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쇼퍼 - 읽고 싶어지는 한 줄의 비밀
박용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지금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 과잉의 우너흉(?)은 뉴스입니다. 시도 때도 없습니다. 요즘엔 가짜 뉴스까지 난리입니다. 현기증이 납니다. 우리는 골라 읽어야 합니다. 어떻게 고르냐고요? 제목(헤드라인)을 잘 고르면 됩니다. 좋은 뉴스, 쓸만한 뉴스를 해드라인만으로 판단해서 빛의 속도로 낚아채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 '머리말' 중에서



짧지만 강한 한 줄


책의 저자 박용삼은 카이스트(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1999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신사업 발굴과 기술개발 투자전략, 기업시민을 통한 사회적 가치 구현 등이다.


경영학 이론을 일반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하는 취지에서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신사업의 숨은 함정', '시네마 게임이론', '테드플러스'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으며, 기술전략 분야에서 '신사업 성공을 막는 7가지 바이러스', '왜 좋은 기술이 실패하는가?', '저성장 시대의 맥가이버형 기술개발', 'R&D의 진화, 이제는 X&D 시대' 등의 POSRI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그는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8월 31일까지(2018년 기사도 일부 포함) 종합 일간지와 경제전문지 등에 실린 1년 8개월간의 뉴스들 중 ‘읽고 싶어지는’ 헤드라인을 가진 기사 70개를 추렸다. 이를 필터(5F), 유쾌(Funny), 유익(Fruitful), 참신(Fresh), 궁금(Foggy), 심오(Far-sighted)로 분류, 다섯 개장으로 구성했다.


 


먼저 헤드라인이 괜찮다고 생각한 이유를 밝히고, 해당 기사를 ‘사연인즉슨’이라 이름 붙여 소개했다. 다음으로 왜 그 헤드라인이 임팩트가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스치는 생각’에 적었다. 마지막으로 같은 소재를 가지고 언론사마다 어떤 헤드라인을 뽑았는지를 ‘같은 재료, 다른 레시피’에서 살펴보았다. 


그렇다고 헤드라인의 우열을 판별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헤드라인을 살펴봄으로써 헤드라인 쇼퍼에게는 헤드라인만으로 영양가 있는 뉴스를 선별하는 안목과 센스를, 헤드라이너에게는 헤드라인 쇼퍼들의 눈높이와 취향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를 제공하려는 취지이다. 자, 흥미로운 헤드라인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불만 없어요, 우리집 부엌


집에서 가장 소중한 공간은 어디일까? 아마도 방일 것이다. 예전엔 무늬가 화려한 커다란 자개장롱을 비치해야 하므로 '안방'의 크기가 중요했다. 이후 아파트 문화로 인해 '거실'이 이런 방의 지위를 물려받았다. 대형 TV와 고가의 대형 소파가 놓여야 비로소 남 보기에 좋은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자리를 '부엌'이 차지했다. 방이야 잠만 자면 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도 충분한데, 굳이 대형 TV를 거실에 둘 이유가 희석되었기 때문이다. 넓은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이라면 가족들이 충분히 둘러앉아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헤드라인의 표현은 부엌에 대한 '불만(不滿)'이 아니라 '불(火)'만 없다 뿐이지 있을 건 다 있고 요리하는 데 아무 지장 없다는 내용이다. 우리말 단어에는 한자가 엄청 많다. 이건 자존심 따위와는 상관없다. 한자 문화권이었기에 한자 단어와 순우리말이 융합되어 지금의 우리말이 되었을 뿐이다. 이처럼 한자와 한글의 미묘한 차이를 잘 살리면 헤드라인이 유쾌해진다.


"안돼요, 느려요, 끊겨요"


이 풍경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현장에서의 '아우성'이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유치환 시인의 <깃발>에 나오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느닷없이 소환된 셈이다. 온라인 수업이 당연히 필요한 시대의 소명이지만, 준비가 부족한 탓에 원격 수업이 장애로 말미암아 난리 브루스였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안돼요 왜 이래요 묻지 말아요/ 더 이상 내게 원하시면 안돼요


이는 혜성같이 등장한 신세대 트롯 가수 장윤정<어머나>(2004년)의 노랫말 중 일부이다. 헤드라인은 장윤정의 노래를 소환하면서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수업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생생하게 알려준다. 그렇다. 잘 만든 헤드라인이 가진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이참에 우리나라 교육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에서도 매년 스티브 잡스 열 명씩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전세계에 울려퍼지듯, K에듀도 전 세계에 전파되면 관련 시스템이나 솔루션도 수출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이미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으니 콘텐츠만 보강하면 된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계속 붙잡아 둘 고품질 콘텐츠가 필요하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지상정. 이걸 해결하는 게 관건일 것이다.


씁쓸한 '1코노미' 확산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이E'는 뜻과는 상관없이 숫자 '2'로 해석했다. 그런데, 이 헤드라인이 어필하는 바는 '앞으론 2대신 1'이라며 신조어 '1코노미'를 만들어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말로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1코노미'도 언어의 창조가 아닐까 싶다.


'혼밥', '혼술' 등의 현상은 1인 가구 증가를 상징하는 신조어다. 한국의 전통 가족문화는 '한 지붕 세 가족'이 모여사는 다세대 가족이었지만 경제 환경과 사회 체제의 급변으로 인해 이젠 '솔로족'으로 대표되는 '1인 가구'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51%(2017년)에 달할 정도로 , 중진국 이상의 보편적 현상인 셈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리처드 니스벳 교수<생각의 지도>(2004년)에서 서양은 독립성을 중시하는 반면 동양은 상호의존성을 중시하는 높은 맥락 사회라고 진단했다. 곧 설연휴가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의 명절은 이런 맥락으로 연결되었기에 피곤했던 것이다.  


우리는 결국 호모 솔리타리우스(Homo Solitarius), 즉 외로운 인간이다. 혼자 요리하고, 혼자 식사하는 데도 길들여져야 하지만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데도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들은 사회로부터는 노바디(nobody), 타인에게는 애니바디(anybody)일지라도 스스로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섬바디(somebody)다.


그렇다. 이젠 1코노미의 부상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집단사고에 속박된 일사불란한 사회에서 보헤미안처럼 자기 삶의 이상과 가치를 추구하는 생동감 있는 사회로 변신하는 모양새이다. 참고로 2018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수는 한국에서 994만 명을 기록하며 전 세계 1위였다.


기생충, 세계영화사의 선線을 넘다


<살인의 추억>(2003년)이란 영화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봉준호 영화감독은 십년이 지나 <설국열차>(2013년)로 해외팬들로부터의 찬사와 함께 '덕후'까지 탄생될 정도로 명감독 반열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기생충>(2020년)으로 만루 홈런을 치고 말았다. 이를 한겨레신문의 헤드라인은 '세계영화사의 선을 넘다'라고 표현했다. 비영어권 영화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 4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올렸기 때문이다.  


'선線을 넘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한계나 한도를 넘다'이다. 우리 사회엔 너무 많은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마치 첩보영화에 나오는 적외선 레이저 그물망 같다. 이 중 어떤 선은 스치기만 해도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는다'. 어떤 선 앞에서는 '알아서 기어야 한다'. 선이 몇 개나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숙고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기태(송강호 분)는 왜 매너 있는 박사장(이선균 분)을 죽여야 했을까? 영화는 늘 그렇듯 스스로 답하진 않는다. 답은 오직 관객들의 몫이다. 예상해 보건대 선을 넘어선 탓이 아닐까? 이미 우리들이 알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선은 단호하고 상대적이다. 


즉, 이쪽에서 '넘어가도' 안 되지만, 저쪽에서 '넘어 들어와도' 안 되는 게 바로 선線이다. 예를 들어, 일과 후 회식자리라고 해서 부하가 상사에게 막 대하거나 상사가 부하들만 즐기는 노래방에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기생충>으로 돌아가보자. 파티 장면에서 쓰러진 근세(박명훈 분)에게서 풍기는 냄새에 얼굴을 찌푸린 박사장의 행동을 기태는 선을 넘은 무례함으로 받아들이 건 아니었을까?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평상시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이 영화를 통해서 더 잘 보일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는 삶의 거울이다. 





헤드라인 쇼퍼, 현대인의 숙명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말이 있다. 용의 그림에 눈동자를 그려넣음으로써 최후의 중요한 부분을 마친 것을 의미한다. 비로소 용의 모습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헤드라인의 소비자이므로, 헤드라인을 어떻게 뽑았는지에 따라 이 콘텐츠의 소비를 결정하게 된다. 용의 눈동자를 제대로 찍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한 줄의 엄청난 힘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길 강력히 권한다.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도 시대 일본에서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사람은 농민입니다. 그렇기에 에도 시대 일본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이들 농민이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일생의 사이클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2권에서는 역사인구학과 고문서학의 성과를 이용해서 농만이 주인공인 글을 쓰려 했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과연 에도 시대는 일본의 진보기였던가?


책의 저자 김시덕은 1975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국문학 연구자료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HK 교수로 재직 중이다. 16~20세기 동부 유라시아 지역의 전쟁사가 주 연구 분야로, 특히 임진왜란을 조선.명.일본 간 국제 전쟁으로 바라보는 작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문헌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 전쟁이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력을 살피고 역사의 흐름을 추적해왔다.


그는 이책에서 피지배계급이자 경제적 약자인 에도 시대의 농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병으로 아팠을 때 어떻게 병을 치유했는지, 과거 제도가 없던 시절에 어떻게 입신양명의 길을 찾앗는지를 다루고 잇다. 한편, 이 책의 부제는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로 명명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네델란드에서 건너온 '난의학蘭醫學'이 에도 시대의 일본 의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않다. 물론 에도 시대 일본인이 지적호기심을 자극하긴 했지만, 의료상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센고쿠 시대戰國時代(15세기 중반~16세기 후반)에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사람들이 일본에 건너와 베풀었던 의료 활동과 비교한다면 난의학은 오히려 퇴보였다는 지적이다.


 



에도 시대 일본을 조선과 비교하면서 일본이 난학을 통해 조선보다 빠르게 근대화되었다며 높이 평가하는 한국 내의 일부 경향이 있다. 당연히 일본 안에도 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지역처럼 유럽의 식민지가 되거나 조선과 대청제국처럼 유럽발發의 정보에 둔감하지 않았고, 난학을 통해 유럽과 교류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에도 시대 일본은 이미 그때부터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우월했다는 논리이다. 이런 우월함이 메이지 유신 이후에도 이어져서 일본은 비유럽 국가들 중 유일하게 열강列强이 되었다는 주장이 이에 뒤따른다.


난의학도 마찬가지다. 해부학 서적을 번역해서 새로운 세계관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해부와 외과 수술이 활발해질 수는 없다. 즉, 추상적 차원에서는 대항해 시대부터 시작된 중화 중심적 세계관에서의 탈피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만인에게 큰 혜택을 주기에는 물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해부와 외과 수술에는 해부 기술과 도구, 약품 등이 필요하다. 데지마에는 네덜란드인 의사가 있어서 외과 수술을 집도했고 일부 일본인 통역관에게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지만, 이는 체계적인 의학 수업과는 거리가 멀었고, 데지마에 드나들 수 있는 일본인의 인원수에도 제한이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


사실 이 시기는 쇄국정치를 시행함으로써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 여러 면에서 퇴보기였는데, 17~18세기에 걸쳐 약 2백년 간 이어졌으며 네델란드가 전해주는 부분적인 정보에만 의존했다. 18세기 말, 러시아가 구릴 열도와 홋카이도에서 일본과 접촉하면서 비로소 일본은 유럽 세계의 정보를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등과 접촉할 수 있게 되면서 네델란드 독주가 마감되었다.


난학 성취의 과대평가


너무나도 좁은 세계관을 견지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서 일본은 서방 선진국 대열과 같은 위치에 오르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한마디로 퇴보의 시대였다. 중화 사상에 빠져 이를 견지하고 있는 중국의 세계관이 글로벌 세계관이 되지 못한 이유와 유사하다. 어쩌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결코 글로벌 세계관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피지배민들의 생존권


에도 시대의 지배층은 피지배민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래서 원양 항해용 선박의 제작도 금지되었다. 피지배민들은 일방적으로 착취당했던 것이다. 지배집단 내부에 회자되던 말이 "농민과 참기름은 짜면 짤수록 더 나온다"였다. 이들이 피지배민을 얼마나 수탈했는지를 문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너무 배부르면 농사일을 싫어하게 되고, 농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곤궁해지면 흩어진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님께서는 향촌의 농민들이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도록 주의해서 쌀을 잘 바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 '승평야화昇平夜話' 중에서    


무사 집단은 거칠 것 없이 수탈을 시작했다. 이들의 수탈은 주로 농촌으로 향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거점인 3대 도시 에도, 오사, 교토나 각 번의 중심 도시에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정책을 펼쳤고, 기근 때도 도시민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정책을 베풀었다. 반면,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평상시에도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만을 남기고 모두 세금으로 바쳐야 했기에 쌀을 비축해둘 여유가 많지 않았다. 


일본의 에도 시대 미화


일본은 앞서 언급한 3대 도시의 경제적 융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런 경향이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에도 시대가 결코 장밋빛으로 물든 그런 사회가 아니라 소도시와 농촌에서 무자비한 착취가 자행되었기에 이같은 어두움에서 벗어나고자 피지배민들은 처절한 노력을 했던 그런 사회였던 것이다.


소위 지식인들은 일본에 수입된 네델란드 책자와 약품 등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려고 노력했다고 보여진다. 1774년에 출판된 <해체신서>는 유럽 해부학 도서 중 최초로 일본말로 번역되었다. 이에 따라 에도 시대 일본인들은 한의학 이외에 유럽 의학을 세로운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게 되었던 셈이다.


과거 백수십 년 동안 일본과 서구권의 학자들은 <해체신서>의 번역 출판과 지볼트의 활동에서 난학이 탄생했고, 난학으로부터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었다고 간주해왔다. 난학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한국에도 소개되어, 일본이 한반도나 중화권보다 앞서 근대화에 성공하고 제국주의 열강이 되었다는 주장이었다.




난학의 핵심은 병의 치유이자 한계 


그렇다. 난의학의 중요성을 부정해선 안 되겠지만 사실 일본이 처음 접한 유럽 지식은 네덜란드가 아니라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을 통해 유입됐다. 이 국가들과 일본의 국교가 단절된 뒤, 신규로 소개된 난의학은 기존의 한의학을 배척하거나 소멸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한의학과 공존했다. 


한편, 네델란드뿐 아니라 러시아도 에도 시대 일본에 큰 영향을 준 유럽 국가였다. 난학만을 절대시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전체적 맥락 속에 네덜란드와 난학을 놓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두루 고찰함으로써 에도 시대와 그 후의 일본 사회에 미친 난학의 진정한 영향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본 서평은 네이버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cafe.naver.com/booheong/1987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가 급등 사유 없음 - 세력의 주가급등 패턴을 찾는 공시 매뉴얼
장지웅 지음 / (주)이상미디랩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술적 분석과 차트를 통해 주가 부양 세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개인 투자자가 정말 많다. 언젠가 주식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세력이 들어가 있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의 차트를 소개했다. 그리고 세력주를 찾아내서 매수 타점을 잡아보는 문제를 드렸다. 그날 강의에 참석한 약 150명 중 세력주를 찾아낸 분은 5명이었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보니 차트상 오랜 기간 횡보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분이 3명, 이평선이 정배열로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답한 분이 2명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주가급등 패턴을 찾아라



이 책의 저자 장지웅은 15년간 다수의 상장사와 자산운용사, 창업투자회사, 벤처캐피털 등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실무와 운영을 모두 거쳤다. 현장에서 M&A 전 과정을 꼼꼼하게 총괄해왔기에 기업 CEO가 믿고 맡기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M&A 업계를 떠난 후 맥킨지, 베인 앤드 컴퍼니,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삼일 PwC, JP모건, HSBC 코리아 등 세계적인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에 자문을 제공했고 동시에 이상투자자문사의 사외이사, 주식교육 전문 채널 이상스쿨의 대표강사, 미디어 커머스 기업 이상미디랩의 대표, 이상투자그룹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차트에만 의존하며 세력주를 쫓다가 오히려 세력들에게 되치기 당해 낭패를 입는 많은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력들의 급등주 패턴을 어떻게 해야 알아챌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주된 관심사항이자 바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공시를 봐야 알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세력'의 의미는 일차원적인 용어가 아니다. 즉 우리들이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소위 '어둠의 세력'인 주가조작 작전 참여자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다양한 참여자들인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연기금, 개인 투자자, M&A 주체, 특수관계인 등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


여기서 나의 상장회사 임원시절을 소개해본다. 재무를 총괄하던 나는 회사의 유상증자 계획을 수립하고 자금조달 규모를 책정했다. 통상 증자를 공시하고 나면 주가가 스멀스멀 하향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이론 권리락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여기엔 다양한 팩터들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자 권리부 시세에서 매도를 원하고, 또 누군가는 저점에서 매수하여 권리까지 취득한 후 향후 주가 상승시 더 큰 수익을 누리기를 원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히게 마련이다.


반면, 증자를 실행하는 회사의 입장은 어떨지를 잠시 생각해 보자. 그렇다. 회사는 자금유입의 극대화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바로 '주가관리'이다. 증자후 유입된 자금으로 회사의 미래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걸 투자자들에게 홍보해야 할 것이며, 또 시장에 개입해서 최소한의 악성 물량들은 매수함으로써 주가의 급락을 방어해야 한다. 이를 증권거래법에선 '불공정거래'라고 트집 잡는다. 나 역시 검찰에 불려 갔다. 담당 검사에게 내가 한 말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자는 모두 나름의 작전을 한다. 작전이 아닌 주식은 이 세상에 없다"였다. 괘심죄에 걸려 '파면'을 권고받기도 했었다.


현재의 주식시장 분위기는 '과열'이라고 매스컴에선 떠든다. 얼마 전 잔고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증권사 객장에 들렀다가 붐비는 사람들로 인해 평소에 비해 장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과열 상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 증권 기관, 언론 등이 연일 '과열'을 쏟아내는 것은 주가 폭락시에 입게 될 투자자들의 재산보호라는 측면에서의 선제적 조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반면에 투자자들은 잘 올라가는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초를 치느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이 바로 '세력'인 것이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일부 투자자들은 세력에 대해선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주가는 주식의 내재가치에 자연스레 회귀되므로 저가(저평가)에 매수해서 고가(고평가)에 매도하면 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세력의 작전만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계속 컨트롤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즉 가치투자자든 세력이든 간에 모두 '저가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차트는 세력의 발자국


기술적분석을 신봉하는 투자자들은 주가차트에 매달린다. 이동평균선의 정배열 여부, 거래량 봉차트, 심지어 캔들의 모양 등까지 연구한다. 이를테면 '예쁜 차트'를 찾는 여정을 떠난다. 반면에, 소개하려는 '투자의 귀재'는 하루종일 콜라1병에 관심기업의 보고서를 정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워렌 버핏'이다. 이를 한국증시에 해석하자면 그는 해당기업의 '공시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분석하는 게 하루 일과라는 말이 된다.


차트란 역사적인 주가 흐름, 즉 지나간 주가를 선으로 연결해주는 도표이다. 바둑으로 말하자면 '복기復棋'인 셈이다. 그렇게 바둑돌을 놓지 않았다면 다른 형태의 행마行馬가 가능하므로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해보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주식투자는 과거지향적이지 않다. 오히려 미래지향적이다. 미래의 가치를 발굴할 수 없다면 쉽게 주식투자에 나서면 안 된다. 따라서, 저자 또한 차트에다 반드시 '기업 공시'를 병행해서 공부해야함을 강조한다.



M&A를 눈여겨보라


과거 주가 조작꾼들은 대주주에게 접근하여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했다. 욕심이 과한 대주주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한다고 계약까지 체결해주니 가만히 앉아서 돈도 벌고 회사 주가도 상승하는 좋은 일이라고 여겼다. 이는 바로 세력의 유통주식수 잠금이 목적이었다. 유통주식수가 적어야 적은 돈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가를 쉽게 부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요즈음은 기업의 M&A 재료를 이용한다. 세력들에게 유용한 수단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시가총액을 늘려주고, 둘째는 주가를 올려주기 때문이다. 대개는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것과 주가 부양을 동일한 의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세력의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전략이며 그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시가총액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중기적인 시야로 접근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것은 사업과 상관없이 이벤트라고 말할 수 있는 '단발성 호재'로도 순간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시총을 늘려려면 사업성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평가까지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관련 일들이 다양하고 많다. 반면에 주가 부양은 '호재성 재료'와 '호가 관리'에 의한 기술적 조치로 쉽게 달성 가능하다. 




세력이 실패하는 6가지 사례


1. 기존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실권주를 내놓지 않는 경우

2.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있을 때

3. 시장 상황

4. 인수자가 약속 이행을 못 하는 경우

5. CB, BW, 유상증자 등의 참여자 지분을 내놓지 않을 경우

6. 유상증자 참여로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약속한 후, 이를 어길 경우



주가 급등 사유 없음


특정 종목의 시세가 급등할 경우 거래소는 이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다. 즉 스스로 기업이 그 이유를 밝히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투자심리의 과열로 갑자기 상한가를 치는 경우나 세력이 개입해서 폭등한 경우에 해당 기업은 이에 대해 상투적인 공시를 발표한다. "주가 급등 사유에 대해서 우리는 모른다"


종종 시중에 떠도는 풍문으로 인해 주가에 영향을 주는 일이 발생할 때에도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한다. 이럴 때에도 누가 이를 시시콜콜하게 발표하겠는가? 당연히 시치미를 떼고서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음"이라고 회신할 뿐이다.


그럼에도 특정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 투자자의 입장에선 그 이유가 분명 궁금해진다. 물론 특정 테마나 재료에 의거해 급등할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밖에서 바라본 결과론적 해석인 것이다. 세력의 입장에선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된 일의 결과이므로 당연히 오리발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굳이 그 이유를 말하자면 '탐욕의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세력과의 인터뷰


"내가 왜 이러고 살았지?"


세력의 성공확률은 15%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과연 평범한 일상을 보낼까? 실제로 M&A 시장에 활동하는 브로커는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태반이다. 이들은 한탕으로 자신의 삶을 바꿔보려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영화 같은 삶은 잘 이루어지질 않는다. 성과를 거두려면 시간과 돈, 그리고 인맥 등 많은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실행력이 가당치나 하겠는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허세만 남는다. 저자는 실제로 이런 삶을 산 '정프로'를 소개한다.  


정프로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기존 임원진에 대한 고소와 고발을 가장 먼저 이행했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리 했다. 새 집을 차지했으니 자신만의 가구 배치를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일로 징역을 살게 된 사람이 늘어갔다. 어느날 그는 이 일에 피로감을 느껴 검찰조사가 지겨워졌다. 이에 대충 대응하고 말았다.


일이 갑자기 꼬이면서 그는 긴급 체포되고 말았다. 사건은 무죄로 마무리되었지만 약 8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것이다. 검찰이 징역 15년에 추징금 300억 원을 구형할 만큼 검사 측은 유죄 확신이 강했다고 한다. 그때 정프로는 자신이 하던 일과 살아온 삶에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구치소로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를 보는 순간, 이건 몹쓸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은 단순히 짜증스러운 일에 불과했지만, 구치소의 차가운 건물에 들어선 어머니의 표정은 그에게 가혹한 판결문이었다. 앞으로 더 이상 M&A 세력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판결인 셈이었다. 정프로는 그제야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무죄로 풀려난 그에게 함께 일했던 윤회장은 당시 40억 원을 호가하는 삼청동 빌라를 제공하며 합류를 권유했지만 그에게 더 이상 돈은 어머니의 판결문과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언어로 공시를 읽어라


전 세계 금융시장은 위기와 상관없이 자금력을 지닌 주체에 의해서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주식 시장 역시 자금력을 지닌 주체, 즉 세력의 의도에 따라서 종목들은 방향성을 가질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공시 해석에 포인트를 두지 않고, 자금의 주체인 세력과 그들의 의도를 읽어내는 시야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는 '그들이 소통하는 공시를 그들의 언어로 읽어내야 돈의 방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경제책
박병률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저자 박병률은 공학을 전공한 경제부 기자로, 정치부를 거쳐 경제부에 안착했다. 영화와 문학, 뮤지컬을 좋아해 이를 경제와 접목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1999년 부산 <국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2008년 <경향신문>으로 옮겼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증권사 등 여의도 금융권에 출입했으며, 저서로 <재밌어서 술술 읽히는 경제 교양 수업>, <경제를 모르는 그대에게>, < 경제학자의 영화관>, <경제학자의 문학살롱>, <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영화 속 경제학> 등이 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환율과 금리에 관한 질문이다. 원화 약세와 강세의 개념, 환율과 주가의 움직임, 금리와 채권과의 관계, 마이너스 금리 등을 담았다. 2장은 주식에 대한 질문들인데 배당락일, 공매도의 원리, 네 마녀의 날의 영향, 자사주매입 효과 등을 설명한다. 


3장은 주식 외 자산 만들기에 대한 것으로 현금결제와 카드결제 중 무엇이 더 유리한지, 마이너스 통장은 신용대출보다 나쁜 것인지, 건폐율과 용적율의 차이 등을 담았다. 4장은 성장률 전망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국가부채가 240%가 넘어도 일본은 왜 안 망하는지, 외환보유액은 무작정 늘리는 게 좋은지 등이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선 주제어를 정하고, 그와 연관되는 경제용어를 설명한다.






원화강세의 의미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는 말은 한국 돈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수요공급 법칙에서 보듯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한국 돈을 가지려는 사람이 많아질 때는 언제일까? 그렇다. 한국 경제가 강할 때이다. 즉 경제성장률이 높거나 수출이 잘될 때를 말한다. 한국 경제가 잘되면 투자하고 싶은 사람도 많아진다.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원화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원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많이 미친다. 글로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단 몇 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전쟁이 나서 초토화가 될 수 있는 곳에 굳이 투자할 이유는 없다. 투자할 만한 나라는 세상에 널렸으니까. 그래서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박소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선진국 시장과 비교하면 42%, 신흥국 시장과 비교하면 26% 저평가받고 있다" 



제로금리


금리가 0%라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은행에 저축을 해도 이자를 안 준다는 말이다. 물론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시중은행 금리와는 달라서 기준금리가 0%일지라도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0%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시중은행 금리는 기준금리와 사실상 연동되기 때문에 0%에 준하는 수준까지 내려갈 수밖에 없다. 


돈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예금금리가 하락하면 저축을 해도 수입이자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예금 대신에 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식시장이 뜨거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으므로 돈을 빌려 투자를 할 방법이 생긴다. '영끌투자'란 신조어가 바로 이런 의미이다.



배당기준일


통상 배당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즉 12월 31일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12월 30일에 폐장을 하기에 12월 30일 이전에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주식은 당일 거래한다고 바로 내 주식이 되는 게 아니다. 


주식을 매입한 뒤 3영업일이 지나야 내 계좌에 보유주식으로 등록된다. 비로소 주주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주식을 샀다면 수요일에야 내 계좌에 주식이 입고된다. 그래야 주주 명부에 내 이름이 올라가고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증권사에 있는 내 돈은 보호되는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계좌에 넣어둔 내 돈(예수금)은 보호되는가? 이 돈은 증권사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증권금융에 맡겨놓는다. 예금자보호는 단지 5천만 원까지만 된다. 다만 선물, 옵션거래 예수금 등 파생상품 투자를 위한 예수금은 증권사가 직접 보관하기 때문에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 



공모주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일반인들로부터 투자금을 받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발행하는데, 이때 발행된 주식을 공모주라고 한다. 최근 1억원을 청약했는데, 1~2주 배정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이 주식은 상장절차를 거친 후 주식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된다. 


공모주를 발행하기 전에는 당해 기업의 경영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를 기업공개(IPO)라고 말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받기 위해서는 청약을 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공모주 청약은 증권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쿼드러플 위칭데이


주가와 관련된 선물과 옵션이 무려 4개나 겹친 날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주식과 선물거래를 해놨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날 주가가 이전 흐름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폭등할 수도, 폭락할 수도 있다. 주식과 선물은 해외투자은행(IB)들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날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사들이거나 내다팔 수도 있다. 


그래서 이날 하루의 움직임을 보고 외국인의 동향을 짐작해서는 위험하다. 주가가 오른다 싶어 급하게 들어갔다가는 다음날 주가가 폭락해 낭패를 보기도 한다. 따라서 주식 고수들도 이날은 주식시장의 흐름을 알기 어렵다고 해서 투자를 쉬는 경우가 많다.


골드뱅킹

은행을 이용한 금 투자 방식이다. 골드뱅킹은 KRX금시장처럼 은행에 방문해 계좌를 틀 필요가 없다. 온라인뱅킹의 상품란에서 바로 선택하면 된다. 골드뱅킹은 외환상품과 매우 유사하다. g으로도, 원화 단위로도 투자할 수 있다. 즉 1g 매입요청을 하면 필요 금액이 화면에 뜬다. 100만 원을 쓰면 매입할 수 있는 금의 양이 뜬다.


기본 단위는 0.01g으로 아주 소액부터 투자할 수 있다. 수수료는 1%로 KRX금시장(0.3%)보다 높다. 또한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15.4%)도 내야 한다. 골드뱅킹도 금을 인출할 수 있다. 이 경우 거래가격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붙는다. 은행 영업점에서 금을 받을 수 있는데 약 1주일이 소요된다. 



스노우볼 효과


작은 눈덩이를 계속 굴리다 보면 산더미처럼 커진다. 처음에는 작았던 자산을 계속 굴리면 크게 되는 것을 '스노우볼 효과'라고 한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스노우볼 효과가 자신의 장기투자 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봤다. 그래서 가급적 투자는 빨리 시작하고, 하루라도 더 오래 투자하라고 했다. 


2008년 출간된 그의 자서전에 <스노우볼>(앨리스 슈뢰더 지음)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삶은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중요한 것은 촉촉한 눈과 아주 높은 언덕을 찾는 것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주 멋진 시적인 표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자의 핵심 철학은 비움입니다.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자의 철학은 현대의 젊은이들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쓸데없는 것들로 내면을 채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본연의 마음과 만나는 비움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나만의 온리원을 발견하라


책의 저자 조희는 인문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이 사는 길을 찾는 인문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이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통찰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의 바다에 빠져든지 수십년, 읽은 책은 만여권에 이르러 더 이상 책장의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비우라'는 장자의 가르침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개개인의 적성과 특성에 맞는 자신만의 유일한 것을 발견해 이를 가꾸라는 것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 100가지의 철학이야기를 소개한다. 책을 통해 세상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할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라는 화두를 던진다. 자, 장자의 철학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꿈속에서 나비가 되다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꿈속에 내가 있었던 것일까"


이 이야기는 장자 철학을 논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호접몽胡蝶夢에 나오는 것이다. 즉 꿈속에서 장자가 나비가 되었는데, 나비가 장자가 된 것인지 아니면 장자 본인이 잠깐 동안 나비가 되었는지 헷갈린다는 그런 내용이다. 장자 철학의 핵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는 바로 '물아일체物我一體'를 뜻하는 것이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한바탕 꿈속에서 노니다가 꿈에서 깨면 남는 것은 허망함이다. 그렇다고 이 꿈이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것은 아니다. 꿈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예를들어, 실제론 왕인 사람이 꿈속에서 거지로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은 현실에선 거지이지만 꿈속에선 왕으로 사는 사람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장자는 이런 꿈을 사례로 들면서 꿈속이 맞는지, 아니면 현실이 맞는지를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묻는게 아니라 오히려 현실은 한바탕 꿈과 같음을 깨달아라고 일갈하는 듯하다. 만약 이를 깨닫는다면 우리들은 현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우리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 인물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다. 과연 그녀는 잘못된 꿈을 꾸었음을 깨달았을까? 권력에 집착하면 잘못된 꿈, 즉 '허망함'의 노예가 되고 만다. 



욕심이 없으면 걱정도 없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스님이 있다. 혜민스님, 그는 '무소유'의 행복을 널리 전파하면서 자신의 책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무소유'를 실천하기는커녕 '풀소유'의삶을 영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당연히 비난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무릇 인간들은 '소유욕'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바로 '인지상정' 아닐까 싶다. 그래서 불가에선 이런 욕구를 절제하라고 가르친다.


오욕칠정五慾七情은 인간들의 기본적 마음일 것이다. 오욕이란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성)욕'을 말하며, 칠정이란 '희노애락오욕喜怒哀樂惡慾'을 가르킨다. 오욕이란 인간의 감각기관인 눈, 귀, 코, 입을 통해 느끼는 원초적 본능이며 이때 생겨나는 감정이 즐겁고 슬프고 화나고 기쁘고 등 칠정이 생겨난다.


이런 원초적 감정들을 절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장자 철학에는 '마음의 재계'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마음의 구속을 씻어내라는 말인데, 공자의 가르침을 사례로 든 것이다. 우리들이 간절히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때 '목욕재계하고 소원을 비는' 행동을 한다. 기도에 앞서 더러운 것을 자신의 몸에서 씻어내는 것이 바로 '재계'이다. 장자가 인용한 공자의 사례는 이렇다.


안회 "재계에 일니 마음의 구속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마음을 배웠노라고 감히 말해도 되겠습니까?"


중니 "너는 세속에 섞여 들더라도 부질없는 명예에 정신을 팔지 말아야 한다"


위와 같은 공자의 가르침을 빌려 장자가 하고 싶은 말은 '부질없는 명예'에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상 공자는 '입신양명'을 인생의 승리로 보았지만, 반대로 장자는 오히려 세속을 등지고 자연과 합일合一하는 그런 삶을 살기를 원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산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욕심을 버리는 마음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그 구멍을 통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에는 이것이 없어 불편할 거야. 우리가 그를 위해 구멍을 뚫어 주자"


이는 장자의 '무위無爲사상'에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즉 남해를 관장하는 임금인 '숙'과 북해를 관장하는 임금인 '홀'은 중앙을 관장하는 임금인 '혼돈'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서 이를 갚을 방법을 궁리했다. 이들은 '혼돈'에게는 없는 '구멍'을 만들어주기로 했던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숙'과 '홀'은 하루에 구멍 하나씩 만들기 시작, 이렇게 7일이 지나자 '혼돈'은 오히려 죽고 말았다.


오래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살 적에 경험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 아파트는 복층구조였는데, 1층엔 꽤 넓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평소 야생화를 찾아 전국을 누비는 내가 못마땅했는지 아내가 이곳을 소개하자 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었다. 사계절별로 피는 야생초들을 구해 마당에 골고루 심어서 이를 감상하곤 했다. 딸에게도 좋은 교육환경이었다.


하루는 서둘러 귀가했더니 두 딸이 사용하는 2층에서 새소리가 났다. 가보았더니 마당에 떨어진 새끼 새를 키운다며 방에 둥지를 만들어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새끼가 마당에 떨어져 더 이상 날지를 못하자 흥부전의 제비가 생각났는지 이 새끼를 수습했다고 했다. 하지만 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먹이를 거부하던 새끼 새는 결국 죽고 말았다. 사람의 손때를 묻힌 결과가 정말 비참했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면 이런 참담함이 뒤따름을 보여준 사례이다. 앞서 장자 철학에 소개된 7일만에 죽은 '혼돈'과 같은 맥락이다.


장자는 '혼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에게 인위에서 벗어나 '무위',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개성이나 특성이 있다. 여기서의 무위란 바로 '개성'이나 '특성' 그대로를 의미한다. 물론 나에게 좋은 점이 남에게도 반드시 좋으란 법이 없듯이, 남의 좋은점이 나에게도 반드시 좋을 것이란 법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 '무위'란 굳이 자신의 눈에 없는 쌍꺼풀을 억지로 돈 들여가며 손댈 필요가 있는지를 지적하는 셈이다.



인위를 버리고 자연 본성에 순응하라


책의 저자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성공과 실패, 부와 가난, 선과 악 등에 관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를 고민해 보라고 말한다. 책은 총 100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곁에 두고서 마음에 끌리는 대목을 한편씩 음미해보면 좋을 듯 싶다. 늘 바쁜 일상에 지쳐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