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패턴 - 경직된 사고를 부수는 ‘실전 차트 패턴’의 모든 것
토마스 N. 불코우스키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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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개의 차트 패턴을 봐야 세계 일류의 차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거래일마다 250개의 차트 패턴을 분석한다면 100만 개를 보는 데 15년이 걸린다. 15년이라니!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 나는 독자에게 단 몇 시간만을 요구할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세계적인 차티스트로부터 배우는 차트 분석

 

이 책의 저자 토마스 N. 불코우스키는 성공적인 투자자로 25년 동안 주식을 거래해왔다. 차트에 관한 한 세계에서 불코우스키에 필적할 만한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우리 시대 최고의 차티스트이다. 그의 저서로는 <차트 패턴 백과사전>이 있다. 25년 동안 주식을 매매하며 실제 자신이 분석한 차트 패턴으로 놀라운 수익을 거두었다. 그는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성실성과 분석력으로 3만 8,500개 이상의 차트를 조사 및 연구했다.

 

우리들이 주식투자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심리적 요인이 크다. 즉 시장상황에 따라 '탐욕''공포'라는 비정상적인 감정이 생겨남으로써 비이성적인 행동에 휩싸이는 경향이 강하다. 사실 이런 감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인간이라면 지극히 당연하게 그렇게 반응할 것이다. 즉 어느 누구도 쉽게 이런 덫에 걸려들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만약에 현재 상승 중인 주가가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인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심하게 요동치는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들의 심리는 훨씬 느긋해 질 수 있다. 당연히 자신이 예상하는 목표 지점에서 매도하고 빠져나올 것이니 말이다. 또 반대의 경우라 할지라도 급락 중인 주가가 언제 반등할 것인지 안다면, 공포심에 사로잡혀 투매에 나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한편, 저자는 차트 패턴'똑똑한 돈'의 발자국이라 표현한다. 그런데, 일반투자자는 대체로 주가의 발자국을 분석할 때마다 자신의 주관적인 감에 의존하곤 한다. 즉, 객관성이나 과학적인 확률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자신만의 촉에 따라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나쁜 습관으로 주식을 거래한다면 매번 시장 진입이 너무 늦거나, 너무 늦게 빠져나오는 실수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추세선, 지지선, 저항선, 특수 상황 등 기초적인 설명을 포함해 패턴 성취율이 가장 높은 바닥 패턴 10가지와 이미 널리 알려져서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18가지 차트 패턴, 주가 변동성이 높은 7가지 이벤트 패턴, 18가지의 예외형 패턴 등이 등장한다. 각각의 묶음들은 성격별로 분류되어 있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차트 패턴을 공략하기에 이상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패턴의 특징과 확인 방법 ~ 어느 경우에 패턴이 완성되었는지

거래에 유용한 불코우스키의 조언~ 패턴에서 유의해야 할 점을 별도로 짚어준다
가격 목표점 설정 ~ 매수 후 전략 설정 
사례에서 배우기 ~ 가상 인물 제이크의 실제 거래 예로 설명

 

제시한 수치를 통해 설명하지만 주식초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저자의 친절한 어투와 촌철살인의 위트를 통해 이해력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키는 소설의 형식을 일부 차용함으로써 우리들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실수의 반복에 있다. 이는 반복되는 실수가 누적됨으로 인해 아주 나쁜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한 번 실패했던 사람이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과거의 실수를 고쳐야 한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거래에서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다. 이럴진대 그 잘못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거래 방법을 백 번 수정해봐야 백약이 무효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거래의 기본에 대한 조언(저자의)

 

기대를 현실에 맞춰라

성취율이 높은 거래기법을 선택하라

거래기법에 따라 매매하라

비용을 낮춰라

연구하고, 실수에서 배워라

 

 

  머리어깨형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주식투자자들이 진정 알고 싶어하는 기술적 분석에 대해 해답을 제공한다. 즉 우리들이 확신을 넘어 맹신하는 차트 패턴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 무엇을 더 고려해야 하는지, 나아가 다음 단계로의 진행을 어떻게 예측해야 하는지 등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다. 스스로 기술적 분석에 통달했다고 여기는 투자자들에게도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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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국부론 - 번영과 상생의 경제학 리더스 클래식
이근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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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의식주의 해결은 대부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경제학은 바로 이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 곧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의 생산, 분배 및 소비와 연관된 사회적 현상을 연구하는 근대 학문이고, 이 학문의 문을 연 책이, 영국의 애덤 스미스가 1776년에 출판한 <국부론>이다. 그 이전에도 동서양 모두가 경제에 관한 글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 덕분에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 시작되었다. - '머리말' 중에서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을 고찰하다

 

이 책의 저자 이근식은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릴랜드 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경상대학장을 역임하고, 2012년 정년퇴직 후 2018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초대정책위원장(1989~91), 상임집행위원장(1994~96) 및 공동대표(2008~12)를 역임했다.

 

1999년에 출간한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은 제17회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 저작 부문 대상(1999)과 제11회 자유경제출판문화상 대상(2000)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읽기>, <상생적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하이에크, 프리드먼, 뷰캐넌>,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 <자유와 상생> 등이 있다.

 

 

애덤 스미스는 중소상공인, 은행인, 기술자 등 각계각층 인사들과 두루 교류하며 경제, 정치,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토론하고,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국부론>을 쓴 덕분에 출간되자마자 18세기 사회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던 중소상공인, 정계, 재계 인사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경제적 자유주의는 깊은 철학적 기초를 바탕으로 19세기의 시대정신으로 보급되어 세상을 바꾸었다.

 

'애덤 스미스의 생애', '자본주의의 기원과 흐름', '<국부론>의 철학적 기초', '<국부론>과 경제발전의 길', '무엇을 배울 것인가?' 등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집대성된 <국부론>의 핵심 내용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비록 작은 책일지라도 이 한 권에 핵심을 체계적으로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국부론>의 철학적 기초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는 단순히 경제에만 한정되지 않고, 신학, 철학, 윤리학, 법학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 세계관이다. 이런 세계관 위에서 그는 경제규제 철폐와 경제 자유화를 주장했다. 따라서 <국부론>을 잘 이해하려면 그의 세계관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먼저 <도덕감정론><법학강의록>에 나와 있는 그의 신학, 철학, 윤리학과 법학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위대한 학자의 공헌은 새로운 이론을 창출한 데 있기도 하지만, 흩어져 있는 여러 구슬을 실로 꿰어서 하나의 보배로 만들듯 기존의 여러 생각들을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데 있는 경우도 있다. 스미스가 이런 경우이다. 보이지 않는 손, 공감, 자기사랑, 자연적 자유, 자연조화 등은 모두 허치슨이나 데이비드 과 같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이 먼저 주장한 말들이지만, 스미스는 이를 한데 모아서 경제적 자유주의란 새로운 체계를 풍부한 자료와 엄밀한 논리로 <국부론>에서 설득력 있게 최초로 제시했다. 

 

아직 학문의 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당시에 스미스가 가르쳤던 도덕철학이란 과목은 요즘 말로는 신힉, 윤리학, 법학 및 경제학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그의 신학과 윤리학은 <도덕감정론>에, 그의 법학은 <법학강의록>에, 그의 경제학은 <국부론>에 실려 있다. 따라서, 이를 모두 알아야 그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신학~ 자연신학(이신론理神論), 신은 자연과 인간사회가 따라야 할 법칙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운행된다는 것이다. 스미스가 이신론을 믿었다는 근거는 <도덕감정론>에 등장하는 '위대한 설계자', '성스러운 우주의 건축가', '우주의 계획자' 등의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자연과 인간계는 신이 만든 법칙에 따라 저절로 운행된다는 거다. 그래서 인간의 의도적인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자연조화설'이다. 

 

윤리학~ 공감, 허영, 탐욕, 양심 등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분석, 스미스는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 정의正義를 매우 강조했다. 즉 개인의 사익 추구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을 인정했지만, 상공인들이 탐욕에 사로잡혀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윤리는 공정성을 실천하는 자율적인 규제 장치, 법은 최소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강제적 사회 장치이다.

 

법학~ <법학강의록>은 법의 원천을 고대부터 당시까지 역사적으로 고찰한 것이다. 여기서 경제발전이 모든 사회문물의 변천을 선도해왔음을 지적했다. 즉 경제는 역사적으로 계속 발전해왔고 이런 발전에 맞추어 법, 정치, 윤리, 문화, 예술 등 여타 사회 부문들이 변천해왔다는 것이다. 역사발전단계설은 사회의 모든 부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의식주 해결이 인간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인간사회는 수렵, 목축, 농업, 상업의 네 단계로 발전해왔다는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를 비롯한 모든 사회현상은 개별적이거나 집단적인 인간행동으로 구성되고 인간행동은 인간 본성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예측하려면 인간 본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깊은 이해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게 바로 스미스 경제학의 강점이다. 그 토대를 우리는 그의 윤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윤리학은 윤리학만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관한 전반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많다. 자기사랑, 공감, 허영, 탐욕, 양심 등 인간 본성의 여러 가지 요인들을 깊게 분석함으로써 스미스는 윤리와 법의 근거를 찾았다.

 

 

경제발전의 길

 

애덤 스미스에게 경제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법치주의 확립''불합리한 경제규제 철폐'이다. 법치주의 확립은 공정한 정의의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여, 국가 권력자나 강자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채무자의 채무이행과 계약이행을 확실하게 보장하여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함을 의미한다. 그 다음으로 그가 강조한 경제규제 철폐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소수의 특정 상공인에 부여했던 독과점 영업권을 철폐하여 경쟁시장을 만드는 것이고, 둘은 가격규제, 매점매석 금지, 거주 이전의 제한, 수출장려 및 수입제한 등 자유로운 시장경제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들을 철폐하여 경제 자유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그가 경제의 자유화만이 아니라 경쟁시장의 확립을 주장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스미스는 원칙적으로 정부의 경제개입을 반대했으나 몇몇 예외는 인정했다. 공공시설의 건설과 운영, 빈민구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초등교육과 고등교육 및 대중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은행의 방만한 대출 규제, 원격지 무역에 대한 독점적 영업권 부여, 발명품에 대한 독점권 부여, 사치품에 대한 고율 과세, 적정한 법정 최고이자율 등과 같은 규제는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경제규제 철폐와 법질서의 확립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면 자연스레 효율적 경쟁시장이 형성되고 작동하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애自己愛와 교환본능이라는 본성을 지녔고, 자유로운 경쟁시장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하느님의 섭리가 작동하는 덕분에,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각자의 노력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모든 사람들이 이득을 본다.사유재산이 보호되면 더 잘살려는 인간의 본성이 직동되므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며, 나아가 투자함으로써 경제는 더욱 발달한다. 

 

 

 

 

애덤 스미스의 개인주의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고도 정확한 성찰이라는 튼튼한 기초 위에서 사회와 경제를 분석했다는 것이 애덤 스미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경제학만이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등 현대 사회과학은 논리의 엄밀성을 주로 추구하여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현대의 경제학 등 사회과학에서는 주로 메커니즘과 제도만 보이고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현대 경제학은 현실적 유용성은 별로 없고, 연구를 위한 연구 내지 전문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들이 많다.


반면에 애덤 스미스는 인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출발점으로 삼고서 시작했다. 즉 그는 우리 인간들이 동정심과 양심도 갖고 있지만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사랑自己愛를 추구하는 더 강한 본성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 기초 위에서 세상 전체를 바라 보았다. 그 덕분에 그의 윤리학, 법학 및 경제학은 공허한 이론을 떠나 현실적으로 유용성을 가질 수 있었다.

 

 

애덤 스미스의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부류의 학자들은 애덤 스미스가 빈부격차,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황과 실업 증대, 중소기업의 몰락, 환경파괴 및 공공재 부족 등과 같은 시장의 실패,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0여 년 전에 쓰여진 <국부론>을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그의 경제학 곳곳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근식 박사도 이렇게 말한다. "공평무사하고, 양심적이고 솔직담백했던 그가 만약 50년쯤 더 살아서 19세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던 시장의 실패를 보았다면 이를 지적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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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스 정의론 -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원칙 리더스 클래식
황경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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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다원주의를 따르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도덕 체계를 내세우기보다는 개개인의 가치관을 자유롭게 추구하면서도 타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핵심 과제가 된다. 즉, 롤스가 <정의론>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최소 수혜자(the least advantaged)'를 우선 배려한다는 전제 아래 정의의 구체적 내용은 시민 간의 자유로운 논의를 통한 중첩적 합의의 결과로서 도출되어야 한다. - '머리말' 중에서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정신을 성찰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이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계층 갈등은 물론이고 부모와 자식 간으로 대변되는 세대 갈등 또한 심각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는데 필요한 기본 잣대는 역시 사회 정의의 구현이라는 가치관이 아닐까 싶다. 나아가 언젠가 맞이하게 될 통일 한국의 사회적 균형을 위해서도 정의의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 정의야말로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이자 시대정신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황경식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존 롤스의 <정의론>을 번역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1980~1981년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 대학원 방문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롤스에게 지도받았다. 그 후 한국윤리학회, 철학연구회, 한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동국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거쳐 2018년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및 의료법인 명경의료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사회정의의 철학적 기초>, <개방사회의 사회윤리>, <이론과 실천>, <시민공동체를 향하여>, <철학과 현실의 접점>. <자유주의는 진화하는가>, <덕윤리의 현대적 의의>, <정의론과 덕윤리>, <법치사회와 예치국가> 등이 있다.

 

책은 '왜 정의를 논해야 하는가?', '최소 수혜자 배려와 정의로운 사회', '공정으로서의 정의와 정의의 두 원칙', '<정의론>을 깊이 읽기 위항 보충 논의', '<정의론>에 대한 방향과 정의의 실천'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저자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정의론>에 담긴 롤스의 참뜻을 이해하고, 나아가 이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마중물로서 널리 읽히길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왜 '정의'를 논해야 하는가?

 

우리는 선조들이 축적한 유산을 물려받아 지금 이를 즐기고 있다. 그 유산이란 바로 오랜 역사를 통해 획득된 유무형의 모든 재산을 가리킨다. 즉 언어, 풍습, 사상 등 문화적 산물에서부터 돈, 토지, 식량 등 물질적 부富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따라서, 우리들은 앞선 선조들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 대해서만 빚을 지고 있는 걸까? 아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빚을 지고 있다.

 

이런 빚의 개념은 우리들에게 의무를 생각하게 한다. 사회 생활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야 할 권리이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그 수준과 정도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더 많은 빚을 진 사람은 당연히 더 많은 것을 지불하면서 상환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의무를 져야 한다. 이처럼 부채의 상환을 위한 공정한 방법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우리들은 <정의론>을 심각하게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능력과 지위는 공유자산인가?

 

우리들은 각자 서로 다른 자연적 자질을 지닌 채 태어나서 또 다른 사회적 여건 속에서 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요인들은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자신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바로 원천적인 불평등이다. 그렇다면 이 또한 우리들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몫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롤스에 따르면 자연적 재능의 배분은 그 자체로 정의도 부정의도 아니라고 말한다.

 

정의냐, 부정의냐의 여부는 인간의 제도가 이를 처리하는 방식 때문에 문제가 된다. 요즈음 현 정부가 내세우는 '적폐 청산'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여기서 적폐란 무엇인가? 적폐에 대한 개념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설명으로 '적폐 청산'을 거론한다. 왜 원자력 발전이 적폐인가? 이처럼 현 정부가 적폐로 규정내리는 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만 추진된다면 이를 원치 않는 많은 국민들의 원성이라는 부메랑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적폐를 생산하는 셈이다.    

 

사실 롤스의 정의론은 불평등한 자질을 제거하거나 평준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소 수혜자를 포함한 모든 사회 성원에게 혜택이 가도록 이득과 부담의 체제를 편성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더욱 중요한 것은 천부적 자질과 사회적 지위의 우연성을 처리함에 있어 우리가 자신의 여건을 행사하는 방식을 바꾸는 대신에 그 재능으로부터 나오는 이득을 주장하는 도덕적 근거를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정의로운 사회란 오히려 모든 구성원이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이의 공동선을 위해 자연적 자질을 이용하고 사회적 여건을 활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이 가진 자질이나 그로부터 얻게 되는 이득의 독점자가 아니며 자연적 재능의 분배를 공동 자산으로 간주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그러한 분배에서 나오는 이득에 동참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행운의 임의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우연히 배당된 재능의 소유자이기보다는 그것의 경영자 내지 관리자임을 내세우게 된다. 천부적으로 보다 유리한 조건을 타고난 자들은 혜택 받지 못한 자들의 처지를 개선(교육의 부담을 지고 더 불리하게 타고난 자들을 돕는 등의 방식)해준다는 조건에서만 자신들의 행운으로부터 이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정의론의 실천

 

한 때 한국에 마이클 샌델<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소위 '정의 신드롬'을 불러일킨 적이 있다. 그런데, 정의의 이론이 아무리 정연하고 우아하면 무슨 소용인가. 정의를 실현하고 실행할 우리 모두의 의지와 역량이 부족하다면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학자들은 '정의'를 정당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실상 이론이 제시된 다음에 더욱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를 단련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동기화 작업이다.

 

그러므로 <정의론>은 실천을 향한 덕윤리德倫理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정의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안다고 해도 그것이 내면화되고 체화되어 실천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함양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일상에서 익히고 습관화하지 않는다면 실행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사태의 진정한 문제도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선장의 무기력과 무력감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해묵은 적폐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길이 매우 감성적이라면 정의의 길은 매우 이성적으로 생각된다. 사랑이 나의 것과 남의 것을 나누지 않고 내 것까지도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정의는 나의 것과 남의 것을 엄밀히 나누고 남의 것을 정확히 그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랑과 정의의 뿌리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두 가지는 어느 곳에선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롤스의 <정의론>에 공감하다 보면 정의는 내 것과 남의 것을 철저히 갈라 각자 자신의 것을 칼같이 챙기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 저마다 타고난 자연적·사회적 운을 내려놓고 우리 모두가 운명 공동체에 함께 소속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운 좋은 자들이 가장 운 없이 태어난 자들의 운명까지도 배려하고자 하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결국 정의의 핵심이 인류애나 인간 사랑과 뿌리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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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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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삼성전자의 초격차를 일궈낸 권오현 회장의 리더십을 살펴볼 수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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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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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THE UNDOING PROJECT>는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비효율성을 꼬집었던 <머니볼>이 간과한 인간 심리와 감정의 함정을 파헤친다. 우리는 왜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오류를 범하는 것일까? 저자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파트너십과 연구 과정을 재구성해 행동경제학의 드라마틱한 탄생을 그려냈다.

 

 

행동경제학의 탄생을 살펴본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말콤 글래드웰이 천재적 글쓰기의 전범으로 극찬한 세계 최고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저자로,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경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채권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이후 저널리스트로서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글을 썼으며,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 미국판의 편집인, 〈뉴리퍼블릭〉의 주필로 지냈다. UC 버클리에서 방문교수로 있었으며, 현재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경제학도로서 경제학과 현실을 접목한 책을 써온 그는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 <부메랑BOOMERANG>, <머니볼MONEYBALL>, <빅 숏THE BIG SHORT>,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과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을 파헤친 <빅 숏>과 스포츠에 경제학을 도입해 성공 스토리를 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실화를 재구성한 <머니볼>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심리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단짝 동료이자 괴짜 천재로 의사 결정 연구에 탁월한 성과를 남긴 아모스 트버스키,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달랐지만 학계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단짝이 된 두 천재 심리학자의 공동 연구는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해 세상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고,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출간되어 학계와 대중의 주목과 극찬을 받았다.

인간을 편향에 빠뜨리는 머릿속 속임수에 주목해 모든 판단과 결정에는 이성과 합리성이 아니라 심리와 감정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두 천재 심리학자의 파트너십은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을까? 이 책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기존의 주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은 혁신적 사상의 탄생 스토리이자 행동경제학의 태두인 두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우정과 파트너십이 빚은 휴먼드라마를 담아냈다.

 

 

 

 

통계 수치가 저지르는 오류

 

통계는 이미 발생한 모든 일의 결과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어디까지나 오류를 안고 있는 확률에 지나지 않는 이 통계 수치를 지나치게 맹신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치명적인 실수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책은 미국프로농구단 휴스턴 로키츠의 선수 스카우트 업무를 담당하는 대릴 모리의 실수 사례들로 시작한다. 그는 당시론 드물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선수 스카우트에 나선 인물이다. 하지만 통계 수치, 즉 선수에 관한 데이터는 당해 선수의 능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일 뿐인데, 이를 지나치게 맹신할 경우 훌륭한 선수를 스카우트함에 있어서 오류를 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프로스포츠계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결정 방식이 바뀌게 된 바탕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 정신이 작동하는 과정에 관한 이해가 깔려 있다. 이런 생각이 사회에 스며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판단 자체를 점검하지 않을 때 개인이, 그리고 시장 전체가 저지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체계적 실수를 사람들은 새롭게 자각했다.

 

스카우트 담당자가 선수를 관찰하면 거의 즉각적인 인상을 받곤 했는데, 그러면 다른 모든 데이터가 그 인상을 중심으로 정리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확증 편향'이다. 인간의 머리는 애초에 예상하지 않은 것을 포착하는 데 서툴고, 애초에 예상한 것을 포착하는 데 엄청 익숙한 셈이다. 그래서 이런 편향이 작동하는 걸 잘 인식하지도 못한다.  

 

즉 농구 전문가들이 중국계 제러미 린을 NBA 선수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 유럽에서 센터로 활약하던 22살의 216센티미터 장신 선수 마크 가솔의 사진 한 장만 달랑 보고 출렁이는 가슴을 가진 '유방남'이라고 조롱하면서 선수의 진가를 무시했던 것, 인도 청년 사트남 싱이 제2의 샤킬 오닐이 될 것임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모리는 사람들이 자기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가 말해주기 전에는 자기가 물에서 숨 쉰다는 것을 모르는 물고기와 같죠"

 

 

아모스와 대니

 

아모스와 대니, 즉 대니얼 카너먼아모스 트버스키는 1969년 가을에 모두 히브리대학으로 복귀해 있었다. 두 사람은 깨어 있는 시간엔 함께 있었다. 아침형인 대니를 만나려면 점심시간 전에 만나야 했고, 반면 아모스와 시간을 보내려면 늦은 밤에나 가능했다. 둘은 세미나실을 전세 낸 듯 이용했는데, 세미나실 밖으로 서로에게 고함치는 소리가 새어 나오곤 했지만 대체로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한때 히브리대학의 두 스타가 왜 거리를 두고 있을까 의아해하던 학생들이 지금은 성격이 극과 극인 두 사람이 서로 공통점을 발견한 것도 모자라 어떻게 정신적 단짝이 되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두 사람의 연구에 모두 참여했던 대학원생 디사 카프리는 이렇게 말했다. "두 분이 죽이 잘 맞으리라고는 정말 상상하기 힘들어요"

 

대니는 어렸을 때 홀로코스트를 겪었고, 아모스는 거드름을 피우기 좋아하는 이스라엘 토박이였다. 대니는 항상 자기가 틀리다고 확신하는 사람이었고, 아모스는 항상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이었다. 아모스는 가는 파티마다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대니는 파티에는 가지 않았다. 아모스는 자유롭고 격식이 없었지만, 대니는 격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때조차 자신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려온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모스를 만날 때면 그를 마지막으로 본 지가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바로 전에 만난 시점부터 이야기를 이어가면 그만이었다. 대니를 만날 때면 어제 그를 만났어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모스는 음치였지만 히브리 전통 노래를 신나게 부르곤 했다. 대니는 노래하면 감미로운 목소리가 나올 텐데도 그런 목소리를 발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았다.

 

아모스는 비논리적 주장에 철퇴를 가하는 사람이고, 대니는 비논리적 주장을 들으면 '거기에서 어떤 진실이 있을까?' 묻는 사람이었다. 대니는 비관적이었다. 아모스는 낙천적일 뿐 아니라 낙천적이 되려고 무척 노력했다. 비관주의는 어리석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비관적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면, 나쁜 일을 두 번 겪게 된다. 걱정할 때 한 번,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을 때 한 번", 이게 바로 그가 즐겨 하던 말이다.

 

 

어림짐작

 

우리 머리는 확률 법칙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짐작 법칙으로 대체한다. 대니와 아모스는 이를 '어림짐작heuristic'이라 불렀다. 쉽게 말하자면 이는 우리들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의 회로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생각법인 셈이다. 오랜 옛날 생존이 주목적인 인류의 선조들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었고 이에 적응한 결과가 바로 '휴리스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탐구하고 싶은 첫 번째 어림짐작에 '대표성'이란 이름을 붙였다.


사람들은 판단을 할 때, 판단 대상을 머릿속에 있는 어떤 모델과 비교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저 구름은 내 머릿속에 있는 다가올 폭풍 모델과 얼마나 닮았는가? 이 궤양은 내 머릿속에 있는 악성종양 모델과 얼마나 가까운가? 제러미 린은 내 머릿속에 있는 미래의 NBA 선수 그림에 잘 들어맞는가? 호전적인 저 독일 정치 지도자는 내 머릿속에 있는 집단 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 사람과 닮았는가?

 

세계는 단지 무대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는 카지노이며, 우리 삶은 확률 게임이다. 그리고 삶의 여러 상황에서 확률을 계산할 때면 곧잘 유사성, 즉 대표성을 판단한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먹구름', '위궤양',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독재자', 'NBA 농구선수' 같은 모집단마다 그것과 관련한 대표적 이미지나 느낌 등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구체적 사례를 그런 모집단과 비교한다.

 

"많은 경우에, A사건이 B사건보다 대표성이 더 커 보이면,

사람들은 A가 B보다 발생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는 게 우리 요지다"

 

아모스와 대니는 그런 모델이 사람들 머릿속에 맨 처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유사성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그보다는 머릿속에 있는 모델이 꽤 명확한 경우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구체적 사례가 머리릿속에 있는 대표적 이미지나 느낌과 유사할수록, 사람들은 해당 사례가 그 대표 집단에 속한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즉 어떤 농구선수가 우리 머릿속에 있는 NBA 선수 모델과 많이 닮았을수록 우리는 그 선수가 NBA 선수가 될 확률을 높게 평가한다.

 

 

후회이론

 

1973년 말에 아모스와 대니는 하루 중 여섯 시간을 함께 지냈는데, 회의실에 틀어박혀 있거나 예루살렘을 가로질러 한참을 걷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모스는 흡연이라면 질색했고, 담배 피우는 사람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대니는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웠는데 도 아모스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대화였다. 두 사람은 함께 있지 않을 때면, 상대에게 짧은 글을 썼다. 앞서 나눈 이야기를 명확히 하거나 확장하는 내용이었다. 어쩌다 같이 모임에라도 참석할라치면, 둘은 항상 구석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니가 말했다. "다른 사람보다 둘이 더 재미있으니까. 하루 종일 같이 일하는데도 그랬다니까" 두 사람은 합심해서 사람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론을 만들고, 그것을 증명할 이상한 실험을 고안했다.

 

어떤 행사장에 갔다가 경품 추첨에 응모했다. 한 사람에게만 주는 큰 경품을 탈 희망에 비싼 응모권을 한 장 샀다. 커다란 단지에서 표를 뽑는 식이었는데, 뽑아 보니 107358이 적혀 있었다. 이어서 추첨결과가 발표되고, 행운의 숫자는 107359였다.

 

대니와 아모스는 참가자에게 이 상황에서 불행의 정도를 1부터 20까지 숫자로 표시하라고 했다. 두 참가자 집단에게 행운의 숫자만 바꾼 동일한 시나리오를 주었다. 첫 번째 집단은 행운의 숫자가 207358이었고, 두 번째 집단은 618379였다. 그 결과 첫 번째 집단은 두 번째 집단보다 훨씬 더 불행하다고 느꼈다. 즉 행운의 숫자와 응모권 숫자가 많이 다를수록 안타까움을 덜 느꼈다는 사실이다.

 

 

고립효과

 

대니와 아모스는 후회를 연구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제시된 도박에서 사람들은 그 확실성에 꽤 큰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이제 불확실성의 정도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새롭게 목격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 확률이 90%인 내기와 10%인 내기를 제시하자, 사람들은 전자가 후자보다 그 결과가 나올 확률이 9배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가능성이 희박할수록 감정은 더 강해졌다. 한 뭉치 돈을 따거나 잃을 확률이 10억 분의 1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 확률이 1만 분의 1인 것처럼 행동했다. 돈을 잃을 확률이 10억 분의 1일 때는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하고, 돈을 딸 확률이 10억 분의 1일 때는 필요 이상으로 희망을 품었다. 극히 낮은 확률에 이런 감정을 보이다 보니 위험을 대하는 평소의 감각이 뒤바뀌어, 가망 없는 이익을 추구하느라 위험을 추구하고 손실이 생길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위험을 회피했다(복권과 보험이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그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부풀려져. 딸아이가 늦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걱정뿐이잖아"

 

그리고 그 걱정을 없애느라 필요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곤 한다. 사람들은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취급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 이론을 만들려면, 현실에서처럼 각 확률에 감정 '가중치'를 부여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보험과 복권이 팔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토대로 행동한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끊임없이 오류에 빠지고 늘 실수를 저지른다. 이에 대하여 대니얼 카너먼아모스 트버스키는 이렇게 인간들이 편향에 빠지는 데에는 바로 머릿속 속임수, 즉 휴리스틱 사고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행동경제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이를 발견한 두 천재의 숨겨진 이야기이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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