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주식책
최정희.이슬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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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은행 적금만 들어도 내 노후가 든든히 보장되었다면, 현 시대는  금리가 워낙 낮아 이젠 열심히 주식이라도 굴리지 않으면 암울한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식으로 돈 벌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 책은 주식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든든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즉,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필수 지식을 엄선해 술술 풀어냈다.


주식투자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

책의 저자 최정희는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조세일보〉에서 세금, 회계 등의 분야를 취재하며 언론계에 입문, <이데일리〉에서 기획 재정부, 한국은행 등 거시경제를 비롯해 은행, 증권 등 금융 분야를 10년 넘게 취재하고 있다. 공저자 이슬기는 일본 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를 졸업, 2017년 〈이데일리〉에 기자로 입사했다. 현재 'E슬기로운 투자생활'이라는 기사를 연재 중이다. 이제는 뉴욕 증시의 동태를 확인하며 아침잠에서 깬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주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주식투자의 기초)에서는 꼭 알아야 할 주식투자의 기초를 들려준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는 다른 종목인지 등을 꼼꼼히 알려준다. 2장(저는 주식거래가 처음입니다)에서는 주식거래에 관한 기초지식을 알려준다. 주식을 거래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3장(돈 되는 좋은 종목을 고르고 싶어요)에서는 돈 되는 좋은 종목을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1등 기업이라던 삼성전자는 왜 주가가 5만원밖에 안 하는지, 펀더멘털이 좋다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외국인이 사는 종목을 사면 주가가 오른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건지 등 좋은 종목을 고르는 기준들을 알려준다. 4장(주식하기 좋은 날은 언제인가요?)에서는 주식투자의 타이밍에 대해 들려준다. 같은 시장에 똑같은 종목에 투자를 한다고 해도 투자하기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우리 주변엔 경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기업의 실적, 선물옵션 만기 등도 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5장(차트가 언제 사고팔지를 알려준다고요?)에서는 주식차트를 보고 활용하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주식차트는 과거 주가가 어땠는지, 투자자들은 어떤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예측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으니 잘 활용하는 게 좋다. 6장(주식인 듯 주식이 아닌 주식 같은 상품들)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상장사의 종목만을 사고팔 수 있는 건 아니다. 한 종목에 투자하기 두렵다면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는 방법도 있다. 주식시장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요즘 제일 핫한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준다.







주주가 된다는 의미


주식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증서다. 주식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면 상장주식이라고 한다. 상장주식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다.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집 '더 치킨'이 상장된 회사라고 가정해보자. 친구는 창업자금 2억원 중 1억원만 투자해달라고 했다. 그 대가로 매달 치킨 한 마리를 주고 매년 이익의 10%를 돈으로 주겠다고 한다. 

이에 응하면 '더치킨'의 50%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매달 제공되는 치킨과 연 이익의 10%는 배당금이 된다. 물론 장사가 잘 안 되면 치킨이나 배당금은 못 받을 수도 있다. '더치킨'이 잘 돼야 주주인 내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치킨이 좀 더 바삭해야 한다, 아르바이트생이 왜 이렇게 많냐" 등 주주총회를 통해 '더치킨' 경영에 관여할 권리가 생긴다. 

시가총액의 의미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어떤 업종이 한 나라의 산업, 경제를 좌우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현재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알 수 있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는 애플,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 3위는 아마존, 4위는 알파벳, 5위는 페이스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온라인 플랫폼 및 관련 기기 업체라는 점이다. 

'데이터'가 황금알인 4차 산업혁명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만큼 관련 업체의 시가총액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주가가 매일 변동하므로 시가총액 규모도 매번 바뀐다. 하지만 단기간에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10년, 20년 장기간에 걸쳐 살펴보면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회사들이 그 시대 그 나라의 경제를 좌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기 보유할 주식에 투자하라

가치주 투자자의 대표는 워런 버핏이다.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명언처럼, 우량한 기업을 싼 가격에 산 뒤 장기투자하는 게 그의 투자 방식이다. 하나의 예로 코카콜라가 있다. 코카콜라가 펩시콜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주가가 하락해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로 하락한 1988년, 버핏은 코카콜라 주식을 12억달러어치 사들인다. 사람들이 꾸준히 코카콜라를 마실 것이란 확신이 있었고, 지금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이후 버핏의 생각처럼 코카콜라는 점점 세계로 뻗어나갔고, 1990년대가 되자 코카콜라의 PER은 30배 이상으로 올랐다. 버핏은 현재도 코카콜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주식을 사려면 밤에 잠을 잘 수 없다(?)

밤잠이 많아 미국 장이 열리는 시간엔 도저히 깨어 있기가 힘든 투자자도 많을 것이다. 이런 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예약주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리 환전만 해뒀다면, 예약주문을 걸어두고 자면 된다. 예약주문을 걸 때는 언제부터 매수할 것인지, 어떤 종목을 얼마에 몇 주 살 것인지를 지정해두면 된다. 

투자자가 예약주문을 걸 때는 증권사가 고객의 잔고 등을 체크하지 않고 일단 주문을 받아준다. 이렇게 건 예약주문은 현지 거래소가 개장한 뒤 5분 후부터 접수 순서에 따라 미국으로 전송되는데, 이때 고객의 돈이부족하면 거래가 거부된다. 예약주문이 걸렸다고 해서 거래가 무조건 된다는 것은 아니니 계좌에 돈이 충분한지 투자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센티멘탈과 펀드멘탈

미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잘 나왔을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도 잘 나올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날 밤 미국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올랐을 경우, 다음날 오전 한국 반도체 종목의 주가도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업종 내 센티멘털이 개선되었다'고 표현한다. 한편 주가를 짓눌렀던 악재가 해소되었을 경우에도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를 본 후 주가가 반등했을 때가 대표적 예다. 이는 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좋아진 것이기에 '코스피 시장의 센티멘털이 개선되었다'고 바꿔 말할 수 있다. 다만 센티멘털은 어디까지나 '기분'의 문제이므로 기초체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다시 주가가 반락할 가능성도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초체력을 흔히 '펀드멘탈'이라고 표현한다.

안전자산에 투자하라

지금 당장 한국에 전쟁이 발발해 경제가 붕괴해버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더이상 가치가 없을 것이다. 만원짜리 지폐는 쌀 한 톨 못 사는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반면 이때 금 한 돈을 갖고 있다면? 이 금을 달러로 바꿔서 뭐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금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또 화폐가치가 폭락해도 현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자산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오히려 강하고, 환금성도 좋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안전자산으론 달러, 채권 등이 있다. 모두 거시경제가 어려울 때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자산들이다. 실제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재점화되었던 2019년 당시, 금값은 계속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금융시장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값은 사상 최고가를 계속해서 경신했다. 


대세 상승기와 대세 하락기


증시도 플렉스 시즌이 있다. 증시로 돈이 계속 들어오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소위 '대세 상승기'다. 대세 상승기는 어떻게 포착할까? 경기 지표가 안 좋다고 언론에서 계속 떠들어대는데도 금리는 낮고, 갈 곳 없는 돈은 언제든 쉽게 현금화가 가능한 증시로 들어온다. 대세 상승기의 초입이다. 반대로 대세 하락기를 예측하는 방법은 없을까? 언론에선 수출, 고용 등의 지표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며 경기 회복에 샴페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가는 하락한다면 약세장 진입 초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시가 대세 상승기 또는 대세 하락기에 진입할 때 주변에 어떤 신호음들이 울리는지를 잘 파악만 해도 주식을 언제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기투자, 즉 단타가 답일까? 하지만 단타는 더 어렵다. 짧은 기간 내의 저점과 고점을 기가 막히게 맞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인데,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천재들도 하기 어려운 일인 탓이다. 당장 하루 뒤 주가를 맞출 수 있는 투자의 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하루하루의 변동성을 맞추는 단타보다 길게 가져가는 장기투자가 승률이 높다고 추천하는 것이다. 또 단기투자의 경우 매매를 할 때마다 각종 수수료가 수익률을 깎아먹는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하루에 수십 번씩 매매를 하다보면 주식으로 얻은 수익률과 떼이는 수수료가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탓이다. 수익을 봤으면 다행이지 만약 손해라도 입었을 경우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코로나가 만든 세상, 언택트에 주목하라

'집콕' 생활의 가장 큰 활력소는 넷플릭스와 엔씨소프트, 닌텐도(일본) 등의 언택트 취미생활이었다. 여행을 다니거나 바깥 나들이를 가는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이들 콘텐츠주가 수혜를 입었다. 게임주 중에서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더블유게임즈, 네오위즈, 컴투스 등이 수혜를 입었고, 외국에서도 블리자드(미국), EA(미국), 넥슨(일본) 등이 주목을 받았다. 


웹툰을 보는 사람도 증가하면서 웹툰 제작사 키다리스튜디오도 주가가 올랐다. 카카오 역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힘입어 핀테크 사업 등에서도 두각을 보이며 주가가 급상승했다. 이렇듯 온라인 생활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던 건 튼튼한 인터넷 환경 덕이었다. 인터넷 인프라 역시 언택트 시대의 수혜주로 꼽힌 이유다. 또한 5G장비.부품 업체 케이엠더블유는 향후 5G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를 받았다. 


주식투자에 왕도란 없다


이밖에도 책은 주식투자에 도움되는 유익한 조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주식이 쉬워지고 재미있어지는 57가지의 방법을 담고 있어서다. 여기서 우리들은 한가지 분명한 깨달음을 얻는다. 공부가 부족하면 그만큼 투자 실패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최근의 투자 성적도 코로나 위기와 언택트라는 대세를 미리 간파하고 게임주, 인터넷주, 바이오주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매우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초보자들이여,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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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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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가도 매일 24시간을 쉼 없이 예술가로 있을 수는 없다.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역사도 그와 같아서 결코 쉬지 않고 창조자 노릇을 하지는 못한다. 저 고귀한 순간들이 완성되어 모습을 나타내는 자리에서 역사는 다른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 자신이 시인으로, 극작가로 등장해 지배하는 순간에 감히 어떤 작가가 역사를 능가해 스스로 각색하려 들 수 있겠는가. - '머리말' 중에서


12명의 인물을 통한 유럽 역사 읽기


이 책의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는 '최고의 전기작가', '심리소설의 대가' 등으로 불리며, 다채롭고 풍부하며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인간 심리에 대한 섬세하고 탁월한 분석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아왔다. 1998년 처음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첫해에만 2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두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독자들을 만나왔다. 책의 진가는 수많은 독자들의 평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전기와 역사를 이렇게 생동감이 넘치게 쓸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역사의 인물과 사건들이 지금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들은 역사를 통해 광기와 우연이 만들어낸 사건과 사고를 접한다. 먼저 광기가 만들어낸 역사적 사건을 살펴보자면 해수면보다도 낮은 지대에 위치한 네델란드에서는 마치 양파같은 일개 알뿌리에 지나지 않는 튤립 구근 1개의 가격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의 결과로 당시 집 한 채의 가격에 맞먹는 투기 광풍이 있었는데, 이 광기가 바로 '튤립 패닉'이다. 


그런가하면, 우연이 만들어낸 역사적인 사건도 있다.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던 3M의 기술자가 창고에 보관했던 실패한 개발품이 나중에 다른 개발자에 의해 붙였다 떼어냈다를 쉽게 할 수 있는 신비의 접착제임을 발견함으로써 지금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포스트잇'이라는 제품으로 탄생했다는 비화를 알고 있다.




로마제국 서기 395년에 두 나라로 갈린다. 당시의 황제 테오도시우스(347~395년)가 제국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물려주면서 동로마와 서로마로 역사를 달리하게 되었다. 서로마는 이탈리아반도와 지중해 남쪽의 북아프리카 일대를, 동로마는 터키를 중심으로 한 소아시아 지역을 지배하게 되는 변화가 발생했다.

원래의 로마제국이던 서로마는 이후 80여 년 뒤 게르만족(독일 민족)의 침입을 받아 멸망하고, 동로마는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을 수도로 하여 그 역사를 1,000년을 더 이어 갔다. 콘스탄티노플의 옛 이름을  비잔티움제국으로 불리기도 하는 동로마는 이집트에서부터 그리스, 소아시아를 아우르는 큰 나라를 형성하다가 1453년 터키족이 세운 오스만투르크제국에 의해 멸망한다.

한편, 서로마 이후의 이탈리아에는 로마인들과 외부인들이 혼재된 여러 왕국이 난립하다가 반도의 중, 북부 지역은 10세기 게르만족이 독일 땅에 세운 신성로마제국의 일부가 된다. 이어 13세기 이후부터는 베네치아, 밀라노, 제노아, 피렌체 등의 자치도시들이 성장하면서 신성로마제국은 1650년경 독일 지역으로 완전히 밀려난다.


마호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총 12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맨 처음은 '동로마 제국의 최후' 편이다. 이는 1453년 5월 29일, 마호메트 2세(1432~1481년)가 비잔티움을 정복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새로운 술탄 마호메트는 야심가였다. 1451년 2월 5일, 자신의 부친 사망 소식을 알리기 위해 소아시아에서 말을 타고 120마일을 쉬지 않고 달려서 보스포루스해협에 도착, 배를 갈아타고 유럽 쪽 해안의 갈리폴리에 이르러선 정예 부대를 이끌고 터키 북서쪽 그리스 국경 근처에 위치한 도시 아드리아노플로 향했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오스만 제국의 지배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공포 통치를 행한 인물이었다. 즉 왕위를 넘볼지도 모를 혈통 라이벌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자신의 어린 동생을 목욕탕에 익사시키도록 사주했을 정도였다. 이런 그가 새로운 술탄으로 승계되었다는 소식은 비잔티움 제국에 공포심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이 젊은 야심가가 비잔티움을 수중에 넣고자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소문이었기 때문이다. 


1453년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군사전략에 뛰어난 오스만투르크의 술탄 마호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이슬람제국의 새로운 중심지로 삼고자 7만 대군을 이끌고 콘스탄티노플로 쳐들어왔다. 헝가리 출신의 기술자 우르반이 만든 초대형 청동 대포는 총 길이 6.5km에 이르는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결국 콘스탄티노플은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도시 이름도 이스탄불로 바뀌었다.  


3층의 굳건한 테오도시우스 성벽


마호메트 2세는 동서 무역의 거점을 장악하자 향신료 가격을 대폭 올렸다. 유럽의 상인들은 이윤이 크게 줄어 동양으로 가는 새로운 무역로의 개척을 갈망했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30년 뒤, 포르투갈 탐험가 바르톨로뮤 디아스는 미지의 바다로 나아갔고, 드디어 직항로가 열려 지중해 무역시대는 종말을 맞았다. 콘스탄티노플이 멸망하자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는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그들은 천년 동안 고이 간직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지식을 전해줬다. 이로부터 새로운 문화운동인 르네상스가 일어날 토대가 마련됐다. 


마호메트는 가히 천재였다. 아무 쓸모도 없는 바깥 바다에 있는 자신의 함대를 육상으로 운반해서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항만인 골든 혼 안에 옮긴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는 마치 어리석은 노친네가 산을 움직인다는 '우공이산'과 같은 개념이다. 산 너머로 수백 척의 배를 운반한다는, 숨이 멎을 정도로 대담한 이 생각은 너무나도 얼토당토않고 실현 불가능한 미션임파서블이었기에 비잔티움 사람들과 갈라타의 제노바 사람들로서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 '창조는 모방이다'라고 말했다. 이와같은 창조적인 전략은 마치 저 로마 사람들과 뒷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한니발과 나폴레옹이 발빠르게 알프스산을 넘을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과 같았다. 온갖 지상의 체험으로 보자면 배는 오직 물에서만 돌아다니는 것일 뿐, 산을 넘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악마적 의지는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점에그 진정한 특징이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전쟁의 법칙을 비웃고, 주어진 순간에 이미 알려진 방법이 아니라 독창적인 임기응변을 채택한다는 사실에서 군사적 천재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책은 기적적으로 부활해 불멸의 음악을 탄생시킨 헨델, 열아홉 소녀를 사랑하게 된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늙은 괴테, 비극적이고도 장엄하게 생을 마감한 남극 탐험가 로버트 스콧, 세계 역사를 향해 탄환처럼 날아가 큰 충격을 일으킨 레닌 등 장엄하고도 위대한 역사적 순간들이 눈앞에 생생히 되살아난다.

세계 역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이 모두 위대했던 것만은 아니다.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패배를 불러온 그루시의 잘못된 판단과 하룻밤만에 프랑스의 국가가 될 노래를 만들었지만 정작 노래의 주인이 되지 못한 루제처럼, 작가는 위대한 운명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린 그 안타까운 순간들에도 주목하며 역사의 이면을 들추어냄으로써 12편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 탓이리라. 역사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6918)에 응하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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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3 - 전국 칠웅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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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일찍이 만날수록 좋다. 그만큼 넉넉한 삶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고전을 읽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사기>를 손에 잡는대 해도 자레 손사레 치기 쉽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문자 더미가 주는 부담 탓이 크다. 묵직한 통찰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무게에 눌려 미루고 뒷걸음치다 보면 한 시기를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전국시대 7웅의 영웅들을 만나다


만화가 이희재는 <사기>를 그리는 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릴 줄 몰랐다고 고백한다. 한 2~3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예상했지만 2014년에 시작한 작업이 자금에 이르렀다는 추가적인 설명이다. 역사서 <사기>는 본기, 세가, 열전과 표, 서로 구성된 방대한 역사서다. 사마천이 후대에 남긴 불세출의 명저인 셈이다. 더구나 책 속에서 등장하는 무수한 인간상의 심리를 그려내고 있기에 뛰어난 인문 고전이기도 하다.


총 7권의 시리즈 중 3권은 전국 칠웅을 다룬다. 주나라가 도읍을 낙양으로 옮긴 후 비로소 시작된 춘추시대엔 중국 대륙에 많은 나라들이 생기고 없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된 전쟁시기를 통해 패자들이 출현하여 질서를 잡게 된다. 이때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이 자연스레 등장했으며, 공자의 유가를 비롯한 '제자백가 시대'라는 철학의 꽃을 피웠다. 


이후 오나라와 월나라의 쟁패가 끝나고, 진이 세 나라(조, 위, 한)로 분열 된 뒤부터의 시기를 전국시대라고 부른다. 중국의 중원은 일곱 나라로 압축되었다. 즉, 진, 조, 위, 한, 연, 제, 초나라 등 7개국을 말한다. 이들 나라간의 전쟁은 끝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서로 통일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이후 기원전 221년 마침내 진시황에 의해 천하가 통일되었다. 3권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7웅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출세에만 올인했던 오기 장군의 명암을 살피면서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악바리 오기, 동네에서 사고 치다


오기라는 인물은 출세지향주의자다. 그는 오직 벼슬을 얻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실력자를 접대하다 보니 결과를 얻지 못함에 따라 제법 부유했던 집안의 가산을 탕진하고 말았다. 이에 낙향한 그를 대하는 동네 인심이 숭악했다. 집안을 망하게 한 불효자라고 손가락질하기 일쑤였고, 칼을 지니고 다니는 그에게 폼만 잡는다고 무시했다. 


이런 그의 어릴 적 일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악바리인지를 알게 된다. 동네로 막 이사 온 덩치가 큰 친구에게 덤벼들었다가 묵사발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항복하지 않고 계속 덤벼들었던 것이다. 무려 열흘 동안 실컷 얻어 맞고도 멈추지 않으니까 큰 덩치가 질려서 오히려 그에게 항복하고 말았다는 일화이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싸움꾼의 이름이 '깐이마또까'상이란 한 때의 유머가 떠오른다.


결국 오기는 마을에서 사고를 치고 만다. 하루는 술자리를 지나가는 중에 자신을 두고 '불효막심한 놈'이라는 뒷담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는데, 이에 분통을 참지 못하고 밤 사이에 마을 사람 서른 명을 살해한다. 고향 위를 도망쳐나오면서 모친에게 일국의 재상이 되어 성공하면 돌아오겠다고 팔뚝을 물어뜯어 맹세한다. 이렇게 그는 지명수배자가 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증자의 문하에서 파문, 노나라의 장군이 되다


그는 공자의 제자 증자의 문하생이 된다. 면접을 본 증자는 오기의 얼굴엔 살기가 감돌고 있음을 느꼈다. 수학 중에 모친이 사망햇다는 부고 소식을 접했지만, 그는 자신이 지명수배자 신세이고 모친과 성공한 후에나 돌아가겠다고 맹세했기에 갈 수 없다고 연통을 갖고 온 하인을 그냥 돌려 보낸다. 이를 목격한 증자는 천륜을 거역하는 불효자에게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면서 그를 파문시켜 버린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답게 그는 노나라로 향한다. 여기서 그는 병법을 익혀 노나라의 관리가 되고, 제나라 여인과 혼인을 한다. 그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점차 노나라의 신임을 얻게 된다. 이때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략, 누구를 장군으로 세울지 고민하자 오기는 자신이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제의한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제나라 여인이라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함을 알고선 귀가해서 매정하게 아내를 살해하면서까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준다. 


마침내 그는 군을 이끌고 제나라와 맞선다. 제나라의 군대와 대치한 그는 손수 병사들과 함께 일을 하고 침식까지 함께 하면서 병사들을 독려한다. 한편, 그는 제나라의 정찰병을 속이기 위해 약한 전력을 일부러 노출하고 제나라 장군이 안심하도록 전투하지 말고 휴전하자는 밀서를 보낸다. 이에 상대를 얕보고 방비를 풀어버린 제나라의 군대에 오기는 정예병을 투입, 기습 작전으로 대승을 거둔다. 하지만 조정에선 오기의 행적을 모두 알게 되어 그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노나라를 떠나 위나라로 향한다


위나라는 진나라에서 분열된 삼국 중 하나인데, 당시 위 문후는 인재 등용에 힘쓰고 있었다. 오기의 과거 행적이 불만이었지만 병사를 다루는 일이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라 강대군 진나라에 맞설 장군이 필요했기에 그를 전선으로 부임시킨다. 전쟁터에서의 오기는 또 그러했다. 막일도 하면서 병사들과 런제나 함께 했다. 병사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변경에 위치한 진나라의 5개 성이 오기의 군대에 함락되고 만다.


그와 병사에 관한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그 시절엔 종기가 흥했고, 이로 인해 사람이 죽기까지 했다. 한번은 병사가 몸에 곪은 종기 때문에 거동이 힘들다는 사실을 목격하고선 오기는 피고름을 자신의 입으로 빨아내었다. 이 병사의 어머니가 이를 전해 듣고 목을 놓아 울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몇 해 전 이 여인의 남편이 군에 있을 때도 오기 장군의 똑같은 행동이 있었는데, 그 남편은 장군의 행동에 감격해서  몸을 내 던지고 싸우다 전사했다면서 아들도 마찬가지 신세가 될 것 같아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한편, 위 문후가 죽고 그 뒤를 아들 무후가 승계했다. 오기가 많은 공을 세우고 명성도 자자했지만, 무후는 재상으로 오기가 아닌 전문을 임용했다. 이에 오기는 전문을 찾아가 누가 더 능력이 뛰어난지를 따진다. 이때 전문은 오기에게 왕이 정치력과 인망이 뛰어난 장군을 재상으로 삼겠는지 자신처럼 약한 인물을 택하겠는지 오히려 질문한다. 그러자 전문이 한 수 위임을 깨닫고 오기는 발을 돌린다. 전문이 죽자 이번엔 공숙이 재상 자리에 오르자, 그는 강국으로 떠오르는 초나라로 향한다.




초나라의 재상이 되다


초나라 도왕은 오기에게 재상직을 맡긴다. 마침내 그는 모친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는 초왕에게 불필요한 관직을 없애고 촌수가 먼 왕족들의 녹봉도 폐지해서 그 재원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한다. 차도살인계를 떠올린 초왕은 오기에게 모든 일을 맡긴다. 그러자 특권을 누렸던 왕족과 대신들이 일순간에 관직과 땅을 반납하게 되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셈이었다. 


그런데, 오기가 의지했던 초왕이 죽자 마침내 각 지역에서 은둔해 있던 귀족들이 들고 일어났다. 장례식에 참석해서 오기를 잡을 심산이었다. 반란군의 움직임에 몸을 숨길 곳을 찾던 오기는 왕의 시신이 모셔진 사당으로 급히 숨는다. 당시 초나라의 법은 왕의 시신을 훼손하면 중벌로 다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난 반란군은 오기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는 초왕의 시신 위에서 화살을 맞아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다.


"오기여, 그대의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어 끝내 목숨을 잃었구나"

- 사마천 -



영웅들의 명암


이밖에도 책은 나라의 폐습을 뿌리 뽑아 강대국의 위상을 갖추도록한 서문표, 억울하게 다리를 잘린 지략가 손빈, 법치만능주의를 부르짖은 상앙, 강대국에 맞서려면 연합만이 살 길임을 제안한 소진, 합종설을 세 치 혀로 부순 설득의 달인 장의 등의 영웅 이야기들이 연속해서 펼쳐진다. 이를 통해 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등불을 비추어 준다.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https://cafe. naver.com/booheong/196301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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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 - 세상을 놀라게 한 스타트업 40
박유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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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2년 동안 만난 창업자들과의 대화록이면서, 뒤늦은 연수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난 수백 명의 창업자 중에서 최고만 모았습니다. 많게는 띠동갑 이상 어린 창업자들과 교류하며 들은 그들의 인생과 사업 이야기를 모은 것입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튀는 아이디어로 창업한 스타트업 이야기


이 책의 저자 박유연은 경제 관련 주요 부서만 두루 거쳐온 15년 차 경제전문기자 출신이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경제부에서 경제부처와 금융업계를 주로 취재했다. 2008년, 2011년, 2015년에 씨티그룹 대한민국 언론인상을 받았고 사내 특종상과 기사상을 수십 회 받았다. 2014년에는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기자가 되기도 했다. 


2014년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출범과, 2016년 〈조선일보〉와 네이버의 조인트벤처 '잡스엔' 출범을 기획했으며, 현재 <조선일보〉 사내벤처 '비비드콘텐츠'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를 비롯해 <월급의 비밀(공저)>, <난생 처음 경제 공부>, <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또 옮긴 책으로 <부자들의 냅킨 재테크>가 있다.


이 책은 총 8개 파트로 나누어 아이디어로 사업가가 된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직장인, 학생의 신분으로 창업한 대표들의 창업 비하인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스타트업의 노하우,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장을 개척해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고 수많은 투자를 이끌어낸 스타트업의 비결 등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자, 스타트업의 창업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책 속의 스타트업 회사들은 저마다 각가 다르다. 이제 막 생겨난 새내기도 있고,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반열에 올라선 기업도 있다. 또 명문 대학과 대기업 출신 창업가가 있는가 하면, 고등학교만 나온 창업자도 있다. 당연히 각자의 아이템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생존과 혁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다. 


위즈페이스


이 회사는 한국, 홍콩, 스웨덴, 탄자니아 등의 국적을 가진 20대 청년 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글로벌 스타트업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4학년 때(2013년) 국립대만대의 교환학생으로 떠난 조민규 대표는 현지에서 이미 교환학생으로 와있던 존팅 리를 만났다. 존팅 리는 한국의 카이스트에 해당하는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재학중 대만에 와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창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교환학생 과정을 마치고 각자 한국과 스웨덴으로 귀국, 조 대표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존은 스웨덴에서 창업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다가 2016년 존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조 대표에게 제안해왔다. '프리랜서 매칭 사이트'였다. 두 사람은 공동창업했으며 이후 탄자니아 출신 바라카 앤드류가 합류했다. 셋은 뭉치고 사업 아이템을 변경했다. 일회용 종이 컵홀더에 광고를 넣는 사업으로 카페 점주들에게 무료로 컵홀더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안 되는 사업을 계속 움켜쥐고 있기보다는 빨리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위즈페이스는 2018년 4번째 아이템을 런칭했다. 블록체인 토큰을 교환하는 플랫폼 '덱시오스'이다. 사실 조 대표는 창업하기 전 다양한 경험을 했다. 대학생 때 물류 스타트업에서 영업사원으로도 일했고, 졸업후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4년간 재직하면서 항상 스타트업 관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Q. 창업 전 어떤 경험을 가장 추천하나요?
A.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려면 스타트업만의 '관점'이란 것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사안을 접하더라도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의 눈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 눈을 갖추려면 창업 전 스타트업 경험을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 막상 바깥으로 나오면 생각처럼 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말은 좋습니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리스크는 줄일수록 좋아요. 창업 전 많은 경험을 하고, 반드시 사업 아이템을 검증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32쪽)


학생독립만세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과외를 받고, 나중에 벌어서 갚는 방식이 있다면 학생들의 입장에서 독립심을 키울 수 좋은 교육 방식일 것이다. 스타트업 '학생독립만세'는 고등학생 과외 시장에서 후불제를 도입, 돌풍을 일으켰다. 연세대학교 출신 두 명의 대표(장윤석, 박준우)가 괴외 경험을 살려 회사를 공동창업했다.

이런 과외 시스템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다. 과외비의 10~20%만 납부하고 나머지 잔액은 지불유예했다가 입시 후 1년 내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입시가 끝난 후 돈으로 갚지 않고 대학생으로 과외로 상환할 수도 있다. 과외비의 계산과 지급 관리는 '학생독립만세'가 전적으로 수행한다. 현재 이 회사는 후불제 과외의 성공에 이어 후불제 취업교육 시장을 새로 개척하고 있다. 이들의 후불제 시스템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몽가타

어머니의 불편함을 도와주려는 효심이 다니던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제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바운서' 침대를 만든 정태현 대표이다. 그의 어머니는 불면증으로 늘 고생하고 있었다. 그는 심장박동수가 낮아져야 깊은 잠을 잘 수 있음에 착안, 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어 주는 침대를 개발코자 했다.

그는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벤처경영을 전공하던 중 불면증을 치유할 수 있는 움직임과 진동이 가능한 침대를 개발하고자 대학 3학년(2014년) 때 사업화를 결심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지도교수는 그의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해 서울 신촌 캠퍼스로 옮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신촌에서 창업 동아리에 가입,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나섰지만 침대를 이동하는 모터의 소리가 의외로 큰 탓에 첫 시제품은 실패였다. 일반인이 거의 느끼지 못하는 소음 수준이 목표였다. 모터 또한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자체 개발했다. 마침내 아이디어를 낸 후 4년 만에 성공적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고,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량 200대를 돌파했다.




핏펫

코로나 19로 인해 현재 진단 키트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제,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집에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잘 안다.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말이다. 그래서, 이런 점에 착안하여 싸고 간편하게 동물을 검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핏펫의 고정욱 대표이다.

진단 키트 '어헤드'를 개발했는데, 이는 반려동물의 소변만으로 어디가 아픈지를 검사할 수 있는 진단 키트이다. 비용은 1만 원 중반에 불과하므로 동물 병원에서의 수십만 원 검사비용에 비하면 정말 경제적이다. 이 키트는 병을 고치는 도구는 아니고, 동물병원에 데라고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기구이다.

제품 출시 20개월 정도 된 2020년 2월 기준으로 누적 매출액이 100억 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했으며, 아마존에 입전해서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주된 구매층은 젊은 여성들(20~30대)로 93% 정도를 점하고 있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로 가장 높게 나타난다. 고 대표는 밤새 낑낑대던 반려견 '제롬이'의 요로결석 판정을 동물 병원에서 받고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제품 개발의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가 보다.




빈토리오

와인은 사실 서양의 술이었는데, 이젠 우리들에게도 널리 보급되어 익숙한 주류가 되었다. 와인 에어레이터라는 제품을 한국 청년이 개발하여 미국 특허를 취득, 5년 째 판매순위 1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린 지금껏 잘 모르고 지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제품은 외국에서 더욱 유명한데, 아마존에서만 30만 개 가량 팔리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빈토리오의 민병은 대표가 발명한 것이다.

이 장치는 와인을 잘 따르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와인에 공기를 주입시켜 와인의 맛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빈토리오 에어레이터'는 과학적인 제품이다. 아무리 좋은 와인일지라도 알코올의 톡 쏘는 느낌은 피할 수 없다. 종류에 따라 떪은 맛이 매우 강한 것도 있다. 와인은 공기와 만나면 쓰거나 떫은 맛이 완화된다.

부모님 사업 때문에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민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영주권과 시민권이 있음에도 그는 공군통역장교로 군대를 다녀왔다. 군대 생활 동안 일과 후 남는 시간을 마케팅 등 경영 관련 도서와 기업 뉴스 등에 할애했다. 자연스레 꼭 사업을 해보겠다는 다짐이 생겼던 것이다.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그는 해외 마케팅사업부에 배치되어 해외 수중에 참여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만의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회사를 나와 다른일에 도전했다. 처음엔 '게임'이었다. 개발자를 고용,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3개 출시해서 돈을 좀 벌었다. 게임 앱은 소위 레드 오션이다.

이후 다른 것을 찾기 위해 그는 아마존 덕후가 되어 이것저것 많은 아이템을 관찰하다가 마침내 와인 에어레이터에 꽂혔다. 평소 술을 즐기는 애주가 타입인지라 쉽게 관심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비슷한 제품을 모두 구입해서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제품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이후 보완한 제품의 도면을 만들어 공장에 보내어 시제품을 만들어 사용해보고 업그레이드 해나갔다. 완성품을 만드는데 꼬박 4개월이 걸렸다. 필요한 모든 일을 혼자 수행했던 그는 "매일 해도 괜찮은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핀즐

젊은 세대들은 집 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이전 세대에 비해 크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런 기호는 더욱 커졌다. 특히, 집에 명화 복사본 한 점이라도 액자에 걸어두고 오랫동안 감상하려는 욕구가 있다. 이런 수요에 발맞추어 관련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핀즐도 그런 회사 중 하나다. '핀즐'은 독일말로 '화풍'이란 뜻이다. 이 회사의 영업은 한 달에 1만 5천 원을 납부하면, 매달 한 장씩 새로운 그림을 배송해준다. 고객은 액자에 그림을 교체하고 지난 그림은 보관하면 된다. 작품 소개 브로셔를 함께 동봉하므로 그림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쉽게 높힐 수가 있다.

이 회사의 진준화 대표는 아무리 보기 좋은 떡도 자주 보다 보면 흥미가 서서히 반감되기 마련인 점에 주목, 질리기 쉬운 그림을 자주 바꿔줄 수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이런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2010년) 신생 스포츠마케팅 회사 '브리온'의 초기 멤버로 합류한 그는 스포츠 관련 신사업 개발을 담당했었다. 2015년 결혼해서 신혼집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그림이 좋은 것은 비싸고 마땅한 게 없어 고민하다가 '좋은 그림으로 계속 바꿔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어 바로 핀즐을 창업했던 것이다.




딕션

딕션은 청각장애인의 발음 연습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바름'을 서비스한다. 이 회사의 전성국 대표 또한 청각장애인이다. 과부 심정 홀아비가 안다는 말처럼, 그는 스스로 불편한 점을 잘 알기에 이를 해결코자 창업에까지 이어졌다. 그는 사회적 기업에 기대려고 애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객 1억 명의 시장을 노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청각장애인은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올바르게 발음하지 못한다.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에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보이는 '국물'을 '궁물'로 발음한다. 이에 '바름'은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기술로 청각장애인이 올바르게 발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맛있게 먹었어'를 '마시께 머거써'라는 발음으로 표시된다.

한국의 청각장애인은 32만 명에 이른다. 전 대표의 1차 타깃은 5%인 1만 6천 명이다. 또 전세계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1억 명에 이른다. 시장 규모는 3조 원에 달한다. 진짜 시장은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인 셈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재능을 살려 스타트업에서 승부를 걸어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는 " 어차피 할 창업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조언한다.





스타트업의 무기는 바로 아이디어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회사의 부품처럼 대접받는다고 불평을 한다. 그래서 이를 박차고 회사를 사직하고 창업한다. 이런 회사원과 졸업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창업한 학생이 수백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들이 있을테지만 뭐니뭐니해도 바로 '아이디어'인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40개 스타트업의 창업 스토리에서 유익한 통찰을 얻기를 바란다.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준비 중인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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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역사 깊은 이야기 : 한국사편 - 영화로 한국사를 엿보다
이영춘.이승엽 지음 / 율도국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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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에서 선정한 21편의 영화는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들이다. 영화의 특성상 많은 부분에서 가상으로 포장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포장지를 하나 하나 벗기다 보면 역사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이 포장지를 벗기다 보면 우리 역사 속 깊은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 있다. - '서문' 중에서

21편의 영화로 한국사를 재음미하다

책의 저자 이영춘은 Vita Activa!(행동하는 삶)를 꿈꾸는 대한민국 역사교사다. 평소 역사를 다양한 요소들의 '만남'으로 생각해 왔다.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2016년부터 여러 중고등학교와 세종시교육청, 부천교육청, 전북교육청 등에서 교육과 수업성찰에 관한 주제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자료 개발과 관련하여 경기도교육자료전 입상과 교육감 표창, 특성화/마이스터고 프로젝트 수업 혁신팀, 금성출판사 교사 자료집 개발, 온라인 한국사 교과 교사, 비상교과서 모니터링단, EBS 세계사 수능특강 검토, 수업코칭연구소 연구위원, 배움두레 교사 디자인 연구회 대표, 경기도교육연수원 원격연수 콘텐츠 개발 내용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원격연수로는 경기도교육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영화 속 한국사 엿보기'가 있으며, 저서로는 교사들의 성장을 위한 수업나눔, 공동체 운영, 수업 노하우를 주제로 한 <배움두레의 초대장 공·강>(공저, 2018)이 있다.


공저자 이승엽은 2013년부터 교직에 발을 딛고 있는 평범한 교사이다. 현재 시흥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역사 영상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면 질 높은 수업이 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고 있다. 많은 역사 영화를 접하면서 그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 보고 싶은 찰나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역사 수업과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역사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이 역사를 교훈과 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2016학년도 EBS 수능특강 한국사 온라인 검토위원, 배움두레 교사 디자인 연구회 연구위원, 2019년 경기도교육연수원 원격 직무연수 콘텐츠 개발 내용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원격연수로는 경기도교육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영화 속 한국사 엿보기'가 있다.

역사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영화 속의 역사도 결국 영화 감독이 보는 역사를 재해석하여 만든 이야기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너무 다르면 왜곡되었다는 평을 받을 것이고 큰 차이가 없다면 교과서적이라고 평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은 영화감독이 해석한 역사를 진실과 허구의 관점으로 현직 역사교사가 파헤쳤다는데 의의가 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 21편의 역사 소재 영화가 소개된다. 1장에선 <안시성>, <황산벌>, <평양성> 등 3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안시성의 경우 7세기의 고구려가 중국 당나라와의 전투 장면을 소환한다. 당시의 동북아 세력다툼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연개소문과 안시성 양만춘 성주와의 다툼은 진실일까라는 사실이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영화와 드라마는 대부분 허구적인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3장에선 <관상>과 <왕의 남자>가 소개된다. 영화 <관상>은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유명 대사를 남기기도 했는데, 한 관상가의 삶을 통해 조선 왕실의 비극적 역사 중 하나인 계유정난이 소재가 되었다. 영화 속 관상가는 역사의 실존인물인 맹인 점술가 지화를 모티브로 창조된 인물이다. 지화는 태종, 세종, 그리고 단종을 섬긴 점술가였다. 

5장에선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대립군>이라는 영화로 광해군을 소재로 다룬다. 특히,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상상력이 가미된 가상의 역사가 등장한다. 영화이므로 이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왕의 도플갱어가 나타나 벌어지는 일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결코 아니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에다 상상력 내지는 가정법을 도입하면 흥미로운 역사로 탄생할 수 있다. 

이밖에도 책엔 <쌍화점>, <명량>, <남한산성>, <명당>, <군함도> 등이 소개된다. 영화 제작의 기본 출발점은 '만약에'이다. 기존 책에 없는 이러한 다양한 테마가 영화 속의 역사를 바라보는 창의적인 생각인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당대의 주류의 해석에 편승하는 것이 무난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음을 전하는 것 같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이 중 영화 <관상>의 인상적인 장면을 소개하면서 서평에 갈음하려고 한다.




관상을 잘 본다고 소문난 김내경(송강호), 그는 몰락한 양반이다.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한양의 유명 기생 연홍(김혜수)이 산골벽지까지 찾아와 돈벌이를 같이 해보자고 동업을 제안한다. 당시의 권력가는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던 좌의정 김종서(백윤식)였는데, 그는 수양대군(이정재)의 야심을 간파하고 문종에게 김내경을 소개, 수양의 관상을 보도록 한다.

하지만, 김내경은 이미 한명회와 수양대군의 계략에 빠져 수양대군을 야심이 전혀 없는 인물로 문종에 보고한다. 이 오판은 조선 역사에 계유정난이라는 성공적인 쿠데타를 초래하고 만다. 만약 김내경이 수양대군의 회유에 빠지지 않고 관상을 제대로 보고했다면 역사의 흐름은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단종실록에 따르면, 맹인 점술가 지화는 왕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 예언함으로써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화는 안평대군을 왕으로 지목했으며, 실제로 안평대군의 세력이 날로 커져 갔다고 한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이가 바로 수양대군이었으니 안평과 수양의 대립은 극심했다. 영화에는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갈등구조로 그리고 있지만, 실제론 안평과 수양의 갈등이 더욱 심했던 것이다. 

세종대왕의 자손
(부인 6명에 18남 4녀. 정실인 소현왕후는 8남을 낳았다)

첫째, 문종(5대 왕)
둘째, 수양대군(7대 세조)~ 무예, 천문, 수학, 음악, 풍수 점 등에 탁월
셋째, 안평대군~ 서예, 시문, 그림에 능했다. 조선 4대 명필 중 한 명.

문신임에도 세종의 명을 받들어 조선의 북방에 4군과 6진을 개척한 김종서의 관상을 보고 김내경은 '호랑이'상이라고 평했다. 그런데 김종서는 실제 호랑이 관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먼저 체격부터가 왜소했기 때문이다. 그런 김종서를 세종은 "유학을 익힌 신하로서 몸집이 작고, 관리로서의 재주는 넉넉하나 무예는 모자라니 장수로서 마땅한 체격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다만 그의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과 불굴의 정신을 높이 사서 6진의 적임자로 내세운 것이다.

김종서의 외모가 비록 호랑이 관상은 아니었지만, 그의 삶은 호랑이 관상이었다. 타협을 모르는 원칙주의자였다. 세종의 장자인 문종은 이른바 엄친아로 문무를 겸비한 왕이었지만 몸이 좋지 않았기에 39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그랬기에 동생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왕위에 대한 욕심을 가졌을 법하다. 그리고 이를 모를 문종이 아니었기에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를 고명대신으로 삼아 어린 아들 단종의 보필을 당부했던 것이다. 

영화에서의 묘사와는 달리 실제로 김종서는 수양대군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했다면 원칙주의자인 그가 마땅히 수양대군을 처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종서는 자신의 눈으로 수양대군을 평가했던 탓에 마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경우와 같은 그런 불행을 초래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김종서의 판단 오류는 조선에 피바람을 불러왔다.

기록된 역사는 수양대군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던 김종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승리자의 역사 때문일까? 어쩌면 계유정난과 단종의 역사는 수양대군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편집되고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계유정난은 김종서, 황보인, 안평대군이 모의하여 단종을 축출하려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양대군이 일으킨 것이라는 그럴 듯해 보이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후대의 사학자들은 수양대군이 주도한 정치적 쿠데타였다고 평가한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바로도 영화 속 장면에서 수양대군이 자신의 오랜 소원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했음을 보여준다.


역사에 가정법은 소용이 없다 

만약 왕자의 난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당초 조선을 설계한 삼봉 정도전은 왕권정치가 아닌 신권정치를 꿈꾸었다. 이방원을 지나치게 경계하면서 정도전은 요동 정벌을 주장하며, 왕자와 신하들이 가진 사병 폐지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달리 불안감을 느낀 이방원은 왕자의 난을 일으키고 만다. 이로써 왕권이 강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말았고, 왕의 재능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결정되는 그런 조선의 역사에 우리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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