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할 것인가 -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타이밍의 과학적 비밀
다니엘 핑크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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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타이밍에 관한 책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우리가 타이밍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when’라는 결정의 끊임없는 연속이다. 언제 직장을 바꿀지, 언제 안 좋은 소식을 전할지, 언제 수업 일정을 정할지, 언제 결혼생활을 청산할지, 언제 마라톤을 할지, 언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지 등등…. 그러나 이런 결정들은 직관과 억측들로 난무하기 십상이다. 나는 책을 통해 타이밍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일 것이다. 타이밍의 과학은 인간의 조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꿰뚫어보고 더 영리하게 일하고 더 잘 살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다면적이고 다방면에 걸친 최신의 학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타이밍은 과학이다

 

책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학자다. 그는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심리학과 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명징하게 제시해왔다. 특히 사회 구조 변화를 주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의 변화에 천착하여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게 될 것인지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또 뉴웨이브 경제 잡지 〈패스트 컴퍼니〉의 기고가 겸 편집위원으로 일했으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로 백악관에서 일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워싱턴 먼슬리〉,〈뉴 리퍼블릭〉등에 경제, 기술, 노동에 관한 기사와 평론 및 서평을 기고하기도 했다. 현재는 프리 에이전트의 삶을 영위하면서 경제변화와 기업전략, 미래 트렌드 등을 주제로 전세계 기업체, 대학, 기관 등에서 활발한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은 타이밍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인다. 사실 우리들의 삶은 '언제'라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타이밍에 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 언제 직장을 바꿔야 할지, 언제 결혼을 할지, 언제 결혼생활을 청산해야 할지, 언제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지, 언제 마라톤을 할지, 언제 창업을 해야 할지 등등처럼 결정을 내랴야 할 순간들이 정말 많다.

 

이처럼 선택은 바로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독일 U보트에 의한 루시타니아 호 피격침 사건을 한 예로 들고 있다. 약 1,200명의 승객이 수장된 이 대형 침몰 사고는 단순히 독일의 공격에 의한 사고인지, 아니면 터너 선장의 결정 오류에 의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 사고에서 미국인 승객 141명 중 123명이 사망함으로써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100년 동안 수없이 거론된 이 사고의 의혹이 만들어 낸 억측보다는 터너 선장의 몇 가지 잘못된 결정과 그 결정 시점이 하필 오후였기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제시한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많은 분야의 과학을 섭렵한다. 먼저 고대 이집트의 해시계부터 16세기 유럽의 기계식 시계를 거쳐 19세기에 나온 표준시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역사를 더듬어보면서 우리들이 그저 당연시 여기는 시간의 단위가 실제로는 우리 조상들이 시간을 가두기 위해 세운 울타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지력은 하루 동안 어떻게 변화할까?

 

100여 년 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기분과 성취도의 상관관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측정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무의미하게 나열된 단어를 외우고 기억하게 하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력이 밤보다 아침에 더 좋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업적을 세웠다. 이후로도 여러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두뇌 활동을 탐구해서 세 가지 핵심적 결론을 이끌어냈다.

 

첫째, 우리의 인식 능력은 하루라는 시간 단위 속에서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16시간 정도 깨어있지만 그 시간에도 인식 능력은 계속 변하는데 그 기복은 규칙적이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 시간보다 저 시간에 더 똑똑해지고 더 두뇌회전이 빠르고 더 창의적이 된다.

 

둘째, 이런 하루의 기복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심하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시간생물학자인 러셀 포스터에 따르면 하루 중 최고점과 최저점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과의 변화는 음주운전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이상의 술을 마셨을 때 운전 기능의 변화에 비교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시간대에 따른 효과는 인식적 업무에 대한 실적에서 20퍼센트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일하는 방식은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영국의 심리학자 사이먼 포카드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시간에 따른 성과의 차이를 밝히는 연구들이 제시하는 중요한 결론은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그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점심 시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어느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직장인 중 62퍼센트는 하루 종일 일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점심을 해치운다. 그래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다른 한 손에 짓무른 샌드위치를 입속에 우겨넣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를 '서글픈 책상머리 점심'이라고 명명했다. 이제는 우리들이 점심식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왜냐하면, 점심식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교육, 미디어 분야 등 서로 다른 11개 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점심을 대충 해치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사무실을 벗어나 밖에서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은 나머지 하루 일과뿐 아니라 1년 내내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고, 쉽게 지치지 않고 일에 더욱 의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은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회복 장치다"

 

이 보고서를 위해 투입된 조사팀은 이렇게 말한다. 특히 정신적, 정서적으로 부담이 큰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이다. 특히, 소방대원처럼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직업의 경우 함께하는 점심은 팀워크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이여, 이젠 혼밥을 즐기지 말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점심을 하는 게 어떻겠는가? 


점심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위력적인 점심 효과를 기대하려면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자율성과 분리다. 자율성은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는 방법과 시간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력이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특히 복잡한 업무에서 실적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복잡한 업무에서 잠깐 손을 떼는 시간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점심시간에 무엇을 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심리적으로도 일과 분리되어야 한다. 점심 식사 도중에 일을 생각하거나 심지어 사교적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는 오히려 피로도만 높일 따름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사무실 생각을 잠깐 지운다면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점심식사 시간이 길고 식사 장소가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오후 업무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래서 어떤 회사는 사무실에서 점심을 떼우는 행위를 금지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몰랐던 낮잠의 중요성

낮잠은 최저점에 대한 영리한 대응으로 꼭 챙겨야 할 귀중한 휴식이다. 낮잠은 두 가지 중요한 혜택을 준다. 첫째, 인식적 성과를 향상시킨다. 둘째,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킨다.


여러 면에서 낮잠은 우리 두뇌의 잠보니(Zamboni: 아이스링크의 표면을 고르게 하는 장비-옮긴이)이다. 낮잠은 하루를 보내면서 생긴 얼음판 위 흠 같은 정신적 상처를 말끔하게 없애준다. 잘 알려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낮잠을 40분 정도 잔 우주인들은 반응시간이 34퍼센트 빨라지고 각성도가 두 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연구에 따르면 오후의 낮잠은 두뇌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낮잠을 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보를 간직하는 시간이 더 길다. 낮잠을 자는 사람은 낮잠을 자지 않거나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복잡한 문제를 풀 확률이 두 배 높다. 낮잠은 단기기억력뿐 아니라 얼굴을 보고 이름을 떠올리는 것 같은 연상기억력도 높여준다. 낮잠이 두뇌에 미치는 전반적인 혜택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커진다. 낮잠에 관한 문헌을 개관한 어떤 학술 자료에 따르면 밤에 충분한 숙면을 취한 사람이라도 낮잠을 자면 기분이나 각성도나 인지수행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낮잠은 심지어 '몰입flow'의 강도를 증가시킨다. 몰입은 창의력의 강력한 원천이다. 

 

 

왜 결승점이 가까워지면 더 분발하게 될까

사회심리학자 애덤 알터할 허시필드는 조직위원회에 등록한 선수들의 나이를 보고 마라톤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 중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이 무려 48퍼센트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29살이 가장 많았다. 29살은 28살이나 30살보다 두 배 많았다. 한편 처음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은 40대 초반에 줄어들다 49세에 갑자기 늘어난다. 49살은 한 살 더 많은 사람보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확률이 약 세 배 많았다.

 

더욱이 10년 구간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달리는 사람의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톤에 여러 번 참가한 사람들의 기록은 29살과 39살 때가 2년 전이나 2년 뒤보다 더 좋았다.

 

10년 구간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이런 분발 효과에 무슨 논리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학자 모로조프스키는 "인생은 짧으니까요.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60살이 되기 전에 내 몸으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호주의 예술가 홍리 또한 어느 순간 나이 마일리지의 표시판이 눈에 들어와 생각을 전환했다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30살이 가까워지자 29번째 해가 끝나기 전에 뭔가를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마지막 해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이와같은 발전적인 도전 외에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의 자살률이 더 높다'거나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성향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즉 불륜 알선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에 접촉하는 사람들은 29살, 39살, 49살, 59살이 8명 중 1명 꼴이었으며, 이는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약 18퍼센트기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10년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변화를 촉구하려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타이밍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과거에 나는 점심시간 뒤의 휴식이나 낮잠이나 산책이 좋다고 믿었다. 이제 나는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과거에 나는 일터나 학교나 가정에서 잘못된 시작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난 일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고 계속 전지노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다시 시작하거나 함께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고 믿는다" - '마지막 결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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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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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 한 시대가 들어오는 듯한 식당들이 있다. 맛이 있어 오래 남아 있는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老鋪)라 부른다. 노포를 오래 취재하다 보니 어떤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이른바 ‘살아남는 집의 이유’다. 물론 맛은 기본이다. 운도 따라야 한다. 그 외에 가장 중요한 건 한결같음이다. 사소할 것 같은 재료 손질, 오직 전래의 기법대로 내는 일품의 맛, 거기에 손님들의 호응으로 생겨난 기묘한 연대감 같은 것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한국의 유명 노포老鋪들을 소개한다


책의 저자 박찬일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먹고살려고 요리를 시작했다. 더도 말고 스파게티 레시피 3가지만 제대로 배워오자는 마음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 결국 이탈리아 음식 전문 요리사가 되어 2002년 귀국, 순 우리 재료로 만든 이탈리아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유명인사가 되었다. 


글 쓰는 셰프이자 아름다운 글을 쓰는 문장가로도 유명한데, 저서로는 우리 곁에 남은 오래된 노포들의 맛과 철학을 소개한 <백년식당>, <미식가의 허기>,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뜨거운 한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이 있다. 맛과 글에 대한 강의와 함께 〈한겨레〉, 〈경향신문〉 등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 서교동과 광화문의 〈로칸다 몽로〉와 〈광화문국밥〉에서 일한다.


대한민국 외식업 성장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그는 다시다와 미원, 식권, 회식, 가든, 맛집이란 용어가 유행했던 격변의 시대엔 기자로 살며 문화 전반을 취재했고, 요리사로 전업한 후엔 20년 가까이 주방에서 치열하게 요리했다. 장시간 변함없이 노포를 즐겨 찾았고, 그들의 '영광의 시대'를 기록하는 일에 애정을 가져왔다.

 

기자 시절엔 누군가를 섭외하고 인터뷰하는 일이 버거워 중도에 이 생활을 포기했던 그가 아이로니하게도 이 책을 위해 지난 3년간 중국집에서 갈빗집까지 취재 허가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와 취중진담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애정과 끈질긴 노력으로 노포 식당 창업주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들의 성공 비결을 한 권으로 엮어낼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세氣勢, 일품一品, 그리고 지속持續 등 3부로 구성되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맛으로 판도를 뒤엎은 '명동돈가스'의 소개를 시작으로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서 술꾼들의 배를 채워주는 '41번 포장마차'를 마지막으로 하는 총 26개의 유명 노포들을 등장시킨다. 이들 가게들이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전설의 곰탕집 하동관河東館


특별한 비법 없이 간결한 맛으로 승부하는 곰탕집 하동관, 이 가게는 '한국의 유명 노포 톱 5'에 들어가는 식당이다. 이 음식이 오랫동안 서울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은 가게라는 중요한 징표가 있다. 바로 하동관만의 독특한 주문법이다. 따로 주문표에 쓰여 있지 않아도 단골들은 알아서 식성대로 주문해서 먹는다.

 

이를테면 맛배기, 넌둥만둥, 스무 공 스물다섯 공, 깍국, 통닭, 냉수, 뜨겁게, 안 뜨겁게, 밥 따로, 민짜, 내포 빼고, 내포 많이, 기름 많이, 기름 빼고 등등, 메뉴는 오직 하나인데 이처럼 주문법은 각양각색이다. 이는 아마도 세계신기록이 아닐까 싶다. 반찬도 없는 간단한 곰탕 한 그릇에 이처럼 많은 주문이 가능하니 말이다.


"손님이 먼저 이런저런 식으로 해달라고 주문해요. 그러면 우리가 고민을 하지. 너무 길면 주문이 복잡하니까 짧게 불러야 할 것 아니우. 그래서 약칭을 만드는 거지. 직원들끼리 암호처럼. 근데 그걸 손님이 다 아는 거야"

 

맛배기는 밥을 약간 넣는 것(그만큼 고기가 적게 들어감)이고, 소 곱창은 스무 공이상의 주문이며, 깍국은 깍뚜기 국물을 뜻하는데 대부분의 주문자들이 느끼한 곰탕 맛을 중화시키려고 이를 주문한다. 여기서 통닭은 닭고기가 아니라 계란을 넣어달라는 요청이고, 냉수는 물이 아니라 소주 1잔을 달라는 주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고객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잇는 이유는 70년째 서울 마장동 인근의 팔판정육점에서 가장 좋은 고기를 공수받아 재료로 사용하고 곰탕 5백 그릇이 소진되면 더 이상 장사를 안하고 문을 닫는다.



3대째 이어가는 정육점, 팔판정육점


"부친에게서 내가 사업을 샀어요. 물려받았냐고요? 아니에요. 돈 주고 샀어요.(웃음)" 


흔히 재벌가의 자식들은 큰 노력 없이 부모가 경영하는 회사에 임원으로 입사하기 때문에 소위 '금수저'로 불린다. 하지만 이 노포의 경우는 다르다. 철저한 사업 마인드로 중무장한 부친은 가게를 그냥 대물림하지 않았다. 물려줄 아들에게 액수를 매겨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 진짜 장사꾼이아닌가 말이다. 한국의 재벌가도 이렇게 자식들을 교육시킨다면 어찌 '땅콩 회항'이나 '물벼락' 같은 이슈가 신문 지상에 낯 뜨겁게 등장하겠는가. 자식 교육은 모두 부모 탓이다.  


"1974년 1월 2일인가, 날짜도 안 잊어요. 일을 해보겠다고 어디 가서 쌀을 날랐어요. 힘이 좋아서 4천 원인가 받았어요. 꽤 큰 돈이었습니다.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했지요. 아버지한테 가게를 사기로 한 게 7월이에요. 저장된 고깃값은 다 드리고, 가게 시세는 절반으로 쳐서 샀어요"

 

모두 처가에서 빌린 돈이었다. 그 빚을 갚아야 했다. 


"내가 말이오, 1974년 7월 4일에 가게 인수하고 하루도 네 시간 넘게 자본 적이 없어요.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한 시간 반밖에 못 잡니다. 고기는 트럭으로 밤에 들어와요. 그때부터 일하는 거요. 한번은 고기가 망가져서 생기는 손해를 제가 계산해봤어요, 연간 5천만 원입니다. 그러니 이 좁은 가겟방에서 대충 잠을 자는 거지요. 장사꾼은 그래야 해요.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돈이 그냥 벌리나요"

 

그렇다. '노 페인 노 게인'이라는 서양 속담도 있듯이, 세상에 공짜 없고 땀 흘리지 않고 벌이가 생기지 않는다. 들어온 고기를 갈고기에 걸고 손질하고 나누고 여투는 일이 밤 새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다루는 소가 한때 하룻밤에 수십 마리씩 입고되었다니 그 노동의 강도가 짐작이 된다. 명절 때엔 한 번에 수십 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단다. 



서울 5대 냉면집, 을지면옥


의정부에서 시작한 평양면옥의 자제들이 서울에 터를 잡고 비슷한 계열의 냉면을 팔고 있다. 필동면옥, 을지면옥, 본가면옥이 바로 그것이다. 1969년 경기도 연천 전곡면에서 홍영남, 김경필 부부가 처음 시작한 냉면집이 1987년 의정부 현재의 자리로 옮긴 게 바로 의정부 평양면옥이다. 을지면옥의 안주인 홍정숙 씨의 고집 센 남편이 냉면을 배우기 시작했다. 

 

1년 넘게 새벽에 일어나 육수부터 끓이면서 냉면을 배웠다. 그렇게 해서 기술이 남편의 손으로 이전됐다. 더 놀라운 건 환갑을 한참 넘긴 그가 지금도 주방장을 한다는 사실이다. 주인은 대체로 카운터를 지키는 게 정설인데 이 노포는 부부가 모두 주방의 제대로 된 일꾼이자 주방장, 부주방장이다. 


"새벽 5시에 육수부터 끓이는데, 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매일 메밀도 갈아야 하고" 

이 부부가 주무르고 사린 면이 얼마였을까. 한 번 집으면 정확한 그램이 딱 나온다. 찬물에 면을 헹궈 사리를 짓다 보니 손가락과 손목에 관절통을 앓고 있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부부들은 걱정한다. 사리를 만들 때 물기를 꽉 눌러 짜지 않으면 육수에 물기가 들어가 맛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식 불고기집, 한일관

 

"내가 스무 살에 입사해서 지금 일흔이 넘었어요. 50년이 넘었네.

가만있자, 1965년도 입사인가보다.(웃음)" 


김동월 고문의 말이다. 그이는 관리 업무를 하면서 홀 업무도 챙겼다. 50년 넘은 직원이 근무하는 식당이라니 입이 쩍 벌어진다. 현재 한일관의 본점은 압구정동에 있지만 시작은 종로였다. 과거 성을의 중심은 사대문 안이었고 그중에서도 핵은 바로 종로였다. 일제강점기엔 명동과 충무로가 돈 많은 일본인들에 의해 급부상하기도 했지만 종로는 조선인의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지역이었다. 전설적인 주먹 김두한이 활약하던 곳이다.   

"여기는 정년이 있어요. 일할 능력이 있고 잘하는 분들은 정년 이후에도 다녀요" 

칠십이 넘는 김동월, 곽명훈 두 고문이 아직도 1939년에 문을 연 한일관을 지킨다. 당시의 이름은 '화선옥'이었다. 관리와 홀 업무를 담당했던 김 고문과는 달리 곽 고문은 1979년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요리 고문이다. 오래 근속한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실제 업무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나이 칩십이 넘은 직원이 아직도 이 가게를 지키면서 서울식 불고기의 표준을 만들어낸 셈이다.


60년 전통의 중화요릿집, 신일반점 

저자가 처음 이 가게를 방문했을 때, 주인장은 마침 만두를 빚고 있었다. 만두가 서비스로 주는 요리가 되는 바람에 요즘 만두를 직접 만드는 중국집은 전국에서 손으로 셀 정도로 줄었다. 주인장인 임 옹은 여전히, 신일반점이 그의 사후死後에도 살아남을지 모르는 시절의 변화에도 무심하게 만두를 빚는다. 며느리 왕윤청 씨의 말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빚는데, 여전히 제일 손 빠르고 잘 빚으세요. 이 만두, 정말 몇 번 그만두려고 했어요. '무슨 만두를 돈 받고 파느냐, 서비스 아니냐' 하는 손님들 인식 때문이지요. 그때마다 아버님은 웃으면서 아무 대꾸를 안 하십니다. 딱 한 번 말씀하셨는데, '그냥 해(계속 만들어 팔아)' 그게 전부였어요"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한국 땅에 건너온 임 옹翁은 따지자면 화교 2세대쯤에 속한다. 그는 아직도 한국말이 서툴다. 1세대가 임오군란 이후, 2세대는 1920년대 이후부터 대한민국 정부수립 시기, 3세대는 1990년대 이후에 한국으로 건너온 화교(조선족이 중심이 된)로 구분했으니 말이다.


여수 연등천 포장마차촌의 명물, 41번집 

"긍께, 덕자더러 덕자 썬다고 물어봐싸"

그렇다. 이 아짐(아주머니의 사투리)의 함자가 박덕자 여사다. 덕자 씨가 덕자(전라도에서 큰 병어를 뜻하는 말)를 손질하는데 뭘 썰고 있느냐고 물으니 칼질하다 말고 큭큭, 웃으시는 게다. 덕자(병어)로 치자면, 군평선이와 함께 여수의 일미. 이 아짐이 덕자를 다루는 솜씨가 여간 예사롭지 않다.

 

연등천은 여수 둔덕동 뒤의 해발 470미터짜리 호랑산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흘러드는 지방 하천이다. 한대 수량수량이 적당해 오염되기 전에는 포장마차의 불빛이 쫙 반사되면 문자 그대로 연등蓮燈이 피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연등천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걸맞는 여수의 젖줄이었다. 


한 상이 깔린다. 어디 그럴싸한 안줏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전라도식 반찬들도 한 자리씩 한다. 잘 담근 열무김치는 입에 쩍쩍 붙고, 여수 특산의 돌게찜이며 가지무침, 제철인 꼴뚜기회에 생선조림도 한 접시다. 이렇게만 먹어도 장정 서넛이 입을 닫을 상차림인데, 이제부터 진짜 요리가 이어진다. 


"포장마차라고 우습게 보면 큰일 나제, 암.

우리 집이 어떤 집이여, 네가 청춘 묻은 집잉게"

 

 

 

 

한국의 유명 노포들을 현장 취재하다

 

저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26곳의 노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점주들과 생생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일 새벽 손으로 두부를 만들어내는 강릉토박이할머니 두부집의 사장은 이 동네의 제삿날이 비슷한 이유는 여운형 제자들이 빨갱이로 몰려서 그렇다는 소문을 들려주고, 부산 국제시장에서 해물전골로 유명한 바다집의 여사장은 일일이 해물을 손질하는 바람에 굵어진 손가락 마디가 저자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사연 없는 우리들의 인생사가 없는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오랜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오는 노포들이야말로 알마나 많겠는가. 대대손손 계속 이어나가 한국도 일본 이상으로 100년이 족히 넘는 노포들이 전국에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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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투어 - 아무도 몰랐던 핵가성비 여행의 기술
신익수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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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처럼 달달한 문장과, 최갑수 여행작가처럼 강렬한 사진과, 유홍준 교수의 해박한 인문학, 역사학적 고찰들을 죄다 종합한, 그야말로 완벽한 여행책은 개뿔. 이 여행책, 천상천하 유아독존, 슈퍼 그뤠잇한 '얍실' 여행책이다. 그러니 여행의 낭만과 감상, 추억을 원하는 분들은 과감히 덮어주시라. 대신, 이책엔 극강의 간편 여행 노하우와 짠내투어 꿀팁들이 총망라돼있다. 말하자면 초간편, 초얍실, 초알뜰 여행의 결정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가성비 최고의 여행 노하우

 

책의 저자 신익수는 매일경제 여행 및 레저전문기자로, '초간편(얍실한) 여행'과 '총알투어' 끝판왕이다. 누구나 1박 2일쯤은 돼야 한다며 말렸던 한라산 백록담도 엄홍길 대장과 함께 당일치기 총알여행을 다녀온 인물이다. 다양한 TV 방송과 라디오에 고정 출연해 '초간편 여행, 당일치기 테마 여행' 코스만 설파하며, 마치 '3분 요리' 같은 새로운 총알 투어의 지평을 열어젖히고 있다.

 

길기연 코레일관광개발 전 사장과, 전계욱 지역 축제 전문가와 함께 쓴 <Go! Go! 익사이팅 테마 열차>와 <국가 대표 지역 축제 28> 역시 초간편 총알 투어로 일궈 낸 역작(역시나, 자부한다). 아예 초간편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얍스' 여행의 팁만 죄다 묶어서는 <닥치GO! 여행>, <닥치GO! 여행 시즌 2 해외여행 Tip 편>을 떡하니 펴내기도 했다. '준비 없이 떠나라, 이기적으로, 얍실하게'라는, 초간편 여행의 모든 것 을 담은 책이 <당일치기 총알여행>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얍실신공'으로 중무장한 책이 바로 <짠내투어>다.

 

책은 총 3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제1 파트는 '짠내투어'의 이론편으로 비즈니스석 공짜 탑승법, 비행기 연착 보상법, 여권 싸게 발급받는 팁 등이 소개된다. 제 2 파트는 국내투어 실전편으로 공짜 스테이 명소, 1000원짜리 열차 등을, 마지막인 제 3 파트는 해외투어 실전편으로 환율 핵이득 여행지, 하루 3만원에 할 수 있는 시티투어 등을 제안한다.

 

시간이 부족하고, 그리고 주머니도 얇은 사람이라면 쉽게 여행을 떠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여행이란 출발부터 돌아올 때까지 모두 돈과 시간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을 낭만, 감상, 그리고 추억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떠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 당장 덮어야 한다. 반면에 적은 돈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일상으로 돌아오길 원하는 얍실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적격이다.

 

 

 

 

짠내 여행공식

 

"해외여행 출발일만 바꿔도 10만 원 번다!"

짠내투어 이론편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밑줄 좍좍 별표 2~3개씩 해놓으셔야 한다. 여기에 나온 짠내공식만 잘 외워도, 이 책 산 본전은 뽑는다. 짠내투어 초절정 고수들만 아는 마법의 공식. 잘만 활용하면 같은 여행에, 10만 원 이상씩 싸게 갈 수 있는 놀라운 꿀팁이 될 수 있다. 딱 네 가지다.

 

3,6,9 공식~ 여행 패키지 출발일은 3/6/9월(단, 예약은 1/4/7월)

일화 공식~ 여행 출발일은 일~화요일 사이

항일 공식~ 항공권이 싸지는 마법의 요일은 '일요일'

이월 공식~ 여행사 이벤트 당첨확률이 가장 높은 요일은 '월요일'

 

 

승무원들의 짠내 필살기

 

"항공사 승무원이 꼽은 꿀팁"


절대로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꿀팁이란 게 있다. 즉, 나만 알고 싶은 꿀팁이다. 최고의 여행고수로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들에게도 그들만의 알뜰여행 필살기가 있다. 다음은 여행의 달인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꼽은 알짜 팁들이다.

 

 

여행사 뒤통수치기

 

여행사는 기업이다. 수익을 내야 한다. 당연히, 소비자 등치는 다양한 '함정'을 만들어 놓는다. 여기서 잠깐. 짠내팁 첫 번째 노하우, 들어간다. 이름하여 역공법. 그러니깐, 여행사들이 파 놓은 함정을 역이용하는 고수들의 그뤠잇한 팁이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게 아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말처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제대로 걸리면 슈퍼 그뤠잇한 혜택을 손에 쥔다는 얘기다.

 

연합상품도 OK~ 현지 가이드 소속 여행사는 동일하다

옵션여행, 오히려 즐긴다~ 버킷리스트 옵션은 무조건 선택

중견 여행사를 노린다~ 직판가이므로 동일코스에 10% 정도 싸다 

대리점 미투 상품도 굿~ 무늬만 같다면 싼 패키지라도 오케이

 

 

여행 취소 수수료를 물지 않는 팁

 

가끔 스튜핏한 경우가 생긴다. 예컨대 지진 같은 천재지변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잡아놓은 해외여행, 취소를 해야 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항공이나 여행은 출발을 앞두고 취소를 하게 되면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보통 1인당 200~300만 원까지 하는 유럽 여행의 경우 취소 수수료만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때 필요한 게 여행 취소의 기술이다. 꼭 외워두시길.

 

국내 여행상품의 취소 골든타임은 '10일 전'이다.

10일 기준으로 이전이면~ 전액 환불

출발 10일 전~ 20% 배상

출발 2일 전~ 30% 배상

출발 1일 전~ 50% 배상

당일~ 100% 배상

 

해외여행 예약 취소 골든타임 기준이 '30일'이다.

30일 이전~ 전액 환불

출발 20일 전(29~20일 사이)~ 10% 배상

10일 전(19~10일 사이)~ 15% 배상

8일 전(9~8일 사이)~ 20% 배상

하루 전(7~1일 사이)~30% 배상

당일~ 50% 배상

 

 

놀라운 공짜 스테이 명소  

선착순. 군대에 있을 때는 이 소리가 제일 싫다. 왜냐하면 체벌을 가할 때 통상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여행에도 선착순이 있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시길. 늦으면 못 가는 '선착순 스테이'이므로. 대신 선착순에 대한 보상은 정말 화끈하다. 공짜다. 무료로 숙박할 수 있으니 깜짝 놀랄 가성비갑 스테이인 셈이다.

 

거문도 등대 스테이(거문도 남쪽 수월봉)

나주 뮤지엄 스테이(국립 나주박물관)

공짜 도서관 스테이(경기도 오산 꿈두레도서관)

 

 

무한리필여행

 

보통 먹방 분야에선 핵가성비하면 뷔페를 떠올린다. 일정 금액만 내면 조건 없이 무제한이므로 그냥 허리띠 풀고 뱃속으로 음식만 쓸어 넣으면 된다. 그런데, 여행에도 이런 게 있다. 마치 뷔페처럼 무한리필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늦기 전에 달려가시라. 소문나면 금방 풀부킹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무한리필 기차여행, 내일로~ '내일로 티켓'을 구매

무한리필 고속버스여행, EBL 패스~ 익스프레스 버스 카드

 

 

 

 

해외여행도 짠내투어로

 

이밖에도 책은 해외여행을 싸게 가는 극강의 짠내투어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또 비자 값만 5만 원이 넘는 중국을 비자 없이 찍는 꼼수, 비행기값 들이지 않고 '원플러스 원' 덤으로 끼워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놀라운 비법도 소개된다. 특히, 한국보다 여행물가가 싼 유럽도시 특급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니 반드시 메모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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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함의 비용 - 막말 사회에 더 빛나는 정중함의 힘
크리스틴 포래스 지음, 정태영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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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무례함, 직장 내 괴롭힘 등 차별적인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조직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특히 기업은 생존을 위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무례함은 비즈니스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 '머리말' 중에서

 

 

무례함을 멀리하고 정중함을 익혀라

 

저자 크리스틴 포래스는 스포츠 경영 및 마케팅 회사인 IMG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하버드대학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스페인 에사데대학교에서 경영자 과정을 가르쳤다. 현재는 조지타운대학교 MBA 과정을 맡고 있으며 구글, 픽사, UN, 세계은행 등 다양한 기업과 조직에게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자 자신이 꿈꾸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입사하지만 곧 회사의 민낯을 보게 된다. 그녀가 그토록 가고자 했던 회사는 생산성 향상과 긴장감 형성이라는 이름 아래 막말과 무례한 행동이 판치는 곳이었다. 결국 지쳐버린 그녀는 1년 만에 직장을 그만둔다. 사회생활에서 쓴 맛을 본 후 '무례함이 인간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후,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무례함의 비용과 정중함의 효용을 조직 관리 및 리더십 차원에서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미국인의 무례함을 얘기할 때 우리들이 맨 먼저 떠올리는 인물은 아마도 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아닐까 싶다. 기업인 출신인 그는 "You're fired 당신은 해고야"란 유행어를 만들어낼 만큼 당대의 독설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막말 행진은 대통령이 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미국만 이런 현상이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소위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상대적 약자인 '을乙'에게 막발을 내뱉거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명령이나 지시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이미 세인들에게 널리 회자된 '땅콩 회항' 사건도, 최근에 불거진 '물벼락' 사건도 모두 이와 같은 형태의 무례함이 빚은 극치이다.

 

 

 

 

 

자기 자신의 무례한 언행을 모르고 산다

 

무례함은 대개 악의惡意가 아닌 '무지의 산물'이다. 저자는 직장 분위기가 엉망진창인 까닭이 도처에서 날뛰는 얼간이들 탓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객관적인 자기 인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가장 지독한 언행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남을 해칠 생각이 추호도 없으면서, 무슨 이유에선지 무례한 언행을 일삼으면서 살아간다.

 

왜 세상에는 이렇게 막말이 넘쳐날까? 이는 바로 무지無知의 소산인 것이다. 막말을 일삼던 어느 외과 의사는 정식으로 항의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레지던트들과 간호사들, 직원들이 자신의 거칠고 직설적인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우리들은 자신의 무례한 언행을 잘 모르고 산다. 그레서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타인을 끔찍하게 여기면서도 스스로 남을 함부로 대한다.

 

 

무례함은 강인한 사람을 무너뜨린다

5월 8일,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미국은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6월 셋째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로 정하고 있다. 21년 전, 저자는 아버지의 날이 있던 주간에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외곽에 위치한 어느 병원을 찾아, 후텁지근한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녀의 강인하고 쾌활하던 아버지가 맨 가슴에 전선 따위를 치렁치렁 붙인 채 힘없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심장마비가 언제 닥칠지 몰라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왔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는 지독하게 무례한 상사를, 그것도 두 사람이나 모시면서 10년 넘게 버텨왔던 직장 생활 때문이었다. 못되먹은 그 상사는 사람들 면전에다 핏대를 세우며 막말을 일삼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직원들을 모욕하고, 부당하게 해고했으며, 성과를 깎아내렸고,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문제까지도 책임을 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슈퍼갑' 질을 한 셈이었다. 

 

오랜 세월 인내했던 대가는 엄청났다. 결국 그녀의 아버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상사가 조직에 미칠 해악害惡을 걱정한 나머지, 용기를 내어 사장에게 직언했다. 내부고발이 위험한 행동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기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어머니한테 "회사에서 그자를 해고하지 않으면, 나는 끝이야"라고 말했다. 몇 주 뒤, 그 상사는 올해의 지역 담당자로 뽑혔다. 며칠 뒤, 그녀의 아버지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딱 3분의 차이가 정중함을 만든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질이 나쁜 치료는 물론이고 의사의 언행에서 받은 불만 때문에 의료 과실 소송을 제기한다. 수시로 소송을 당하는 의사와 한 번도 소송을 당하지 않은 의사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소송을 당한 적이 없는 의사들은 환자들과 공감대를 쌓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의사들이 환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일반적인 의사들에 비해 평균 3분 더 길었다. 두 경우 모두 의사가 전달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고, 농담을 섞어가며 이야기해 친근하게 다가갔고, 더 많이 질문했으며, 의견을 달라고 겸손하게 부탁했다. 그렇다. 바로 정중한 태도인 것이다. 

 

 

뇌도 화상을 입는다

뇌과학자이자 하버드 의대 교수인 에드워드 할로웰 박사가 지적했듯, 나쁜 기억은 몇 년 동안 기억의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박사는 이런 현상을 뇌 화상(brain burn)이라고 불렀다. 무례한 언행으로 난처하거나 불쾌한 상황을 경험하면, 심리적 격변이 일어나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오는 등 생리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격렬한 감정의 홍수가 야기된다.

 

이렇게 분노와 두려움과 슬픔이 무례함의 피해자 또는 목격자에게 한꺼번에 밀려들면 몸과 마음 모두에 상처를 남기게 된다. 아드레날린이 온몸에 솟구치면서 뇌를 태워 구멍을 내기 때문이다. 지워지지 않는 '문신紋身'을 뇌에 새기는 셈이다. 이런 압도적인 감정들은 문신으로 남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정말 끔찍한 상처인 것이다. 심지어 가해자 또는 그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슬쩍 보기만 해도 그 감정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고 한다.

 

 

웃음은 뇌를 자극한다

상대방에게 정중한 인상을 한층 강화시키는 행동은 바로 '웃음'이다. 미소를 짓는 행동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증가하며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혈압이 낮아진다. 또한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적어진다. 1번 웃으면 초콜릿 바 2,000개를 섭취하는 것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뇌를 자극할 수 있다. 또 웃는 얼굴은 수명과도 관련 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1952년 시즌에 활약했던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얼굴이 담긴 야구 카드를 연구한 결과, 웃는 얼굴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선수들의 수명이 달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활짝 웃는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79세였지만, 별로 웃지 않는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72세였다. 즉 웃는 얼굴 덕분에 7년을 더 살았던 셈이다.

 

 

솔직한 피드백이 낫다

여성이라면 선의의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불쾌하거나 창피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녀 공히 많다.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여성을 상처 받기 쉬운 존재로 또는 보호와 특별대우가 필요한 존재로 여기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수치스런 대접을 적당한 거짓말로 위무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선의에서 비롯된 거짓말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솔직한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짧은 시간 내 자신을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고, 그 결과 경력 개발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여성들은 하나같이 솔직한 피드백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성과에 대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으면 분노를 느낀다. 이와 같은 선의의 거짓말은 여성이 상처 받기 쉬운 존재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도리어 여성에게 실제로 더욱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발전감을 높여라

가해자에게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과 별도로 무례함의 악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이는 바로 발전감(sense of thriving)을 고양高揚하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활력과 생기와 자부심을 품은 채 성장을 거듭해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수차례의 연구를 통해 발전감으로 충만한 사람이 더욱 건강하고 회복력도 강하며 자신의 업무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이다.

 

발전감이 강한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동료에 비해 번아웃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20%나 낮았고, 발전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상황을 통제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53%나 높았다. 무례함으로 인해 부정적 성향과 몰입도 저하, 자기 불신이라는 급류에 휩쓸릴 가능성도 훨씬 낮았다.  

 

우리 행복의 50%는 뇌의 신경망에, 40%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10%는 우리가 권력이 약하다거나 일자리 또는 가해자에게 의존적인 경우 등 현실에 달려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무례함을 해석하는 방식과 그것에 부여하는 의미,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무례함 때문에 기분이 상할지 말지 통제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발전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게 가해진 무례한 언행을 부정적으로 수용항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자신을 인정하고 드높이는 쪽으로 상황을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무례한 상황을 경험한 뒤에 발전감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성과가 34% 덜 줄엇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정도라면 엄청난 차이인 게 분명하다.

 

 

정중한 조직 문화를 만들라

 

무례함이 나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중함도 전염된다. 자기 자신을 지키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좁게는 자신의 주변부터 넓게는 스스로 속한 조직에 정중함이라는 바이러스를 널리 퍼트려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책은 조직관리 4단계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4단계 전략

 

채용~ 떡잎부터 살펴라

미션~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라

평가~ 슈퍼 협력자를 찾아라

실행~ 무례함에 타협이란 없다

 

 

정중함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들자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관계다. 이런 인간관계의 주춧돌은 바로 정중함이다. 우리 모두는 타인을 존중하는 언행과 마음가짐을 통해 스스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나아가 사회생활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타인들과 친밀해지는 데 도움이 되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타인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동시에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지위고하와 노소 불문하고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중한 사람으로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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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습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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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는 테러와 핵위협, 자연파괴, 과학의 진행방향 등은 인류가 멸망의 벼랑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19세기가 서구 세력에 의한 동아시아의 침략의 역사였다면, 21세기는 그에 대한 역습으로 막을 열었다. 그 중심엔 한반도의 희생과 고뇌가 있어 왔다. 이 숙명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민족족 집단 무의식의 구조에 초점을 두고, 역사와 미래를 하나로 묶는 복안複眼적 시야로 가능한 우리의 선택지를 구상해보았다. - '여는 글' 중에서

 

 

한반도엔 어떤 평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까?

 

저자 김용운은 현재 수학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수학관련 저서 출간에 힘써 한국출판문화상과 서울시문화상, 대한수학회공로상을 수상한 학자이다. 그는 와세다 대학을 거쳐 미국 어번 대학원, 캐나다 앨버타 대학원에서 각각 이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조교수, 일본 고베대학과 도쿄대학, 일본 국제문화 연구센터 등의 객원교수를 역임, 국내에서는 수학사학회 회장, 한양대학교 대학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그는 수학적 사고의 시스템화와 그 보급에 힘을 기울여왔는데저서 <인간학으로서의 수학>은 한국은 물론 국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본의 몰락>은 90년대에 일본에서 일어난 버블 경제의 붕괴를 예측하여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일본어를 포함 5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는 외국어를 배우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역사, 문화, 언어를 한꺼번에 배우는 삼위일체 학습'으로 정의하며 관련 저서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총 10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와 2부에서는 카오스적인 현대 상황을 관찰하며, 억압당해온 소수민족의 한(恨)과 정체성 희구의 의욕이 국제화, 정보화에 촉발되어 기존질서에 어떻게 대항해 역습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카오스 이론의 자기조직화 개념으로 새로운 질서로 향한 인류적 의지의 창발 가능성을 논한다.

3부에서는 위기의 저변에 흐르는 원형 충돌의 실상을 밝히고 인류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4부에서는 '집단 무의식=원형'의 입장에서 풍토와 공동체 사이의 되먹임(feedback) 관계를 한·중·일의 현실에서 실증적으로 밝히며, 5부에서는 민족역사의 틀을 원형사관으로 고찰하고 국토의 성격이 원형에 미치는 양상을 설명하며 역사 되풀이의 의미를 생각한다.

 

6부에서는 백제 최후의 전쟁인 663년의 백강전투의 결과로 인해 한반도 지정학의 특수성이 결정되었음을 밝히고, 7부와 8부에서는 한반도 주변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국가원리와 국가이성의 충돌과 외교방법을 원형사관으로 고찰하며, 9부에서는 북미 간의 새로운 전쟁 개념인 온전溫戰의 성격을 분석하면서 그 근본 원인인 중동과 한반도 등지에서 자행된 기마민족에 의한 ‘선 긋기’에 대한 원형의 역습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10부에서는 새로운 정신혁명 속 한반도의 비핵화와 영세중립화와의 연동을 기대해 한국적 가치와 원형 승화의 길을 논한다.

 

 

 

 

시작된 역사의 대반란

 

역사는 더 이상 힘의 크고 작음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즉 약자弱者가 오히려 강자强者를 위협하고, 강자의 위신을 추락시켜 역사의 순서와 법칙도 뒤바뀌고 있다. 대한민국이 위치한 한반도 또한 큰 소용돌이 속 작은 소용돌이처럼 세계의 카오스와 얽혀 갈수록 혼돈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과격한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미국 세계무역센터의 테러뿐만 아니라 북한의 권력자 김정은도 핵미사일 발사로 국제 질서를 어지럽히면서 미국을 향해 곧 핵전쟁을 유발할 듯한 공세를 취했다.   


이 카오스의 소용돌이는 정보화와 국제화 그리고 오랜 동면冬眠에서 깨어난 각 민족의 집단 무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민족들은 국제화가 되면서 저마다 자기정체성과 한恨을 깨우치고, 동시에 이에 대한 보상을 찾기 시작했다. 당연히 모순과 갈등이 발생하고, 이런 갈등은 회오리처럼 상승작용을 일으켜 이젠 인류의 존속마저 위협하게 되었다. 역사의 대반란은 이미 시작되었다.

 

 

카오스 이론의 초기조건 

카오스 이론에서 첫 단추는 초기조건이다. 어떤 유기적 운동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의 조건은 그 후의 모든 변화에 민감한 영향을 끼친다. 가령, 같은 대학을 나와 동등한 조건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의 사소한 차이가 인생행로를 크게 바꾸는 예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인생의 유아 시절은 그 사람의 전 생애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역사에서도 다르지 않다. 한국 독립의 초기조건은 38선 분단인데, 이는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쳐 대한민국 국민들이 핵전쟁의 공포를 느껴야 할 상황까지 만들고 있다.

 

 

단순계의 사고를 거부하는 복잡계

 

카오스 이론은 물리학, 심리학, 천문학, 사회학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들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혼돈 현상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일찌기 기원전 5세기에 플라톤이 자신이 세운 아카데미 정문에 내걸었던 현판의 글은 지적 세계의 입장권은 기하학임을 공지했던 것처럼, 21세기의 복잡계 입장권은 바로 카오스 이론이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에 들어오지 말라"

 

세계는 단순계의 사고에 익숙한 우리 인간들을 비웃기나하듯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여갔다. 국제화와 정보화는 오히려 민족의 정체성과 종교의식을 자각시켰다. 이슬람 과격 세력의 테러가 격화되었고 영국의 EU 이탈도 현실이 되었다. 한때 단순한 민주화 운동으로 간주되었던 중동의 자스민 혁명은 오히려 민족의식의 자각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미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세계정신과 지성이 역사를 움직일 것으로 보았으나, 현실은 각 민족의 집단 무의식과 원형의 생명력을 증폭시켰다. 이처럼 단순계의 사고로는 파악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심화된 복잡계의 세계를 전개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한국도 국제적 카오스와 연동하며 주변국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미국의 국가원리

 

미국인은 국가원리를 하나님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으로 인식했다. 이 사명감으로 개척자들은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 서부로 개척해갔고 스페인과의 전쟁도 승리로 이끌었으며, 태평양으로의 진출과 우주개발까지 이루었다. 선교사 같은 카우보이 원형은 미국인의 무의식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정의'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는 일에 대해서는 분명한 실행의지를 가진다. 노예제도 폐지나 금주법 같은 것도 선교사적 사명으로 실천에 옮겼다.

 

이런 국가원리는 외교 전략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유는 물론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불을 당겼지만, 사실은 국가원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먼로주의는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에만 관심을 가질 테니까, 다른 나라들도 아메리카에 간섭하지 말라'라는 선언이엇다. 그런데, 미국의 세계 전략은 '먼로주의'와 '명백한 운명'을 번갈아 채택한다. 미국의 외교는 시계의 추처럼, '먼로주의'와 '명백한 운명' 사이를 오갔다. 트럼프의 북한 핵에 대한 대응도 '먼로주의'의 연장선일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에서의 미군의 주둔은 국가원리인 만주주의의 수호라는 명분에 입각해왔지만, 국제적 카오스로 인해 미국의 패권은 점점 쇠퇴해갈 것이기에 이후론 미국이 현실주의적 판단에 의거 새로운 한미동맹이 수립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최근에 불거지는 주한 미군 철수라는 이슈도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향후 한반도의 정세가 심각할 정도로 악화된다면 미국은 철수할 것이고, 한국은 독자노선을 채택해야만 할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독자적으로 중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

 

 

중화사상의 복귀

 

고대 중국인의 지리적 관념은 대륙과 주변국이 곧 세계였고 그 중심인 중원에서 황제가 통치하는 구도였다. 소국이 대국을 예로 섬기는 사대지례事大之禮와, 민족 간의 차이 없이 크게 뭉치자는 대동사상大同思想이 결합해 중화사상이 되었다. 중국의 국가원리는 황제의 권위와 중화사상, 그리고 제국주의가 결합해 완성되었다. 지금 당 주석도 황제의 권위를 갖고 있다. 만약 모택동의 아들이 한국전에서 전사하지 않았더라면 문화혁명 대신 모택동 왕조가 수립되었을 것이다.

 

중국은 거대한 영토와 압도적인 인구, 그리고 높은 수준의 문화를 지녔음에도 중원을 노리는 주변세력에 늘 불안감을 가져왔다. 이제는 패권야욕에 노골적이다. 군사 대국화의 노선을 공언하면서 항공모함과 신종 무기들을 증강, 군비확장에 열을 올린다. 시진핑 주석이 바라는 중국몽中國夢은 청왕조가 이룬 중국질서의 회복이다. 하지만 제국주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중국몽은 또 하나의 제국주의로 변질되어 스스로 모순에 빠진 셈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생산시설은 주로 미국 시장 때문에 활발하게 가동될 수 있었다. 중국이 첨예하게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한다면 아마도 미국은 핵을 전면 포기한 북한에 많은 공장을 유치해서 또 다른 세계의 공장을 가동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리 된다면 수많은 중국의 노동자는 실업자가 될 것이고, 이는 국내 민심의 흉흉함으로 이어져 중국 권력은 필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황-인심동요-폭동-혁명'이라는 패턴은 지금껏 중국사가 보여준 일관된 역성혁명이다. 어쩌면 지금이 북한 경제 중흥을 위한 골든타임일 수도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원형 충돌

 

한중일 외교 분쟁의 근본 원인은 원형 속에 잠재해 있는 시간관(역사)의 차이에서도 온다.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 속에는 '원점회귀'와 '원념과 한恨'이 있다. 불합리한 역사 가운데 부조리를 겪어온 탓에 정의의 회복이 그만큼 더 절실하다. 그러나 일본인의 생각은 다르다. "구린 것에는 뚜껑을 덮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과거사는 묻어버리라는 '앗사리' 정신을 강조하는 집단 무의식을 갖고 있다. 원형 충돌의 대표적인 본보기이다. 이민족에 의한 왕조 교체를 여러 차례 경험한 중국은 속과 겉이 다른 국가정책을 취하고 일반인까지도 책략적이다.

 

 

투키디데스의 덫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신흥세력 아테네가 스파르타의 패권에 도전한 구조로 바라보며 제2인자가 제1인자에 도전하는 양상을 국제정치에 투영해 역사의 중요한 국면을 설명했다. 이를 사자 무리에 비유하면, 늙은 우두머리가 암컷들에게 접근을 시도하는 2인자 수컷을 항상 경계하는 것과도 같다. 2인자는 번번이 실패를 경험하지만 실력이 충분해졌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우두머리 사자에게 도전해 그 자리를 빼앗는다. 이러한 구도를 '투키디데스의 덫'이라 부른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신중국의 대립도 어김없는 투키디데스의 덫이다. 

 

 

 

 

영세중립이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한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반도를 무시하거나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핵전쟁을 감행할 수도 없다. 북한도 일시적으로 핵무기로 전세계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고갈 수 있을지 몰라도 이렇게 하면 국제사회의 영원한 낙오자로 전락하게 된다. 북한은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김씨 왕조의 세습이 불가할 것이고, 민중 봉기에 처할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저자는 북한의 핵 대치를 미지근한 전쟁인 온전溫戰이라고 규정한다.    

한반도는 언젠가는 통일이 되겠지만 어떤 모습의 통일일까? 친중, 친미, 친러, 친일 등 우리는 다시 조선 말기의 고민에 처해 있다. 하지만 당시와 오늘의 우리가 다른 것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더 이상 코리아 패싱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남이 하는 대로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가 영세중립에 있음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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