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 나의 첫 번째 심리상담
강현식(누다심) 지음, 서늘한여름밤 그림 / 와이즈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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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과 불행 중 익숙한 것을 선택한다. 그 익숙한 불행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졌을 때 사람들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리상담을 찾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심리상담을 통한 변화도 언제나 유쾌하지만은 않다. 변화시킬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또한 나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저항을 수반한다.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그 마찰을 견디는 사람들이다. 익숙하지 않은 길은 넘어지기 쉽고 새로 익한 발걸음은 종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함께하는 마음 여행

 

저자 강현식(누다심)은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임상 및 상담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사람이 알고 싶어서, 사람을 돕고 싶어서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심리학과 심리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편하게 심리상담을 받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의 벽을 깨뜨리고자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만나고 소통하고 있으며, 심리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스테디셀러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심리학의 기초를 전달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 <아빠양육>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 역시 심리상담에 관한 내용이다. 즉 마음의 그림자를 지닌 세 명의 주인공(은주, 석영, 지선)이 치유와 변화를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심리상담의 방법과 절차, 제대로 된 심리상담가 찾기, 비용의 문제, 세간의 오해와 편견 등 독자들이 그간 궁금하고 불안했던 점들을 말끔히 해소시킨다.

특히 서늘한여름밤이 그린 열세 편의 그림일기는 '심리상담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만 받는 게 아닌지', '이런다고 내 삶이 바뀔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으니 괜찮다', '함께 견뎌줄 테니, 당신이 행복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등으로 위로해준다. 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의 윤리와 원칙, 내담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기 때문에 심리상담가를 꿈꾸는 심리학도들에게도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

 

 

 

 

은주~중소기업 인사팀에 근무, 괴팍한 상사와 마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석영~사회학 전공 학생, 복학 전 취업한 직장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다

지선~미술 학원 강사, 중학생 때 남학생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경험, 남자가 불편하다

 

 

심리상담, 미친 사람이 받는다고?

 

누구나 은주처럼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자신이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외부 환경이나 자신의 마음 중 하나가 문제이기 때문은 아닐 거다. 대부분 힘겨운 외부 환경과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부딪혀서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자신이 비슷한 처지의 남들보다 유독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면,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는 단순히 자신이 심약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 때문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그냥 방치해둔 채 환경만 개선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그대로 있는 한 힘든 일은 또 다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심리상담센터라고 해서 뭐 특별한 곳이 아니다. 그렇다. 동네 병원과 비슷한 분위기다. 다른 것이라면 진료실 대신에 상담실이 있다는 거다. 병원처럼 안내데스크와 대기실도 있다. 병원의 의사는 일방적으로 환자의 증상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질문을 주고받는 등 다소 위압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쉽게 말하자면 쌍방향 소통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다.

 

그러나 상담실은 분위기가 다르다. 상담자가 개인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담할 때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책상에는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한 '내담자來談者'를 위해 마련된 화장지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의미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런 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교사와 학생, 혹은 의사와 환자와 달리 친구나 동반자처럼 평등한 관계를 추구한다. 평등하다는 것은 권리의 측면이 아니라 마음의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주고받아야, 즉 원활한 쌍방향 소통이 돼야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위로 또는 변화

 

심리상담의 목적은 위로와 변화이다. 그렇다고 상담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마법의 알약은 아니다. 주인공인 은주도 위로를 받고자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대부분 생판 모르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받는 게, 그것도 상담료를 지급하면서까지, 부담스럽기도 해서 방문을 꺼려 한다. 사실 은주도 그랬다. 그렇지만 누구나 살면서 변화는 계속 일어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의 유무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 아닐까? 저신이 원하는 쪽으로 변할지,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변할지는 바로 선택에 달려 있다. 심리상담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변화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연습과 시행착오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상담가의 역할이다.

 

 

주변의 시선

 

심리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상담자에게 문의해야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질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상담자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믿어질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담자들은 종종 자신의 질문이 상담자에게 무례하게 느껴질까 봐 망설이는데, 심리상담은 어디까지나 내담자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말로만 하는 위로보다 진심이 담긴 솔직함이  

심리상담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진행한다. 개인상담 기준으로 보통 50분간 진행되며 상담자의 상태나 내담자의 기분에 따라 바뀌면 안 된다. 장소도 부득이하게 카페 같은 곳에서도 이루어지지만, 가급적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어야 한다. 석영의 경우, 싱담시간이 상담자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늦었다. 상담비도 회당 20만원으로 너무 비쌌다.

 

석영은 고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은 언니와 오빠는 먼 곳에서 직장을 다닌다고 이미 독립한 상태였다. 수능 시기에 이런 일이 생겨 힘들게 대학에 입학했으나 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어 결국 독립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했기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좋은 일자리가 생겨 장기 휴학을 신청하고 아예 취직했다가 회식날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 '이렇게 했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자기비난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결코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고 착각에 불과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당시엔 앞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 모르는 상태이므로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    

 

제대로 심리상담 훈련을 받은 상담자라면 이런 경험을 한 내담자에게 통제력 착각에서 벗어나 자기비난을 멈추라고 말한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석영이가 만난 사기꾼 상담가는 석영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석영이는 혹시 자신에게 잘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상담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상담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당연히 그는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졌다.

 

 

심리상담 목표 설정 

"정말 제 잘못이 아니라면 내면에서 '네 잘못이야'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상담을 잘 받게 되면 그때 일을 잊고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힘든 일을 겪으면 그 일을 잊고 싶어 한다. 그러나 기억 자체를 지울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런 작용을 하는 약물이나 수술법이 개발된다면 몰라도, 대화로 풀어가는 심리상담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심리상담을 통해 그 기억에 압도되지 않도록 도울 수는 있다. 그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말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드러내다 보면 나중에 그 사건을 떠올렸을 때 이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임상심리전문가와의 만남

 

"심리상담센터는 보통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삼키는 말도 얼마든지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 오늘은 저와 한 팀이 되어서 심리검사를 진행하셔야 하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드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지선이는 그 말을 듣고 용기 내 검사자가 남자 선생님이라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심리상담이든 심리검사든 우리의 마음을 솔직하고 편하게 드러내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성별이 중요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동성을 선호하는 반면, 동성보다는 이성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처음 심리상담이나 심리검사를 신청할 때,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심리검사를 받으면 자신도 전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심리검사는 수검자의 보고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합심리검사는 자신이 모호하게 알던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을 두드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개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리상담 기록이 나중에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 사실상 이와같은 편견 때문에 사람들은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길 주저한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IMF를 겪으면서 수많은 가정이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손 가정이 생겨남에 따라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이전보다 정신적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사례가 무척 많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는 것 같다. 지금도 스스로 심리상담이 필요함을 인식하면서 감히 문을 두드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인 셈이다. 또한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므로 심리상담에 관한 모든 것을 미리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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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 -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
애비게일 마시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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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곤충의 비행처럼 이타주의와 과학 법칙의 모순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어떤 이들은 모든 이타주의는 환상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이라도, 아무리 위험하고 보상은 적더라도 그 이면에는 사리사욕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영웅적인 구조자들은 격한 기쁨을 느끼고 싶어 하고, 신장 기증자들은 대중의 과도한 칭찬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또 어떤 이들은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주장하며 영웅적인 구조자들을 '수호천사', 신장 기증자들을 '성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타주의자들의 동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 '서문' 중에서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말하는 인간의 본성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계산에 따르면 모든 이타주의자들은 자연선택에 따라 오래전 멸종했어야 한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은 상대의 생존 확률은 높이지만 스스로의 생존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이타주의는 존재한다. 그들은 친족이나 친구가 아닌 생판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고 스스로 생명의 위험을 무릅썼다.

 

이런 행위는 유전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도 없다. 오히려 그들은 불행하게도 자기희생의 대가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젊은 시절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사고를 당하고 낯선 사람에게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 그가 베푼 이타심의 동기를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동기이다.

 

책의 저자 애비게일 마시는 조지타운 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로 인간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신경쓰는 이유, 폭력적인 공격성부터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타주의까지 우리 안에 잠재된 최악 및 최선의 충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10년 넘게 인간의 행동과 뇌를 연구했다.〈타임〉,〈슬레이트〉,〈허핑턴포스트〉,〈NPR〉,〈이코노미스트〉,〈뉴욕매거진〉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녀의 연구 결과를 다룬 바 있다.

 

그는 사고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 대학교에서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꾸어 이타주의의 기원을 알고자 정진했다. 나중에 하버드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학위 논문을 쓰던 중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타심은 타인의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식과 상관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겁먹은 얼굴 사진을 정확히 알아보는 사람은 통제된 실험 조건하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하거나 이들을 돕고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의 뇌 깊숙한 곳을 탐구해서 타인의 두려움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이타심과 사이코패스 성향을 판가름하는 강력한 표지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뇌 영상과 유전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는 공감 능력, 사이코패스 성향, 이타주의의 기원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지구상에 최초로 포유류가 출현한 때로 돌아가 현대인이 지닌 이타심의 근원을 추적, 어떻게 인류가 남을 보살피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스탠리 밀그램의 연구

 

스탠리 밀그램의 연구는 보통사람도 권위가 높은 자의 명령에 따라 낯선 이에게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대니얼 뱃슨의 연구에서는 권위의 힘과 연민의 힘이 동등하게 서로 맞붙을 경우 결국 연민이 이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험 진행자와 지원자가 같은 방에 있고 월리스 씨는 옆방에 있는 경우, 지원자의 절반이 실험이 끝날 때까지 계속 월리스 씨에게 전기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실험 진행자와 월리스 씨가 지원자와 똑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둘 다 지원자와 같은 방에 있거나 둘 다 다른 방에 있는 경우- 복종하는 비율이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이것은 대체로 연민의 힘이 복종의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뱃슨은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이가 계속 고통당하는 상황을 방치하기보다 차라리 자기가 대신 고통 받는 쪽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연구가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고통 받는 낯선 이에게 냉담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연민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물론 개인적 차이도 있다.

 

 

사이코패스의 특성

 

평균적으로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오른쪽 편도체가 전혀 활성화되지 않았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봐도 뇌의 이 부분에 아무런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상적인 아이들이나 ADHD를 앓는 아이들과 완전히 달랐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의 성인들처럼 편도체 활동이 뚜렷이 증가했다.

 

우리의 실험 결과를 다른 실험실의 연구진들이 여러 차례 재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는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지닌 아이들이 타인의 두려움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자신들의 폭력과 위협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잔인성을 전혀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런 표정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반응하는 뇌 영역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타적 행동의 요인

 

생물학자들은 일상적인 이타적 행동의 요인으로 2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유전적 친족에게 도움을 주는 포괄적 적합성이고, 다른 하나는 자주 접하는 이들을 돕는 상호적 이타주의다. 이 2가지는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 포괄적 적합성은 자기 친족을 도와줌으로써 본인의 유전자가 번식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 유전자를 50퍼센트쯤 공유한 내 동생을 돕는 것은 보잘것없지만 나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인 셈이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면 동생의 적합성이 향상되고, 그의 유전자, 더 나아가 내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것은 개미부터 새,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들이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유전적 친족을 도우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을 돕는 것은 유전적이라기보다 감정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상호적 이타주의다. 우리는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거나 가족, 이웃, 직장, 친구 등 중요한 사회적 집단에 소속된 이들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이런 이타주의의 규칙은 간단하다. 과거네 자신을 도와주었거나 향후 도와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즉 다시 볼 일 없는 남에게 베푸는 이타주의, 특히 희생이 따르는 이타주의는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치관에 의한 이타주의는 더욱 행복하다

 

심리학자 네타 바인스타인리처드 라이언의 연구에서 개인의 목표와 가치관에 따라 이타적인 행동을 할 경우 외적 요인에 의해 발휘된 이타심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정한 동정심에서 우러난 이타주의는 어떤 목표를 달성했을 때와 같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타인의 안녕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어 승리의 기쁨까지 안겨준다. 비범한 이타주의자들은 대부분 장기 기증을 하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이런 기쁨을 느꼈다. 그들을 인터뷰하는 동안 그들 자신은 물론 저자 또한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았다.

 

어떤 이타주의자는 자기 신장을 이식받은 소년의 어머니에게 받은 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감동에 겨운 나머지 목소리가 떨렸다. 소년의 어머니는 의사들이 이식을 마치자마자 신장이 곧바로 기능했고, 자기 평생에 소변을 보고 그렇게 행복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자기 아들은 그 순간부터 투석을 완전히 중단했고 난생 처음 해변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무엇이 이타주의를 만드는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강한 공포감을 느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무서운 사람 앞에서도 이들은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심지어 이들은 상대방의 두려움을 알아차릴 수도 없다. 이미 뇌의 기능이 손상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두려움의 본질이 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셈이다.

 

반면에 비범한 이타주의자는 타인에 대해 유달리 강한 관심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동시에 행동한다. 이들은 사이코패스의 반응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들의 편도체는 타인들의 두려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화재 현장에서 불길에 사로잡힌 아이를 구하려고 기꺼이 뛰어든다. 이처럼 그들은 사이코패스의 뇌와 반대적인 뇌를 갖고 있다. 사실 인간은 우리들 생각보다 훨씬 착한 존재이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책에서 현생 인간종은 이타주의 때문에 끝까지 생존하고 있다고 결론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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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타트 -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
브래드 스톤 지음, 이진원 옮김, 임정욱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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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기술 엘리트의 극단적 오만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비평가들은 그들이 기본적인 채용 규칙을 파괴하고 교통체증을 늘리며 평화로운 거주지를 망쳐버린다는 데서부터 시작해 자유민주적 도시들 안에 무자비한 자본주의 논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걸 비난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과장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우버와 에어비앤비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대혼란의 중심에는 젊고 부유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트래비스 캘러닉과 브라이언 체스키 같은 CEO들이 있다. 그들은 앞선 세대의 기술 리더들을 상징했던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처럼 숫기 없고 내성적인 혁신가들과는 전혀 딴판인 새로운 기술 CEO를 상징한다. 그들은 자기가 세운 기업들이 인류를 위한 극적인 발전을 모색할 수 있게 하고, 많은 기술자들뿐 아니라 운전사와 집주인, 로비스트와 입법의원들을 자신들이 표방하는 명분에 동참시킬 수 있는 외향적 성격의 이야기꾼이다. - '머리말' 중에서

 

 

지독한 스타트업들의 생존 분투기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 우버에어비앤비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2008년이다. 두 회사 모두 이 해에 설립됐다. 바로 전년에 아이폰이 시판됨으로써 사람들이 조금씩 스마트폰의 가능성에 눈뜨기 시작할 때다. 또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로 실리콘밸리가 상당히 위축될 때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에서의 속담으로 '무덤 위에 장미꽃이 핀다'라는 말이 있듯이 절체절명의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 위대한 기업도 태어나는 법이다.

 

또 두 회사 모두 기존 규제에 맞서면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치열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다.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열정적인 고객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규제공세를 해쳐나갔다는 것도 비슷하다. 물론 두 회사는 여전히 논란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걸어온 길은 새로운 기술 프랜차이즈 회사나 실리콘밸리 기업에 애정과 비판의 눈길을 가진 사람들,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역경과 승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반인 모두에게 4차 산업혁명이 낳은 새로운 경제 형태인 공유경제의 흐름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지독한 스타트업의 생존 분투기를 소개하는 이 책의 저자 브래드 스톤은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뉴스위크>, <뉴욕타임스> 등에서 15년 넘게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3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와 2,000명의 페이스북 구독자, 5,000명의 구글플러스 커넥션을 갖고 있는 영향력 있는 기자다. 2010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입사한 이래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구글, 야후 등 세계적인 기업과 중국의 IT 대기업 디디, 텐센트, 바이두 등에 관한 기사를 쓰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이미 소개되었던 저자의 책으로는 2013년에 발간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가 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저널> 등이 선정하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그해 <파이낸셜타임스>와 골드만삭스 선정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에 올랐다. 당연히 국내의 경영인들에게도 크게 사랑받았던 도서다.

 

 

 

 

에어비앤비의 초창기

 

에어비앤비는 에어베드앤드브렉퍼스트의 약어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동창인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의기투합하여 '공유경제'라는 신개념의 회사를 창업했다. 자신들이 거주한 룸에 에어 매트리스의 침대가 비치되어 있기에 이를 어필하고자 회사명에 '에어베드'라는 말을 사용했다. 즉 그들은 에어 매트리스 침대를 갖춘 방에다 아침조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표방했다. 이후 하버드 출신 엔지니어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이들의 사업에 합류했다.    

 

마운틴 뷰에 있는 YC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는 사실상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세 사람이 숙박공유 개념에 대해 설명하자 그 프로그램의 전설적인 공동창업자인 폴 그레이엄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걸 원하다고요? 왜요? 진짜로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당시 44세였던 그레이엄은 훗날 자신이 숙박공유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소파에서 자는 것도, 다른 사람이 내 소파에서 자는 것도 원하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가려 했을 때 게비아는 시리얼 상자 두 개를 꺼내 그레이엄에게 건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놀랐고 그레이엄 역시 당연히 황당해했다. 이어 그들은 작년에 일어났던 복잡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받은 영감에서부터 시작해서 끔찍했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콘퍼런스를 거쳐 여러 대회들 및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 같았던 시리얼 도박에 이르기까지 모두 말이다. 그레이엄은 마침내 "와우, 당신들 참 바퀴벌레 같은 사람들이군요. 쉽게 망하지는 않겠어"라고 말했다.  

 

 

우버의 초창기

 

샌프란시스코에는 아무 표시가 없는 검은색 세단을 몰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승객일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접근한 뒤 전조등을 깜빡이며 탑승을 유도하는 식으로 몰래 영업하는 차량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샌프란시스코 거주자들, 특히 여성들은 그렇게 아무 표시가 없는 차를 타지 않는다. 일단 검증되지 않아 무섭고, 미터기를 켜지 않고 운행한다는 특성상 애매한 요금을 내야하는 것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프는 이런 차량들 대부분이 청결하고 운전사들도 친절하다는 걸 알아냈다. 이런 운전사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승객을 태우는 사이사이에 생기는 빈 시간을 채우는 일이었다. 그들은 보통 호텔 밖에서 무작정 대기했다. 캠프는 이 운전사들의 휴대폰 번호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고의 검은색 차를 운전하며 영업 중이던 운전사들의 전화번호 10~15개를 저장해놓기도 했었죠"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이 시스템을 좀 더 잘 이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차를 이용하기 몇 시간 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운전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약속한 시간에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또 어느 날 밤에는 이런 차를 한 대 빌려서 저녁 내내 친구들을 태운 채 몰고 다녔다. 그것은 1,000달러의 돈이 들어간 사치이자, 동 트기 전 도시를 돌아다니며 모든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줘야 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바로 그때,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열〉에 나온 초현대적 이미지가 개릿 캠프의 머릿속에서 불쑥 떠올랐다.

 

 

우버의 CEO가 되다

 

우버의 일원이 돼서 느끼는 흥분과 즐거움이 온몸에서 솟구칩니다. 우버가 미국과 전 세계 모든 주요 도시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면 전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택시를 타려다 겪는 좌절감이 줄어들 거고 도시 교통의 신뢰성, 효율성, 책임감, 전문성은 올라갈 겁니다. 우버가 진출한 모든 도시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했을 때 더 좋은 곳으로 변할 겁니다. 당신이 우버가 진출한 도시에 산다면 그곳의 교통 세계는 영원히 변할 것이며, 그런 변화가 도래할 때 우버의 진가가 드러날 겁니다.

 

이는 우버의 웹사이트에 라이언 그레이브스가 올린 글의 일부이다. 그가 표현한 '흥분과 즐거움이 온몸에서 솟구칩니다'라는 글이 우버 직원들에게 동기와 활력을 주입시키는 표현이 되었던 것이다.

 

 

공유경제, 이젠 우리 삶의 일부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빠르게 움직이며 파괴하라"는 페이스북의 좌우명을 가장 잘 실천한 기업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들은 타인과 함께 차를 같이 타거나, 같은 숙박 시설을 나눠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기업이 단시간 내에 달성한 혁신의 결과로 공유경제는 우리들의 일상 깊숙히 파고들어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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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생태계 - 생성-성장-소멸-재생성 순환 체계 단절로 침하되고 있는
NEAR재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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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찾아올 다음 위기의 형태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이를 정치가 막으려다 재정 파탄을 일으키는 악순환적 위기가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경제생태계, 정치생태계, 사회생태계, 이 3개의 생태계가 긴밀한 교호 관계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 위기가 복합 생태계의 연쇄 작용 속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 위기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그 처방은 간단하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생태계를 긴 안목에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사망 직전의 한국 경제생태계를 진단한다

책의 저자인 NEAR재단은 동북아시아 연구를 목적으로 2007년 초에 설립된 순수 민간 씽크 탱크이다. 지난 10년간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역학 구도 연구에 주력해왔고 특히 팽창하는 중국과의 보완적 생존 관계 형성을 위한 극중(克中) 연구에 집중해왔다. 또 이 재단은 점차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화되어 가는 한중일 3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NEAR한중일SEOUL PROCESS'를 창립하여 동북아시아의 화해, 공존, 공영의 길을 모색해왔다. 이번에 재단이 한국의 경제생태계 연구에 착수한 것은 주변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이 생존과 통일의 길을 닦아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회생이 중요한 기초 여건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재단이 발간한 주요 저서로는 <미, 중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국의 외교, 안보>, <양극화 고령화 속의 한국, 제2의 일본 되나>, <신삼국지, 중국화 파고 속의 한국>,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기로에 선 북중관계>, <한국의 외교안보 퍼즐>, <한국경제, 벽을 넘어서>, <한일관계, 이렇게 풀어라> 등이 있다.

 

경제는 자연 생태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생성, 성정, 그리고 소멸의 과정을 거치거나 소명 대산에 진화나 혁신의 순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 도는 정체되기도 한다. 또한 경제는 정치, 사회, 교육 등 다른 부문의 생태계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작동하며 경제생태계 내에서도 스스로의 순환 체계 속에서 투자, 소비, 생산, 재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만약에 생태계 간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정상적인 성장 궤도를 이탈, 정체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경제 내부에서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통상적인 경제 정책을 통해 치유되지도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정부는 금리, 환율, 조세, 재정 정책을 총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고 단기에 그치고 만다. 결국엔 구조조정이라는 외과수술을 통해 병든 세포와 죽은 세포를 잘라내고 경제의 순환을 정상화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런 수술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경제 체질적, 생태적 문제에 직면, 마침내 경제는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생태계 접근 필요성

 

자연생태계의 특성은 성장 과정을 거쳐 소멸하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변화되고 진화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연생태계에 인위적인 간섭이 발생하면 순환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경제 주체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에 의한 산림개발이나 공해 유발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홍수나 대기 오염 등을 통해 그 피해가 되돌아온다. 물론 인위적인 간섭으로 자연생태계가 복원되는 경우도 있다. 자연생태계가 불균형에 처했을 때 인위적 간섭을 통해 균형 상태를 회복한다면 자연생태계는 다시 복원되어 진화할 수 있다.

 

경제도 자연생태계와 같은 특성을 가진다. 벤처기업이 창업되고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탄생하지 못하면 소멸한다. 생성, 성장, 소멸 혹은 진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 개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입이 올바르다면 진화의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개입이 잘못되면 소멸을 지연시켜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생태계에 대한 경고


한국의 경제생태계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건강성, 다양성, 상호 연계성, 역동성과 유연성 등 다섯 가지 특성 모두 한국 경제생태계에서 약화되거나 둔화되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는 건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저성장의 장기화, 구조조정 부진, 양극화 등 다양한 경고와 맥락을 같이한다.

 

생태계적 접근이 한국 경제의 구석구석을 모두 살펴보거나 완벽한 대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 특히 기술 혁신 등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경제 상황 등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념화된 경제학적 지식이나 이론 또는 관행화된 경제 정책 등이 제공하지 못하는 시각과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의 한계

 

선진국의 노동 개혁 과정을 살펴보면 노동 시장 유연성의 제고가 수반되지 않은 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은 장기적이고 구조적 관점에서 노동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해 보이며, 기업의 노동 비용을 상승시키고 일자리 창출의 의욕을 저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노동 시장에 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일자리 로드맵을 통해 노동 시장의 생태계가 복원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한 기업생태계와 대기업의 역할

우리 기업생태계의 건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대기업의 협력적 성장 의지와 부품업체의 역량 강화로 집약된다. 한 기업생태계에 역량 수준이 낮은 행위자들이 과도하게 많으면, 과도한 경쟁 판도가 만들어져 부품에 대한 진정한 경쟁력 평가가 어려워진다. 가격보다는 품질 혁신 쪽으로 생태계 원리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조립업체에게 원가 절감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기업에게나 원가 절감은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원가 절감보다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조건적인 가격 경쟁을 탈피하여 혁신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욱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생태계적 접근의 필요성 

기업은 창업하여 중소 벤처기업이나 소상공인으로 성장하거나 일부는 생존에 실패하는 기업이 되기도 한다. 살아남은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여 강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글로벌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경영을 잘못하여 한계기업이 될 수도 있다. 한계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퇴출되거나 좀비기업으로 남을 수도 있다. 또 실패한 기업은 재도전을 통해 성공기업이 될 수도 있다.

 

성공기업이 되는 관건은 1차적으로는 중소기업의 혁신 경영에 있다. 혁신 경영은 인력, 기술, 자금, 판로의 혁신과 이를 아우르는 경영자 리더십의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기업생태계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역동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 경영과 이들 기업 외부의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경쟁과 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이질적 파트너와의 협업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 지금까지 잘 자리 잡지 못한 점이 바로 '이질적인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는 협업 정신일 것이다. 이질적인 파트너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작은 기업일 수도 있으며, 전혀 다른 문화에서 생겨난 다른 나라 기업일 수도 있다. 구글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재능 있는 이질적 파트너를 맞아들이는 데 열심이며, 이런 협업을 성정 전략의 핵심으로까지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함께할 파트너들을 가능한 한 자기 기업 내로 들여오려고만 했다. 그러다 보니 말이 잘 통하는 우리나라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런 닫힌 기업 문화를 유지하면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미래의 새로운 분야에서 경쟁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크고 작은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일하려는 개방형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급선무라고 느껴진다. 

 

 

과학기술 혁신생태계 구축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공유해야 할 것은 혁신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다. 국가 차원에서 혁신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 가치는 경제 발전과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이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로 제시하기도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일어나야 한다.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생태계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사회의 모습은 글로벌 사회, 지속 가능한 사회, 조화로운 사회다. 창조적 혁신을 위한 혁신 정책이 지향하는 기본 방향은 글로벌 사회를 위한 개방성,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유연성, 조화로운 사회를 위한 균형성이라 할 수 있다. 

 

 

복지생태계의 바람직한 순환

복지생태계의 바람직한 모습은 시장경제 체제 속의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포용해서 치유하고 경쟁력을 길러 다시 시장경제 체제 속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불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억울함을 치유해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력이 없거나 생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이와 같은 복지생태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가정이 불안정해지고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어 경제생태계마저 위협하게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지역 공동체, 가정과 사회단체 등 여러 단위들이 복지생태계를 구성하면서 참여하고 나누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인구생태계의 영향 

가정생태계는 노동시장 등 다른 생태계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생태계는 가정생태계를 매개로 다른 생태계들과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결국 인구생태계는 인접한 다른 부문의 생태계들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면 그 균형 상태가 파괴되어 사회는 물론이고 가족과 개인에게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킬 것이다. 즉, 현재 진행 중인 초저출산 현상은 인접한 다른 부문의 생태계들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한 결과로도 간주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인구생태계에 순환상 불균형이 발생하면 다른 사회·경제 부문의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저출산 현상으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는 복지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복지생태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혁신적인 학습생태계 구축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미래 핵심 역량을 함양하고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과정, 수업 방법, 평가 방법, 교육 지원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요구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교가 이런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당사자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 밖의 학습이나 경험이 필요할 경우에는 학교와 지역 사회의 협력에 기반을 둔 학습생태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가 학생들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민·관·산·학이 협력해서 혁신적 학습생태계의 구축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정 운영생태계 

한국의 국정 운영생태계는 국가-사회 관계에서의 국가 중심, 중앙-지방 관계에서의 중앙 집권, 삼권 관계에서의 제왕적 대통령과 행정부 주도, 행정부 내부에서의 핵심 행정부 집중, 행정 관료제의 피라미드형 계층제 조직, 다단계 계급제의 인사 체계, '검사 동일체 원칙'에서 보듯이 강력한 상하 관계와 명령 통일의 조직 문화 등의 특성이 배태胚胎돼 있다.

 

이들은 모두 목적국가로서의 국정 운영 체계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특성들이다. 향후 한국 국정 운영생태계의 개혁 방향은 일반 이익으로서의 공익 관념과 목적국가로서의 제도적 특성, 개인 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 관념 및 시민국가로서의 제도적 특성 간에 조화로운 절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희망,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책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령화, 양극화에 침몰하고 있는 본질적 원인을 찾기 위해 종래의 기능적인·분야별 접근 방식을 탈피하여 각 분야의 핵심 주체와 생태 환경 간 관계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원인이 기존의 대증對症적인 정책과 예산 투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제생태계 악화에 있음을 제시했으며, 경제생태계에 만연해 있는 증상으로 기득권, 폐쇄성, 경직성, 단기주의, 현상 유지 증후군을 지적했다.

 

따라서 성장의 역동성을 회복하여 한국 경제가 희망을 찾는 길은 경제생태계의 기득권, 폐쇄성, 경직성, 단기주의, 현상 유지 증후군을 혁신하는 것이다. 침체와 악화 일로의 길을 걷고 있는 사망 직전의 한국 경제의 해법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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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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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생각은 대부분 관계를 시작하려고 할 때 마주치는 문제들에 초점이 맞춰진다. 낭만중의자들에게 사랑은 본질적으로 '발견'을 뜻한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러브스토리라 부르는 것도 사실 태반은 러브스토리의 '시작'이다. - '서문' 중에서

 

 

감성 지능의 양量을 증가시켜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는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자기 이해, 연민,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이 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문화적, 감성적 삶을 위한 중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움과 위로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이 책 또한 그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인생학교'의 목표는 한 가지다. 바로 세상의 '감성 지능'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남녀관계', '일', '여가 생활', '문화적 측면'이라는 영역에서 말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조직인 '인생학교'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즉 세계적으로 컨퍼런스 개최, 숍과 관련 수업 운영, 기업 컨설팅, 도서 집필과 출판, 영화 제작, 제품 판매, 디지털 활동 등을 진행 중 이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삶에서 이를 뺀다면 마치 우리들이 황량한 사막이나 먼 행성에 홀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랑은 대부분 관계에서 시작된다. 낭만주의자들도 사랑은 '발견'을 뜻한다고 여긴다. 아무튼 사랑에 있어서 투지가 넘치는 도전은 어떻게 오랫동안 사랑을 지속하는가와 상관 있다.

 

흔히 학창시절을 졸업하면서 공부도 종료되었다고 착각한다. 아니다. 공부는 졸업이나 나이와 관계가 없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죽는 순간까지 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 이 책은 낭만주의적 애정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사랑은 느끼기만 하는 감정이라기보다 배워야 할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부부관계를 둘러싼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슈들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랑은 익숙함에 끌린다

 

우리는 사랑할 때 행복을 추구한다고 믿지만, 사실 정말로 추구하는 것은 익숙함이다. 어른이 되어 맺은 관계 안에서, 어릴 적에 아주 익숙했던 그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게다가 그 느낌은 애정과 보살핌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 대부분이 초기에 경험하게 될 사랑은 과거에 통제 불능인 어른을 도와주고 싶거나, 부모 한쪽 의 온정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그 사람이 화를 낼까봐 두렵고, 다소 곤란한 바람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큼 안정감을 얻지 못하는 느낌과 같이 훨씬 파괴적인 원동력을 사랑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괜찮아서, 그러니까 왠지 매우 안정적이고 성숙하며 사려 깊고 믿음직해 보인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그런 올바름이 낯설고 과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속을 태우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와 함께하는 삶이 더 행복할 것이 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서 좌절감을 느끼는 편이 편하고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우자를 찾는 이런 과정을 정신분석학에선 '대상 선택'이라고 부르며, 비교적 건강하지 못한 패턴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끌림을 지배하는 요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의 본능, 즉 우리가 끌리거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암류암류는 우리가 너무 어려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을 때 겪은 복잡한 경험에서 비롯되며, 우리 마음의 곁에 계속 남아 있다.

 

그렇다고 정신분석학은 우리들에게 끌림과 관련된 관계의 모든 것을 바꾸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지성과 매력, 아량같이 긍정적인 자질을 원하는 열망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 집을 비우거나, 상대를 무시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금전관리를 못하는 등 아주 곤란란 기질을 가진 이들에게 숙명적으로 끌릴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으로 이런 곤란한 습성이 없으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애정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 등의 인물에게서 정신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와 비슷한 면이 있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라도 절대 다가가지 못한다. 사랑에 관한 한, 지적이거나 시간관념이 명확하거나 과학에 흥미를 가진 사람을 결코 용납 못할 것이다. 단지 그런 성향이 일찍이 자신을 몹시 힘들게 했던 누군가의 특성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과민반응을 하는 이유

 

과민반응이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 없는 상대방의 힘든 과거가 왜곡되어 표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성공적으로 함께 사는 열쇠 중 하나는 과거의 두려움과 불안의 '전이'가 지금의 모든 행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패션잡지를 보다가 농담조로 배우자에게 다른 청바지나 티셔츠가 어떠냐고 물을 때 갑자기 배우자가 돈도 빠듯하고 이미 다른 옷도 넘쳐나는데 왜 쓸데없는 얘기로 짜증나게 하느냐는 말을 할때 우리는 정나미가 떨어질 것이다.     

전이 개념은 관계에서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가장 실망스러운 행동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통해 자칫 상대방 때문에 짜증만 났을 상황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관계에서 늘 정신이 온전할 수 없다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친절한 행동은 나의 내면세계 중에서도 특별히 심하게 상처 입은 영역을 기록하고 안내하려고 시도한 지도를 건네주는 방법이다.

 

이런 지도를 만들 때 관건은 전이가 어디서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이 실험'을 이용해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로르샤흐 테스트이다. 이는 심리학자 헤르만 로르샤흐가 1920년대에 사람들이 닿기 힘든 자신의 속마음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고안한 방법이다. 로르샤흐는 모호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게 무엇인지 얘기해 달라고 하면, 우리 안에 잠재하는 주된 두려움과 희망, 편견, 그리고 전제 중 일부가 자연스레 드러날 것으로 믿었다. 

 

모든 로르샤흐 테스트의 핵심은 이미지마다 정해진 진짜 의미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과거가 무엇을 상상하도록 만드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의미로 본다. 다정하고 너그러운 성격 의 사람에게는 아래의 이미지가 가면처럼 보일 것이다. 두 눈과 늘어진 귀, 그리고 입을 가리는 부분이 있으며 볼에서부터 넓은 덮개가 길게 내려오는 가면이다. 반면에 고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면, 힘 있는 누군가를 아래서 올려다본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넓게 벌린 두 발과 굵은 다리, 건장한 어깨, 그리고 공격 자세를 취하듯 고개를 앞으로 내민 모습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우리는 배우자에게 상당히 불쾌한 말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그런 말을 내뱉는다. 반면에 다른 많은 사람을 대할 때엔 우리는 확실히 공손하다. 샌드위치 가게에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무척 상냥하고, 동료들과도 여러 가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친구들과 있을 때도 거의 항상 유쾌한 기분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런 영역에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만큼 기대하는 것도 별로 없다.


우리가 부부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만큼 우리를 실망시키고 속상하게 할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같다느니, 빌어먹을 ×이라느니, 약골이라느니 하면서 막말을 하는 이유는 위험할 정도로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기대한 만큼 실망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사랑이 주는 희한한 선물 중 하나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

 

우리는 첫눈에 반하는 순간을 즐겨야 한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우리가 흠모하고 우리 삶에 더 많이 채워지기를 원하는 자질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와인 바에서 본 그 사람이 정말로 대단히 묘한 매력을 지녔을 수 있다. 신선과일 코너 옆에서 언뜻 본 그 사람이 정말로 다정하고 훌륭한 부모가 되어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이런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결정적인 면에서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신랄하게 비판한다고 해서 우울해질 필요는 없다. 단지 낭만주의 문화가 부부관계는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며 지나친 상상력으로 가해온 압박을 덜어줄 뿐이다. 우리가 늘 명심해야 하는 사실은, 배우자가 이상형이 아니라고 해서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모든 관계가 실패하는 것 이 당연하다거나 개선되어야 한다는 증거도 절대 아니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저주를 받지 않더라도, 악몽에나 나올 법한 그런 끔찍한 사람, '잘못된 사람'과 함께하게 된다.

 

 

성性에 대해 솔직해져라

 

성적 개방과 진보에 대한 이런 묘사가 아무리 현대 세대를 치켜세우는 내용이라도 편의상 한 가지 변함없는 진실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즉 우리가 여전히 섹스와 관련해 심한 갈등과 당혹스러움, 수치심과 야릇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섹스는 깔끔하게 사랑과 일치되기를 거부하고 여느 때처럼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오히려 단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우리는 섹스를 밝고, 모험적이며, 강박적이지 않고, 깔끔하며, 충실하고, 안정된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알고 있고, 그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섹스에 관한 관점은 대부분 유별난 편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모습이 지독하게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적 취향이 어떤 것인지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 솔직히 말하기가 아주 두려운 부분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언제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욕구와 취향 중 일부만 공유하는 데 머물 뿐 더는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가질까봐 겁이 나서다. 사랑을 받을 것인가 솔직해질 것인가 하는 선택을 놓고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를 택한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성적 충동에 부담을 느낀다. 괴로워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고 죽는 편이 낫다고 느낄 것이다.

 

 

애정관

 

낭만주의자는 사랑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인생의 안내자로서 직감을 찬양하고 이성은 경계한다. 또한 자신과 어울리는 연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거나, 관계가 끝났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는 견해를 좋아한다. 그들의 눈에는 어떤 판단이나 기분을 너무 열심히 캐묻는 행위가 냉정하고 잔인하게도 보인다. 특히 감정을 일일이 분석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장되고 모호한 언어와 불분명한 표현 방식을 무척 존중하는데, 그것이 사랑과 친밀감이 가진 소중하지만 형언하기 힘든 면을 나타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단점을 따지거나 부부관계에서 정확히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 일일이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이 특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에 고전주의자는 직감을 경계한다. 이들은 이미 종종 쓰라린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느낌이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착각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느낌을 상당히 회의적으로 신랄 하게 바라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와 그 이유를 따져 묻는 행위 사이에 전혀 갈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들은 명료한 표현 방식을 선호하며 영리한 12살짜리 아이가 이해할 만한 언어를 좋아한다.

 

 

사랑은 본능이나 느낌이 아니다

 

낭만주의 소설은 주인공들이 서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잘 맞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낭만주의의 사랑은 우리의 나머지 반쪽이자 정신적 쌍둥이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사랑은 훈련이나 교육과 아무 관련이 없다. 사랑은 본능이고 느낌이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설명하기 어렵다.

 

고전주의 소설은 남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비밀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외로움도 있고, 타협도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또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사랑은 자연이 준 타고난 재능이나 느낌이 아니라고 믿는다. 따라서 아래의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출 때 마침내 바람직한 사랑을 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러브스토리의 조건

 

완벽하기를 단념할 때

나를 완벽히 이해해 주리라는 희망을 버릴 때

우리가 제정신이 아님을 깨달을 때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또 침착하게 충고할 때

서로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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