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꼬마빌딩은 무엇이 다른가 - 부동산 전문 펀드매니저가 알려주는 꼬마빌딩 투자.운용 플랜
강민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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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강민성은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부동산 전문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유수 건설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부동산·금융 업종에 뛰어들었다. 현재 펀드 설립으로 매입한 빌딩의 운용에서 발생하는 운용이익 및 매각을 통한 매각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형태의 부동산 투자 업무를 하고 있다. 국내외 총 11만 2,000평 규모의 자산을 운용해 왔으며, 운용규모 기준으로는 약 1조 6,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산 운용경험이 있어 국내빌딩시장의 특징을 더욱 잘 이해하며 서울 전 권역 및 경기도 주요 권역의 빌딩 매매 및 임대시장에 대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책은 이론이 아닌 실전용이다. 장기간 빌딩 매입과 운용분야에서 일해 온 펀드매니저의 경험들이 책 속에 녹아 있다. 즉 진정한 '알짜 빌딩'의 조건에서부터 공실 없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운용 노하우까지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빌딩을 운용하며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디테일하게 분석해 미리 대비하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재무관리, 임차인들과의 관계, 법적 문제 대응법 등 건물주로서 반드시 필요한 내용만 골라 담았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은 어떤 지역을 노리는 것이 좋을지 알아본다. 2장에서는 선택한 지역 내 좋은 꼬마빌딩을 선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다룬다. 3장은 운용수입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에 관해, 4장은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지출하는 방법에 관해 알아본다. 5장에서는 발생 여지가 있는 대표적인 법적 이슈들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6장에선 빌딩용 손익관리표 작성에 대해 다룬다.

 

 

 

 

오피스빌딩, 교통 편리성이 중요하다 

 

오피스빌딩은 중심업무지역 내, 지하철역으로부터 200미터 내에 위치한 빌딩이 좋다. 물론 이런 빌딩은 최초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다. 투자비를 절감하려고 할지라도 중심지로부터 너무 떨어진 빌딩은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임차인들 역시 가성비를 따진다. 중심지로부터 살짝 떨어져 있더라도 임대료가 저렴한 건물을 선호하는 임차인들도 많다. 다만 지하철이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 수단일 경우, 가급적 역으로부터 500미터(도보 10분) 거리를 넘어서진 않도록 하자.

 
한 가지 팁을 제공하자면, 대중교통 환경이 아무리 좋더라도 차량 사용이 불편한 건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은 직원들이 사용하지만 최종 입주를 결정하는 회사의 대표는 대개 승용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차량 진입과 주차가 불편한 건물은 최종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라. 대표들은 출퇴근 시 자신의 승용차로 건물로의 접근성이 용이한지를 꼼꼼하게 따진다.

 

 

상가용 빌딩은 주요동선을 파악하라

 

상가용 빌딩을 구매할 경우엔 주요동선의 파악이 급선무다. 왜냐하면 구매할 건물이 주요동선에 포함된다면 상권 발달과 함께 큰 가격 상승폭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골목 하나 차이로 상권 발전에 편승할 수 있는 빌딩이 되기도 하고, 이런 혜택을 보지 못해 비교적 임대가 쉽다는 1층조차 장기간 공실로 비어두는 빌딩이 되기도 한다. 어찌 이를 운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서울의 이태원홍대 인근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즉 갑자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발달한 상권이라면 건물 자체가 기존에 주택지로 사용되었을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 골목 차이로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운 위치라면 상가로 임대되지도 않고 주변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주택임대조차 잘 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몇 년간 안정적 임대가 가능할까?

 

주변 시세보다 싸다고 덜컥 투자했다가 건물에 공실이 늘어나면서 이자비용조차 감당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빌딩 투자자가 의외로 많다. 어디 세상에 쉬운 일이 있겠는가만 사전에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고 빌딩을 구입하는 사람은 과연 옹감한 건지, 아니면 남에게 자랑질하려고 그러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임대 목적으로 구입하는 건물이라면 먼저 향후 안정적으로 임대가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때 '가중평균 임대차 잔존기간'을 비교하게 되는데, 이는 각각의 임차인의 계약 잔존기간을 면적으로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즉 빌딩 전체 임차인의 평균 임대차계약 만기인 셈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면적을 가진 두 개의 빌딩 A와 B가 있는데, 빌딩 A는 1~5층 통으로 단일 대형 임차인(계약 잔존기간 2025년까지)을 두고 있으며 지하는 식당과 카페(계약 잔존기간 각각 2019년, 2020년)에 임대를 준 상황이다. 빌딩 B는 지하 1~5층 각 층별로 오피스와 카페, 식당 등 각각 다른 임차인을 두고 있다(계약 잔존기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제각각)고 가정해보자.

 
가중평균 임대차 잔존기간, 즉 WALE(Weighted Average Lease Expiration)을 계산해 비교해 보면 빌딩 A는 2024년 ○월 ○일이고, B는 2023년 ○월 ○일이다. 빌딩 A의 경우 단일 대형 임차인 계약기간이 길어 유리하게 작용했다. WALE만 보면 빌딩 A를 매수하는 것이 B보다 조금 더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지만 대형 임차인의 재계약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약 재계약이 불발되는 불상사를 맞게 될 경우 단번에 1층에서 5층까지 텅 빈 건물이 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WALE이 다소 짧긴 하지만 여러 작은 임차인으로 나뉘어져 있는 빌딩 B를 매수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 이는 투자의 세계에서 말하는 위험분산과 같은 맥락이다.

 

 

적정한 임대기준가 결정하기

 

임대기준가는 기본적인 임대조건 구성요소인 보증금, 임대료, 관리비를 의미한다. 임차인에게는 건물에 대한 첫인상인 셈이다. 따라서 건물주가 되면 우선적으로 임대기준가를 결정해야 한다. 임대기준가 수립을 위한 검토는 매입 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건물주들은 건물매입을 검토할 때 인근 시장에 어느 정도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매입하려는 건물 수준이면 어느 정도 선이 알맞은 가격일지 사전에 확인한다.

 
매입한 빌딩이 시장가격 대비 낮은 임대료를 받고 있다면 매입 후 적정수준의 임대료로 조정해야 하고, 반면 다소 높은 임대기준가가 책정된 상태로 높은 공실을 가지고 있다면 알맞은 수준까지 임대기준가를 내려야 한다. 리모델링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라면 리모델링 완료 후 변경될 임대기준가 수준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임대료가 연체된다면

 

건물을 운영하다 보면 연체와 명도 소송은 종종 발생하는 분쟁이다. 보통 임대차계약서 상에 몇 개월의 임대료가 연체 시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명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임의적인 게 아니라 법적으로도 규정된 기준이다. 즉 민법 제640조에 따라 연체된 차임이 2기에 달하는 때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임차인의 연체 규모가 계약 해지를 요청해야 할 정도의 수준에 달했을 경우, 임대인은 날짜를 지정하고 정확한 금액을 계산하여 임차인에 건물을 명도해 줄 것을 문서로 요청하여야 한다. 그런데, 금액을 계산할 때는 임관리비뿐 아니라 임차인이 별도 사용한 추가관리비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빼뜨려선 안 된다.

 

명도 진행 단계

 

1단계~ 명도 요청을 내용증명으로 송부한다

2단계~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

3단계~ 명도소송 소장을 접수한다

 

 

이전 건물주의 담보대출 저당권

 

현실적으로 담보대출을 이용하지 않고 순전히 자기자본만으로 건물을 취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통상 건물주가 손바뀜이 되면서 대출을 주로 활용한다. 이전 건물주가 건물에 대해 담보 대출을 받았을 경우, 당연히 당해 대출액 이상에 상당하는 저당권이 설정되기 마련이다. 해당 건물은 매각과 동시에 대출을 상환하면서 그 저당권이 말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건물 매입시엔 이 저당권의 말소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전 건물주의 건물 저당권이 깨끗이 정리된 후, 매수자가 대출을 실행할 때는 대출은행으로부터 새로운 저당권을 설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저당권의 순서가 바뀌며 매수자의 담보가능가치가 줄어드는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저당권 순위 변화에 따른 문제점은 아래의 도표에서 파악할 수 있다. 

 


전 건물주의 담보대출 저당권이 1순위라 치면 이후 입주한 임차인들의 보증금에 대한 저당권은 그 후 순위로 설정된다. 매매와 동시에 전 건물주의 담보대출 저당권이 해지되면 임차인들의 저당권이 1순위로 올라간다. 이리 되면 매수자의 대출에 대한 저당권 순위는 그 후 순위로 설정되니 저당권 설정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 이는 바로 대출가능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매입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등기부등본에서 담보권을 확인해 자신이 필요한 대출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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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의 비밀 - 세계 최고 부자들을 통해 본 돈의 메커니즘
샘 윌킨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거의 모든 슈퍼리치 뒤에는 부의 비밀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부의 비밀은 한 마디로 돈 버는 기술이다. 돈 버는 일은 꼭 더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침식사 시리얼에 붓는 우유나 아기에게 주는 장난감이나 교회 목사님과 한가하게 나눌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 같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의 비밀에는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계략이 포함된다. 계략에는 법을 교묘하게 다루는 솜씨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포함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슈퍼리치들의 숨겨진 부의 비밀

 

책의 저자 샘 윌킨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비스니스리서치장과 수석 고문을 역임했고 옥스퍼드 애널리티카 수석 고문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옥스퍼드대학교 산하기관으로 전 세계 2,600여개 도시와 100여개 산업의 전망을 제공하는 세계 최고 경제조사기관 중 한 곳이다. 옥스퍼드 애널리티카는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이슈들을 망라해 분석하는 자문회사다. 또 세계 최대 위험관리 및 무역신용 보험회사인 에이온의 국가위험 자문위원으로 일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로마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이름을 남긴 거부들의 행적을 살펴보면서 시대와 분야를 관통해 돈이 지니는 핵심적인 성질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왜 부자가 되기 어려울까?)에서는 한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를 누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곤두박질 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제2장(고대 로마에서 찾은 부의 비밀)에서는 마르쿠스 크라수스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일개 피시소스 상인이나 오일램프 제조업자가 로마사회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었는지 등을 살펴본다. 제3장(강도귀족의 부의 비밀)에서는 19세기 강도귀족을 다루고, 제4장(최고의 산업인 된 금융업의 비밀)에서는 은행분야를 다루며, 제5장(포브스 글로벌 부자들의 비밀)에서는 인도의 작은 어촌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오른 디루바이 암바니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제6장(인터넷 기업들의 성공 신화)에서는 테크놀로지분야에서 도전을 '가능'으로 만든 빌리어네어들의 놀라운 부의 비밀을 밝혀내고, 마지막으로 제7장(슈퍼리치들의 7가지 부의 비밀)에서는 슈퍼리치들이 부를 축적함에 있어서 사용한 방법들을 검토하면서 우리들에게 돈의 메카니즘에 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서는 경쟁자가 쉼없이 등장하고, 부의 축적을 방해하는 수많은 규제와 법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위 1% 부자들이 세계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 로마시대 거상부터 철강왕 카네기, 빌 게이츠, 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부의 비밀'을 실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 이제 1% 부자들의 7가지 비밀을 만나보자.

 

 

 

 

최고가 아닌 유일한 존재가 되라

 

헤지펀드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도 경쟁자들 때문에 추락했다. 시장에 경쟁자가 많아지면 서로들 간의 경쟁으로 인해 소위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같은 분야에 많은 경쟁자들이 다투는 시장을 '레드마켓'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김위찬 교수도 '블루오션'을 창조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대목에서 주식투자자라면 워렌 버핏을 떠올릴 것이다. 왜냐하면 주식투자의 귀재인 그도 독점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독점을 인정하는 정부를 찾기가 어렵다. 현재로선 아직도 체제가 미숙한 신흥국에서 이런 독점 가능성이 있다. 카를로스 슬림은 멕시코에서 이 가능성을 발견하고 크게 재미를 본 인물이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블라디미르 포타닌도 독점 통신업체인 스비야즈인베스트를 일부 소유하고 있다. 또 알제리에서는 소위 '정치금융 마피아'로 불리는 사업가들이 정부의 보호하에서 독점사업의 혜택을 누린다.

 

테크놀로지 분야에도 독점이 있다. 그래서 테크놀로지 회사들은 수익성이 높다. 왜 그럴까? 이들은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특허는 '준독점'과 같다. 따라서 어떤 경쟁사가 특허권을 가진 테크놀로지 기업을 모방하려 한다면, 당해 정부가 나서서 이를 제지한다.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스마트폰 특허 침해 소송이 바로 그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라

 

미국의 사업체들은 규모를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 규모가 경쟁을 물리칠 수있는 '해자(장벽)'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고전적인 부의 비밀은 밴더빌트, 록펠러, 카네기 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경쟁자가 있어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다면 비록 강도귀족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업하기 최악의 장소를 주목하라

 

가장 악명 높은 낙원은 공산주의가 붕괴된 후의 러시아이다. 기대와는 달리 민주주의와 민영화는 러시아 경제의 재앙을 불러왔다. 위축된 경제는 러시아에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이었다. 간신히 수익을 올려봤자 부패한 관료와 마피아들에게 강탈당했기 때문이다. 겨우 살아남은 신생 산업가들은 '올리가르히'로 불렸다.

 

블라디미르 포타닌은 인맥을 활용, 국유은행의 총재직을 확보한 후 장관들을 자신의 금융업에 끌어들였다. 옥스퍼드어낼러티카에 따르면, 올리가르히들이 경쟁자를 처리할 때 즐겨쓰는 방법이 '자산탈취'인 걸로 밝혀졌다. 즉 어떤 기업가가 갑자기 횡령 및 탈세 혐의로 구금된 후, 석방을 조건으로 관리가 내민 서약서에 서명한다. 이 서약서에는 회사를 포기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망할 걱정 없는 곳에서 돈을 빌려라

 

희대의 사기꾼으로 판명된 폰지사기의 버니 매도프는 투자자들을 설득해 돈을 반환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입장이 된 월스트리트의 은행들도 사실상 이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예금자들이 돈을 모두 인출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와 정반대였다. 정부의 보증 탓이다.  

 

 

뺏을 수 없는 재산을 소유하라

 

지적재산권은 초소형 독점의 기반이다. 집을소유한 사람이 집의 사용에 대해 '독점권'을 가지는 것처럼, 발명품을 소유한 사람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게 된다. 록펠러는 미국 정유 시설의 90% 이상을 장악, 스탠다드오일로 통합했지만, 펜실베니아 유전이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그는 해외에서 예상밖의 경쟁자를 만나고 말았다. 1870년대 초 러시아는 바쿠에 유전(현재 아제르바이젠에 속하고 있다)을 개발하여 전 세계로 원유를 수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자, 1891년 스텐다드오일은 인수합병을 통해 전국 원유 생산시설의 4분의1을 장악했다.  즉 유정油井이라는 재산권을 소유한 셈이다. 비록 독점처럼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유정에서 원유가 계속 나오는 한, 그리고 이를 세계 에너지 시장에 공급하는 한, 꾸준하게 막대한 수입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뺏을 수 없는 재산인 것이다.  

 

 

법을 나에게 득이 되도록 교묘하게 활용하라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인해 촉발된 국제금융위기는 분명히 은행가들의 어리석음과 무능에 기인했다. 더구나 국민들의 막대한 세금이 흘러 들어가는 구제금융으로 회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CEO를 포함한 고위직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수령하는 '모럴헤저드'까지 범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은행가들은 이겼다. 우리들이 무능하다고 비난했던 그들이 머저리가 아니라 비난만 했던 우리들이 오히려 머저리인 셈이다. 금융규제법, 어느 누구가 이를 심각하게 연구하겠는가 말이다. 그들 말고는.   

 

 

네트워크에 사활을 걸어라

 

1860년대 중반, 코닐리어스 밴더빌트는 맨해튼으로 연결되는 철도 노선 중 하나를 손에 넣었다. 이후 증기선을 매각,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그는 철도사업에 모두 쏟아 부었다.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나머지 한 노선마저도 그의 수중에 들어갔다. 당시의 철도는 대부분 특정한 2개 지점을 연결하는 식이었기에 뉴욕센트럴까지 장악할 수 있었다. 그는 네트워크 효과를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1870년, 마침내 그는 철도를 통합했다.

 

 

슈퍼리치들이 가진 부의 비밀

 

부의 비밀을 갖는다는 의미는 바로 경제를 자기편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부를 더 많이 가질수록 경쟁자가 늘어날텐데, 이들은 오히려 줄어드는 유리한 상황을 용케도 찾아낸다. 즉 경쟁상황에서도 이들은 자신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2001년, 현대는 한국로지텍이란 회사를 설립해 정의선이 30억원을 투자했다. 순식간에 이 회사는 큰 돈을 벌었다. 수익의 80% 이상이 현대 그룹 계열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소위 '땅 짚고 헤엄치기'인 셈이다. 이후 이 회사(현재의 현대글로비스)는 상장되어 정의선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1조원이 되었다. 이젠 이런 방법이 통할 수 없다. 내부거래 관행에 철퇴를 내렸기에. 그렇다. 부의 비밀은 경쟁을 비껴가게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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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주 가는 길 - 사진가 김홍희의 다시 찾은 암자
김홍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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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주 가는 길>을 구상하며 '읽는 책'인 동시에 '보는 책'을 추구했다. 그만큼 사진의 양과 질에 많이 치중했다. 그리고 순서 없이 눈을 끄는 사진이 있는 곳에서 호흡을 멈추고 책을 읽어주기를 바랐다. 그런 곳이 앞이거나 뒤거나 중간이거나 상관없게 했다. 특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이 책을 들고 현장에 가서 같은 화각으로 암자 찍는 연습을 해볼 것을 권한다. 교과서적인 화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찍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깨달음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

 

책의 저자 김홍희는 사진과 철학, 국문학, 그리고 문화학을 전공했다. 1985년 일본으로 공부를 떠나 도쿄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은 물론 뼛속까지 전업 작가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2008년 일본 니콘의 '세계 사진가 20인'에 선정되었다. 사진가로서 30회 가까운 개인전을 치렀고, 작가로서 <국제신문>의 '세상 읽기' 칼럼을 올해로 만 7년째 연재하고 있다. 사진이 글을 보조하는 종속 관계가 아닌, 사진과 글이 공존하는 가운데 시너지를 일으키는 특별한 책을 만들고 싶었는데, 최근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엔 전국 26곳 암자의 풍광이 담겨 있다. 사진가 특유의 세심한 감성으로 포착한 100여 컷의 흑백사진을 실었다. 고집스런 장인의 뚝심이 느껴지는 사진들이다. 글과 사진을 잘 배치해, 이 둘이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절묘한 조화를 빚어낸다. 즉 읽는 맛과 보는 맛이 상호 보완되어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셈이다. 계속 책 장을 넘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무주上無住'의 해탈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찬인 저자가 불교 사찰과 암자의 취재를 하게 된 것은 <암자로 가는 길>의 작가 정찬주 선생과의 인연에서 출발되었다. 즉 정 작가가 대한항공 기내잡지인 '모닝캄'에 실린 범어사 사진에 매력을 느낀 후 함께 전국의 암자를 취재하는 데 동행하자고 제의했던 것이다. 이런 계기로 그는 불교와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다.

 

 

 

 

순천 송광사 불일암佛日庵

 

90년대 초 일본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저자는 '이 한 장의 사진'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피천득 선생과 법정 스님이 함께 찍힌 기념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엇다. '인연'이라는 수필집의 저자가 바로 피천득 선생이고, 당시 불일암의 암주가 법정 스님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어떤 중년남성이 피천득 선생을 불일암으로 모시고 갔던 것이다. 불일암은 송광사의 많은 암자들 중 한 곳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피천득 선생이 법정 스님께 "저기 대나무 숲 입구가 참 마음에 듭니다"고 하니 법정 스님이 "가지고 가시라"고 했다는 것이다. 비록 저자가 젊은 나이였지만 이 대화 내용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았다. 물질을 마음으로 단숨에 바꾸어 태산같이 크고 무거운 것도 거저 주고받을 수 있는 두 어른들의 대화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양산 통도사 극락암極樂庵 

 

극락암에는 삼소굴三笑窟이 있다. 극락에 가면 세 번 웃는다는 의미인지, 세 번 웃어야 극락을 갈 수 있다는 의미인지 도무지 아리송하다. 1953년, 통도사 극락호국선원 조실에 추대된 경봉 스님은 자신이 머물 작은 처소에 '삼소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삼三은 삼세번처럼 우리들의 삶과 불가분의 숫자이다. 또 천지인天地人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기도 하다.

 

381년, 정토종의 초조인 혜원 스님이 여산에 동림정사東林精舍를 창건, 30년 동안이나 속세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는 금율禁律을 세우고 산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당시 최고의 유학자이자 시인인 도연명과 도사인 육수정이 그를 찾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스님이 그들을 배웅하느라 무심코 자신이 만든 금율의 경계선이자 시냇물인 호계虎溪를 건너고 말았다. 이를 깨달은 세 사람은 박장대소를 했다고 전한다. 이런 일화가 민들어 낸 사자성어가 '호계삼소虎溪三笑'이다. 그렇다면 삼소의 의미는 세 사람이 웃는다는 뜻인 것이다.

 

절의 화장실 이름을 '해우소解憂所'라고 이름 지었던 경봉 스님은 如如門여여문의 편액 글씨를 직접 썼다. 아래의 사진을 살펴보라. 저자는 이렇게 평한다. "기름이 흐르듯 찰지고 유려하다고나 할까 호방하다고나 할까, 돌처럼 무겁다가도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글씨에서 선기禪氣의 파장이 역력히 느껴진다"고 말이다. 이미 입적하신 경봉 스님의 숨결을 만나고 싶거든 극락암 삼소굴의 빗장만이라도 만져보자.

 

 

 

대구 파계사 성전암聖殿庵

 

"니 이름이 뭐꼬?", 둥글둥글 몸집이 좋은 스님이 물었다.

"정자 찬자 주자 씁니다", 이렇게 답했다.

"니 이름 중 이름이네. 중 하지 와?", 팔공산 성전암에 올라 암주 스님을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풍채 좋은 이 스님은 무술이라도 하는지 제자들도 모두 풍채가 좋았다.

 

다시 철웅 스님을 찾았을 때, 스님은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가을은 깊어질 대로 깊어지고 성전암의 그림자는 짙어질 대로 짙다. 누군가를 다시 찾아왔을 때 만나지 못하는 허전함은 말로 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이 생 영영토록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성전암의 그림자만 한껏 찍고 팔공산을 내려가는 길. 매미 소리 대신 바람에 실리는 한 목소리가 들렸다.

 

"니는 뭐하는 사람이고?"

 

 

 

고창 선운사 도솔암

 

도솔암과 도솔암 내원궁을 보려면 도솔암 반대편 산으로 올라야 한다. 그 산이 바로 천마봉이다. 누군가는 '장군봉'이라고 할 정도로 기상이 준엄하다. 하늘을 향해 가파르게 서있는 철제 계단을 오르는 일은 정말 고행이다. 아래를 내랴다 버면 낭떠러지, 위를 올려다 보면 하늘이 보인다. '천마봉 해발 284미터', 꼭대기엔 양각한 표식 바위가 박혀있다. 철제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동안 날이 추워도 등과 이마엔 구슬땀이 송송 맺힌다.

 

천마봉 정상은 널찍하고 평평하다. 여기선 도솔암은 물론이고 기암괴석 위에 앉아있는 내원궁도 함께 내려다보인다. 이곳은 정찬주 작가와 취재차 처음 찾았고, 개정판을 낼 때 촬영차 두번 째로 방문했었다. 찬 바람을 피하면서 천마봉 바위 위에 엎드려 도솔암과 내원궁을 살피다 보니 이번 방문은 세번 째임을 깨달았다.

 

내원궁 입구에 있는 규모가 큰 도솔암은 하도솔암, 도솔암 내원궁을 상도솔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솔암 내원궁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바위에는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이라는 미륵불이 조각되어 있다. 이 조각상는 거칠고 투박하다. 마치 아버지처럼 친근한 모습니다. 이 상은 미래불이 온다는 미륵신앙을 기초로 한 것이다.

 

 

 

가장 높고 고귀한 곳, 상무주

 

더 이상 갈 수 없는 위가 없는 곳이 바로 상무주無住다. 그 위로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를 향하는 장소가 바로 암자이다. 가는 길이 어렵고 험할지라도 얼굴과 온몸이 땀으로 젖을지라도 암자에 오르고 나면 몸도 개운해지고 마음은 더 평안해진다. 마음이 무겁고 불편할 때면 암자에 오르자. 깨달음의 해탈을 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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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디자인하라 -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개념 확장판
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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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을 관점 디자이너라고 정의하면, 내가 하는 일의 범위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일의 범위도 넓어진다. 홍보라는 단어는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영역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다. 많은 기업에서 홍보를 하는데, 하는 일은 대부분 널리 알린다.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널리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점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이다. 제품을 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면, 그 제품은 매출이 늘어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을 일으키게 된다. - 'one of them'이 아닌 'only one' 중에서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책의 저자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마케팅, 홍보 전문가다. 우리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카카오톡'과 '배달의 민족'이 성공스토리를 쓸 수 있었던 데에도 그의 적지 않은 기여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절대 스스로를 '마케터'라고 칭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마케팅을 정의함에 있어서 단순히 상품을 알리고 파는 일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대신에 소비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일로 새롭게 재정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관점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오직 그 한 사람 뿐이다.

 

책 표지의 그림 속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의 눈에는 천사만 보일 것이고, 또 어떤 이의 눈에는 악마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천사와 악마가 둘 다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면에 무슨 그림이 보인다고 난리냐며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이는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듣고, 느껴지지 않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다른 관점을 갖는 데에 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시속 1,664킬로미터(적도기준), 한국 기준으로는 1,260킬로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더구나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공전 속도도 1초에 30킬로미터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엄청난 굉음을 유발하므로 아마도 우리들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서 있을 경우 우리들 귀에 느껴질 소음이 어느 정도일지를.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중세시대, 태양과 달, 별이 움직인다는 게 진리이자 정설이었다. 그런데, 이와같은 천동설天動說에 의문을 품고 이에 반하는 지동설地動說, 즉 오히려 우리가 발을 붙이고 있는 땅이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다. 코페르니쿠스다. 하지만 교황은 그의 저서를 '금서禁書 목록'으로 지정했다. 말하자면 불경죄에 해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인류가 천동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아마도 과학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교황이 지동설을 인정한 것은 1992년이었다. '모든 것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라고 받아들인다면 변화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함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당연한 것도 미래엔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관점의 변화는 당연함의 부정으로부터 나온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비결

 

최근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벌어지는 콘서트로 인해 연일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소위 자신을 'B급 가수'라던 싸이가 2012'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적도 있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탄생한 K-POP은 잠간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유행일 뿐이라던 서구의 음악평론가들이 BTS에 대해 서로 앞다투어 뉴 비틀즈의 탄생이라고 호평을 내놓고 있다.

 

왜 방탄은 이렇게 유명세를 떨칠 수 있을까? 이들은 자신들의 노래는 물론이고 일상까지도 솔직하게 그대로 SNS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펴져 있는 팬들(ARMY)과 공유함으로써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허물어뜨리고 실시간으로 늘 팬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흔히 연인들 사이에 '시선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과는 달리, 이들은 팬들에겐 항상 곁에 있는 연인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들의 춤과 노래 등 음악적인 재능은 분명 세계적인 수준임을 부인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무려 100억 회에 육박한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미국 10대 청소년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로 선정되어 2017년 미국 3대 음악제 중 하나인 AMA에 초대받아 공연했고, 이어서 2018년 빌보드 '톱소셜아티스트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이들은 기존의 음악 소비패턴을 허물고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인 2012년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 전 세계의 많은 음악팬들에게 자신들의 재능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팬층이 두터워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들의 재능에 반한 '아미'는 국가별로 방탄소년단의 SNS 마케팅에 나서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당연시되던 기존의 룰을 거부하고 '링크투링크'를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오늘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당연함을 부정하는 것, 그것은 우리를 활동적이고 역동적이게 만든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정서를 뚫고 일어서는 생각, 우리는 그것을 기발함이라고 부른다. 기발함이란 특별한 생각을 말하는 것일까? 특별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좀처럼 나타나기 쉽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발함이란 '그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던 평범한 생각'이다. 그래서 기발한 것들을 대할 때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 왜 저 생각을 미처 못했지?"라고. 당연하지 않던 것이 당연해지면서 세상은 바뀌기 시작한다 (29쪽, '당연함’을 의심하면 미래가 보인다' 중에서)

 

 

좋은 질문이 생각의 방향을 결정한다

좋은 질문은 사람을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 따라서 의식과 행동을 움직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올바른 질문'이 제대로 된 답을 얻도록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체로 우리 모두는 '답'에 집중한다. 만약에 누군가의 답이 자신의 것과 비교해 틀렸다고 생각하면 자신만의 척도로 이를 평가하려 든다. 우리들이 흔히 듣는 말이 이렇다. 하지만 이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언쟁을 벌인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소치인가?

 

"나는 네 생각과 틀려!"

 

2018년 7월 전 세계에서 몰려온 50여개 나라 4천1백여 명의 청소년들이 2018 월드문화캠프 행사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부산 벡스코와 전북 무주태권도원 일대에서 15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었다. 이 행사의 명사 초청 강연에 초대된 저자 박용후는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성공하려면 당연함을 부정하는 관점 바꾸기를 해야 하며 정해진 답에 몰두하기보다는 질문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고 싶다면 개인이든 비즈니스로 활동하는 기업이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나다운 것'이라는 의미는 '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지'의 검토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은 '본질적 가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정 기업을 설명하는 슬로건은 그 기업의 가치를 드러내는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질적 가치를 캐내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필요한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다( 131쪽, '가치와 차별성을 만드는 나만의 identity' 중에서)

 

 

역발상의 가치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던 1998년 즈음에 가장 유행했던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역발상'이었다. 잘 나가던 한국 경제가 갑자기 위기를 맞으면서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기존에 향성됐던 생각을 거꾸로 해보자는 게 기업들에겐 신선한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사실 역발상이란 용어는 이미 투자의 세계에선 존재했고 통용되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가다가는 일시에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의식이 깨어있는 투자 고수는 소위 '역발상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이는 '블루오션'이라는 개념과 많이 닮아 있다. 프랑스의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는 김위찬 교수는 그의 저서 <블루오션>에서 남들도 모두 따라하는 그런 사업을 마치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싸움에 비유해 '레드오션'이라고 명명하면서 사업에서의 성공은 이와는 반대로 남들이 하지 않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햇다. 책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치킨이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레드오션 비즈니스이다.

 

대한민국에 치킨 프랜차이즈의 지평을 연 제너시스BBQ 그룹의 홍보 마케팅 업무로 윤홍근 회장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윤홍근 회장이 계속 치킨을 담는 박스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때 후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후배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박스를 왜 고민해, 형. 본질은 닭이잖아. '우리는 닭에 집중합니다, BBQ' 이렇게 써!" 바로 이런 거다. 치킨을 먹는 사람들은 어떤 것에 감동할까? 치킨 포장지? 배달원? 당연히 치킨이다.(58쪽, '본질은 치킨박스가 아니라 닭이다' 중에서)

 

휴지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두루마리 휴지'를 화장대에 올려놓으면 무척 어색하다. 심지어 예민한 분들은 티슈가 아닌 이를 불결하다고까지 생각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에서만 사용한다'는 인식이 먼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 등 대중의 장소에는 티슈가 아닌 냅킨을 사용한다. 이런 습관의 코드를 새로운 형태의 습관으로 바꾸는 것 또한 블루오션의 창조인 셈이다.

 

 

물은 공짜다(?)

 

과거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나가면 현지인들이 손에 물병을 쥐고 잇는 모습이 너무도 흔했다. 당시 한국인의 눈에는 이게 무척이나 이상했다. 우리의 사고로는 물이 공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곳 현지의 지하수에는 건강에 해로운 석회질 성분이 많아서 돈을 주고서라도 '에비앙' 같은 브랜드의 생수를 사 먹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들은 수돗물을 그냥 마시거나 끓여 먹거나 했지만 돈을 주고 사먹지는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대동강물을 팔아 돈벌이를 했다던 봉이 김선달의 현대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현대판 김선달 선생들의 생수사업이 번창함에 따라 이젠 우리 모두 물은 공짜가 아니라 '사 먹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다. '청량감'이라는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콜라는 처음에 소화제로 개발되었던 음료라고 한다. 출발은 약인데, 지금은 청량 음료인 셈이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에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매일 마시는 일상의 음료로 기억되고 있다. 최근에 코가콜라는 특이한 광고를 만들어 기존의 가치에다 가치를 더한 마케팅을 실시했다. 최근 월드투어 성과 등으로 방탄소년단 몸값이 더 치솟으면서 코카콜라는 연계 마케팅에 더욱 공들이는 모습이다.

 

 

 

 

관점을 바꾸라

 

이 책이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관점을 바꾸라.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 지금 현 시점에서 미래 시점에 당연하다고 여길 그런 생각을 포착하는 사람은 분명히 대박 성공을 거머쥘 것이다. 과거엔 누구에게나 공짜였던 자연자원 '물'이 지금은 유료화되었고, 전구가 등장하자 등잔불과 촛불이 필요 없어졌듯이 말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고,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면, 우리 모두 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과 경영을 전공하는 학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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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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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위험한 신호를 가려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배워야 한다. 또한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를 파멸로 몰아갔던 치명적인 실수를 인식하고, 다른 나라의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에 맞서 어떻게 저항했는지, 그리고 민주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떻게 뿌리 깊은 양극화를 극복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패턴이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민주주의 붕괴를 말하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로 정당,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라틴아메리카의 정권 교체 등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왔다. 2003년부터 하버드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교정치학 기초 강의를 가르쳐왔고, 2004년에는 하버대드 우수 강의자에게 수여하는 로슬린 에이브럼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뉴욕 타임스, 더 애틀랜틱등 각종 매체에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진단하는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경쟁적 권위주의: 냉전 이후의 혼합 체제>가 있다. 

 

공저자인 대니얼 지블랫 또한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로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유럽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연구의 독보적인 권위자다. 저서 <보수 정당들과 민주주의의 탄생>으로 2017년 미국정치학회가 주는 우드로 윌슨 상, 2018년 미국사회학회가 주는 배링턴 무어 상 등을 수상했다. 수년 동안 하버드대 학부 최고 인기 세미나 중 하나인 <민주주의는 어디에서나 가능한가?를 이끌어오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두 저자들은 민주주의에 관하여 권위가 높은 연구자답게 책을 통해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극단적인 포퓰리스트가 어떤 조건 하에서 선출되는지, 선출된 독재자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합법적으로 파괴하는지 등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즉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비슷한 패턴으로 붕괴되었으며, 그 속에서 민주주의의 붕괴를 감별하는 신호들을 찾아냈다.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선출된 독재자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으므로 그 전략 패턴을 우리들이 미리 안다면 민주주의의 붕괴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쓴 공저자의 목적일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가 고도로 발전된 미국의 경우 '견제와 균형'이라는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을 지켜왔지만, 지금은 이런 가드레일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민주주의의 붕괴에 대하여 미국 시회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살펴보고, 동시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추종해야 할, 그리고 이를 삼가해야 할 전략을 제시하려 한다. 물론 역사는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속에 패턴은 있다. 이 패턴이 한국 정치에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성찰해 보자.

 

 

 

 

여론의 지지가 대통령의 독재를 부추긴다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게 가장 우호적인 주로 알려져 있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7년 전반기 그의 지지율은 무려 평균 60퍼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40퍼센트에 비한다면 엄청난 수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높은 지지율은 정치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즉 이를 의식해 민주당 인사들조차 트럼프에 대한 비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에 미국 전역이 웨스트버지니아 주처럼 움직였다면, 아마도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한 여러 논란에서 저항을 결코 받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지율이 높을수록 트럼프는 더욱 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인물이 될 게 분명하다. 전쟁이나 대규모 테러 같은 안보 위기는 정치 게임을 완전히 바꿔 국민의 지지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즉 북한의 핵미사일 탄두가 북미로 향한다는 엄포(?)가 트럼프 행정부에 권력을 부여한 셈이다. 어쩌면 트럼프는 앞으로도 북한 이슈를 적극 활용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이리 된다면 정적들을 공격하는 구실이 생기므로 그만큼 미국의 민주주의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시각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방송 프로그램 시청율 공개하듯 자주 공개된다. 취임후 높은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보이면서 일각에선 여론조작설까지 모락모락 피어 나왔다. 그렇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분명 지나친 수치일 것이다. 이런 문제는 뒤로 돌리고 높은 지지율은 국내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등 국정운영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일례로 이상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자 남북평화회담으로 실추된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이젠 "평화가 경제입니다"라는 얄궂은 플랭카드를 길거리에 내걸고 있다. 사실 남북회담의 이면에는 국민들에게 모두 소상히 밝히지 않는 천문학적인 경제협력예산이 숨어있다. 그래서 높은 지지율로 야당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라

 

민주주의 사회에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흔히 존재한다. 때때로 이들은 대중의 감성을 충분히 어루만진다. 그럼에도 어떤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이를 경고신호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인물들이 정치판의 중앙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그래서 극단주의자나 선동가가 대중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으면 기성 정치인들은 연합해서 이들을 마치 소피스트인 양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당이 민주주의의 문지기로서의 사회적 거름망 역할을 수행하는가의 여부이다. 하지만 독재자는 높은 지지율을 활용해 이를 무력화시킨다.

 

모든 정치인들이 권좌에 오르기 전에는 자신의 독재성을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다. 처음엔 민주주의 규범을 성실하게 준수하면서 민중들의 아픈 마음을 구석구석 헤아리다가는 나중에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일례로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과 그의 피데스 당은 1980년대 말에 자유민주주의 노선으로 출발, 2002년까지 국정을 민주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2010년 다시 권력을 잡았을 때 그는 독재자로서의 얼굴을 드러냈다. 책의 저자들은 예일대 린츠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는 경고신호를 우리들에게 제시한다.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한다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한다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한다

4. 반대자의 기본권(언론의 자유 등)을 억압한다

 

 

정적을 탄압한다

 

1990년, 페루는 하이퍼인플레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고 게릴라 무장단체는 무력을 앞세워 수도 리마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때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일본계인 알베르토 후지모리는 자신이 직접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에 도전했다. 당시의 페루 상황은 기존 정당에 대해 심할 정도로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후지모리는 "당신과 같은 대통령"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포퓰리즘을 앞세워 마침내 당선되었다.

 

하지만 후지모리 앞에는 숱한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그는 정치판의 아웃사이더였기에 페루의 유명 정치인과는 인맥이 전혀 없었다. 비록 선거에서 이겼지만 여전히 권력은 정적인 바르가스 요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정당 대표들과 협상하는 대신 "놀고먹는 사기꾼"으로 비난의 공세를 이어나갔다. 또 정부에 비협조적인 판사를 "악당"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기성 장치인들은 후지모리를 "독재자"라고 주장했고, 언론은 그를 일본 황제에 비유했다.

 

이렇게 선출된 대중선동가는 비판자들을 적이나 체제 전복자, 심지어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다. 후지모리는 자신의 정적을 마약 조직과 연결시켰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권에 반대하는 인물이 테러 집단과 관련되어 있고,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린다고 주장하면 어리석은 대중들이 이를 순진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면 이들의 독재는 정적 탄압의 정당한 수단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비판하는 지식인, 언론인, 정적을 탄압함에 있어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해나가므로 시민들과 국민들은 쉽게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나아가 독재자는 권력을 제어하도록 설계된 민주주의 제도를 허물어버린다. 예를 들어, 부패와의 전쟁(적폐 청산), 부정선거방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군병력 감축, 군복무기간 단축 등을 내세워 합법적으로 민주체제를 서서히 전복한다. 이를 위해 사법부의 심판를 매수한다.

 

심판 매수는  흔히 공직자 또는 비당원 관료를 내몰아내고, 자신에게 충직한 측근들로 채우는 방식을 택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이런 형태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독재자는 비판자들의 입막음을 시행한다. 예컨대 자신을 비판하는 경쟁자에게는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거나 언론사에게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세무조사 등을 동원한다. 에콰도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는 이러한 기술에 특히 능했다. 2011년 코레아는 주요 일간지 <엘 우니베르소〉가 자신을 '독재자'라고 칭한 사설을 게재한 것에 대해 4천만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고, 승소했다. 

 

또한, 자신들의 정적을 파시스트 또는 적폐 세력 등으로 낙인 찍고 아예 정치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싹을 잘라버리는 비열한 수법을 서슴치 않는다. 심지어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당 정치의 규범을 무시하고 야당측 인사들이 상호 반목하도록 공작 정치를 펼치고, 정치적 세력으로 힘을 못쓰는 오합지졸로 변하는 분당分黨을 획책하기도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전한가?

 

미국 사회는 2016년 대선을 통해 소위 스트롱맨인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지금까지 그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숱한 민주주의 제도에 도전하는 파열음을 생산해왔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두려움과 분노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없다면서 경고신호를 가려내기 위해 다른 나라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현재 안전한지 따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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