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스타트 -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
브래드 스톤 지음, 이진원 옮김, 임정욱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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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기술 엘리트의 극단적 오만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비평가들은 그들이 기본적인 채용 규칙을 파괴하고 교통체증을 늘리며 평화로운 거주지를 망쳐버린다는 데서부터 시작해 자유민주적 도시들 안에 무자비한 자본주의 논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걸 비난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과장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우버와 에어비앤비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대혼란의 중심에는 젊고 부유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트래비스 캘러닉과 브라이언 체스키 같은 CEO들이 있다. 그들은 앞선 세대의 기술 리더들을 상징했던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처럼 숫기 없고 내성적인 혁신가들과는 전혀 딴판인 새로운 기술 CEO를 상징한다. 그들은 자기가 세운 기업들이 인류를 위한 극적인 발전을 모색할 수 있게 하고, 많은 기술자들뿐 아니라 운전사와 집주인, 로비스트와 입법의원들을 자신들이 표방하는 명분에 동참시킬 수 있는 외향적 성격의 이야기꾼이다. - '머리말' 중에서

 

 

지독한 스타트업들의 생존 분투기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 우버에어비앤비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2008년이다. 두 회사 모두 이 해에 설립됐다. 바로 전년에 아이폰이 시판됨으로써 사람들이 조금씩 스마트폰의 가능성에 눈뜨기 시작할 때다. 또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로 실리콘밸리가 상당히 위축될 때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에서의 속담으로 '무덤 위에 장미꽃이 핀다'라는 말이 있듯이 절체절명의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 위대한 기업도 태어나는 법이다.

 

또 두 회사 모두 기존 규제에 맞서면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치열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다.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열정적인 고객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규제공세를 해쳐나갔다는 것도 비슷하다. 물론 두 회사는 여전히 논란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걸어온 길은 새로운 기술 프랜차이즈 회사나 실리콘밸리 기업에 애정과 비판의 눈길을 가진 사람들,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역경과 승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반인 모두에게 4차 산업혁명이 낳은 새로운 경제 형태인 공유경제의 흐름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지독한 스타트업의 생존 분투기를 소개하는 이 책의 저자 브래드 스톤은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뉴스위크>, <뉴욕타임스> 등에서 15년 넘게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3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와 2,000명의 페이스북 구독자, 5,000명의 구글플러스 커넥션을 갖고 있는 영향력 있는 기자다. 2010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입사한 이래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구글, 야후 등 세계적인 기업과 중국의 IT 대기업 디디, 텐센트, 바이두 등에 관한 기사를 쓰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이미 소개되었던 저자의 책으로는 2013년에 발간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가 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저널> 등이 선정하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그해 <파이낸셜타임스>와 골드만삭스 선정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에 올랐다. 당연히 국내의 경영인들에게도 크게 사랑받았던 도서다.

 

 

 

 

에어비앤비의 초창기

 

에어비앤비는 에어베드앤드브렉퍼스트의 약어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동창인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의기투합하여 '공유경제'라는 신개념의 회사를 창업했다. 자신들이 거주한 룸에 에어 매트리스의 침대가 비치되어 있기에 이를 어필하고자 회사명에 '에어베드'라는 말을 사용했다. 즉 그들은 에어 매트리스 침대를 갖춘 방에다 아침조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표방했다. 이후 하버드 출신 엔지니어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이들의 사업에 합류했다.    

 

마운틴 뷰에 있는 YC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는 사실상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세 사람이 숙박공유 개념에 대해 설명하자 그 프로그램의 전설적인 공동창업자인 폴 그레이엄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걸 원하다고요? 왜요? 진짜로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당시 44세였던 그레이엄은 훗날 자신이 숙박공유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소파에서 자는 것도, 다른 사람이 내 소파에서 자는 것도 원하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가려 했을 때 게비아는 시리얼 상자 두 개를 꺼내 그레이엄에게 건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놀랐고 그레이엄 역시 당연히 황당해했다. 이어 그들은 작년에 일어났던 복잡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받은 영감에서부터 시작해서 끔찍했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콘퍼런스를 거쳐 여러 대회들 및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 같았던 시리얼 도박에 이르기까지 모두 말이다. 그레이엄은 마침내 "와우, 당신들 참 바퀴벌레 같은 사람들이군요. 쉽게 망하지는 않겠어"라고 말했다.  

 

 

우버의 초창기

 

샌프란시스코에는 아무 표시가 없는 검은색 세단을 몰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승객일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접근한 뒤 전조등을 깜빡이며 탑승을 유도하는 식으로 몰래 영업하는 차량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샌프란시스코 거주자들, 특히 여성들은 그렇게 아무 표시가 없는 차를 타지 않는다. 일단 검증되지 않아 무섭고, 미터기를 켜지 않고 운행한다는 특성상 애매한 요금을 내야하는 것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프는 이런 차량들 대부분이 청결하고 운전사들도 친절하다는 걸 알아냈다. 이런 운전사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승객을 태우는 사이사이에 생기는 빈 시간을 채우는 일이었다. 그들은 보통 호텔 밖에서 무작정 대기했다. 캠프는 이 운전사들의 휴대폰 번호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고의 검은색 차를 운전하며 영업 중이던 운전사들의 전화번호 10~15개를 저장해놓기도 했었죠"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이 시스템을 좀 더 잘 이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차를 이용하기 몇 시간 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운전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약속한 시간에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또 어느 날 밤에는 이런 차를 한 대 빌려서 저녁 내내 친구들을 태운 채 몰고 다녔다. 그것은 1,000달러의 돈이 들어간 사치이자, 동 트기 전 도시를 돌아다니며 모든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줘야 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바로 그때,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열〉에 나온 초현대적 이미지가 개릿 캠프의 머릿속에서 불쑥 떠올랐다.

 

 

우버의 CEO가 되다

 

우버의 일원이 돼서 느끼는 흥분과 즐거움이 온몸에서 솟구칩니다. 우버가 미국과 전 세계 모든 주요 도시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면 전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택시를 타려다 겪는 좌절감이 줄어들 거고 도시 교통의 신뢰성, 효율성, 책임감, 전문성은 올라갈 겁니다. 우버가 진출한 모든 도시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했을 때 더 좋은 곳으로 변할 겁니다. 당신이 우버가 진출한 도시에 산다면 그곳의 교통 세계는 영원히 변할 것이며, 그런 변화가 도래할 때 우버의 진가가 드러날 겁니다.

 

이는 우버의 웹사이트에 라이언 그레이브스가 올린 글의 일부이다. 그가 표현한 '흥분과 즐거움이 온몸에서 솟구칩니다'라는 글이 우버 직원들에게 동기와 활력을 주입시키는 표현이 되었던 것이다.

 

 

공유경제, 이젠 우리 삶의 일부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빠르게 움직이며 파괴하라"는 페이스북의 좌우명을 가장 잘 실천한 기업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들은 타인과 함께 차를 같이 타거나, 같은 숙박 시설을 나눠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기업이 단시간 내에 달성한 혁신의 결과로 공유경제는 우리들의 일상 깊숙히 파고들어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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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생태계 - 생성-성장-소멸-재생성 순환 체계 단절로 침하되고 있는
NEAR재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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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찾아올 다음 위기의 형태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이를 정치가 막으려다 재정 파탄을 일으키는 악순환적 위기가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경제생태계, 정치생태계, 사회생태계, 이 3개의 생태계가 긴밀한 교호 관계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 위기가 복합 생태계의 연쇄 작용 속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 위기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그 처방은 간단하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생태계를 긴 안목에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사망 직전의 한국 경제생태계를 진단한다

책의 저자인 NEAR재단은 동북아시아 연구를 목적으로 2007년 초에 설립된 순수 민간 씽크 탱크이다. 지난 10년간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역학 구도 연구에 주력해왔고 특히 팽창하는 중국과의 보완적 생존 관계 형성을 위한 극중(克中) 연구에 집중해왔다. 또 이 재단은 점차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화되어 가는 한중일 3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NEAR한중일SEOUL PROCESS'를 창립하여 동북아시아의 화해, 공존, 공영의 길을 모색해왔다. 이번에 재단이 한국의 경제생태계 연구에 착수한 것은 주변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이 생존과 통일의 길을 닦아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회생이 중요한 기초 여건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재단이 발간한 주요 저서로는 <미, 중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국의 외교, 안보>, <양극화 고령화 속의 한국, 제2의 일본 되나>, <신삼국지, 중국화 파고 속의 한국>,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기로에 선 북중관계>, <한국의 외교안보 퍼즐>, <한국경제, 벽을 넘어서>, <한일관계, 이렇게 풀어라> 등이 있다.

 

경제는 자연 생태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생성, 성정, 그리고 소멸의 과정을 거치거나 소명 대산에 진화나 혁신의 순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 도는 정체되기도 한다. 또한 경제는 정치, 사회, 교육 등 다른 부문의 생태계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작동하며 경제생태계 내에서도 스스로의 순환 체계 속에서 투자, 소비, 생산, 재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만약에 생태계 간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정상적인 성장 궤도를 이탈, 정체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경제 내부에서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통상적인 경제 정책을 통해 치유되지도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정부는 금리, 환율, 조세, 재정 정책을 총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고 단기에 그치고 만다. 결국엔 구조조정이라는 외과수술을 통해 병든 세포와 죽은 세포를 잘라내고 경제의 순환을 정상화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런 수술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경제 체질적, 생태적 문제에 직면, 마침내 경제는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생태계 접근 필요성

 

자연생태계의 특성은 성장 과정을 거쳐 소멸하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변화되고 진화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연생태계에 인위적인 간섭이 발생하면 순환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경제 주체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에 의한 산림개발이나 공해 유발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홍수나 대기 오염 등을 통해 그 피해가 되돌아온다. 물론 인위적인 간섭으로 자연생태계가 복원되는 경우도 있다. 자연생태계가 불균형에 처했을 때 인위적 간섭을 통해 균형 상태를 회복한다면 자연생태계는 다시 복원되어 진화할 수 있다.

 

경제도 자연생태계와 같은 특성을 가진다. 벤처기업이 창업되고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탄생하지 못하면 소멸한다. 생성, 성장, 소멸 혹은 진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 개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입이 올바르다면 진화의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개입이 잘못되면 소멸을 지연시켜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생태계에 대한 경고


한국의 경제생태계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건강성, 다양성, 상호 연계성, 역동성과 유연성 등 다섯 가지 특성 모두 한국 경제생태계에서 약화되거나 둔화되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는 건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저성장의 장기화, 구조조정 부진, 양극화 등 다양한 경고와 맥락을 같이한다.

 

생태계적 접근이 한국 경제의 구석구석을 모두 살펴보거나 완벽한 대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 특히 기술 혁신 등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경제 상황 등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념화된 경제학적 지식이나 이론 또는 관행화된 경제 정책 등이 제공하지 못하는 시각과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의 한계

 

선진국의 노동 개혁 과정을 살펴보면 노동 시장 유연성의 제고가 수반되지 않은 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은 장기적이고 구조적 관점에서 노동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해 보이며, 기업의 노동 비용을 상승시키고 일자리 창출의 의욕을 저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노동 시장에 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일자리 로드맵을 통해 노동 시장의 생태계가 복원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한 기업생태계와 대기업의 역할

우리 기업생태계의 건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대기업의 협력적 성장 의지와 부품업체의 역량 강화로 집약된다. 한 기업생태계에 역량 수준이 낮은 행위자들이 과도하게 많으면, 과도한 경쟁 판도가 만들어져 부품에 대한 진정한 경쟁력 평가가 어려워진다. 가격보다는 품질 혁신 쪽으로 생태계 원리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조립업체에게 원가 절감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기업에게나 원가 절감은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원가 절감보다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조건적인 가격 경쟁을 탈피하여 혁신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욱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생태계적 접근의 필요성 

기업은 창업하여 중소 벤처기업이나 소상공인으로 성장하거나 일부는 생존에 실패하는 기업이 되기도 한다. 살아남은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여 강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글로벌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경영을 잘못하여 한계기업이 될 수도 있다. 한계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퇴출되거나 좀비기업으로 남을 수도 있다. 또 실패한 기업은 재도전을 통해 성공기업이 될 수도 있다.

 

성공기업이 되는 관건은 1차적으로는 중소기업의 혁신 경영에 있다. 혁신 경영은 인력, 기술, 자금, 판로의 혁신과 이를 아우르는 경영자 리더십의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기업생태계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역동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 경영과 이들 기업 외부의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경쟁과 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이질적 파트너와의 협업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 지금까지 잘 자리 잡지 못한 점이 바로 '이질적인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는 협업 정신일 것이다. 이질적인 파트너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작은 기업일 수도 있으며, 전혀 다른 문화에서 생겨난 다른 나라 기업일 수도 있다. 구글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재능 있는 이질적 파트너를 맞아들이는 데 열심이며, 이런 협업을 성정 전략의 핵심으로까지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함께할 파트너들을 가능한 한 자기 기업 내로 들여오려고만 했다. 그러다 보니 말이 잘 통하는 우리나라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런 닫힌 기업 문화를 유지하면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미래의 새로운 분야에서 경쟁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크고 작은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일하려는 개방형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급선무라고 느껴진다. 

 

 

과학기술 혁신생태계 구축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공유해야 할 것은 혁신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다. 국가 차원에서 혁신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 가치는 경제 발전과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이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로 제시하기도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일어나야 한다.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생태계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사회의 모습은 글로벌 사회, 지속 가능한 사회, 조화로운 사회다. 창조적 혁신을 위한 혁신 정책이 지향하는 기본 방향은 글로벌 사회를 위한 개방성,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유연성, 조화로운 사회를 위한 균형성이라 할 수 있다. 

 

 

복지생태계의 바람직한 순환

복지생태계의 바람직한 모습은 시장경제 체제 속의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포용해서 치유하고 경쟁력을 길러 다시 시장경제 체제 속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불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억울함을 치유해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력이 없거나 생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이와 같은 복지생태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가정이 불안정해지고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어 경제생태계마저 위협하게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지역 공동체, 가정과 사회단체 등 여러 단위들이 복지생태계를 구성하면서 참여하고 나누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인구생태계의 영향 

가정생태계는 노동시장 등 다른 생태계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생태계는 가정생태계를 매개로 다른 생태계들과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결국 인구생태계는 인접한 다른 부문의 생태계들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면 그 균형 상태가 파괴되어 사회는 물론이고 가족과 개인에게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킬 것이다. 즉, 현재 진행 중인 초저출산 현상은 인접한 다른 부문의 생태계들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한 결과로도 간주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인구생태계에 순환상 불균형이 발생하면 다른 사회·경제 부문의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저출산 현상으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는 복지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복지생태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혁신적인 학습생태계 구축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미래 핵심 역량을 함양하고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과정, 수업 방법, 평가 방법, 교육 지원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요구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교가 이런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당사자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 밖의 학습이나 경험이 필요할 경우에는 학교와 지역 사회의 협력에 기반을 둔 학습생태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가 학생들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민·관·산·학이 협력해서 혁신적 학습생태계의 구축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정 운영생태계 

한국의 국정 운영생태계는 국가-사회 관계에서의 국가 중심, 중앙-지방 관계에서의 중앙 집권, 삼권 관계에서의 제왕적 대통령과 행정부 주도, 행정부 내부에서의 핵심 행정부 집중, 행정 관료제의 피라미드형 계층제 조직, 다단계 계급제의 인사 체계, '검사 동일체 원칙'에서 보듯이 강력한 상하 관계와 명령 통일의 조직 문화 등의 특성이 배태胚胎돼 있다.

 

이들은 모두 목적국가로서의 국정 운영 체계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특성들이다. 향후 한국 국정 운영생태계의 개혁 방향은 일반 이익으로서의 공익 관념과 목적국가로서의 제도적 특성, 개인 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 관념 및 시민국가로서의 제도적 특성 간에 조화로운 절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희망,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책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령화, 양극화에 침몰하고 있는 본질적 원인을 찾기 위해 종래의 기능적인·분야별 접근 방식을 탈피하여 각 분야의 핵심 주체와 생태 환경 간 관계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원인이 기존의 대증對症적인 정책과 예산 투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제생태계 악화에 있음을 제시했으며, 경제생태계에 만연해 있는 증상으로 기득권, 폐쇄성, 경직성, 단기주의, 현상 유지 증후군을 지적했다.

 

따라서 성장의 역동성을 회복하여 한국 경제가 희망을 찾는 길은 경제생태계의 기득권, 폐쇄성, 경직성, 단기주의, 현상 유지 증후군을 혁신하는 것이다. 침체와 악화 일로의 길을 걷고 있는 사망 직전의 한국 경제의 해법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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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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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생각은 대부분 관계를 시작하려고 할 때 마주치는 문제들에 초점이 맞춰진다. 낭만중의자들에게 사랑은 본질적으로 '발견'을 뜻한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러브스토리라 부르는 것도 사실 태반은 러브스토리의 '시작'이다. - '서문' 중에서

 

 

감성 지능의 양量을 증가시켜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는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자기 이해, 연민,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이 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문화적, 감성적 삶을 위한 중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움과 위로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이 책 또한 그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인생학교'의 목표는 한 가지다. 바로 세상의 '감성 지능'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남녀관계', '일', '여가 생활', '문화적 측면'이라는 영역에서 말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조직인 '인생학교'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즉 세계적으로 컨퍼런스 개최, 숍과 관련 수업 운영, 기업 컨설팅, 도서 집필과 출판, 영화 제작, 제품 판매, 디지털 활동 등을 진행 중 이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삶에서 이를 뺀다면 마치 우리들이 황량한 사막이나 먼 행성에 홀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랑은 대부분 관계에서 시작된다. 낭만주의자들도 사랑은 '발견'을 뜻한다고 여긴다. 아무튼 사랑에 있어서 투지가 넘치는 도전은 어떻게 오랫동안 사랑을 지속하는가와 상관 있다.

 

흔히 학창시절을 졸업하면서 공부도 종료되었다고 착각한다. 아니다. 공부는 졸업이나 나이와 관계가 없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죽는 순간까지 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 이 책은 낭만주의적 애정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사랑은 느끼기만 하는 감정이라기보다 배워야 할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부부관계를 둘러싼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슈들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랑은 익숙함에 끌린다

 

우리는 사랑할 때 행복을 추구한다고 믿지만, 사실 정말로 추구하는 것은 익숙함이다. 어른이 되어 맺은 관계 안에서, 어릴 적에 아주 익숙했던 그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게다가 그 느낌은 애정과 보살핌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 대부분이 초기에 경험하게 될 사랑은 과거에 통제 불능인 어른을 도와주고 싶거나, 부모 한쪽 의 온정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그 사람이 화를 낼까봐 두렵고, 다소 곤란한 바람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큼 안정감을 얻지 못하는 느낌과 같이 훨씬 파괴적인 원동력을 사랑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괜찮아서, 그러니까 왠지 매우 안정적이고 성숙하며 사려 깊고 믿음직해 보인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그런 올바름이 낯설고 과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속을 태우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와 함께하는 삶이 더 행복할 것이 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서 좌절감을 느끼는 편이 편하고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우자를 찾는 이런 과정을 정신분석학에선 '대상 선택'이라고 부르며, 비교적 건강하지 못한 패턴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끌림을 지배하는 요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의 본능, 즉 우리가 끌리거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암류암류는 우리가 너무 어려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을 때 겪은 복잡한 경험에서 비롯되며, 우리 마음의 곁에 계속 남아 있다.

 

그렇다고 정신분석학은 우리들에게 끌림과 관련된 관계의 모든 것을 바꾸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지성과 매력, 아량같이 긍정적인 자질을 원하는 열망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 집을 비우거나, 상대를 무시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금전관리를 못하는 등 아주 곤란란 기질을 가진 이들에게 숙명적으로 끌릴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으로 이런 곤란한 습성이 없으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애정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 등의 인물에게서 정신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와 비슷한 면이 있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라도 절대 다가가지 못한다. 사랑에 관한 한, 지적이거나 시간관념이 명확하거나 과학에 흥미를 가진 사람을 결코 용납 못할 것이다. 단지 그런 성향이 일찍이 자신을 몹시 힘들게 했던 누군가의 특성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과민반응을 하는 이유

 

과민반응이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 없는 상대방의 힘든 과거가 왜곡되어 표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성공적으로 함께 사는 열쇠 중 하나는 과거의 두려움과 불안의 '전이'가 지금의 모든 행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패션잡지를 보다가 농담조로 배우자에게 다른 청바지나 티셔츠가 어떠냐고 물을 때 갑자기 배우자가 돈도 빠듯하고 이미 다른 옷도 넘쳐나는데 왜 쓸데없는 얘기로 짜증나게 하느냐는 말을 할때 우리는 정나미가 떨어질 것이다.     

전이 개념은 관계에서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가장 실망스러운 행동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통해 자칫 상대방 때문에 짜증만 났을 상황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관계에서 늘 정신이 온전할 수 없다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친절한 행동은 나의 내면세계 중에서도 특별히 심하게 상처 입은 영역을 기록하고 안내하려고 시도한 지도를 건네주는 방법이다.

 

이런 지도를 만들 때 관건은 전이가 어디서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이 실험'을 이용해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로르샤흐 테스트이다. 이는 심리학자 헤르만 로르샤흐가 1920년대에 사람들이 닿기 힘든 자신의 속마음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고안한 방법이다. 로르샤흐는 모호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게 무엇인지 얘기해 달라고 하면, 우리 안에 잠재하는 주된 두려움과 희망, 편견, 그리고 전제 중 일부가 자연스레 드러날 것으로 믿었다. 

 

모든 로르샤흐 테스트의 핵심은 이미지마다 정해진 진짜 의미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과거가 무엇을 상상하도록 만드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의미로 본다. 다정하고 너그러운 성격 의 사람에게는 아래의 이미지가 가면처럼 보일 것이다. 두 눈과 늘어진 귀, 그리고 입을 가리는 부분이 있으며 볼에서부터 넓은 덮개가 길게 내려오는 가면이다. 반면에 고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면, 힘 있는 누군가를 아래서 올려다본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넓게 벌린 두 발과 굵은 다리, 건장한 어깨, 그리고 공격 자세를 취하듯 고개를 앞으로 내민 모습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우리는 배우자에게 상당히 불쾌한 말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그런 말을 내뱉는다. 반면에 다른 많은 사람을 대할 때엔 우리는 확실히 공손하다. 샌드위치 가게에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무척 상냥하고, 동료들과도 여러 가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친구들과 있을 때도 거의 항상 유쾌한 기분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런 영역에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만큼 기대하는 것도 별로 없다.


우리가 부부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만큼 우리를 실망시키고 속상하게 할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같다느니, 빌어먹을 ×이라느니, 약골이라느니 하면서 막말을 하는 이유는 위험할 정도로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기대한 만큼 실망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사랑이 주는 희한한 선물 중 하나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

 

우리는 첫눈에 반하는 순간을 즐겨야 한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우리가 흠모하고 우리 삶에 더 많이 채워지기를 원하는 자질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와인 바에서 본 그 사람이 정말로 대단히 묘한 매력을 지녔을 수 있다. 신선과일 코너 옆에서 언뜻 본 그 사람이 정말로 다정하고 훌륭한 부모가 되어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이런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결정적인 면에서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신랄하게 비판한다고 해서 우울해질 필요는 없다. 단지 낭만주의 문화가 부부관계는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며 지나친 상상력으로 가해온 압박을 덜어줄 뿐이다. 우리가 늘 명심해야 하는 사실은, 배우자가 이상형이 아니라고 해서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모든 관계가 실패하는 것 이 당연하다거나 개선되어야 한다는 증거도 절대 아니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저주를 받지 않더라도, 악몽에나 나올 법한 그런 끔찍한 사람, '잘못된 사람'과 함께하게 된다.

 

 

성性에 대해 솔직해져라

 

성적 개방과 진보에 대한 이런 묘사가 아무리 현대 세대를 치켜세우는 내용이라도 편의상 한 가지 변함없는 진실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즉 우리가 여전히 섹스와 관련해 심한 갈등과 당혹스러움, 수치심과 야릇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섹스는 깔끔하게 사랑과 일치되기를 거부하고 여느 때처럼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오히려 단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우리는 섹스를 밝고, 모험적이며, 강박적이지 않고, 깔끔하며, 충실하고, 안정된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알고 있고, 그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섹스에 관한 관점은 대부분 유별난 편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모습이 지독하게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적 취향이 어떤 것인지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 솔직히 말하기가 아주 두려운 부분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언제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욕구와 취향 중 일부만 공유하는 데 머물 뿐 더는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가질까봐 겁이 나서다. 사랑을 받을 것인가 솔직해질 것인가 하는 선택을 놓고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를 택한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성적 충동에 부담을 느낀다. 괴로워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고 죽는 편이 낫다고 느낄 것이다.

 

 

애정관

 

낭만주의자는 사랑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인생의 안내자로서 직감을 찬양하고 이성은 경계한다. 또한 자신과 어울리는 연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거나, 관계가 끝났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는 견해를 좋아한다. 그들의 눈에는 어떤 판단이나 기분을 너무 열심히 캐묻는 행위가 냉정하고 잔인하게도 보인다. 특히 감정을 일일이 분석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장되고 모호한 언어와 불분명한 표현 방식을 무척 존중하는데, 그것이 사랑과 친밀감이 가진 소중하지만 형언하기 힘든 면을 나타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단점을 따지거나 부부관계에서 정확히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 일일이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이 특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에 고전주의자는 직감을 경계한다. 이들은 이미 종종 쓰라린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느낌이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착각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느낌을 상당히 회의적으로 신랄 하게 바라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와 그 이유를 따져 묻는 행위 사이에 전혀 갈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들은 명료한 표현 방식을 선호하며 영리한 12살짜리 아이가 이해할 만한 언어를 좋아한다.

 

 

사랑은 본능이나 느낌이 아니다

 

낭만주의 소설은 주인공들이 서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잘 맞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낭만주의의 사랑은 우리의 나머지 반쪽이자 정신적 쌍둥이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사랑은 훈련이나 교육과 아무 관련이 없다. 사랑은 본능이고 느낌이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설명하기 어렵다.

 

고전주의 소설은 남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비밀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외로움도 있고, 타협도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또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사랑은 자연이 준 타고난 재능이나 느낌이 아니라고 믿는다. 따라서 아래의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출 때 마침내 바람직한 사랑을 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러브스토리의 조건

 

완벽하기를 단념할 때

나를 완벽히 이해해 주리라는 희망을 버릴 때

우리가 제정신이 아님을 깨달을 때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또 침착하게 충고할 때

서로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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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 가치투자의 교과서『증권분석』핵심 요약판
벤저민 그레이엄 지음, 프레스턴 피시.스티그 브로더슨 요약, 김인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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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증권분석>을 처음 읽었다. 아니, 읽으려고 노력했다는 편이 옳겠다. 이 책이 투자에 최고의 조언을 가득 담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았지만, 책 속의 정보를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여러 투자자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모두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요약판 저자의 글' 중에서

 

 

주식투자를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요약판을 공동 저술한 스티그 브로더슨과 프레스턴 피시 역시 이 책을 이해하는데 고전을 면치 못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들이 요약판을 펴낸 이유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제시한 투자 철학과 중요한 전략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여기서 얻게 될 지혜의 값어치가 무궁무진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원전 <증권분석>의 핵심만 정리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원전의 이해를 돕고,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정보나 회계방법 등은 현 시대의 상황에 알맞게 별도의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따라서 요약본인 이 책을 원전과 함께 읽는다면 소위 가치투자자의 대부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과 기법 그리고 현대에 맞는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지침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른 책은 필요 없다! <증권분석>은 투자에 관한 가장 훌륭한 책이다!"
-워런 버핏-

 

원저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1928년부터 1957년까지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맡아 주가수익비율, 부채비율, 배당실적, 장부가치 및 이익 증가율 검토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가치투자 개념은 그가 1928년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면서 시작해 데이비드 도드가 다듬은 투자 접근법이다.

 

요약본의 저자 프레스턴 피시금융투자전문 기고자이며, 더인베스터즈팟캐스트닷컴의 공동진행자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다수 저술하였으며, 파일런홀딩컴퍼니의 설립자이다. 버핏북스닷컴이라는 무료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처럼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공저자인 스티그 브로더슨재무학 석사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분석을 공부하고 있다. 스티그는 더인베스터즈팟캐스트닷컴의 공동 진행자이며, 대학에서 재무회계, 투자, 경제학을 강의하는 교수이다. 스티그브로더슨홀딩컴퍼니와 버핏북스닷컴을 설립하였다.

 

 

 

 

내재가치의 개념

 

분석이란 사실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해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행위이다. 하지만 투자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정밀과학은 아니다. <증권분석>은 내재가치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다. 이의 개념을 자세하게 정의하지 않지만, 수많은 변수가 내재가치를 결정한다고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내재가치 산출의 핵심은 장부가치와 이익 창출능력이 맞물려 반영된다는 데 있다.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을 단기적으로 예측하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후 이에 관해 논의한다.

 

그레이엄은 우연적 요소가 증가할수록 분석도 가치를 잃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매우 중요다. 전문적으로 표현했지만, 쉽게 말하면 '안정적이지 않은 사업을 분석하는 것은 결국 가치 없는 분석'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증권분석이란 사실을 찾아내 적용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밝혀내는 행위라고 기술하며 마무리한다. 이와같은 분석 행위를 안정적인 기업에 적용함으로써 규정하기 쉽지 않은 내재가치를 파악하고, 투자 자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의 회피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얻는 수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레이엄은 한 가지 중요한 사례를 제시한다. 연간 표면이자로 20달러를 지급하는 저수익 채권 A가 1,000달러에 거래된다. 채권 B는 같은 가격에 표면이자로 70달러를 지급하지만, 20대1의 확률로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즉,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다. 

 

이 사례를 통해 그레이엄은 채권투자의 위험을 이렇게 설명한다. 채권 B에 투자한 사람이 부담하는 위험은 피해액을 전액 보장하는 주택화재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보험사가 떠안는 위험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차이가 있다면 보험사는 위험 상황이 발생할 통계적 확률을 즉시 측정할 수 있지만, 분석가는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결론적으로 그레이엄은 추가 표면이자 50달러는 20대1의 원금손실 확률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유동자산에 주목하라

 

일반적으로 재무상태표의 고정자산은 채권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면에 그레이엄은 유동자산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유동자산은 재무상태표상의 현금 및 현금등가물을 일컫는다. 현금등가물은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재고 등을 포함한다. 이런 자산을 일반적으로 유동자산, 당좌자산, 운전자산이라고 한다.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회사의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를 초과하는 것이다. 이를 유동비율이라고 하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현금성 자산으로 1년 내에 상환이 도래하는 유동부채를 상환가능한가를 나타내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높을수록 좋고 보통 100% 이상일 때 건전하다고 판단한다. 한편, 유동부채를 초과하는 유동자산을 운전자본이라고 한다.

 

운전자본의 3가지 필수 조건

 

1. 보유 현금이 충분할 것

2.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비율이 높을 것

3. 장기채 대비 운전자본 규모가 적정할 것

 

 

투자의 관리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자신의 투자금을 증권회사 직원에게 또는 투자전문가에게 일임했더니 큰 손해를 보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사실상 누가 투자를 지휘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어려운 질문이다. 시간과 지식이 있다면 투자자 자신이 될 것이고, 중개인이나 금융상담전문가와 같은 대리인을 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 가장 큰 우려 사항은 잠재적인 '전문가'들이 자신의 사리사욕私利私欲을 추구하는 것이다.  

 

많은 투자은행에는 고객에게 팔아야 하는 증권이 쌓여 있으므로 투자자는 그런 종목의 투자 안내를 권유받을 때에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이것이 투자자의 기본 자세이다. 그렇기에 그레이엄은 상업은행, 투자은행, 뉴욕증권거래소 회원사, 대형 신탁회사의 자문 부서, 독립 투자 상담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관해 상세히 설명한다. 투자자자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기본지식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보통주 가치평가의 방식

 

그레이엄은 보통주 가치평가 방식이 급격히 달라진 것은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얻는 결과가 종잡을 수 없는 데다, 미래 이익 잠재력은 저항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1920년대의 불안정성은 신新경제의 특징이었다. 대형 기업은 부실을 겪거나 규모가 작아졌고, 이제까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기업이 크게 성장하며 인상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을 지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탄탄한 기업을 찾는 기존 방법이 폐기된 것은 당연하다. 1930년대 초반에는 많은 기업이 청산되었다. 청산 사례에서 재무제표상의 고정자산은 거의 가치가 없었다. 이 경험을 통해 투자자들은 장부가치나 순자산가치를 더 이상 중요시하지 않게 되었다. 즉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던 것이다. '보통주 가치는 기업의 미래 이익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새로운 논리를 뒷받침하는 설명

 

배당은 보통주 가치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산가치와 이익 창출능력 간에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

성장 모멘텀을 보여줄 때를 제외하면 과거 실적은 의미 없다

 

 

감가상각비

 

그레이엄은 감가상각 처리 기준을 자신의 취득원가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를 한다. 분명히 후자가 더 정확하지만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감가상각비는 합병 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숨은 감가상각비다. 단기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감가상각비를 처리하는 문제를 용인하거나 감가상각비를 생략하는 관행이 있어 왔다. 석유업과 가스업의 무형자산 상각을 다루며 감모Depletion 개념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원유나 가스 매장량은 점차 고갈되기 때문에 감가상각과 마찬가지로 해당 자산의 가치를 상각해 이익에서 차감해야만 한다. 투자자에게는 매우 복잡할 수 있는 주제인 만큼 그레이엄은 다양한 접근법으로 감모상각을 설명한다.

 

 

매력적인 보통주

 

그레이엄은 월스트리트 기준을 좋아하지 않고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첫째, 평균 주당순이익의 20배를 크게 상회하는 주식들이다. 이런 주식들은 높은 주가 자체만으로도 투기 거래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미래에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해야만 그처럼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

 

둘째, 평균 주당순이익이 높아서가 아니라, 이익의 불안정성이라는 투기적 요소로 인해 투기 거래 대상이 되는 주식들이다.

 

셋째, 투자 대상으로서의 자질을 가늠하는 계량적 시험을 통과한 주식들이다.

 

계량적 시험 통과 요건

 

상당히 안정적인 이익을 기록해왔다.

주가 대비 만족스러운 평균 이익을 기록해왔다.

재무구조가 충분히 보수적이며, 운전자본이 풍부하다.

 

 

투자은행의 새로운 역할 

증권 발행과 관련해 투자은행의 두 가지 임무는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가 있다. 투자은행은 발행 주체와 거래를 하는 동시에, 발행 주체에게 약속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반투자자와도 별도의 거래 관계를 맺는다. 투자은행은 수고의 대가로 보상을 받는데, 보상 범위에 따라 일반투자자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투자은행은 일반투자자의 대리인인가, 아니면 발기인 역할을 하는가? 후자라면 일반투자자는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발행 관련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더라도 최고로 숙련된 분석가만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 정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일반투자자에게는 정보의 완전 공개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서일까? 그레이엄의 수제자 격인 웨렌 버핏의 일과는 투자대상 주식의 사업보고서를 탐독하는 일의 연속이다.

 

 

시장분석 

마지막 장으로 시장분석이 증권분석을 대체,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면서 책을 마감한다. 시장분석이란 오늘날의 '기술적 분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두 가지 형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과거 가격 움직임만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논리적인 추론을 거쳐 네 가지 결론을 제시하고, 이러한 분석은 불가능하다고 마무리한다.

 

또 다른 주장은 시장 외적인 요인들로 미래 시장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련업체의 고로와 같이 주식시장과는 관련이 없는 요소가 언급된다. 이 요소들에는 인과관계가 없으며, 무작위의 연관성이 발견될 뿐이다. 금리를 비롯한 기타 요인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문제는 시간, 즉 시점이라는 요소이다. 결국 시장분석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 그레이엄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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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트릴레마 - 삼중고에 빠진 부채, 어떻게 풀 것인가
김형태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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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부채에 쪼들린 사람들은 병원 치료를 연기하고 결혼을 미루고 집 구매도 포기한다. 이 정도면 부채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부채 부담이 커지면 고정적으로 갚아야 하는 이자 때문에, 위험을 부담하는 창업을 포기하고 정기적으로 월급을 주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프롤로그' 중에서

 

 

"다음 경제위기는 학자금부채에서 비롯된다"

 

이는 다소 생뚱맞게 들리지 몰라도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현 미국 경제상황을 진단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미국에만 해당될까? 결코 아닐 것이다. 한국은 오히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이다.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너무나도 뜨거워 자녀들이 대학교를 가지 못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 듯 생각하기 때문에 학비지원이 어렵더라도 우선 빚을 내서라도 입학부터 시킨다.

 

저자 김형태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융과 재무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MIT와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연구를 이어나가다 귀국해선 자본시장연구원장으로 6년간 재직했다. 사모투자펀드(PEF), 주식연계증권(ELS), 자본시장법 제도화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고 국민경제자문위원, 금융발전심의위원, 한국거래소 및 코스닥증권 경영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했고, 새로운 시각에서 경제, 금융시장, 기업을 연구하는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을 미국에 설립해 CEO 겸 원장으로 정책 자문, 비즈니스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다양한 벤처기업, 금융회사 그리고 주정부를 컨설팅하면서 '부채 개혁'과 '부채 너머의 미래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됐다.

 

 

 

 

3개의 목표 중 2개는 달성할 수 있지만 3개를 동시에 달성불가능한 상태를 트릴레마라고 말한다. 이 책의 주제로 제한할 경우 대학교육의 확대, 가계부채의 축소, 그리고 정부부채의 축소라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한꺼번에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대학교육의 확대는 가정을 나아가 국가를 이끌 미래 인재의 양성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이므로 이는 가계 또는 정부의 부담 중 하나는 유발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동시에 축소한다면 대학교육의 확대는 지장을 받는 게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경우 단순히 부채 차원에만 집착한다면 부채 트릴레마의 해결책은 나올 수가 없다. 이와같은 트릴레마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차원을 도입해야만 한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소득나눔 학자금' 또는 '학자금지분'의 도입이다.

 

위의 두 가지 방안 중에서 소득나눔 학자금이란 미래소득의 일정 퍼센트를 일정한 기간 자금공급자와 나누기로 약속하고 대학등록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렇게 된다면 학생들은 부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므로 가계부채나 정부부채를 늘리지 않아도 대학교육의 확대가 무리없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부채란 무엇인가?

 

최근에 들어 경제 이슈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주제어 중 하나가 '부채'다. 즉 가계부채, 학자금부채, 정부부채, 기업부채 등등 말이다. "과연 부채란 무엇인가?", "부채를 부채로 만드는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등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부채문제의 90%는 풀린다. 이처럼 부채의 본질과 본모습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부채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고, 나아가 부채라는 차원을 넘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색할 수 있다. 

 

부채에 관한 기록은 그 역사가 수천 년을 넘고 있을 정도이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그 기록을 찾았다고 한다. 정말 그 생명력이 대단하자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부채의 생명력은 어떻게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것도 날로 번창하면서까지 우리들은 어렵게 만들고 있을까? 결론은 자명하다. 부채를 승자勝者로 만들어준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채의 본질적 특성

 

부채는 차입자의 개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부채는 이자를 조금씩 갚다가 뭉칫돈인 원금은 나중에 갚는다

 

 

과도한 정부부채

 

경기가 침체되면 국민소득이 늘지 않고 소득이 늘지 않으면 세금을 늘리기 쉽지 않다. 거래가 위축되니 거래세도 준다. 결과적으로 생기는 현상이 정부부채 발행 증가다. 이 경우 정부부채 증가는 결과다. 정부부채가 늘더라도 재정투입을 확대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 케인지안(케인즈학파)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정적자가 쌓이고 정부부채가 일정 수준, 즉 부채수용력을 넘으면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경우에는 과도한 정부부채가 '결과'가 아니라 경제회복과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결과라면 이미 결정된 것이니 고칠 수도 없고 논란이 많지 않다. 원인이라면 신속히 고쳐야 한다.

 

정부부채가 경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정부의 부채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채를 사용하야 한다. 그러나 집권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서 나중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선심 행정과 복지를 마구잡이로 집행함으로써 부채를 크게 증가시켜 국가신용등급을 하락시킨다면 이는 국가 경제에 위험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에 가깝다

 

정부의 책임 또는 부담이란 측면에서 보아도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에 가깝다. 가계부채가 잘못되었을 때 정부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지만 가계에는 적용할 수 없다. 가계는 '창조적 구제'의 대상이지 창조적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 가계는 정치적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과 다르다. 기업은 투표권이 없다. 삼성전자라도 대통령 투표권이 없다.

 

투표권 때문에 가계의 부채가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아이로니하게도 스스로 자생력을 갖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마치 연중행사를 벌이듯 거론되는 '부채탕감' 시행처럼, 어떻게든 정부가 개입해 처리해줄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가계부채 특히 학자금부채는 정부부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소득나눔 학자금 제도의 도입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 제도의 도입이 적극 논의되고 추진되고 있다. 최근 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의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을 넘어서 학자금대출의 기본 특성 즉 '부채'라는 성격 자체를 직접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서 다양하게 반영되기는 하지만 혁신의 기본 방향은 일치한다.

 

부채의 빡빡함을 완화하고 융통성을 늘리는 것이다. 학자금의 부채적 성격을 줄이고 지분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분적 성격의 강화란 바로 '상태의존적 계약' 형태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상태의존적 학자금에서는, 자금조달자인 대학생들의 미래수입 정도나 경제적 상황여부에 따라 상환금액의 패턴이 달라진다. 즉 상황이 어려우면 적게 갚고, 정상적이면 평상시대로 갚고, 상황이 좋으면 좀 더 많이 갚는 구조다. 부채처럼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다. 

 

 

정부의 부채수용력

 

부채수용력과 부채총량불변의 법칙을 합해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가계부채든 기업부채든 없어지지 않고 정부가 부담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정부의 부채수용력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자기부담으로 전환시켜 부담할 수 있는 부채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부채수용력을 초과하는 국채발행은 국가신용등급을 하락시키고 안전자산이었던 국채를 위험자산으로 전락시킨다. 몰라서든 아니면 알기는 하는데 '뭔 일이야 있겠어?'라는 방만한 생각에서든 이 한계점을 넘으면 국가경제가 치명적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스 위기처럼 말이다.

 

물론 소득을 높이면 부채를 갚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부채는 가계든 정부든 소득이 많이 부족해서 생겨난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소득을 올리는 것은 정책적 목표가 될지는 몰라도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 되기가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책에는 교육화폐가 거론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요즈음 부실 우려가 큰 가상화폐 때문에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이는 교육전용이기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 불가능하다. 이를 탈러('티칭'과 '달러'의 합성어임)라고 부르는데, 대학등록금으로 납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가 주립대락에 탈러를 등록금으로 받도록 독려하고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학이 탈러를 가져오면 달러로 교환해주고, 탈러 등록금 학생을 정원외로 인정해준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상당히 많은 가계에서 학자금대출을 이용한 후 상환 압박을 받고 있는 게 국내의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우 신선한 해결책으로 다가온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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