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즐거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3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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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로 목욕하기, 갓 구운 빵 한 조각, 친한 친구와 나누는 대화, 한밤의 깊은 단잠, 이런 것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은 세상의 칭송도,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현대인들은 '큰 기쁨'만 좇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범한 것을 폄하하는 낭만주의적 시각을 물려받아, 독특하거나 손에 넣기 어려운 것, 이국적이거나 낯선 것이 우리에게 더 큰 즐거룸을 줄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서문' 중에서

 

 

작은 기쁨, 무시하지 말라

 

살다보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묘하게도 기쁨이라는 것은 개인적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추구하는 삶은 방식은 제각각 다양하기 때문에 값비싼 것을 구입했거나 선물 받았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적은 비용으로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는 평범하고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소소한 즐거움이란 우리들이 느끼는 행복감이나 기쁨의 양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실 소소한 기쁨도 커다란 기쁨과 다르지 않다. 당연히 대접받아야 할 행복의 원천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크고 화려한 행복만 좇느라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52가지 작은 기쁨의 원천을 소개한다. 그저 사소하고 소박한, 그런 즐거움이다. 예컨대 고용한 어둠 속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달콤한 무화과의 맛, 아끼는 낡은 스웨터 등처럼 일상 속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작은 기쁨들이다.

 

책의 저자 THE SCHOOL OF LIFE는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자기 이해, 연민,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인생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문화적?감성적 삶을 위한 중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움과 위로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작가 알랭 드 보통과 그가 설립한 인생학교 팀은 1년이 52주이니까, 한 주에 하나씩 이 책을 통해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각 순간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해서 결코 그 행복의 양이 적거나 보잘것없어서가 아니다. 무화과 맛보기, 갓 구운 빵 한 조각, 침대에 누워 이야기 나누기, 일요일 아침 등 우리 삶에 만족을 더해주는 평범한 것들이 그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외면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소소한 즐거움은 더 이상 소소하지 않으며 그 어떤 것보다 큰 감동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생선 가게

 

생선 가게에 가면 변화에 대한 소박한 계획을 마음속에 그려보게 된다. 생활에 여유가 좀 생기면 문턱이 닳도록 이곳을 찾아오겠다는 계획 말이다. 어떤 해산물 요리는 눈 감고도 할 만큼 능숙하게 차려내게 될 것이다. 생선 가게에 들어가면, 연어를 졸이고, 바닷가재 샐러드를 뒤적이고,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친구들을 초대해 부야베스(생선과 조개를 넣은 프랑스식 해산물 스튜-옮긴이)를 대접하는 자신의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하게 된다. 담백하고 영양 만점인 해산물 요리를 노상 만들어 먹고, 비리지만 매혹적인 생선 요리의 풍미에 푹 빠져 사는 미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 한다.

 

 

깊은 밤 깨어 있는 시간

 

온 세상이 어둠에 잠긴 밤, 잠자리에 들었지만, 쉬이 잠이 오지 않고 눈만 멀뚱거린다. 하는 수 없이 잠자리에서 나와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클래식 명반을 틀거나, 고전 영화를 감상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자아와 대면하면서 깨어 있는 시간의 즐거움을 맛볼 때가 있다. 일상의 규칙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이미 꿈의 세계로 들어갔기에 이런 기쁨을 모를 것이다.

 

반면에 가끔씩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깊은 밤에도 아랑곳 않고 깨어 있으면서 의미있는 의식을 치르는 동안 그동안 잊고 지냇던 내면의 자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해진다.

 

 

 

호텔 방에서 홀로 보내는 밤     

밤이면 밤마다 쉬이 잠들지 못하고 몇 주씩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지옥이다. 하지만 낯선 나라의 외로운 호텔방에서 겪는 불면증에는 치료약이 필요 없다. 그것은 약간의 괴로움을 동반하지만 영혼에 꼭 필요한 소중한 시간이다. 꼭 생각해봐야 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사색이 넝쿨처럼 뻗어나갈 기회를 얻는다. 당신은 고국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며, 30명으로 이루어진 팀의 멤버다. 이메일은 10분마다 수십 통씩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만큼은, 긴 복도 끝에 있는 작은 상자 안에 들어온 이 순간만큼은 그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을 돌볼 수 있다. 바로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무화과

 

무화과, 사실 생긴 모습은 별로다. 그렇지만 달콤한 묘한 맛이 있다. 빨간 속살을 입 속에 넣노라면 입안에서는 오독오독 씹히는 묘한 질감이 있어서 정말 매력적인 과일이다. 나는 오래전 여름 휴가 때 전라도 사찰 여행에 나섰다가 꽉 막힌 도로에서 상인이 권하길래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이 과일은 태곳적에 팔레스타인이나 시칠리아에서 번성했고, 그 지역 민족들의 우화에 단돌로 등장했다고 한다. 

 

퍽 묘한 일이다.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만나는 일을 그저 우연에 맡긴다. 게다가 즐길 기회가 찾아왔을 때도 다른 것이 우리를 방해하기 일쑤다. 앞에 있는 사람과 나누던 대화가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하고, 아기 침대에 누워 있던 어린 조카가 앙앙 울어대기 시작한다. 혹은 다른 음식과의 조합이 영 꽝이다(옆에 있는 진하디 진한 초콜릿이 무조건 이긴다. 무화과랑은 게임이 안 된다).

 

 

 

어둠 속에 누워 함께 나누는 대화

 

밤이 길다는 동짓날 밤, 전기가 귀한 산골 집은 칠흙같이 어둡다. 이 어둠 속에서는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도 상대방의 코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어둠은 나와 상대방과의 간격을 오히려 더 좁혀준다. 불이 모두 꺼진 캄캄한 어둠은 우리들의 원초적인 불안감을 잠재워준다. 어둠 속의 대화는 차단과 은둔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든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는 술꾼이다. 버려진 커다란 술통을 집으로 삼아 아테네 길거리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는 혼자 있을 때 기꺼이 하는 행동이라면 사람들이 많은 공공 장소에서도 떳떳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이 잇다. 지극히 사적인 시공간이 인간에게 커다란 해방감과 자유를 선사한다는 사실 말이다.

 

어둠 속에서 친밀한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삶에서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 할 만하다. 그 순간 우리는 홀로 있을 때와 동일한 해방감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어둠 속에서 옆에 누워 있는 이의 엉더이나 허벅지를 만져본다. 두 사람의 발가락이 마주 닿는다. 엉뚱한 상상은 금물이다. 지금 이 순간은 성적 욕구가 배제된 몸짓이다. 섹스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오래된 스웨터

 

낡은 스웨터는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과정이 아니라 노년으로 향하는 길을 우리들에게 상기시켜주는 물건이다. 이는 어떤 대상에서 처음의 매력이 점차 없어지면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 식고 정이 떨어지는 경향과 정반대 현상을 보여준다. 즉 낡은 스웨터에 관한 한, 우리의 애정은 시간이 갈수록 조용히 쌓여만 간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우리 안에는 이 낡은 스웨터처럼 소중함을 인정박고 싶은 소망이 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오래된 스웨터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 누군가가 우리의 낡고 보기 흉해진 몸과 괴팍해진 성격을 용서해줄 뿐만 아니라, 바로 그 모습 때문에 사랑해주기를 소망한다. 낡은 스웨터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움이 나에게도 물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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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트레일스 -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의 기록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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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로버트 무어는 저널리스트로 <뉴욕 매거진>을 포함한 여러 잡지에 기고해 오면서, 환경 저널리즘 부문 미들베리 장학금을, 그리고 비소설 부문에서도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은 '길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 등의 기록함으로써 아마존 선정 올해의 논픽션 도서로 뽑힐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길은 그 위를 걸음으로써 만들어진다"

- 장자

 

2009년, 3,200킬로미터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쉬지 않고 종주하는 스루하이킹에 나선 저자는 5개월에 걸쳐 트레일을 걸으며 길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7년에 걸쳐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완전히 새로운 맥락의 트레일 대장정을 시작, 그 길에서 깨달은 길의 의미와 본질을 역사, 문화, 과학, 철학 등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들려준다.

미국 메인 주에서 시작해 뉴펀들랜드 섬, 아이슬란드, 모로코까지 대륙을 넘어 이어지는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 개발에 참여하고 그 길을 하이킹하는 과정에서 19세기 들어 도시인의 안식처로 시작된 하이킹 트레일이 어떤 역사를 거쳐 슈퍼트레일로 진화하고 있는지, 그것이 인터넷망 같은 새로운 길이나 현대인의 사고의 길과 어떤 면에서 닮아 있는지를 살펴본다. 

더불어 생흔학자(생물체의 흔적을 연구하는 학자), 곤충학자, 역사학자, 언어학자, 트레일 건설자, 사냥꾼, 목동, 오지 원주민, 스루하이커 등 수많은 길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조언과 지혜를 구하고 생명, 철학, 문학, 과학, 역사 등 방대한 분야의 자료를 아우르며 다양한 배경과 관점에서 파헤친 길의 총체적인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장시간에 걸쳐 걸으면서 연구한 결과물을 담고 있다. 지구의 선캄브리아대에서부터 포스트모던 시대에 이르기까지 트레일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제1장(길의 기원을 찾아서)은 지구상의 가장 로래된 화석 트레일을 살피며 동물들이 이동을 시작한 이유를 탐구하며, 제2장(맛, 냄새, 그리고 집단지성의 길)은 건충무리가 그들의 집단지성을 극대화하고자 어떻게 트레일 네트워크를 만드는지 조사한다.

 

제3장(길들여자는 동물, 가축, 야생동물에게서 배운 것들)은 코끼리, 양, 가젤 등 포유류의 트레일을 따라가며 이 동물들이 어떻게 길을 찾아가는지 연구하고, 제4장(인생과 역사와 이야기가 얽히는 길)은 고대 인류 사회가 길의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그들의 지형을 연결했는지 살펴보고, 제5장(걷는 자들을 위한 길)은 애팔래치아 트레일, 이와 비슷한 다른 현대 하이킹 트레일이 구불구불한 기원을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제6장(길이 다시 야생 숲이 될 때:정보망과 국제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메인 주에서부터 모로코까지 연결된 세계에서 가장 긴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가며 트레일과 과학기술의 결합이 현대식 교통 체계와 통신망을 만들고 나아가 이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우리 모두를 어떻게 하나로 연결해 주는지를 살펴본다.

 

 

 

 

'개미의 길'은 영리하다

 

책은 다양한 종류의 길에 대한 연구들을 다룬다. 특히 개미의 길은 너무나 영리해서 지금까지도 우리 우간들에게 영감을 주는 길로 받아들이며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즉 한 개체로 보면 개미는 보잘것 없지만, 무리로 뭉치면 엄청난 효율과 영리함을 보인다. 상향식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비결은 개미들이 길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단순한 피드백 규칙에 있다.

 

개미들은 먹이를 구해 돌아오는 길에 '페로몬'을 남기는데, 먹이의 양이 많을수록 더 많은 페로몬을 남긴다. 그리고 나머지 개미들이 그 길을 따라가며 돌아오면서 더 많은, 신선한 페로몬을 남긴다. 이처럼 먹이가 많을수록 개미가 더 많이 지나가게 되고, 길은 더 개선된 방향으로 미세조정 되어 먹이와 개미집 사이에 점점 더 곧은 길이 형성된다. 반면 먹이가 줄어들면 페로몬은 점점 약해지고 휘발되어, 그 길을 따르는 개미가 줄어들고, 길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이런 최적의 길을 만드는 데는 현장감독도 지도자도 필요 없다. 개체들이 직접 만나 의사소통을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환경 속에 누적된 신호에 따라 반응하는 '간단한 규칙'만 지키면 된다. 이런 협업 메커니즘을 '스티그머지stigmergy'라고 한다. 스티그머지에 따라 수많은 초기 경로가 탐사된 후 최적 경로는 증폭되는 반면 효율이 떨어지는 나머지 경로는 쇠퇴하는 것이 개미 군집 알고리즘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알고리즘은 영국의 전자통신 네트워크 개선, 효율적인 운송 경로 설계, 경제 데이터 분류, 재난 구호물자 공급 과정 개선, 공장에서의 과제 일정 편성 등에 활용되어왔다. 그리고 무어는 개미들이 활용하는 이러한 단순한 규칙 알고리즘이 무인자동차 시대에 응용되는 날을 상상해본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서

 

화석은 오래된 생명체의 흔적이다. 저자는 생명체 최초의 길(움직임의 자취)을 찾아 뉴펀들랜드섬에 가서, 5억 6500만 년 전 에디아카라기의 생명체가 남긴 흔적을 살펴본다. 이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이 화석을 발견한 옥스퍼드대 생흔학자와 함께 동행했다. 생물체의 흔적을 찾아 연구하는 이 학자는 해저에 이 고대 생물이 길을 남긴 이유를 설명해준다.

 

힘들여 해저를 움직이며 길을 남긴 이유는 '말미잘처럼 단단한 곳에 붙어 지내다가 바닷물에 휩쓸리게 되자 다시 안정적인 자리를 찾아 움직였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무어가 처음에 가정했던 것처럼, 태초의 생명체가 길을 낸 이유는 먹이, 섹스, 위험 등이 아니라, '안정'의 욕구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저자 자신이 뉴펀들랜드 섬 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매달릴 수 있는 익숙한 무언가를 찾길 간절히 바라던 경험을 상기한다. 나무의 고정성을 포기하고, 기꺼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 생명체가 길을 낸 근원적인 이유, 그토록 오래 자연을 떠돌던 자신의 행보가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히 제 집으로 돌아가고픈 욕망, '안정성'에 대한 욕망일 수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의 길

 

코끼리는 엄청나게 먼 거리를 이동해 최근에 비가 내린 땅을 정확하게 찾아가기도 하고, 경사가 낮은 길을 찾아내고, 샛강에서는 수면이 얕은 곳을 용케 찾아 건너기도 한다. 이른바 '길 만들기 선수'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끼리는 몸 자체가 길을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 놀라운 청각과 후각이 먹이를 찾아가는 데 유용하고, 넓은 어깨로 덤불숲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엄청난 체중 때문에 평지에서 1미터를 갈 때보다 수직으로 1미터 올라갈 때 25배나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므로 이동시 어떻게 해서든 경사가 낮은 길을 찾아내려고 한다. 


기억력도 비상하다. 이동할 때 암컷 우두머리가 풀밭과 물웅덩이 위치를 기억하는 역할을 맡는데, 이동이 반복되면서 어린 코끼리들에게 이런 경로가 전수된다. 하지만 이젠 그동안 대대로 이어지던 코끼리의 이동경로, 미네랄과 물, 먹이가 있는 곳을 찾는 그들의 생명선은 무분별한 벌채와 개발로 인해 끊어지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길


지금까지 인간들은 다른 누군가의 길을 착취하며 그들의 삶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을 되풀이 해왔다. 저자는 체로키족 레저베이션에서 이들의 트레일을 하이킹하며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간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수천 년에 걸쳐 매우 효율적인 길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15~16세기에 유럽인들이 왔을 때 원주민들은 이들에게 호의적인 길잡이가 되어 복잡한 지형의 네트워크를 알려주었다. 그 길을 따라 측량사, 선교사, 농부, 군인 등이 이동했고 불행하게도 더불어 질병도 흘러왔다. 


엄청난 수의 외국인들이 몰려왔을 때, 정작 쫓겨난 사람은 그 땅을 수천 년간 길들인 원주민이었다. 원주민 강제이주령으로 1만 6천 명의 체로키족이 추방당했고, 그중 다수는 1,600킬로미터에 이르는 험난한 길(눈물의 길)을 걸어가다가 4분의 1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모든 역사와 문화를 구전으로 남기던 인디언 원주민들에게 '자연의 지형과 길'은 비록 죽더라도 영원히 남는 무대였다. 그러나 자연보다는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졌던 유럽 이주민들은 원주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방식으로 모든 환경을 재단하고 말았다.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


무어는 하이킹을 하면서 자신의 발은 물집과 굳은살로 박히고, 다리는 온갖 흉터로 뒤덮힌다. 또한 자신의 몸에 비축된 지방질과 근육 덩어리는 수척해 말라비틀어지는 경험을 한다. "한두 곳은 늘 유지보수를 애걸하는 몸"으로 변해간다. 고된 몸이지만 상당한 거리를 주파한 날에는 상쾌함을 느끼고, 아름다운 자연미와 숨어있는 지혜에 감탄했다. 반면에 걸어도 걸어도 같은 자리를 맴돌며 길을 잃게 만드는 숲에서는 불가사의한 경외감을 느꼈다.


미국, 아이슬란드, 모로코까지 대륙을 넘어 이어지는 19,300킬로미터의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을 직접 걸으며 하이킹의 의미를 고찰해본다. 이처럼 길고 복잡한 길은 그 어떤 곳이든 모든 곳을 갈 수 있고, 모든 이들과 연결하고픈 현대인의 욕망을 담고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노드와 커넥터로 이어지는 인터넷의 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이킹 트레일은 복잡한 삶을 벗어나 단순함을 선사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이었고, 인터넷은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다루려고 하는 게 그 주된 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이 점점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슈퍼트레일은 그 자체로 반드시 안내가 필요한 복잡한 미로가 되어 버렸고, 인터넷 또한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얽히고설킨 길이 되고 말았다. 출발은 단순함이었지만 결말은 복잡함으로 바뀐 모양이다.



길, 미래를 보존하려는 인류 공동체의 열망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대혼란의 들판을 방황하지만, 아무런 희망 없이 길을 잃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 걸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모든 길, 이야기, 실험,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지구상의 모든 종류의 트레일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더 좋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유연한 방식으로 지혜를 나누고, 그것을 미래를 위해 보존하려는 인류 공동체의 거대한 열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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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 나의 첫 번째 심리상담
강현식(누다심) 지음, 서늘한여름밤 그림 / 와이즈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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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과 불행 중 익숙한 것을 선택한다. 그 익숙한 불행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졌을 때 사람들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리상담을 찾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심리상담을 통한 변화도 언제나 유쾌하지만은 않다. 변화시킬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또한 나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저항을 수반한다.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그 마찰을 견디는 사람들이다. 익숙하지 않은 길은 넘어지기 쉽고 새로 익한 발걸음은 종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함께하는 마음 여행

 

저자 강현식(누다심)은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임상 및 상담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사람이 알고 싶어서, 사람을 돕고 싶어서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심리학과 심리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편하게 심리상담을 받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의 벽을 깨뜨리고자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만나고 소통하고 있으며, 심리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스테디셀러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심리학의 기초를 전달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 <아빠양육>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 역시 심리상담에 관한 내용이다. 즉 마음의 그림자를 지닌 세 명의 주인공(은주, 석영, 지선)이 치유와 변화를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심리상담의 방법과 절차, 제대로 된 심리상담가 찾기, 비용의 문제, 세간의 오해와 편견 등 독자들이 그간 궁금하고 불안했던 점들을 말끔히 해소시킨다.

특히 서늘한여름밤이 그린 열세 편의 그림일기는 '심리상담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만 받는 게 아닌지', '이런다고 내 삶이 바뀔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으니 괜찮다', '함께 견뎌줄 테니, 당신이 행복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등으로 위로해준다. 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의 윤리와 원칙, 내담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기 때문에 심리상담가를 꿈꾸는 심리학도들에게도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

 

 

 

 

은주~중소기업 인사팀에 근무, 괴팍한 상사와 마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석영~사회학 전공 학생, 복학 전 취업한 직장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다

지선~미술 학원 강사, 중학생 때 남학생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경험, 남자가 불편하다

 

 

심리상담, 미친 사람이 받는다고?

 

누구나 은주처럼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자신이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외부 환경이나 자신의 마음 중 하나가 문제이기 때문은 아닐 거다. 대부분 힘겨운 외부 환경과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부딪혀서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자신이 비슷한 처지의 남들보다 유독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면,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는 단순히 자신이 심약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 때문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그냥 방치해둔 채 환경만 개선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그대로 있는 한 힘든 일은 또 다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심리상담센터라고 해서 뭐 특별한 곳이 아니다. 그렇다. 동네 병원과 비슷한 분위기다. 다른 것이라면 진료실 대신에 상담실이 있다는 거다. 병원처럼 안내데스크와 대기실도 있다. 병원의 의사는 일방적으로 환자의 증상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질문을 주고받는 등 다소 위압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쉽게 말하자면 쌍방향 소통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다.

 

그러나 상담실은 분위기가 다르다. 상담자가 개인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담할 때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책상에는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한 '내담자來談者'를 위해 마련된 화장지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의미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런 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교사와 학생, 혹은 의사와 환자와 달리 친구나 동반자처럼 평등한 관계를 추구한다. 평등하다는 것은 권리의 측면이 아니라 마음의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주고받아야, 즉 원활한 쌍방향 소통이 돼야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위로 또는 변화

 

심리상담의 목적은 위로와 변화이다. 그렇다고 상담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마법의 알약은 아니다. 주인공인 은주도 위로를 받고자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대부분 생판 모르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받는 게, 그것도 상담료를 지급하면서까지, 부담스럽기도 해서 방문을 꺼려 한다. 사실 은주도 그랬다. 그렇지만 누구나 살면서 변화는 계속 일어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의 유무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 아닐까? 저신이 원하는 쪽으로 변할지,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변할지는 바로 선택에 달려 있다. 심리상담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변화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연습과 시행착오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상담가의 역할이다.

 

 

주변의 시선

 

심리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상담자에게 문의해야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질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상담자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믿어질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담자들은 종종 자신의 질문이 상담자에게 무례하게 느껴질까 봐 망설이는데, 심리상담은 어디까지나 내담자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말로만 하는 위로보다 진심이 담긴 솔직함이  

심리상담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진행한다. 개인상담 기준으로 보통 50분간 진행되며 상담자의 상태나 내담자의 기분에 따라 바뀌면 안 된다. 장소도 부득이하게 카페 같은 곳에서도 이루어지지만, 가급적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어야 한다. 석영의 경우, 싱담시간이 상담자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늦었다. 상담비도 회당 20만원으로 너무 비쌌다.

 

석영은 고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은 언니와 오빠는 먼 곳에서 직장을 다닌다고 이미 독립한 상태였다. 수능 시기에 이런 일이 생겨 힘들게 대학에 입학했으나 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어 결국 독립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했기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좋은 일자리가 생겨 장기 휴학을 신청하고 아예 취직했다가 회식날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 '이렇게 했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자기비난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결코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고 착각에 불과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당시엔 앞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 모르는 상태이므로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    

 

제대로 심리상담 훈련을 받은 상담자라면 이런 경험을 한 내담자에게 통제력 착각에서 벗어나 자기비난을 멈추라고 말한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석영이가 만난 사기꾼 상담가는 석영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석영이는 혹시 자신에게 잘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상담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상담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당연히 그는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졌다.

 

 

심리상담 목표 설정 

"정말 제 잘못이 아니라면 내면에서 '네 잘못이야'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상담을 잘 받게 되면 그때 일을 잊고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힘든 일을 겪으면 그 일을 잊고 싶어 한다. 그러나 기억 자체를 지울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런 작용을 하는 약물이나 수술법이 개발된다면 몰라도, 대화로 풀어가는 심리상담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심리상담을 통해 그 기억에 압도되지 않도록 도울 수는 있다. 그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말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드러내다 보면 나중에 그 사건을 떠올렸을 때 이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임상심리전문가와의 만남

 

"심리상담센터는 보통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삼키는 말도 얼마든지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 오늘은 저와 한 팀이 되어서 심리검사를 진행하셔야 하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드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지선이는 그 말을 듣고 용기 내 검사자가 남자 선생님이라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심리상담이든 심리검사든 우리의 마음을 솔직하고 편하게 드러내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성별이 중요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동성을 선호하는 반면, 동성보다는 이성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처음 심리상담이나 심리검사를 신청할 때,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심리검사를 받으면 자신도 전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심리검사는 수검자의 보고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합심리검사는 자신이 모호하게 알던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을 두드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개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리상담 기록이 나중에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 사실상 이와같은 편견 때문에 사람들은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길 주저한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IMF를 겪으면서 수많은 가정이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손 가정이 생겨남에 따라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이전보다 정신적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사례가 무척 많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는 것 같다. 지금도 스스로 심리상담이 필요함을 인식하면서 감히 문을 두드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인 셈이다. 또한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므로 심리상담에 관한 모든 것을 미리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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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 -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
애비게일 마시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곤충의 비행처럼 이타주의와 과학 법칙의 모순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어떤 이들은 모든 이타주의는 환상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이라도, 아무리 위험하고 보상은 적더라도 그 이면에는 사리사욕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영웅적인 구조자들은 격한 기쁨을 느끼고 싶어 하고, 신장 기증자들은 대중의 과도한 칭찬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또 어떤 이들은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주장하며 영웅적인 구조자들을 '수호천사', 신장 기증자들을 '성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타주의자들의 동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 '서문' 중에서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말하는 인간의 본성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계산에 따르면 모든 이타주의자들은 자연선택에 따라 오래전 멸종했어야 한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은 상대의 생존 확률은 높이지만 스스로의 생존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이타주의는 존재한다. 그들은 친족이나 친구가 아닌 생판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고 스스로 생명의 위험을 무릅썼다.

 

이런 행위는 유전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도 없다. 오히려 그들은 불행하게도 자기희생의 대가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젊은 시절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사고를 당하고 낯선 사람에게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 그가 베푼 이타심의 동기를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동기이다.

 

책의 저자 애비게일 마시는 조지타운 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로 인간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신경쓰는 이유, 폭력적인 공격성부터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타주의까지 우리 안에 잠재된 최악 및 최선의 충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10년 넘게 인간의 행동과 뇌를 연구했다.〈타임〉,〈슬레이트〉,〈허핑턴포스트〉,〈NPR〉,〈이코노미스트〉,〈뉴욕매거진〉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녀의 연구 결과를 다룬 바 있다.

 

그는 사고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 대학교에서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꾸어 이타주의의 기원을 알고자 정진했다. 나중에 하버드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학위 논문을 쓰던 중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타심은 타인의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식과 상관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겁먹은 얼굴 사진을 정확히 알아보는 사람은 통제된 실험 조건하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하거나 이들을 돕고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의 뇌 깊숙한 곳을 탐구해서 타인의 두려움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이타심과 사이코패스 성향을 판가름하는 강력한 표지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뇌 영상과 유전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는 공감 능력, 사이코패스 성향, 이타주의의 기원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지구상에 최초로 포유류가 출현한 때로 돌아가 현대인이 지닌 이타심의 근원을 추적, 어떻게 인류가 남을 보살피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스탠리 밀그램의 연구

 

스탠리 밀그램의 연구는 보통사람도 권위가 높은 자의 명령에 따라 낯선 이에게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대니얼 뱃슨의 연구에서는 권위의 힘과 연민의 힘이 동등하게 서로 맞붙을 경우 결국 연민이 이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험 진행자와 지원자가 같은 방에 있고 월리스 씨는 옆방에 있는 경우, 지원자의 절반이 실험이 끝날 때까지 계속 월리스 씨에게 전기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실험 진행자와 월리스 씨가 지원자와 똑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둘 다 지원자와 같은 방에 있거나 둘 다 다른 방에 있는 경우- 복종하는 비율이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이것은 대체로 연민의 힘이 복종의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뱃슨은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이가 계속 고통당하는 상황을 방치하기보다 차라리 자기가 대신 고통 받는 쪽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연구가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고통 받는 낯선 이에게 냉담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연민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물론 개인적 차이도 있다.

 

 

사이코패스의 특성

 

평균적으로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오른쪽 편도체가 전혀 활성화되지 않았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봐도 뇌의 이 부분에 아무런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상적인 아이들이나 ADHD를 앓는 아이들과 완전히 달랐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의 성인들처럼 편도체 활동이 뚜렷이 증가했다.

 

우리의 실험 결과를 다른 실험실의 연구진들이 여러 차례 재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는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지닌 아이들이 타인의 두려움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자신들의 폭력과 위협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잔인성을 전혀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런 표정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반응하는 뇌 영역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타적 행동의 요인

 

생물학자들은 일상적인 이타적 행동의 요인으로 2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유전적 친족에게 도움을 주는 포괄적 적합성이고, 다른 하나는 자주 접하는 이들을 돕는 상호적 이타주의다. 이 2가지는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 포괄적 적합성은 자기 친족을 도와줌으로써 본인의 유전자가 번식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 유전자를 50퍼센트쯤 공유한 내 동생을 돕는 것은 보잘것없지만 나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인 셈이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면 동생의 적합성이 향상되고, 그의 유전자, 더 나아가 내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것은 개미부터 새,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들이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유전적 친족을 도우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을 돕는 것은 유전적이라기보다 감정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상호적 이타주의다. 우리는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거나 가족, 이웃, 직장, 친구 등 중요한 사회적 집단에 소속된 이들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이런 이타주의의 규칙은 간단하다. 과거네 자신을 도와주었거나 향후 도와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즉 다시 볼 일 없는 남에게 베푸는 이타주의, 특히 희생이 따르는 이타주의는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치관에 의한 이타주의는 더욱 행복하다

 

심리학자 네타 바인스타인리처드 라이언의 연구에서 개인의 목표와 가치관에 따라 이타적인 행동을 할 경우 외적 요인에 의해 발휘된 이타심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정한 동정심에서 우러난 이타주의는 어떤 목표를 달성했을 때와 같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타인의 안녕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어 승리의 기쁨까지 안겨준다. 비범한 이타주의자들은 대부분 장기 기증을 하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이런 기쁨을 느꼈다. 그들을 인터뷰하는 동안 그들 자신은 물론 저자 또한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았다.

 

어떤 이타주의자는 자기 신장을 이식받은 소년의 어머니에게 받은 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감동에 겨운 나머지 목소리가 떨렸다. 소년의 어머니는 의사들이 이식을 마치자마자 신장이 곧바로 기능했고, 자기 평생에 소변을 보고 그렇게 행복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자기 아들은 그 순간부터 투석을 완전히 중단했고 난생 처음 해변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무엇이 이타주의를 만드는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강한 공포감을 느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무서운 사람 앞에서도 이들은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심지어 이들은 상대방의 두려움을 알아차릴 수도 없다. 이미 뇌의 기능이 손상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두려움의 본질이 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셈이다.

 

반면에 비범한 이타주의자는 타인에 대해 유달리 강한 관심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동시에 행동한다. 이들은 사이코패스의 반응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들의 편도체는 타인들의 두려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화재 현장에서 불길에 사로잡힌 아이를 구하려고 기꺼이 뛰어든다. 이처럼 그들은 사이코패스의 뇌와 반대적인 뇌를 갖고 있다. 사실 인간은 우리들 생각보다 훨씬 착한 존재이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책에서 현생 인간종은 이타주의 때문에 끝까지 생존하고 있다고 결론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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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타트 -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
브래드 스톤 지음, 이진원 옮김, 임정욱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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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기술 엘리트의 극단적 오만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비평가들은 그들이 기본적인 채용 규칙을 파괴하고 교통체증을 늘리며 평화로운 거주지를 망쳐버린다는 데서부터 시작해 자유민주적 도시들 안에 무자비한 자본주의 논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걸 비난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과장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우버와 에어비앤비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대혼란의 중심에는 젊고 부유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트래비스 캘러닉과 브라이언 체스키 같은 CEO들이 있다. 그들은 앞선 세대의 기술 리더들을 상징했던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처럼 숫기 없고 내성적인 혁신가들과는 전혀 딴판인 새로운 기술 CEO를 상징한다. 그들은 자기가 세운 기업들이 인류를 위한 극적인 발전을 모색할 수 있게 하고, 많은 기술자들뿐 아니라 운전사와 집주인, 로비스트와 입법의원들을 자신들이 표방하는 명분에 동참시킬 수 있는 외향적 성격의 이야기꾼이다. - '머리말' 중에서

 

 

지독한 스타트업들의 생존 분투기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 우버에어비앤비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2008년이다. 두 회사 모두 이 해에 설립됐다. 바로 전년에 아이폰이 시판됨으로써 사람들이 조금씩 스마트폰의 가능성에 눈뜨기 시작할 때다. 또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로 실리콘밸리가 상당히 위축될 때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에서의 속담으로 '무덤 위에 장미꽃이 핀다'라는 말이 있듯이 절체절명의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 위대한 기업도 태어나는 법이다.

 

또 두 회사 모두 기존 규제에 맞서면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치열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다.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열정적인 고객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규제공세를 해쳐나갔다는 것도 비슷하다. 물론 두 회사는 여전히 논란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걸어온 길은 새로운 기술 프랜차이즈 회사나 실리콘밸리 기업에 애정과 비판의 눈길을 가진 사람들,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역경과 승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반인 모두에게 4차 산업혁명이 낳은 새로운 경제 형태인 공유경제의 흐름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지독한 스타트업의 생존 분투기를 소개하는 이 책의 저자 브래드 스톤은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뉴스위크>, <뉴욕타임스> 등에서 15년 넘게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3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와 2,000명의 페이스북 구독자, 5,000명의 구글플러스 커넥션을 갖고 있는 영향력 있는 기자다. 2010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입사한 이래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구글, 야후 등 세계적인 기업과 중국의 IT 대기업 디디, 텐센트, 바이두 등에 관한 기사를 쓰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이미 소개되었던 저자의 책으로는 2013년에 발간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가 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저널> 등이 선정하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그해 <파이낸셜타임스>와 골드만삭스 선정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에 올랐다. 당연히 국내의 경영인들에게도 크게 사랑받았던 도서다.

 

 

 

 

에어비앤비의 초창기

 

에어비앤비는 에어베드앤드브렉퍼스트의 약어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동창인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의기투합하여 '공유경제'라는 신개념의 회사를 창업했다. 자신들이 거주한 룸에 에어 매트리스의 침대가 비치되어 있기에 이를 어필하고자 회사명에 '에어베드'라는 말을 사용했다. 즉 그들은 에어 매트리스 침대를 갖춘 방에다 아침조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표방했다. 이후 하버드 출신 엔지니어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이들의 사업에 합류했다.    

 

마운틴 뷰에 있는 YC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는 사실상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세 사람이 숙박공유 개념에 대해 설명하자 그 프로그램의 전설적인 공동창업자인 폴 그레이엄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걸 원하다고요? 왜요? 진짜로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당시 44세였던 그레이엄은 훗날 자신이 숙박공유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소파에서 자는 것도, 다른 사람이 내 소파에서 자는 것도 원하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가려 했을 때 게비아는 시리얼 상자 두 개를 꺼내 그레이엄에게 건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놀랐고 그레이엄 역시 당연히 황당해했다. 이어 그들은 작년에 일어났던 복잡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받은 영감에서부터 시작해서 끔찍했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콘퍼런스를 거쳐 여러 대회들 및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 같았던 시리얼 도박에 이르기까지 모두 말이다. 그레이엄은 마침내 "와우, 당신들 참 바퀴벌레 같은 사람들이군요. 쉽게 망하지는 않겠어"라고 말했다.  

 

 

우버의 초창기

 

샌프란시스코에는 아무 표시가 없는 검은색 세단을 몰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승객일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접근한 뒤 전조등을 깜빡이며 탑승을 유도하는 식으로 몰래 영업하는 차량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샌프란시스코 거주자들, 특히 여성들은 그렇게 아무 표시가 없는 차를 타지 않는다. 일단 검증되지 않아 무섭고, 미터기를 켜지 않고 운행한다는 특성상 애매한 요금을 내야하는 것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프는 이런 차량들 대부분이 청결하고 운전사들도 친절하다는 걸 알아냈다. 이런 운전사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승객을 태우는 사이사이에 생기는 빈 시간을 채우는 일이었다. 그들은 보통 호텔 밖에서 무작정 대기했다. 캠프는 이 운전사들의 휴대폰 번호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고의 검은색 차를 운전하며 영업 중이던 운전사들의 전화번호 10~15개를 저장해놓기도 했었죠"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이 시스템을 좀 더 잘 이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차를 이용하기 몇 시간 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운전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약속한 시간에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또 어느 날 밤에는 이런 차를 한 대 빌려서 저녁 내내 친구들을 태운 채 몰고 다녔다. 그것은 1,000달러의 돈이 들어간 사치이자, 동 트기 전 도시를 돌아다니며 모든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줘야 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바로 그때,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열〉에 나온 초현대적 이미지가 개릿 캠프의 머릿속에서 불쑥 떠올랐다.

 

 

우버의 CEO가 되다

 

우버의 일원이 돼서 느끼는 흥분과 즐거움이 온몸에서 솟구칩니다. 우버가 미국과 전 세계 모든 주요 도시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면 전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택시를 타려다 겪는 좌절감이 줄어들 거고 도시 교통의 신뢰성, 효율성, 책임감, 전문성은 올라갈 겁니다. 우버가 진출한 모든 도시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했을 때 더 좋은 곳으로 변할 겁니다. 당신이 우버가 진출한 도시에 산다면 그곳의 교통 세계는 영원히 변할 것이며, 그런 변화가 도래할 때 우버의 진가가 드러날 겁니다.

 

이는 우버의 웹사이트에 라이언 그레이브스가 올린 글의 일부이다. 그가 표현한 '흥분과 즐거움이 온몸에서 솟구칩니다'라는 글이 우버 직원들에게 동기와 활력을 주입시키는 표현이 되었던 것이다.

 

 

공유경제, 이젠 우리 삶의 일부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빠르게 움직이며 파괴하라"는 페이스북의 좌우명을 가장 잘 실천한 기업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들은 타인과 함께 차를 같이 타거나, 같은 숙박 시설을 나눠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기업이 단시간 내에 달성한 혁신의 결과로 공유경제는 우리들의 일상 깊숙히 파고들어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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