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영업하지 마라 - 상위 1% 보험 세일즈맨의 시장개척 비밀
염동준 지음 / 라온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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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만 레시피가 있는 게 아니다. 보험 영업에도 레시피가 있다. 단지 배운 적이 없었을 뿐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실패하고 싶은 보험인도 없다. 인생의 변화를 위해 어려운 영업의 길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들을 응원한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보험인들의 성공을 돕기 위하여 8년간의 실전 경험을 기반으로 보험 영업 레시피를 만들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보험 영업 레시피를 소개한다

 

책의 저자 염동준DB생명 마케팅 영업지원팀, 시장(개척) 개발 전문가이다. DB생명에서 8년을 근무하면서 4년 6개월은 보험영업인으로 살아왔다. 그는 지인 영업이 아닌 시장 기반의 영업에 4년을 투자하면서 배우게 된 보험 영업이 오리지널 보험 영업 방식이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지금도 4년 전 방식이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영업을 하면서 얻게 된 자신의 영업 철학을 바탕으로 개발한 성공적인 '시장 개발 프로세스 6단계', '단계별 상담 프로세스'는 지인 영업의 한계를 느끼며 좌절하는 보험인들에게 오아시스가 되어 주었다. 저자는 실전 경험, 철저한 조사와 분석, 강의와 코칭을 통해 얻은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상위 1% 보험 세일즈맨의 시장 개척 방법과 보험인으로 성공하기 위한 자기 관리와 셀프 브랜딩, 현장 기술 등을 알려준다.

 

책은 총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에서는 상위 1% 보험인의 성공 비결로 세일즈 방식을 바꿀 것을 제안하고, 2장에서는 성공하는 보험인에게 꼭 필요한 기본 역량을, 3장에서는 상위 1% 보험인의 기본기를, 4장에서는 지인영업이 아닌 시장 기반 영업의 세일즈 패턴으로 변경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어서 5장에서는 지인영업에서 탈피할 수 있는방안을 소개하는데, 이는 기존의 '세일즈 프로세스 7단계(지인영업)'를 지양하고 '시장 개발 프로세스 6단계(개척영업)'를 택하라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상위 1% 보험인이 되려면 1인 기업가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에 관해 이야기한다. 

 

 

한국의 보험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이런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전속 보험설계사의 영업 탓이었다. 전속 설계사는 바로 '보험상품을 파는 존재'였다. 이들의 일과는 보험계약을 따내기 위해 전국적으로 지인들을 찾아다니는 피곤한 여정이었다. 소위 '안면 장사' 방식인데, 최근 들어 보험인들은 계약 체결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그도 그렇 것이 기댈 인맥이 더 이상 없으면 이런 방식의 영업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지인의 도움 없이 보험 영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이 문제는 깨끗이 해결된다. 현재 많은 보험인들이 새로운 방법을 활용해서 성과를 내고 있으므로 이 방식에 방점을 찍는다. 이 방법은 상위 1% 보험인들의 비밀이기도 하다. 

 

보험설계사는 프리랜서 보험 영업인이자 1인 기업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1인 기업가가 되려면 난들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자신의 강점을 반드시 찾아야 하므로 이렇게 자문自問을 해보자. "나는 누구인가?" 이는 나 자신이 남들보다 무엇을 잘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강점이 꼭 보험에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무방하다.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고사성어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빠른 시일 내에 두각을 나타내려고 하지 말자. 보험 영업인의 인생은 외롭고 힘든다. 초반부터 억대 연봉의 꿈에 젖어 과속 질주하려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이게 결코 영업력이 아니다. 보험 영업은 마라톤과 같은 장기 레이스이다. 빨리 계약을 따내야 하는 단거리 육상이 아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발 한발 전진해나가야 한다. 불황인 보험시장에서 버티면 이기고 성공한다. 대기만성형 보험인도 분명 있다. 크게 될 사람은 많은 노력을 한 끝에 뒤늦게 성공한다.

 

버려야 할 습관

 

시간 계획을 하지 않는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많은 일을 떠안는다

스스로 고립시킨다

빠른 시일 내 큰 결과를 기대 

 

다 버리고 새로 담아라. 우리는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어쩌다 한 번 사용하거나 심지어 1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리지 못한다. 이럴진대 30년 이상 몸에 묵은 습관을 어찌 하루아침에 버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못 할 것도 없다. 간단하다. 버리고 싶은 습관을 적어보고 될 때까지 노력하면 된다. 이렇게 꾸준히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갑자기 버리고 싶었던 이런 습관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영업의 꽃은 보험 영업이다"

 

 

3가지 핵심 역량

 

지적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 

이질적 사람들과 인간관계를맺는 능력

자립해서 행동하는 능력 

 

경쟁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틈새시장을 잘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업종이든 틈새를 찾아내는 것은 절말 힘이 든다. 보험시장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발견한 것은 '마케팅 영업방식'의 적용이었다. '틈새'란 '남이 모르는 좋은 낚시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남이 아직 모르는 좋은 곳, 시장의 빈틈을 찾아서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세일즈 프로세스 7단계(지인영업)

 

 

시장 개발 프로세스 6단계(개척영업)

 


"당신은 마케팅을 활용한 영업방식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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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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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믿고 있다. 삶은 여전히 우리를 배신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좌절시키고 절망하게 하겠지만, 질문하고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불완전한 행복 속에서도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그 길에서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 '프롤로그' 중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라

 

이 책의 저자 박애희는 헤매고 흔들리는 사이, 결코 젊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러나 많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란 진실을 마주한 후부터 기쁨보다 아픔, 높은 곳보다 낮은 곳, 강한 것보다 약한 것, 눈부신 것보다 스러져가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하리라 다짐하며 살고 있다.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연약하지만 다정한 마음으로 쓴 글이 읽는 이의 마음에 작은 물결처럼 일렁이길 소망한다. 기대와 다르게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는 삶 속에서 어떻게 생의 의지를 지켜가야 하는지, 울고 화내고 방황하면서 어떻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13년 동안 KBSMBC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사랑하는 엄마를 보내고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쓴 책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저자는 불안하고 힘겨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하는지, 어떻게 계속 생의 의지를 지켜가야 하는지, 자신과 세상을 다루는 역량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삶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인생의 혼란과 시련을 겪을 때마다 어떻게든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한 희망과 사랑이 흔들리는 우리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바람과 함께.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삶의 진실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즉 인생은 한 편의 예술처럼 삶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일깨워준다. 아무리 실수투성이 인생을 살아왔어도 자신에겐 다정했던 기억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음을,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남아 있음을, 엎어지고 깨지고 주저앉을지라도 삶은 우리에게 분명히 무언가를 가르쳐줄 테니, 이 진실을 믿고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것을 독려한다.

 

 

책은 한 소설가의 스토리를 소환하면서 시작한다. 한국에 널리 알려진 일본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젊은 시절 한때 문학과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었다. 즉 스물아홉까지는 7년 동안 재즈카페(낮엔 커피숍, 밤엔 재즈바)의 운영에 전심전력을 다하고 잇었다. 서른을 눈앞에 둔 그는 가게 운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봄날,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인근의 야구장을 찾았다. 외야석에서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람 중이었다. 바로 그때, 한 외야수가 친 안타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이순간의 장면을 그는 이렇게 글로 남긴다. 아마도 그는 인생의 의미 있는 순간들을 어떻게 붙잡아야 할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을 찾은 듯 싶다.

 

 

이 글을 읽는 순간, 과연 나는 언제 이런 찬스를 잡은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터닝포인트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던 것으로 느껴졌다. 당시까지 나의 진학은 사업가인 아버지의 사업이 흔들릴 때마다 많은 영향을 받았다. 즉 나의 목표는 이 영향에 항상 꼬리를 내리고 말아야만 했던 것이다.

 

아버지 회사의 파산으로 중학교를 다닐 형편이 못되자 교장 선생님의 추천에 힘입어 변두리의 신설 중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3년 내내 전교 수석을 하면서 원하는 고등학교 입학에 공을 들였지만 이 꿈도 깨어지고 말았다. 잘 되는 줄만 알았던 아버지의 새로운 사업이 접어야 할 순간까지 내몰리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담임선생님의 면담 요청으로 이 사실을 인지했고,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할 것을 권고받았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이런 혼란은 나에게 밝음보다는 어두움을 걷도록 만들었다. 학업은 늘 뒷전이었고 태권도, 합기도, 권투 등 운동에만 전력을 기울였다. 이는 순수한 체력 증진 목적이 아니라 싸움 기술을 고양시키려는 의도였다. 내 주변에 나보다 싸움 잘 하는 학생이 없었다. 이때 검은 유혹이 다가와 나를 깡패의 세계로 입문시켰다.

 

고교 2년이 이렇게 지나가는 걸 부모님이 모를리 없었다. 교복과 가방과 모자는 그냥 폼이었고, 잠시 학교를 들렀다가 유흥가 뒷골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아버지는 지인을 통해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시켜 주겠다면서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셨다. 그토록 미웠던 아버지는 늘 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나에게 밝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학업에만 정진했다. 재수를 거쳐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늘 퍼주기만 하는 우리 부모님들도, 살아남기 위해 버티느라 오늘도 신발끈을 조여 매는 우리들도 모두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홀로 생의 우수를 보듬을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잠시 나를 바라보는 존재를 잊고 나 자신만을 사랑한 그 시간이 다시 또 일상을 버티게 해줄 테니까. 그것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그토록 바라는, 내가 행복해지는 길일 테니까.

나의 아버지는 미수를 넘긴 다음해 연초에 허리가 불편해서 대형병원에 시술차 입원하셨다가 결국 집으로 귀가하지 못하셨다. 임종을 지킨 자식은 나뿐이었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아 회사에 하루 휴가를 득해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당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아버지는 생의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내 손을 잡고 눈가에 약간의 물기를 남긴 채 숨을 거두셨다. 인간의 호흡이 이렇게 끊어지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다니던 성당 담임 목사에게 열락했다.

 

목사님, 어머님와 함께 아버지를 위한 미사를 올렸다. 우리들은 고인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사랑을 안고 떠날 수 있도록, 그리고 살아온 생의 후회가 없도록 말이다. 실제로 고인의 귀는 심장이 멈춘 후에도 한동안 열려 있어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순간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결국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삶은 누구를 어떻게 얼마나 사랑했는가에 대한 답이니까. 거기에 더해,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인생을 살았던 그들을 따뜻하게 인정하고 존경하는 말을 전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79쪽) 

 

나도 아버지의 인생 굴곡사를 물려받았는지 몰라도 사업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오래 살았던 서울을 떠날 때는 이천만 원을 손에 쥐고 가족들을 이끌고 경기도로 떠나왔다. 어쨌든 가족들의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을 무장한 채 생소한 터전으로 이사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잘 살려면 자신을 믿어야 한다. 즉 더 많이 가진 이들한테 씩씩대는 대신, 타고난 것들이 없다며 신세 한탄을 하는 대신, 지금 바로 이 자리, 이 시간,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토양이 되리라는 것을. 이것이 바로 인생의 주연으로 사는 법이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도 하지 말라는 게 많아서 어른이 되면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나이만 먹으면 그냥 다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빨리 나이가 먹고 싶었다. 막상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인생의 크고 작은 파도에 휘청거리며 가야 할 길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어른인 척하다가 나이만 먹은 셈이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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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머니 커넥션 - 마지막 남은 성공투자의 나라 북한에 파고드는 중국의 치밀한 전략
이벌찬 지음 / 책들의정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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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떻게 초강도 제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결국 답은 중국이었다. 중국이 북한에 돈줄을 대고 있었다. 북한 내부 발전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고, 밀무역과 북한 노동자 불법 체류를 눈 감아주며 외화를 수혈하고 있었다. 제재 예외 대상인 관광업에서는 북한과의 협력을 확대했다. 중국이 북한에 투자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순망치한, 상부상조, 한반도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체제 유지가 우선이고,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 도시들이 발전하려면 북중 경제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중국은 어떻게 북한 경제를 독점하려 하는가?

 

책의 저자 이벌찬2014년 베이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조선일보〉 공채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미래기획부를 거쳐 현재 국제부에서 일하고 있다. 학창 시절을 포함해 17년 동안 중국 지린성, 랴오닝성, 베이징 등지에서 거주한 중국통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당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단독 인터뷰하는 등 북중 관계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해왔다.

 

북한 경제는 수수께끼였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북한 내부 상황은 안정적이었다. 그렇다면 배급이 충분해서 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북한 정권의 배급은 통치자금의 감소로 인해 이미 끊긴지 오래 되었다. 오죽하면 그토록 자본주의 체제를 혐오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체제인 '장마당'을 통한 장사로 인민들이 먹고살도록 허용했겠는가 말이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 접경지에서 각종 신호들이 감지되었다. 즉 국경 다리와 북중 통상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중국 대북사업의 주축이었던 조선족과 북한 화교가 중국의 주류인 한족으로 대체되고 있다. 개인 사업자 간의 거래는 줄고 정부 간의 거래는 늘어낫으며, 단일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대북 사업 리스크는 줄어들었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은 속속 대북 사업 정책을 쏟아내면서 북중 경협 확대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중국은 국제적 합의인 초강도 제재에 구멍을 내면서까지 북한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대북제재에 동참한다고 밝히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제재를 느슨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2016년 중국 상무부는 고시를 통해 북한의 주력 수출품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접경지역에선 양국 간의 밀거래를 오히려 방조함으로써 북한에 돈줄을 대고 있다. 이미 북한은 중국의 자원 공급처로 전락했으며 대중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피와 살을 중국에 상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북한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바로 피 같은 광물 자원이다. 저자는 2019년 7월 중국 지린성 옌지에서 옌볜延邊톈츠天池공사 장 경리를 만났다. 중국 영업부 책임자인 그는 50대 한족 남성으로, 대학 졸업 후 금속 가공 공장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2000년대 초반에 톈츠공사에 입사했다. 톈츠공사는 중국에서 대북 거래 규모가 가장 큰 기업 중 한 곳인데,  매년 약 100만 톤의 철광석을 북한 함경북도 무산철광에서 수입해 중국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에 팔고 있다.

 

"톈츠공사는 매년 120만 톤 정도의 철구(鐵球)를 생산하는데 원료 대부분을 북한산 철광에 의존해요. 북한에서 함량 66%인 철광석을 들여와 중국 지린성 허룽의 공장에서 함량 67.5%의 철구로 재가공하지요" - 톄츠공사의 장 경리

 

나아가 중국은 북한 광산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말이 좋아 개발 참여이지, 실상은 경제 식민지화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 치하의 한반도를 생각해보라. 그 당시가 연상되는 동일한 참상인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을 도와주는 척하지만, 중국은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북한산 광물을 수집하는 중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5년 중국의 대북투자에서 60% 이상이 광업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린성 옌지, 랴오닝성 단둥 등 가는 곳마다 북한 담배를 파는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담배는 주로 육상 운송로를 이용해 중국으로 유입된다. 다른 품목과 섞어서 통관 절차를 밟는다. 최근에는 중국 세관이 첨단 검색 장비를 설치하고 전수검사를 하자 중국 어선이 북한 인근까지 가서 받아온다. 어선 한 척이 나가면 5만 위안(약 840만 원) 어치의 담배를 싣고 돌아오는데 중국에서 2~3배 가격에 되팔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18년 "북한의 담배 밀무역 순이익이 연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역사상 요즘같이 북한과 중국 양국을 이어주는 다리들이 많이 건설된 적이 없었다. 해방 이후 2010년까지 65년간 북중 국경에는 단 하나의 다리도 새로 건설되지 않았다. 양국이 서로를 경제 협력의 관점보다 안보적 관점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 이후 북중 교역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중국이 '동북 지역진흥전략'을 본격 추진하면서 4개의 북중 국경대교가 착공됐다.

 

마치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여러 대형 다리가 연상될 정도이다.

 

랴오닝성 단둥의 신압록강대교(개통 예정), 지린성 지안의 지안―만포대교(임시 개통), 지린성 투먼의 투먼대교(투먼―남양, 건설 중), 지린성 훈춘의 신 두만강대교(훈춘―나선, 개통)가 새롭게 들어선 다리들이다. 이 4개의 다리는 북중 접경 1,334km의 시작과 끝에 걸쳐 있다. 단둥은 북중 접경의 서쪽 끝이자 압록강 하구이고, 지안은 압록강 중류, 투먼은 두만강 상류, 훈춘은 북중 접경의 동쪽 끝이자 두만강 하구에 있는 북중 교역 거점이다. 이는 양국의 관계가 가깝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며, 아울러 중국의 북한 침입이 우려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장사를 하다 보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는 말처럼, 축적된 실패의 경험이 이젠 노하우로 작용한다. 돈 떼먹힌 경험도 노하우로 쌓여서 대북사업을 하는 중국 회사들이 오히려 노련해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톈츠공사는 북한 광산에 투자할 때 '최소화' 전략을 구사한다. 직접적인 설비 투자는 최소로 줄이고, 거의 가공을 거치지 않은 광석 위주로 수입해 온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들은 북한 지하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시설 장비를 대거 투입하고 제련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북한 측에서 투자 회수 조건을 갑자기 변경하거나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의 추가 요구 등으로 사업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거액을 투자한 중국인 사업가가 투자 지분을 헐값에 다른 투자자에 넘기고 빠져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톈츠공사는 설비 투자 규모를 줄였다. 

 

 

 

중국은 북한 경제의 좀벌레

 

중국의 대북 사업의 노하우는 갈수록 쌓여간다. 대북제재 등 국제적인 정세를 적극 이용한다. 대북사업에서 중국 회사의 입김이 세진 것이다. 제재가 강화될수록 중국측은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이를테면 갑질인 셈이다. 삼지연 건설과 갈마해안관광지구 조성 사업에서 중국인 투자자들이 독자 경영을 요구한 일도 있었다. 그렇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북한 경제는 중국이라는 좀벌레에 서서히 파먹히고 있다. 정작 통일되었을 때 북한은 빈 껍데기만 남아 있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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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주제 사라마구 지음, 박정훈 옮김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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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을은 아지냐가라고 불린다. 포르투갈의 여명기 이래 늘 그곳에 잇다. 하지만 찬란한 이력의 흔적은 아무것도 남아 잇지 않다. 오직 마을 옆을 지나는 강만 그대로다. 그 강은 수없이 둑을 넘어 범람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강줄기의 방향이 달라진 적은 없다. - '본문' 중에서

 

 

기억 속에 박혀 있는 작은 이야기

 

책의 저자 주제 사라마구포르투칼 작가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22년 포르투칼 중부 지역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3세 때 수도 리스본으로 이주했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에 공산당에 입당반정부 공산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1975년에 국외로 추방되었으며 그 후로는 생계를 위해 번역가 언론인 등으로 활동했다. 신사실주의 문예지 [세아라 노바]에서 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79년부터 전업작가가 되어 소설, 시, 일기,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1979년 희곡 <밤>으로 포르투칼 비평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희곡상을 받았다. 1982년에 포르투칼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역사소설 <발타자르와 블리문다>를 발표해 명성을 얻었고 이후 같은 해에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포르투칼 펜클럽상과 리스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2년에는 포르투칼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영화화 되었다.

 

 

책의 무대는 자그마한 마을이며, 책의 내용은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자전적 이야기가 에세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즉 아지냐가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사라마구는 18개월 때 리스본으로 이사를 한 후, 두 마을을 왕래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네 살 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형 프란시스쿠(폐렴으로 사망, 성탄절 전야에 매장됨)를 회상하면서 이른바 '가상기억'에 대한 개념을 탐구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한겨울 새끼 돼지들이 추울까 봐 침대로 데려왔던 일을 떠올리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새삼 느낀다. 사라마구는 일간지에 실린 기사를 해독하며 문학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처녀적 어머니가 물을 길러 마을 분수에 갔다가 아버지가 사귀자고 한 말을 들은 뒤에 마음이 온통 어수선하고 요동치던 일이 있었다. 그날 물 항아리를 이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몸을 숙여야 한다는 것도 그만 잊고 말았다. 정신이 온통 딴 데 팔린 것이었다. 항아리와 상인방이 부딪치는 순간에 모든 것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항아리 파편, 흩어진 물, 할머니의 야단, 아마도 사건의 원인을 알았다면 웃음. 내 인생도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부서진 물 항아리와 함께"(168쪽)  

 

아지냐가와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 가족, 친지, 이웃과의 이야기, 자신의 성인 '사라마구'의 유래, 질투와 같은 감정, 성적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는데, 작가의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낸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단어와 이야기에 매료되어 세계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난 한 대문호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사마라구의 어머니

 

 

책은 저자의 회고록이다. 다른 점이 잇다면 단지 출생에서부터 16살 때까지의 기억만을 담고 잇다. 그리고 차별성이라면 연대 순으로 기록한 게 아니라 기억의 선착순으로 글을 써냐려간다는 점이다. 10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열 개의 집을 옮겨 다녔다. 그러다보니 책의 후반부에선 전반부의 일부 기억이 틀렸다고 교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가의 소년기 기억이 성인이되고 노인이 되어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준다.

 

"도미틸리아와의 일화가 벌어진 때를 열한 살 무렵이었다고 잘못 기록했다. 실제 내 나이는 여섯 살 무렵이었고, 그녀는 여덟 살 무렵이었다"(167~8쪽)  

 

작가의 픽션은 환상적인 서사, 대담한 사건 등으로 유명하다. 이를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눈이 멀거나,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멈추면서 아무도 죽지 않는 일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다른 형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즉 작가가 꾸며낸 픽션이 아니라 생생한 실제 이야기이자 작가의 삶 그 자체이며, 소년기의 에피소드 모음이다.

 

 초등학생 시절의 사마라구

 

"내가 작은 소년이었을 때의 작은 기억들. 단지 그것을 기록한 것이다"(50쪽) 

 

작가의 전체 인생을 다룬 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년기의 작은 기억들을 통해 우리들은 작가와 매우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된다. 소년 사마라구의 천진함, 어리석음, 기쁨, 고통, 두려움 등은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그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린 누구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마치 못을 박아 놓은 것처럼 떼어내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카발레이루스 길의 집은 악몽에 시달렸던 시기와 관계가 깊다. 꼭대기 층에 있는 집까지 가려면 늘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 시절 나는 잠들었을 때나 깨어 있을 때나 늘 악몽으로 괴로워했다. 밤이 당도하는 것만으로 공포는 시작되었다. 사방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몰려들고, 어느 구석에 자리 잡은 괴물 하나가 발톱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 악마의 몸짓이 나를 공포의 늪으로 몰아넣곤 했다" (79쪽)

 

 

 

노작가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지혜 

 

이 책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우리들은 모두 소년 소녀가 될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푸른 도마뱀의 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마치 초성능의 타임머신을 탑승한 것처럼. 책의 마지막은 "나는 두번 다시 푸른 도마뱀을보지 못했다"라는 문장으로 장식한다.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들은 팔십대의 노작가가 전하는 말, "너였던 소년이 이끄는 대로 내버려두거라"를 되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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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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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의 수필집에 수록된 〈학문론〉에 나오는 말이다. 베이컨의 말을 염두에 두고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많이 읽게 하고 강의로 많은 정보를 전달하지만, 토론과 글쓰기는 빠져 있다. 토론과 글쓰기가 빠진 독서나 정보 전달만으로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어렵다. 토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고, 글을 써야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비판적으로 읽고, 내 주장이 담긴 글을 쓰라

 

책의 저자 박주용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UCLA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심리학과, 세종대 교육학과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그는 2010년대 초반부터 서울대에서 글쓰기와 토론을 중심으로 한 수업을 주도해왔는데, 그의 글쓰기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써온 글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서 토론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비판적으로 읽고, 생산적으로 토론하고, 생각을 글로 쓴다"

 

그의 글쓰기 수업은 어렵고 힘든 과정임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은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글쓰기와 토론이 우리나라의 입시 중심 교육과 대학의 강의 중심 교육에 변화를 가져다줄 돌파구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강연 "배운 만큼 생각하게 하는 교육"으로 대중에게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우리들은 글쓰기를 잘못 배웠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나도 이 점에 대해선 적극 공감한다. 대부분 배운 것이라곤 저학년 때 배운 받아쓰기가 전부 아닌가 말이다. 이는 분명히 수동적인 글쓰기 연습, 아니 맞춤법 연습일뿐 자발적인 글쓰기완 거리가 한참 멀다. 굳이 자발적인 글쓰기라면 일기장에 글을 쓰는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검사라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다분히 인위적인 조작이 가미되었으므로 순수한 의미의 글쓰기는 결코 아닌 것이다.

 

하버드 대학은 1872년 이래로 모든 학생들이 <탐구적 글쓰기>를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명문 MIT도 1990년대부터 4개 이상의 글쓰기 수업을 졸업 이수 요건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대학 입시는 물론 취업을 위한 평가도 논술보다는 선다형 내지는 단답식 문항으로 치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학교에서 글쓰기 교육을 강화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일까? 대학생 대상의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학기 동안 10페이지 정도의 보고서를 5회 이상 쓰는 비율이 5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아무튼 평균적으로 1년에 대략 100페이지 정도를 쓴다. 반면에 미국 대학생은 1학년의 경우 1년에 평균 92페이지를 4학년엔 146페이지를 쓴다. 결과적으로 미국 대학생이 한국 대학생에 비해 평균 20퍼센트 정도를 더 쓴다. 

 

 

 

서울대학교 학생 2251명과 교수 304명이 참여한 한 설문에서 글쓰기를 중요한 능력으로 간주했고, 그 중요성을 5점 만점에 각각 4.45점과 4.5점으로 높게 매겼음에도 글쓰기 교육의 실제 여부에 대해선 학생은 3.3점, 교수는 2.75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전공 지식(4.14점과 4.0점)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배운 지식을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학생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평가할 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담긴 글을 좀처럼 볼 수 없고, 심지어 틀린 곳이 너무 많아 어떻게 피드백을 주어야 할지 안스럽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보고서 상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내용을 알지만 이를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인데, 바로 이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이다.

 

"생각하게 하고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게 하기 위해 글쓰기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

 

결국 좋은 글은 인정받기 마련이다. 물론 좋은 글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좋은 글을 금방 알아본다.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하다가 나중에 각광받을 때도 있지만, 좋은 글은 음악 혹은 맛있는 음식처럼  대중들에게 이내 포착된다. 다만 왜 좋은지를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많은 요소나 재료가 독특한 배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의 특징

 

제목이 중요하다,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눈길을 끌 수 있다.
도입부에 흥미로운 이야기나 도전적인 질문, 예리한 분석 등을 제시해 관심을 끈다.
개인적 일화를 포함,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도표나 그래프도 적절히 활용

 

글쓰기에 있어서 자신만의 논리적인 주장을 만들어내는 일이 박식함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서로 대립되는 주장을 비교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면, 관련 자료에 대해 사전에 어느 정도의 지식 축적이 필요하다. 사실은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비판적으로 꼼꼼하게 읽으면서 깊게 생각해야만 이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이런 노력을 실천하다 보면, 욕조에 앉아 있든, 샤워를 하든, 산책을 하든, 꿈을 꾸든 간에 갑자기 의미있는 생각이 떠오르는 경험을 맞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통찰을 맞이하지 못할 경우는 떠오를 때까지 계속 기다리지 말고 오히려 끊임없이 의도적으로 아이디어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열심히 찾는 사람들에게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문제 해결이기도 하지만 '문제 발견'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 작문 과제나 지정된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경우라면 문제 해결이 적합하지만, 지적 탐구 과정에서 새로운 주장을 펼치려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발견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 특정 분야의 연구 현황을 숲을 보듯 조망하면서 그 전반적인 특성은 물론 빠진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문제 발견의 좋은 예이다. 노벨상이 어떤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 새로운 문제를 찾아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처럼, 지적 탐구에서는 문제 발견이 중요하다. 따라서 글쓰기를 문제 해결로 특징짓는 대신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의 비유

 

문제 해결

요리하기

디자인 설계

 

디자인의 비유는 주장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지를 고민하는 단계, 특히 전체 구성이나 논의 전개 방식을 잘 부각시킨다. 단순한 논의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논의할 내용이 많아지고 그들 간의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는 마치 같은 내용을 잘 아는 전문가와 대가가 설명할 때의 차이에 비교할 수 있다. 대가는 더 많은 내용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한다.

 

요리의 비유는 술술 잘 읽히면서도 이해도 쉽게 되는 문장이나 문장 간 연결 수준에 적용할 때 적합해 보인다. 요리사는 음식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음식의 색상과 그릇에 담긴 모양에도 신경을 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세 가지 비유들은 실제 글쓰기 과정에서 각각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한다.

 

 

 

 

 

연습, 그리고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글쓰기 입문서이다. 책을 통해 글쓰기를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직접 쓰고 고쳐봐야 비로소 글쓰기의 맛을 경험할 수 있어서다. 첫 문장부터 완벽하게 쓰려는 욕심은 부리지 말자. 처음엔 대략적인 자기 주장만 담아도 충분하다. 항아리를 빈틈없이 채우려면 처음엔 큰돌을 넣고, 다음엔 조약돌을, 마지막엔 모래를 채워야 한다. 마찬가지다. 글의 전체 구조를 잡은 뒤 점차 세부적인 사항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올림픽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려면 연습량이 충분해야 하는 것처럼, 글쓰기 또한 연습 그리고 또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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