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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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구원해줄 수도 있고, 눅눅한 팝콘을 맛있다고 착각하고 우걱우걱 입속으로 쑤셔 넣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우리 뇌가 보상에 어떻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는지, 주변 환경으로부터 어떻게 신호를 받아들이는지, 인간 행동을 촉발하는 결정적 동인이 무엇인지 등을 추적함으로써 습관의 형성 과정을 낱낱이 해부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습관의 형성을 밝히다

 

책의 저자 웬디 우드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습관의 형성 원리와 작동 방식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자이며, <오리지널스> 저자 애덤 그랜트,  <그릿>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 등 세계적인 심리학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습관 연구에 관한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심리학, 뇌과학, 경영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습관 설계'라는 자신만의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도출했다. 무엇이 인간 행동의 지속성을 창조하는지 밝히고자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행동동기론 등을 30여 년간 연구했으며 그와 관련한 수천 건의 실험을 기획.주도했다. "우리 삶의 43%가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웬디 우드의 탐구 여정은 그동안 시중에 출간된 수많은 동기 부여 자기계발서의 이론적 배경이 됐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30여 년간 연구한 결과물을 집약한 첫 책이며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소르본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유럽경영대학원 등 미국과 유럽의 여러 학술 단체에서 후원을 받아 집필됐다. 습관 과학 연구 최전선에서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모든 지식을 담은 이 책은, 인간 행동 뒤에 감춰진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활용해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무엇이 우리를 지속하게 하는가)에서는 온갖 미신적 자기계발 담론과 동기 부여 전문가들의 비상식적인 조언으로 인해 왜곡된 습관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우리의 행동을 영원히 지속시키는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최신 뇌과학과 방대한 심리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고, 2부(습관은 어떻게 일상에 뿌리내리는가)에서는 무의식에 잠재된 43%의 힘을 온전히 끌어내는 '습관 설계 법칙'을 단계별로 자세히 설명한다.

습관 형성에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변화', '중독', '스트레스' 등의 키워드로 분석한 3부(습관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에서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현대인의 식사량이 2배 넘게 폭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현대 사회가 우리의 자제력과 의지력을 서서히 좀먹도록 얼마나 교묘하고 은밀하게 짜여 졌는지 폭로하며, 버티고 견디고 투쟁하는 삶에서 벗어나 손쉽고 우아하게 목표에 도달하는 과학적인 습관 설계 법칙을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습관이 언제, 어떻게, 왜 작동하는지에 대한 단순하고 강력한 법칙을 알면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목표에 상응하는 더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이때는 더 이상 의지력에 기댈 필요가 없다. 일상의 함정 속에서도 좋은 습관을 기르는 방법을 이해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저자가 이루고 싶은 단 하나의 목표다.

 

이미 우리들의 습관으로 굳은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집을 나설 때 현관문을 잠그는 일, 차선을 변경허거나 방향을 바꿀 때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는 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뽈에다가 뽀뽀를 하는 일 등이 그렇다. 이처럼 좋은 습관은 우리들의 행동을 지배한다. 그래서 사실상 우리들은 이런 지배를 알지 못하고 지나친다. 이처럼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누구든 쉽게 지속할 수 있다.

 

자제력 점수가 높은 사람이 더 많이 운동했고, 더 건강한 간식을 먹었고, 기상하는 시간도 더 일정했다고 한다. 이는 어떤 사람이 좋은 습관을 들이고, 어떤 사람이 나쁜 습관을 들이는지 평생 연구해 온 저자의 결과물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금욕에 매달리지 않고 어떻게 건강한 행동을 반복할 수 있었을까? 이들은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운동을 했으며, 별다른 생각없이 자동적으로 운동하러 나갔다고 한다.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언제나 '자동화'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굳이 입술을 꽉 깨물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그들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한번 시작하면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날마다 작은 성공을 쟁취한다.
그들은 투쟁하지 않는다.

 

그렇다. 시간만 되면 기상해서 자동적으로 신발 끈을 매고 아침운동에 나가는 것에 대한 해답은 '자동화'에 있었다. 다시 말해서 자제력이 높은 사람이 자제력이 낮은 사람보다 의지력이 강하고 금욕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자동화에 더 능숙한 것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습관 설계 법칙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재배열하라

적절한 곳에 마찰력을 배치하라

나만의 신호를 발견하라

행동과 보상을 긴밀히 연결하라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반복하라

 

2017년 2~3월 한 데이터 분석 업체가 750만 대의 스마트폰 기록을 수집했다. 이 업체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헬스장을 얼마나 멀리까지 다니는지 분석했다. 약 6킬로미터 떨어진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한 달에 5회 이상 방문했다. 이와는 반대로 약 8.2킬로미터 떨어진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방문 횟수는 월 1회에 그쳤다. 겨우 2킬로미터 남짓의 차이가 다섯 배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의식적 자아는 그런 짧은 거리를 장애물, 즉 마찰로 인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습관은 사소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네 번째 법칙이다. 상황과 마찰은 습관이 형성되는 길을 닦고, 신호는 엔진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보상은 습관이라는 전차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연료를 공급한다. 최초의 노력에 대한 사소한 보상조차 없다면 우리의 습관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보상의 법칙은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우리는 아주 예전부터 거래에 익숙했다. 만약 뭔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일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무언가 충분히 좋다고 여겨질 때 비로소 최초의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반복을 통해 좋은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우리는 새로운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고 오로지 반복만이 정답이라는 태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여선 안 된다. 의식에 매여 있는 당신의 인생 일부를 반복으로 만들어진 습관에 맡긴 뒤, 그렇게 얻은 여유를 정말 중요한 일(기계처럼 반복해선 안 되는 일)에 투입해야 한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잊지 마라. 우리는 언제나 반복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 내면에는 좋은 습관이라는 늑대와 나쁜 습관이라는 늑대가 살고 있는데, 어떤 습관에 더 자주 먹이를 주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 한번 먹이를 맛보기 시작한 내면의 나쁜 습관은 인생의 다양한 충동에 반응해 점점 몸집을 키워나갈 것이다. 그러다 어떤 상황에 이르면, 가령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산만해지면 이 나쁜 습관이라는 늑대가 마음을 비집고 불쑥 튀어나온다. 그땐 아무도 이 늑대를 막을 수 없다.

 

"인간의 충동적 본성은 인내심이나 자제력만으론 다스릴 수 없다.

정교하게 설계된 습관의 힘으로만 통제할 수 있다"

 

 

 

 

새롭고 건강한 습관을 설계하라 

 

찬란한 풍경과 평화로운 적막이 가득한 이 세상을 오직 버티면서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괴롭고 무익한 삶이겠는가. '존버 정신'은 단지 희망 고문일 뿐이다. 꿈꾸던 삶과 실제 삶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나는 좀 더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고 힘든 가시밭길을 걷는 대신 과학의 힘을 빌려 새롭고 건강한 습관을 설계함으로써, 삶을 견고하게 다지는 자신만의 습관 시스템을 창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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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 2020-01-0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롭고 건강하나 습관을 설계하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습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최명길 평전 보리 인문학 1
한명기 지음 / 보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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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이 남한산성에서 곧바로 귀향한 것은 지조 높은 행동이었지만, 그 또한 최명길이 열었던 문을 통해 나갔다. 그랬다. 최명길은 종사의 문이 닫히고 백성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온몸을 던져 문을 열어젖힌 사람이었다. 훗날 박세당은 "조선 사람들이 편히 잠자리에 들고 자손을 보전한 것이 모두 최명길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최명길은 과연 누구였으며,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닫혀 버리기 직전에 역사의 문을 열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변변찮은 능력을 지닌 필자가 용감하게도 최명길 평전을 쓰겠다고 덤비게 된 동기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인간 최명길을 새롭게 조명하다

 

 

책의 저자 한명기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외국어대, 가톨릭대, 한신대, 국민대에서 강의했으며 규장각 특별연구원을 지냈다. 계간 <역사비평> 편집위원,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 동북아역사재단 자문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다.

 

 

그동안 <임진왜란과 한중관계>(1999), <광해군>(2000),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2009), <역사평설 병자호란 1, 2>(2013)를 썼고, 그 밖에 여러 저술이 있다.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한국사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관심이 많다. 첫 책인 <임진왜란과 한중관계>로 2000년 제25회 월봉저작상을, <역사평설 병자호란 1, 2>로 2014년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17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최명길이, 지금도 역사로부터 수시로 호출되곤 한다. 그 이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조건 때문이다. 열강의 입김과 외압 속에서 살아야 했던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 이른바 복배수적腹背受敵의 조건 때문이다. '복배수적'이란 배(腹, 정명)와 등(背, 배후) 양쪽에서 적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돌이켜보면 조선시대엔 정면의 중국과 배후의 일본이 조선을 위협하는 강국이자 강적이었다.

 

동북아에서 강대국끼리 '힘의 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한반도가 싸움의 희생물이 되어 왔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청나라가 일으킨 병자호란은 "그 가운데서도 기존 패권국(명)신흥 강국(청) 사이의 갈등과 대결이 조선에 미치는 비극적 파장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였다.

 

 

 

당시 사건의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1636년 2월 16일, 중국 심양에서 홍타이지皇太極가 청靑의 황제위에 오르자, 청은 조선으로 사신을 보내 '아우의 나라' 조선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묻고자 했다. 용골대를 중심으로 한 사신단은 조선 땅 의주에 도착했다. 그동안 명을 숭상했던 조선의 성균관 유생들은 당연히 반대의 기치를 들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청을 오랑캐, 홍타이지를 '오랑캐 추장'이라 불렀고, 심지어 '붉고 큰 돼지'란 뜻을 지닌 '홍타시洪(紅)打豕'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사신단 일행의 목을 치라는 살벌한 분위기를 느낀 용골대龍骨大는 '추대'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한 채 심양으로 도주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일은 결국 후환을 불러왔다. 1636년 12월 9일, 청나라의 기마군 선봉이 압록강을 건너 한양을 향해 진격해왔다. 이들은 약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단 5일 만에 주파, 곧 한양성으로 들어올 조짐을 보인다.

 

이에 화들짝 놀란 인조는 12월 14일 강화도로 피신길에 나서지만 이미 강화도로 가는 길은 차단되었다는 급보가 날아들고, 청군의 선봉이 현재의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일대를 지나 무악재 방면으로 접근 중이라는 보고였다. 제대로 된 접전 한 번 펼쳐보지도 못한 채 조만간 한양 도성 한복판에 청군의 선봉이 들이닥칠 상황이 되자 인조와 신료들은 멘붕에 빠졌다.

 

그간 청과 일전을 벌이자던 척화파斥和派들도 아연실색이었다. 이때 "청과 화친하지 않으면 조사와 백성을 보전할 수 없다"는 말을 평소 입에 달고 살았던 이조판서 최명길이 무악재로 나아가 청과 화친을 제안해보겠다고 나섰다. 물론 이는 꼼수였다. 인조가 피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참이었다. 당시는 전시 상황인지라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 죽음이었다. 때문에 인조가 특별히 붙여준 경호원 스무 명도 모두 숭례문 밖을 나서자 도주해버리고 말았다. 최명길은 단독으로 무악재를 향했다. 결과적으로 최명길의 책임감과 용기있는 행동으로 인해 인조와 주요 신하들이 남하산성으로 도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었다.

 

 

최명길(1586~1647년)의 바람과는 달리,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정사를 보면서 척화파들과 함께 청의 군대와 맞서 싸웠다. 김상헌(1570~1652년)을 중심으로 한 척화파들은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나라가 패망할지라도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햇다. 당시 남한산성의 상황은 처참햇다. 청나라의 군대에 포위되어 1개월 여 지난 1637년 1월 중순 매서운 추위로 병사들은 얼어 죽거나 동상에 걸려 쓰러졌고, 군량미는 하루하루 줄어들고 잇엇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외부 구원병이 완전 끊겨 버렸다는 점이다. 홍타이지는 남한산성의 함락은 시간 문제라고 확신했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안다. 그렇다. 삼전도에서 인조가 항복함으로써 조선의 국은은 이어갈 수 있엇다.

 

김상헌의 주장과는 반대로 최명길은 인조가 명과의 의리 대문에 종사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며, 도한 무고한 백성들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청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인조를 계속 설득했다. 성리학을 중시했던 당시 조선의 관료 사회에서 "청은 오랑캐"라는 인식이 확고했던 때라 최명길의 행보는 외로운 분투였다. 이때 인조가 최명길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최명길의 공적을 조선 중기 문신 이시백(1581~1660년)은 8가지를 꼽았다. 인조반정의 참여, 인조의 부친 정원군을 국왕으로 추숭, 단신으로 무악재에서 협상, 병자호란 때 화의 주도로 나라 보전, 청의 조선군 징발을 막음, 당파에 물들지 않음, 타인의 혈육을 따뜻하게 대함, 명과 밀통한 뒤 책임을 지기 위해 다시 목숨을 걸었던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거나, 엄청난 비난과 매도를 각오하지 않으면 불가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병자호란이 끝난 후 조선의 지식인들은 대부분 최명길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삼전도의 굴욕'을 안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의리와 명분을 내팽개친 소인小人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심지어, '진회秦檜보다 더한 간신'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참고로, 진회는 남송 시절 여진족인 금나라와 화친을 주도, 명장 악비까지 살해했던 악명 높은 간신이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은 이정도로 최명길을 폄하했던 것이다. 반면에 항복한 인조를 버리고 낙향했던 김상헌은 '조선의 정사正士이자 영원한 사표'되었다. 이 얼마나 웃기는 대비인가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인 듯 싶다. 2017년 사드 문제를 비롯 일방적으로 북핵을 옹호하는 듯한 중국은 한반도를 놓고 미국과 무역 및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과거 일제 식민지 치하의 피해보상 문제를 놓고 대치하던 일본은 수출 규제라는 경제 보복에 뛰어들었고, 러시아는 안보 공백을 테스트하듯 독도에 전폭기를 보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북핵이라는 리스크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과 중러,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병자호란 때나 지금은 비슷한 위기 상황이다. 과거 조선이 직면했던 혼돈의 시기에 최명길은 패망의 위기로 내몰렸던 나라를 극적으로 살려낸 지도자였다. 그가 당시에 보여 주었던 용기와 책임감, 희생정신과 실천력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값진 가치가 아닐까 싶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더 진일보한 해법을 우리들에게 던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최명길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김상헌이 화친을 청하는 국서를 찢고 통곡했다. 최명길은 그것을 주워 다시 맞추며 말했다.
"국서를 찢는 사람이 없어서도 안 되지만, 국서를 주워 맞추는 사람도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최명길은 인조대 조정에서 시종일관 '찢어진 국서를 주워 맞추는 사람'이었다. 종이에 쓴 국서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흩어져 버린 종이 쪼가리를 다시 맞추기란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삼전도의 굴욕 https://youtu.be/eWupsi0tFlM

 

남한산성에 갇혀 청과의 화친을 주도하는 최명길을 믿고 의지하던 인조는 당시 성밖으로 나가 청에게 예를 갖추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청의 인질로 잡혀가거나 죽임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했을 것이다. 인조의 출성出城은 사실 민감한 부분으로, 오직 인조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마침내 인조가 출성을 결심, 이후 최명길에게 부여된 임무는 홍타이지로부터 인조의 안전을 확약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명길은 혹 심양으로 연행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인조가 자결할 수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마침내 홍타이지는 답서로서 최명길의 요청을 수락했다.

 

삼전도비

 

사실 청의 전신인 후금後金누르하치가 이끌면서 명과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국력을 키워나갔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이 국정을 다스리면서 강성해진 후금과 화친이라는 실리 외교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후 반정으로 광해군이 축출되고 인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후금과의 외교책에 다소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이자 후금은 인조5년(1627년) 광해군의 폐위 문제를 구실 삼아 정묘호란을 일으켰다. 이때 호란은 '형제지국'을 맺으면서 수습될 수 있었다.

 

한편, 인조반정에 참여했던 최명길은 반정이후 호패법과 군적법을 시행하는 업무를 주도하면서, 조선의 열악한 사회, 경제적 상황과 취약한 국방력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후금, 즉 청에 맞서기보다는 화친을 해야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광해군도 당시 조선의 현실과 후금의 군사력을 견주어볼 때 화친만이 해결책임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정묘호란에 참전했던 도원수 장만과 장수 정충신의 증언을 들어봐도 당시 후금의 조선 침략 목적은 명확했다. 즉 그들은 조선의 정복이 아닌 화친 강화에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그릇된 판단은 나라와 국민 모두를 위기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미리 잘 대응했다면 병자호란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금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현실은?

 

여전히 '끼여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현실은 갈수록 엄혹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볼 때 만약 최명길이 지금 시대에 재림한다면 과연 그는 어떤 처방을 내릴까? 이 책의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그토록 척화론 앞장 섰던 김상헌도 나중에 최명길의 충정을 높이 평가했음을 전하며 이런 말로 책을 마친다.

 

"과거의 역사를 오늘의 현실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하다. 하지만 17세기 초반, 패권국 명과 신흥 강국 청 사이의 대결에 휘말려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하기 위해 고투했던 최명길의 생각과 행적들은 여전히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가 돌아보고 반추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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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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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질문이 조금 많은 편이다. 미니밴의 뒷자리에 앉아 부모에게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듣자마자 부모가 울화통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계속해서 "그런데 왜요?"라고 묻는 꼬마 아이의 성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 이들 학문과 의학적인 신경학의 접점까지 공부하는 동안 나는 똑같은 엄밀함을 적용해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려 노력했다. 결정을 내리는 작동방식은 무엇인가? 정신질환은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와 뇌 사이에 벌어지는 상호작용은 무엇이며, 뇌는 어떻게 해서 우리라는 사람을 만들어내는가?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엘리에저 J. 스턴버그 박사는 예일대학교 예일-뉴헤이븐병원의 신경과 상주의다. 그는 신경과학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어떻게 하면 뇌 연구를 통해 의식과 의사결정의 신비를 밝힐 수 있는지 탐구한다. 17세에 그의 첫 책 <우리는 기계일 뿐인가>를 출간해 철학과 신경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술가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2세에 출간한 <뇌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는 전작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논의를 전개하며 뇌의 결함이 있는 사람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책으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주목한 젊은 과학저술가로 선정되었다. 지금도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리뷰>, <GQ> 등 다수의 매체에 기고하며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시각은 세상을 안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은 결손된 시력을 보완하려고 다른 감각을 활용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보다 청력이 더 좋다고 한다. 대다수의 시각장애인은 사고를 당하기 전에 경험했던 사물의 생김새를 기억한다. 이에 반해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만의 정신적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다. 예컨대 포옹, 목소리, 향수냄새, 귀걸이, 긴 손톱 등처럼 만지거나 냄새를 맡거나 들음으로써 말이다. 

 

두뇌가 눈을 통과한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면 인간은 카니자 삼각형을 볼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눈에 이것이 보이는 이유는 뭘까? 눈이 보낸 정보를 뇌가 '해석'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각은 빈틈을 메우고 외곽선을 그어가며 존재하지 않는 흰색 삼각형을 만든다.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뇌는 이런 식으로 세계를 창조한다.

 

 

사진에서 흰색 삼각형이 보이는가? 윤곽선이 없는 흰색 삼각형이 뒤의 삼각형과 검은 색 원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흰색 삼각형은 없다. 이는 착시 그림이다. 인간의 시각이 세상으로 향한 단순한 창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해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림이다. 이를 '카니자 삼각형'이라 부른다.

 

시각장애인도 꿈을 꿀 것이다. 그렇다면 꿈속에선 시각을 제공할까?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분명히 그들도 꿈속에서 생생한 장면을 만난다는 걸 알 수 있다. 해변에서 만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 시각장애여성은 키가 크고 잘 생긴 섹시한 남성의 머리는 금발이었고 주위는 온통 모래였다고 설명한다. 이 꿈엔 무의식이 개입한다.

 

아래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년)의 <석류 주변을 날아다니는 꿀벌 한 마리에 의해 깨어나기 직전의 꿈>(1944년)이라는 작품이다. 이는 자신의 아내가 낮잠에서 깨기 직전에 꾸었다는 꿈을 상상해서 그린 것이다. 몽환적인 이 그림은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그중에서도 폭력적인 이미지와 남근의 상징으로 라이플총을 이용, 강간 장면을 묘사했다는 해석이 가장 유명하다.

 

 

"잠자고 있는 뇌는 능숙한 이야기꾼이다"

 

우리들이 꿈을 꿀 때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윙윙거리는 곤충 소리처럼 일부 자극이 꿈속 이미지와 합쳐지기도 한다. 잠자는 사람에게 물을 뿌릴 때 외부 감각이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물세례로 인한 자극의 40퍼센트 이상은 그 사람의 꿈과 직접 합쳐진다. 잠에서 깬 피실험자는 비가 왔다거나 물총 세계를 받았다거나 비가 새는 지붕을 고쳤다는 등의 장면을 묘사한다.

 

꿈을 꾸는 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마앞엽겉질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꿈이라는 것은 한 편의 영화와 비슷하다. 우리는 꿈속 모험을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대부분은 그렇다. 다만 자각몽(lucid dream)은 예외다. 자각몽을 꾸는 사람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심지어는 자기 의지대로 꿈속 세상을 탐험하기도 한다.

 

자각몽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렘수면에서는 이마앞엽겉질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꿈을 능동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자각몽을 꾸는 사람은 꿈속에서도 자기숙고, 자기통제, 의사결정 능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굼을 짜릿한 가상현실 연습게임으로 바꾼다. 게다가 자각몽은 훈련을 받으면 습득이 가능한 기술이고, 성공적인 악몽 치료법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

 

 

 

 

뇌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뇌의 전체 영역과 각 기능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우리가 흔히 '미쳤다'고 말하는 현상들에도 나름 배경과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인식의 빈틈을 메우는가?', '우리가 무심코 보는 것이 기분과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선천적 맹인이 환각을 볼 수 있을까?', '심상 훈련만으로 우리의 신체활동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최면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등 흥미로운 질문 덕분에 '뇌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가히 뇌에 관한 '백과사전'을 읽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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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 마오쩌둥이 밥은 안 먹어도 열 번은 읽었다는 삼국지 속에 숨은
나단 지음 / 비즈니스인사이트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많은 IT 회사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앗다. 역사 속에 수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어떤 회사는 성공하고, 어떤 회사는 패망한다. 왜 그런 것일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밖에 없는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수 잇을까? - '프롤로그' 중에서

 

 

제갈량의 기획서에 담긴 마케팅 전략

 

책의 저자 나단은 삼국지 속 병법, 전략 등을 현대 마케팅의 전략으로 재해석, 실행하는 삼국지 전략 전문가, 역사와 경제, 사람을 잇는 인문학도다. 세계적인 대기업 반도체 부서 마케팅 관리자로서 20여 년간 근무했다.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 있지만, 누구보다 공부를 사랑하는 저자는 본업인 마케팅뿐만 아니라, 역사, 음악, 인물, 문학, 언어학 등 인문학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저자는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비전과 미션, 그리고 중장기 전략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Value)에 꾸준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마케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구성 요소를 잘 이해하고, 이를 인지하면서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사이클과 상관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이익을 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1. 중장기 그림을 먼저 그려라.
2. 경쟁사를 파악한 후에 움직여라.
3. 행복한 마피아 회사를 만들라.
4. 고객을 세분화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5. 최상의 파트너와 협력하라.
6. 때와 장소를 나의 편으로 만들라.
7. 잘 패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8. 끊임없이 두드려야 한다.
9.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10. 우주에 멋진 흔적을 남겨라.

 

적벽대전赤壁大戰은 중국 후한後漢 말기에 조조가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과 싸웠던 전투이다. 그런데, 정사에 기록된 내용이 적어서 우리들 대부분은 나관중<삼국지연의>에 묘사된 내용을 믿는다. 하지만, 이는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이 대전의 결과로 천하삼분지형(위, 촉, 오)이 이루어진 것은 분명하나, 절대적 우위를 점했던 조조군이 패퇴한 이유와 손권의 화공설 등 많은 부분이 실제와 다르다고 중국 사학자들이 이견을 피력한다. 사실상 이 전투로 가장 큰 덕을 본 쪽은 유비의 촉나라와 제갈량의 승부수일 것이다.

 

아무튼 책의 저자는 제갈공명의 위대한 전략이라고 평가받는 '적벽대전'을 인용해서, 기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단계별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800년 전 그 이름만으로도 상대방을 두렵게 만들었던 제갈공명의 필승 전략의 요체를 현대 기업 경영에 적용하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즉, 적벽대전에 임하는 제갈량의 전략 제안서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현대 기업 경영에 원용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 회사의 경쟁력, 고객 우선주의, 파트너와의 협력, 승리의 5가지 조건, 사업 기반 마련, 가치 확보, 위기관리 능력, 약자가 살아넘는 법, 미래를 대비하기 등 10가지 마케팅 전략으로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마케팅 전략의 기본을 다시금 강조한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세우고, 중장기 전략에 따라서 실행력을 키워야 한다. 마케팅의 기본 요소인 회사(Company)의 현황을 잘 파악하고, 고객(Customer)을 이해하고, 경쟁사(Competitor)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그 근본에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하고 어려운 마케팅 전략을 최대한 쉽게 풀어써서 누구라도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을 저자는 상기시켜주는 셈이다. 과연 기업 간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회사는 어디일까? 애플과 아마존은 영원할까? 아니면 새로운 경쟁자가 부상할까?

책은 제일 먼저 중장기전략을 언급한다. 한나라의 먼 종친인 유비는 형주 자사 유표에 몸을 의지하면서 신야新野라는 고을에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잇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0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때 제갈량이 나타나 유비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 유비의 세력은 <수호지>에 등장하는 양산박의 무리처럼 의리로 뭉쳐졌지만, 조직의 브레인은 없었다. 이에 그는 삼고초려를 통해 제갈량을 얻음으로써 비로소 큰 뜻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제갈량은 강력한 경쟁 상대인 조조의 움직임을 파악코자 세작細作들을 조조 진영에 투입했다. 또한, 강동을 지배하고 있는 손권의 움직임도 세작을 통해 파악하고 있었다. 당시 조조가 남쪽을 정벌하려고 수군을 조련하고 있다는 첩보를 파악, 과연 손권은 조조에 맞설지 아니면 항복할지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현대 경영학으로 해석하자면 경쟁사와 시장 환경을 파악하는 마케팅 업무이다. 마케팅의 기본 요소는 '회사, 고객, 경쟁사'이다. 경쟁사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시장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절대 위태롭지 않다"고 병법의 서두에 '적敵'을 먼저 말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책은 다소 자기 자신보다 버거운 존재를 경쟁 상대로 정하고 심지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인텔조차도 작은 경쟁사들을 타케팅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창조적인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기에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먼저 정하라고 권한다. 이어서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찾고,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략도를 만들어, 상대 경쟁사의 움직임을 한 발 앞서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제갈량의 전략 제안서(회사의 경쟁력)

 

1. 인재의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2. 실행가와 전략가의 역할을 구분,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3. 나만의 포지셔닝 전략을 수립한다

4. 인재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5. 행복한 '마피아'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약세를 면치 못하던 유비와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조조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조건을 살펴보자. <손자병법>에는 "싸울 때와 싸우지 않아야 할 때를 아는 자는 승리한다"고 말한다. 장강의 북쪽은 조조의 대군이 진을 치고 있고, 남쪽은 손권의 진영이다. 추운 겨울밤, 강 위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배가 장관을 이루고 강가에 정박해 있었다. 이때 손권 진영의 막사에는 주유, 노숙, 제갈량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조조의 대군을 이길 방책은 오직 화공火攻이었다. 총사령관인 주유도 화공법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겨울철 북서풍을 감안하면 성공 확률이 매우 낮기에 주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갈량은 이미 동남풍이 불어올 것이란 예측과 함께 화공만이 유일한 방책이라고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제갈량은 이미 빅데이터를 입수해 동남풍의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유와 제갈량은 자신들의 계책을 서로 공개했다.

 

"서로의 손바닥에 쓰인 글자를 본 공명과 주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호쾌한 웃음을 떠뜨렷다. 주유의 손바닥에도 공명의 손바닥에도 다 같이 '불화'이란 글자가 쓰여 잇었다" - 이문열 <삼국지> 중에서

 

승리의 5가지 조건

 

1. 때와 장소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2. 70%의 확률에 실행해야 한다

3. 한번 시작하면 사납게 돌진해야 한다

4. 플랜B는 항상 필요하다

5. 때로는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는 지속가능한 실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기 위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기업의 지속성생존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10가지 마케팅 전략을 우리들에게 소개한다. 이는 바로 적벽대전이라는 큰 전투 이전과 이후, 제갈공명의 행적과 궤를 같이 한다.

 

 

 

 

적벽대전에 숨어 있는 마케팅 전략 

 

후한 말 당시,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점하고 잇었음에도 조조가 패한 이유는 상대를 너무 얕잡아보고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적이 유비를 제거하는 것임에도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과연 어떤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가? 이 책을 통해서 백년대계를 이루기 위한 회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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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행복의 법칙 - 마음을 다루는 방식이 삶의 차이를 만든다
릭 핸슨.포러스트 핸슨 지음, 홍경탁 옮김 / 위너스북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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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안전, 만족, 교감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욕구가 있다. 이러한 욕구는 진화의 역사에 따라 발전해왔다. 지난 20만 년 동안 환경은 어마어마하게 변화했지만, 우리 뇌는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선조들이 주거할 곳을 찾아 안전 욕구를 해소하고, 음식을 구해 만족 욕구를 해소하며,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여 교감 욕구를 해소하게 했던 신경 기제가 오늘날까지도 뇌에서 활동한다.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보는 인식, 자신에게 공급되는 자원, 생각이나 감정, 행동 등을 바로잡는 조절, 타인을 비롯한 더 넓은 세상과 맺는 관계 등이 바로 그 방법들이다. 욕구를 충족하는 이러한 네 가지 방법을 세 가지 기본 욕구에 적용하면 열두 가지 주요 내적 힘이 도출된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릭 핸슨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 있는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는 심리학 박사이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저서는 26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붓다 브레인>, <행복 뇌 접속>, <붓다처럼 살기> 등이 있다. 그는 웰스프링 신경과학 및 명상 연구소를 설립했다. 나사, 옥스퍼드대학, 스탠포드대학,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주요 대학의 초청을 받아 강연했으며, 전 세계의 명상 센터에서 강의했다.

 

또한 핸슨의 연구는 BBC, CBS, NPR 등의 방송사에서 특집으로 방영되었다. '저스트 원 씽Just One Thing'이라는 무료 뉴스레터를 12만 명이 넘는 가입자에게 제공하며, 아울러 재정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파운데이션 오브 웰빙'을 무료로 제공한다.

 

우리들은 욕구를 갖고 있다. 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스트레스와 걱정이 찾아오고, 화를 내거나 상처를 받아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데, 회복탄력성이 향상되면, 난관을 마주치더라도 욕구를 해소할 수 잇는 능력이 상승되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 모든 사람들은 안전, 만족, 교감이라는 3가지 기본 욕구가 있는데, 진화의 역사에 다라 발전해왔다. 환경이 엄청나게 변화했지만, 우리의 뇌 속에 대부분 남아 있다.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보는 인식, 자신에게 공급되는 자원, 생각이나 감정, 행동 등을 바로잡는 조절, 타인을 비롯한 더 넓은 세상과 맺는 관계 등이 바로 그런 방법들이다. 이러한 네 가지 방법을 세 가지 기본 욕구에 적용하면 열두 가지 힘이 도출된다.

 

 

 

 

소소한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다

 

엄청나지는 않더라도 힘겨운 생활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소소한 기회는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친근함을 느끼거나, 힘겨운 긴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뛰어드는 순간처럼 말이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면에서는 언제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인생을 즐기는 소소한 방법에는 커다란 교훈이 담겨 있다. 작은 것이 모여 시간이 흐르면 커다란 차이가 된다. 티베트에는 이런 말이 있다.

 

"1분을 잘 관리하면 1년은 알아서 흘러간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시간이나 날들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다음 1분, 그리고 그다음 1분, 그리고 그다음 1분은 늘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다음 1분에는 자신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즐길 기회가 있지 않을까? 치유하고 터득할 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조금씩 차근차근 힘을 키우면 자신의 장점은 물론 타인의 장점까지 키울 수 있다.

 

 

무기력 해소하기


행위는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며, 휩쓸리지 않고 주도권을 쥐고 자기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행위는 투지의 핵심이다. 행위가 없으면 어떤 일에 대처하기 위한 내면의 자원을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쓰러졌을 때, 바닥에서 일어나는 순간에 우리는 먼저 행위에 의존한다.

 

우리가 행위를 할 수 없는 곳보다, 행위를 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 집 뒤뜰에는 몇 년 동안 가지를 치고 물을 주며 보살폈던 오래된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다. 하지만 사과는 열리지 않는다. 대체로 이와 비슷하게, 인생에는 원인을 살필 수 있을 뿐, 결과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아이들을 양육하고 지도할수는 있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무엇을 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우리는 품위를 잃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 있지만,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게 할 수는 없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운동하고, 병원에 갈 수는 있지만, 어쨌든 병에 걸리는 것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과나무에 물을 주는 일뿐이다. 

 

 

더 많이 원하기

여러 가지 선택을 놓고 저울질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거나, 특정한 목표를 생각할 때는 보상의 기대치를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보상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 보상은 대부분 약속한 것보다 적다. 게다가 기대에 부응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끝이 난다. 음식은 맛이 있었고, 새 스웨터는 예뻤고, 직장에서 했던 프로젝트는 감사하게도 잘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 일은 이제 끝났다. 자 이제는 뭘 하지?

 

기대했던 보상은 실망을 주는 경우가 많다. 최고의 경험을 했다고하더라도 일시적일 뿐이다. 이러한 두 가지 사실은 만성적으로 무언가잃어버린 것 같고,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다음 목표를 찾는다.

 

 

전체적으로 사람 보기

우리가 누구 때문에 놀라거나,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나면 그 사람을 저지른 일로 환원하여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외에도 그에게는 선의, 파란만장한 인생사, 자신만의 꿈과 희망 등 훨씬 많은 것이 있다. 우리가 그 사람의 전체를 볼 수 있다면 부분을 용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사람은 모두 힘들게 산다. 우리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고통과 상실,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해서, 저지른 일이 없던 일이 되거나 용서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짊어진 짐에 대해 연민을 느낄 수 있다면, 그들이 당신에게 부과한 짐은 용서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우리가 적들의 인생 비화를 읽는다면 그들이 살면서 겪은 슬픔과 고난 때문에 우리의 적대감이 무장 해제될 것이다" - 헨리 롱펠로, 미국 시인

 

때로 사람들은 당신에게 직접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어떠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행동에서는 심경의 변화를 내비칠 수도 있다. 비록 겉으로 드러나거나 완전하지는 않지만, 손을 내밀고 용서를 구하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라

 

이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인 <회복탄력성>의 저자 김주환 연세대 교수는 "몸의 건강을 위해 누구나 운동해야 하듯이 마음의 건강을 위해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 명상이다. 전통적인 명상 훈련법을 뇌과학과 심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12가지 주제에 따라 정리해놓은 훌륭한 안내서다. 마음의 근력이 곧 회복탄력성이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강력한 회복탄력성과 흔들리지 않는 행복감을 길러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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