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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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면서 매우 깊은 절망에 빠지더라도 우리들은 아주 사소한 기쁨만으로도 위로받는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인생이다. 미국의 뉴욕, 프랑스의 파리, 그리고 터키의 이스탄불이라는 세 도시의 부엌에서 바로 이런 힐링의 감동을 보여준다. 헌신적으로 가정을 꾸려왔지만 남편과 자식들에게 외면 받는 중년 주부 릴리아, 사랑하는 아내가 죽자 삶의 전부를 잃은 것만 같은 마크, 병든 엄마의 간병 때문에 한 순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페르다, 이 세 사람들이 수플레를 만들며 소소한 삶의 기쁨을 되찾아 슬픔과 좌절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친 영혼에 활력을 불어 넣는 기적의 레시피

 

세 명의 불행한 영혼들은 운명적인 끌림으로 한 날 한 시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수플레-가장 큰 실망>이라는 책을 계기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은 매일 책속의 레시피대로 수플레를 만들어도 매번 성공하지 못한다. 수플레 한가운데가 푹 꺼질 때마다 가장 큰 실망을 느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수플레가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는 그 찰나의 아주 사소한 기쁨이 그들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장 큰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달걀흰자를 거품을 낸 것에 그 밖의 재료를 섞어서 부풀려, 오븐에 구워낸 요리 또는 과자인 수플레란 프랑스말로 '부풀다'라는 뜻을 가졌다. 슈(chou) 껍질에 거품을 낸 난백을 섞은 슈 재료, 걸쭉한 커스터드 크림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크림 재료, 되직한 베사멜소스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베샤멜 재료, 설탕조림을 한 과일을 체로 걸러낸 것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푸르트 재료 등의 4가지 재료가 기본이다. 초콜릿, 바닐라, 커피 등을 넣어 여러 종류의 수플레를 만들 수 있다. 수플레는 식으면 부푼 것이 쭈그러들므로 구워낸 즉시 따뜻할 때 내야 한다.

 

 

릴리아는 뉴욕에 산다. 그녀는 필리핀계 미녀 화가로 한때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혼 후 남편의 요구로 자신의 꿈을 접고 가정에 헌신하며 살아왔다. 입양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의 비위를 맞추고 살았음에도 결국 세상물정 모르는 무식한 여자라고 가족으로부터 억울한 냉대와 외면을 받을 뿐이었다. 그녀는 텅 빈 부엌처럼 온기 없는 공허한 자신의 인생을 체감하며 우울증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평소 각방을 쓰던 남편의 방문을 열면서 운명의 시험이 시작된다.


 

마크는 파리에서 화랑을 운영한다. 그는 부엌에서 쓰러져 죽어 있는 아내를 발견하고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빠져버렸다. 생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부엌에서 아내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로워 집 밖으로만 떠돌며 방황한다. 이후 우연의 장난처럼 그는 부엌에 들어가게 되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페르다는 이스탄불에서 산다. 그녀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다가 갑자기 다친 네시베 부인, 즉 엄마를 모시게 됐다. 허언증을 보이는 엄마는 점점 더 이상한 말을 내뱉고 급기야 남편을 모함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한시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서서히 가정이 망가져가자 그녀는 해서는 안 될 생각에까지 이르고, 예측하지 못한 반전의 순간이 그녀에게 찾아온다.

 

 

 


세 명의 무너진 인생은 다시 일으켜 세워질 수 있을까?

 

 

 

릴리아는 오늘 아침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남편 아니의 방문 앞에 있는 작은 킬림 양탄자가 제대로 각이 맞춰져 있었다. 이 모습은 바로 아니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양탄자는 한때 이 집에 잠시 머물던 터키 여자가 준 선물이었다. 그녀는 노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맙소사 아니는 침대 바로 옆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즉시 911로 신고했다. 아니는 올해로 예순이다.

 

힘든 와중에도 그녀는 간신히 어학원에 가서 셋방에 들어올 하숙생 넷을 확보했다. 하숙생들이 들어오면서 집안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TV만 주구장창 보면서 저녁을 먹었지만 이젠 저녁식사가 매일 밤 작은 축제처럼 변했다. 그녀는 하루 중 저녁식사 시간을 가장 고대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녀가 요리하는 동안 부엌 조리대 근처에서 잔일을 도와주며 대화를 나누곤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니와 친해보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많은 수플레가 있을 것으로 상상하지도 못했다. 새우 수플레, 치즈 수플레, 랍스터 수플레, 치즈와 베이컨 수플레, 캐러멜 수플레, 아이스크림 수플레, 호박 수플레, 복숭아 수플레, 모카 수플레, 시금치 수플레, 커피 수플레, 무화과 수플레 등이 있었다. 요리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리법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나름 요리 경험이 풍부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지만 책 중간에서부터도 시작하지 못했다.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수플레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요리사는 한 명도 없다. 심지어 최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사들도 손님이 이 전설적인 디저트를 주문하면 두려워한다. 파리의 카르나발레 박물관에 걸린 19세기 그림에 요리 작가의 선조인 미식가 그리모드가 수플레 접시와 같이 그려져 있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다. 음식 비평가는 어떤 레스토랑을 칭찬하거나 망하게 하고 싶다면 항상 이 악명 높은 요리를 선택한다. 평범한 수플레란 없기 때문에 중간도 없다.

   

뉴욕보다 6시간 앞선 파리에서 마크는 손에 열쇠를 든 채 문밖에서 일이 분 정도 기다렸다. 그러다 아무리 코를 허공에 치켜들고 냄새를 맡으려고 해도 커피 향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는 시계를 봤다. 다른 금요일과 다름없이 3시 10분이었다. 클라라가 커피를 내리지 않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더구나 연락 없이 외출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불안한 생각이 들어 급히 집으로 들어갔다. 아내 클라라가 부엌 조리대 앞에 오른쪽으로 쓰러져 누워 있었다. 아내의 손목에서 맥이 느껴지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나고 모두 우리 집으로 오기로 했어요. 내가 아주 실력 있는 출장요리사를 불렀거든요. 클라라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 당신도 올 거죠, 그렇죠?"

 

아내 클라라의 오랜 친구인 오데트는 냉장고를 비우고, 부엌을 청소하고, 클라라의 사물을 모두 내다버리겠다고 마크에게 동의를 구했다. 이에 동의한 그는 작은 가방을 하나 싸서 작은 호텔에서 기거하기로 작정했다. 과부인 오데트는 평소 친구 부부의 관계를 은근히 질투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의 새로운 뮤즈인 부엌이 누군가의 삶을 지배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때가 되면 사람들은 항상 그 뮤즈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은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녀의 가슴에 기대고 그녀가 주는 물로 세수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녀는 강인하게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빵을 줘야 한다. 부엌은 엄마의 가슴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그는 몇 년 동안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어느 날 삶이 불도저처럼 그를 으스러뜨렸다. 심지어 지금도 그는 여전히 같은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또다시 삶에서 변함없는 일상을 만들었다. 그의 삶의 흐름은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일정한 패턴에 따라 흘러갔다. 유일한 차이점은 이제 이것 역시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 전보다 조금 더 잘 알게 됐다는 것이다.

 

 

파리보다 한 시간 앞선 4시 10분, 페르다는 방금 압력솥의 불을 줄이고 알람을 20분 후로 맞췄다. 전화벨 소리는 딸로부터 걸려온 것이다. 파리에 살고 있는 딸 오이쿠는 매주 금요일 출근 직전 엄마와 통화하면 매우 행복한 주말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식구들의 안부와 한 주 동안 발생한 일들에 대해 물어본다. 비행기를 타면 세 시간밖에 안 걸리므로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파리로 오라고 말하는 딸에게 엄마인 페르다는 그럴 수 없는 이유를 말할 수 없다.  

수술을 마치고 며칠 지나서 네시베 부인은 요란한 신음소리를 내며 퇴원했다. 통증이 심하다고 투정대지만 눈에는 눈물방울 하나 없었다. 부인은 2분 간격으로 딸의 이름을 불러댄다. 페르다의 남편 시난은 어렸을 때부터 장모를 잘 알고 있었다. 결혼한 지 35년이나 지났지만 막상 결혼한다고 했을때 장모의 행실을 익히 잘 아는 그의 가족은 "정말 그러고 싶어?"라고 질문했을 정도였다. 네시베 부인은 언제든 원할 때마다 기절하는 데 탁월한 소질을 지닌 인물이다.

 

새벽에 그년는 엄마가 "경찰! 경찰!"이라고 지르는 비명 소리에 눈을 뜬 후 911에 전화를 했다. 엄마는 침대에 누워 팔을 휘저으며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집안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시난은 과거에 심장마비를 겪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가슴 통증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남편의 입에 작은 알약을 투여하고 전화기로 이번엔 구급차를 불렀다. 잘못 신고했다고 말하는 걸 깜빡한 사이 경찰이 도착했고 이어서 구급대원까지 들이닥쳤다. 출동한 경찰에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들은 노부인과 대화를 하고 싶다며 엄마 방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부인.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이 사람들이 날 고문하고 있어요. 이사람들이 날 때려요"

"누가요?"

"이 사람들이요"

"따님과 사위분이요?"

"이 여자는 내 딸이 아니에요. 그리고 저 남자는 남편도 아니고"

 

심지어 돈을 받고 판다는 말까지 나오자 페르다는 그 충격에 뱃속에 불덩이가 찬 것처럼 울화가 치밀었다. 남편의 발작이 우려되어 침대를 돌려보내려 하자 경찰은 사실 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그래서 그녀는 엄마 신분증과 남편 신분증, 그리고 혼인 증멍서까지 보여주고서 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완전히 잠이 깬 그녀는 며칠 전에 산 요리책을 훑어봤다. 수플레 책의 초판이 1841년인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 요리가 그렇게 오래됐는지도 몰랐고, 이걸 만들기가 얼마니 어려운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딸 오이쿠와 함께 수플레를 몇 번 먹어봤지만 주문한 수플레가 식탁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한가운데가 푹 꺼져 있었기 때문에 이게 다 실패작이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책에서 초콜릿 수플레 조리법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수플레, 지친 영혼에 새로운 활기를 전하는 레시피

 

이렇게 외면당한 여자, 사랑을 앓은 남자, 그리고 삶에 지친 여자의 이야기들이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각기 다른 나라, 다른 도시의 부엌에서 수플레 요리라는 공통점이 대두된다. 힘들고 지칠 때 우리들은 따뜻한 품이 그립게 마련이다. 기댈 곳 없은 세 영혼들에겐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이 바로 따뜻한 품인 셈이다. 이들에게 과연 새로운 인생은 찾아올까? 책을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난 뒤,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은 이 소설을 분명히 영화로 만들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한국이 주무대가 된다면 서울, 경상도 통영, 전라도 해남이면 어떨까, 또 배우는 상처상처한 남자 마크, 남편을 잃은 미녀 화가 릴리아, 괴팍한 엄마한테 시달리는 페르다는 누가 배역을 맡으면 좋을지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었다. 바쁘고 지친 삶에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멋진 치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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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집사 - 집사가 남몰래 기록한 부자들의 작은 습관 53
아라이 나오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4.0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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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부자 대부분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고, 오히려 우리와 비슷하게 치열한 구직 활동과 직장 생활을 경험했다. 짧은 시간 안에 재산을 일군 한 부자는 "15년 전에는 정말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가난했네"라고 이야기했다. 또 부자들 중에는 스스로를 향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어서 부자가 된 것 아닐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겸손이나 자기 비하가 아니라 오직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말들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평범한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금수저, 흙수저 논쟁이 한창인 시절이다. 대체로 우리들은 비교적 젊은 부자에 대해 돈많은 부모로부터 사전에 유산을 많이 물려받았을 것으로 대충 짐작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아라이 나오유키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버틀러&컨시어지'의 대표인데, 이 회사는 소위 세계적인 대부호의 집사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회사의 주고객은 보유 자산 500억 원이상, 연수입 50억 원 이상이라는 조건을 구비한 '톱 클래스'들이다. 창업 후 이 회사는 누적 기준으로 100명 넘는 이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런 일을 하면서 그는 이토록 부자가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고, 더욱 예상밖의 사실은 회사 고객들은 부모들의 재산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 손으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였다.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을 거란 그의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대부분 이들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특별 과외를 받은 바도 없었다. 오히려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치열한 구직 활동과 직장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었다. 만약 평범한 과거를 딛고 큰돈을 모은 부자들의 공통적인 습관을 발견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똑같이 따라 한다면 우리도 분명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상습적인 지각 때문에 회사에서 해고당한 소위 '불량 사원'이 현재 부자라는 사실이다. 대체로 부자들은 '아침형 인간'인데, 이 사람은 밤이 깊어질수록 생기가 도는 '올빼미형 인간'이었다. 그는 기술계 전문학교를 졸업, 건물 설비 관리회사에 평사원으로 취직했지만 워낙 술을 좋아해 매일 새벽에 귀가했고, 숙취로 인해 늦잠 자기 일쑤였다. 지각하는 일이 빈번하자, "이제 그만 나오게"라는 통보를 받고 말았다.

 

이 사람의 성공스토리는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사례였다. 퇴직 후 그는 건물 설비를 관리하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워낙 술친구가 많아 폭넓은 인맥을 쌓은 게 효자 노릇을 했다. 주변에선 다니던 회사에서 짤려 힘들겠다고 많은 일감을 몰아주는 통에 성공이 가능했다. 특히, 당시는 일본 경제가 거품 시기로 하룻밤 사이에 고층 빌딩이 몇 채씩 올라가는 순풍이 불고 있었다. 운이 좋은 과부는 넘어져도 가지밭에 넘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제, 책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불에 타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이는 화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부자들은 지금 막 투자하려는 상품이 있으면 여기에 상상만으로 불을 불여보고 진짜로 타는지 생각해본다. 즉 아무리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있더라도 불에 타느냐, 타지 않느냐를 따져본다. 예를 들어 한 증권사에서 주식종목을 추천하면 이 회사가 도산할 때 잔존가치가 있을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렇다면 대체 부자들은 어떤 상품에 투자할까? 그들은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상품에만 투자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토지'다.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부자들은 '건물은 타지만 토지는 절대로 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녔다. 즉,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 개발 정책까지도 꼼꼼하게 고려한다.

 

토지를 포함해 '금'이나 '백금'도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다. 설령 지금 살고 있는 국가의 재정이 파산해도 금이나 백금의 가격은 폭락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질로서의 금과 백금은 고온에서 녹아 없어지지만, 분쟁이나 천재지변에는 비교적 잘 견디는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또 애초에 태울 수 없는 것에도 투자한다. 특허권이 한 예다.

 

 

남이 권하는 투자 상품은 의심해본다

 

부자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꼬인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투자를 추천하는 종목들이 많다. 하지만 부자들은 이에 선뜻 투자하지 않는다. 더구나 적극적으로 추천하면 더욱 의심하고 한 발을 뒤로 뺀다. 정말로 이익이 나는 상품이라면 자신들이 먼저 참여하지 남에게 투자를 권할리 없다는 소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정기 예금도 은행 직원이 '부르는 금리'대로 순순히 가입하지 않는다. 은행에 게시된 금리에는 눈길도 보내지 않고 반드시 협상을 시도한다. 그리고 항상 남보다 높은 금리를 받는 데 성공한다. 심지어 예금액에 따라서는 1~2퍼센트까지 인상해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다. 은행에서 공표하는 금리대로 예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을 필요는 없다. 금리도 흥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 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듯 금융 소비자에게는 은행에서 제시한 가격인 이자에 대해 흥정할 권리가 있다.

 

 

절약, 최고의 투자법이다

 

주식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도 "세상에서 최고의 재테크는 바로 절약이다"라고 말했다. 재테크란 돈을 증식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자산을 모으고 늘리는 것보다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일'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돈을 늘리는 최고의 투자가 '절약'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식비' 절약에 노력을 기울인다. 저자는 한 부자와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평소에는 항상 밥을 사주던 그가 그날은 웬일인지 "각자 냅시다"라고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메뉴판을 보다가 저자는 별생각 없이 그와 같은 메뉴를 골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고 막 포크를 집는데, 그는 "자네는 왜 나와 같은 음식을 주문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당황한 저자는 "아무래도 같은 음식을 먹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우물쭈물 대답했는데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

 

"자네의 자산은 내 자산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지 않은가. 그렇게 돈을 함부로 써서 어느 세월에 돈을 모으겠어? 만약 자네의 자산이 내 자산보다 1000배 적다면, 가격도 1000배 더 싼 음식을 먹어야 하네"

 

 

9900원이란 숫자놀음에 속지 않는다

 

'뇌동매매'란 말이 있다. 이는 주위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판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은 주식의 매수 또는 매도에 동참하는 매매방식을 일컫는다. 이는 소위 주식꾼들이 불공정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허위로 매매 주문을 내거나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 분위기를 자신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시장이 강세장 또는 약세장일 경우 이게 횡횡하므로 뇌동매매를 하지 말라는 주의령을 발동하기도 한다.  

부자들은 대개 절대적인 금전 감각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오늘만 80퍼센트 할인'이라는 영업 멘트에 넘어가는 법도 없다. 반면에 우리들은 대개 이런 멘트에 즉각 반응한다. 즉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에 쓸데없이 많이 사거나 불필요한 물건까지 구매한다. 하지만 부자들은 결코 이런 어리석은 소비를 하지 않는다.

 

우리도 물건을 살 때 '이 상품은 어째서 이러한 가격으로 팔리는 걸까', '이 가격을 붙인 의도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고 판매자의 심리를 파악해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가게의 속내를 알게 될 것이다. 적어도 돈을 쓰기 전에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사탕발림 영업 멘트에 넘어가거나 숫자놀음에 속아 넘어가 무심코 돈을 쓰고는 후회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 돈을 사용하는 방법이 크게 변하고, 불필요한 소비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절대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친한 친구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 주었다가 이자는커녕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몽땅 날린 경험은 없는가? 빌려준 금액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낭패를 당한 경험들은 다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돈을 빌리러 온 사람들을 모두 내쫓을까? 그렇지 않다. 부자일수록 상대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빌려주는 대신 그냥 줘버린다.

 

그게 결국 같은 말 아니냐고 다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빌려준다'와 '그냥 준다'는 다르다. 언제까지 갚으라고 기한을 정하면 빌려주는 상황이다. 만약에 빌린 사람이 이를 이행할 수 없을 경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정말로 도망치면 회수할 방법이 없게 된다. 반면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덕담까지 전하며 돈이 생길 때 갚으라고 하면 비린 사람이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 이리 되면 고마은 마음에 갚으려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단, 이럴 때 부자들은 요령이 있다. 상대방의 능력을 간파하고 요구하는 금액을 모두 주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서 적당한 금액을 내놓으면서 덕담까지 건낸다. 이처럼 부자들은 선수를 친다. 이렇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상대방을 절대로 적으로 만들지 않고 졸은 인간관계를 유지해나간다. 누가 알겠는가. 머지 않은 장래에 상대방이 돈벼락을 맞을지.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항상 파악한다

 

'당신의 지갑에 얼마가 들어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고 적잖이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대부분은 지갑 속을 들춰봐야 얼마가 있는지 알 것이다. 만약에 그 금액을 맞춘 사람이라면 분명히 얼마전에 은행을 다녀온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부자들은 항상 지갑 속에 돈이 얼마 들어 있는지를 정확하게 안다.  

 

한 부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지방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때가 되어 "지금 네 지갑에 얼마가 들었는지를 아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물음에 곧장 대답하지 못했는데, "자기 지갑에 얼마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녀석이 회사를 어떻게 경영하겠다는 거냐!"라고 큰소리로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지갑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산'이다. 자기 자신이 소지한 돈을 분명하게 파악하는 일은 자산 관리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비록 적은 돈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제대로 관리해야 큰돈도 잘 관리할 수 있는 법이다. 이토록 지갑이 가진 의미기 깊은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부끄럽기만 하다.

 

 

부자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다

 

부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집사야말로 그들의 아내나 자식보다 더 신뢰받는 조력자이다. 수백억 대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집사가 그들의 곁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들을 기록한 내용들을 책에서 공개한다. 이는 바로 53가지의 돈의 철학이다. 부자들의 삶과 성공 스토리를 한꺼번에 만나게 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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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만드는 사람들 -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곳"에 기회가 있다
치키린 지음, 이민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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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넷다카타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상품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주는 가치'가 팔리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카테고리별로 한 제품 혹은 고급 상품 한 개와 보급형 상품 한 개 등 매우 한정된 수의 상품을 다루며, 상품의 특징과 사용법, 나아가서는 고객이 왜 그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통신판매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찾은 자파넷다카타는 일본 통신판매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작고 사소한 것에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견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사람을 '마켓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들은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을까?

 

책의 저자 치키린은 일본에서 거품 경제가 한창이던 시기에 증권 회사에서 근무한 후, 미국의 대학원으로 유학했다. 졸업 후 현지 글로벌 기업에서 매니저로 일했었다. 2011년 9월 4일 마지막 회사를 퇴사한 후, 현재까지 무려 6년 동안 직장에 적을 두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켓 크리에이터였기 때문이다. 

그는 "스마트한 생각법만 배우면 누구라도 마켓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켓 크리에이터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거창한 사업 아이템을 발명하는 사람을 일컫는 게 아니다. 그들은 기존에 존재하던 것에서 다른 사람은 찾지 못한 ‘잠재적인 가치를 깨닫는 사람’일 뿐이다. 따라서 저자는 ‘시장을 만든다’고 해서 거창하고 대단한 것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작고 사소한 불만이나 주변에 널린 나뭇잎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비즈니스가 된다는 것이다. 관점만 조금 달리하면 누구나 마켓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장을 만든다고 해서 대단한 것으로 상상할 필요는 없다. 작고 사소한 불만을 대신 선택해주는 행위에 가치가 있음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그 자체가 바로 비즈니스가 된다. 이렇게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누구나 마켓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만 마켓 크리에이터가 돼야 한다는 건 아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잘 팔릴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해야만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매일 새로운 기술과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은 변화의 징조를 빨리 알아채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마켓센싱의 의미를 살펴보고, 나아가 이를 활용해 마켓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자.

 

 

 

나뭇잎으로 부자가 되다

 

일본의 도쿠시마 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쯤 가다 보면 가미카쓰초라는 작은 산간 마을이 나온다. 마을의 총인구 1,840면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49퍼센트에 달한다. 일본 전국의 평균 고령자비율 25퍼센트를 훨씬 웃도는 고령화 마을이다. 과거 이 마을의 주력 산업은 임업과 귤 재배였지만 이미 쇠퇴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 마을은 어떻게 먹고살까?

 

이 마을은 현재 일본 전역의 지자체로부터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고령화 마을 때문이 아니라 정말 독특한 '나뭇잎 비즈니스' 때문이다. 우리들이 일본 요릿집에서 회를 먹을 때 접시 바닥에 데코레이션되어 있는 단풍잎이나 연꽃잎 등을 보게 된다. 이것을 비즈니스화한 마을이다. 일본에선 이를 '쓰마모노'라고 부른다. 이 마을에선 도시의 고급 요릿집에서 주문받은 나뭇잎을 매일 산에서 채취해 판매한다.

 

이 비즈니스의 연 매출이 2억 6천만 엔을 넘는다. 나뭇잎을 산에서 따는 것을 담당하는 할머니 중에는 연 소득 1천만 엔이 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는 회사는 주식회사 이로도리이다. 이렇게 가미카쓰초의 부활 스토리가 바로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껏 세상에 없던 가치를 발견하라

 

대부분의 비전통적인 가치는 아직 상품명조차 없던 단계에서 소비자가 주목하고 사실상의 대가를 지불한다. 그리고 그 가치에 이름이 붙는 단계에서는 시장이 이미 상당히 커져 있다. 몇 년 전부터 코칭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공부나 금연, 다이어트 등 어떤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거나 상담에 응하는 일이 가치로 인정되어 코치라는 직업이 성립된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는 친구나 가족에게도 밝힐 수 없는 고민을 아무런 조언 없이 들어주기만 하는 직업도 등장하지 않을까? 코칭도 그 호칭이 붙는 순간에 그럴듯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현시점에서 직업명이 없어도 '그것을 가치로 느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떤 불만도 삽니다"

 

몇 년 전 '어떤 불만이라도 삽니다!'라는 비즈니스를 시작한 회사가 있다. 이 불만매입센터는 '레스토랑의 테이블이 작다'거나 '접는 우산을 집어넣는 비닐이 좁다'거나 하는 불만을 하나당 10엔에 사들였다. 이렇게 사들은 불만은 정리, 분류한 다음 관심을 보이는 기업에 하나당 5엔에 팔았다.

 

불만을 구입하는 쪽은 주로 레스토랑이나 호텔, 토산품 업체나 소매점 등이다. 이들은 이렇게 구입한 불만 정보를 자사의 업무 개선이나 상품 개발에 활용한다. 꼭 자기 점포에 대한 불만이 아니더라도 같은 업태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그것만으로 유용한 정보가 된다. 게다가 1만 건의 불만이라고 해봤자 겨우 5만 엔이면 살 수 있으므로 대규모의 소비자 조사에 비하면 푼돈이라 할 수 있다.

 

'잠재적인 가치를 깨닫는 사람'이야말로 마켓 크리에이터다. 고교생 야구 동호회의 전국대회나 작은 마을의 부흥을 위해 시작된 이벤트에 주목한, 마켓센싱이 날카로운 누군가가 그 가치를 깨닫고 시장화해서 이렇듯 큰 존재로 성장시킨 것이다. 기존 시장을 쟁탈하는 경쟁에서는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지는 사람이 있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 그리고 커다란 경제가치가 탄생한다.

 

 

비즈니스맨의 필수 능력

 

10년 전까지 저자는 비즈니스맨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논리적 사고 능력, 영어 능력, 리더십,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을 꼽았다. 하지만 최근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구체적인 기술보다 더 상위에 위치하는 마켓센싱처럼 더 추상적이고 범용적인 고차원적 능력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 능력의 중요성은 다소 회의적이다. 현재 서양의 글로벌 기업은 필리핀에 경리 처리 센터를 세우고, 인도에 IT지원 센터를 만들어 자사의 경리 작업과 IT지원 업무를 그 나라 사람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로써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의 사무실에서는 영어가 가능한 경리 직원이나 IT지원 직원이 필요 없어졌다. 이제는 '영어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보편화해 공급이 많고 단가가 싼 일이 되고 있다.

 

인도나 필리핀은 앞으로도 계속 인구가 늘고, 교육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어 능력뿐 아니라 비즈니스 수행 능력도 뛰어난 '영어 인재'가 세계 노동시장에 대량으로 공급된다. 일본인은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영어를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유리했던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닐까?

 

 

자신이 높게 팔리는 시장은 어디인가?

 

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결혼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20대 남성을 취재한 적이 있다. 연봉 300만 엔(약 3,200만원) 미만이고 학력도 높지 않은 이 남성은 직장에서 여성과 만날 기회각 없어 결혼 정보 서비스 회사에 등록했다. 그는 무려 200명이나 되는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했지만 전부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 남성은 호감형 얼굴에 키도 크고 말주변도 좋았다.

 

이 남성에게 부족한 것은 학력이나 연봉이 아니라 마켓센싱이다. 젊음과 외모와 성격 등 자신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해 구혼 활동을 했다면 200연패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 같은 남성을 좋아할 여성은 다른 시장에는 얼마든지 많을 뿐 아니라 단체 미팅이라면 '상대가 20대 여성이면 좋겠다'는 조건도 절대 허황된 희망이 아니다. 나 자신을 팔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하라.

 

 

마켓 크리에이터가 되는 5가지 훈련법

 

가격 결정력을 익혀라. 잠재적인 가치를 깨닫기 위한 훈련이다. 
인센티브 시스템을 파악하라. 수요자와 공급자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다. 
사장(조직)에게 높이 평가받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시장)의 지지를 받는 법을 배워라.

실패는 성공에 이르는 길 속에 있는 배움의 기회라는 것을 이해하라. 
시장성이 높은 환경으로 진입하라.

 

 

마켓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계획적으로 시장성이 높은 환경을 선택해 커리어를 형성해나간다. 책에 소개된 마켓 크리에이터의 5가지 핵심 전략을 매일 연습하고 익힌다면,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변화할 미래에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빨리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즐겨라

 

앞으로 사람들은 특정한 자격이나 전문성을 익히거나 특정한 기업에 입사하기보다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변화가 일어나면 지금까지 필요했던 것이 필요 없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과거 인기 상품을 만들었던 기업의 일자리는 줄겠지만 그렇다고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빨래판이 안 팔리게 되었다고 슬퍼하기보다는 세탁기가 팔리기 시작한 것을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변화를 스스로 느끼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빨리 판단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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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집중력 - 하루가 달라지는
나구모 요시노리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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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장애물을 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몇 개의 높은 장애물을 넘어서 일류라는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은 노력이나 정신력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그것만으로 넘어서려 한다면 마음이 부러지고 만다. 집중하는 게 불가능할 때는 집중을 방해하는 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을 '집중저해인자'라고 부른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들

 

이 책은 '우리가 왜 집중할 수 없는지, 어떻게 하면 집중할 수 있는지, 집중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가능한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는 의사이다. <1일 1식>이라는 책으로 우리들에게 제법 알려진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하루에 6시간 정도 수면을 취할 정도로 하루의 일과를 바쁘게 사는데, 그 비결이 바로 집중력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는 집중저해인자로는 수면, 운동, 식품, 환경, 그리고 뇌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잠이 부족하면 우리들의 집중력은 크게 떨어진다. 이는 우리들 대부분이 경험한 현상으로 수면 부족은 집중을 방해하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또 술을 마셔도 집중력은 저하되는데, 이는 술 자체가 집중을 방해하는 식품인 탓이다. 주변이 소란해도 마찬가지다. 고민이 생겨 잡념이 많아지면 이때에도 한 곳에 집중할 수 없다.

 

그렇다고 늘 마주치는 이런 일상 때문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우리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조건들도 공존한다. 이를 '집중촉진인자'라고 부른다. 즉 앞서 살펴본 수면, 운동, 식품, 환경 등에도 집중력을 높이는 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이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우리들이 지닌 잠재력을 한껏 발휘한다면 인생을 알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유방질환 전문의로서,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저자는 개인 병원만 전국에 5곳을 운영하면서 진료와 수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던 원천이 바로 집중력이었다. 오랫동안 다양한 역할을 해내면서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들과, 이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월등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그는 발견했다. 이 책이 바로 그의 연구 결과물인 셈이다.

 

 

 

 

수면 부족은 매우 중대한 집중저해인자이다. 그렇다고 많이 잠을 잘수록 집중력이 크게 올라라는 것도 아니다. 수면은 3시간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한 번 기억한 것을 지워 없애지 않고 반드시 묻어둔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우연한 계기로 과거의 일들이 또렷하게 되살아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런 현상이다.

 

뇌는 이런 정보들의 분류 작업을 하기 전에 반드시 휴식을 취한다. 깊이 잠든 상태를 의미한다. 이때의 뇌는 완전히 쉬고 있기에 약간 흔든다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이다. 이를 논램수면이라고 한다. 비록 깊은 잠에 들었지만 길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약 3시간 정도이다.   

 

뇌가 피곤한 상태에서는 집중할 수 없다. 뇌를 잠깐 쉬게 하려고 3시간의 논렘수면이 필요한 것이다. 3시간이 지나면 잠자리를 뒤척이며 계속해서 꿈을 꾸게 된다. 이때 뇌는 맹렬하게 움직인다. 꿈을 꾸는 것은 최근의 기억을 필요한지의 여부를 구분하는 상태이다. 이를 위해서 3시간의 렘수면이 필요하다. 이처럼 논렘수면 3시간과 렘수면 3시간을 합친 6시간이 우리들의 건강한 수면시간이다.

 

 

오랫동안 낮잠을 자면 머리가 멍해진다.

'5분 동안 선잠'으로 뇌를 상쾌하게 만들자.

 

 

평일에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깨어있고 주말에는 몰아서 잠만 자는 사람들이 있다. 주말의 충분한 수면이 부족한 수면 시간을 보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이다. 잠을 몰아서 자는 동안에는 꾸벅꾸벅 졸며 계속 꿈을 꾸지만, 그사이에 뇌는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맹렬히 일을 하니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는다. 뇌의 휴식은 깊이 잠드는 렘수면 3시간뿐임을 명심하자.

 

 

몰아서 자면 집중력이 떨어지며

노화가 진행돼 병에 걸리기 쉽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출근해서 일하다가 12시가 되면 점심을 먹는다. 약 세 시간 정도 업무에 집중하다가 점심시간 때문에 집중력에 방해를 받게 된다. 점심 후 오후 1시부터 6시 퇴근까지 5시간 일을 한다. 더구나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점심을 먹는다. 굶주린 상태에서 먹는 게 아니라 단지 정해진 시간이라서 먹는다. 이는 영양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아무런 근거 없이 행하는 행동일 뿐이다.

 

옛날 사람들은 해가 뜨는 동시에 기상해서 일을 했다. 점심이 되면 아내가 논이나 밭으로 가져다주는 밥을 논두렁길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식사를 했다. 심지어 동트기 전 어두울 때부터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점심밥은 절실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현대인들은 늦은 시간에 출근해 12시가 되면 식사를 하니 이는 영양 과다인 셈이다. 게다가 정식집 메뉴도 편의점 도시락도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며 당질을 중심으로 한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런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식사 후 졸음이 쏟아진다. 어찌 일을 하 수 있겠는가 말이다.

식사에 앞서 자신의 아랫배를 잡아보자. 아마도 여분의 지방이 붙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소화하고 흡수시켜 위 안을 텅 비게 하자. 상처받은 위장 점막을 회복해주자. 몸속의 독을 간장으로 해독하고 남아도는 지방을 연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 과식을 한 사람, 술을 마신 사람은 아침밥을 거르도록 하자.

 

 

무리하게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공복일 때야말로 집중력이 올라간다.

 

 

정말로 식사가 필요할 때는 몸이 이를 알고서 우리들에게 가르쳐준다. 즉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이때 밥을 먹으면 된다. 하지만 바로 먹지 말자. 배에서 세 번 소리가 날 때까지 참자. 세 번을 기다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소리가 났을 때 '젊어지는 호르몬'인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어 피부가 젊어지게 된다. 두 번째 소리가 날 때는 '젊어지는 유전자'인 시트루인이 활성화되면서 유전자를 젊어지게 한다.

 

세 번째 소리가 날 때는 지방 속에서 '장수 호르몬'인 아디포넥틴이 나와 혈관을 젊게 만들므로 동맥경화로 인한 심징병, 뇌졸증을 예방할 수 있다. 배에서 소리가 날 때는 우리 몸의 생명력 스위치가 켜지게 된다. 지구상의 동물은 굶주림과 싸우면서 살아왔다. 공복을 경험하면서 몸이 쇠약한 생물들은 멸망한 것이다. 우리는 공복을 경험할 때야말로 힘이 솟아나게 된다.

 

 

우엉차로 체질을 개선해 집중력을 높이자

 

 

각종 야채와 과일 중에서 폴리페놀의 함유가 가장 많은 것는 우엉이다. 포도나 사과는 땅속에 묻히면 썩지만 우엉은 썩지 않는다. 그만큼 가혹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우엉을 기르는 흙속엔 균이 가득하다. 그 균의 세포막은 콜레스테롤로 만들어져 있다. 우엉의 폴리페놀은 '사포닌'이라고 한다. 고려인삼과 같은 성분으로 자양강장작용을 한다.

 

우엉차 만드는 법

 

1. 흙을 수세미로 떨어낸 후 껍질은 그대로 둔다.

2. 필러로 얇게 자른다. 물에 행구지 않는다.

3. 신문지나 소쿠리 위에 펼쳐서 말린다.

4.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물기를 없앤다.

5. 국물을 내는 팩에 넣어 물에 끓인 것을 마신다.

 

아침마다 우엉차에 청즙 분말을 녹여 마신다. 바쁜 아침 수분과 미네랄을 공급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면서 간단한 방법은 청즙 우엉차이다. 이것을 한 잔만 마셔도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으며, 아침과 점심 식사를 걸러도 저녁까지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아 열심히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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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에서 우주까지 - 이외수의 깨어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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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얘기는 마침내 종착지에 닿았다. 한 알갱이의 먼지가 포르르 날아오르며 시작된 선생과의 대화가 닿은 곳은 우주였다. 광대무변의 경지... 그곳은 분명 우주였다. 하지만 내 두 발은 여전히 처음 먼지로 떠오르던 그곳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 알갱이의 먼지가 우주의 넓이만큼 커진 것과 같았다. 그때 문득, 어떤 영상 하나가 만들어졌다. - '갇힘과 풀림' 중에서

 

 

이 책은 작가이자 수행자인 이외수와 그의 도반 하창수가 '마음으로 느끼고 영혼으로 보는 세계'에 관한 신기하고 기묘한 대화를 담고 있다. '먼지'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대화는 마치 끝말잇기 놀이를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번 얘기가 시작되면 대여섯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외수 작가는 함암치료의 후유증 탓으로 자주 물이나 차를 마셨다. 그럼에도 대화는 계속되었다. 육체는 쇠잔해고 정신과 영혼은 결코 무너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알갱이의 먼지가 날아오르며 시작된 대화가 마침내 도착한 종착지는 바로 우주였다. 티끌같은 먼지가 광대무변廣大無邊의 경지인 우주의 넓이만큼 커진 것이다.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라온 이외수의 '젓가락 신공'이 있다. 그는 나무젓가락을 던져 벽에다 꽂는다. 순식간에 벽에 꽂힌 젓가락으로부터 먼지는 벽 아래로 천천히 내려 앉는다. 순간이동, 즉 먼지는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다.

 

작가 이외수를 흔히 기인奇人이라고 칭한다. 그럼에도 우리들이 여전히 주목하지 못한 그의 이야기가 있다. 우여곡절의 인생여정이 만든 파격적인 성찰과 깊은 절망과 상처를 딛고 닦은 수행과 도력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신비주의와 우주적 영성을 탐구해왔지만, 우리 사회의 관습이나 이성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를 동의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영역이다.

 

먼지에서 우주를 깨달을 때 우리 모두 자유로워지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소통할 때 세상이 행복해진다. 물질 중심의 세계에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깨어있는 삶을 위한 지혜이자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잊고 있었던 마음을 점검하고 참 자아를 찾아가는 공부에 나선다. 이제 먼지와 대화를 시작해보자.

 

 

 

 

먼지와의 대화

 

"우리가 만약 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 칸트

 

이들의 대화 속에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등장한다. 이는 우공이라는 노인이 자신의 집을 가로막고 있는 큰 산을 옮기려고 삽질을 시작했다는 고사로 어떤 이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아냥댈 때 사용하는 말이다, 사실 태산이 아무리 크고 높다한들 작은 알갱이들의 집합체이므로 비록 사소하고 하찮은 일일지라도 계속 하다 보면 못 이룰 것도 없다.

 

그래서 먼지를 작은 것, 하찮은 것, 별거 아닌 것이라고만 비하할 게 아니라 매우 거대한 것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분리되는 무엇, 즉 최초의 무엇이라고 생각한다면 먼지라는 존재는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물질인 것이다. 따라서 먼지는 무한無限의 다른 이름이요, '먼지라는 이름을 가진 우주'로 부를 수 있다.

 

이처럼 이들의 대화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통찰의 자세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인식하고 자각하는 과정 내지는 태도를 바꾸라고 말한다. 이리 되면 우리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에 대해 경외심을 갖게 될 것이고 세상엔 진실로 하찮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 주변의 모든 것들은 모두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먼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우리들에게 가치의 수정을 요구한다. 세상 만물이 결국 먼지로 바뀐다는 것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재산이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학식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마침내 동일하게 변한다는 의미이다. 즉 우주 안에서 공평한 존재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는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우주적 존재로서의 통과의례이다.  

 

우주만물은 결국 먼지에 불과하다. 가장 하찮게 여겼고 보잘것없이 생각해온 그것이 가장 자유로운 존재라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자의식을 내려놓게 만든다. 먼지는 자의식이 철저히 배제된 상태로 떠돈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는, 정착하려는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자유방임 그 자체이다. 어느 누구도 먼지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먼지는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스승인 것이다.

 

 

 

삶의 신비에 대하여

 

"사물은 그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니고 나의 생각을 거쳐서야 이상해지는 것이기에, 이상함은 결국 나에게 있는 것이지 사물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 곽박, <산해경山海經> 중에서

 

채널링은 서양 용어이다. 채널이란 소통이나 대화를 뜻하는데, 동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의 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아무튼 1960년대 이후 채널링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지게 되었다. 작가 이외수는 10년 이상 달에 있는 지성체와 채널링을 통해 다양한 대화를 나눈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달 친구'들한테 채널링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는데, 그들은 "의식의 조우, 의식의 여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 그는 채널링을 통해 물론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말하듯 의식의 만남임을 강조한다. 만물과 합일한다는 개념으로 봤을 때, 그 합일을 이뤄내는 대전제가 되는 소통과 공유를 말한다. 채널링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영혼의 치유는 신과 교류할 수 있는 역량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기도를 통해 신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외수가 말하는 신은 조상신이니 장군신이니 하는 수준의 귀신을 말하는 게 아니다. 특정 종교의 우두머리 역할을 담당하는 그런 존재도 아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교류해야 하는 건 우주를 창조하고 관장하는 존재, 먼지에서 우주까지 두루 편재하는 존재,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존재인 신이다.

 
신과 소통하려면 우리 자신을 정精-기氣-신神이 고루 조화된 건강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연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우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자연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우주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결국 그 안의 현상들이 '초자연'이 되어버리고, 신비에 빠지고, 몽매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 신의 사랑도 아름다움도 우리 것이 될 수 없다. 낙엽이 되어보고 돌이 되어보면 낙엽도 알게 되고 돌도 알게 된다. 알면 느끼게 되고, 느끼면 깨닫게 된다. 먼지도 우주도 모두가 자연이다.

 

 

 

신을 알고, 깨닫고, 느낀다는 것

 

그들은 먼지와 우주가 별개의 것인 줄 알고 있었으며 모래와 산이 별개의 것인 줄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불가분의 관계들을 맺고 있으며 하나로부터 태어나 하나로 돌아가기 위한 순환의 고리들임을 그들은 의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 이외수, <벽오금학도碧梧金鶴圖> 중에서 

 

가끔 신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사를 버았다거나, 성모마리아를 보았다거나, 부처님을 보았다거나,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을 들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을 애써 부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은 볼 수 있거나 들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은 오직 마음으로, 사랑으로, 아름다움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이다.

 

자신이 나무가 되면 그 안에 임해 신을 느낄 수 있다. 하늘이 되면 그 안에 임해 있는 신을 느낄 수 있다. 먼지가 되면 먼지에 임해 있는 신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고 천차만별하고 무량무한하다. 이렇게 무궁무진하고 천차만별하고 무량무한한 것 안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신이다.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나만을 위한 신, 나만을 사랑하는 신은 없다. 내 가족, 내 나라, 내 종교만 사랑하는 신은 가짜 신이다. 신은 만물을 사랑하고, 만물을 아름답게 하는 존재이다. '스스로 돕는 자'란 '스스로 하기 힘든 일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를 말한다. 자신이 아닌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신은 바로 이런 사람을 돕는다. 한 알의 먼지를 사랑하는 존재만이 광활한 우주를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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