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거실에 둘게요 - 1.5인가구의 모던시크 주거라이프 edit(에디트)
서윤영 지음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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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4인가구 최저생계비, 4인가구 주거대책 등 정책과 인프라에 관한 모든 게 4인가구에 맞춰져 있었고 실제 가구 비율도 4인가구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도리어 4인가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1인가구와 2인가구가 전체 가구 중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나라도 1.5인가구가 대세인 세상이 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1.5인가구의 주거라이프

 

이 책의 저자 서윤영은 서울 수유리에서 태어나 4인가구의 딸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책과 카메라를 좋아했다. 대학에서 수학과 일본어를,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틈틈이 신문에 건축칼럼을 기고했다. 그게 출판사의 눈에 띄어 첫 책을 출간했고 그 뒤로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아닌, 말과 글로 집을 짓는 일에 전념하게 되었다.

 

결혼으로 4인가구에서 2인가구가 되었다. 아이를 낳지 않았기 때문에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개인의 공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 집 근처에 작업실 겸 세컨드 하우스를 얻었다. 그렇게 지금은 간헐적 1인가구, 즉 1.5인가구로 산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도 주택이라는 하드웨어는 여전히 4인가구에 맞춰져 있다. 신축 아파트에는 항상 24평, 33평, 44평짜리 집이 무지개떡의 빨강, 파랑, 노랑 색깔처럼 구색 맞추기로 들어가 있고 24평과 33평은 방 3개, 44평은 방 4개라는 공식이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아무리 작은 아파트라도 방은 3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집에 4인가구가 산다는 전제하에 나온 것이다.

 

부부를 위한 안방 하나에 자녀 방 둘. 여기에 44평짜리 중대형 아파트로 가면 방 하나를 롭션으로 더 넣는 식이다. 1.5인가구를 위한 방 1개자리 12평 아파트나 방 2개짜리 18평 아파트는 아예 계획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래서 1.5인가구는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의 대세는 1.5인가구인데 이들이 왜 주거문화, 주거정책에서는 주변을 맴돌아야 하는가.

 

 

 

 

1인가구의 증가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는 4인가구가 대세였다. 하지만 이는 정부 시책을 결정하면서 설정해놓은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다. 1960~1970년대에 정부는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낧아 잘 기르자"라는 가족계획을 대내적으로 선전했고, 이에 부부와 2자녀로 이루어진 4인가구가 행복하고 단란한 '이상적인 핵가족'이라는 이미지로 정형화되었기 때문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사적인 사안을 공적인 대의로 치환해버린, 이 범국민적 새마을운동스러운 표어는 자녀 각자에게 독방을 주자는 건축적 어휘로도 번역되었다. 부부 침실 1개에다 자녀 침실 2개로 이루어진 33평짜리 방 3개 아파트가 '국민주택'이라 일컬어지면서 각종 주거정책의 준거가 된 것이다. 

 

하지만 10~20년 전부터 여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녀 수가 1명으로 줄어들어 3인가구가 늘어나더니 자녀 없는 2인가구도 생겼고 1인가구도 증가했다. 그리고 이제 1인가구는 보통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에는 2인가구가 4인가구를 앞질렀고, 2015년 이후부터는 1인가구가 가장 많은 유형의 가구가 되었다.

 

 

 

1인가구 통계

 

가장 많이 사는곳~ 강원도(32.8%)

세대별 순위~ 1위(70대 이상,18.3%), 2위(20대,17.4%),3위(30대,17.0%)

성별 최상위~ 여자 70대(28.1%), 남자 30대(21.9%) 

 

1인가구 동네 정하기

 

전국에 들어서는 아파트란 아파트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 모두 똑같이 생겼지만 서울 강남의 아파트와 지방 어느 소도시의 아파트 주거비가 급격한 차이를 보이는 건 결국 지역 상황에 기인한다. 즉,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볼 문제는 이 돈으로 '어느 동네에 집을 구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다 집을 구해야 할까?

 

첫째, 매일 통근해야 하는 곳을 기준삼는다(학교, 회사)

둘째, 자주 가는 곳/가고 싶어 하는 곳/특별히 좋아하는 장소를 기준삼는다

 

1인가구의 인테리어는 가구 

사실 1인가구의 인테리어는 가구 고르기와 배치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 동물들은 영역 표시를 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인간은 수캐처럼 전봇대에 대고 소변을 보는 대신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라는 존재에 걸맞게 주로 소지품을 그 공간에 두는 것으로 영역 표시를 한다. 

 

열람실, 식당에서 자리 맡을 때~ 가방을 둔다

셋집에 살 때~ 자신이 좋아하는 가구를 둔다

 

가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귀었다. 과거엔 가구는 한번 장만할 때마다 비싸고 좋은 걸로 구입해서 평생 사용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우리들의 할머니, 어머니가 시집얼 때 혼수품으로 장만했던 자개장, 오동나무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가성비 좋은 저렴한 것을 골라 그때그때 사용하다가 바꾼다. 이를 '패스트 무빙 소비재'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건축에서 주방은 욕실처럼 그 위치가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에어컨, 세탁기, 식기세척기를 생각해보자. 이 물건들은 이동이 가능하며 전원과 상하수도를 연결할 수 있는 자리라면 그곳에 위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방도 개수대와 인덕션레인지가 결합된 일종의 가전제품처럼 만들어 전원과 상하수도만 있다면 어디든 자리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이는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모델하우스를 살펴보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그런데, 이런 콤팩트 키친은 이미 유럽에선 선보이고 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마음껏 하기 어려운 원룸에서 공간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요소는 조명, 특히 부분조명이다. 싸구려 여관방과 고급 호텔의 분위기를 가르는 차이점 중 하나도 바로 조명에 있다. 방 천장에 LED 등이 달려 있는 여관과 달리 호텔 방은 천장 등이 아니라 곳곳에 스탠드 조명을 한다. 이처럼 부분조명은 공간을 훨씬 감성적으로 연출해준다.

 

 

 

 

공간 구성

4인가구가 사는 집이라면 개인 침실 말고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거실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1인가구라면 공용공간으로서의 거실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럴 때 거실을 침실로 쓰면 뜻밖의 장점이 생긴다. 첫째, 거실 공간은 채광을 비롯해 모든 조건이 대개 집에게 가장 좋으며 넓고 쾌적하다. 둘째, 침실에는 침대와 옷장 같은 덩치 큰 가구를 두기 마련인데 이를 좁은 방이 아닌 넓은 거실에 두면 공간감이 더 살아난다. 이 책의 제목인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글로써 집을 짓다

 

실제로 집을 이리저리 건축하고 부수고 하려면 엄청난 경비가 투입되고 낭비로 끝날 것이다. 어쩌면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하지만 머리에 떠오른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글로써, 스케치로써 집을 짓고 부순다면 더 많은 작업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내가 살고픈 주거 공간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나아가 이는 주거 혁명으로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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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치음식
賴宇凡 지음, 劉麗雅.송현호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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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의 질병이 모두 유전이라고 생각햇습니다. 그래서 33세에 당뇨병을 앓았을 때 어머니가 당뇨병을 앓고 있기 대문에 어머니를 비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할머니가 당뇨병을 앓고 잇어서 할머니께 책임이 잇다고 햇습니다. 그러나 자연의학 영양치료사가 되고 나서, 클리닉에서 보이는 상황은 유전자가 지배하는 질병이 아니엇습니다. - '도입부' 중에서

 

 

질병으로 가는 길을 찾기만 하면, 반드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Sara Tang미국 NTA 인증 자연의학 영양치료사, 캘리포니아대 결혼과 가족 문제 상담사 및 학교 심리 상담사, 이중 마스터 미국 풀브라이트 펠로우다. 그녀는 타이완에서 태어났으며 원래 정신 건강 업무에 종사했었다. 즉 중국 화동사범대의 특별 심리상담 교사 및 강사로 심리상담사를 맡는 동안 심리적, 정서적 문제가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자신의 전공을 자연의학 분야로 전환하여 미국에서 2,000명뿐인 자연의학 영양치료사가 되었다. 베스트셀러 <너의 정서적 경계선을 지켜라> 등 7권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대만 최대 인터넷서점 博客來,誠金石堂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고, 2015, 2016, 2017년 3년 연속 博客來 선정 올해의 중국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뽑혔다.

 

책은 총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몸의 4대 천왕을 이해하면, 핵심적인 신체의 작동을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함과 함께 건강관리의 요령은 몸의 소리를 잘 경청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2부에선 76가지 만성병 및 74가지 노화의 원인과 치료법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개선방법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선 일상생활에서의 개개인 건강관리에 대해 정확하게 지도해주고 있다. 책의 주된 내용은 만성병을 멀리하고 노화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근치음식이란 무엇인가

 

근치根治란 말 그대로 뿌리를 치료하는 근본적인 치료를 의미한다. 자자는 "병은 입으로 들어간다"는 중국말과 같이, 사람들은 잘못 먹어서 병이 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약보다는 잘 먹는 게 좋고, 잘 먹는 것보다는 마음 편한 게 좋다"는 옛 선조의 지혜는 어느 시대에나 적용되므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근치음식을 통해 치료할 수도 있고 예방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도 곱게 천천히 늙어가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근치음식법이다.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의 핫한 트렌드로 '먹방'이 떠오른만큼 한국의 풍성한 음식으로 인해 만성병 환자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게 걱정거리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유익한 길잡이인 셈이다.

 

저자가 자연의학에 입문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읽은 한 권의 책은 그 내용이 물을 충분히 마시지 못하면 고혈압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이론에 따라 자신의 부모님께 매일 물을 충분히 음용하도록 했더니, 결국에는 부모님들의 혈압이 떨어져서 7년 동안 복용하던 혈압약을 중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 보잘것없이 보이는 음식이 고혈압을 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경험이다. 

 

  

 

신체의 작동방식

 

질병은 우리들에게 찾아와 단순히 귀찮게 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우리들의 환경을 개선하고 음식을 수정하고 타인과 어울리는 환경도 수정하라고 경고를 해주는 셈이다. 중노년층이 대체러 많은 질병을 앍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신체환경이 잘못 노출된 기간이 길어서 그만큼 증상이 많아진 것이다. 이렇게 각종 질병은 우리들에게 경고음을 울린다.

 

우리들은 울리는 경고음을 잘 경청해야 한다. 이에 저자는 우리 몸의 작동방식을 연구해왔다. 이 연구를 통해 그녀는 인체는 감탄스러운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고, 신체의 작동은 마치 신이 만든 훌륭한 설계도에 맞추어 움직임을 알게 되었다. 몸을 알아야 질병의 근원을 찾을 수 있고, 근원을 찾아야만 근본적으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잘못된 환경을 근본적으로 수정한다면 질병이 침투할 공간이 없어지는 셈이다.

 

식이요법 4대 천왕

 

소화~ 개인별 근치음식 황금 조합에 따라 음식을 배합

혈당~ 당분 함유, 혈당 상승을 자극하는 식품에 단백질(고기, 달걀)과 배합

해독~ 정제정분의 적당 섭취, 충분한 물 섭취, 충분한 수면

호르몬~ 충분한 영양 섭취와 호르몬의 균형을 확보

 

 

 

 

음식의 불균형

 

중노년기에 접어들면서 '4대 천왕'을 남용해왔음을 알게 된다. 오랫 동안 잘못된 음식 조합과 식사를 할 때의 서두름으로 인해 소화 시스템에 종종 문제가 발생했고, 혈당 역시 다년간 잘못된 음식 조합 때문에 일찌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골고루 먹지 않는 잘못된 식습관 탓에 호르몬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구나 수분 섭취 부족이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디톡스 파이프 라인은 이미 막혀 있다. 결국 신진대사에 문제가 발생하고 악화되어 질병으로 발현하는 것이다. 사대 천왕의 붕괴는 바로 잘못된 음식을 많이 먹거나 상대적으로 좋은 음식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만 먹을 수 있다면 4대 천왕의 기능은 회복가능한 것이다.

 

균형 잡힌 몸매를 원하는가? 그러기 위해선 균형 잡힌 혈당이 있어야 하며, 혈당이 안정되면 에너지가 안정된다. 혈당의 안정을 위해선 췌장과 부신이 다치지 않아야 한다. 이들 중 하나는 누를 수도 있고, 하나는 들어 올릴 수도 있으므로 혈당이 중간으로 유지된다. 결과적으로 몸매는 살이 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스트레소 해소, 충분한 수면, 적당한 운동이 근치음식과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의 조합이 잘못되면 혈당이 요동치고, 요동치는 혈당은 부신을 다치게 한다. 부신이 붕괴되면. 시싱하부, 뇌하수체를 통해, 다른 선체도 무너뜨릴 수 있다. 선체 중 하나가 부갑상선이다. 부갑상선의 역할은 혈액의 칼슘을 조절하는 것인데, 칼슘이 너무 적으면 부갑상선은 비교적 많은 칼슘을 방출하고, 칼슘이 너무 많으면 부갑상선은 칼슘의 방출을 멈춘다.

 

칼슘은 뼈, 치아, 손톱 및 모발의 중요한 구조적 요소 이외에, 또한 근육 기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미네랄 중 하나이다. 따라서 부갑상선의 작동이 원할하지 않을 때는 칼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근육의 작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잇다. 이때 우리는 쉽게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몸의 가장 큰 근육은 심장이다. 칼슘이 균형을 잃으면 심장 박동이 불안정해지므로 너무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부정맥을 일으킨다.

 

부정맥을 멀리하려면 근치음식과 함께 많은 실외활동으로 충분한 일조량을 흡수하고, 적당량의 기름과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며, 우유(치즈,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을 통해 칼슘을 섭취하고, 적당량의 단백질을 섭취함으로써 위산을 보충해서 미네랄의 분해 흡수를 도와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지방의 양이 부족한 저지방 우유에는 꼭 비타민 D를 첨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예방이 가장 좋은 양생법이다

 

최선의 질병 예방은 자신의 몸을 위해 조용히 음식과 생활습관을 조절해 최적의 균형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의 예방 관리도 반드시 음식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음식의 영양이 건강한 몸과 마음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물은 복잡하고 전면적인 영양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건강보조식품도 이를 대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신체의 요구사항, 시스템이나 부위의 장기 유지 관리를 보완하기 위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식이 요법이다. 영양 외에도 예방, 관리하는 제2의 방어선은 반드시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관리 예방을 위한 제3의 방어선은 정기 검사 및 건강보조식품을 적절히 섭취해 취약하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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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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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자열아홉 편의 한국 영화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를 엮었습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인생의 문제는 다방면에 걸쳐 있습니다. 그러나 철학자가 대화를 풀어 나갈 때의 방식은 명확합니다. 먼저 철학자는 고통을 외면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같은 말을 건네지 않으며, 또한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고 과거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습니다. 가령 지금 직면한 문제의 원인이 과거에 있다고 해도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이상 그 원인을 과거에서 찾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고된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철학자. 1956년 교토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교토에 살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철학에 뜻을 두었고, 대학교 진학 후에는 문턱이 닳도록 은사의 자택에 드나들며 논쟁을 벌였다.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 만기퇴학을 했다. 전공은 철학, 그중에서도 서양 고대철학, 플라톤 철학인데 그와 병행해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다.

 

아들러 심리학과 고대철학에 관해 왕성하게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펼쳤고, 정신과에서 수많은 '청년'을 상대로 카운슬링을 했다. 일본 아들러 심리학회가 인정한 카운슬러이자 고문이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 <미움받을 용기>를 비롯해 <마흔에게>,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엄마가 믿는 만큼 크는 아이>, <늙어갈 용기> 등이 있으며, 다수의 알프레드 아들러의 저서를 번역했다.

 

불교에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그 누구도 늙고 병들어 죽어 가는 고통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저자는 산다는 게 원래 괴로운 것이라고, 그것이 인생의 진리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사는 게 원래 힘들다는 말을 건넨들 고민을 상담하러 온 이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고통스러운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토록 고된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과거의 좋지 않았던 일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은 '가능'하지만, 영화 <맨인블랙〉처럼 장치를 이용하거나 최면을 걸어 '영구히' 말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당사자의 기억은 실제로 일어났던 상황의 한 단면인 것이고, 그렇기에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서 나쁜 기억은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일과 사랑, 가족과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상처받은 23명의 인물이 철학자를 찾아와 자신의 '나쁜 기억'을 털어놓는다. 철학자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침을 놓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해답을 주며 과거의 기억을 재해석하는데, 이때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대화를 풀어나간다.

 

 

 

너를 잊지 못하는 이유

 

저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을 통해 사랑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는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와 지방 방송국의 라디오 PD인 은수(이영애), 이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은수와 상우는 녹음 여행을 떠나고, 은수의 아파트에서 둘이 함께 밤을 보내며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다. 쉬운 사랑만큼이나 둘의 사랑은 너무 쉽게 삐거덕거린다. 사랑이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우는 미련과 집착을 이겨내지 못하고 서울과 강릉을 오간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상우)

"헤어져"(은수)

철학자 : 상우 씨가 그분께 결혼하자고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죠? 그분도 결혼하자고 말한 적이 없고요. 상대에게 말하지 않는 이상 서로 생각이 같을 수는 없어요. 그분은 그저 "나 김치 못 담가"라고 말했을 뿐 상우 씨에게 '결혼하고 싶다' 혹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건 아니잖아요?


상우 : 하지만 제가 김치 담글 줄 아냐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이 제게 "그럼"이라고 대답했다는 건, 분명 저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철학자 :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넘겨짚고 있었던 것 같아 답답하네요. 제가 보기에는 한 사람은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상대방은 결혼을 망설였던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인생 목표가 일치하지 않았던 거죠. 아무리 상대를 사랑하더라도 서로 생각하는 미래가 다르다면 관계를 지속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첫눈 오는 날 그곳에서 만나자

 

영화 <건축학개론>은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수지)에게 반한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 속에 품은 채 작은 오해로 인해 서연과 멀어지게 된다.

 

서른 다섯의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서연(한가인)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한다.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된 승민은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감정이 쌓이기 시작한다.

첫사랑은 대개 결혼에까지 이르지 못한다. 이번 생에서 너무 일찍 만났기 때문이다. 설령 서로가 사모하고 사랑하면서 사귈 수 있었다고 해도 학생끼리라면 졸업한 뒤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디에서 살지 같은 문제를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두 사람이 서로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면, 사귀는 상대를 아무리 좋아한다한들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여 졸업이나 취업 같은 인생의 전기(轉機)를 맞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을수록 헤어질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남의 시기가 늦어졌다 해도 영화 속 인물들처럼, 두 사람이 인생의 전기를 경험하지 않고도 헤어지는 경우는 있다. 인생의 전기를 맞이하는 것만이 이별의 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로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막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결코 하지 않았던 싸움을 하게 된다면, 예를 들어 졸업을 계기로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 사람이 겪은 일 때문도, 두 사람이 미숙했기 때문도 아니다.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법을 서로가 몰랐기 때문이다.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어

 

영화 <똥파리>'폭력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우리들에게 던진다. 자기 내키는 대로 살아 온 용역 깡패 상훈(양익준)은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아세상 무서울 것 없어 보이지만, 그에게도 마음 속에 깊은 상처가 있다.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이 남긴 슬픔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길에서 여고생 연희(김꽃비)와 시비가 붙는데, 자신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대드는 깡 센 연희와 가까워지고 그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상훈 : 그러는 날 겁내지 않고 내 말에 반박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선생처럼. 그것도 새파란 여고생이 말이야. 그걸 보고 난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이 틀렸던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됐어.


철학자 : 상훈 씨의 방식 중 어떤 점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상훈 : 요즘 이런 식으로 사는 게 싫다고 절실히 느끼곤 해. 예전에는 내가 욕하고 소리 지르면 다들 겁내는 모습을 보고 나 자신이 뭔가 대단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 근데 언젠가부터 아무도 나를 진짜 '나'로 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나란 사람이 아니라 내 '힘'에 굴복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지금은 내 힘만 믿고 젊은 놈들을 때리곤 하는데, 언젠가 내가 약해져서 힘이 없다는 걸 알면 반대로 내가 젊은 놈들에게 두들겨 맞을지도 몰라.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하는 방법

 

영화 <수상한 그녀>는 우리들에게 늙은 부모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밤길을 방황하던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난생 처음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온다. 그런데,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젊은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를 가진 탱탱한 꽃처녀로 변신한 것이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오말순의 스무살 '오두리'(심은경)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본다.

 

저자의 아버지는 말년에 치매를 앓으셨다. 그때 아버지는 짙은 안개 속에서 살고 계신 것 같았다. 그런데 가끔씩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맑게 개는 순간이 찾아오곤 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이렇게 중얼거리셨다. "잊어버린 건 어쩔 수 없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과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아니었으리라. 스스로 '잊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잊어버린' 것이라고 하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을 잊었다'는 뜻이기에.

아버지는 오랜 세월 함께한 아내를 잊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잊어서는 안 될 일이었을 것이다. "잊어서는 안 돼, 떠올리고 싶어, 하지만 기억나지 않아." 아버지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할 수만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아버지께서 "잊어버린 건 어쩔 수 없어"라고 하셨을 때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각오의 표명이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사냐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작은 위로를 선사한다.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 그녀는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일상의 행복을 만끽한다. 도시 생활의 피로감과 번민을 잊고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小確幸을 찾는다.


혜원: 제가 서울에 간다 간다 말하면서 가지 못하는 것도 저 스스로 결정하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철학자: 망설이며 고민하는 한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러나 고민을 멈추는 순간 결정해야만 합니다. 혹시 결단을 내린 뒤에 자신에게 닥칠 일들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운 건가요?


혜원: 뭔가를 결정할 때는 타이밍이 중요하지 않나요? 전 그 타이밍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철학자: 그렇지 않습니다. 타이밍은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


혜원: 그러다 때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제가 바라던 걸 이루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철학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혜원: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철학자: 다시 하면 됩니다. 아니면 다른 것을 해도 좋고요.

 

 

돌아가고 싶은 '그때'는 언제입니까?

 

영화 <박하사탕>은 스무살 그 순수함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1999년 봄, 마흔 살 영호(설경구)는 '가리봉 봉우회' 야유회에 허름한 행색으로 나타난다.  그곳은 20년 전 첫사랑 순임(문소리)과 소풍을 왔던 곳이다. 직업도 가족도 모두 잃고, 삶의 막장에 다다른 영호는 철로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절규한다.


영호의 절규는 기차의 기적소리를 뚫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사흘 전 봄, 94년 여름, 87년 봄, 84년 가을, 80년 5월 그리고 마지막 79년 가을. 마침내, 영호는 스무 살 첫사랑 순임을 만난다. 살다 보면 가슴속에 묻어 둔 가시가 밖으로 헤집고 나올 때가 있다. 애써 대면하지 않고 응어리를 꾹 누른 채 그저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1980년 5월, 광주에 군인으로 투입된 뒤 순수했던 시절과 이별을 고하고 타락의 길을 걸어간 영호, 그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휘말린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이다. 마음 깊숙히 비수처럼 박힌 상처를 어느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회한으로 점철된 삶의 고립에서 벗어나 그는 다시 한 번 기차에 오른다. 

 



영호 : 제가 착해질 수 있을까요?
철학자 : 영호 씨는 굳이 다른 어떤 사람으로 변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호 : 지금 이대로의 저라도 괜찮다는 말씀인가요?


철학자 :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내가 되기란 쉽지 않지만,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실제로는 지금도 영호 씨는 착한 사람일 겁니다. 그런데 착한 사람으로 사는 걸 그만두려고…….


영호 : 경찰이 됐죠…….


철학자 : 사실 영호 씨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착한 당신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착했던 영호 씨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하나는 과거에 지배받는 것을 그만두는 겁니다. 과거의 사건이 지금의 당신을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어요.

 

다른 하나는 타인이 동료라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영호 씨의 삶을 망치려고 할 리 없어요. 당신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철학자, 열아홉 편의 영화를 감상하다

 

열아홉 편의 영화 속에는 당시의 시대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담고 있기에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에 다른 심리 상태 등에 관해 철학자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렇다고 그 대화가 누구에게나 맞는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생은 자기 맘대로 되는 법이 아니기에. 아무튼 '이 장면은 이런 얘기였구나'를 뒤늦게 생각해볼 수 있는 저자만의 해석을 통해 우리 맘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나쁜 기억을 지워 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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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말고 스몰토크 - 소소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통법
데브라 파인 지음, 김태승.김수민 옮김 / 일월일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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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한 스몰토크 기술들은 대화에 서툰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법 대화를 잘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스몰토크의 엄청난 파급 효과를 알게 되는 순간, 아마 당신은 스몰토크의 가능성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친구와 동료들이 새록새록 생길 것이고, 전에는 끔찍하게 두려워하던 사교 모임을 이제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즐기게 될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스몰토크 기술

 

책의 저자 데브라 파인은 사교성이 부족하고 서툰 말솜씨 때문에 말실수를 부르는 그저 그런 엔지니어였다. 이 책에 제시된 스몰토크 기술로 치료를 받기 전까지는. 하지만 지금은 트레이너로 변신하여 수많은 기업들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조 연설자, 기업 동기부여 강사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녀는 크고 작은 회의에서 활용되는 전문적인 대화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 한 회사의 창립자이자 오너이기도 하다. 최근 The Today Show, CNN, The Early Show, NPR Morning 등의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스몰토크는 수다와는 다르다. 사람들을 만나서 무조건 떠들라는 게 아니다. 세상에 수다스러운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 말만 하느라 다른 사람들은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는 수다맨은 오히려 피하고 싶은 유형에 속한다. 스몰토크는 기획된 수다라고 할 수 있다. 분위기를 즐겁게 띄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기술이다. 

 

 

 

 

스몰토크의 의미

 

진지하고 깊은 대화에 비해 스몰토크는 잡담, 심지어 쓸데없는 말로 취급되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저자는 스몰토크 없이는 진지한 대화도 없다고 강조한다. 스몰토크는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며,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더 친밀한 대화로 이끌어낸다. 스몰토크를 잘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누군가와 비즈니스 관계를 넓힐 때, 계약을 체결할 때, 연애를 시작할 때, 친구를 사귈 때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 

 

대화할 때 지켜야 할 원칙

대화를 잘하려면 지켜야 할 원칙이 2가지 있다. 첫째, 위험을 감수하라. 낯선 이에게 말을 걸지 말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상대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자리지 마라. 거절이 두려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말을 걸었다가 거절당하는 것보다 끔찍한 일이 세사엔 얼마든지 많다.

 

둘째, 대화의 부담을 기꺼이 짊어져라. 대화를 할 때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부감담을 갖게 마련이다. 재미있는 화제를 생각해내는 것,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중단된 대화를 다시 이어가는 것들이 다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들을 당신이 맡아준다면, 그리하여 당신이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잇다면, 상대도 기꺼이 당신과 친구가 되려고 할 것이며 함께 사업을 도모하려고 할 것이다.

 

친밀감을 형성하는 스몰토크

비즈니스 관계에서 스몰토크는 필수적이다. 딱딱한 비즈니스 관계를 친밀한 인간관계로 발전시키고 싶다면 늘 스몰토크로 시작해서 스몰토크로 끝내라. 스몰토크는 간접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면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돈을 쓰는 방식과도 연관된다. 사람들이 돈을 쓰는 이유는 대체로 다음 2가지다.

 

첫째, 문제를 해결하거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둘째, 즐겁고 긍정적인 느낌을 얻기 위해서다

 

스몰토크는 결코 작지 않다. 유능한 경영자들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스몰토크로 분위기를 먼저 띄운다. 일상적인 대화로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면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하게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회의 내내 보다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곤란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팀의 결집력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제 당신은 어떤 행사에서든 인싸가 될 수 있다. 대화 기술은 자신감을 높여주고 모르는 사람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준다. 사람들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사람 곁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므로 친구가 많아지고, 리더십도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무엇보다 예전과는 달리 당신은 이제 대화 자체를 즐기게 될 것이다.

 

편견을 버려라 우린 어릴 적부터 부모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깨뜨리지 못하는 편견에 갇혀 있다. 우리들이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가 힘든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된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 '침묵은 금이다', '소개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라', '모르는 사람에게 절대 말을 걸지 말아라' 등의 가르침이 우리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변했다. 낡은 교훈은 새롭게 대체되어야 옳다.

 

먼저 말을 걸어라

나를 소개하라

침묵은 금이 아니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대화의 짐을 기꺼이 짊어져라

 

만일 다른 사람이 먼저 대화를 시작해주기를 기다리는 편이라면 당신은 이기적인 사람이다. 왜냐하면,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들은 대화를 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 도중에도 자기 몫의 짐을 마땅히 감당해야 한다.

 

스몰토크의 3대 기본원칙 

원칙은 간단하다. 누군가 당신에게 미소를 지으면 당신도 따라서 미소를 짓는 것처럼, 당신이 먼저 미소를 짓는 사람이 되면 된다. 그저 웃는 얼굴로 몇 마디만 건네면 된다. 다만 그때는 반드시 눈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이 간단한 행동만으로 이미 친밀한 관계가 시작된다. 

 

원칙1~ 이름을 기억하라

원칙2~ 이름을 변형하지 마라

원칙3~ 내 이름을 알려줘라

 

대화 시작의 4단계

 

대화를 먼저 시작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한 국영 TV 뉴스쇼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한 실험자는 파티장에서 별자리 이야기만으로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험을 무릅쓰고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사실 대화거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체중 감량 스토리도 상대방으로부터 관심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먼저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대화에 성공할 수 있다. 일단 시도해 보라. 그러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도 또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다음 4단계만 잘 기억하면 당신은 스몰토크의 달인이 될 수 있다.

 

1단계: 눈을 맞추어라. 

2단계: 미소를 지어라.

3단계: 접근하기 쉬운 사람을 찾아라.

4단계: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상대의 이름을 불러주어라.

 

열심히 듣는 티를 내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면 무엇보다 눈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두리번거리지 말고 대화에 집중하라. 가끔 고개를 끄덕여 듣고 있다는 시각적 신호를 주면 말하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격려가 된다. 실제로 선의를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눈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3명 이상의 그룹에서는 눈을 놓치기 쉽다. 보디랭귀지도 경청의 시각적 신호이다.

 

 

좋은 화제

 

대화를 시작할 때는 듣기 편하고 크게 문제되지 않는 이야기가 좋다. 쉽고, 밝고, 긍정적이고, 가벼운 이야기 말이다. 우정은 믿음과 친밀감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싹튼다. 대화를 하는 것은 양파를 까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와 친해진 만큼만 한 겹씩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3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함으로써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둘째, 새로운 주제를 제공함으로써 남들도 자신의 여행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셋째, 서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시작한다.

 

대화를 시작하거나 이어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를 칭찬하는 것이다. 칭찬할 거리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 매력은 갖고 있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감탄할 만한 부분을 찾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둘 사이에는 급격한 친밀감이 형성되며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말의 힘은 확신에서 나온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공격적인 대화 기술이 꼭 필요할 때가 있는데, 말의 힘은 확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극적인 단어보다는 확신에 찬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말을 참 모호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말 속에는 변명과 망설임의 느낌이 있다. 특정한 표현과 문장, 질문들의 사소한 오류 때문에 대화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조심하자.

 

우리가 내뱉은 말 그대로의 사람이다. 그리고 단어는 우리의 영혼을 보여주는 창이다. 우리가 선택한 단어들이 우리 내면의 힘을 보여준다는 것을 기억하자. 물론 우리는 절대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해도 우리가 선택한 단어들은 전혀 다른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 자신의 언어습관을 확인해보라.

 

대화 살인자들을 조심하라

대화 속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예방하려면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러한 현상을 광범위하게 조사, 말로 상대방을 죽이는 대화 살인자들을 8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우리들은 모두 일상적인 대화에서 대화 범죄자 수배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추가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래 유형을 참고하여, 대화 범죄자를 퇴치해야 한다.  

 

FBI 요원~ 상대에게 끝없는 질문 공세

뻥돌이~ 사란들의 대화를 끊어버리는 선수

허풍쟁이~ 남의 얘기에 끼어들어 남의 말을 잘라 먹는다

대화 독점자~ 대담하고 공격적인 말로 대화를 장악한다

꼭껴씨~ 모든 대화에 끼어든다

단답형~ 일반적인 대화 규칙을 거부

다알아씨~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상대를 깎아내린다

조언자~ 문제에 일일이 참견하며 끝없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대화를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에게 다시 만나자고 말하는 것이다. 즉 상대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것이다. 대화를 마무리하는 방식은 당신의 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우아하고 능숙하게 처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기술에 무슨 신비한 능력이나 로켓을 발사하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니 걱정 마라. 지극히 상식적인 일인데도 단지 실천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스몰토크 기술을 향상시켜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필요한 기술은 배우면서 대화의 기술은 배우지 않는다. 대화의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화의 기술이 훈련된 기술이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느 누구와도 쉽게 대화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을 배우는 것은 명함을 교환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스몰토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긍정적인 인상을 더욱 오래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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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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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몸을 가진 존재다. 몸은 피부를 경계로 안과 밖으로 나뉜다. 안쪽에는 뼈와 근육, 피, 장기,세포 등이 있고, 바깥쪽은 '나'라는 형상으로서의 물질인 몸이 있다. 몸과 나는 분리될 수 없다. 우리는 몸으로 살아가며 가끔은 영혼의 일탈이나 해방을 꿈꾼다. 하지만 영혼은 몸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 살 수 없는 것과 같다. - '추천의 글' 중에서 

 

 

우리들은 자신의 몸을 얼마나 깊이 생각할까?

 

책의 저자 토머스 린치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버밍엄 대학에서 법학과 법철학을 공부했다. 1989년, 히틀러 정권 초기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경찰 출신 탐정 베른하르트 귄터가 활약하는 소설 <3월의 제비꽃>으로 데뷔한다. 이 작품은 이후 이어지는 <창백한 범죄자>,  <A German Requiem>과 함께 '베를린 누아르 3부작'이라 불리며, 나치 치하에서 냉혹하고 비정상인 것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하드보일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3월의 제비꽃>으로 필립 커는 프랑스 미스터리 비평가 상과 프랑스 모험소설 대상을 받았고, 영국 대거 상 처녀작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책은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A Body of Essays)’를 모아 엮은 것이다. 영국에서 주목받는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피부, 눈, 코, 폐, 심장, 갑상샘 같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에 얽힌 이야기를 한 편씩 들려준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 관련 지식들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가들은 몸 속 기관이라는 지극히 생물학적 주제를 아름다운 문학적 형태로 바꿔놓는다.

 

즉 열다섯 명의 작가들은 소설, 시, 오페라, 스탠드업 코미디 등 활동 분야뿐만 아니라 출신지나 앓고 있는 질병, 작가 외의 직업 등 제각각 다양한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몸과 몸속 기관들에 대해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그들은 각자의 삶이 각자의 몸에 새긴 고유의 무늬를 읽어낸다.

 

 

 

피부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할 때가 많다. 우리가 슬프고 화나고 절망스럽고 외로울 때면 피부는 부글부글 끓고 아프고 허물어진다. 대개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쩌면 거의 대부분 모를 수도 있다. 아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것들(일, 가족, 집, 정신)이 피부를 스멀거리게 만든다는 것뿐이다. 

 

흉터가 남더라도 피부는 상처를 낫게 한다. 하지만 복숭아 같은 뺨은 더는 남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많은 생을 살아갈수록 피부는 복숭아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더 오래 살아갈수록 이 세상과 당신을 가르는 이 탄력적인 장벽은 당신이 싸우고, 결국 이겨낸 전투의 흔적을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는 그런 상흔들 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눈은 감을 수 있어도 는 통제하기 어렵다. 소리를 차단하는 귀마개에서부터 300파운드나 하는 잡음 소거 이어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쉬지 않고 활동하는 귀를 막을 방법을 찾는다. 심지어 귀는 들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도 들을 소리를 찾는다. 손으로 귀를 막으면 맥박이 뛰는 소리, 머릿속에서 피가 흘러가는 소리처럼 아주 친숙하지만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우리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귀는 장소다. 집이, 미로가, 궁전이 방과 복도와 통로로 가득 차 있는 장소인 것처럼 귀도 독같다. 귀의 일부는 머리 바깥에 있고 일부는 머리 안쪽에 읶으니 공적이기도 하고 사적이기도 한 장소다. 귀는 물과 비와 바람이 들어올 수 있게 허락해준다. 한편 귀는 아주 취약하기도 하다. 갑자기 귀 바로 옆에서 모깃소리가 들린다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보라. 우리는 귀걸이와 장신구로 귀를 치장한다. 귀는 우리 눈에 보이며,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꾸밀 수 있다. 하지만 귀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은 보지 못한다.

입과 항문,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창자는 아름다움을 부패로, 군침 도는 식욕을 구역질로 바꾸어버린다.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우리 몸과 맺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유산이 될 부패와 부식을 매일같이 경험한다. 몸은 신비롭다. 우리야말로 우리가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큰 수수께끼는 바로 여기, 창자이다. 음식을 전혀 다른 형태로 바꿀 능력을 가진 우리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갑상샘은 목 아래쪽에 있는 나비넥타이처럼 생긴 분비샘이다. 누구의 것이든 갑상샘은 모두 녹이 슨 것 같은 붉은색으로 자연은 개인의취향에는 관심이 없다. 이를 가장 먼저 기록한 사람은 히포크라테스나 플라톤 등의 그리스인인데, 두 사람 모두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이를 언급했다. 두 사람은 이것이 호흡기 통로에 윤활유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17세기에 인기를 끈 가설은 '갑상샘은 여성의 목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기관'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은 살짝 부풀어 오른 갑상샘이 백조처럼 긴 목을 훨씬 아름답게 보이도록 한다고 여겼다. 다빈치, 카라바조, 티티안 같은 르네상스 시기의 거장들은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마리아를 그렸다. 메시아를 무릎에 안고 있는 마리아, 어린 예수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는 마리아, 구름 속에 승천하는 마리아 등등. 그림에 등자하는 마리아의 목 아랫 부분은 한결같이 두툼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르네상스 화가들은 자신을 위해 모델로 일하는 여인들의 목이 부푼 것은 갑상샘 탓이라는 걸 알았을까? 박학다식했던 다빈치는 알고 있었을까? 마리아를 그리려고 자신들이 선택한 토스카나 혹은 움브리아 출신 소녀들이 갑상샘종을 앓고 있다는 것을 화가들이 알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는 가장 복잡하고도 복잡한 구조물 속에서 살고 있지만 어쨌거나 아침에 깨어 활동을 하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자신의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거의 흥미가 없다. 하지만 매일같이 쓰고 읽고 생각하는 동안 목의 가장 아랫부분에서는 모든 일이 골디락스 지점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애쓰는 작은 용광로가 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가 되도록 애쓰는 나비넥타이 모양의 용광로가 말이다.

 

 

패랭이꽃을 든 성모(라파엘로,1507년)

 

몸의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다

 

책은 피부, 귀, 눈, 갑상샘, 대장, 뇌 등으로 이어지면서 열다섯 명의 작가가 각각 인체의 기관 중 한 곳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미처 몰랐던 지식을 배우면서 우리들은 자신의 몸과 더욱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계로 올라설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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