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1년에 단 한 건만 성공해도 월세보다 낫다
이명재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월세를 받는 생활도 괜찮지만, 1년에 한 건만 제대로 된 투자를 해도 월세를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경매이다. 또한 투하된 자본에 상관없이 100만 원의 수익을 내는데 드는 시간이나, 1,000만 원의 수익을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큰 차이가 없으며,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도 경매이다. 이 얼마나 멋진 사업인가, 당신도 경매를 통해 부자로 향하는 지름길로 들어서기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적은 돈으로도 경매에 성공할 수 있다

 

책의 저자 이명재는 여러 번의 사업실패를 겪은 후 직장생활을 하며,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내려면 경매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100권이 넘는 경매 관련 서적을 읽었다. 수년간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경매 관련 강의를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경매 공부에 매진했다.

 

경매실전에서 위장임차인, 법정지상권, 지분, 유치권, 선순위가등기 등 일반물건부터 특수물건까지 두루 낙찰 후 처리까지 경험이 있으며, 그 중 선순위가등기 물건은 3년여의 세월을 거쳐 대법원까지 진행하며 소송기술까지 익혀 현재는 혼자서 소송도 진행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 괴정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여 특수물건이 아닌 일반물건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아내개 되었다.

 

그는 일반물건으로도 고수익을 얻는 방법을 찾아내어 임대수익 최소 연 20% 이상에 시세차익까지 동반되는 물건만을 소유하고 있다. 수익을 불리려면 먼저 '지켜야 한다'는 철학으로 어려운 부동산 경기에도 손해나지 않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이자 부동산 매매사업자로서 서울 강남과 대전에서 경매입문자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명재 메이저경매'의 대표이다.

 

일반적으로 어마어마한 자본금과 어려운 법률용어, 그리고 명도와 같은 실전 시의 어려움 등이 수반되는 게 경매라고 우리들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우선 경매를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5천만 원 아니면 1억 원? 그렇지 않다. 500만 원으로도 가능하다. 물론 큰 금액을 투자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본보다 중요한 건 경매에 임하는 마인드이다.

 

 

 

소액으로도 성공적인 경매 투자가 가능하다

이 책에는 1,0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수익을 낸 물건에 대한 사례가 수록되어 있으며, 저자는 지금도 이런 물건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금이 별로 없거나 경매 경험이 없다면 먼저 적은 금액으로 주변의 물건부터 시작해 본 후 충분한 경험을 쌓으면서 점차적으로 자본금을 불려 더 큰 물건에, 더 수익이 많이 날 수 있는 물건에 도전해갈 수 있다.

 

IMF 외환 위기 이후로 약 20년 동안 불경기의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전대미문의 3저 시대에 접어들 정도로 늘 침체국면 속에서 나라의 경제는 항상 어려웠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는 항상 돈을 벌고 있고, 어느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라 부동산을 무턱대고 사놓으면 장기간 고생할 수 있다. 가격 상승은커녕, 겨우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하락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이러하니 이젠 부동산 투자도 물건을 고르는데 무척 신중해야 한다. 시세가 오를 곳을 찾던지, 매입 시점에서 최소한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해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전체적인 흐름도 알아야 하지만 투자 대상 부동산의 수익성을 분석할 수 있어야만 한다. 같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꾸준히 오르는 주택이 있는 반면 몇 년째 제자리인 곳도 있다. 재테크의 절대원칙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이듯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산다면 언젠가는 이익을 내고 팔 수 있다. 따라서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곳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싸게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경매를 통한 방법인 것이다.

 

 

 

이처럼 저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경매를 택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대학생 시절 농수산물 장사를 시작, 스무 살 청년임에도 자신이 직접 번 돈으로 학비와 용돈을 충당할 정도로 제법 돈을 벌었다. 이후 8년이 흐르자 몸이 피곤한 장사가 싫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복병을 만났던 셈이다. 김치냉장고의 출현과 함께 대형마트와 김치공장의 등장으로 인해 가격파괴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전까지는 무조건 현금 거래였지만 외상거래가 생겨났다. 업체간의 출혈경쟁 탓에 부도나는 업체가 속출했다. 저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외상액이 점점 늘어나자 그는 장사를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운동화 빨래방'과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이마저 접고 경매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내의 지원을 등에 업고 그는 3년 만기 적금 1천만원으로 경매에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 돈으론 불가하다는 의견이었지만 유독 한 사람만은 100만 원으로도 경매가 가능하다고 격려했다. 결국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실전경매에 입문했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처음으로 낙찰에 성공, 이후로도 170만 원, 550만 원, 800만 원 등 적은 돈으로 낙찰받아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그 스토리는 책 속에 담겨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 경매 준비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감지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효율적인 들이 탄생하고 있다. 자신의 취향에 알맞는 앱을 설치하면 손 안에서 경매 업무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지식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말하면 네이버 부동산 앱, KB 부동산, 인터넷등기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민원 24, 대한민국법원, 부동산 생활백서, 스피드옥션, 스마트 온비드, 음성녹음 등이 있다.

 

 

돈 버는 법은 따로 있다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가격이 상승할 부동산을 매입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지금도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시세가 오를 물건을 찾던지, 투자 대상 부동산의 철저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투자를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부동산을 경매로 매입하는 것이 최상의 부동산 투자임을 강조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 소설 법정
백금남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 백극남한국 최고의 불교 소설가다. 그는 1985년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중편소설 <등대에 불 밝히기>로 KBS문학상을 수상,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이후 2003년에는 <티베트의 영혼 파드마삼바바>로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2013년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관상>의 원작 소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계속해서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궁합>과 <명당>이 영화화되고 있으며, 최근에 유마거사의 일생을 그린 장편소설 <유마>를 출

 

 

 

  

 

소설로 되살아난 무소유의 삶

 

작가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법정 스님의 생애를 왜곡이나 과장 없이 담담하게 그렸다. 게다가 법정 스님 입적 이후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한 글들이 정확하지도 않은 헛소문이라는 것을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냈다. 소설에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뿐 아니라 법정 스님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들이 여럿 소개된다. 스승과 도반 등 주변 인물들과의 일화에서 드러나는 법정 스님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소설의 숨은 재미다.

 

책을 사랑했던 청년 재철(법정)은 출가 후 스승인 효봉 스님 몰래 숨어서 습작을 하다가 들켜서 여러 번 혼쭐이 나곤 했다. 그가 어렵게 써놓은 글들은 노트째 아궁이에서 불태워졌다. 그럼에도 글에 대한 열망을 꺾을 순 없었다. 쓰고 또 쓰고, 그러다 마침내 <대한불교> 신문의 독자투고란에 시 <미소>가 실리면서 '시인'으로 당당히 데뷔한다. 그런 눈물겨운 습작의 과정이 있었기에 훗날 정제된 글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법정 스님이 입적하기 5년 전부터 그의 일대기를 쓰기 시작해, 끈질긴 추적 끝에 스님의 초기작 23편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초기작들은 현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법정 스님이 1963~69년에 직접 기고한 글들이다. 워낙 초기작이어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다가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작품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소설에는 법정 스님의 시 12편, 불교설화 7편, 칼럼 4편이 실려 있다. 당시의 그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열망과 산중 수행자의 고독한 내면을 엿볼 수 있으며, <부처님 전상서> 등의 칼럼을 통해서는 불교계에 개혁과 성찰을 촉구하며 직설을 던지는 젊은 수행자의 결기를 읽을 수 있다. 이제, 소설 속의 몇몇 장면으로 들어가 보자. 

 

 

"너 왜 술 안 마시냐?"
재철이 술잔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광순이 물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재철은 서글프게 웃기만 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이 세상과의 이별이었다. 아니, 이별이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떠나야 할 길이었다. 두 눈 부릅뜨고 당당히 가고 싶었다. 이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싶지 않았다. 광순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끝내 재철만 덩그러니 놓아두고 저들끼리 얼싸안고 울음보를 터트렸다.

 

"널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꼭 책을 봐도 철학책이나 보고 앉았더니 결국에는 중이 되겠다고?"

 

 

잠시 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스승이 들이닥쳤다. 스승이 노트를 집어 보더니, 어이가 없는 듯 입을 벌렸다. 스승의 눈이 뒤집어졌다.

"이놈, 여기는 부처를 공부하는 승방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냐?"
"책을 아궁이 속에 처넣어라"

 


도반들이 모두 달려들어 방 안을 뒤졌다. 법정의 책이란 책은 다 모아 들고 아궁이로 달려가 활활 타는 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 처음이 아니었다. 먼저 책 두 권이 한꺼번에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고, 마지막 남은 한 권도 아궁이행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어렵게 써놓은 설화까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하루는 불임암에서 난초 잎을 닦다가 갑자기 '왜 이러고 있는가'란 생각이 들어 버려야겠다고 맘을 먹고 있을 때 마침 아는 스님이 찾아와서 애지중지하던 난을 그에게 주고 말았다. 하지만 한동안 아쉬웠다. 잠에서 깨어나도 난 있던 곳으로 시선이 갔다. 그런데 그 빈 마음속으로 가득 차오르는 게 있었다. 무소유의 빛이었다. 드디어 비어도 빈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욕심을 버렸다.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욕심내지 않았다. 소유하지 않으면 마음이 맑아진다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거나 글을 쓰던 때와는 달랐다. 소유하려다 보면 불행해진다고 막연히 외치던 때와는 달랐다. 이제야 자신의 일상에서 소유라는 개념을 무소유로 전환해가는 지혜를 얻고 있었다. 맑은 가난이 넘치는 부보다 못할 게 없었다. 아니, 훨씬 값지고 고귀했다.

 
욕심 중에서도 식욕이 또한 무서운 것이어서, 부엌에는 '먹이는 간단명료하게'란 글까지 써 붙였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늘 찬 두 가지만 해 먹었다. 손이라도 오면 찬을 한 가지 더 하지만 홀로 있을 때는 두 가지면 충분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세 가지는 엄지 않았다.

 

 

선원에서 거울을 바랑 속에 넣어 왔던 법정의 비밀이 밝혀진 것은 과거 미래사에서 함께 수도했던 도반이 불일암을 찾으면서였다. 그는 방송인 이계진이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라는 프로그램에 법정이 출연한 장면을 시청했던 것이다. 법정이 사용하는 방에 들어가 보니 선원에서 가져온 거울이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법정이 이 거울에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생각하며 그는 무심결에 거울을 뒤집어보았다. 거울 뒷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처음 삭발한 날'


그 아래 연도와 달과 날까지 정확히 쓰여 있었다. 처음 삭발한 날의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아름다웠으면 그 거울을 가방에 넣어 왔겠는가, 하는 생각에 도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법정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내 마음이 해이해지면 그 거울을 꺼내 보곤 했다오. 그러면 머리를 깎을 때의 신심이 칼날처럼 일어나곤 했지요"

사람이 홀로 살다 보면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뭘 먹으면 식곤증이 몰려오고 꾸벅꾸벅 졸게 된다. 내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냥 쓰러져 한숨 자고도 싶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뒤꼍으로 나가 대나무로 수저를 만들기도 했다. 대나무라는 게 생긴 것만큼이나 한 성질 한다. 졸다가는 상처가 나기 십상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피를 보고 만다.

 
어떤 때는 개울로 나가 돌을 주워 왔다. 흙을 실어다 물로 개어 주워놓은 돌에 진흙을 발라가며 쌓아 올렸다. 그렇게 얼마 후에 해우소 하나가 완성되었다.


돌을 줍다가 손을 다치거나, 허리를 삐거나, 미끄러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뼛속까지 외로움이 밀려들고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어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그러면 '아아,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생에 대한 미련에 떨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소멸에 대한 두려움. 내 죽으면 물이 되고 불이 되고 흙이 되고 바람이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될 터인데.... 그래도 두려웠다. 자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는 두려워하는 모순. 그것이 산 생명체의 함정이었다.

 

 

법정은 불일암에서 강원도 오대산 산골짜기의 오두막으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수류산방水流山房'이란 현판을 달았다. 오두막을 고치면서도 법정은 오두막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고 애썼다. 양철 지붕을 너와와 굴피로 대체하고 굴뚝도 굴피로 만들었다. 처마 밑에 난초가 새겨진 나무 현판을 달고, 처마에는 풍경을 달았다. 뜰에는 대나무 평상에다 직접 짠 작은 의자를 놓았다.


본채와 떨어진 흙으로 만든 해우소는 그대로 두었다. 들어가기 전에 '나 있다'라고 쓴 널빤지를 하나 달았다. 벽에는 '기도하라'는 작은 푯말을 걸어놓았다. 큰방은 서재 겸 침실로 사용했다. 옆방은 서재로 썼다. 되도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꾸몄다. 꼭 필요한 것만 불일암에서 가져다 놓았다. 가능한 한 나답게 살고,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다.

 

 

 

 

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흰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이는 법정 스님이 남긴 열반송이다. 언젠가 법정은 말했다. 자신이 말한 모든 것 그거 다 군더더기. 이제 꽃을 피웠으니 가야지. 바람 불어 그 꽃잎 져 다시 오려면. 그는 언젠가 자신이 썼던 시 <입석자立席者>를 떠올리다가 눈을 감았다. 그래, 이 세상의 나그네가 되어 세상을 향해 서서 무엇을 했던가. 가자, 다시 오려면. 내가 피운 저 꽃잎들, 바람 불러 지면 그 꽃잎 피우기 위해 다시 오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멜라니 사들레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란 이야기다. 한 편의, 끝나지 않은, 긴 이야기다. 얘기되지 못한 사건들과 여담들, 실현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들이 여러 갈래로 끝없이 뻗어나가는 미로 같은 이야기다. 역사의 빈틈과 불가사의, 비밀과 아쉬움은 우리의 상상을 근질여 무수한 이야기들을 낳는다. 여기, 역사의 미로 속에서 도무지 만날 일이 없어 보이는 두 제국을 잇는 샛길을 찾아낸 이야기가 있다. - '역사를 발칵 뒤집은 발칙한 상상' 중에서

 

 

흥미진진한 역사 여행 이야기

 

저자 멜라니 사들레르는 스물일곱 살에 이 소설로 프랑스 문단에 눈부시게 등장했다. 그녀는 아르헨티나 역사를 전공하며 박사과정울 밟던 중 논문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터키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톱카피 궁을 방문하려고 대기하다가 문득 아즈텍의 멸망 시기와 오스만의 전성기가 겹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3주 만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

 

몰락해버린 신대륙의 아즈텍 제국, 대서양을 건너 사막을 지나서 다시 지중해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구대륙의 오스만 제국을 연경하는 이야기이기에 저자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하겠다. 황금의 제국 아즈텍은 유럽의 정복자들에게 수탈당했다. 반면 오스만은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제국이다. 각기 다른 문명을 꽃피우고 전혀 다른 운명을 산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과 오스만의 수도 이스탄불의 만남은 우리들의 상상 그 이상임에 틀림없다. 

 

한편 21세기를 사는 두 인물, 보르헤스 교수와 하칸 교수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탐색을 이어가고, 다른 한편에선 16세기 이스탄불의 하렘에서 록셀라나가 술탄 술레이만의 마음을 정복하기 위해 미묘한 심리 싸움을 펼친다. 그리고 정복자 코르테스와 그의 애인 말린체, 아즈텍의 황제 목테수마와 쿠아우테모크가 등장하면서 점차 16세기 신대륙의 테노치티틀란에서 벌어진 일이 밝혀진다. 그 밖에도 콜럼버스, 카를 5세, 프랑수아 1세, 하이르 알 딘 바르바로사 등 다양한 역사 속 인물들도 불려 나와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운다. 이렇듯 비밀스럽고 해박하고 익살스럽고 시끌벅적한 이 이야기는 소설가 보르헤스를, 움베르토 에코를, 프랑수아 라블레를 연상시킨다.

미로의 출구를 찾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이야기를 좇다 보면 수수께끼가 풀리고, 놀라운 결말이 독자를 기다린다. 기발한 상상과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엮어낸 독창적인 플롯이 돋보이며, 가벼우면서도 밀도 높고 유쾌하면서 신랄한 문체도 단연 빛난다. 공식적인 역사를 발칵 뒤집는 발칙한 상상은 신대륙을 무참하게 유린한 오만과 탐욕의 역사에 대한 일종의 복수처럼 읽힌다. 또한 노예처럼 팔려 다니다 정복자 코르테스의 통역이자 애인이 되어 아즈텍 제국의 배신자로 간주되는 말린체와, 술탄의 하렘에 끌려와 명민하게 자유와 권력을 쟁취해내는 록셀라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한 것은 짓밟히고 유린당한 모든 약자들의 통쾌한 설욕으로도 읽힌다. 아니면 그저 배를 타고 16세기 테노치티틀란으로, 이스탄불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여행처럼 읽어도 좋을 유쾌한 이야기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력은 갈수록 감퇴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명예교수인 하비레르 레오나르도 보르헤스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그의 좌우명은 '많이 읽고, 중요한 것은 잊는다'일 정도로 기억력에 자주 문제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그는 40년간 아즈텍에 관해서 연구해왔다.

 

한편 대학교의 총장은 역사학과의 참담한 중간고사 결과에 놀라 전문가에게 아즈텍 제국의 몰락에 대한 수업을 요청하기 이르렀다. 이에 보르헤스는 총장의 요청을 받고 미어터지는 대강의실에 들어서면서 짧은 순간 검투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 짧은 순간 그는 정신을 차리고 더없이 맹렬한 욕망을 다스렸다. 그 난국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욕망이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청중들에게 아즈텍 문명의 종말에 관해 더없이 간략한 강연을 시작했다. 

보르헤스는 코르테스의 동료였던 베르날 디아스 델 카스티요의 연대기를 달달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말린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도냐 마리나는 파이날라 추장의 딸, 즉 공주의 신분이었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아버지가 죽자 재혼한 어머니에 의해 내침을 당햇고, 여러 사람의 손에 노예로 매매되다가 정복자 코르테스에게 인도되었다. 그녀는 노예이면서 두 번이나 왕녀였다.

 

말린체는 코르테스를 미련한 허영심에 빠지도록 내버려두고 있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즈텍 제국의 마지막 황제 쿠아우테모크는 죽지 않았고, 코르테스가 고문한 용감한 남자는 쿠아우테모크가 아니었던 것이다. 보르헤스의 이 직감은 시시각각 커져갔다. 필사본 하나하나가, 단어 하나하나가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이후 그는 친구이자 동료인 하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가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16세기의 터키 역사가들이 신세계에 관심을 가졌었는지도 알고 싶어했다. 살짝 정신 나간 탐험가들이 그 옛날 인도 길을 편력한 뒤 다시 비단길로 떠나 이스탄불에 들렀다가 정체를 숨긴 어떤 인물들에 관한 소식을 가져온 건 없었는지 알고 싶어했다. 마르코 폴로처럼 어떤 잊힌 인물이 아즈텍 황제들의 온갖 비밀과 계략을 털어놓은 <서인도 견문록>을 쓴 적은 없는지 알고 싶어했다.

 

하칸은 루사르 첼릭의 조카인 메흐메트로부터 에스파냐어로 적힌 누런 종이 몇 장을 건네받았다. 사마리아 구역에서 생선장수를 하는 메흐메트는 루사르 첼릭이 후손 없이 죽자 남은 재산을 모두 상속받았던 것이다. 하칸은 자신이 루사르 첼릭 교수의 학문적 아들이자 후계자로 지목되었음을 밝혔기에 메흐메트는 그 유품을 좋은 데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하칸은 연금술사처럼 문장의 재료를 해체했고, 구성 성분들을 시험관에 분리해놓고 다르게 조합했다. 그리고 작동 방식을, 문장들을, 말들을, 글자들을 뒤집었다. 어원들을, 의미들을 탐구했다. 터키어로, 그리고 에스파냐어로. 그렇게 그는 말의 배치표와 대조표를 만들고 과감히 생략하기도 했다. 만화경의 마법도 사용했다.

 

뜻밖에도 코르테스의 편지들 중 코르테스의 애인인 말린체가 쓴 내용에는 쿠아우테모크를 언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편지 종이는 너무도 체계적으로 훼손되어 있었다. 하칸은 의도적인 훼손을 의심했다. 서명 뒤에 두 줄의 추신이 있었다. 두 번째 줄의 글씨는 서툴럿다. 다른 손에 의한 것이 분명했다. 루사르 첼릭 교수가 남긴 게 분명했다.

 

나는 이 편지에서 성스런 우리 국가에 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지우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을 역사에서 지울 수는 없었다. 더구나 내게는 결코 그럴 권리가 없다. 내 뒤로 이 자료를 발견하게 될 사람은 새로운 판관이 되어 자기 행위의 주인이 될 것이다.(중략) 간단하게 암호화한 몇 마디를 이 편지 뭉치에 열쇠로 남겨둔다.

 

역사가 언제나 반복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 영원한 회귀를 정확히 해석해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낯선 무리가 테노치티틀란의 문 앞까지 와 있다는 소문이 떠돌자 목테수마는 아즈텍 달력이 예고한 케찰코아틀 신이 돌아온 것이라 믿었다. 쿠아우테모크의 옷을 걸치고 죽을 때가지 싸우게 될 마니카텍스는 야만인들의 침략 주기가 반복된다는 것을 알았다. 콜럼버스가 돌아온 것이다.

 

 

 

 

저는 대양을 건넜습니다.
어마어마한 대양을 건넜습니다.
보아하니 동쪽에 위치한
다른 땅에서 온 사람들이 건너왔다는 대양입니다.
저는 그 길을 거꾸로 거슬러 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lan Z - 여자를 위한 회사는 없다
최명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커리어라는 여정은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경쟁을 통해서만 확실해진다. 그 경쟁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것이 조직의 생리다. 그러나 선택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나아가라. 가능하면 경쟁에서 승리하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을 즐기는지, 직업에 대한 믿음은 어떠한지만 생각하라.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똑똑하게 일하고 우아하게 승리하라

 

저자 최명화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우먼으로서 '인사이트 마케팅', '통념을 깨는 마케팅', '차별화된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 (Chie

 

"왜 기업체 임원은 대부분 남자일까?", "왜 여자 임원은 극소수일까?"라고 저자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여자가 없어서다" 정확히 말하자면 끝까지 살아남아야 임원 승진 대상이 되지만 그때까지 살아남아 있는 여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최근 자료가 이를 대변한다. 즉 유리천장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29위로 OECD 2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성별 고등교육 격차, 임금 격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 비용, 남녀 육아 휴직 현황 등 10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수치로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점이다. 참고로 조사대상국의 평균은 56점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조사 대상국 중 한국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로 손꼽힌다.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발생하고 또 견고하고 수직적인 기업 문화 때문에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버티기 힘든 환경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이 조성됨으로써 이런 평가가 나온 것이다.

 

별도로 여성 근로자의 자세나 인식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나칠 정도로 방어적 행동을 하면서 사고하고, 감정에 휘들려 눈물을 자주 흘리며, 불확실성을 기피하면서 익숙하고 편한 길을 선호하고, 사소한 일조차 너무 많이 따지고 들며, 이미 알고 지내거나 상대적으로 편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의 조직생활에서 수없이 고민했던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그런 경험담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이는 분명 후배 직장인 특히 여성들의 커리어 성장에 큰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 이들의 인생 성장에까지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학교와 회사는 출발부터 다르다.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지만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닌다. 회사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학교를 다닐 때와는 180도 달라져야 한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로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직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간관계에 감정을 허비한다면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회사는 원래 외로운 곳, 이해받지 못하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직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은 하고 싶은데 마음이 자꾸 약해져 버티기 힘든가? 전혀 고상하지 않은, 아주 현실적으로 '내가 일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라. 아무리 억울하고 괴로워도 버텨야 한다. 아무리 비질을 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말이다. 마음이 약해질 때면 상황을 따지고 이해하려 하지 마라. 그저 이 순간을 넘기고 버텨보자고 스스로에게 타일러보라. 어쨌든 경기장에 남아 있어야 볼이라도 차볼 것 아닌가.

따지지 말자. 두려워하지도 말자. 눈 딱 감고 일단 뛰어들어 보는 과감성도 가져보자.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고 때론 시간을 통해 확실해진다는 무서운 조직의 생리를 받아들이자. 가변성과 불확실성을 견디고 관리하자. 때로는 지켜보고 침잠하는 것도 필요한 전략임을 잊지 말자. 안전하고 분명한 것만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여자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조금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인정하자.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 직장에서 원하는 지위에 오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어려운 게임이다. 그 게임의 승패는 환경적인 요인이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잘 버티는지에 달려 있다. 잘 버티려면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여러 면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하라. 그런 점에서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갖는 것과 마음 편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감정 배출구를 두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일은 망치되 인간관계는 망치지 않는다" 

 

일은 망쳐도 된다. 아니, 망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어그러진 인간관계는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 틀어진 관계의 중심에는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언제나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경계하지 않는 상대가 되어야 한다.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 장수한다. 차라리 바보처럼 웃고 다녀라.

누구나 일은 망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의연히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은 망치면 안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자신을 다소 뻔뻔하게 보호하려는 노력인지 모른다. 지옥은 스스로 만드는 것.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관점이 변한 것이다. 그러니 감정 과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라.

자신의 약점에 발목 잡혀 약점을 보완하는 데만 에너지를 쏟다 보면 어느 순간 미지근한 우유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노력한들 약점은 약점일 뿐이다. 미지근한 우유는 누구에게도 선택되지 않는다. 나만의 색을 찾고 내 자리를 찾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난무하는 만큼, 편안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에 배팅해야 한다. 갖지 못한 것, 부족한 것, 남들이 더 잘하는 것을 바라봐서는 이미 게임 오버다. 나의 강점은 내가 가진 최고의 블루칩이자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경쟁하면 실패한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타인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으며, 남을 도와줌으로써 자신도 성공하겠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경쟁한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이고 무능한 방식이며, 남을 도움으로써 함께 성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남을 도우면 나의 성취감이 더 높아지고, 성공한 사람들이 내 편이 되면 결국 나의 자산이 늘어나는 셈이다. 

상사를 관리해야한다. 부하가 어떻게 상사를 관리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상사를 관리한다는 의미는 무조건 윗사람에게 맞추거나 충성을 다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히 인풋 받을 상황을 만들어내고 상사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상사에게 불편한 서프라이즈를 가져가지 않는 치밀한 의도이다.

일이냐, 가정이냐를 놓고 고민할 것인가? 소중한 가정,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양육. 그 중요한 것을 뒤로하고 선택한 직장 생활이라면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의 출발점은 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막연한 기대와 환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일 중심으로 내 삶을 디자인하고 나머지를 융합시켜 최대한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유일한 밸런스다. 균형이 아니라 융합임을 명심하라.

 

 

 

여성성은 또 하나의 경쟁력

 

"여자답게, 여성이 가진 강점을 발휘할 때 내 자존감도 높아지고,

타인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방법이다"

 

이는 저자가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이다. 나답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과정도 괴롭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당장은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파열음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여성이 갖고 있는 고유성이 직장 생활에서 우수한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믿고 그렇게 행동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리는 경제의 미래를 알고 있다
박종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주가는 선행지표이고, 금리는 동행 또는 후행지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주가는 모멘텀의 변화 가능성만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금리는 실제 펀더멘털의 변화가 나타나야 움직이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상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대부분 경기 상황에 후행해 금리 인하나 금리 인상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은이의 말' 중에서

 

 

금리는 경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금리는 경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지표이다.책의 저자 박종연은 각종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채권 부문에서 총 25회가 넘는 수상 기록을 가진 채권 애널리스트이다. 책은 여러 종류의 금리와 각 금리 간의 스프레드에 담긴 중요한 정보들의 설명을 통해 경제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지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6년 현재의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와 있기 때문에 미래의 경제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금리가 말하는 미래 역시 고정불변이 아니다. 단지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 예상되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미래경제에 희망적인 신호가 발생한다면 당연히 금리에도 반영되므로 우리들은 금리가 말하는 미래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의 모습을 제대로 예상하고 있어야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또는 바꿀 수 없다면 철저한 준비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를 알고 있었다)에서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에 대한 내용과 함께,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그리고 금리가 미래의 경제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2장(금리가 미래를 반영할 수 있는 이유)에서는 조삼모사를 통해 화폐의 시간가치에 대해 다룬다. 이를 살펴본 뒤에는 구체적으로 금리란 무엇이며,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3장(금리 스프레드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에서는 다양한 금리에 대해 알아보고, 장단기 스프레드와 신용 스프레드로 알 수 있는 경제 상황을 살펴본다. 4장(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실체와 전망)에서는 17세기 튤립 버블 이야기로 시작하며 마이너스 금리 채권에 대해 다룬다. 경쟁적인 통화완화의 부산물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함께 다루었다.

5장(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Q&A)에서는 미국이 언제 다시 금리를 올릴지, 미국의 장기 균형금리는 얼마일지, 그리고 한국의 유효 금리 하단은 어디까지인지 살펴본다. 6장(금리가 말하는 미래_ 세계경제)에서는 둔화국면이 다가오는 미국경제를 들여다보면서 시작한다. 둔화가 지속되는 중국경제, 붕괴 우려가 커지는 유로존을 살펴본다. 7장(금리가 말하는 미래_ 한국경제)에서는 이제 시간 문제인 0%대 금리, 1%대 성장률 시대, 앞으로 보기 어려운 2%대 물가에 대해 조명한다. 8장(금리가 말하는 미래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장기 대출시 유리한 변동금리와 전세 대책, 그리고 향후 10년 뒤 자산가격에 대한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내용이다.

 

 

 

 

금리는 미래 경제의 프리즘이다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의 금리는 채무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 채권의  금리보다는 높게 형성된다. 즉 만기가 10년인 미국채 10년 금리가 하루짜리에 불과한 기준금리보다는 높은 게 정상이다. 하지만 미국채 10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수준에서도 장기 채권에 대한 거래가 계속 이루어졌다.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06년 6월 29일 이후 미연준은 2007년 9월부터 다시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주택담보 대출의 연체율과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연준이 금리를 다시 내리기 시작했을 때는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서브프라임의 부실이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장단기 스프레드의 축소는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호다.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단기채보다는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장단기 스프레드의 역전은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을 매우 강하게 시사한다. 지금 당장은 경기가 좋더라도 향후 경기가 침체되면서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장기 금리를 단기 금리보다도 낮게 형성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동행 또는 후행변수로 인식되는 금리가 사실은 미래의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최악으로 평가받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장단기 스프레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고장을 보내고 있었던 셈이다. 만약 그 당시 금리의 움직임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였다면 현재 우리의 모습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그러니 지금이라도 금리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귀를 기울여보자.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훨씬 잘 대처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화폐의 시간가치란 무엇인가

만약 일하는 회사에서 월급을 한 달에 2번으로 나누어주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첫 번째 옵션은 월 중반에 월급의 40%를 주고, 월 말에 60%를 주는 조건이다. 두 번째는 월 중반에 월급의 60%를 주고, 월 말에 40%를 주는 조건이다. 사람들은 어느 조건을 선택할까? 대부분은 두 번째를 택한다. 본능적으로 초반에 돈을 많이 받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이를 '화폐의 시간가치'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미래의 현금보다는 현재의 현금을 더 선호한다. 이는 크게 다음의 4가지 특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미래의 소비보다는 현재의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더 크다. 따라서 현재의 소비를 당장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현재의 현금흐름이 당연히 미래의 현금흐름보다 선호된다.

 

둘째, 새로운 투자를 통해 현재의 현금으로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는 은행에 돈을 맡기게 되면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물론 투자손실의 위험도 있지만, 투자할 기회 자체를 준다는 점에 가치를 부여할 만하다.

 

셋째, 미래의 현금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즉 향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동일한 현금이더라도 미래의 현금은 현재와 동일한 구매력을 지니지 못한다.

 

넷째, 미래의 현금흐름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즉 1년 뒤에 받기로 한 돈을 떼일 수도 있고, 당초 예상과는 달리 돈을 돌려받는 시점이 늦추어질 수도 있다.

 

 

금리 결정엔 정해진 공식이 없다

 

금리와 관련해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시장 에서는 항상 금리 상승 요인과 금리 하락 요인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수학 공식처럼 A가 발생하면 상승 요인, B가 나타나면 하락 요인으로 결론을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금리가 결정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며, 결국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센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국내 경기가 좋아져서 자금 수요가 늘어난다면 일반적으로는 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 이 국내 경제를 보고 원화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자 국내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면 오히려 금리는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물가상승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공급측 요인에 기인한다면 오히려 경기활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민간의 자금 수요가 줄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할 수도 있다.

 

또한 금리에도 종류가 많고, 모든 금리가 동일한 방향이나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개별 금리가 서로 다른 방향성과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금리라고 다 같은 금리가 아니다

 

금리가 결정되는 채권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금리를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보면 '잔존 만기''발행자의 신용도'가 있다. 먼저 잔존 만기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발행자가 같더라도 잔존 만기에 따라 금리 수준은 달라진다. 현재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의 만기는 3년, 5년, 10년, 20년, 30년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수준의 금리를 보인다.

 

 

잔존 만기가 다른 채권의 금리를 선으로 이어보면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금리 수준이 높아지는 우상향 형태가 나타난다. 이를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라고 부르며, 만기가 긴 채권금리에서 만기가 짧은 채권금리를 뺀 스프레드를 '장단기 스프레드'라고 한다. 실무에서 주로 장단기 스프레드는 '국고채 3년-기준금리 스프레드' 또는 '국고채 10년-국고채 3년 스프레드'를 의미한다.

 

다음으로 발행자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채권의 잔존 만기가 동일하더라도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 수준은 달라진다. 예를 들면 같은 3년 만기 채권이더라도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와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금리 수준은 다르게 형성된다. 이때 신용위험이 높은 회사채에서 신용위험이 없는 국고채의 금리를 뺀 스프레드를 '신용 스프레드'라고 하며, 실무에선 주로 '회사채(AA마이너스)3년-국고채3년 스프레드'를 사용한다.

 

 

신용 스프레드는 신용 상태의 체온계다

 

신용 스프레드란 '신용위험이 존재하는 채권금리에서 무위험채권의 금리를 빼준 스프레드'다. 국내에서는 신용위험의 정도에 따라 AAA, AA, A, BBB, BB, B, CCC, CC, C와 같은 순으로 신용채권의 등급을 매긴다. 이 중에서도 BBB를 기준으로 그 이상은 투자등급 채권이라 하고, 그 이하는 투기등급 채권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신용 스프레드라고 하면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국고채 3년 금리 스프레드'를 의미하며, 각 신용등급별 금리에서 동일 만기의 국고채금리를 빼면 해당 등급의 신용 스프레드가 된다. 장단기 스프레드에 비해서는 미래 예지력이 떨어지지만, 신용위험의 정도를 나타내는 훌륭한 척도가 된다. 즉 어느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진다면 신용 스프레드 역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동일한 기업에 대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는 종종 주가와 금리가 서로 상반되는 모습일 때가 있다. 즉 기업의 어떠한 투자결정에 대해 주가는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상승하는 반면, 신용 스프레드는 미래의 신용위험을 고려해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주주와 채권자 간의 이해상충 문제 때문으로, 장기 투자자라면 단기적인 주가의 흐름뿐 아니라 신용 스프레드의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제2의 튤립 버블인가?

 

마이너스 금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채에 투자하고 국채를 보유하려는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 이러한 수요는 크게 투기적인 수요, 환차익 수요, 담보 및 규제에 따른 의무보유 수요, 디플레이션 헷지 수요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마이너스 금리 폭이 커지면 이익을 낼 수 있다. 채 권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이자 수익'과 '자본 손익'으로 나눌 수 있다. 만약 -0.1% 금리의 채권을 살 경우 이자는 -0.1%로 손해지만, 나중에 채권을 -0.2%로 매도할 수 있다면 0.1%p만큼의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 마이너스 금리 하락 폭이 커진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면 마이너스 금리의 채권을 살 유인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통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다. 만약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앞에서 언급한 이자 수익과 자본 손익 외에도 환차익이 추가된다.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마이너스 금리부의 채권이라도 여전히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적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표면적인 목적은 은행권의 대출 확대를 독려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것이다. 대부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국가의 경우 시중은행이 중앙은 행에 예치한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더 많은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여전히 부진하고 신용 리스크가 크다 보니 은행권 입장에서는 초과 지급준비금에 벌칙금리를 내면서도 여전히 대출활동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ECB는 TLTRO2(목표 장기 대출 프로그램)를 통해 은행권이 비금융기관에 대출을 할 경우 중앙은행이 정책금융의 성격으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마이너스 금리로 공급해주고 있다.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제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효과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외환시장 측면에서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트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화전쟁의 일환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그토록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었으나, 실제로는 그 돈이 다시 중앙은행에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이 현재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일부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바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초과로 맡기는 '지급준비금'에 벌칙성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매겨서 실물경제에 좀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라는 압박인 것이다.

 

그렇다면 영원히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을 것인가? 시중은행이 초과 지급준비금으로 중앙은행에 쌓아놓은 예치금을 다시 시중에 공급하게 된다면, 그동안 풀린 엄청난 유동성은 폭발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것이다. 결국 키는 공급과잉의 해소와 새로운 수요의 등장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공급과잉과 총수요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의 공급과잉이 조정되거나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야 마침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급과잉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글로벌 총수요 역시 중국경제의 구조 변화에 기인한 구조적 수요 둔화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인가?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10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고성장과 원자재 시장의 강세를 이끌었으나, 이후로는 투자비중을 줄이고 소비비중을 늘리는 구조변화를 진행하면서 경제성장률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기여도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유기업의 부채가 크게 늘어난 중국이 안정적인 성장모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블 붕괴 위험이 있는 투자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경제의 구조변화에 따른 수요 둔화를 메워줄 수 있는 다른 성장 모멘텀이 당장 나타나기는 어렵고,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국경제가 투자 주도에서 소비 주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성장 모멘텀의 간극 때문에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결국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과잉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중국경제와 금융시장이 언제 다시 불안해질지 알 수 없으며,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미연준은 계속 신중한 통화정책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둔화 국면이 다가온다

 

최근 중국이 G2로서 세계경제에서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지금은 예전보다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기여도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동안 미국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경제의 버팀목이 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장단기 스프레드를 살펴보면, 미국 경제가 정점 부근에 도달해 이제는 둔화 국면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향후 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장단기 스프레드를 보면 2014년 초를 기점으로 축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채 10년과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난 2015년 12월 미연준이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도 장단기 스프레드의 축소 폭이 매우 컸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과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의 장단기 스프레드를 살펴보면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크게 확대되었다가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엔 첫 번째 금리 인상 직전에도 장기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다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루어진 이후부터는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미래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달러화 가치는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미연준은 2015년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 앞서 2014년에는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2014년 상반기부터 미국의 달러화는 미연준의 통화긴축 스탠스로의 변화를 반영해 가파른 강세를 보였다. 주요 교역국과의 통화가치와 대비해 상대적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한때 100에 육박했으며, 대부분의 전망은 향후 달러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미연준이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당초 예상과 달리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환경으로 흘러가자 미 달러화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되었음에도 달러화 강세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전 같았으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었겠지만, 오히려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의 강세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미연준이 당초 계획했던 금리 인상 사이클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며, 이미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화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메카니즘과 더불어 미연준의 금리 인상이 기대만큼 빠르거나 강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미국의 달러화도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원 환율은 다시 떨어진다

 

지난 2015년 12월 미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향후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달러-원 환율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모 증권사에서는 아예 대놓고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선전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달러화는 당시보다 훨씬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달러-원 환율도 1,100원대 전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가결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향후 EU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원 환율도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공개된 당일에는 달러-원 환율이 하루만에 30원 이상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외환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으며, 오히려 원화강세가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브렉시트에 따른 충격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 외환시장이 보여준 움직임은 생각보다 차분한 모습이다.

 

 

5년 후 아파트 전세가율은 80%에 달한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전세제도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미 전세제도가 월세제도로 전환되는 과도기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전세가격이 매매 가격을 넘어서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향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러한 추세가 일부 지역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가 아닌 전세를 놓을 만한 유인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전세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수익은 매우 낮으며, 전세금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다른 집을 사기에는 집값 하락의 리스크가 부담스럽다. 따라서 앞으로는 일시적으로 집주인이 소유와 거주가 분리되어야 하는 경우이거나, 또는 재건축 지역과 같이 향후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지역에서만 전세 공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월세보다는 전세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월세로 살 경우 매달월세비가지출되고, 이로 인해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세라면 아무리 높은 금액이라도 저금리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떼일 염려가 없는 전세금은 일종의 저축 형태로 여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항이 강하지 않다.

 

 

 

전세로 살 바에야 내 집을 사자

 

향후 저금리 기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은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또한 저금리는 수급적으로도 전세의 품귀현상을 만들면서 전세가격을 더욱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 즉 세입자 입장에서는 2년 만에 돌아오는 재계약 시점마다 많게는 수천만 원의 전세금을 올려주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근접하게 되면, 일부는 더 낮은 가격의 전세를 찾기 위해 이주를 반복하는 전세난민으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뒤늦게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는 쪽을 택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근접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만약 집값이 폭락한다면 깡통주택이 되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예전에는 집이 투자수단이었다면, 지금은 ‘의식주’라는 기본 생활의 일부분이다. 필요에 의해 시기에 따라 주거지를 옮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안정적인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018년까지 전국적으로 주택공급과 일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니 이때 기회를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금리가 말하는 미래에 대한 우리의 자세

 

금리가 말하는 미래가 어두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침이면 태양은 떠오르고 우리들은 생업의 일터로 향할 것이다. 미래는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소위 3저인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기조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비하는 삶의 패턴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이다. 장기 대출시엔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장기적으로 고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