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메이커스 - 세상을 사로잡은 히트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송원섭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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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는 바로 '히트(hit)'다. 이제부터 나는 대중문화와 미디어 부문에서 비교 불가능한 엄청난 인기와 함께 상업적 성공을 거둔 극소수 제품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말하려는 핵심은 무엇일까? 최고 인기를 누린 노래나 TV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영화, 인터넷 밈,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앱을 보면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 이런 문화적 현상은 일정한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그저 우연한 결과물로 보여도 '히트' 상품은 몇 가지 핵심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과학적' 결과물이다. - '서문' 중에서

 

 

히트작은 과학적 결과물이다

 

"문화 생태계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같은 아이디어임에도 성공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의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창의력이나 결정적인 한 방의 아이디어라는 게 어느 날 '침대에 누워 공상을 하는 동안'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들에게 가르쳐준다. 또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신념과 설득력 그리고 실현에 대한 의지가 없는 한, 하나의 아이디어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점도 이 책은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히트작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의 저자 데릭 톰슨은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부편집장으로 경제와 미디어 부문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미국 언론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저널리스트로 평가받는 그는 <INC.>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미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히어앤드나우>에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BBC, CBS, MSNBC의 여러 TV 프로그램에 경제,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출연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더데일리비스트>, <슬레이트> 등에서 행동 심리학부터 문화산업계의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최고 인기를 누린 노래나 TV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영화, 인기 있는 앱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일정한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면서 어떻게 특별함과 친숙함의 황금비율을 찾아낼 수 있는지, 또 이런 히트작들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는지 그 기제와 과정을 고찰하며 이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그러한 핵심 요소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아이디어 전파 수단인 소셜 네트워크, 문화 시장 경제학 등이 포함된다고 말하며, 문화 생태계에서 대중이 좋아하는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비결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모를 때 기업의 브랜드는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소비자가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모를 때는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설명서에 의존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혼자서도 그런 정보, 즉 제품의 절대적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면 광고나 브랜드는 무시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스탠퍼드대학교 마케팅학과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와 소프트웨어 회사 임원 출신인 엠마뉴엘 로젠은 자신들의 이론을 '절대 가치론'이라 칭했다. 이들은 인터넷 기술이 정보의 홍수를 만들고 수많은 제품의 광고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50년대에는 소수 TV 채널이 대통령의 정책 비전을

각 가정의 거실에 전달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더는 아니다.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수많은 케이블 TV가 기존 소수 TV 채널을 대신한다. 소셜 미디어가 정당 지도부의 권력 기반을 흔든다. 인터넷이 기업의 브랜딩 가치를 약화하고 있다. 라디오와 TV 방송의 영향력이 다양한 미디어로 분산되고 노출 채널이 증가함에 따라 음악, 영화, 미술, 정치 부문을 비롯한 모든 시장에서 어떤 것이 인기를 얻을지를 예측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요즘은 소통 및 정보 제공 플랫폼이 너무 많아서 대통령이나 공화당, 코카콜라 등 그 어떤 존재도 이 모든 미디어를 전부 소유할 수는 없다.

 

 

친숙한 놀라움을 추구하라

마야MAYA법칙, 이는 이 책의 핵심이다. 즉 '가장 진보적이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는Most Advanced Yet Acceptable'이란 개념에 동의한다. 1950년대 미국을 대표할 만한 비행기, 기관차 그리고 자동차는 모두 레이먼드 로위의 펜 끝에서 나왔다. 그가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에게 전하는 가르침과 교훈은 아래와 같다.

 

첫째,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도 적어도 창작자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다

둘째, 친숙한 뭔가를 팔려면 놀랍게 만들어라

셋째,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가 그런 자신이 이미 뭔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레이먼드 로위

 

'친숙한 뭔가를 팔려면 놀랍게 만들어라. 놀라운 뭔가를 팔려면 친숙하게 만들어라'

 

진보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친숙함의 가치에 주목하고 막스 플랑크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아무리 훌륭한 과학적 발견이라도 주류 사고와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훌륭한 예술이나 제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과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유창성에 끌린다고 해서 터무니없을 정도의 극심한 단순성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야 원칙의 핵심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복잡성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의 힘

관객이 원형에서 벗어나지 않는 비슷한 이야기만 좋아하고,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들도 전부 비슷한 이야기만 쏟아낸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와 같은 저자의 궁금증에 관해 헐리우드 영화 제작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시장에서 어떻게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알고 싶어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정 장르에서 흥행하는 공식이 25가지가 있다면 이 가운데 딱 '한 가지'만 바꿔보세요. 너무 많이 바꾸면 장르의 정체성에 혼동이 생길 수 있어요. 이렇게 장르의 정체성이 무너지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뒤죽박죽 상태가 돼버려요. 25가지 전부를 다 바꾸면 그냥 패러디죠"

 

단 한 가지만 바꾼다는 영화 제작자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 가지를 바꾸는 것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고전 서부 활극의 배경을 우주로 옮겨놓는 것만으로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가 탄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스타워즈>는 열살짜리 소년이나 기호학에 빠진 과학자나 똑같이 환호하는 이야기다.

 

 

 

 

근거 없는 바이럴 신화 

슈퍼볼을 지켜보는 시청자가 1억 명이 넘을 정도로 방송 전파의 위력은 엄청나다. 가장 인기 있는 뉴스 웹 사이트의 일일 방문자 수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무언가가 인기가 있다는 혹은 빠르게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아는 것만으로는 그것이 반드시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퍼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는 모든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질 것 같아도 사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거나 심지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야후 연구자들은 인터넷상에서의 인기는 "최대 전파 단위의 크기에 좌우된다"라고 결론 내렸다. 말하자면 디지털 블록버스터는 '1 대 1'로 접촉하는 순간이 100만 번이나 발생해서 이뤄진 결과(예: 바이러스성 확산)가 아니다. '1 대 100만'이 접촉하는 순간이 3~4번 정도 발생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히트작의 세계로까지 이 논리를 확대 적용해보자면 글, 노래, 제품은 우리가 처음에 봤던 그림처럼 퍼지지 않는다. 인기 있는 제품과 아이디어는 대부분이 같은 출처에서 동시에 수많은 개인으로 퍼져 나가는 '블록버스터의 순간'을 지니고 있다. 그 모양은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아래 사진과 같은 형태다.

 

 

 

규모의 역설을 활용하라

 

조지 루카스는 영화 <스타워즈>의 시청자를 열 살짜리 아이로 보고 제작했으며, 페이스북도 처음엔 하버드 대학생들을 겨냥해 설계한 플랫폼이었다. 이처럼 처음부터 전 세계를 연결하려는 원대한 계획에 따른 게 아니었다. 요하네스 브람스 또한 한 아이의 엄마를 위해 <자장가>를 작곡했는데, 이 곡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표적의 규모를 작게 잡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는 아마도 작은 표적을 염두에 뒀을 때 상품 자체의 품질(상품 제작에 집중한 결과)과 네트워크의 품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상당한 애착을 느끼는 상품이나 생각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고등학생 패거리, 사이비 종교 집단, 이념 집단 모두가 표면상 주류에서 벗어나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집단은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나 디지털로 연결된 상업적 세계에서는 소집단이 광적으로 추종하는 히트 상품에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훨씬 쉽다. 이는 다시 말해 수익이 나는 방향으로 '규모의 역설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히트작의 비밀을 알게 된다

 

시장을 호령한 히트 상품의 탄생 비화를 알고 싶거나 그림 <모나리자>가 명화가 된 사연, 그리고 브람스의 <자장가>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나가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자장가가 된 이유 등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 읽어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 몰랐던 히트작의 비밀을 새롭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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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신, 혼마 - 주식시장의 캔들차트와 사께다 전법의 창시자, 개정판
혼마 무네히사 원저, 이형도 편저 / 이레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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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관한 한 영원한 승리자인 혼마 무네히사. 그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일본인들이 우리말로 귀신같은 존재, 즉 '데와의 텐구天狗'라 불렀던 혼마 무네히사. 그리하여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혼마가를 일본 제일의 가문으로 만들었던 장본인. 이 책을 통해 국내 최초로 그의 삶과 어록, 비법을 발굴,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 '책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캔들차트의 창시자 혼마 무네히사

 

이 책의 원저자 혼마 무네히사는 도쿠가와 막부 8대 쇼군인 요시무네吉宗 치하, 1717년에 데와에서 태어나 23세에 사카타의 상인 집안 혼마가의 양자가 되었다. 그 후 오사카 도오지마 곡물거래소에서 신출귀몰한 거래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혼마 가문을 에도시대 천하제일의 부자로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그를 상인의 하늘, 거래의 신이라고 부른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캔들차트의 고안자이며, 매매법으로 '사카타 5법'을 정립했다.

 

사카타는 해가 쨍쨍하고, 도오지마는 흐리고
에도의 쌀창고 앞에는 비가 내리네.
아, 혼마님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번주님만큼은 되고 싶어라.

 

지금의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 지역을 중심으로 불리었던 이 오래된 속요는, '번주'와의 대조를 통하여 범접 못할 부의 세계에 있던 혼마 무네히사의 위세를 노래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속요에서 노래하고 있는 '혼마'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그의 삶과 가문에 대한 숨겨져있던 사실들을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의 상인정신과 그만의 연금술 58가지를 소개한다.

 

 

 

 

'사카타 5법'은 '삼산三山, 삼천三川, 삼공三空, 삼병三兵, 삼법三法'을 말한다. 현대 주식시장에서도 이를 응용하여 캔들 조합에 따라 무슨무슨 패턴이라 정형화시키고 있지만 정작 그 의미와 깊이는 혼마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산이 세 개 있어서 삼산이고, 이런 패턴은 하락을 암시한다'고 외워서는 실제 시장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무엇이 삼산을 형성시키는지, 삼산이 완성되면 추세적으로 하락하리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 근저에 깔려 있는 인간의 심리까지 꿰뚫어야 한다.

 

삼산~ 삼산(三山)은 천정에서 나타나는 모양으로 요새 말하는 헤드 앤 쇼울드 형이다.  헤드 앤 쇼울드 형은 가운데가 양쪽 봉우리 보다 높지만 혼마는 봉우리의 모양은 문제 삼지않는다. 천정에서 세개의 봉우리가 나타나고 세번째 봉우리가 하향이탈할 때는 팔아야 한다.

 

삼천~ 삼천(三川)은 바닥에서 나타나는 모양으로, 역 헤드 앤 쇼울드 형을 말한다. 이를테면 삼중바닥이다. 바닥에서 봉우리 3개가 아래로 향하고 있는 모양이 내 川자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모양이 바닥에서 나타날 때에는 봉우리(직전고점)을 돌파할 때 반드시 매수한다.

 

삼법~ 삼법(三法)이란 하락 3법 또는 상승 3법을 일컫는다. 이는 상승1-2-3파, 하락 1-2-3파에 해당하는 말이다. 상승 시에는 상승 1파후 조정 2파가 올때 매수한다. 소위 눌림목이다. 하락시에는 하락1파후 반등 2파가 올때 매도한다. 기술적 반등이므로 추가하락에 대비해 매도한다.

 

삼병~ 삼병(三兵)은 적삼병과 흑삼병을 말한다. 천정에서 흑삼병은 강력한 하락의 신호다. 그러므로 매도한다. 바닥에서 적삼병은 강력한 상승의 신호다. 매수로 대응한다. 

 

삼공~ 삼공(三空)에서 공이란 빌 空이다. 갭으로 상승하는 경우다. 상승파가 진행중일 때 갭 상승이 세번 나타난다면 시세의 과열을 나타내므로 매도로 대응한다.

 

 

캔들의 내면을 읽어보자

 

캔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캔들이 형성된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250여 년 전에 혼마 무네히사가 하루의 거래를 마치고 손으로 캔들을 그리던 것처럼 그날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회상과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판단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는 수백 수천 번 일어나고, 사람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이익을 지키기 위해, 손실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 당시의 쌀 가격이었다.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생각으로 거래에 임하고,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거래에 임한다. 이들 중에는 이익을 내기도 하지만 실패할 경우도 있다. 이익을 내게 되면 포만감과 여유가 생겨 휘파람을 불며 거래가 열리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손실이 커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좌절감이나 자괴감, 참담한 마음과 의욕상실 등이 그들을 삼켜버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도오지마 곡물거래소의 하루라고 할 수 있는 거래시간이었다.

 

 

사카타 5법 중 삼천三川의 의미

 

사카타 5법 중 삼천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삼천이란 글자의 모양뿐 아니라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바닥을 나타내는 이름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바닥은 시멘트 바닥이 아니라 등락을 거듭하는 물과 같은 성질의 바닥이라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 바닥은 서구의 기술적 분석에서 말하는 외바닥이나 쌍바닥형이 아니라 세 번의 바닥을 다지는 상당히 안전하며 견고한 바닥을 의미하고 있어 보다 신뢰성이 높다.

 

요즘 기술적 분석에서 말하는 외바닥이란 소위 V자형의 바닥을 의미하고, 쌍바닥이란 VV자의 바닥을 의미한다. 그러나 삼천의 경우 바닥이 한 번 더 확인된 경우로 삼천, VVV를 말한다.

 

 

 

인간심리의 통찰 

혼마 무네히사의 상법을 가리켜 그를 깊이 연구한 사람은 '심학心學'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성취한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을 그의 글 속에서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이란 어떤 특정 개인의 심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에 임하는 대중의 심리를 뜻한다. 시장 참여자는 바로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소리는 '바닥을 다지고 이제부터 상승한다', '천정을 치고 이제부터 하락한다'고 말해준다. 상승 도중에 가격이 몹시 오르내려도 그 소리는 '계속 상승한다', 혹은 '계속 하락한다'고 알려준다. 그러므로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오르내리는 가격에 휘둘리고 처참하게 내팽개쳐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매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가 변동이 심한 구간이다. 급등락하는 시장일수록 투자자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잠재우고 시장에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한다. 시장이 말하는 소리가 바로 대중들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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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8 (10주년 특집판)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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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로 존재한다. 현대의 혁명이라고 하면 우리는 1789년(프랑스혁명), 1848년(유럽민주화혁명), 혹은 1917년(러아혁명)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날은 모든 해가 혁명적이다.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중에서

 

 

혁명적 변화는 이제 상수常數다

 

약 7만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고찰하는 <사피엔스>에서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세 가지 혁명으로 인지혁명(7만 년 전), 농업혁명(1만 2천 년 전), 과학혁명(500년 전)을 꼽으면서 오늘날은 매 해가 혁명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이제 2018년을 맞고 있다. 매년 출간되는 시리즈 <트렌드 코리아>는 한국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발빠르게 포착한 전문서로, 세상의 흐름에 민감한 오피니언리더와 비즈니스맨은 물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수험생, 취업준비생,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가장 명쾌한 트렌드 교과서'로 각광받고 있다.

 

책의 저자 김난도는 교수, 트렌드 연구자, 컨설턴트, 작가, 그리고 대한민국 청춘의 멘토 '란도샘'으로 불리며 한국 출판역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에 오른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란도샘'으로 알려졌고, 첫 에세이를 출간한 후 대학 강단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소비트렌드를 연구하며, 학부장과 서울대발전기금전략기획위원 등의 보직을 맡고 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1~5년 정도 지속하며 상당수 소비자들이 동조하는 움직임을 나타낼 때 우리는 비로소 이것을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소개한 '욜로'(2017), '1코노미'(2017) 등과 같은 키워드는 바로 이 트렌드의 범주에 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트렌드를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넓은 의미의 트렌드와 구별하기 위해 '좁은 의미의 트렌드' 혹은 '학술적 의미의 트렌드'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나아가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조하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을 '메가트렌드'라고 한다. 메가트렌드는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만든 용어로서 "탈공업화 사회, 글로벌 경제, 분권화, 네트워크형 조직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거대한 조류"를 뜻한다. 어떤 현상이 단순히 한 영역의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한 공동체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거시적 변모를 수반할 때 우리는 메가트렌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배경 하에서 도래하는 2018년의 트렌드 예측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혁명적 변화가 상시화되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의 'wag the dogs'(왝더독)이란 말은 금융용어로, 주객主客이 뒤바뀌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는 흔히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좌우할 때 '왝더독'이란 말을 쓴다. 현물거래에서 파생된 선물거래가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오히려 몸통인 현물시장을 좌우하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저자는 2018년 트렌드를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 있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에 담겨 있는 의미는 '작은', '사소한', '일상', '보통', '평범'일 것이다. 이미 선진 사회에서는 소확행과 맥락을 같이하는 다양한 개념이 등장한 바 있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요하고 조용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오캄(au calme)', 화려한 장식으로 집 안을 꾸미기보다는 창가에 핀 허브를 키우며 소박하게 공간을 채워나가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스웨덴어 '라곰(lagom)',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장작불 옆에서 핫초콜릿을 마시는 기분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은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는 대신 찰나의 작은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에 상관없이 현대인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고 있다.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2017년 햄버거병 파동, 살충제 계란에 이어 유해물질 생리대까지 연이어 터지는 화학 관련 문제들로 케미컬 포비아는 더욱 확산되었다. 불안한 소비자들은 계란 대신 대안 식품을 먹고 천연 소재의 생리대를 찾았다. 불안하면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비자들, 이들은 더 비싼 돈을 주고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을 택한다. 소수의 여성들만이 사용했던 친환경 생리대의 브랜드가 오픈마켓의 판매 상위권에 오를 만큼 고객 반응이 뜨거웠고, 일부 천연 소재 생리대는 품귀현상까지 보였다. 특히 100% 천연 펄프로 만든 생리대의 경우 일반 생리대보다 가격이 약 3배가량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이처럼 심리적인 안도를 위해 더 비싸게 지불한 비용이 '위안 비용'인 셈이다. 소비자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니 비싸도 제 성능을 충분히 다했다고 스스로 믿게 된다. 즉 비싸지만 가심비 높은 소비다.

 

 

'워라밸' 세대

 

그런 대한민국의 직장 문화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좋은 노동의 기준은 연봉과 회사 규모, 인지도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인가'이다. 2016년 3월 한 취업포털이 구직자 2,935명을 대상으로 ‘직장 선택의 기준’에 대해 설문한 결과, 1순위로 경력직은 연봉 수준(24%)을 꼽은 반면 신입직은 근무시간 보장(24.8%)을 꼽았다. 기성세대 대부분이 하고 싶은 일은 억누르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왔다면 젊은 세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요구하며 퇴근 후 시간조차 내일을 위한 휴식보다 오늘의 행복을 찾는 시간으로 채우려 한다.

 

이러한 사고는 안정성, 보수, 승진 등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기존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젊은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면서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젊은 직장인들은 '워라밸'이라 줄여 부르며, 사회생활에서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

 

 

언택트 기술

 

국내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매장에 입장하면 두 가지 바구니가 비치되어 있다. 고객이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면 점원은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반면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든 고객에게는 점원이 다가가 제품을 추천해주고 상담 서비스도 실시한다. 2016년 하반기에 시범적으로 운영되었던 이 서비스는 2030 젊은 소비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고 해당 기업도 전국의 매장으로 두 가지 바구니 비치를 확대했다. 고객이 들어오면 먼저 말을 걸고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친절한 서비스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손님 각자의 혼자 있는 시간을 인정해주는 '침묵'의 서비스가 새로운 쇼핑 문화를 만들고 있다.

 

 

나만의 케렌시아

 

한국인의 대표적인 제3의 공간은 카페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동시에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긴다. 도대체 왜 카페가 현대인들의 케렌시아가 되었을까? 아동교육학에서 이야기하는 평행놀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명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비슷한 행위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아동 발달단계의 심리적 놀이를 지칭한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놀이도 없고 놀이하는 두 아동 간에 적극적인 상호작용도 없지만 나란히 앉아 놀이하는 것만으로도 공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카페에 가서 비슷한 카공족들을 바라보면 평행놀이를 연상하게 된다. 개인적인 시간이 편안하지만 나 혼자라는 외로움의 결핍도 채우고 싶기 때문에 카페와 같은 공간을 찾는 것이다. 고독은 수용하지만 고립은 되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안식처로서 카페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만물의 서비스화

 

그렇다면 이렇게 산업의 서비스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트리밍을 비롯한 기술적 변화가 서비스 공급의 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비스화는 다양한 기술의 총체적 결과지만, 그중에서도 스트리밍 기술에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데이터에 콘텐츠를 실어 보낸다. 콘텐츠를 물질로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즉 가치로서 소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본래의 온라인 재생이라는 의미가 확장되어, 소유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때에 필요한 부분만 향유할 수 있는 서비스에까지 스트리밍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이윤 창출의 모델이 재화가 아닌 서비스라는 점이다. 

 

 

매력, 자본이 되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비보상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보통 소비자들은 구매를 할 때 가격, 성능, 디자인, 애프터서비스, 의미 등등 여러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한다. 이때 다른 요소가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한 가지 요소, 예를 들어 가격이 너무 비싸면 구매를 포기한다. 이 경우 한 기준이 다른 기준을 보상하기 때문에 '보상적 의사결정'이라고 한다. 반면 이런 여러 가지 구매 기준 중에서 단 하나의 기준만으로 구매를 결정할 때 "비보상적 의사결정을 했다"고 표현하는데, 지금까지 논의한 매력에 의거한 소비는 극단적인 비보상적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미닝아웃

 

우리나라에서도 해시태그는 사회운동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령 2016년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는 정치적인 관심과 공분을 끌어내어, 대규모 집회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역대 최대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던 2017년 대선에서도 해시태그는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마치 유행처럼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SNS에 투표소를 배경으로 손등에 인주 도장을 찍은 인증샷을 올리면서, 선거 당일 인스타그램에는 '#투표'와 '#투표인증'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이 각각 39만 개, 20만 개가 등록될 만큼 해시태그를 통한 연대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해시태그 문화는 캠페인과 마케팅의 최우선적인 수단으로 꼽힐 만큼 강력한 매개체가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들은 불합리한 기업을 향한 보이콧의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2017년 4월,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유나이티드항공의 만행이 전해지자, 전 세계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SNS에 '#BoycottUnited'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해당 항공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쳤다. 

 

 

이 관계를 다시 써보려 해

 

네 살 여자아이가 머리를 감고 밥을 먹는 모습이 올라오자마자 순식간에 '좋아요'가 쏟아진다. SNS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65만 5,000여 명에 달하는 권율이의 SNS 계정 풍경이다. 이 아이의 사진이 공개되는 순간 "너무 예쁘다",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 "뽀뽀해주고 싶다" 등 딸바보 부모나 지인들이 남겼을 법한 댓글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들은 권율이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에 열광하는 이른바 '랜선이모'들이다.

 

SNS, 블로그, 유튜브 등에 공개된 남의 집 아이를 보면서 마치 내 조카인 듯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랜(LAN)선과 이모를 결합한 '랜선이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특정한 아이를 향해 랜선을 타고 흐르는 이같은 관심은 이모를 넘어 랜선맘, 랜선삼촌느오까지 확대되고 있다.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개인의 고유성이나 독립성을 중시하고 개인적 성취나 목표를 우선시하기보다는 집단과의 화합, 조화, 공존을 중시하며 개인의 목표보다 집단의 목표를 중요시했다. 사회적 관계에서 평등적 관계보다는 위계적 관계를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높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내 집단'에 더 애정을 갖기보다는 내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더 우월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기성세대는 자신의 존재감을 독립적으로 인정받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확인한다. 자존감의 기반이 너무도 약한 것이다. 빈번한 존재감의 상실 경험이 반복되면 이는 곧 분노로 이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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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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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찬국은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분야이며 최근에는 불교와 서양철학 비교를 중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2011년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 연구>로 제5회 '청송학술상', 2014년 <니체와 불교>로 제5회 '원효학술상', 2015년 <내재적 목적론>으로 제6회 '운제철학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2016년 논문 <유식불교의 삼성설과 하이데거의 실존방식 분석의 비교.로 제6회 '반야학술상'을 받았으며, 그의 저서 <초인수업>은 중국어로 번역되어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그대 자신이 되어라-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 <니체와 하이데거> 등이 있다.

 

인간은 현대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얼마든지 이용하고 착취할 수 있는 부품으로 전락해버렸다. 신에 대한 신앙이 인간의 삶을 철저하게 규정했던 중세시대처럼, 오늘날 과학기술은 우리의 주인이 되어 삶의 모든 양식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을 수량화, 수치화하려는 과학의 속성은 사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자 하이데거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게가 바닥으로 떨어진 시대가 바로 현대사회라고 강조한다.

 

물질적으로 그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아웃증후군, 고독사 등 현대인들은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황폐함과 공허함으로 고통받고 있다. 불안, 고독, 무기력, 공허함 등을 보상받고자 현대인들은 소비, 오락, 향락 등 자극적인 것에 탐닉하고, 타인의 흠을 들추어 상대적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잡담이나 가십거리로 하루를 채워보지만 결국 남는 것은 더 큰 공허와 권태일뿐이다. 이에 대해 하이데거는 "오늘날 인간은 존재를 망각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존재 상실에서 오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책을 통해 하이데거 사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현대인의 고향은 어디인가?

 

"세계는 황폐해졌고, 신들은 떠나버렸으며, 대지는 파괴되고,

인간들은 정체성과 인격을 상실한 채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해버렸다"

- 마르틴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고향 상실의 시대'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고향이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즉 '편안하고 아늑한 곳'을 지칭한다. 독일어 'Heimat'(고향)에서의 'Heim'은 바로 집을 의미한다. 집은 우리들이 온갖 세파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서 편히 쉴 수 있는 장소이다. 여기엔 냉기보다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대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기와 질시 그리고 경쟁이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하게 사람들을 지배한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울지 몰라도 마음은 한없이 허전하고 외롭다. 인간마저도 한갖 에너지원으로 여겨지면서 최대한의 에너지를 내품도록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우상숭배

 

"노동하는 동물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것에 도취되어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자기 자신을 해체해버리고 공허한 무無로 파괴해버린다"

- 마르틴 하이데거

 

서양철학 전통에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로 파악되었고 이러한 인간 이해가 극에 달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문명이다.이 시대의 과학기술은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과학기술문명의 주체라고 자부하며 살지만 실은 현대라는 거대한 기계 속의 부품으로 소모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현대기술문명의 근본적 문제점은 비판적이고 윤리적인 이성은 멀리하고 도구적인 이성만을 발전시킨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흔히 현대를 과학기술시대라고 말하는데, 이는 단순히 현대인들이 자동차, 비행기 등 옛날 사람들이 꿈도 못 꾸었던 과학문명의 산물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서양의 중세를 기독교시대라고 부르듯, 과학기술시대라는 표현은 근현대적 과학과 기술 등이 우리들의 삶을 철저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교, 잡담, 호기심이 지배하는 삶

 

하이데거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우리들의 일상적 삶이 잡담과 호기심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보았다. 또 타인에 대한 비교의식에 일상적으로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들은 학업성적이나 사회적 지위, 재산 같은 세속적인 가치들을 중심으로 하여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규정한다. 따라서 학업성적이 별로라면 스스로를 공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상대적으로 공부 잘하는 사람들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

 

이를 하이데거는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격차에 대한 우려에 사로잡힌 꼴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이 남보다 많이 뒤처져 있으면 그 격차를 줄이려고 애쓰고 또한 맘이 자신의 뒤를 바짝 뒤따라오면  그 격차를 더 벌리려고 한다. 이렇게 비교의식이 지배하는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로 경쟁라는 구도에 놓여 상대를 노골적으로 질투하거나 시기까지 하는 것이다.

 

"장미는 그 자신에도 관심이 없고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지도 묻지 않는다"

 

이는 독일 바로크시대의 신비주의적 종교시인 질레지우스가 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흔히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걱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강하게 의식한다. 타인의 시선이 불편한 이유는 '나'라는 존재가 그들이 평가하는 대상으로 완전히 전락해버리기 때문이다.

 

 

실존이란 무엇인가?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설雪이로다"

 

이는 서산대사가 임종할 때 남긴 시 구절 중 일부이다. 사실 우리들은 살아가는 동안 수천, 수만 가지 계획을 세우고 이보다 더 많은 수만 가지 생각을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불타는 화로 위에 떨어지는 눈 한 송이에 불과한 것이다. 화로 위에 눈 송이가 떨어지면 그 즉시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다. 우리들은 그런 눈 송이가 있었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불타는 화로 위에 떨어지는 눈 한 송이에 불과한데 왜 우리들은 여기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가 말이다. 인간은 이렇게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덧없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물론 인간 이외의 동물들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죽음 직전에는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동물도 자신이 덧없는 존재라고 느끼며 살지는 않는다. 하이데거는 이렇게 인생의 의미를 물을 수 있다는 게 바로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보았다.

 

 

소박한 자연에서의 삶을 추구하다

 

하이데거는 34살 때 독일 남부의 거대한 숲 슈바르츠발트에 있는 토트나우 산의 1,150미터 지점에 산장을 만들었다. 전기나 상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이 산장에선 하늘 그리고 숲과 계절의 변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산의 진중한 모습과 거대한 바위를 바라보길 좋아했고, 봄이면 꽃이 만발하는 목장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달 밝은 가릉밤엔 멧돼지들이 술렁이는 소리에 귀기울였고 겨울엔 눈 덮인 산야를 감상했다. 또한 그는 농부들과 어울려 담소 나누기를 좋아했다.

 

그는 베를린 대학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서 교수로 초빙을 받았지만 거부했다. 화려한 도시보다는 단순 소박한 자연을 택한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연구와 저술을 토트나우 산의 산장에서 작업했고 자신의 사유思維가 산장과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풍광 그리고 농부들의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삶 그 자체를 '경이'로 받아들여라

 

하이데거는 시인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언제나 단순하고 소박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의 말을 통해 존재의 소리를 구체화한다.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듯, 세인들의 무의미한 잡담이나 호기심에서 탈피해 스스로 내면의 평정을 찾을 때 우리들의 삶은 은은한 기쁨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이런 삶의 방식이야말로 현대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았다. 이 책이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 또한 "시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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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채널 -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메가트렌드
황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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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할 일은 단 한 가지. 바로 '상상하는 것'입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신선한 미래의 재료들이고, 여러분은 요리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신선한 재료들을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요리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사람이 되겠죠. 부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각 분야에서 이 신선한 미래 재료들을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마음껏 상상하시고 여러분만의 맛있는 미래, 멋진 미래를 직접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최고의 미래를 상상하고, 그 미래를 직접 만들자

 

책의 저자 황준원'MAKE YOUR FUTURES'라는 슬로건을 내건 '미래채널 MYF'의 대표이자 미래캐스터로, 현재 토마토TV에서 '미래예보' 고정패널로 출연하며 국내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 세계 최신 IT 및 라이프 트렌드를 큐레이션하여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매일경제TV '증시 오늘과 내일', KBS 'T-타임'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하였으며, 서울산업진흥원 해커톤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주최 인공지능 콘서트 등 학교와 LG전자, 신한금융그룹 등의 기업체로부터 초청받아 미래 트렌드에 관해 꾸준히 강연하고 있다.

 

책은 총 9개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저자가 그동안 '미래채널'을 통해 전달했던 소식들 중에서 우리들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례들, 더구나 구독자들이 가장 많이 좋아했던 것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 내용이다. 여기에 소개된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실제로 상용화되었으며, 아직도 개발 중인 제품과 서비스들도 있다. 이를 직접 만들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들에게 몰고 올 변화는 거대하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일기예보 보듯 미리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채널'은 생활 전반에서 일어날 미래의 변화상을 '메가트렌드'로 정의하고 변화의 양상과 그 예는 무엇인지 최신 IT 트렌드, 산업, 교육 환경, 일상생활, 의료 개발 분야 등 전 세계의 놀라운 아이템들을 소개하고 있다.

 

 

 

 

메가트렌드 1. 가상 세계로의 전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기술은 온라인쇼핑에서도 새롭게 등장했다. 알리바바의 VR 쇼핑몰 '바이플러스', 가구를 배치한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이케아의 'AR 앱' 등이 대표적 사례다. 

 
메가트렌드 2. 다품종 소량생산 & 개인 맞춤생산으로의 전환
3D프린터는 작게는 GE 엔진 부품, 아디다스 신발, 크게는 건물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의 전 영역에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3D프린터를 이용해 개인의 제조혁명 또한 가속화될 것이다.


메가트렌드 3. 2세대 인공지능 활용으로의 전환
개인이 일상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감이나 추측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옷을 고를 때(에코 룩), 나만의 비서가 필요할 때(구글홈), 외국어 번역이 필요할 때(인공신경망, 사물번역기),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가능한 요리 레시피를 알고 싶을 때(셰프왓슨)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메가트렌드 4. 연결성 중심 사물인터넷으로의 전환 
사물인터넷 기술을 집에 적용한 '스마트홈' 트렌드는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도어락, 플러그, 조명 등 가정에서 쓰는 거의 모든 제품을 포함한다.


메가트렌드 5. 자율주행차가 불러올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
최근 자동차시장은 '자율주행' 기술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명망 높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물론 구글, 인텔, 네이버 같은 ICT 기업들까지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메가트렌드 6. 고령화와 인구증가를 극복할 신기술로의 전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요실금 속옷처럼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아이템 개발, 노인생활 컨설턴트, 헬스웨어러블 기기, 예방 중심의 의약품 개발, 간병미용치료, 시니어 교육 등 고령층의 증가로 기회와 성장을 맞이하는 분야가 점점 늘고 있다.


메가트렌드 7. 반복 노동에서 창의 노동으로의 전환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5년 안에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에 무작정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직업'보다는 '어떤 직무가 대체될 것인가'를 파악해 대체불가능한 업무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 유망직종으로는 데이터과학자, 로봇공학자, 헬스케어 종사자, 보안전문가, 바이오엔지니어, 인공지능 연구원, 시니어교육전문가, 반려동물행동상담원, 테라피스트, 1인미디어창작자 등이다.

 

 

트렌드를 알아야 할 이유

 

1. 트렌드를 파악해야 기업 생존이 결정된다

2. 과거 트렌드는 결코 정답이 아니다

3. 트렌드는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갈 미래를 예상해보면 위기 요소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용의 증가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저성장과 내수시장의 위축, 가계부채의 증가, 빈부격차의 심화, 실업률 증가, 일자리 감소 등 열거할 수 있는 내용들이 무척 많다. 물론 이런 위기 상황 또한 지나가기 마련이다. 항상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긍적적 마인드는 자만에 빠질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는 우리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노령화와 고령화 문제만 보더라도 현 사회구조가 지나치게 젊은이 위주로 재편되면서 실버세대들은 경제적 식물인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들의 부양 부담이 증가하고 국가적 사회비용 또한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다가오는 미래를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젊은이 위주의 일률적인 정책보다는 실버세대들에게도 일자리를 마련해줌으로써 돈의 흐름이 전세대에 걸쳐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건강수명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껏 우리들이 고려하지 않았던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엔 평균수명이 오육십세였기에 자식들이 부모와 함께 동거하는 삶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할 기간이 늘어나자 소가족 중심으로 분가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졸혼卒婚'이라는 트렌드의 등장과 함께 결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면서 행후엔 아마도 결혼을 서너 번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미래를 연구하고 대비하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소 무리수를 두는 성급한 정책들이 눈에 띈다. 원전 포기만 해도 그렇다.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력발전소가 붕괴되어 방사능이 누출되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에만 집착한다면 결국 전력 생산을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인데, 이는 우리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을 너무도 무시한 발상이 되고 만다.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조력이든 간에 생산비용이 너무 높아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트렌드를 연구하고 대비하는 것이 분명히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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