 바지와 팬티까지 벗어 화장실 칸막이 걸친 후, 배낭에서 비누를 꺼내 재빨리 거품을 낸다. 공원 관리인에게 들키면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관리인의 신념은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만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각은 새벽 2시, 공원 순찰을 마친 관리인은 지금쯤 관리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을 것이다.

 

민첩하게 움직이던 그녀의 손이 배꼽 아래에서 멈췄다. 하반신 전체가 딱딱한 허물로 덮여있다. 마치 거칠게 갈라진 소나무 껍질 같기도 하고, 사마귀에 곰팡이가 핀 것 같기도 한 모습이다. 한 달 전, 발꿈치가 따끔하더니 벌레가 모공에서 기어 나오고, 동시에 다른 모공에서도 올라오고 다리 전체로 옮아갔던 것이다. 가려움에 손톱이 지나간 자리엔 붉은 홍반이 생기고, 홍반들이 사각현 모양의 회갈색 띡지로 변한 후 점차 허물로 굳어버렸다.

 

이 여성은 힘을 가헤 무릎을 문지른다. 갈라진 허물 사이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진물이 묻어난다. 체내의 불순물이 몸밖으로 배출되지 못해서 곪아서 나는 냄새였다. 씻어내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가려움이 몰려 온다. 씻어내면 잠시나마 가려움을 진정시킬 수 잇다. 손톱에 허물이 걸렸다. 그녀는 마치 보도블록을 들추어내듯 허물을 들어내자 피고름이 주르륵 흘렀다. 관리인의 발소리가 가까워오자 대충 비눗기를 씻고는 알몸으로 배낭과 옷을 집어든 채 잽싸게 숲으로 내달렸다.

 

'허물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

 

옷을 입은 그녀는 배낭에서 켄 하나를 꺼내자 이런 광고 문구 아래에 하루 두 번 복용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는 피부 각화증을 완화시키는 신단백질이 함유됐다는 인증마크가 부착되어 잇엇다. 이 제품은 'T- 프로틴'이다. 얼마 남지 않은 캔을 탈탈 털어 입 안에 프로틴 가루를 넣고선 빈 캔을 풀숲으로 던져 버렸다. 앞으로가 큰일이다. 프로틴이 없으니 곧 허물은 마치 덩굴처럼 온몸을 휘감을 것이다. 그녀는 잠을 포기하고 D구역으로 향했다.

 

 

거대 제약 회사가 지배하는 인구 50만의 기획 도시. 주인공인 여성은 거대 파충류 사육사다. 석 달 전 산사태로 동물원이 무너지자 야생동물들은 도시 곳곳으로 흩어지고 도시는 혼란에 빠진다. 그녀는 비단뱀을 찾아 D구역으로 간다. D구역에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피부 각화증이 심해져 뱀의 허물 같은 각질이 온 몸을 뒤덮는 풍토병을 앓고 있다. 그들은 전설 속 거대 뱀 '롱롱'이 허물을 벗으면 세상의 모든 허물이 영원히 벗겨진다고 믿고 있다.

 

프로틴은커녕 끼니도 잘 챙기지 못하니 허물은 금방 자라났다. 별 수 없이 다시 공원으로 와 전처럼 공원 관리인과 숨바꼭질하며 지냈다. 밤이면 벤치에 누워 생각했다.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버림받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그녀의 눈에 분수대 물이 일렁거리는 게 보였다. 물은 양감을 가진 물체처럼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았다. 물결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한 줄기 물길이 분수대 밖으로 기어 나와 저 혼자 흘렀다. 뱀이었다. 물빛을 일렁이며 뱀이 분수대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물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똬리를 틀고 있던 터라 분수대 밖으로 완전히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허물에서 파생되는 경제 부양의 효과가 없다면 시의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갖가지 방역 업체가 성업 중이고 피부과와 피부 관리실, 피부보호제와 약, 향초, 피부 보호 기능을 첨가한 여러 가지 생활용품까지 비싼 값에 팔리고 있었다. 단시간에 이 도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허물'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이 도시에서 공포는 거짓을 진실로 뒤바꾸는 알리바이입니다. 공포가 실재하니까 거짓은 없다는 논리입니다. D구역은 이 거대한 알리바이의 중심에 있습니다. D구역 없이 이 도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백신이 개발되면 D구역도 사라집니다. 방역 센터를 공들여 만든 시스템을 제 손으로 무너뜨릴 리 없습니다"(153~4 쪽)

 

롱롱프로틴 회사는 타깃을 세분화해 신제품을 쏟아냈다. 앉아서 죽느니 고양이라도 물고 늘어지자는 게 이 회사의 기업 정신이었다. 오직 믿을 거라곤 롱롱의 이미지뿐이었다. 건강을 선물하는 롱롱, 근심을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하는 롱롱, 소원을 묻지 않고도 알아서 이뤄주는 롱롱 등이었다. 롱롱프로틴 라벨에는 푸른 새싹을 들고 있는 롱롱이, 걱정을 사라지게 하는 라벨에는 인어 공주로 분한 롱롱이, 소원을 이뤄주는 라벨엔 호박 마치를 탄 롱롱이 마법 부채를 들고 윙크하고 있었다. 



"전설은 전하는 입마다 다르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다음 사람에게 전하기 때문이야"(201쪽)

 

방역센터는 시민들의 허물을 벗겨내는 유일한 기관이다. 방역센터에서 허물을 벗고 퇴소하면 다시 허물을 입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을 알지만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주인공인 그녀는 그곳에서 김과 후리, 뾰족 수염과 척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전설 속 거대한 뱀이 폐허가 된 궁의 아궁이에 산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녀와 김, 후리는 궁의 아궁이에서 거대 뱀을 꺼내 D구역 끝에 있는 김의 재생타이어 가게로 향한다. 그곳에는 겹겹이 쌓은 항공기 타이어가 긴 동굴처럼 이어져 있어 그들은 거대 뱀을 타이어 동굴 속에 숨기고 허물을 벗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전설이 참인지 거짓인지 그때 알게 될 것이다.

"공포란 인간의 욕망과 여러모로 비슷하지. 공포가 공포를 낳는 것처럼 욕망이 욕망을 낳는다네. 내가 공포를 이용했다면 자네는 욕망을 이용한 거야. 허물을 벗고자 하는 욕망. 그게 죄라면, 자네와 내가 저지른 죄의 무게는 비슷할 걸세"(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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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돈 공부 - 인생 2막에 다시 시작하는 부자 수업
이의상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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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의 사기로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 딱지까지 붙은 저는 그야말로 바닥을 경험했습니다. 사채까지 끌어다 쓴 탓에 조폭들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했고, 그들을 피해 도망 다니느라 노숙자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들을 설득해 일자리를 구한 후로도 소위 '쪽방촌'이나 햇볓도 들지 않는 고시원에서 지내기도 했지요. 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삶. 미래를 꿈꾸기에는 너무나도 절망적인 하루하루였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생 2막의 재테크는 달라야 한다

 

책의 저자 단희쌤(이의상)은 30대 후반, 한국전력공사에서 나와 도전한 사업이 전부 실패하여 모든 것을 잃었다. 재산도, 가족도, 삶의 희망도 없는 절망 속에서 두 번의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 쪽방촌과 고시원을 전전하던 중, 우연히 책 한 권을 만나 돈과 사업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고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그 뒤 40대 초반부터 치열한 자기계발을 통해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소형 건축 시행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1인 지식 창업 전문가, 유튜브 전문가로 거듭나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에 대한 철학''실전 재테크 노하우'를 지난날의 자신처럼 삶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희망을 꿈꿀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단희TV' 채널을 통해 은퇴를 앞둔 중년을 대상으로 은퇴 재테크 설계, 부를 위한 마인드셋, 1인 지식 창업 등 인생 2막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단희 캠퍼스' 법인을 운영 중으로 2~3년 내 중장년층의 경제적 자유와 행복한 삶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일의 교육 기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부자 수업이다. 부자들의 행동 습관인 '단무지 법칙'을 알려주고, 저자 본인의 인생을 바꿔준 38 권의 책을 소개하며, 인간의 다섯 가지 욕구의 설명을 통해 우리들의 성공을 자극한다. 그리고 인생 2막 부자 로드맵으로 부동산 투자를 제안하면서 이와 관한 5단계 재테크를 강의한다.

 

 

 

 

나의 빚에게 보내는 편지

 

일용직을 구하려고 새벽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비가 오는 통에 허탕을 치고 쪽방촌으로 귀가하려고 전철역으로 가던 중, 팔도 다리도 하나 뿐인 사람이 저자를 보고선 밝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행인들을 향해 목청 높여 우산을 팔기 시작했다. 마치 이 일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듯이 열중하는 그 모습을 보고선 저자의 마음속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스스로 부족해 사기를 당했으니 빚 또한 오롯이 내 탓이건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세상을 저주할 시간에 한 치라도 자신의 삶이 개선될 방도를 찾기로 했던 것이다.

 

그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작가 스펜서 존슨이 떠올랐다. 췌장암으로 사망한 그는 암투병 중에 자신의 암에게 편지를 썼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목숨을 갉아먹고 있는 종양에게 감사하다고까지 말했다. 그래서 저자는 한 순간에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그깟 빚 9억 원쯤이 대수인가 싶었다. 쪽방으로 돌아간 그는 곧장 노트를 펼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빚 9억에게-
네 덕분에 나는 더 열심히 살게 됐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생겼어.
이 역경을 이겨내는 날
나는 훨씬 큰 능력으로 더욱 성장해 있을 거야.
그러니 너에게 감사한다.

 

당시 저자의 현실은 참혹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사직하고 시작한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한 남자, 마흔이 다 된 나이, 10억 원이 넘는 빚, 죽어라 일을 해도 빚이 줄기는커녕 이자도 갚기 벅찬 상황,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취업, 쪽방촌을 벗어나지 못하는 삶 등. 주위를 둘러봐도 오직 절망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조금씩 희망을 얻고 아주 작게나마 행복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12만 원짜리 쪽방촌에서 19만 원짜리 고시원으로 이주했을 때, 매일 찾아오던 사채업자들이 간혹 연락만 취하고 더 이상 찾아오지는 않게 됐을 때, 전체 빚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원금을 조금이라도 갚았을 때.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그는 '어제보다 티끌만큼이라도 나아진 오늘'에 행복해하고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마흔 이후 돈 버는 무기

 

우리 모두들 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하루가 다름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통했던 자신만의 필살기가 이젠 소용없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새 술은 새 푸대에 담으라'라는 말처럼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법이다. 더구나 젊디 젊은 2030이 아닌 4050이라면 더욱 더 할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이겨내려면 당연히 새롭게 재무장해야 한다.

 

이에 저자는 새로운 시대에 인생 2막을 제대로 살기 위해선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라고 권한다. 최소 12년 이상 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한 대가로 직장 하나 구하는 데 그쳤지만, 이 새로운 무기를 갖추는 데 오히려 그 전보다는 시간이 덜 걸리고 쉬울 수 잇다. 젊음과 체력 대신에 4050은 '통찰력''원숙함'이 있기에 말이다.

 

변화적응력

문제해결력

차별화 능력

 

인생 2막을 대비하는 데 꼭 필요한 두 번째 무기는 바로 문제해결력이다. 모든 기업과 사업가의 목표는 결국 돈을 버는 것인데, 그러려면 반드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 고객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즉, 우리들이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왔을 때 '언제 돈을 썼는가?'.

 

어떤 상황에서 돈을 쓰기로 결정했고, 그때 여러 상품과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한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결국 사람들은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출한다. , 돈을 벌려면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고객의 돈 문제시간 문제다. 보통의 4050세대는 자신의 문제 외에도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문제까지 조율하고 해결하는 일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인생 2막의 독서는 달라져야 한다 


"실력만 있으면 고객은 알아서 찾아오게 돼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그럴까?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최근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 또는 구매한 물건이 있다면, 자기 자신이 왜 그것을 택했는지 생각해보자. 물론 '그 영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 물건이 내가 원하는 상품 같아서'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지 생각해보라. 아마도 광고를 통해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게 마케팅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인생 2막 부자 로드맵

 

1단계(내공 재테크)~ 나를 신뢰하는 힘

2단계(부동산 재테크)~ 돈이 돈을 벌게 하는 힘

3단계(플랜B 재테크)~ 원하는 일을 지속하는 힘

4단계(플랫폼 재테크)~ 사람과 시스템이 나 대신 일하게 하는 힘

5단계(선한 영향력 재테크)~ 함께 성공하고 성장하는 힘

 

 

선한 영향력 재테크

 

처음 컨설팅을 시작했을 때, 저자는 고객을 '내게 노하우를 제공받고 돈을 지불하는 사람'으로 여겼다. , 그의 시각으론 '고객은 곧 돈'이었다. 그때는 돈이 곧 행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안정을 찾은 후로는 돈을 더 벌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50대를 눈앞에 두고 '예전의 나처럼 돈이 없어서 불행해지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는 삶의 목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후부터는 고객 한 명 한 명이 '행복한 미래를 찾아줘야 할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진정 고객을 사랑하고 고객들이 편안하게 마음을 터놓은 것도, 컨설팅과 강의 평가가 더 좋아진 것도여러 제안이 들어온 것도, 유튜브의 구독자가 급증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처럼 우리들은 고객을, 나아가 삶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 세계적인 보이밴드 방탄소년단의 거대한 팬덤인 아미의 멤버들이 한결같이 BTS를 사랑하는 이유로 그들의 '선한 영향력'을 거론하고 있음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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