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 흔들리지 않는 부는 어떻게 축적되는가
토머스 J. 스탠리.세라 스탠리 팰로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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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비평가들의 이의 제기와 달리 스탠리 박사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엄청난 부자가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구를 통해 우리가 행동으로 경제적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거듭 입증해 보였다. 그의 삶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몹시 초라했던 어린 시절의 환경을 극복하고 경제적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꼼꼼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행동 방식을 바꿨다. - '들어가며' 중에서

 

 

부자의 길을 추적하다

 

책의 저자 토머스 스탠리는 부자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저술가로,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조지아 주립대학교에서 20여 년간 마케팅 교수로 재직해오며 미국의 백만장자들에 관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미국 부유층을 다룬 40개 이상의 논문을 썼으며, 그의 연구 논문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포브스>, <포춘>, <타임> 외 미국의 NBC 〈투데이 쇼〉, 〈오프라 윈프리 쇼〉 등 권위 있는 언론매체와 유명 대중매체에서 여러 차례 인용, 소개되었다.

 

그는 부유한 고객들을 식별하고 끌어들여 충성 구매층으로 유지하기 위한 판매, 마케팅 전략을 연구, 개발하면서, 부유층 시장을 전문적으로 조사·분석하는 연구 기업인 어플루언트 마켓 인스티튜트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자신의 연구와 논문에 담긴 바이오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자 개별 성향·행동을 예측한 자료, 즉 '고객 심리'에 관한 정보를 금융서비스 산업에 제공하는 연구 기업인 데이터포인츠의 수석 고문을 지냈다.

그의 저서 <백만장자 불변의 법칙>은 전세계에 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출간 후 170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해 '올해의 비즈니스서'로 선정됐다. 이후 <부자 마케팅>으로 베스트 오브 비즈니스에서 선정하는 '미국 10대 경영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책의 공저자인 세라 스탠리 펠로는 스탠리 박사의 딸로 책 집필 중 2015년 사망한 아버지의 원고를 마무리했다.  

 

책은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에서는 20년 전 과거의 이웃집 백만장자와 지금의 이웃집 백만장자들을 비교해 살펴본다. 은퇴한 젊은 부자 '파이어족'부터 55세에 천만장자로 은퇴한 이웃집 백만장자의 사례를 통해 모든 백만장자에게서 드러난 부의 기본이자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제2장에서는 오랫동안 세상에 전해져온 7가지 부의 신화에 대해 언급하고 이는 철저히 잘못된 통념이라는 것을 이웃집 백만장자들의 생활 방식과 돈에 관한 생각, 태도 등을 근거로 증명해낸다.  제3장은 이웃집 백만장자의 기본 요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4장에서는 백만장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며, 무엇을 사고 무엇을 절대 사지 않는지를 다양한 조사 데이터를 통해 설명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부자 동네'에 살고 있지 않으며 자택을 소유했을지라도 54평을 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5장은 부자들의 DNA라고 할 수 있는 '인내심'과 관련된 경제적 결정방식과 습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6장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돈으로 바꿔내는 데 남다른 능력을 가진 백만장자들의 직업관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7장은 '투자' 영역에서의 이웃집 백만장자들의 선택을 엿볼 수 있다. 

 

이웃집 백만장자는 살아있다

 

이웃집 백만장자의 경제적 성공은 일반적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결과가 아니다. 경제적 성공의 길은 파이어족(재무적으로 독립, 일직 은퇴한 부자들)이 예시하듯이 인생과 돈에 대해 다른 사고를 하기를 요구한다. 그 길은 절제와 노력을 요구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환경, 시장에 대한 지식도 요구한다. 재정적, 정서적, 인지적, 시간 등의 자원을 배분하는 기술도 뛰어나야 한다.


말하자면 이것은 재산을 모으는 동안 절약하고,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며, 잘못된 통념에 따라 '부자 행세'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에게는 미래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현재의 높은 소득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수십만 또는 수백만 달러의 급여를 계속 받아야만 유지할 수 있는 집을 사지 말고, 평균 이상으로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정서 및 인지 자원을 동원해 경제적 자립과 자유를 허용하는 일을 개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길은 용기끈기를 요구한다. 

 

"경제적 자립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없다" 

부에 관한 신화

 

부자가 되는 방법에 관한 신화들을 무시한다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 자신의 행동, 선택, 생활 방식이다. 소득은 통계적으로 재산과 연관이 있지만 재산은 아니다. 이 사실을 이해할 때 저축률(saving rate)의 중요성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저축률은 얼마를 버는가가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하는가(어떻게 소비하고 저축하는가)로 좌우된다.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저축하고 수입이하로 사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재산을 축적하는 수학적 진리다. 

 

깨부셔야 할 7가지 신화

 

성공하려면 성공한 집단에 들어가라

소득이 곧 재산이다

부자는 고급 승용차를 탄다

부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내가 성공하지 못한 건 부자들 탓이다

혼자 힘으로는 남보다 잘살 수 없다

부자들은 악한 존재다

이웃집 백만장자의 기본요건

 

부는 돈을 존중하는 사람들을 찾아온다. 돈에 대한 존중은 절제하며 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포함된다. 연간 소비 항목에 대해 예산을 세우거나 결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돈을 중시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처럼 소득명세서상 부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우리 연구의 표본이었던 백만장자들의 약 70%는 부모가 근검절약했다고 말했다.

 

절약은 재산 형성을 위한 초석이다 

 

 

백만장자의 소비 방식

 

부자들이 부유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수입보다 검소하게 살고 가치를 따져 물건을 사기 때문이다. 재산 축적에 성공한 사람들은 지출과 소비를 할 때마다 경제적 독립기념일을 맞이하기 위한 훈련으로 여기며 한결같은 절제력을 발휘한다. 그 덕분에 그들은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부를 쌓을 수 있다. 그들은 평생 자신의 구매에 대해 연구하고, 평가하고, 면밀히 검토한다.

 

유행을 무시하고, 사람들의 견해와 영향력에 무관심하고, 수입보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이 소득을 재산으로 바꾸는 데 능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이런 생활 방식의 결과로 그들은 더 자유롭게 직장을 바꾸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고, 모험을 할 수 있다. 한결같이 절제하는 소비 습관이 자기 힘으로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들과 현재 부유한 사람들의 기본 표식이다. 

백만장자 DNA

 

재무 관리에서 절제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연구 결과까지 제시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자기 힘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룬 백만장자들에 대한 40년 이상의 연구 결과들은 절제(근검절약), 노력, 끈기경제적 성공의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고액 및 초고액의 순재산 보유자를 대상으로 했던 <백만장자 마인드>의 연구에서부터 대중 부유층을 대상으로 했던 데이터포인츠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부자들의 사업 운영 방식이나 가계 재무 관리 방식에서 '성실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실성은 백만장자들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나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순재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성실성은 다양한 직업과 조직에서의 직무 수행 및 근속과 연관성이 잇는 것으로 계속 보고됐다. 만일 누군가를 고용하는 위치에 있고 한 가지 성격 특성만 측정할 수 있다면 성실성을 택하고 싶을 것이다. 이는 재무 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 또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절약, 계획 수립, 책임감 등은 성실성과 연관이 있다.

 

성실성이 포함하는 하위 특성

 

근면(열심히 일함, 자신감)

덕행(도덕적 또는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행함)

자기통제(신중함, 만족 지연)

체계적(꼼꼼함)

책임감(타인과 공동체에 옳은 일을 행함)

전통주의(권위와 규칙을 고수하고 변화를 싫어함) 


백만장자의 직업관

 

횡재한 적도 부자 삼촌도 없다면, 복권에 당첨되거나 자동판매기 거스름돈에서 희귀 동전을 발견한 적도 없다면 우리는 모두 일해서 수입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이 돈을 생활비로도 쓰고 저축도 해서 거기서 추가 수익이 나오도록 해야만 한다. 의도적인 조기 퇴직을 선택한 사람들도 경제생활의 초기 단계에서는 소득을 창출해야만 한다.

 

지출과 소비의 철저한 관리, 안정적 환경,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소득 창출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고 목표를 수립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 강점을 활용해 소득을 올려야만 부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이런 일을 어떻게 할까? 이들은 만족감과 함께 충분한 수입을 제공하는 '적합한'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직함은 재산보다는 소득을 알려주는 지표다

 

 

"이웃집 백만장자는 사실,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이웃집 백만장자의 탄생은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소득과 소비, 일, 관계, 투자…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철저한 자기관리 하에 이웃집 백만장자로 '만들어진다'. 자기 자신을 백만장자로 뒤바꾸기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하는 자만이 절대 마르지 않는 부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책은 세상이 변해도 절대 바뀌지 않는 강력한 부의 법칙을 담은 최고의 바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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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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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때 끝까지 고민하지도 모든 방안을 검토하지도 않고 어느 지점에 멈춰 서서 일을 서둘러 마치는 얼치기도 아니고 그냥 대충 넘어가려는 어물쩍도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이 옳고 다른 쪽이 무조건 나쁘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도 중용의 길이 아니다. 중용은 인간의 진실에 따라 모든 것을 걸고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도전하는 길이다. - '저자의 글' 중에서

 

 

중용은 우리 삶의 중심을 잡는 무게추다

 

이 책의 저자 신정근은 서울대학교에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배우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으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유학대학장, 유학대학원장, 유교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에 동양고전 열풍을 일으겼던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비롯하여 <동양철학 인생과 맞짱 뜨다>, <불혹과 유혹 사이>, <인생교과서 공자>, <중용: 극단의 시대를 넘어 균형의 시대로>, <공자의 인생 강의>, <노자의 인생 강의>, <인권유학>, <동아시아 예술과 미학의 여정> 등을 집필했다. 또한 〈EBS 인문학 특강〉〈KBS라디오 시사고전〉과 K-MOOC '논어', '장자', '서경', '춘추', '손자' 등의 대중강연을 통해 누구나 동양고전을 쉽게 읽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중용>은 극단이 판을 치는 '소은행괴素隱行怪'의 세상에서 주위에 널려 있고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는 평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쉰의 나이도 조명이 쏟아지는 특별하고 화려함보다 공기처럼 편안하고 일상처럼 부담 없는 보통에 다시 눈이 가는 때다. 보통이 결국 오래가기 때문이다. <중용>과 쉰의 나이는 평범함에서 잘 어울린다.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가는 군자라면 먼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밖의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다보면 돈 많고 잘나가는 부귀, 실패해서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빈천, 인종과 언어가 다른 외국 생활, 근심과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난 중 다양한 상황에 놓일 수 잇다.

 

이때 바라는 상황이면 만족하여 도취하고, 바라는 상황이 아니면 저주하고 분풀이할 대상을 찾으며 살 수는 없다.  내가 놓이는 상황마다 충실하게 살다 보면 거기서 배울 것은 배우면서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주위 사람을 이해하며 삶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이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압도되어 어찌할 줄 모르며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자신은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 상황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조금씩 가꾸며 인생을 살찌울 수 있다.  

'언행상고言行相顧'는 일종의 예술이 도달한 경계라고 할 수 있다. 할 말을 딱 부러지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하면 얼마나 고상하고 멋진가. 할 행동을 제때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하면 얼마나 우아하고 멋진가. 마이크 잡으면 놓을 줄 모르고 상황 파악을 못하고 상식 없이 굴면 말과 행동이 모두 화를 부르게 된다. 화근이 된다. 언행상고는 언행이 화근보다 예술이 되게 하는 지침이다. 

 

한 발로 서면 무게가 한쪽으로만 쏠리고 자연스레 균형을 잡기도 쉽지 않다. 몸의 근육을 키워야 서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늘어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도 확고하게 기준이 서 있으면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복잡해서 머리가 아플 수는 있지만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지 않는다. 이것이 마음의 중심이고, 그 중심을 잡는 힘이 마음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중용>만큼 마음 근육의 중심을 잡는 문제를 두고 고민한 책이 없다.

내성불구內省不疚, 안으로 돌이켜봐도 허물이 없어야 한다. 도대체 무엇이 하루 몇 분이라도 자신을 돌이켜보지 못하게 할까? 그것은 바로 일상의 비정상화다. 우리가 일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면 시간에 맞춰 살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이끌어가며 살 필요가 있다. 먼저 하루 얼마의 시간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아울러 내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안에 불빛을 비춰 부끄러워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마음은 숨길 곳이 아니라 자주 들여다봐야 할 곳이다. 

부모가 자식을 엄격하게 키우다 보면 사이가 다소 멀어질 수 있으므로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을 키울 때의 중용이다. 평가 기준이 획일적이다 보면 경우에 따라 가혹한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융통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평가할 때의 중용이다. 경험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면 섬세하지 못하고 놓칠 우려가 있을 수 있으므로 꼼꼼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능력을 균형 있게 키울 때의 중용이다. 

 

한두 번 하고 안 된다고 선언할 것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보다 백배 천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용>에서는 주위 사람이 한 번 해서 성공하면 나는 백 번 시도하고 주위 사람이 열 번 해서 성공하면 나는 천 번을 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주위 사람보다 적어도 백배 이상의 노력을 하라는 말이다. 이때 백배는 단순히 횟수나 양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내게 익숙해져서 내 것이 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이렇게 사람마다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니 일찍 이루는 남과 비교해서 서둘러 포기하지 말고 내게 맞는 시간과 길을 찾으라는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가장 좋은 반찬이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가장 좋은 모임이란 부부, 아들딸, 손주라네.

 

김정희가 71세 때 쓴 예서체 대련對聯이다. 71세라면 세상에서 맛있다는 음식 다 먹어보고 세상에서 이름난 모임에 다녀보았을 터이다. 노년에 다시 돌이켜보니 늘 곁에 두고 먹는 일상의 소박한 음식이야말로 가장 맛있는 음식이고, 아무런 긴장 없이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가족이야말로 가장 좋은 만남이란 사실을 새삼 알게 된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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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12-30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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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1955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멕시코인, 어머니는 미국인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상실, 승리, 죽음 등의 주제를 글로 썼다.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16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펜포크너상, 에드거상, 라난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악마의 고속도로(THE DEVIL’S HIGHWAY)>로 퓰리처상 논픽션 분야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소설은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되었는데,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도서, 뉴욕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할리우드 TV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데 라 크루스 집안의 맏이 격인 빅 엔젤은 시간엄수로 유명한 멕시코 사람으로, 같은 직장에 다니는 미국인들조차도 그를 가리켜 '독일인'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과거 한국인들에겐 약속 시간에 늦다고 불명예스러운 '코리안 타임'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적이 있었는데, '멕시칸 타임'은 이보다 훨씬 더 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빅 엔젤은 결코 늦는 법이 없었다. 그는 가족들이 '멕시칸 타임'이라고 말하며 느릿하게 구는 꼴을 두고 수없이 싸워왔다. 예컨대 6시에 저녁을 먹자고 정해봤자, 식사는 9시까지 시작도 못했다. 느지막이 모인 식구들은 오히려 자기네들이 일찍 온 것처럼 굴면서 멕시코 사람이면 늦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빅 엔젤이 왜 지각일까? 사연은 이렇다.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그는 마지막 생일파티를 위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을 모두 소환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생일파티 일주일 전에 100세의 모친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장거리를 두 차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고려해 장례식을 뒤로 미뤄 연속해서 생일파티를 함께 치루기로 했다. 시끌벅적한 집안 분위기 탓에 평소 시간을 칼 같이 지키던 빅 엔젤이 늦잠을 자고 말았으며, 도로는 체증이다.

 

 

 

이 소설은 이틀 동안 벌어지는 일이 전부다. 재혼한 모친에게서 태어난 동생은 소외감을 느끼고, 두 번이나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을 한 동생, 미군에 속아 불법체류자가 된 아들, 남편은 모르겠고 애는 셋인 딸, 데드메탈에 빠져 삐죽삐죽 머리를 하고 다니는 손자, 입만 열면 욕을 하는 동생의 아내 등등이 등장한다. 

 

빅 엔젤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기절하는 바람에 종양을 발견했다. 간단한 수술로 포도처럼 퍼진 그 조그마한 종양을 야금야금 잘라냈다. 긴 탐침探針을 요도에 찔러 넣기도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자그마한 포도송이 같은 종양 더미들이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라진 줄 알았던 종양이 이제는 배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엑스레이와 MRI를 찍었고, 팔에는 바늘을 꽂아 독성 물질을 주입했다. 독에 이어 썩은 생선 냄새가 나는 온갖 약을 줄줄이 복용했고 방사선 치료도 했다. 그런데 그 보답이 뭔가. 바로 폐에 얼룩까지 보이다니. 그 다음엔 뼈가 시들어버렸다. 몸은 이미 지쳤고, 휠체어 신세를 져야만 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한 달 예상합니다"

 

파티 시간이 다가오자, 아내 페를라와 딸 라 미나는 빅 엔젤을 화장실로 데리고 가 옷을 벗겼다. 목욕을 하기 위해서다. 멋지게 보이도록 하려고 두 여인이 나섰다. 아내는 비누로 거품을 낸 부드러운 스펀지로 그의 다리 사이를 씻는다. 혹시 딸이 부끄러운 부분을 볼까봐 이 장면을 보지 말라고 요구하고, 이에 딸은 겨드랑이 닦느라 그럴 겨를이 없다고 답한다. 이 대목에서 빅 엔젤은 과거 어린 딸을 씻기던 때가 떠올랐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이틀 동안에 벌어지는 한 집안의 가정사는 희노애락을 보여준다. 빅 엔젤과 리틀 엔젤은 이복형제이며, 리틀 엔젤은 소위 '반쪽 미국 놈 멕시칸'이다. 미국식 드라마가 흔히 그렇듯, 커플간의 질척한 성적 표현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죽음을 곧 앞둔 빅 엔젤의 리더십과 긍정적인 사고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시간의 전후로 봐선 장례식과 생일파티임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이 생일파티의 별책부록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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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동산 시그널 - 영리하고 민첩하게 규제의 틈새를 노려라
배용환 외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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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살아 숨 쉬는 생물과 같습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도 변하고 시장을 좌우하는 정책도 변하며 결과적으로 시장을 구성하는 환경도 변합니다. 이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울리는 '긴박한 시그널'을 정확히 포착해 가장 확률이 높은 맞춤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부동산 투자 틈새 전략

 

책의 대표 저자 서울휘는 상가 경매를 주력으로 한 10년차 상가 투자 전문가. 부동산 강의 플랫폼인 부동산클라우드의 수장이다. 매일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가장 최신의 투자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으며, 매월 정규 강의와 에버노트 강의,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특강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수많은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상가 투자는 결코 위험하지 않으며, 제대로 공부해서 뛰어들면 달콤한 월세와 안정된 노후가 기다리고 있다고 늘 강조한다. 그의 저서로는 <서울휘의 월급 받는 알짜상가에 투자하라>가 있다.

 

 

 

 

서울이 늙고 있다

 

서울의 주택은 점점 더 늙어가고, 동시에 신축 아파트 공급은 규제로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런 현상은 2019년보다 2020년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신축 아파트는 그 희소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신축 아파트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양을 통해 얻는 것이다.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갈아타기를 통해 신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각종 규제 때문에 가격 상승이 주춤할 것이므로 오히려 갈아타기에는 절호의 타이밍이라 판단된다. 특히 신축 아파트에 관심이 많다면 재개발이나 재건축 입주권을 노려볼 만하다.

 

 

고高분양가

 

2020년의 가장 큰 변수는 단언컨대 분양가상한제다. 분양 시기를 미룬다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서울의 분양 예정 단지들은 2020년에 앞다퉈 분양을 쏟아낼 수 있다. 분양 시기가 서로 겹친다면 40점대 중반 가점까지 기대를 걸어볼 만하고, 가뭄에 콩 나듯이 분양한다면 60점대가 아니고서야 당첨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정리하자면, 서울에서 50~60점대 청약통장을 가진 1순위 청약자는 분양이 열릴 때마다 실제 청약자수 파악에 머리를 싸매야 한다. 1순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반면 당첨이 꿈만 같은 저가점자는 구축 아파트와 입주권 매매로 방향을 돌려 내 집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사이클을 보면 서울이 보인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무조건 낙관하기엔 이르다. 일본과의 무역 전쟁이 장기전에 돌입,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준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더 이상의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2020년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반면 매수심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부동산 경매라는 투자의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는 셈이다.

 

여러 정황상 지난 몇 년 동안의 폭등은 다시 누리기 어렵다. 상당히 올라간 지금의 가격대도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한껏 위축된 유동성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오르긴 오르되, 단 '한 방'의 수익을 기대하지는 말자는 것, 그것이 이번 테마에서 강조하고 싶은 핵심이다.

 

 

공실空室포비아

2019년은 특히 상가 투자가 어렵게 느껴졌던 해다. 당장 주변만 둘러봐도 공실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곳곳에서 "상가 투자는 이제 끝났다"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층 이상은 말할 것도 없고 1층에도 제법 공실이 보인다.

 

2019년, 경매 시장에 등장한 신도시 상가들은 분양가의 50% 가격으로 새 주인을 만났고, 더러는 아직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손실을 확정 짓는 뼈아픈 순간이겠지만, 동시에 누군가는 '반값 경매'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경매를 통해 현상의 본질을 꿰뚫고 분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매수한 사람들은 현실적인 임대료 산정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가올 2020년 상가 투자의 핵심은 무엇일까? '괜찮은 물건'을 '싸게 매수하는 것', 즉 부동산 투자의 본질로 회귀하는 것이다. GTX, KTX등 새로 역사가 생긴다고 무조건 호재라는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역세권'이라는 호재도 마찬가지다. 5~7년이 지나도 임차인 구경이 힘든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지식산업센터에 주목하라

 

첫째, 대출이 잘 나온다

둘째, 취득세와 재산세 등의 감면 그리고 부가세 환급이 가능하다

셋째, 단연 수익률이 좋다

넷째, 가격이 일정하다

다섯째, 가격대가 다양하며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지식산업센터는 실제로 주택, 오피스텔, 상가에 비해 수익률이 좋다. 일반매매의 경우 대출을 제외한 보통 4~7% 정도의 수익률이 나오며, 대출을 포함하면 실제 투자금 대비 10~20% 수익률까지 달성할 수 있다. 만약 경매로 시세 대비 더 싸게 낙찰받고 대출을 많이 받는다면, 투자금 대비 최대 20~50%까지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림 4-29는 2014년에 분양한 용인 소재 지식산업센터의 2019년 10월 기준 수익률이다.

 

 

 

서해안은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

 

서해안은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평택항, 당진항, 군산항, 목포항이 그 거점이 될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국토종합계획에 반영했다. 요컨대 서해안을 '신산업벨트'로 지정해서 관리하는 식이다. 삼성전자가 평택으로, LG전자가 파주로 이전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행보다.

 

모든 연결고리가 촘촘하게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될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서해안의 토지 가격은 상승할 일밖에 없다.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지만 자금사정에 맞춰 우직하게 투자하면 된다. 서해안의 토지 가격은 정직하다. 서울을 기준으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저렴해진다. 따라서 경제적 여력에 따라 위쪽으로는 경기도 서북부부터 아래로는 전라남도까지 수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된다.

 

 

세금을 모르고 투자해선 곤란하다

 

다가올 2020년을 맞아 투자자는 주택을 취득하고, 보유하고, 양도하는 데 발생할 각종 세금 문제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치밀한 절세 전략도 필요하다. 투자자에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매우 가혹하고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복잡한 세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세무 전문가와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시적인 안목에 따라 현명한 '세테크' 전략을 짜야 한다.

 

 

2020년 부동산 투자 시그널

 

대한민국 최고의 부동산 고수 6인이 2020년 부동산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즉 상가투자는 서울휘(배용환), 재개발과 재건축 투자는 망고쌤(최윤성), 청약과 분양권 투자는 월용이(박지민), 경매 투자는 새벽하늘(김태훈), 토지 투자는 시루(양안성), 절세 전략은 별부자(김인화) 등 6인의 전문가가 우리들에게 2020년 투자 시그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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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이 먼 남자는 초조한 마음에, 얼굴 앞으로 두 손을 내밀어, 그가 우유의 바다라고 묘사했던 곳에서 헤엄치듯이 두 손을 휘저었다. 입에서는 벌써 도와달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절망으로 넘어가려는 마지막 순간에, 눈이 먼 남자는 다른 남자의 손이 자신의 팔을 가볍게 잡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책의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199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겨우 고등학교만 졸업한 후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나이 마흔 여섯에 이르기까지 우익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반정부 공산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용접공 시절 독학으로 문학수업을 했던 사라마구는 신사실주의 문예지 「세아라 노바」에서 계급투쟁적 시각의 작품을 선보이며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47년에 소설 <죄악의 땅>으로 데뷔했다.

 

그 후 19년간 한 편의 작품도 생산하지 못 한 채 공산당 활동에 전념하며, 기술자 공무원 번역가 평론가 신문기자 자유기고가 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그가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나이 마흔 여섯 되던 해인 1968년에 시집 <가능한 시>를 내놓은 이후의 일이었다. 문학의 전성기를 연 것은 1982년 작 <수도원의 비망록>이었다. 사라마구는 이 작품으로 일약 포르투갈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순식간에 유럽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문제적인' 작가의 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눈이 먼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주행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한 남자의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이 원인불명의 실명失明은 이 남자에게만 그치는 게 아니다. 마치 급성 전염병처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익명의 도시, 익명의 등장인물들에게 삽시간에 퍼져버린다. 알베르토 까뮈의 소설 <페스트> 에서처럼, 불가항력의 재난은 인간성의 다양한 국면을 드러낸다. 같은 이름으로 2008년 개봉한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

 

 

눈 먼 남성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낯선 사람은 과연 '선한 사마리아인'이었을까? 아니다. 이 사람은 눈 먼 남성을 집 근처에 내려다 놓고는 그의 차를 훔쳐서 달아난다. 아이러니하게도 결코 선하지 않은 사마리아인도 실명을 당한다. 여기서 우리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행태를 보는 셈이다. 과연 우리들 중에 자신은 남의 물건을 그렇게 도둑질하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눈 먼 남성은 아내가 귀가하길 기다린다. 집에 돌아온 아내에게 갑자기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그의 아내는 이 남성을 병원으로 데려간다. 병원 안은 복잡하다. 마침내 눈 먼 남성의 차례가 되었다.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환자의 말에 안과 의사는 환자의 눈을 살펴본다. 언뜻 봐도 남자의 눈은 건강해 보인다. 홍채는 밝게 빛나고 공막은 하얗고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휘둥그레진 눈, 얼굴의 주름, 치켜올린 눈썹을 보아하니 괴로운 모습이 역력하다.

 

이후 안과 의사는 귀가해서 자신이 겪은 이상한 환자의 얘기를 아내와 대화를 나누면서 "눈이 먼 남자는 마치 눈을 뜬 채로 우유의 바다에 빠진 것처럼, 진하고 균일한 백색을 본다"고 단언했다. 잠자리에 들어야 할 때라 그는 탁자에 흩어진 책을 모아 책꽂이로 가져 갔다. 아뿔사, 어찌 된 영문일까? 안과 의사도 자신의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 전체로 실명 전염병이 퍼져나감에 따라 불가피하게 국가는 공권력을 가동한다. 눈 먼 사람들을 수용소에 모아 놓고 무장한 군인들이 이들을 감시하도록 한다.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상태를 우려해서다. 심지어 통제에 필요한 총기 사용권까지 부여한다. 한편, 수용소 내부에선 눈 먼 자들의 약탈과 강간 등 온갖 범죄가 발생한다. 보이지 않음에도 인간들의 소유욕구는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 수용소에 화재가 발생한다. 이 현장을 목격한 유일한 생존 여성은 바로 안과 의사의 아내였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수용소 생활을 해야만 하는 자신의 남편을 보호할 목적으로 자진해서 안 보이는 척하면서 수용소에 입소했던 것이다. 수용소 내의 모든 이들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이 여성만은 생생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이 세상이 모두 눈이 멀어, 단 한 사람만 볼 수 있게 된다면"

 

지금 대한민국 사회도 이런 모습이 연출되는 듯하다. 분명하게 죄를 지은 사람인데도 어떤 이들은 이 범죄인이 결백하다면서 '조국 수호'를 외치고 집단 시위까지 펼친다. 정말로 안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소설 속의 안과 의사 아내처럼 안 보이는 척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중요한 점은 안 보려는 행동에 있는 것이다.         

눈먼 사람에게 말하라, 너는 자유다. 그와 세계를 갈라놓던 문을 열어주고, 우리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가라, 너는 자유다. 그러나 그는 가지 않는다. 그는 길 한가운데서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다. 그와 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들은 정신병원이라고 정의된 곳에서 살았다. 사실, 그 합리적인 미로에서 사는 것과 도시라는 미쳐버린 미로로 나아가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307쪽)

 

 

눈이 보이면, 보라.

볼 수 있으면, 관찰하라.

ㅡ <훈계의 책>에서

 

이 소설의 맨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말을 지금의 우리 사회에 화두로 던지면서 서평을 마차려 한다. 읽기 쉬운 소설이 아니기에 소설 뒷편의 '작품 해설'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모든 이에게 발표된 지 십년 이상 지난 이 소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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