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츠스케일링 - 단숨에 ,거침없이 시장을 제패한 거대 기업들의 비밀
리드 호프먼.크리스 예 지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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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주력 제품과 상당한 규모의 확실한 시장, 견고한 유통 채널을 갖출 정도로 성장하면 '스케일업scale-up'이 된다. 이는 수백만, 심지어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회사가 될 기회다.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직선 코스는 단연 블리츠스케일링을 통해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단숨에 경쟁자를 압도하는 비밀병기

 

이 책의 저자 리드 호프먼은 링크드인 설립자이자 실리콘밸리 투자자이다. 그는 스타트업 CEO들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 하는 기업가이자 실리콘밸리 최고의 투자자로,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인지과학으로 학사 학위를,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애플과 후지쯔에서 경험을 쌓다가, 1997년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인 소셜넷을 창업했다. 그 후 페이팔에 합류,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2003년에는 페이스북보다 한발 앞서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을 보고 비즈니스에 특화된 인맥 서비스를 제공하는 링크드인을 설립해 성공했다.

투자자로서의 안목도 탁월한 그는 벤처 캐피털 회사 그레이록 파트너스의 파트너로서 링크드인,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인스타그램, 징가, 그루폰 등 50여 곳이 넘는 회사에 투자하여 그들의 성공을 견인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그는 '연결의 왕'이란 별칭으로 불릴 만큼 창업부터 투자, 사업에 필요한 모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데 탁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저서로는 <연결하는 인간>, <얼라이언스> 등이 있으며,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공저자 크리스 예는 하이테크 기업을 전문적으로 키워온 실리콘밸리 기업가로,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상위 15%의 성적으로 제품디자인과 문예창작 학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상위 5%에 드는 성적으로 MBA를 취득한 수재다. 창의성과 경영 능력까지 뛰어난 그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와사비 벤처스를 창업,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하이테크 스타트업에 조언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저서로는 <얼라이언스>가 있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시장에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가 존재했으며,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던 현상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은 오히려 이런 혼란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기존 시장을 파괴함은 물론, 거대 기업들을 물리치고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그렇기에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지금이야말로 후발주자로 나선 기업들이 굴지의 선도 기업을 역전해 1등의 자리를 낚아챌 수 있는 유일한 때일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를 감안한다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광석화처럼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 먹혀들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시장 독점자들의 결정적 성공 전략을 '블리츠스케일링'이라고 정의 내리고, 이런 전략을 통해 급성장한 기업들의 사례를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강의했다.

 

 

 

 

블리츠스케일링기습 공격을 의미하는 '블리츠크리그(Blitzkrieg)'규모 확장을 의미하는 '스케일업(scale up)'의 합성어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회사를 키워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기업의 고도성장 전략을 의미한다. 시장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전략은 재빨리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경쟁자가 쫓아오기 어려운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다.

 

"다가올 기회는 대단히 좁고 빨리 닫힌다."

- 빌 게이츠 

 

비즈니스 전략의 수립

 

모든 기업은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통상적인 방법은 정보를 수집한 다음 예측한 결과에 대해 합리적인 확신이 생길 경우 구체적으로 수립한다. 이게 전형적인 방식이다. 대체로 이런 이론들은 위험을 감수하라고 하지만 그 위험이란 측정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예측된 범위에 한정된다. 또한 이런 기법에는 속도보다 정확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다가는 신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거나 기존의 시장을 혼란시킬 경우 힘을 잃게 된다.

 

상식적으로 이해불가한 전략 구사

 

블리츠스케일링의 가장 분명한 요소는 고도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되면 막대한 가치는 물론 장기적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스스로 고도성정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고도성장에 대한 목표와 바람은 있어도 이에 필요한 현실적 전략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블리츠스케일링 기업들은 주로 승자독식의 시장에서 활동한다. 성장하는 성공적인 기업에 더 큰 위험은 지나치게 천천히 움직여서 경쟁업체가 시장 주도권을 잡고 최초 스케일러 우위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노키아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7년 노키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공한 휴대전화 제조회사였지만 이후 애플과 삼성의 맹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2013년 노키아는 적자를 내는 송수화기 사업 부문을 70억 달러에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넘겼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피처폰 자산과 노키아 송수화기 브랜드를 폭스콘과 HMD에 매각했다. 가격은 3억 5000만 달러였다. 2007년 990억 달러에 달했던 노키아의 가치가 무려 99%가 넘는 하락이었다. 그래서 당시 노키아의 결정은 옳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상 노키아는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출시된 이후에도 계속 성장 중에 있었다. 2010년 휴대폰 출하량은 1억 400만 대로 정점을 찍었던 것이다. 이후 노키아의 매출은 하락, 2011년엔 안드로이드가, 2012년엔 아이폰이 노키아를 추월했다. 노키아의 경영진이 실제로 마주한 위협을 인식한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품과 시장의 궁합

 

제품과 시장의 궁합이 잘 맞으면 회사는 급속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반면에 맞지 않으면 성장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 난관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앤드리슨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장과 제품의 궁합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정의는 이렇게 간단하다.

 

"제품과 시장 궁합이란 좋은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그 시장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회사를 시작할 때 제품과 시장 궁합에 대해 반드시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뻔하지 않은 시장의 기회를 발견했는가. 그 기회는 특유의 장점이나 접근법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한참 앞서 나갈 때까지 경쟁자들이 찾지 못하는 그런 기회인가. '치열한' 시장에서 이런 기회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모두에게 뻔히 드러나는 기회라면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블리츠스케일링의 원리를 파악하고 적용하는 일이 힘든 까닭은 비즈니스를 할 때 일반적으로 따르는 규범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련한 경영자일수록 더욱 힘들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서나 경영대학원에서 또는 스타트업 초기에 작은 규모를 유지하면서 알게 된 모든 것을 내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세심한 기획, 주의 깊은 투자, 공손한 서비스, 엄격하게 통제되는 번 레이트(급여를 지급하고, 임대료를 내는 등 매달 기업이 소모하는 현금의 양)는 내던지고, 빠르게 추정하며 화난 고객과 비효율적인 자본 지출을 무시해야 한다. 왜 이런 위험하고 비직관적인 행동방침을 추구하는가? 바로 속도 때문이다. 위험하고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블리츠스케일링의 목표임을 기억하라.

 

빠른 적응과 개선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창출하려면 블리츠스케일링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또 다른 방법은 가파른 학습곡선을 만들어내는 최초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와 같은 일부 기회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더 빨리 스케일링을 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머신러닝을 훈련시켜야) 한다. 이는 제품 개선으로 이어져 시장에서 스케일링을 더 쉽게 진전시킬 수 있는 반면, 막 학습을 시작한 경쟁자들은 한참 뒤처지게 된다.

 

넷플릭스스트리밍 비디오 엔터테인먼트의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가파른 학습곡선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자리에 올랐다. 1997년 넷플릭스가 시작할 때 인터넷 접속을 위한 전화식 모뎀은 고화질 비디오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기엔 너무나 느렸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집으로 영화 DVD를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다른 비디오 가게들과 경쟁했다. 이런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가파른 학습곡선을 만들어야만 했다. 결론은 자체 콘텐츠 개발이었다. 오늘날 명실상부한 선두 위치로 올려 놓았다.

 

멈춰야 할 때

시장이 더는 커지지 않을 만큼 한계에 이르렀을 때 블리츠스케일링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점에 이르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이 시장의 한도에 충돌하게 되고 갑자기 속도와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성장 둔화 외에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일반적인 징후는 내분이다. 지속적인 성장에 익숙해진 관리자와 투자자들은 이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회사가 근본적인 원인을 깨닫지 못하면, 가장 흔한 (그리고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로 CEO나 경영진 또는 양측 모두를 물갈이하는 것이다(보통은 매출 담당 부사장이 공격받기 쉬운데, 그 사람에게 성장 둔화의 책임을 가장 많이 묻기 때문이다). CEO를 교체해서 고속 성장에 다시 불을 붙인 경우가 얼마나 될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사례는 애플의 잡스뿐이다. 잡스가 기다리고 있다면 CEO를 교체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CEO나 경영진의 교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장에서 장군으로

 

회사의 규모가 작으면 조직이 혁신과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항상 작은 규모를 유지한다고 혁신과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되도록 피하면서 '언젠가' 한 번 크게 도약해서 변화하겠다고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여러 번 반복하는 조직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더 낫다. 달리 말해, 그 규모에 맞는 경영전략을 수립하라는 의미이다.

 

래리 페이지 같은 똑똑한 사람도 구글 초기에 이 사실을 배웠다. 그는 경영진 없이 400명 전원이 당시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이던 웨인 로징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하는 운영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실패하면서 그는 당시 CEO이던 에릭 슈밋에게 구글의 현시점에 적합한 조직구조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해적선의 배 자체와 추종자들이 늘어나면, 그들을 함대에 편입시켜 잘 훈련된 해군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함대에는 기업가로서 추진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강력한 선장들과 중앙집권화된 참모들이 필요하다. 성공하려면 창업자와 조직은 이런 변화를 겪어야 한다. 블리츠스케일링은 이런 변화를 반드시 수반되는 속도로 인해 더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효율보다 속도에 투자하는 데 내재하는 위험 때문에 더 중요하게 만든다. 

 

 

 

 

시장은 정체와 안주를 응징한다

 

미래가 과거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에게 블리츠스케일링은 희망이다. 반면에 미래가 과거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블리츠스케일링은 공포다. 블리츠스케일링이 기존의 질서를 더 빠르게 전복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공저자들은 블리츠스케일링을 하면서 불편한 것은 그런 미래에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참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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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하지 못한 말 - 최영미 산문집
최영미 지음 / 해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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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오 년간 여기저기에 기고한 글들과 SNS에 올린 글들을 모아, 책상에 앉아 쓴 글과 침대에 누워 허공에 지껄인 문장들을 모아, 내 영혼의 물음표와 느낌표들을 모아 다시 책을 엮는다. 축구 산문집 <공은 사람을 기자리지 않는다> 이후 처음이니 거의 9년 만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최영미 시인이 만들어냈던 시대의 일기

 

 

책의 저자인 최영미 시인은 대한민국 미투운동의 문을 연 결정적 인물 중 한 명으로, 작품 '괴물'(황해문화, 2017년 겨울)을 통해 문단 내 성폭행을 폭로하고 2018년 폭풍을 몰고온 미투운동에 불을 붙였다. 그녀의 고발대상자는 한국 문학계의 큰 별이자 늘 한국인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이었다.

 

 

이 산문집은 그녀가 9년만에 새로 펴낸 것으로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대한 기억과 방황, 촛불시위를 향한 응원과 의지, 시 '괴물' 발표 이후 미투의 중심에 서게 된 시인의 고민과 투쟁의 과정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페이스북과 지면을 통해 공개했던 글을 다듬고 내용을 보충했다.

 

 

"세상과 넓게 소통하고 크게 부딪쳤던 내 삶의 궤적이 여기에 있다.

저 이렇게 살았어요" 

 

 

 

 

저자가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알리기' 위해 써왔던 글들을 취합해보면 우리들은 한국 문단 내에서, 또 1980년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빚어졌던 만행들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최영미 시인도 "내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그 시절을 글로 불러오는 것은, 80년대가 여성들에게 어떤 희생을 강요했는지 말하고 싶어서다"라고 표현했다.

 

 

누군가 진실을 외부에 알리는 일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더구나 그 상대가 큰 힘과 세력을 지닌 집단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대체로 우리들 대부분은 나의 삶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타인의 일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므로 이런 일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약자의 진실은 용기없는 사람들의 외면으로 인해 이 사회의 바닥으로 슬그머니 묻히고 만다.

 

 

그렇다.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그토록 수치스러운 일을 조용히 묻어 버리지 않고 굳이 이를 모든 사람들에게 폭로하려는 이유는 폭행을 가한 그 당사자의 죄를 물어 사회에서 매장시키려는 그런 나쁜 의도가 아니라 또다시 이런 일이 이 사회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림으로써 상대적인 약자로서 이 사회 어딘가에서 지금도 폭행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런 사람들을 밝은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하는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서다. 그렇기에 저자 또한 이렇게 강조한다.

 

 

'저는 싸우려고 시를 쓴 것이 아닙니다. 알리려고 썼습니다'


 

 

다시 시를 쓰며(2015년 7월) 

 

2014년 8월 말 소설 <청동정원>을 끝낸 뒤 아홉 달이 지나도록 저자는 제대로 된 글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랫만에 시를 만들었다. 이미 존재하는 언어로,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노력이 시였다. 이미 존재하는 언어(의 의미)를 확대할려는 노력, 일상의 언어를 뛰어넘으려는 욕망에서 시가 탄생했다.


시는 살아 있는 숨결이며 생명이기 때문에, 때를 놓치면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지는 않는다. 내게 왔던 시들, 내가 놓쳤던 순간들, 꿈처럼 왔다 가버린 사랑을 생각하며 나는 탄식한다. 인생은 지루하도록 길지만, 시처럼 아름다운 시간은 짧았다. 앞으로 내게 올 시들, 깊고 맑은 얼굴을 상상하며 나는 노트북을 닫는다. 봉천동의 2층 카페에서 자판을 두드리다 너를 보았다. 너, 푸르고 푸른 나뭇잎들. 내가 가고 난 뒤에도 그 자리에 있을 영원한 젊음이여. 

 



자신 있으면 얼마든지 타협해(2017년 6월 3일)

 
최선을 다하는 삶보다 차선을 다하는 삶이 더 어렵다. 타협을 하지 않으면 하루도 살 수 없게 된 지금, 난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되려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언젠가 어느 기업의 연구원과 간부들을 상대로 진행한 강의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원칙을 지키는 건 쉬워요. 그냥 (원칙을) 지키면 돼요. 그러나 타협은 어려워요."

 

타협하면서도 망가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절충할 수 있다. 자신을 지킬 자신이 잇으면 악마하고도 거래하는 게 정치 아닌가. 

 

문단 내 성폭력(2018년 2월 17일) 

 

1992년 등단 이후 저자가 원하지 않은 신체적 접촉(성추행)을 했던 남자는  4명이다. 악수를 하며 그녀의 손을 오래 잡고 손바닥을 간질이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도 두어 명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그녀는 밝힌다. 이는 일부 매체에서 그녀가 JTBC의 '뉴스룸'에 출연한 뒤 "최영미 시인 문단에서 수십 명 성추행"이라고 왜곡 보도를 했기에 이를 해명한 글이다.

 

권력을 쥔 남성 문인들의 이런저런 요구를(노골적이지 않더라도 결국 성적인 함의를 포함한 메시지를) 거절했을 대, 여성 작가가 당하는 보복은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장시간에 걸쳐 '제외되는' 식으로 문단의 주변부로 밀려나간다. 그들에게 희롱당하고 싶지 않아 문단 모임을 멀리하고 술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더 큰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다. 

 



미투는 과거와 미래의 싸움(2018년 3월 23일)


작년 가을에 시를 쓰고 사람들 앞에서 '괴물'을 읽은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추운데도 많이 오셨더군요. 젊은 그들의 열기에 감염되어 저도 흥분해 무대에서 몇 마디 더 했지요.


"저는 싸우려고 시를 쓴 게 아닙니다. 알리려고 썼습니다. 미투는 남성과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겼지만, 남자와 여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날을 위해 더 전진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싸움은 나중에 돌아보면 역사가 될 것입니다." 

 

 

 

 

 

저자의 용기가 돋보이는 글

 

산문, 즉 에세이란 글쓰는 이가 평소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특정이슈나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 스스로의 주관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나타내는 글이다. 따라서 이는 글쓰는 이가 느끼는 여러 생각의 편린이자 단상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전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글은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글 중 동의할 수 없는 대목들, 심지어 눈에 거슬리는 글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의 용기가 내포되어 있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런 말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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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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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은 액션, 서스펜스, 로맨스와 더불어 초자연적 현상을 섞어 쓴 나의 초기작이다. 이 소설에는 <Watchers>나 <Mr. Murder>같은 후기작에서 나타나는 강렬함이라든가 인물의 깊이, 복잡한 주제나 전개 방식은 없고, <Intensity>처럼 목이 바짝 타오르는 공포감도 없지만, 헌책방에서 니콜스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된 찾은 많은 독자들이 호평을 해주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아이, 또 어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소재가 우리 마음속 원초적인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엄마의 사랑는 강하다

 

이 책의 저자 딘 쿤츠매년 2,000만 부 이상이 팔리고 38개 언어로 80여 개국에 번역되어 5억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미국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현재까지 발표한 작품 중 총 16권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영미권에서는 신작이 출간되자마자 즉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를 만큼 독자들의 뜨거운 애정과 신뢰를 받고 있다. 미국 언론은 그를 일컬어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롤링 스톤스라면, 딘 쿤츠는 비틀스다!"라고 극찬했으며 롤링 스톤스는 "미국 최고의 서스펜스 소설가"라고 칭송한 바 있다.

194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유년 시절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피해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소설을 습작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펀스버그주립대학 영문과에 진학한 후에는 애틀랜틱 먼슬리 매거진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글쓰기 실력을 인정받았다. 졸업 후 청소년 상담 지도사, 영어 교사, 록 밴드의 드러머, 식품창고 직원 등으로 일하며 밤과 주말을 이용해 집필 활동을 계속해왔다. 

 

주로 SF 소설을 쓰는 무명 소설가였던 딘 쿤츠는 1973년 <인공두뇌(Demon Seed)>와 1975년 필명으로 발표한 <Invasion>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필명으로 <The Key to Midnight>, <펀하우스(The Funhouse)>, <어둠 속의 속삭임(Whispers)> 등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연달아 발표했고, 1986년 본격적으로 본명인 '딘 쿤츠'라는 이름으로만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라이벌인 스티븐 킹과 달리, 한동안 작품의 영상화를 거절해왔던 딘 쿤츠는 비록 영화나 드라마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늘날까지 매해 2천만 부 이상이 꾸준히 팔리고 있는 명실공히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대중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어둠의 눈>은 딘 쿤츠가 '리 니콜스(Leigh Nichols)'라는 필명으로 1981년 출간한 초기작이다. 이 필명으로 썼던 여섯 권의 소설 중 두 번째 소설로  1980년대 출간된 스릴러인 만큼 스릴러 장르 특유의 장치와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현대 독자들에게 익숙한 스릴러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풍긴다.

 

즉 주인공들은 피 터지는 복수극보다는 아들의 사고가 죽음으로 은폐되어야 했던 어두운 진실을 파헤치고 아들을 되찾아오는 데 집중한다. 또 호신용 총을 휴대하고 다니지만 최대한 살인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몸을 사린다. 피와 살인 등의 잔혹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일반 스릴러와는 달리, 두 주인공은 암살자를 죽이고도 괴로워하고 '악'으로 대변되는 세력이 자멸하는 것을 보고도 양심이 가책을 느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물인 셈이다.

또한 당시 스릴러에서 범죄의 피해 대상이었던 여성 캐릭터를 사건 해결의 주체로 내세웠다는 점도 새롭다. 아이를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강한 모성은, 성별性別을 떠나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피와 잔혹함으로 도배되는 스릴러에 지친 독자에게 1980년대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스토리는 색다른 김동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들 대니, 대니의 엄마 티나, 그리고 엄마 티나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변호사 엘리엇이다. 일년 전 사고로 아들을 잃은 대니의 엄마 티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쇼의 제작자로 큰 물량을 투입한 공연 <매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눈에 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길거리에선 아들을 닮은 환영이 보이고, 아들의 방에선 '죽지 않았어'라는 글자가 칠판에 적혀있다.

 

그래서, 대니의 엄마는 이것이 마치 아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느껴지면서 사고후 지금껏 아들의 시신을 한번도 확인한 적이 없음을 깨닫고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이에 그녀는 아들의 무덤에서 시신을 확인하고자 변호사 앨리엇을 만나다. 이때부터 그녀의 주변에선 의문의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아들을 찾겠다는 엄마의 도전을 단순히 그린다면 이는 스릴러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여기에 '초자연적 현상'을 도입한다. 즉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가 출현하면 주변의 기온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주변의 전기기구들이 멋대로 오작동하며, 또 마치 신호를 작정하고 보내는 것같은 '깜빡임' 현상들이 묘사에 동원된다.

 

죽지 않았어. 그러니까 이 글자는 여기에 계속 쓰여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대니가 죽기 전 남긴 글자가 분명했다. 물론 아이의 글씨체는 그 애의 성격처럼 단정했다. 이런 식으로 휘갈겨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글자는 대니가 쓴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야 말이 된다. 그런데 이건 그 애가 버스 사고로 죽은 걸 두고 하는 말 아닌가? 아니, 우연의 일치다. 당연히 대니가 죽기 전에 써놓은 글자일 것이다. 그 애가 죽은 뒤에 이 글자를 발견했다고 밑도 끝도 없는 해석을 해대면 안 된다. 이건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우연의 일치다. 그녀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또 뭐가 있을지 생각하면 너무나 무서워질 것 같았다. (29~30쪽)
 

한편, 이 소설이 갑자기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유발하는 이유가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런 내용 때문이다. 리첸이라는 중국인 과학자가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개발한 위험한 생물무기 정보가 담긴 디스켓을 갖고서 말이다. 이 물질의 이름은 우한 외곽에 위치한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었기에 '우한-400'으로 명명되었다. 이는 연구소가 개발한 400번째 인공 미생물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種이다. 우한-400은 완벽한 무기다. 오로지 인간만을 괴롭힌다. 그리고 매독균처럼 살아있는 인간의 몸을 벗어나면 1분 이상 생존할 수가 없다.

 

다른 생물무기와 비교했을 때 아주 중요한 장점이 있다. 바이러스와 접촉한 지 4시간만 지나도 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모조리 죽는다. 대부분은 12시간 만에 목숨을 잃게 된다.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해서 우한-400의 치사율은 100퍼센트다. 중국은 무수히 많은 정치범들에게 이를 실험해서 얻은 결론이다. 아무튼 우한에서 발병된 신종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개발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니 이 소설의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결국은 '사랑'이다

 

등장인물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을 향한 애정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인간의 악하고 잔혹한 면을 다루면서도 선함에 대한 확신을 끝내 놓치지 않는 이 소설은 단순히 스릴러로 정의하기엔 다소 무리인 듯 싶다. 실체가 없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 개인적인 슬픔을 이겨내는 어머니의 사랑은 극한 상황 속에서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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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인생은 없다 - 이야기로 풀어 쓴 경전 에세이
이미령 지음 / 담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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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편리해져 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꾸 힘들다고 합니다. 내가 너무 시시한 존재 같아서 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숨 쉬기가 두렵다고들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붓다의 메세지를 한 번 만나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글을 열며' 중에서

 

 

스물 아홉 편의 붓다 이야기

 

이 책의 저자 이미령번역가, 책 칼럼니스트로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를 전공했으며, 사람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불교 경전을 읽고 또 읽으며 경전 속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거나 강의에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면서 경전번역가에서 경전이야기꾼으로 타이틀을 바꿔 쓰려고 고민 중이다. 동국역경원에서 역경위원으로 일한 경험과 수많은 사찰에서 불교강의를 하면서 대중과 만나 불교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공부 밑천으로 삼고 있다.

현재는 BBS불교방송에서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를 진행하고 있고, 다양한 불교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불교교양대학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며 책읽기 모임과 경전 읽기 모임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이미령의 명작 산책>,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붓다 한 말씀>, <그리운 아버지의 술 냄새>,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간경수행입문> 등이 있고, 공저로는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절에 가는 날> 등이 있으며, 동국역경원에서 낸 <대당서역기>, <직지>를 비롯한 다수의 번역서가 있다.

 

2,600년 전 붓다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은 경전에는 삶의 진리, 인생의 깨달음이 담겨 있지만 온통 어려운 말로 쓰여 있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저자는 <상윳따 니까야>, <경율이상>, <법구경>, <앙굿따라 니까야>, <숫따니빠따>등의 경전 속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우리들에게 인생의 가치, 노력, 진리, 믿음, 깨달음 등 총 5장에 걸쳐 이를 소개하고 있다. 

 

 

 

 

가치

 

부처님은 재가불자在家佛者에게 가난을 칭송하거나 무소유를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지런히 땀 흘려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서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권한다. 이렇게 살면 자신이 떳떳하게 살아오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이로 인해 커다란 행복을 느끼게 된다. 나아가 가정을 여유있게 꾸려 나가면 이로 인해 또 행복을 느낄 것이며, 재물의 여유로움으로 다음 생까지 챙긴다면 행복은 세 곱절이 될 것이다. 

 

어차피 덧없는 인생, 덧없는 재물입니다. 하지만 재물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가치는 달라진다는 것이 부처님 입장입니다. (26쪽)



 

발심發心이란 깨달음을 얻겠다고 마음을 내는 것이다. 이때의 깨달음은 단순히 '지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웬만한 성자의 지혜보다 훨씬 차원이 높은, 부처님의 경지인 가장 완전한 깨달음을 말한다. 부처님 지혜를 아뇩다라삼약삼보리(위없이 바르고 완벽한 깨달음)라고 부르는데, 발심은 아뇩다라삼약삼보리를 얻겠다고 마음을 내는 것이자, '부처가 되겠다는 마음'을 각오한다는 뜻이다. 

 

 

 

노력

 

불교는 심오한 진리를 말하며 해탈의 경지를 일러준다. 물론 이 경지는 웬만한 수양으로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해탈의 경지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고 그동안 세속에서 살아온 방식을 최선이라고 여긴다. 초기경전 <앙굿따라 니까야>에선 이런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 선하고 악한 것인지를 분간하라고 촉구한다.

 

문제는 사람이 선업만 짓고 살 수 없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보통사람들이 악업을 지은 뒤의 행동에 대해 지적을 하고 있다. 즉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을 질책한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뉘우치며 새롭게 선업을 지으면 된다.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도 모르는 사람.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칠 줄 모르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 종교적 차원에서 가난한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60쪽)

 

진리

 

부처님은 지혜와 방편이 원만구족하신 분이다. 원만이란 '완벽하다'라는 뜻이며, 구족具足이란 말은 '갖추었다'라는 뜻이므로 원만구족이란 '완벽하게 갖추었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부처님은 지혜와 방편을 완벽하게 다 갖추신 분이다. 방편이란 사람들이 깨달음의 경지로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가르킨다. 좋은 예를 살펴보도록 하자.

 

<출요경出曜經>은 법구경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경전에서 게송과 비유를 가려 뽑아 주제별로 정리한 경전인데, 제12권의 이야기를 여기서 소개해 본다. 옛날 사위성에 최승崔勝이라는 장자가 살았는데, 그는 엄청난 부자로 코끼리와 말 등 많은 동물과 창고엔 금은보화가 넘쳤다. 그런데, 너무나 인색해서 절대로 자신의 재물을 남에게 베푸는 법이 없었다.

 

반면 부처님은 형편이 부족한 이웃들에게 보시를 하면서 공덕을 쌓기를 권한다. 이에 그에게 다섯 가지 보시를 가르쳐준다. 첫 번째 보시는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는 일, 두 번째 보시는 주지 않은 것을 빼앗지 않는 일, 세 번째 보시는 그릇된 이성 관계를 멈추는 일, 네 번째 보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일, 다섯 번째 보시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술과 같은 것에 빠지지 않는 일임을 교화하자 최승장자는 부처님께 고마움의 표시로 난생 처음 고품질의 천을 공양하겠다는 발심을 했다.

 

이처럼 많이 가진 자일수록 더욱 더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본능이 발동하기 마련인데, 부처님은 탐욕스런 부자를 교화하기 위해 없는 말을 지어내진 않았다. 사실 그대로 일개워줌으로써 최승장자는 스스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 그동안 꽁꽁 닫았던 탐욕의 문을 열고 스스로 보시에 나설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믿음

부처님은 수도 없이 말씀하신다. "선업을 지으십시오"라고 말이다. 물론 선업을 짓기 전에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악업부터 멈추는 일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선업인지 악업인지 잘 살펴서 그것이 악업이라면 그것부터 멈추어야 하며, 그리고 선업을 지어야 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일곱 부처님께서 공통으로 당부하시는 노래인 칠불통계게(七佛通誡偈)에도 분명히 이렇게 쓰여 있다.

 

"모든 악은 짓지 말고, 모든 선은 힘써 행하며, 그 마음 스스로 맑게 하라.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대승경정인 <대반열반경>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남자를 '가난한 집'이라고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가난은 재물이 아닌, 지혜가 없는 것을 말한다. 지혜가 없으므로 아무 것이나 덥석 잡고, 자기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집착한다. 좋은 점만 보고, 좋게만 생각하는 것도 살아가는 나름의 지혜일 수 있지만 불교에서는 이런 사람을 '가난하다'고 말한다. 좋은 면만 보고 가겠다며 굳이 그 이면의 실상에는 눈을 감는 어리석은 중생이다. 지혜가 없어 가난한 사람은 결국 행운의 이면에 숨어 있는 불행에 덜컥 발목이 잡혀 울부짖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깨달음

 

"그대의 도움으로 나 석거모니는 세상의 교화를 마치고 반열반에 드니,

이제 그대의 시간이다. 쉬지 말고 정진하라. 곧 아라한을 이룰 것이다"

 

부처님은 자신을 한마음으로 모셔온 제자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아라한이란 경지는 당시 제자들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였다. 모든 번뇌를 완전히 벗어 버린, 훌륭한 성자의 경지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제자들은 모두 누구나 아라한이 되기 위해 정진한다. 그런데, 부처님을 모시는 일 때문에 이에 뒤쳐진 제자를 대할 때마다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아난다 존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기 위해 아라한이라는 해탈열반의 경지를 조용히 미뤄왔다. 수많은 도반들이 자신보다 앞서 높은 경지에 속속 이르지만 그는 여전히 낮은 자리에서 공손히 두 손을 모으며 부처님을 모셨다. 부처님은 그런 제자에게 마지막 선물인 수기授記를 주셨다.

 

제자의 깨달음을 예고하는 것을 수기라고 한다. 여전히 공부해야 할 것이 남아 있어서 인간적 정리에 흐느껴 우는 제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건네는 그 든든한 위로, 이런 제자의 눈물과 이런 스승의 선물이 있는 곳이 바로 불교인 것이다.

 

 

 

스물 아홉 편의 경전 이야기

 

책은 총 29가지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전한다. 어느 한 편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을 소중한 이야기이다. 책을 늘 곁에 두기를 권한다. 그리고 천천히 읽으며 그 뜻을 되새긴다면 나 자신을 위한 더 없이 좋은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다. 모든 이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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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마법처럼 풀리는 만다라 명상
정연우 지음 / 라온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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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 아름답고, 모든 존재가 아름답고, 그리고 내가 아름답다." 이렇게 말하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명상 그림인 만다라(mandala)를 그리는 예술가이자 만다라 명상을 안내하는 명상 지도자로 살아온 지 10년이 되어간다. 만다라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멈춰진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내 마음의 지도를 찾아 한 손에 일곱 살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머나먼 땅 인도로 떠났다. 그곳에 살면서 동그란 지구를 닮은 명상 그림, 만다라를 만났고 그 후로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향상시켜 준다

 

이 책의 저자 정연우(빅토리아)는 만다라 아티스트이자 만다라 명상가다. 명상 그림을 그리면서 교사로 살다가 10년 전 근원적 물음을 찾아 인도로 떠났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만다라를 그리고 '마음꽃만다라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많은 사람들을 안내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녀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 지금은 홍익대 박사과정 중이며, 부총리겸교육부장관상, 성균관대총장상을 수상했다. 현재 '마음꽃세상', '마음꽃아카데미' 원장으로 만다라 명상 전문가와 큐브 세우기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본인이 만다라를 통해 내면의 그림자에서 나와 빛의 여정을 살아가는 것처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만다라의 빛으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축복의 여정을 걸어가길 바라고 있다.

 

이 책은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이론에 바탕을 둔 현대 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카를 융의 만다라 연구 이후, 만다라는 무의식을 정돈해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인식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저자도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오래된 지혜인 만다라를 현대적인 새로운 방법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많은 심리 또는 명상 프로그램이 내면의 아픔에 집중할 뿐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헤어진 애인을 잊는 가장 빠른 방법은 새로운 애인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앞부분은 만다라 명상이 현재 왜 주목을 받고 있는지와 함께 만다라에 대한 원리를 다루었다. 뒷부분은 삶속에서 어떻게 만다라 명상을 적용할 수 있는지 명상법을 소개했고, 삶의 주제별 이슈에 맞게 만다라 명상을 할 수 있는 만다라 작품을 소개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년)의 젊은 시절 사진 한 장이 한동안 인터넷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바로 명상하는 장면이다. 1982년, 27세에 이미 억만장자가 된 그가 낮은 조명을 켠 마룻바닥에 앉아 조용하게 차를 마시면서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의 사진이다. 청소년 시절 그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방황했다. 1960년대 미국의 지식인들과 젊은이들은 동양 사상선禪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스티브 잡스의 삶 속에도 동양 사상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필요한 것이라곤 한 장의 차와 조명, 그리고 음악뿐이었다"

 

카를 융(1875~1961년)은 젊은 시절 프로이드와 결별한 후 심각한 심리적 위기로 은둔하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동그란 그림을 우연히 그리기 시작했다. 이 그림들이 자신의 깊은 무의식을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하고 거의 매일 이를 그리면서 마음을 치유했고, 결국에 심리적 균형을 회복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만다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1916년에 처음 원형 그림을 그렸고, 이후 이 그림들이 인도의 '만다라'와 동일한 형태임을 알고서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만다라 명상

 

과거 저자가 교직에 있을 때 인성 교육과 창의 교육, 그리고 예술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만다라를 여러 가지 지도했다. 그리고 미술 교사로서 다양한 심리적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면서 아이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하는 방법으로 만다라 명상이 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담임 선생 시절, 아침 조회시간에 만다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반성문을 쓰거나 상담실로 보내는 대신 만다라 명상을 하게 했다. 순수한 아이들은 만다라 명상의 '자기관찰 - 자기이해 - 자기통찰'의 과정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넘어 영적인 성장과 함께 스스로 내면의 평화를 찾아 나아갔다. 그녀는 그 당시 내면의 순수함을 그대로 지닌 아이들과 함께 매일 매일 정말 놀라운 기적과 같은 경험을 했다. 

 

만다라의 동그라미 

카를 융은 심리적 위기에 매일 반복적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분열된 마음을 스스로 치유했다. 이를 그리면서 내면 깊은 곳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솟아나고 예술적 활동의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몸과 마음이 치유되었다. 이렇게 무의식과 의식이 서로 통합해가는 개성화 과정을 겪으며 온전한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된 것이다. 융은 이러한 만다라의 치유의 원을 '마법의 원'이라고 했다.


융은 자신의 환자들에게도 매일 만다라를 그리도록 적극 권장했고, 그들의 만다라를 통해 내면의 무의식 세계를 이해하려고 했다. 또 만다라가 인간의 근원적인 세계를 열어준다는 연구를 남기면서 만다라의 치유 효과를 최초로 심리치료에 도입했다. 이후 만다라는 현대 심리치료 방식으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서구에서는 만다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심리치료뿐 아니라 창조적인 예술과 명상, 영성 예술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온전한 파동을 회복한다 

만다라 명상은 고유하고 온전한 파동을 가지고 내면의 부정적 파동과 마이너스 에너지를 정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구의 핵심 에너지를 가진 꽃, 크리스털, 모래 등은 각기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색깔과 형태들도 각기 고유한 파동이 있다. 명상적인 몸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만다라는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답지만 그 제작 과정 자체가 자신의 깊은 무의식을 안전하게 꺼내 치유하는 과정이다. 만다라 명상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 몸의 감각 등을 알아차리면 점차 무질서했던 내면의 파동은 온전해지고 내면의 지도가 새롭게 재배열된다. 

 

만다라 명상의 특징

 

시각 명상~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 마음을 본다

행동 명상~ 몸을 움직인다

오감 명상, 예술 명상~ 직관을 깨운다

파동 명상~ 축복의 진동을 기억한다

그룹 명상~ 함께하면 더 좋다

 

만다라 명상은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색깔의 색연필을 사용하지만 지구의 핵심 에너지가 담겨 있는 입체적인 다양한 생명 재료들도 사용한다. 아름다운 꽃들, 빛나는 크리스털 보석들,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 건강한 씨앗들, 형형색색의 과자와 먹거리들, 색 모래와 자갈들, 화려하게 빛나는 비즈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입체 재료들로 오감을 체험하면서 보다 쉽게 직관을 깨울 수 있다.

 

만다라 명상은 세움과 풀림의 과정이다 

만다라 명상은 마음을 시각화된 이미지로 바라보고 인식하기 때문에 훨씬 이해와 자각이 쉽고 재미있다는 특징이 있다. 할 일이 많아서 바쁘고, 지루한 것을 못 견디는 현대인에게 가장 잘 맞는 명상이다. 고요한 명상적 체험으로 둥근 원에 무너진 나의 중심을 세우고 분열과 혼란으로 엉켜 있는 이미지들이 점차 풀리면서 원래의 고유한 파동을 찾아 균형을 회복한다. 고요함 속에서 중심을 세우고 엉킨 파동을 풀어내면서 무의식의 그림자는 스스로 치유가 일어나고 내 마음의 지도는 행복으로 펼쳐지게 된다. 

 

만다라 명상 실천법

 

준비 단계~ 공간의 정화(창문 열기, 향 피우기, 편안한 음악 등)

1단계~ 서클 명상(3~5분, 하나의 원을 그린다)

2단계~ 빈두 명상(3~5분, 자신의 중심을 세운다)

3단계~ 만다라 창조의식(바라보기-움직이기-머물기 반복)

4단계~ 만다라 리딩(자기관찰-자기이해-자기통찰의 과정) 

5단계~ 자기 축복 명상 세션(완성된 만다라를 바라보며 내 가슴으로 연결) 

6단계~ 만다라 소멸의식

 

 

 

 

컬러 만다라 명상

 

컬러 만다라 명상은 고유한 주파수를 가진 컬러를 통해 자신의 세상을 바라보면서 자각하고 에너지를 제정렬하는 명상 프로그램이다.

 

명상의 효과

 

컬러와 도형을 통해 에너지가 정렬된다

시각화된 이미지로 내면의 상태를 발견, 자각, 통찰한다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

부정적 파동을 정렬해 내적 균형을 회복한다

정서적 안정을 주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고요한 중심을 느끼고 저절로 내적 균형이 이루어진다

 

현대인들은 보는 것을 신뢰한다. 시각적 정보는 우리 뇌에 특히 강한 영향을 주는데, 만다라를 통한 내 마음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때 우리의 인식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고 삶도 바뀌게 된다. 만다라 명상은 짧은 시간에 불균형의 파동과 에너지를 재정렬하는 현대인에게 잘 맞는 최고의 명상 도구이다. 컬러 만다라 명상을 하면 자신의 에너지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인식하고, 짧은 시간에 균형을 찾아가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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